게시판 카테고리.

  1. 전체목록

  2. 그림

  3. 미디어



Candied cherry

댓글: 5 / 조회: 1688 / 추천: 1



본문 - 07-30, 2015 14:30에 작성됨.

Candied cherry
 
 
쇼핑을 하고 있더니 그 아이가 좋아하는 과일을 발견했다.
결코 싼건 아니었지만 정신을 차리니 바구니 속에 넣고 계산을 마쳐버렸다.
둥글고 빨갛고 윤기가 있으므로 윤택을 띤 매끄러운 표피에 살짝 입을 댄다. 아아, 이 과실은 왜 이렇게나 사랑스러운걸까. …새를 유혹하기 위해 과실은 붉고, 달게 익는다――――옛날, 어디에서 들은 적이 있던거러 문득 떠올리고 알게모르는 사이에 미소가 흘러나왔다. 유혹하기 위한, 사랑스러움――――과연, 내가 그녀에게 이끌리는건 어떤 종률의 필연이었던건가.
 
과일의 설탕절임을 좋아해서 내가 과일을 사면 거의 늘 만들고 있다. 생 과일인채로 먹어도 물론 무척이나 맛있지만, 설탕으로 익혀서 흐물흐물 무너지는 과실의 감미로움은 말로 형용못할 행복감으로 가득차 있어서. 수고도 시간도 많이 들지만――무엇보다 나는 설탕절임을 만드는 그 행위자체가 정말 좋아서.
가방에서 꺼낸 자루 속에 수분을 띤 그것들의 꼭지를 따서 반쯤 자르고, 씨를 빼고 냄비 속에. 그녀는 생과일도 좋아하니까, 그 몫은 제대로 빼둬서 냉장고에 넣어둔다. 돌아와서 냉장고 속을 보고 기쁜듯이 함박웃는 그녀의 얼굴을 상상하면 입가가 풀어진다. 기뻐해줄까. …응, 분명 기뻐해줄게 틀림없다. 그 아이는 이 과일을 정말 좋아하니까. 그 아이의 이름을 가진 이 과일을.
 
물을 넘칠때까지 넣고 레몬즙과 브랜디, 그로부터 듬뿍 설탕을 더해서 불에 얹었다. 물속에 녹아가는 설탕을 멍하니 쳐다보면서 오늘은 몇 시쯤에 돌아와줄까, 생각한다. 이 무렵에는 꽤나 바빠 보이니까 또 늦을지도 모른다. 얼마전까지 뛰어왔던 그녀도 지금은 일선에서 활약하는 어엿한 아이돌이다. 거기에 쓸쓸함을 느끼지 않는다고 하면 거짓말이 된다. 실은 언제나 곁에 있고 싶다. 언제나 곁에 있어주고 싶다. 화사한 그 아이는 튼튼한 편이라고도 말할 수 없으니까, 컨디션이 무너지지 않을지 걱정이다. 괜찮을까. 막다른 골목에서 남몰래 울고 있진 않을가. 긴장으로 컨디션이 무너진건 아닐까.
……아니. 그걸 그늘에서 받쳐주는것이 지금의 내 역할이다. 사명이다.
 
부글부글 익기 시작해서 국자로 떠오른 거품을 떼어간다. ――――그 아이는 이전과 비교하면 정말로 드세졌다. 세세한 일로 우는 일도 없어졌고, 제대로 앞을 보고 힘내고 있다. 그리고 아마 누구에게도 의지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 강해지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다. …하지만, 하지만 나는.
…이런 생각을 하는건 안 된다는건 알고 있다. 누구를 위해서도 안 된다는것도――――하지만, 그래도 생각해버린다.
 
나는 말야. ――――그러게 되는걸 바라지 않아.
 
불을 줄인다. 그을림이 생기지 않도록 정성껏 섞으면서 부글부글 적당하게 설탕 거품이 생겨나고는 사라지는걸 쳐다본다. 설탕액을 흡수한 노랑색 과실이 그 투명함을 늘려간다. …거기에 방금전까지 붉고 긴장된 분위기를 두르고 있던 과실의 그림자는 없다. 겨우 형태를 유지하는건 일찍이 빨갰던, 지금은 완전히 시럽에 색깔을 빼앗겨서 무채색으로 변한 표피. 과실의 희미한 향을 남기고 과잉하게까지 설탕에 녹아진 그거. 맛있다고는 도저히 말하기 어려운, 원래 형태마저도 잊어버린 문드럴진, 형태 망가진 그 모습이 참을 수 없을만큼 사랑스럽다.
 
"치에리짱――――"
 
달고 달고 익어서.
나 말고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게 되어버려서.
어디에도 보낼 수 없도록 가둬놓고 문을 잠궈버려서.
쾌락에 빠져 칠칠맞게 풀어진 얼굴에 입맞춤을 하고.
나 없이는 살아갈 수 없도록.
 
질척해진 액체를 퍼서 단번에 삼킨다. 점도가 높은 설탕액체가 입안 가득 퍼져, 목을 달라붙으면서 천천히 위로 떨어져간다. 달다, 아아, 달다. 사랑스럽다.
 
"좋아해, …좋아해, 정말 좋아해, 사랑해"
 
거기에 없는 그녀에게.
너무나도 무구한 그녀는 무구하기에 더러움을 끌어모은다. 그렇다면 차라리 형태를 잃어버릴 정도로 질철질척하게 달짝무르게 녹여버리고 싶다. 누구에게도 보이지 않는 곳에 채워넣어서 감춰버리고 싶다. …이런걸 더군다나 진심으로 바라고 마는 나는…분명 천국에는 갈 수 없겠지.
 
 
"미안해"
 
냄비 속의 설탕 막이 한층 크게 부풀어 터졌다.
 
 
End.

 
1 여길 눌러 추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