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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결정적 순간 (하루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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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7-22, 2015 20:50에 작성됨.

 

 

 키사라기 치하야는 최근 다른 것에 대해 생각할 시간도 없을 정도로 너무 바빴다. 그녀는 그녀가 부를 거라 생각한 것 이상으로 노래를 불렀고, 인생이 보람차게 느껴졌다. 내성적인 치하야지만, 가끔 깡충깡충 뛰며 걸어 다니는 자신을 발견하고, 곧 자기는 절대 그런 성격의 아이가 아니란 것을 혼자서 되뇌기도 했다. 치하야는 그렇게 열심히 일을 하고 매일 밤 지친 채로 침대에 눕는 생활을 반복해왔다.

 다만, 밤에 잠을 청하는 건 점점 어려워지고 있었다.

 왜 그런지 전혀 감을 잡을 수 없었지만, 매일 밤 가슴 쪽에 큰 구덩이 같은 것을 느끼긴 했다. 밤이 갈수록 구멍은 점점 커지고, 견디기 힘들어지고 있었다. 대부분의 밤엔 그냥 피로라고 여기고, 얼른 그 기분을 잊어버릴 수 있었다. 어쨌든, 치하야는 자신의 목표들을 성취했지 않은가?

 치하야는 동료들을 765프로 사무소에서 한 달에 한두 번 만났고, 그럴 때마다 아픔이 조금씩 사라졌다. 치하야는 그 두 느낌에 공통점을 찾을 수 없었지만 아마미 하루카와 마지막으로 얘기했던 때가 3개월이 지났을 때 비로소 알았다. 둘은 서로의 성공으로 더욱 바빠졌지만, 여전히 연락은 하고 지냈다. 하지만 웃기지도 않은 스캔들로 이어진 루머가 퍼져 프로듀서는 둘이 같이 있는 모습을 대중에게 노출하는 것을 자제하도록 했다. 처음에는 밤마다 이메일, 문자, 서로에게 전화를 거는 것으로 연락을 계속해 왔다. 거리가 있는 이 연락은 서로 힘이 빠져 결국 시들해져 갔고, 연락만으로는 둘을 만족시킬 수 없었다.

 당연히 언제나처럼 약속을 했지만 지켜진 적은 없었다. 현재, 시간이 지나 둘 다 18세를 맞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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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키사라기 치하야는 긴 솔로 콘서트가 끝난 뒤 너무 피곤해 침대까지 가는 것도 어려워, 널찍한 그녀의 사회적인 방을 채운 소품 중 하나인 소파에 그대로 쓰러졌다. 기획사는 매우 고집적이어서 아이돌들의 생활 방식을 향상시켰고, 가족이 있는 사람들까지 매스컴의 관심 때문인지 이사를 강요 받았다. 몇몇은 같이 살았지만, 대부분은 혼자 살았다.

 푸른 머리의 소녀는 그 가구가 좋다고는 느꼈지만, 밤마다 느끼는 통증으로 자기한테 무언가가 부족하다는 것을 알았다. 치하야의 마음은 자기 자신을 이해시켰고, 그 전날, 자려고 노력하던 중에 치하야는 이성적이기 보단 충동적으로 문자를 하나 보냈다. 그 뒤로 치하야는 자기가 한 경솔한 행동이 자기가 원하는 결과를 내어주지 않을까 두려워서 개인 연락용 폰을 한번도 보지 않았다. 치하야는 수습할 수 있기는커녕 문자를 받는 사람이 너무 바빠서 문자를 보지 못할 것이 분명하다고 생각했다.

 메시지는 간단했다. ‘네가 너무 보고 싶어.’ 이 문자를 받게 될 사람은 갈색 머리, 초록색 눈, 그리고 그 어떤 어두움도 떨쳐버릴 웃음을 갖고 있는 소녀였다. 그 웃음은 이미 여러 상황에서 이 외로운 소녀에게도 작용했었다.

 문에서 벨 소리가 울려 치하야를 놀래 켰지만, 불만을 떨치게 하지는 못했다. 치하야는 천천히 일어나 문으로 걸어갔고, 걸어가는 도중에 초인종이 한번 더 울렸다. 그녀는 문의 구멍을 통해, 누가 자기한테 알리지 않고 벨을 울렸을까 보았고 그 작은 창문 앞에서 멈춰 섰다.

 작은 구멍의 일그러진 시각으로 본 바깥에는, 갈색머리에 빨간 리본을 단 여자가 서 있었다. 커다란 코트가 개어져 왼쪽 팔에 얹어져 있던 걸 옆에 끼고, 오른쪽이 시야에서 잠시 없어진 사이에, 아마 초인종을 눌렀을 것이다. 자세한 것은 잘 보이지 않았지만, 치하야는 한참을 바라본 덕택에 그 눈이 초록색이란 것을 알았다.

 치하야와 그녀가 그토록 만나길 갈망했던 그 사람과의 사이를 갈라 놓는 것은 평범한 나무 문과 갑자기 밀려오는 수 없는 감정을 버틸 수 없는 자신뿐이었다.

 초인종은 다시 울렸고, 이번에 다른 쪽의 소녀는 서둘러 다른 쪽으로 움직였다. 무의식적으로, 푸른 머리의 소녀는 얼른 빗장, 데드볼트(deadbolt), 도어록을 풀고 힘껏 문을 열어 아마미 하루카가 자기 앞에 실제로 서있다는 충격적인 불신과 함께 서있었다.

 하루카는 두 아이돌들이 마지막으로 서로 봤던 때보다 조금 자라서, 키도 조금 커지고 몸매도 조금 좋아졌다. 생각해보면, 푸른 머리의 소녀는 저번에 봤을 때랑 달라진 게 아니라, 치하야가 그렇게 필사적으로 매달리던 이른 시절의 추억들과 비교했을 때 달라진 것을 깨달았다.

 하지만 그 웃음은, 그래 그 웃음은, 여전히 똑같았다. 둘 사이에 침묵이 오고 간 뒤에도 달라지지 않았고, 그녀가 내뿜는 에너지도 달라지지 않았다. 푸른 머리의 소녀가 그 동안 가져왔던 이미지와 전혀 다르지 않았다.

 갈색 머리의 소녀는 다른 소녀가 그녀의 앞에서 감정에 젖어 있을 수 있도록 아무런 말도 않고, 그저 정적이 계속되도록 있었다. 결국에는 조금 큰 소녀가 정신을 되찾고 절친에게 팔을 뻗어 감쌌다. 몸을 감싸는 팔의 감촉이 달랐지만 그 포옹이 전하는 감정은 더 풍부해지고, 더 깊어지고, 자기 자신의 모습과 비슷했던 절박함보다 더 강했다.

 자신을 휩싸버릴 거라 생각했던 눈물과 불안함을 웃음으로 날려버리고, 치하야는 하루카를 아파트로 들여보내면서 둘은 떨어졌다.

 “있잖아, 네 새 아파트 본 거 이번이 처음이야.” 신입이 간단하면서도 잘 만들어진 데코레이션을 만족스러운 듯 둘러보며 말했다.

 다른 이의 목소리를 들으면서, 푸른 머리의 소녀는 다시 한번 멈춰 모순되지만 조화로운 감정의 파도가 그녀를 휩쓸고 지나가는 것을 느꼈다. 그 순간은 얼른 지나가고 그녀는 긍정의 표시로 얼굴을 끄덕였다. “난 네 것도 본적 없어.” 치하야가 조용히 말했다.

 “흠… 아마 본적 없을 거야.” 갈색머리 소녀는 치하야가 더 큰방의 소파로 안내하는 것을 보며 대답했다. 그리고 갑작스럽게 웃었다. 그 소리는 감정의 물결을 만들어내며 이름 짓기엔 너무 빨리 지나갔고, 갈색 눈의 소녀를 기운 빠지게 했다. “한참 전부터 네 집에 놀러 와서 보려고 했는데, 언제나 못 갈 이유가 생겼었어.” 그녀 얼굴의 웃음은 푸른 머리 소녀에게 몸을 돌리자 더 깊어졌다. “네가 어떻게 지내는지 직접 와서 보고 싶었는데, 마침 너한테서 문자가 왔어.”

 그렇게 말하면서, 하루카는 소파에 앉았고 푸른 머리의 소녀는 자기의 다리에서 힘이 빠져나가는 것을 느꼈다. 그녀는 쓰러져, 하루카의 무릎에 얼굴을 파묻다가 그 소녀가 짧은 치마와 긴 양말을 입고 있다는 것을 깨달아, 잠시 동안 그 부드러운 살갗에 자신의 뺨을 댔다. 키가 더 큰 소녀가 무릎에 머리를 두자 갈색 머리 소녀의 입에서 자그맣게 놀라는 소리가 나왔다. 치하야는 다정한 손길이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는 걸 느꼈고 그녀가 지금껏 가져왔던 적지 않은 고통이 그 경이로운 손가락이 지나갈 때마다 없어져갔다.

 즐겁고 놀랍게도, 푸른 머리의 소녀는 눈에 눈물이 나지 않고, 그녀가 기억할 수 있는 것보다 훨씬 마음이 가득함을 느꼈다. 그리고 거기서 무릎을 꿇으면서, 이 재회 동안에는 슬픔이 없을 거란 것을 깨달았다. 그건 그녀가 숨쉬었던 공기보다도, 불렀던 노래보다도 더 필요했던 것이었다. 그런 생각이 마음속을 가로지르면서도, 그녀는 차가운 덩굴손이 마음에 공포를 살짝 칠하는 것을 느꼈다.

 하루카의 가벼운 손길로 치하야는 잊을 수 없는 깨달음을 얻었다. 그녀는 절친과 깊게, 강하게, 그리고 명백하게 사랑에 빠져있었다. 그녀가 느낀 공포는 그저 잠깐 동안 지나간 생각으로, 어쩌면 저 갈색머리 소녀는 자신을 같은 방식으로 사랑해주지 않을까 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치하야는 어떻게든, 이 감정이 쌍방향이 아니어도, 그들의 우정은 고백을 살아남 수 있을 만큼 강하는 것을 알고 있었다.

 이 생각들은 너무 빨리 지나가 더 깊게 생각해보거나 어쩌면 스스로에게 말해볼 기회도 없어서, 치하야는 입술에서 말이 도망쳐 나오는 것을 느꼈다. “하루카, 사랑해.” 치하야는 녹안 미인의 무릎에서 머리를 들어 뗐지만, 시선을 들어 그 숨막히는 에메랄드 구슬은 보지 않았다.

 답변으로, 치하야의 머리와 얽혀있던 손의 손가락이 귀를 따라, 광대뼈를 지나고, 입술의 가장자리를 어루만지고, 잠시 멈춰 턱을 잡았다. 그 동정 어린, 따듯한 손가락은 푸른 머리 소녀의 시선을 들어 소용돌이 치는 갈색과 희미하게 빛나는 초록을 만나게 했다. 치하야가 지금껏 본 웃음 중에 제일 밝은 웃음이 에메랄드 구슬 아래 붉은 입술을 장식했다. 그 굽은 입술은 얼굴을 붉히고 간지럽게 하는 무언가가 있었다.

 “웃기네.” 답변이 왔다. “네가 그 말을 하기를 정말 오랫동안 기다려왔어.” 그 단어들은 사이렌의 노래 같아, 치하야는 그것이 자기를 구해줄 은혜일지, 파멸적인 죄일지 상관하지 않고 항해해 나갔다. 치하야는 자기의 입술이 어쩌면 갈색 머리 소녀의 웃음에 필적하는 웃음을 만드는 것을 느끼고, 새롭고 완전 다른 성취의 감정이 가슴 안에 자리잡는 것을 느꼈다.

 둘은 같이 웃고 서로를 꽉 껴안아, 서로 나누는 감정에 현기증을 견디지 못할 정도였다. 둘은 정말 많이 웃어서 서로를 놓고 푸른 머리 소녀가 갈색 머리 소녀에게 가까이 앉으려고 다가갔을 때, 둘 다 서로의 눈에 맺힌 즐거움의 눈물을 닦으려고 손을 뻗었을 정도다.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눈치채기도 전에, 처음엔 순수한 의도로 들었던 그 손은, 서로의 얼굴을 감싸고 진한 키스를 위해 당기고 있었다.

 치하야는 첫 키스를 보여주는 책이나 만화, 여러 종류의 다양한 쇼나 영화도 많이 보았다. 또한 그 거룩한 사건이 어떻게 지나갔는지에 대해 몇몇 사람과 얘기를 해본 적도 있었다. 치하야가 이해한 대로는, 첫 키스는 보통 부드럽고, 다정하고, 긴장되고, 쑥스럽다.

 이 키스는 그 네 가지 중에 아무것도 아니었다.

 서로의 입술이 예상과 이성을 거슬렀다. 손이 머리에서부터 떨어져 다른 곳으로 탐험을 떠나며 억눌러져 있던 감정들이 해방되었다. 입이 열리고 혀가 들어가 지금껏 느껴본 적 없는 감각을 느끼기까지 얼마 걸리지 않았다. 누가 시작했는지 둘 다 확실치 않았지만, 그런 건 중요치 않았다. 온기는 불 같이 올라갔고 아직 이런 특정한 열을 발산하기엔 준비되지 않았는지 둘은 떨어졌다.

 푸른 머리 소녀는 자신의 눈이 굉장히 크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방금 첫 키스를 나눈 소녀보다 더 커지는 건 상상하기 힘들었다. 그 평소엔 정말 차분하고 빛으로 가득 차있던 에메랄드 빛 눈은, 녹은 욕망의 액체로 어둡게 어른거리고 있었다. 치하야는 자기도 모르게 그 강렬한 시선이 가져온 예상 밖의, 반갑지 않은 감정을 삼키는 것을 느꼈다.

 하루카는 얼굴을 내렸지만, 갑자기 모든 걱정이 어둠 속으로 사라져 버릴 것 같은 푸른 머리의 소녀에게서 시선을 떼지 않았다. 갈색 눈의 소녀는 공포가 아닌 준비를 위해 다시 침을 삼켰다. 치하야는 갈색 머리 소녀의 손을 잡고 하루카를 침실로 이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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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날 밤 늦게, 아니면 다음 날 매우 일찍, 둘은 같이 누웠다. 쉬지는 않았지만, 둘 다 전보다 훨씬 더 회복된 것처럼 느껴졌다. 갈색 머리 소녀는 침대 옆의 시계를 보고 한숨 쉬었고 뒤에 누워있는 소녀가 응답으로 허리를 감은 팔을 조이는 것을 느껴, 초록색 눈의 소녀는 자기도 모르게 웃음이 터져 나왔다.

 “무슨 일이야?” 푸른 머리 소녀가 물었다. 속삭이듯이 말해 하루카의 귀에는 그 반응으로 바람이 일었다.

 “시간 맞추려면 한 시간 뒤엔 출발해야겠다, 생각해서.” 하루카가 다시 한숨 쉬며 대답했다.

 “흠… 나도 곧 준비해야겠네.” 치하야가 머리 위를 갈색머리 소녀의 등에 비비면서 중얼거렸다.

 하루카는 다시 웃으며, 다른 이의 품속에서 몸을 돌려서 가벼운 키스를 나누었다. 둘은 잠시 동안 서로의 눈을 바라보면서, 조용히 누워있었다. “사실, 난 네가 오늘 일하러 갈 수 있을 것 같지 않은데.” 초록색 눈의 소녀가 갑자기 말했다.

 “저기요?” 푸른 머리의 소녀가 의심하며 대답했다. 그 생각에 반대하지는 않았지만, 그 둘은 대중의 눈에 노출되어 있고, 자리를 비우기라도 했다간 당연히 루머와 추측이 생길 것 이었기 때문이다.

 “나도 일하러 갈 수 있을 것 같지 않아.” 갈색머리 소녀가 진지하게 대답했다. “당연히 우리 둘 다 같은 날에 없어지는 건 루머를 만들어내겠지.” 그녀는 치하야의 드러낸 어깨에 입을 맞추었다. “아마 몇 개는 맞을 지도 몰라.” 그녀는 계속 얘기했다. “그리고, 우리를 위한 며칠의 휴가가 지나면, 우리의 새 관계에 대해서 발표하는 거야.” 하루카는 밝게 웃었다. “아이돌 두 명이 연애하는 게 없는 일은 아니잖아. 내가 바란 것보다 우리가 원하는 걸 얻기까지는 시간이 좀 걸렸을 뿐이야.”

 치하야는 깊이 생각해본 뒤에, 자기가 사실은 그 생각에 끌리는 것 같다는 걸 인정해야 했다. 루머와 욕이 가라앉은 후에는 둘은 단기적으로나 장기적으로나 같이 일할 시간이 더 생길 것이고, 그것은 곧 둘이 같이 더 가까이서 일할 수 있게 될 것이다.

 그런 생각으로 푸른 머리 소녀는 설득 당했고, 긍정의 표시로 고개를 끄덕였다. “프로듀서와 리츠코에게 말해야 하는 건 너야.” 그녀는 자신의 파트너에게 단호히 일렀다.

 그 말에, 하루카는 한숨을 쉬고, “아마 그 생각에 좀 더 책임을 가져야 하나 봐.” 라고 말하며 싫다는 듯 혀를 내밀었다.

 치하야는 얼른 기회를 붙잡았고 하루카는 해야 되는 전화를 겨우 시간 안에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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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역인데 너무 어려운걸 골랐어!! 내 멘탈!! 갸아아악!!
이거 읽고 원문 읽으니까 번역이 아니라 재창작에 가까운 것 같습니다. 웬만한 영어가 되시는 분들은 그냥 링크 타고 원문을 읽어주세요!(...)

참고로 번역지적은 환☆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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