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판 카테고리.

  1. 전체목록

  2. 그림

  3. 미디어



모바P「우사밍 성인의 창조력」上

댓글: 1 / 조회: 2575 / 추천: 0



본문 - 07-17, 2015 21:34에 작성됨.

아이돌 마스터 신데렐라 걸즈의 아베 나나 씨 SS입니다.
 
 
 
 
 
…프로듀서.
 
프로듀서는, 나나를, 알고 있나요?
진정한, 올바른 의미로서.
 
후훗… 그렇게, 진지하게 생각해주셨군요.
나나는, 프로듀서의 그럼 점, 좋아해요.
 
꽤 길어질 거예요. 그러니까, 이 가게에서.
진짜 나나의, 조금, 옛날이야기.
 
나나가 나나가 되기 전의, 아무튼, 옛날이야기를.
뭐부터 이야기하면, 좋을라나.
 
아아, 떠올랐어요. 그래도, 그 전에.
자, 잔을 이쪽으로.
그럼, 가볼까요?
 
후훗, 이런 모습, 들키면 큰일이겠죠.
 
건배.
 
 
 
그럼, 먼저.
 
나나가 아직, 학생이었을 때의 이야기부터네요.
 
그때의 나나는, 지금보다 훨씬 조그매서.
스스로 말하기는 그렇지만, 선배님들께 꽤나 예쁨 받았었어요.
 
어디까지도 평범한 여자아이.
 
그냥, 친구들과 학교를 가고.
그냥, 친구들과 시험 전에는 공부를 모여서 하고.
그냥, 장래목표도 정해지지 않은, 나날을 보내면서.
 
깜빡하고 말을 안 했네요, 이건 나나가 고등학생이었을 때 이야기에요.
저, 세일러복 같은 것을 입었는걸요? 얼마 전에 촬영할 때도 입었었죠.
루스삭스 같은 게 나우했던 느낌이라… 예?
 
아… 그건 그런 걸로.
 
딱히 취미가 있던 것도 아니라서, 그때는 친구들이랑 수다 떠는 게 취미였어요.
어제 본 드라마, 인기 음악방송, 잘 나가는 배우, 빛나는 아이돌.
 
그 중에서도 나나가 마음이 갔던 것은 아이돌이었어요.
 
비슷한 또래인데, 엄청 귀여운 의상을 입고, 미소를 흩날리면서.
나나도 저렇게 되면 좋겠다. 되고 싶어.
 
…그래도, 동경을 입으로 꺼내기만 할 뿐, 해보자 하는 용기가, 나나한테는 없었어요.
 
잡지에 나오는 아이돌처럼 되고 싶어.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반짝거리는 의상으로 나나의 눈을 빼앗는 아이돌들.
어떤 앵글로도, 어떤 상황에서도, 그녀들은 너무나도 반짝이는데도
 
그런데도, 나나는 평범함이라는, 미래영겁 이어지는 레일 위를 벗어날 수가 없어서
평범하게 이대로 진학해서, 대학수험을 치르고, 취직해서, 행복하게 산다.
아니면,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취직해서.
 
그런 세상의 공통인식이라는 이름의 룰. 즉, 상식, 이죠.
여기서 벗어나는 사람은, 좋건 나쁘건, 기이한 시선을 받게 될 거라고 생각했으니까.
 
그러니까, 나나한테는 실현할 용기가 없었던 거예요.
그래도, 아이돌이 돼서, 모두를 웃음을 준다. 그런 동경도 품고 있었어요.
 
나나가 품고 있는 감정들의 이율배반은, 인생을 천천히 왜곡되기 시작했어요.
 
상식에서 벗어난, 동경이라는 금기에 홀려서, 그건 점점 커져가서.
손에 들어올 수 없는 것을 바라는 것만 같은… 그런 마음이었을까요.
 
그러던 어느 날, 어떤 노트에 형태로 남았어요.
 
이런 아이돌이 되고 싶은걸.
 
그렇게 생각했을 때, 손이 움직이고 있었어요.
평소에는, 절대 말 못하겠지만… 그게, 설정이라고, 할까요?
 
자잘한 망상을 엮어놓은 노트였어요.
이런 의상을 입고, 이런 아이돌이 돼서
이런 느낌의 노래를 부르고, 이런 댄스를 추고 싶어.
 
쓰기 시작했더니 손을 멈출 수가 없었어요.
우사밍 성인의 상상력을 구사해서 쓰기 시작했죠.
 
떠오르고 또 떠올라서, 도저히 다 못 쓸 정도로.
과거는 좀 더, 이런 설정이 귀여울라나.
이런 의상이 입고 싶어. 그렇게 생각하면서 자신이 생각한 의상도 그려보곤 했어요.
 
그리고 분명.
 
나나의 망상을 거기에 다 엮어낸 후, 펜이 굴러가는 소리와 함께 찾아온 정적.
어째선지 갑자기, 뭐하고 있는 걸까… 같은 자기혐오에 빠져버렸어요.
기분전환을 하자. 훌훌 털어내자. 그렇게 생각하며, 밖으로 나갈 준비를 했어요.
 
휙 나선 거리에서… 나나의 꿈은, 곧장 빛을 바래게 되었답니다.
 
거리에는 여러 가지 희망으로 넘치고 있었어요.
 
길거리의 TV에서 아이돌을 보고, 동경하며, 소원하고.
아이돌의 노래가 흐리고, 아이돌의 광고가 잔뜩 있어서.
 
나나도 언젠가 저렇게 될 수 있을까.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문득 윈도에 비친 나나를 봤어요.
 
조그매서, 초등학생처럼 보여서, 잘 봐줘도 중학생이라.
이런 나나라도, 아이돌이 될 수 있는 걸까.
 
신경 쓰여서 알아보려고, 근처에 있던 서점에 들렀어요.
 
전에 친구가 가져왔던, 아이돌이 실려 있는 잡지를 찾았어요.
미소가 귀여운 아이돌이 표지를 장식한 그 잡지를 바로 찾아서, 페이지를 넘겨서.
 
아이돌이 되기 위해서는, 오디션을 받아야 한다.
아이돌이 되기 위해서는  어필을 해야만 한다.
그런 걸 배웠어요. 그것 말고도, 수많은 것을.
 
많은 아이돌들이 지금도 태어나고, 사라진다는 것.
아이돌로서 빛나는 것은, 수천만 중에, 한줌에 지나지 않는단 것.
평범한 아이돌 후보생이라면, 힘내자고 생각할지도 몰라요.
 
그렇지만 나나한테는, 자신이 없었어요.
 
만일, 실패하면? 소속은 해도, 안 팔리면?
 
귀중한 시간을 잃을지도 몰라.
그렇게 생각하면 무서워서 견딜 수가 없었어요.
 
과거에, 아이돌이었던 사람의 경험이 쓰인 잡지도 있었어요.
팔락팔락 훑어 읽다가, 한 페이지에 눈이 멈췄어요.
 
고등학교, 대학교를 중퇴하고 한 때 인기를 얻었다, 어떤 이유로 전락했다.
학력도 없고, 아무 것도 없이. 그대로 아이돌 생활을 계속하고 있다고.
 
일순, 아무 것도 생각할 수가 없었어요.
 
페이지를 넘기는 손이 빨라졌어요.
 
과거, 과거, 과거. 검은 과거가 페이지를 메우고 있었어요.
그때로 돌아가고 싶어. 그때부터 다시 시작한다면. 다시 한 번만.
그때의 인기는 어디로 가버린 것인가. 그때, 그때, 그때.
 
그때의, 반짝임은, 어디로 가버린 것일까.
이렇게 될 리가 없었다. 내 인생은, 이럴 리가 없었다.
훨씬 더 빛나서, 사람들 앞에 서서, 그리고, 그리고────!
 
나나의 꿈에, 자그만, 그렇지만, 깊은 금이 간 순간이었어요.
 
비통한 외침이었죠.
 
그 이상 페이지를 넘길 수가 없어서, 그만 읽었어요.
나나한테는 넘길 용기가 없었어요. 넘길 힘이 들질 않았어요.
 
현실을, 알게 됐어요.
 
모두가 부러워하고, 바라고, 동경하는. 그런 직업, 아이돌.
길거리에서 스카우트된 친구들도 있었어요, 아이돌이 될 수 있을지도.
그렇게 웃으면서 기쁘게 말하던 친구들을 떠올리고, 무서워졌어요.
 
무서워서 견딜 수가 없었어요.
 
성공하는 사람이 있으면, 실패하는 사람도 있다. 당연한 일인데.
당연한 일인데, 현실을 보려고도 하지 않았던 자신이 있었다는 사실이.
그리고 아무 생각 없이, 아이돌의 빛만을 바랐다는 것이.
 
…빛이 있으면, 반드시 그림자가 생기는 건데.
 
그러고 나서 어떻게 집에 들어온 건지 기억이 나지 않아요.
 
대충 비칠비칠 걸어서 돌아왔다고 생각해요.
집에 와서 다녀왔어, 그 말만 하고 방으로 들어갔어요.
 
옅은 분홍색으로 된, 나나한테는 조금 큰 침대에 드러누웠어요.
머리맡에는, 인형들이 잔뜩. 어릴 때부터 모았거든요.
싫은 일이 있을 때, 외로울 때. 슬쩍 안고 잠든 기억이 있어요.
 
이제 곧 수험도 다가오는데. 고개만 돌려서, 책상을 봤어요.
늘어선 참고서, 노트. 전부 조그만 포스트잇을 붙여놓고, 여성스러운 글자로 메모를 해놔서.
 
공부를 해야 되는데. 그런 생각이 들어도, 책상에 앉지 않았어요.
…그게, 아니었을지도. 앉을 기분도 들지 않아서, 앉지 않은 것뿐.
 
나나한테 주어진 권리였어요. 의무가 아닌, 권리.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취직하는 것도, 진학하는 것도 자유였으니까요.
 
그 2권의 잡지를 떠올렸어요.
 
나나는 아이돌이 되고 싶어. 그래도, 실패하는 게 두려워.
그렇다고 해서, 대학까지 갈 목표가 있는 것도 아니야.
아아, 어떻게 해야 할까.
 
희망과 절망이 나나를 집어삼켰을 때, 이미 의식은 없었답니다.
 
그리고
 
다시 정신을 차렸을 때는, 하늘이 꽤나 어두워져 있었어요.
저녁을 먹어도, 목욕을 해도, 무슨 짓을 해도, 떨어지지 않았어요.
 
그, 빛과 그림자가.
 
그래도, 언제까지 그대로 있을 수는 없었어요.
시간은 1분 1초, 확실하게 지나가고 있었으니까요.
별로 마음이 내키지는 않았지만, 책상에 앉아서 공부를 시작했죠.
 
좀, 잊고 싶었던 걸지도 모르겠네요.
 
그날부터, 날이면 날마다 공부를 했어요.
아이돌이라는 꿈을 잊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거든요.
포기할 수도 없어, 그렇지만, 떠올리면 괴로워서.
 
아직 괜찮아. 대학에 들어가고 생각해도 돼.
 
나나는, 응석부리고 있었어요. 분명 무슨 수가 있을 거야.
잠깐만, 잊는 것뿐이니까. 그렇게 생각했어요.
 
아무 것도 안 했는데, 실패에 대한 공포만 점점 심해졌어요.
그것과는 반대로, 역시 아이돌이 되고 싶다는 자신도 있었어요.
 
그런 이율배반 속에서도, 3학년 봄이 끝날 무렵
처음 본 모의고사에서, 꽤 우수한 성적을 거둘 수 있었어요.
이거라면 그 대학도 노려볼 수 있어, 여기도, 여기까지 충분히 노려볼 만해.
 
선생님은 나나를 응원해주셨죠.
 
나나를 위해서 일부러 프린트를 만들어주시거나, 질문을 하러 가면
선생님은 자기가 하시던 일을 뒤로하고 가르쳐주셨어요.
다 기대하고 있어. 그런 느낌이 들었어요.
 
…그래도, 공부하는 동기가, 꿈을 잊기 위해서라는 말은, 하지 못한 채.
나나의 수험은, 합격최저점수를 아득하게 넘어서며 성공했어요.
 
제1지망, 세간에서도 고학력이라고 불리는 대학에 합격했을 때도,
아직 나나는 현실을 보고 있었어요. 아직, 괜찮아. 아직, 시간이 있으니까.
 
그런 말을 되풀이했어요.
 
불안을, 초조함을 감추기 위해서, 자기 자신을 속이기 위해서.
사실은, 조금은 후회하고 있으면서. 이걸로 되는 걸까, 이걸로, 그러면서.
 
대학에 들어가고 2년간은 순식간에 흘러갔어요.
공부를 하는 데는 어려움이 없었어요. 수험생 때 요령을 잡은 것 같아서.
 
그리고 나나는 성인이 되어, 술을 마실 수 있게 된 어느 날.
평소부터 함께 다니던 친구와의 술자리에서, 친구가 말했어요.
 
「아아, 이제 슬슬, 취직에 대해서 생각해야겠지.」
 
그 말을 듣고, 나나는 퍼뜩 정신이 들었어요.
 
어라. 나나는, 언제 아이돌이 되는 거였지.
지금까지, 뭘 해온 거지. 어떻게 해야, 아이돌이 되는 거야.
정신을 차렸어요. 대학에서 해온 짓이, 고등학교 때 하던 짓이랑 다를 게 없다는 걸.
 
나나는… 뭘, 하고 있던 거지.
 
초조해졌어요.
 
아이돌이 되고 싶어도, 취직하기 위한 정보도 모아야 돼.
나나의 취직생활에 쓸 정장도, 사진도, 이력서도, 그랬어요.
기업 합동설명회에 출석하기 위한 교통비도, 잔뜩 돈이 들어요.
 
이제 곧 취직도 시야에 넣어야 하는 나나는, 너무 늦었으니까요.
 
거기에다가 아이돌 오디션을 통과해서, 아이돌이 돼?
…가능할 리가, 없었어요. 나나의 꿈이, 현실에 짓뭉개지는 순간이었어요.
 
술자리를 뛰쳐나와서, 집에 돌아왔어요.
 
이번에는 아무 말도 하지 못 하고, 바로 방으로 들어갔어요.
책상에 앉아서, 스스로 썼던, 안쓰러운 망상 노트를 꺼내들었어요.
 
이제 공부할 것도 거의 없어. 책상은 깨끗한 그대로.
첫 번째 페이지. 이런 아이돌이 되고 싶어. 그렇게 쓰여 있었어요.
 
페이지를 넘길수록, 설정은 점점 부풀어갔어요.
정말로, 씁쓸해. 어째서, 이딴 걸 써버린 걸까. 정말로, 어째서.
 
그렇지만
 
여기에 담겨있는 것들이, 아무리 안쓰러운 설정이고
 
대책이 서지 않는 무모한 상상 속의 꿈이었지만.
 
그렇지만, 그런데도, 거기에 쓰여 있던 것들은.
 
 
 
 
 
정말로, 나나가 되고 싶다고 생각하던, 나나였어요.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어졌어요.
 
눈물이 뺨을 타고 흐르는 것을, 멈출 수가 없었어요.
1페이지씩 넘길 때마다, 점점 더 안쓰러워지는 나나의 설정.
 
노래하고 춤추는 성우 아이돌을 목표로, 우사밍성에서 찾아왔다.
…조잡한 망상이고, 상상이라고… 웃어버릴 사람도 있을지도 몰라요. 그래도.
 
그래도, 그렇다고 해도, 그런데도.
그게, 나나의 전부였어요!
어릴 때부터 동경해오고, 바라던.
 
몇 번이나 잊으려고 해도, 그런데도 도저히 포기할 수가 없어서.
단 한 권의 노트, 그런데도, 그 안에는, 나나의 모든 것이 담겨있어서.
 
메이드 일을 하면서, 꿈을 향해가는 설정으로.
우사밍 파워로, 컬러풀 메이드로 변신한다는 설정으로.
 
이것도 저것도, 죽을힘을 다해 생각해서.
시간을 잊을 정도로, 줄곧 그려왔던 꿈을, 스스로 포기하려고 해서.
 
읽고 있는 사이에, 마지막 페이지가 됐어요.
몇 겹이나, 몇 겹이나 쌓여진, 이루어질 리 없는 나나의 설정.
 
그 마지막에는, 이렇게 쓰여 있었어요.
나나가 좋아하는, 분홍색으로. 귀엽게 쓰려고 연습한, 여자아이다운 글씨로.
 
 
 
반드시, 아이돌이 된다.
 
 
 
눈물이, 그치지 않았어요.
 
침대 시트를 있는 힘껏 움켜쥐고, 얼굴을 묻고
넘치는 눈물을 막고, 또 막아도 멈출 수가 없었어요.
한 손에, 소중한 노트를 꼭 껴안고. 후회가 모든 감정을 지배해서
 
‘나나는, 나나는. 무얼 하고 있던 걸까’라고.
 
자기 자신을 속이고, 실패만 보고서, 등을 돌리고
정말로 하고 싶었던 일을, 뭐하나 하지 못했다는 후회로.
 
이 몇 년간은 대체 뭐였던 걸까.
 
하지 않는 것보다 하고 후회하는 편이, 훨씬 나아.
머리로는 알고 있었을 텐데. 어째서 할 수 없었던 걸까.
 
이제, 그 찬스가 돌아올 일은, 없어.
 
언젠가의, 그 잡지를 떠올렸어요.
그리고 조금은, 그 기분을 알았어요.
 
아아, 그때부터, 다시 할 수 있다면.
이렇게 될 리가, 없었는데.
어디서 잘못된 걸까.
 
어디서, 나나는 잘못해버린 걸까.
 
후회막급이라는 말은 참 잘 만든 말이라고 생각해요.
 
결국, 몇 가지 합격한 곳이 있어서, 나나는 OL이 되기로 했어요.
학력에 더해서, 대학 내외를 묻지 않고, 이것저것 취직에 유리한 활동을 해왔으니까요.
 
아이돌이라는 꿈은, 이제 무참히도 사라지기 직전까지 몰려있었어요.
이 나이에, 그런 의상을 입는다니. 그런 생각이 들었거든요.
 
꿈을 이루지 못 했으니까, 나나는 그저 일을 계속했어요.
이번에는 나나가 사람들의 꿈을 이루어줄 수 있도록, 남들을 위해서.
 
당시 사장님께서, 업적을 인정받게 되었어요.
기대되는 신인이라며 칭찬받고, 노력을 인정받아서, 기뻤어요.
 
그 무렵에는, 도쿄에서 전철로 1시간이나 걸리는 아파트를 빌려서 살고 있었어요.
좁았지만, 나나가 혼자서 살기에는 안성맞춤이었죠.
 
나나는 이례적인 출세를 할 수준까지 손이 닿을 것만 같았어요.
그래도… 그렇게 되지는, 않았어요.
 
신인이, 선배들의 실적을 가볍게 제쳐서, 신인과 비교 당하는데.
선배들도 좋은 기분은 안 들었겠죠.
 
그리고 상사도 그랬어요.
 
나나말고는 실적이 안 늘어서 고민하던 부서였으니까,
신인교육에 어려움이 있다고 사장님께 보고를 올린 것 같아요.
 
괴롭힘이, 시작됐어요.
 
지금까지 있었던 사소한 미스.
 
잘 하고 있으니까, 신경 쓰지 마. 우리들이 커버할게.
그렇게 말해주던 모두가, 조금씩, 조금씩.
 
변해갔어요,
 
뒷담이거나, 책상을 어질러 놓거나.
그래도, 나나는 괜찮았다면 거짓말이겠지만, 신경 쓰지는 않았어요.
그때의 나나한테도, 정말 친하게 지내던 친구가 있었으니까요.
 
그것보다 훨씬, 꿈을 포기해야만 했다는 사실이 괴로웠으니까.
 
평소처럼 출근해서, 평소처럼 책상 위를 치우는, 그게 일상이라.
남들의 몇 배나 되는 속도로 일을 처리하고, 정시퇴근.
 
선배도 상사도, 상당히 열 받은 것 같았어요.
 
그리고
 
나나만 그랬다면, 참을 수 있었어요.
상사가, 아버지나 어머니에 대해서 말하기 시작해서, 더 이상은.
 
안 됐어요.
 
나나는 생각하던 말을, 전부 그대로 쏟아냈어요.
 
신입교육이라니 당신은 내게 해준 적도 없잖아요. 일은 알아서 배웠어.
선배님들도 처음에는 잘 해주더니, 지금은 괴롭히기나 하고.
어째서 제가 이런 꼴을 당해야 하죠.
 
저한테만 그러면 상관없어요. 그래도 부모님은 아니잖아요.
 
끝에는 손을 올리게 됐어요. 그런데, 친구가 말려줬죠.
결국은 소동이 나서, 사장실까지 불려가게 됐어요.
 
이제, 여기서 일할 생각이 없었어요.
 
친구가 나나가 당한 일을 사장님께 증언했던 것인지,
그 결과, 상사와 선배의 이동이 결정됐어요.
 
나나를 마음에 들어 했던 사장님도, 친구도.
마지막까지 붙잡아줬지만요, 모르겠더라고요.
 
무얼 위해서 일했고, 나나는 뭘 하고 있는 거였는지.
 
사표를 쓰고, 짐을 챙겨서, 사원증을 반납하고
안녕히 계세요, 지금까지 신세 많았습니다.
 
그 한 마디를 남기고, 그 곳을 나갔어요.
 
그날 밤, 어머니가 전화가 왔어요.
 
어머니는 회사를 그만둔 사실을 알고 계셨어요. 이유도, 전부.
사장님께서 일부러 전화를 걸어주셨다고 해요.
다과를 들고 일부러 찾아와주셨다고 해요.
 
미안하다.
 
어째서 엄마가 사과하는 거야. 그렇게 물어봐도, 대답해주시지 않았어요.
대신에, 지쳤을 테니까, 잠깐 집에 돌아오렴. 그렇게 말해주셨어요.
 
하루 동안 집에 돌아가게 돼서, 생계를 꾸릴 길이 없어서, 구인정보지를 받아왔어요.
어머니는 나나한테 아무 말도 없이, ‘어서 오렴’이라고만, 상냥한 말씀을 건네주셨어요.
 
너무 죄송해서, 말이 잘 나오질 않았어요.
만들어주신 밥도, 확실히 기억하고 있어요.
 
오랜만에 들어온 방은, 아직도 깨끗했어요.
분명 어머니께서 가끔 청소를 해주신 거라고 생각해요.
 
아아, 그리워라, 이 책상.
 
향이 베인 펜을 넣어놨었지
다 함께 찍은 사진을 넣어놨었어.
 
여기에는, 뭐를 넣어놨더라.
가장 위쪽의, 열쇠가 잠긴 서랍장에는.
 
분명, 이 안에는.
 
열쇠는 금방 찾았어요.
 
데스크라이트 바로 옆에 걸려있었죠.
살짝 열쇠를 꽂고, 돌렸더니 철컥하고, 작은 소리를 냈죠.
 
아아, 역시.
여기 있었구나. 이 노트.
볼 수 없도록, 열쇠를 잠가서, 넣어놨었던가.
 
그때는, 실패가 무서웠어.
그때는, 후회했어.
 
어느새, 자문자답하고 있었어요.
 
그럼, 지금은?
 
이제, 실패를 맛봤어.
이제, 후회하고 싶지 않아.
 
잃을 건, 없어. 그럼, 해보고 싶어.
그리고 반드시, 과거로부터 미래를 되찾겠어.
 
잃어버린 미래를, 다시 한 번.
 
 
 
아이돌이라는, 나나의 꿈을.
 
 
 
모든 것이 0이 된 지금.
 
나나는 나나를 속이지 않아.
이제, 아무 것도 포기하지 않겠어. 포기하고 싶지 않아.
 
저기, 엄마. 다 커서 작아진 그 등에, 말을 걸었어요.
왜 그러니. 평소처럼, 너무나 상냥한 목소리로 대답해주는.
 
『나나가 아이돌이 되고 싶다고 하면, 어쩔 거야?』
 
「물론. 옛날에는 쭉 아이돌이 되고 싶다고 했지」
 
「그래도, 평범하게 회사에 들어가서, 출세했으면서」
 
『…응, 그래서, 나나는―――――』
 
 
 
「아이돌, 하고 싶은 거지?」
 
 
 
『…응?』
 
「해봐야만 한다고 생각한단다.」
 
「너의, 나나의. 오래전부터 꾼, 꿈이잖니.」
 
「이런 옷을 입고 싶어, 저런 의상을 입고 싶어.」
 
「노래하고, 춤추는, 아이돌이」
 
「엄마, 다 외웠을 정도란다.」
 
「한동안은, 아르바이트라도 하면서, 해야겠지만.」
 
「엄마가, 응원할 테니까.」
 
「힘들면, 언제라도 돌아오렴.」
 
「여긴 나나의, 집이니까.」
 
싱긋 웃어주셔서.
사양하고 있던 자신이, 바보 같았어.
 
『고마워, 엄마.』
 
그렇게 말하고, 나나도 웃었어.
조금은. 정말 조금.
 
울어버렸어.
 
 
 
아파트로 돌아와서, 구인정보지를 펼치고.
 
손에는, 이제 놓을 수 없는, 나나의 소중한 노트.
무슨 아르바이트가 좋을까. 그렇게 생각하면, 노트를 살짝 보고, 생각했다.
 
그러고 보니까, 메이드 일을 하면서라고 썼지.
이런 구인정보지에, 메이드 카페가 실려 있을라나.
 
찾아봤더니 의외로 잔뜩 있었다.
아, 여기 아는 데다. TV에서 봤어.
혹시, 일하게 되면, 여기서 하고 싶은데.
 
그렇게 생각했을 때, 이미 이력서를 꺼내들고 있었어요.
 
면접 당일이 됐어요.
나나의 사복은, 꽤 찾기가 어려웠어요.
저, 그게… 나나는, 크지, 않으니까요. 키…가.
 
최대한, 발돋움을 해서 어른스러운 복장으로 갔어요.
점장님은 착해보였는데, 그런데도, 이력서를 보고 깜짝 놀라셨어요.
겉보기랑 연령의, 저… 그거에요, 갭에, 놀라셨어요.
 
그래도… 응, 좋은데. 그렇게 말해주셔서, 채용이 결정됐어요.
 
자료 받고, 내일부터 출근해줘.
알겠습니다, 잘 부탁드릴게요. 웃으면서 대답했어요.
 
아, 자기소개 생각해둬.
평범한 거면 안 된다, 임팩트 있는 걸로.
 
알겠습니다!
 
몰랐으면서, 그렇게 대답해 버렸어요.
꿈에 한 발짝 다가섰어요. 메이드 일을 하면서 아이돌.
 
그게, 기뻐서.
 
집에 돌아와서부터, 나나의 고민이 시작됐어요.
 
평범하지 않은, 자기소개? 대체 뭘까.
그리고 깨달았어요. 이 노트의 설정… 또는 상상을 쓰면, 혹시?
 
아니아니아니. 평범하지 않긴 한데, 너무 지나치잖아.
그래도 받은 이름표에는「나나」라고 히라가나로 쓰여 있고.
일단 나나는 이래봬도 20대… 그런데, 다른 애들은, 10대라고 말했고.
 
결국 온종일 고민해도, 방안은 나오지 않았어요.
 
오늘부터, 잘 부탁드립니다. 그렇게 말하며 들어갔어요.
자기소개 어떡하지… 아직 조금 시간이 있고, 아니.
그런 생각을 하면서 가게로 들어섰더니.
 
어디를 봐도 빈자리가 없었어요.
왜? 어떻게. 오늘, 쉬는 날도 아닌데?
생각할 틈도 없이, 선배인 메이드장이 탈의실로 밀어 넣어서.
 
…나중에 들은 말이지만, 점장님이 인터넷으로 공지했다고 해요.
 
정신을 차렸더니 정말 완벽히 나나는 메이드가 되어있었어요.
잘 어울리네요. 메이드장님은 미소를 지으셨어요.
싱긋 웃으면서, ‘그럼, 다녀올래?’라며 한 마디.
 
어, 벌써?
 
「오늘부터 일하게 된, 나나입니다~!」
 
귀여워! 귀여워, 귀여워!
모두 다 엄청 좋아해주셨어요.
 
「자, 자기소개, 자기소개.」
 
아… 깜빡했다, 옷 갈아입을 때라도 생각해둘걸.
그, 그게… 저기. 이렇게 중얼거리는 사이에도 시선이.
 
생각하는 사이에도 주목의 시선이 모여들었다.
아아, 도망칠 수 없어. 그렇게 생각했더니, 벌써 막다른 길이었어요.
 
『노래하고 춤추는 성우 아이돌을 목표로, 나나는 우사밍성에서 찾아왔어요~!』 
 
『꺄핫! 메이드 일을 하면서 꿈을 향해 달려갈게요~!』
 
『응원 잘 부탁해~! 자, 다 같이~! 브이.』
 
 
 
…얼굴에, 불이 난 것만 같았어요.
 
 
 
그래도.
 
그래도 술술 나나는 말했어요.
그럴게, 언젠가는, 말할 생각이었으니까요.
 
귀여운 아이돌이 되고 싶었는데.
노래하고 춤추는 아이돌이 되고 싶었는데.
 
겨우, 꿈에 손이 닿았으니까요.
 
그 순간, 엄청난 환성이 터져 나왔어요.
귀엽다, 귀엽다. 나나야, 같이 사진 찍어줘.
저도, 저도 부탁드립니다! 잠깐 순서를 지켜주세요!
 
모두, 엄청 기뻐하며 나나를 봐주셨어요.
점장님도, 메이드장님도, 메이드 여러분들도 깜짝 놀랐었죠.
 
나중에 임팩트 발군이었다고, 칭찬받았답니다.
 
메이드 카페 일은 굉장히 즐거웠어요.
주이… 소님들이 기뻐해줘서.
 
모두들, 정말 나나한테 잘 해주셨어요.
아무 것도 모르는 나나를, 친절하게, 정중하게
조금씩, 나나를 만나러 오시는 분들도 늘어갔죠.
 
나나야, 나나야. 만나러 왔어.
그런 말을 듣는 것만으로도, 너무나 기뻤어요.
진짜 아이돌들도, 이런 느낌이었을까. 어떨까.
 
그렇게 생각하기 시작했을 때는, 프로덕션을 알아보기 시작했어요.
 
여러 프로덕션들이 있었어요.
 
그래도, 나나는 그 차이를 잘 알 수가 없었어요.
일단은, 아이돌이 되려면 오디션을 받아야지.
화면 가득 표시된 여러 프로덕션의 이름으로 리스트를 만들었어요.
 
도쿄에 있는 프로덕션은,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았어요.
아아, 이렇게나 많으면, 어딘가에 인턴으로라도 받아주지 않을까.
 
프로덕션의 설립, 업무, 발전.
오디션을 받을 때, 그런 것들을 전부 외워갔어요.
 
그 프로덕션에서 활약하는 아이돌은, 이 사람.
프로덕션을 설립하고, 이 정도 기간 동안 이만큼 발전했고
몇 명이나 유명한 아이돌을 세상에 내놓은 프로듀서 있고
 
이 프로덕션은 과거는 이렇고, 현재는 이렇고, 미래에는 어떻게 발전할 것인가.
 
상정해놓은 질문을 검색해서 생각해서, 어떤 것이든지.
나나는, 이상적인 답변을 할 수 있도록, 하루하루 안을 짜냈어요.
취직활동도, 공부도 힘들지 않았던 게, 여기서도 도움이 됐었죠.
 
이력서를 보내고, 일시일정도 정해져서. 남은 건 가는 것뿐.
그때 나나는 생각했어요.
 
지금까지의 경험을 살리면, 반드시 될 거야. 어드밴티지라고
다른 아이돌 후보생들한테는 할 수 없는, 어필이 가능해. 그러니까, 붙을 수 있다고/
 
…아무리 지나도, 나나는 무른 생각을 버리지 못 했던 거죠.
 
오디션을 향해 힘쓰는 나날이 시작됐어요.
 
하루에 몇 군데나 오디션을 받으러 가는 날도 있었어요.
메이드 카페의 아르바이트랑 겹치지 않게, 점장님께서 잘 조정해주셨어요.
 
아무리 잘 아는 지역이라도, 나나의 몸은 작아서
걷고 또 걸어도, 좀처럼 거리가 줄어들질 않아서
 
그렇지만, 나나 교통비로 쓸 금전적인 여유가 없었으니까요.
 
이력서도 몇 장이나 썼는지 몰라요.
깔끔한 옷을 입고, 예쁘게 찍히도록 사진을 찍어야 되고.
자연스러워 보일 정도의 메이크도 해야 하고. 게다가 집세나 생활비도 드니까요.
 
돈, 돈, 돈.
일하고 또 일해도, 플러스가 되지 않았어요.
오히려, 하루하루를 겨우 버틸 정도가 됐죠.
 
밥도 먹어야 되는데, 지갑에 돈은 없지.
예금통장을 열어봐도, 회사에서 일할 때 모아놨던 저금은 바닥을 치고 있었어요.
 
어디서나, 언제까지나 돈은 끈덕지게 들러붙어요. 뭘 해도 돈이 들죠.
목욕하는 것도, TV를 보는 것도. 아무리 사소한 일조차도 말이죠.
살아간다는 것은, 굉장히 돈이 든다고 실감했어요.
 
아르바이트가 끝나고 지쳐서 돌아와, 밥을 만들 여유가 없을 때는,
문 닫기 직전의 슈퍼에 들러서, 반액반찬이나 도시락을 사서 그 날의 허기를 달랬어요.
 
그런데도 받는 통지는, 딱, 한 마디.
짧은 인사말 밑에 이어지는, 세 글자.
 
불합격.
 
저희 회사의 오디션에 응모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신중한 고민의 결과, 유감스럽게도 이번에는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는 결과나 되었습니다.
이 통지를 받으심과 동시에, 부디 받아주시길 바랍니다.
이만 마치며, 귀하의 앞으로의 건투를 기원하겠습니다.
 
문면은 달라도, 불합격인 건 변함없었죠.
도쿄에 있는, 대부분의 프로덕션에서 떨어졌어요.
 
일하고 또 일하고 일하면서, 매일같이 프로덕션을 돌면서 똑같은 어필을 하고, 똑같은 말을 들었어요.
 
그 나이로, 아이돌을 하신다는 건, 좀.
겉보기는 어리고 귀여운데, 으음.
요즘, 그런 설정은 안 먹혀.
 
몸은 완전히 지쳐있었어요. 정신적으로도, 지쳐있었어요.
 
어쩔 수가 없어서, 정말 어쩔 수가 없어서.
집에 돌아가서, 나가기 직전이라 깜빡이는 형광등을 멍하니 바라보면서
 
아아, 그때부터, 다시 할 수 있다면.
 
그런 생각이 들 때마다, 얇아서 따듯하지도 않은 이불 속에 웅크려서, 울었어요.
슬퍼질 때마다, 노트를 펴서, 나나는 자신을 계속 격려했어요.
눈물에 젖어서, 살짝 주름진 노트. 군데군데 찢어졌지만, 그런데도 나나한테는 보물이었어요.
 
나나의, 꿈의 형태였으니까.
 
나머지 프로덕션도 전부 떨어졌어요.
 
몸매 좋고, 단정한 얼굴의 미인이 합격을 빼앗아갔어요.
이걸로, 나나는, 도쿄에 있는 모든 프로덕션에서, 낙선했답니다.
 
도쿄 주변의 프로덕션에 다니는 것은, 불가능했어요.
이때조차도, 점장님께 무리한 부탁을 해서 스케줄을 조정한 거였는데.
그런 짓을 했다가는, 아르바이트마저도 제대로 할 수 없어지니까요.
 
나나의 꿈은, 끝나버렸어요.
 
====================================================================================================
 
넌 꽤 예리해. 맞아, 제대로 봤어. 나는 널 구하고 싶은 게 아니야. 네가 갈려 가는 모습을 독자에게 보여주고 싶지 않을 뿐이야. 지금 날 거부한다면 어차피 넌 통조림 당할 거야. 더 이상 독자를 슬프게 한다면… 차라리 이 손으로 당장 갈아주겠어. 삼각김밥…!
0 여길 눌러 추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