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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분 후에도 10년 후에도 똑같이 살아 있을까요? (백합 - 카나데, 후미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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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5-12, 2015 19:26에 작성됨.

10분 후에도 10년 후에도 똑같이 살아 있을까요?

 

 

처음이에요, 라고 말하면, 당신은 웃을까요?

 

 사람이 많은 곳에 약했습니다.

 기억이 나지 않을 정도로 어렸을 때부터, 그랬던 것, 같습니다. 자신 있었던 시기가 전혀 생각나지 않고, 아무리 더듬어 봐도 안 좋은 기억 밖에 떠오르지 않는다는 것은, 처음부터 별로 좋은 생각이 없었다는 짐작이 듭니다. 큰 길에서도, 쇼핑 몰 통로에서도, 학교 복도에서도, 어디라도 상관없이, 혼잡한 곳에 약했습니다. 옛날부터 그랬고, 19살이 된 지금도 그것은 변함없습니다.

 단지, 그렇다고 싫다, 라고 말하기에는 조금은 머리를 갸웃거리게 되는 것도, 옛날부터 그랬습니다. 『약하다』라는 말도 『싫다』 라는 말 정도로 부정적이지만, 그다지 가고 싶지 않다는 의사를 지닌 것에는 별 차이가 없지만, 그래도 『싫다』라는 이유가 없습니다. 『싫다』 라고 하는 것은 바꾸어 말하자면 『불쾌』 라는 말로, 무언가에 접했을 때 사람에게서 저절로 솟구치는 뭔가 원시적인 감정 같은 것으로, 이성적 판단은 개입하지 않습니다. 싫다고 하는 감정에도 이유가 있다, 그렇게 주장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그것은 감정 그 자체의 이유로가 아니라, 그 감정을 자기가 납득하기 위해 만들어진 이론에 지나지 않습니다. 감정 그 자체에, 이유 같은 것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한편 『약하다』에는 이유가 존재합니다. 그것은 감정 같은 것이 아니라, 무언가에 접했을 때 사람이 생각을 품은 결과에 대한 반응을 부르기 때문입니다. 『싫다』 라는 감정은 손을 쓰기도 힘들고, 뒤집기도 어렵지만, 『약하다』 라는 것에는 희망을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유만 제대로 알게 되면, 『약하다』라는 말은 아직개선의 여지가 있다-- 라고, 기억하고 있습니다. 확실히 2주일 전에 읽은 책에 쓰여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단순하게 이분법으로 나눈 것이 좋지 않다고 생각하지만, 어느 쪽인가 하면 지루한 책. 취향인 책만이 아니라, 눈에 띈 것이 책으로 보이면 망설임 없이 읽기에, 그것이 결국 무엇에 관한 책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굳이 말하자면, 저는 혼잡을 싫어하는 것이 아니라, 혼잡한 것에 약합니다. 이유는, 갑자기 재촉을 받는 것 같고, 저는 느린 편이라 자주 사람들과 부딪치고, 이런 세세한 것들을 열거하면 끝이 없지만, 가장 큰 이유는, 아마 소리일 것이라 생각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자유롭게 돌아다니는 장소에는, 여러 가지 소리가 흘러 넘치고 있습니다. 귀를 제대로 막지 않는 한, 반드시 들리기 때문에, 혼잡에 약합니다. 욕이든 노성이든 웃음소리든 이야기 소리든, 마찬가지 입니다. 어쨌든 귀에 들어가 버리면, 몸 안에서 바람이 휙 지나가는 느낌입니다. 얼었다고 하기엔 충분하지 않은, 그러나 희미하게 망치고 간 것 같은 얇은 얼음 같은 느낌이 들어 몹시 약합니다.

 막상 생각해 보면 갑자기 믿기 어렵지만, 세상에는 제 자신과 완전히 아무 관련 없이 태어나 주어진 시간을 구가하고, 저와 아무 상관없이 죽어가는 사람도 많습니다. 부모 슬하를 떠나 방을 빌리고 나서도 책이 산 같이 쌓아진 제 방에 틀어 박힐 때도, 둘도 없이 눈부실 정도인 시간을 지내고 있는 사람들이, 세상에는 정말로 많이 있습니다.

 대학생이 되어 자유롭게 지낼 수 있는 시간이 늘어 버린 지금, 3일 정도 문도 창문도 열지 않고 종이만을 바라보는 저에게는 드문 일도 아닙니다. 그런 나날을 보내다가, 문득, 그다지 햇빛이 비치지 않은 방의 커텐을 열려고 창가에 서자, 길을 지나가는 것 같은 부모와 자식간의 대화가 들렸습니다.

 무슨 이야기를 하고 있는지는 물론 모릅니다. 인간의 귀는, 주의를 제대로 하고 교환이 제대로 할 때 성립이 됩니다. 저기 있는 어머니가 웃으며 말을 걸고 있는 것도 제가 아니며, 어째서인지는 모르지만 즐거운 듯이 소리를 높이며 말하는 아이도, 제가 아닙니다. 그렇기에 제가 알 수 있는 것은, 그것이 소리라는 것, 그것 하나뿐이었습니다.

 그러나.

 그렇게 관련도 없고, 감동도 없는데도, 지나칠 정도로 눈부신 다른 사람의 소리가, 후미카의 몸 속을 지나갑니다.

 

「……――!」

 

「――!!」

 

「――? ……――!」

 

 혼잡 속에서 제 눈앞을 달리며 지나간 아이들은, 각자 무언가를 말했습니다.

 그 소리. 구멍을 지나가는 듯한 약하고 약한 추위가, 몸 속으로 흘러 들어 갑니다. 그 소리를, 들으면. 저는 아마 벌레처럼 웅크리고, 긴 앞머리가 내려가고, 시야는 검은 비에 갇히게 됩니다..

 저기 눈부신 사람들과 비교하면, 저는 텅 비어 있습니다, 라고 생각해 버리는 것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아서

 그렇기에, 저, 사기사와 후미카는, 혼잡에 약합니다.

 반대로, 독서는 제가 『좋아』 하는 것이기에, 상세하한 이유는 아마 필요 없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가끔 그것을 찾으려 할 때가 있습니다. 어째서 일까요. 좋아하는 것에는 이유가 필요 없는데도, 혹시, 라고 생각해 버릴 때가 있는 것은, 어째서.

 읽는 것 그 자체에 대한 즐거움에 대해서는, 아무리 말해도 표현하기 힘들고, 또 그런 설명이 필요 없을 정도로 확실히 느끼고 있습니다. 책을 읽는 것을 좋아합니다. 새로운 책을 얻으면 가슴이 뜁니다. 평생이 걸려도 뽑을 수 없을 같은 창이 가슴에 박히고, 그 아픔은 몹시 고귀합니다. 하드 커버도 책도, 표지를 천천히 넘기고, 처음 바라보는 순간은 그 무엇도 대신하기 어렵습니다. 그것은 누구도 아닌 제 자신의 마음이기에, 얼마나 따뜻한 감촉인지도 알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가끔 마치 필사적으로 담으려는 것 같다, 라고 것이, 문득 머리 속을 스칩니다. 생기 있게 쓰여진 문장에는, 이 세상에 있는 것을 실제보다 매력적으로 그리는 힘이 깃들어 있습니다. 마치, 다 마시려고 하는 것 같다, 라고 가끔 누군가 웃습니다. 바싹 텅 빈, 이 가슴 속에서.

 다 마셔도 다 마셔도 그것은 너의 것이 아니니까, 그대로 흘러나갈 뿐인데, 어째서 그렇게 우스운 일일 하는 걸까. 어떤 미사여구를 붙여도 공허는 공허인데, 그런 쓸데없는 일만 반복하는 걸까, 라고 누군가가

 비어 있는 눈동자에 비춰지는 사람들의 세계는 언제나 눈부십니다. 가리고 싶을 정도로 빛납니다. 싫은 것은 아니었습니다. 거절하고 싶은 것도 아니었습니다. 아름답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땅에 다리를 디뎠을 때 보이는 햇빛 같이, 그것은 매우 아름다웠습니다.

 그것을 지워도, 지워지지 않고, 단지 아름다울 뿐,

 

 

「예뻐」

 

「……네?」

 

「후미카의 눈동자.」

 

 ――카나데씨가 어째서인지, 아래로 구부려 앉아 손으로 머리카락을 들며, 불편할 텐데도, 내 눈을 보며 말을 합니다.

 항상 그렇습니다. 항상, 이렇게 됩니다.

 신경이 쓰여, 이유를 물었습니다. 적절한 대답을 받을 수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았지만, 카나데씨는 그 이야기는 끝이라는 듯이, 상냥하게 미소를 지었습니다. 제가 생각해도 이상한 말을 한 것 같지만, 그녀는 미소 짓는 방법을 알고 있다, 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것이 무슨 소리인지는,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다만 그녀가 잘 알고 있기에, 그녀의 미소는 정말로, 정말로 좋은 느낌인 것잉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듭니다. 기분이 좋아서, 부드러워서. 기묘할 정도로, 안심이 됩니다. 어째서 당신의 미소만 그런 걸까요, 뭔가 이유가 없으면, 설명을 할 수 없을 정도입니다.

 

「……5시」

 

 그러고 보니 결국 어째서 카나데씨가 그런 말을 했는지 물을 수 없었습니다. 그렇기에 오늘은 한번 더 그것을 물어볼까요. 생각하면서 올려다 보려고 할 때 수수한 벽시계가, 맞은 편에서 바늘을 움직였습니다. 오후 5시. 「5시……」

 약속 시간입니다.

 숙이고 있었던 고개를 주뼛주뼛 살짝만 들고, 눈동자만 움직이며 주변을 살핍니다. 아이스크림을 한 손에 들며 걷는 여고생이 네 사람, 풍채가 좋은 남성과 사파이어색 하이 힐을 신은 여성이 팔짱을 끼고 다니고 있고, 가방을 맨 초등학생. 슈트를 입은 남성, 남성, 여성, 남성. 「그래서, 이제 뭐할 거야?」 바로 눈앞을 지나간 교복을 입은 여자아이들의 목소리에, 반사적으로 고개를 숙입니다. 무겁고 무거운 그것을, 비명을 지를 것 같으면서도 천천히 흘리고, 또 주위를 둘러봅니다. . ――.

 5시, 가 괜찮은 것이었을까요. 애초에, 약속, 이라고 해도 생각해도 되었던 걸까요. 이제 와서 불안해진 걸까, 그런 생각도 들지만, 믿기 어려운 것은 언제나 믿기 어렵기에, 방법이 없는 것입니다. 약속, 을, 했습니다. 저. 「다음이라……그렇네, 목요일은? ……학교? 아아, 빨리 끝나니까 괜찮아. 에, 응? 교복? ……저기 후미카, 당신 나를 몇 살이라고 생각하는 거야?」 그게 아니라, 그, 아이 취급을 하려는 것은 아니지만. 드물게 토라진 표정을 보고 있으면, 그것은 그것 대로, 어쩌면 그렇게 생각해 버린 걸까, 하고 부정할 수만은 없는 것이지만. 「괜찮아, 학교는 이래 뵈어도 성실하게 다니고 있으니까, 가끔은 빠져도 괜찮아. 그렇네, 어디 가고 싶은 곳은 있어? ……밖에 나가지 않는다는 것은, 이번엔 안 돼. 그것이라면 목적을 이룰 수 없으니까」 저는, 학교 돌아오는 길로 좋은 것인지, 아니면, 별로 밖을 다닌 적이 없어서, 라든지, 그런 변명을 할 수 밖에 없어서, 믿을 수 없어서

 

「그,  그러니까…… 저기, 카나데씨」

 

「또 있는 거야?」

 

「……그, 옷이」

 

「옷?」

 

「그, ……그게……데이트, 에, 입고 갈만한 옷은……공교롭게도, 가지고, 있지, 않아서」

 

「그래? 그런 일은 없을 거라 생각하지만」

 

 그 변명이 하나하나 부정당하지 않으면.

 그렇게 해서 이 붕 뜬 듯한 감각을 어떻게든 잡지 않으면, 도저히, 도저히, 믿을 수가 없어서

 

「 후미카는, 평상시 대로 있어도 충분히 매력적이야. ――물론, 멋을 부려 준다면, 두근거리지만」

 

 쿡, 라고 역시 능숙하게 미소를 짓고 있었던 그녀를 멍하니 생각하다 보니, 멋대로 손이 들려 있어서 제 자신도 놀랐습니다.

 아무래도 그 손은 귀 위에, 좀 더 자세하게 말하자면 헤어 밴드를 잡으려고 했던 것 같습니다. 같다, 라는 억측 같은 말투를 제 자신의 행동에 대해 쓰는 것은 어울리지 않은 것 같지만, 어쨌든 사실은 그렇습니다.

 멋을 부린다, 저와 같은 인간이 할 수 있다고는, 생각할 수 없습니다. 복식의 역사나 유행의 추이라면 국가 별로 몇 개 정도 말할 수 있지만, 그것과 이것은 별개입니다. 아무리 문장이라는 지식을 삼켜도, 빈 구멍은 메워지지 않는 것 같습니다. 할 수 있는 것과 아는 것은 정말로 다른 것입니다. 그렇기에, 저에게는 언제든지 그럴 수 있는 사람들이, 눈부십니다.

 그런 사람들 같이 행동하는 건, 절대로, 절대로 할 수 없습니다. 억지로 한다면, ――색을 바꾼 정도. 기껏해야 그 정도입니다.

 

「……….」

 

 그렇지만, 그 정도는, 해도 차이가 없습니다.

 큰 차이는 없습니다. 앞에 있는 레스토랑의, 반짝반짝 닦인 쇼 윈도우에 멍하니 비치는 그림자는, 평소 대로 무뚝뚝하고 따분합니다., 그렇게 될 것이다라고 예상을 한 것과 상관 없이, 집을 나올 때 거울을 평소보다 오래 본 1시간 20분전의 사기사와 후미카에 관해서는, 유감스럽게도 논리적으로 설명할 수가 없습니다.

 

「후미카!」

 

 심장이 뒤집힐 정도로 놀랐는데도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던 것은, 평소에도 그만큼 성대를 쓰지 않은 생활을 하지 않았던 것에 대한 혜택이었을까요?

 

「아, ……카나데, 씨」

 

그러나, 그 뒤에 그녀의 이름을 부른 목소리가 쓸데없이 한심했던 것은, 같은 원인 탓이기에 기뻐할 수만은 없었습니다. 그보다는, 후자가 좀 더 절실한 문제이기에, 개선을 했으면 좋겠습니다.

 

「미안해, 전철이, 늦게 왔어」 아무래도 그녀는 달려 온 것 같습니다. 언제나 흐르는 물 같은 어조가 얕은 호흡 때문에 끊어지고 있고, 뺨은 붉어져 있고, 관자놀이 근처가 얇게 적셔진 사람에 대한 적절한 표현은, 전력 질주를 하면서 왔다, 라는 표현이 맞을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마치 우스울 정도로 하나 하나 짚지 않으면 안 되었던 것은, 그녀가 사과를 했는데도 대답이 늦어 버린 것은, 저에게는 그것이 마치 현실 같이 않아서 였습니다.

 

「저기, 카나데씨」

 

「응……? 미, 미안, 잠깐만, 숨 좀, 고르게 해줘」

 

「달려, 오신 건가요?」

 

 게다가 입을 열면 연대로 그녀의 말을 막아 버리기에, 저로선 어찌할 도리가 없습니다.

 매고 있었던 가방이 어깨에서 흘러내린 것도 신경 쓰지 않고, 무릎에 손을 대고 몸을 숙여 짧게 호흡을 반복하고 있었던 그녀가, 갑자기 눈을 올렸습니다. 화끈해진 얼굴이 저를 향하고 있습니다. 제대로 정리했었을 머리카락이, 살짝 어지럽습니다.

 눈앞에 있는 모든 것이 사실을 전해 주어도, 저는 믿을 수 없습니다. 믿을 수 없어서, 물어 버렸습니다.

 

「어째서……?」

 

「어, 어째서라니」

 

 마지막으로, 더욱 크게 심호흡을 한 카나데씨가, 조금 곤란한 듯한 표정을 지었습니다.

 그아직 구부러진 채로 있었지만, 그래도, 시선이 마주쳤습니다. 아.

 또, 마주, 쳤습니다. 어째서인지, 약간. 기쁠, 지도 ,

 

「……보통, 좋아하는 사람을 기다리게 하고 싶진 않잖아?」

 

 카나데씨가 하나씩 질문에 제대로 대답을 해주었습니다.

 그리고, 어느 정도 진정이 되었는지, 갑자기 고개를 든 카나데씨가 땀이 흐르는 이마를 닦듯이, 손으로 문질렀습니다. 뺨이 붉은 것은, 여기까지 달려 왔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럼, 머리카락 사이로 귀가 촉촉하게 붉었던 것은? 그, 이유는?

 모릅니다, 하지만.

 

「……좋아하는, 사람」

 

「그래」

 

 신기합니다.

 이미 반드시, 엎드리면 코 닿을 데까지 왔습니다. 기묘한 확신이 가슴을 칩니다. 반드시.

 어쩌면, 이제 곧 알 것 같은, 기분이.

 

「어쨌든, 미안해. 사과할게…… 그래,  한턱 내게 해줘」

 

「아, 아니요, 그것은」

 

「거부는 하지 말아줘. 나를 위해서도」

 

「……하, 하아」

 

 가방을 다시 멘 그녀의 쭉 뻗은 몸을 보고 있으면, 바람처럼 걷는 것이 어울릴 거라 생각합니다. 그런데도, 바람처럼, 그런 말이 정말로 정말로 어울리지 않는 저와 보폭을 맞추어 줍니다. 카나데 씨는 아무래도 사람을 놀라게 하는 재능을 가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어째서 일까요. 대답이 기록된 페이지는 이제 곧, 일 거라 생각합니다.

 키는 비슷한데도, 시선이 맞지 않았던 것은, 저의 자세가 좋지 않아서.

 

「아, 그러고 보니, 후미카」

 

「네?」

 

 그럼에도 눈을 맞추고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것은, 카나데씨가 천천히 고개를 기울여, 얼굴을 들여다보고 주기 때문입니다.

 그것이, ――생각 이상으로, 매우, 매우, 기뻤습니다.

 

「그거」

 

 

「그것?」

 

「헤어 밴드. 어울려, 귀여워」

 

 두근거려 버렸습니다, 가볍게 어깨를 움츠린 카나데씨가 아주 살짝 앞으로 가, 다시 페이스를 맞추어 줍니다. 혹시, 귀가 붉었던 것이 회복될 때까지의 시간, 였던 것일까요. 믿기 어렵게도, 설마 제 마음이 붕 뜰 때까지, 라고는 생각하기 힘듭니다.

 밖에 나간 적이 그다지 많지 않은 저에게 카페를 제안해 준 카나데씨는, 분위기가 좋은 곳이고,그런 곳이면 책을 읽기 쉬울 거야, 라고 말하며 미소를 지어 주었습니다. 저는 어떤가 하면, 혹시 저에 대해 실망하지 않을까, 조금 무서워져서, 가방을 꽉 잡았습니다. 전차 안은 혼잡해서, 서 있는 동안, 사람들의 소리를 내쫓을 수 없었습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오늘은, 가방 속에 책을 넣지 않았습니다. 잊은 것이 아니라,

 잊은 것이 아니라, 되도록 많은 이야기를 하고 싶었습니다, 라고 말하면, 당신은, 웃을까요?

 아무리 쏟아도 텅텅 비어 있었던 저의 페이지는, 지금도 백지입니다. 너무 눈이 부셔서, 저는 그 무엇을 써야 할지도 알 수 없었습니다. 밖은 눈부셔서 저 같은 것하고는 어울리지 않아서, 그것만 확인해서, 아직도 붓을 어떻게 들어야 할지도 모릅니다.

 그렇게 말하면, 당신은 웃을까요?

 

「그러니까……제법 종류가 많아. 여러 가지를 고를 수 있다는 점에서는 편리하지만…… 후미카는 무엇으로 할래?」

 

「……저, 는」

 

 무엇이든 전부, 처음이라고 말한다면, 당신은, 웃을까요?

 반드시 잘 쓸 수는 없을 것입니다, 몇 번이나 당신에게 폐를 끼치고, 몇 번이나 당신을 곤란하게 만들고, 몇 번이나 몇 번이나, 보기 흉한 것을 보여드릴 지도 모릅니다.

 그래도.

 그 때마다 몇 번이나, 몇 번이나, 페이지를 넘기고,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아, ……저기」

 

「?」

 

 

 그런 식으로.

 당신과 사랑을 시작도, 괜찮을까요?

 

「……카나데씨와, 같은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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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님이 다른 블로그에 올린 걸 픽시브에는 합쳐서 올렸는데, 내용이 완전히 다른 것이라 따로 올릴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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