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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하야「내 가슴이 작은 건 아무리 생각해도 프로듀서 잘못이야」(1/2)

댓글: 5 / 조회: 4747 / 추천: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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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11-19, 2012 23:38에 작성됨.

원본 : http://ssimas.blog.fc2.com/blog-entry-615.html


1 : VIPにかわりましてNIPPERがお送りします(愛知県):2012/07/14(土) 05:11:59.24 ID:QsAbV1y6o



삐약삐약삐약삐약삐약삐약

치하야「으음……」쭈욱

치하야「아침…… 이네……」

막 일어난 참이라 의식이 몽롱한 채로 나는 거울 앞에 선다.

아련한 기대를 품고서 거울에 비친 모습을 바라보고는, 가차없는 현실에 한숨을 흘린다.

치하야「하아……」

한숨을 흘린 뒤 고개를 숙이고, 직선으로 내리꽂은 시선이 마루에 박히는 것까지가 매일 아침의 습관이다.

나는 가슴이 작다.

그것 자체는 딱히 아무래도 상관 없는 거지만.


2 : VIPにかわりましてNIPPERがお送りします(愛知県):2012/07/14(土) 05:12:27.39 ID:QsAbV1y6o



아침 식사는 전부 콩 종류다.두부에 콩가루를 뿌리고 두유를 마신다.

디저트로 사과를 반 개.

이소플라본과 에스트로겐을 섭취한다. 맛은 아무래도 좋다.

식사에서 기쁨을 찾아내는 타입이 아닌 나는 이런 때에 정말 도움이 된다.



 



3VIPにかわりましてNIPPERがお送りします:2012/07/14(土) 05:13:12.84 ID:QsAbV1y6o


식사 후에 잠시 휴식을 취하고 나서 시간이 될 때까지 트레이닝을 한다.

복근과 흉근을 중점적으로 단련했다.

치하야「후웃…… 후웃……」

마룻바닥에 땀이 스며든다.

트레이닝 중에는 숫자를 세는 것에만 집중해 간다.

모든 군살을 잘라낸 사고가 날카롭게 되어 가는 것은 나를 도취시켜 때때로 정신없이 몰두하게 만든다.

삐약삐약삐약삐약삐약

알람이 울렸다. 샤워를 하고 나서 나가기로 하자.


 



4VIPにかわりましてNIPPERがお送りします:2012/07/14(土) 05:13:40.05 ID:QsAbV1y6o


치하야「안녕하세요」

하루카「안녕, 치하야」

사무소에는 다른 아이돌도 이미 와 있었다.

얼마 되지 않는 짐을 로커에 넣어 두고 있는데 아즈사 씨와 시죠 씨가 품위 있게 이야기를 하고 있는게 보인다.

아즈사「그건 대단하네~」

타카네「그러한…… 걸까요. 제게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두 사람이 팔짱을 끼고 몸을 비비꼬며 입가에 손을 대고서 무슨 일인지 웃을 때마다

출렁~ 출렁~

치하야「………………」

마음속에 약간 씁쓸한 패배감이 소용돌이친다.


 



5VIPにかわりましてNIPPERがお送りします:2012/07/14(土) 05:14:12.17 ID:QsAbV1y6o


치하야「지나갈게요……」

아즈사「어머어머~ 미안해~」

타카네「실례했군요. 자, 지나가세요」

두 사람이 옆으로 비켜서 비게 된 공간을 빠져 나가니

물컹 물렁

부드러운 가시가 팔을 통해서 내 신경을 찔러댔다.

치하야「……읏」



 



6VIPにかわりましてNIPPERがお送りします:2012/07/14(土) 05:14:37.84 ID:QsAbV1y6o


재빠르게 빠져 나오고 나서 소파에 기댄다.

천장을 바라보면서 방금 전의 감정을 해석했다.

……가슴의 크기 따위, 인간의 가치에는 아무런 관계도 없을 터이다.

사실, 최근까지 나는 신경 쓰고 있지 않았었고, 이소플라본이나 대흉근의 트레이닝도 하지 않았었다.

나는 노래하기 위해서 이곳에 있는 것이고, 절반쯤은 그것을 위해서 살고 있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다.

부모님의 이혼을 계기로 활동에 집중할 수 있도록 자취를 시작했기에, 집에는 오락을 위한 물건은 하나도 없다.

그렇다고 하는데도, 어째서 이렇게나 신경이 쓰이는 걸까.


 



7VIPにかわりましてNIPPERがお送りします:2012/07/14(土) 05:15:11.04 ID:QsAbV1y6o


칵테일 파티 효과로 잡음 속에서 귀가 제멋대로 정보를 선택한다.

아미「요즘 가O이 아픈데 이거 혹시 병인 걸까?」

하루카「아하하하……」

성장기인 거겠지.

내게도 그런 게 있었던 걸까.

히에라르키의 최하층에서 나는 숨을 죽이고 귀를 닫는다. (피라미드 형태의 계급 제도)

쓸데없는 곳에 에너지를 사용하지 않도록 조개처럼 살며시 틀어박힌다.

가늘게 열린 눈은 세계를 좁게 만들고, 닫힌 귀는 소리를 무의미한 웅성거림으로 바꾼다.


 



8VIPにかわりましてNIPPERがお送りします:2012/07/14(土) 05:17:06.42 ID:QsAbV1y6o


유키호「안녕하세요, 프로듀서」

심장 소리가 커졌다.

자세를 바로하고 읽지도 않는 잡지를 손에 쥐고서 글자를 훑는다.


P「모두들 안녕. 오늘은 조금 덥구만~」

마미「좀 더 큰 에어컨 사자구~」

리츠코「너희들이 착실히 돈을 벌어 와 준다면 개인용 에어컨을 사 줄게」

곁눈으로 프로듀서를 보니 잠자느라 헝클어진 머리카락에다 칠칠치 못하게 비뚤어진 넥타이가 신경 쓰인다.

아슬아슬할 때까지 자고 계셨던 걸까?

나답지도 않게 쓸데없는 참견을 하고 있다는 걸 깨닫고는 스스로를 경계한다.

그는 어른이다. 내가 이렇다 저렇다 말할 처지가 아니다.


 



9VIPにかわりましてNIPPERがお送りします:2012/07/14(土) 05:17:47.61 ID:QsAbV1y6o


하루카「프로듀서 씨, 머리카락이 대단하다구요?」

P「어, 정말? ……으아, 꽤나 뻗쳐있네」

하루카「그리고 넥타이도 비뚤어져 있어요. 자자」


익숙한 동작으로 하루카가 프로듀서를 도와주고 있으니, 주위에서 야유가 날아든다.

아미「오~? 신혼부부 같네~」

마미「하루룽 꽤 하네~」

하루카「그, 그런 게 아니야~! 정말~!」

P「아하하하……. 고마워, 하루카」

하루카「아뇨, 이 정도야……」

새빨간 얼굴을 한 하루카를 본다면 누구든지 눈치를 채겠지.

……한 사람을 제외하고.


 



10VIPにかわりましてNIPPERがお送りします:2012/07/14(土) 05:18:15.99 ID:QsAbV1y6o


조금 전까지는 미소가 지어지던 그 광경이, 지금은 가슴을 아프게 한다.

그 감정이 우엇인지는 모르지만 결코 좋은 것은 아니겠지.

정체를 알 수 없는 부정적인 감정이 나를 차가운 색으로 물들인다.

차단하려는 것처럼 이어폰을 귀에 꽂았다.

흘러나온 음악에 집중하면, 나는 다른 세계에 내려선다.

P「…………、…………그래서 ……말이지」

시선만이 남았을 뿐이었다.


 



11VIPにかわりましてNIPPERがお送りします:2012/07/14(土) 06:30:40.15 ID:QsAbV1y6o


코치「아냐, 아냐! 조금 더 강하게 감정을 표출해! 그래서는 로봇 같단 말야!」

치하야「네, 네에!」

나는 감정을 표현하는 게 서투르다.

무심결에 노래를 부를 것만 같은 기쁨도, 타오르는 것 같은 분노도,
바다 밑바닥에 가로놓인 깊고 어두운 슬픔도, 펄쩍 뛰어오를 정도의 기쁨도.

동생이 사고로 죽고 난 뒤부터, 나는 되도록 감정을 드러내지 않도록 하고 있었다.

토해 낸 격정이 밑바닥에 가라앉은 슬픔을 휘저으니까.


부모님에게 의지하는 건 불가능했다.

그 사람들은 자신의 일로 벅차서 아이의 눈에도 위태롭게 보였다.

가면을 뒤집어 쓰고 자칫하면 폭발할 것만 같은 격정을 억누르며 사는 동안,
나는 재미 없는 인간이 되어 있었다.


 



12VIPにかわりましてNIPPERがお送りします:2012/07/14(土) 06:33:12.07 ID:QsAbV1y6o


노래.

노래를 부르는 동안에만은 해방된다.

감정을 적나라하게 토해 내도, 그건 표현의 일환일 뿐이다.

어쩐지 남의 일인 것처럼 자신을 바라보고 있으면, 쌓였던 진흙탕 때문에 탁해지는 일은 없다.

하지만 역시 어딘가에 공포가, 혹은 다른 생각이 방해를 한다.

기교는―――자기 입으로 말하는 것도 그렇지만―――남들보다 뛰어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아직도 아이돌로서 시원찮은 것은, 분명 그런 약한 자신을 간파당하고 있기 때문이다.


레슨이 끝나고 인사를 하니 코치가 이렇게 말했다.

『목소리는 나오고 있어. 리듬도 음정도 충분해.
그럼에도 네 노래에는 아직 조심스러워 하는 느낌이 있단 말이지……。
후훗, 그래도 이전보다는 훨씬 더 자신을 표현해 내고 있어. 확실하게 성장하고 있다구』

한 번 더 머리를 숙이고 집으로 돌아갔다.


 



17VIPにかわりましてNIPPERがお送りします:2012/07/14(土) 15:25:00.00 ID:QsAbV1y6o


내가 서투르긴 하지만 노래에 마음을 실을 수 있게 된 것은 765의 따뜻하고 온화한 분위기 덕분이겠지.

특히 하루카와 프로듀서에게는 정말로 감사할 따름이다.

서투른 나는 말로도, 형태로도 그 마음을 전할 수 있었던 적은 없지만.

그런 자신을 답답하게 생각하면서 일상을 보내고 있었다.


 



18VIPにかわりましてNIPPERがお送りします:2012/07/14(土) 15:25:55.43 ID:QsAbV1y6o


P「안녕, 치하야. 오늘은 새로운 옷이구나」

치하야「안녕하세요. 네, 요즘은 더우니까요」

재미없는 이유라고 자조한다.

P「응, 역시 잘 어울려. 날씬하니까 팬츠 룩이 잘 어울리네」

치하야「감사합니다……」

이 사람은 둔하다. 그런데도 때때로 두근거릴 만한 말을 태연하게 하는 거다.

어째서 이렇게도 가슴이 고동치는 지는 모르겠지만.

기뻐하는 자신에게 위화감을 느끼면서 멍하니 이야기를 한다.

치하야「――――――」

P「――――――?」

치하야「――――――――」

P「――――――」

별 거 아닌 잡담에 기분이 좋아진다.

자연스럽게 볼이 느슨해지고 눈이 가늘게 되었다.


 



19VIPにかわりましてNIPPERがお送りします:2012/07/14(土) 15:27:57.04 ID:QsAbV1y6o


하루카「안녕! 하세요~!」

흠칫 하고 몸이 흔들렸다.

이유도 없이 죄악감이 치밀어 오른다.

P「안녕, 하루카. 오늘도 기운차구나~」

하루카「에헤헤, 들어 주세요~. 아, 치하야도 안녕! 아침밥! 이러고, 헤헤」

치하야「안녕, 하루카」

하루카는 만면에 웃음을 띄운 채 오늘 사무소에 오면서 있었던 일을 재미있으면서 유쾌하게 이야기하고 있다.

그걸 보는 프로듀서의 얼굴은 매우 다정했다.


 



20VIPにかわりましてNIPPERがお送りします:2012/07/14(土) 15:28:29.41 ID:QsAbV1y6o


마음이 요동쳐서 차분하게 있을 수가 없게 된다.

안도인 건지, 적막인 건지, 우려인 건지.

토막나 버린 감정를 보지 않으려 하면서, 두 사람에게 방해가 되지 않도록 조용히 물러났다.

소파에 앉은 나는 조개가 된다.

가늘게 열린 눈은 세계를 좁게 만들고, 닫힌 귀에는 아무 것도 들어오지 않았다.


 



22VIPにかわりましてNIPPERがお送りします:2012/07/14(土) 17:11:26.78 ID:QsAbV1y6o


무미건조한 저녁 식사를 기계적으로 입에 옮기고 있는데 전화가 걸려 왔다.

따르르르르르릉

치하야「네, 여보세요. 무슨 일이야? 하루카」

그녀는 특별히 용건이 없어도 전화를 걸어 온다.

나로서는 전화보다도 직접 얼굴을 맞대고 이야기하는 쪽이 피곤하지 않아서 좋아, 라고는 말할 수가 없었다.

별것 아니다. 나도 그녀와의 수다를 즐기고 있는 거다.

하루카『아, 치하야? 에헤헤. 그러니까 말야, 지금 뭐 하고 있었어?』

치하야「저녁밥을 먹고 있었어」

포크로 마카로니를 쿡쿡 찌르면서 대답한다.

하루카『와! 미안, 이따가 다시 전화할까?』

치하야「괜찮아, 딱히. 이미 배도 가득 찼으니까」

반 정도 남은 그라탕은 완전히 다 식어있어서 더 이상 먹을 기분이 들지 않았다.


 



23VIPにかわりましてNIPPERがお送りします:2012/07/14(土) 17:11:58.38 ID:QsAbV1y6o


하루카『그래……?』

치하야「그래, 그런데 무슨 일인데? 스케줄 확인이라든지 그런 거야?」

자신의 목소리가 사무적인 내용이라 혐오하게 된다. 아무 것도 아닌 이야기일지라도 괜찮을 거면서.

하루카『응……, 오늘 치하야가 어쩐지 기운 없는 것 같았으니까, 무슨 일이 있었나 해서』

치하야「그런……가? 그렇지도 않았다고 생각하는데. 기분 탓인 거 아닐까?」

약한 모습을 보이기 싫어하는 건 내 나쁜 습관이다.

그렇다고는 하지만, 나 자신도 애매모호한 기분을 잘 전달할 수가 없는 이상,
쓸데없는 걱정을 끼치고 싶지는 않다.

하루카『……그래? 정말로?』

치하야「그래. 평상시대로야. 걱정해 줘서 고마워」

하루카『응……』

초침이 큰 소리로 자신이 일을 하고 있음을 알리고 있다.


 



24VIPにかわりましてNIPPERがお送りします:2012/07/14(土) 17:12:39.79 ID:QsAbV1y6o


그대로 반 바퀴 정도 초침이 움직이는 걸 보고 있으니 하루카가 대화를 재개해 주었다.

하루카『저기 말야, 치하야』

치하야「응」

치하야『프로듀서 씨를, 어떻게 생각해?』

스피커로부터 철괴가 튀어나와 내 뇌수를 뒤흔들었다.

치하야「…………어떻게, 라니?」

몇 초인지, 몇십 초인지.

하루카의 진의를 파악하지 못한 채 동요를 억누르고 되묻는다.

하루카『그러니까……, 치하야의 눈으로 보기에 어떤 사람이야?』

송화구를 막고서「후우」하고 숨을 토해 냈다.

치하야「그러네. 일 관계로는 상당히 의지가 된다고 생각해」

치하야『으, 응』

너무 노골적으로 얼버무린 건가.

아니나다를까 불만스러운 느낌의 질문이 날아왔다.



 



25VIPにかわりましてNIPPERがお送りします:2012/07/14(土) 17:13:07.42 ID:QsAbV1y6o


하루카『그런게 아니라, ……남자로서 어떻게 생각하려나, 해서』

치하야「……어째서 그런 걸?」

하루카에게는 몇 번이나 연애 상담을 들어 주고 있다.

애초에 제대로 된 언애 따위 해본 적이 없는 내가 할 수 있는 어드바이스 같은 건 기껏해야 뻔하기에,
그녀의 불만이나 자랑을 듣는 정도지만.

하루카『으~……』

치하야「…………」

『화내지 마?』라고 몇 번이나 사전에 주의를 받고 나서, 예상대로 최악의 질문이 날아왔다.

하루카『치하야는 프로듀서를, ……좋아한다거나, 하지 않아?』


 



26VIPにかわりましてNIPPERがお送りします:2012/07/14(土) 17:14:25.04 ID:QsAbV1y6o


치하야「그럴 리 없어」

재빨리 단정한다.

치하야「칠칠치 못하고 우유부단하고……, 어린애 같은 부분도 나는 고역이야. 미덥지 않는걸.
하루카에게는 미안하지만, 어째서 그 사람인 건지 이해하기 어렵네」

하루카『아, 아하하하……. 단칼에 말했네~』

치하야「그래. 솔직히 말하면 그 사람에게 남성으로서의 매력을 전혀 느끼지 않아」

하루카『잠, 그건 아무리 그래도 지나친 말이야!』

그러네.

가슴속으로 중얼거렸다.


 



27VIPにかわりましてNIPPERがお送りします:2012/07/14(土) 17:14:50.71 ID:QsAbV1y6o


하루카『칠칠치 못한 점은 내벼러 둘 수 없는 기분이 들고』

우유부단한 건 상냥하니까 그런 것.


하루카『어린애스러운 점도 애교가 있는 거고』

기쁜 것 같이 웃는 얼굴을 보면 가슴에 꽃이 피는 것 같고.


하루카『그야, 조금 둔감하고 미덥지 않은 점도 있지만……』

분명 옆에 있으면 가장 안심할 수 있는 사람.


 



28VIPにかわりましてNIPPERがお送りします:2012/07/14(土) 17:15:43.44 ID:QsAbV1y6o


하루카『그러니까……』

치하야「네네, 잘 들었습니다. 왜? 또 좋아하는 사람 자랑을 두 시간이나 할 생각인 거야?」

하루카『아, 아니야~! 나는 치하야가 걱정되서……』

치하야「후후……, 괜찮아. 조금 잠이 부족했던 것뿐. 그러니까 오늘은 빨리 잘 생각이야」

하루카『아, 그렇구나. 미안해, 이상한 전화 해서』

치하야「괜찮아, 할 일도 없었으니까」

하루카『응……』

치하야「힘내. 응원하고 있어」

하루카『으, 응……!』


30분 정도 잡담을 하고서 전화를 끊었다.

침대에 누워 뒹굴거리면서 통화했던 내용을 반추하고 있으니,
자신이 지나치게 침울해 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치하야「…………싫어」

누구를 향해서 한 말인 걸까.


마음속에 안개가 낀 것 같아서 기분 나쁘다.

몸을 뒤척이며 무시해 보아도, 하루카와 프로듀서에 대해서 생각하니 이유 없이 눈물이 나왔다.

이유는 생각하지 않는다.

생각해서는 안 된다.

생각해서는 안 되는 이유도 생각해서는 안 된다.

그 감정이 어느 누구도 행복하게 만들지 않는다는 것만은 이해하고 있었다.


 



31VIPにかわりましてNIPPERがお送りします:2012/07/14(土) 19:43:08.04 ID:QsAbV1y6o


좌석에 깊숙히 걸터앉아 운전하는 프로듀서의 얼굴을 지그시 보고 있었다.

켜져 있는 채인 라디오에서는 저저번주에 하루카와 내가
슬슬 몰려올 기미를 보이기 시작한 장마에 대해서 했던 이야기가 들려오고 있다.

P「~~♪」

흘러나온 곡에 맞춰 프로듀서가 콧노래를 피로했다.

치하야「……후후」

중간 중간 음이 빗나가서 웃고 말았다.

P「어, 어라? 틀렸어?」

백미러 너머로 눈이 마주쳤다.

치하야「네, 틀렸어요」

P「이상하네~……. 이렇게? 이렇게인가?」

수정을 가할 때마다 자꾸자꾸 원곡과의 차이가 커져만 가서

P「뭐야 이거. 아냐, 아니라고 이거」

프로듀서도 웃고 말았다.


 



32VIPにかわりましてNIPPERがお送りします:2012/07/14(土) 19:43:53.84 ID:QsAbV1y6o


거울에 비친 프로듀서는 즐거워 보여서 계속 보고 있고 싶다고 생각했다.


그러니까 나는

치하야「저기……, 묻고 싶은 게 있는데요」

그 웃는 얼굴로부터 눈을 돌렸다.


P「응? 뭔데?」

시야의 끝에서 살색이 움직인다.

백미러 너머로 이쪽을 본 거겠지

치하야「하루카…… 말인데요」

P「? 응, 하루카에게 무슨 일이 있었어?」


긴장이 고조된다.

내가 하려 하고 있는 건 괜한 참견일지도 모른다.

아니, 애당초 다른 사람이 관여해야 할 문제가 아니겠지.

그렇다고 하더라도, 묻고 싶었다.

하루카를 위해서.

그리고 어쩌면 나를 위해서.


 



33VIPにかわりましてNIPPERがお送りします:2012/07/14(土) 19:44:21.17 ID:QsAbV1y6o


치하야「프로듀서는 하루카를, 어떻게 하실 생각인 건가요?」

P「………………」

생각보다 엄한 어조가 되어 버렸다.

P「어떻게 한다니……, 그야 뻔하지」

치하야「………………」

도망치고 싶은 마음을 강하게 억눌렀다.

P「톱 아이돌로 만들 거다. 물론 다른 아이들도 말이지」

둔한 것도 정도가 있다.

금이 가는 소리가 들렸다.


 



34VIPにかわりましてNIPPERがお送りします:2012/07/14(土) 19:45:03.82 ID:QsAbV1y6o


치하야「그런 의미가 아니라……」

P「………………」

치하야「저기, 여성으로서 어떤가 하는 거예요」

P「그런 감정은, 없어」

불합리함을 자각하면서도, 산산조각이 난 분노가 흩날린다.

치하야「어째서요!?」

P「어째서냐니……」

치하야「하루카는! ……하루카는 상냥한 아이예요. 언제나 긍정적이고 노력파예요.
가정적이고, 심지가 굳은 점도 있고, 여자다운 부분은 전부 가지고 있고……」

입으로 나오는 한 마디 한 마디가 나를 괴롭게 한다.

그녀의 매력이라는 건, 요컨대 내게는 없는 것뿐이니까.


 



35VIPにかわりましてNIPPERがお送りします:2012/07/14(土) 19:45:41.50 ID:QsAbV1y6o


치하야「정말로 눈치 채지 못하고 계신 건가요!? 하루카는 당신을……」

P「알고 있어」

치하야「……에」

P「당연하잖아. 그렇게나 알기 쉬운데도 눈치 채지 못한다는 건 말이 안 되지」

치하야「그렇다면…… 그렇다면……」

그렇다면 어째서 대답해 주지 않는 건가.

곤혹과 고요한 분노로 인해 나는 말이 막혔다.


P「아니 하지만, 아무런 말도 듣지 않았는데 내가『그럴 생각은 없어』라고 말하는 것도 이상하잖아」

치하야「그건…… 그렇지만요. 하지만……」

아직까지 납득이 되지 않는 나를 보고서「곤란한데」하며 프로듀서는 머리를 벅벅 긁었다.

P「아마……, 아니, 아니네. 아~……」

치하야「…………」


얼버무리게 두지 않겠다는 듯, 말을 머뭇거리는 프로듀서를 계속 노려보았다.


 



36VIPにかわりましてNIPPERがお送りします:2012/07/14(土) 19:46:13.15 ID:QsAbV1y6o


P「나……. 그런 게 있어. 말 안 하면 안 돼?」

치하야「당연하죠」

프로듀서는 포기한 듯이 천장을 향해서 숨을 토해 냈다.

P「그러니까……, 좋아하는 사람이 있어」

치하야「그런…… 가요?」

P「응」

몰랐다. 눈치 채지 못했다.

충분히 있을 수 있었던 이야기겠지만, 지금까지 그 가능성을 생각했던 적은 한 번도 없었다.

너무 큰 충격으로 인해 어깨에서 힘이 빠진다.

머리 받침대에 머리를 기대니, 별다른 이유도 없이 계속 길러 온 머리카락이 스륵스륵 노래를 불렀다.


 



37VIPにかわりましてNIPPERがお送りします:2012/07/14(土) 19:46:44.78 ID:QsAbV1y6o


치하야「어떤 사람, 인가요」

창 밖을 보니 사무소까지는 아직 멀었다.

아침부터 계속 팽창해온 비구름은 언제 비를 뿌려 대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커져 있었다.

P「스토익하고……, 조금 슬렌더한 사람, 이야」

치하야「……실례지만, 어쩐지 신경질적인 것 같은 여성이네요.
가정적이고 그…… 풍만한 편이 좋지 않나요? 남자 분은 그런 타입에게 끌린다고 생각했었어요」

P「…………」

험담 같이 되어 버렸다.

감정의 표출이 서투른 나는 정작 흥분하면 폭주해 버리는 경향이 있다.

그 때마다 반성하긴 하지만 전혀 나아지지 않는다.


 



38VIPにかわりましてNIPPERがお送りします:2012/07/14(土) 19:47:17.78 ID:QsAbV1y6o


P「덧붙이자면 노래를 잘 하고, 머리카락은 길어. 그리고 친구를 위해서 정말로 열심인 아이, 지」

머리가 길고 노래를 잘 한다고 하면 우리 사무소에도 몇 명 정도 후보는 있다.

애초에 모두들 글래머니까 아니겠지만.

치하야「하아……, 혹시 제가 알고 있는 사람인가요?」

P「응, 잘 알고 있는 사람」

치하야「방송국 사람인가요? 혹시」

흐름에 이끌려 깊게 파고들어 버린다.

하루카에게 뭐라고 전해야 괜찮은 걸까.


 



39VIPにかわりましてNIPPERがお送りします:2012/07/14(土) 19:47:59.46 ID:QsAbV1y6o


P「……일부러 그러는 거야?」

치하야「네?」

앞을 보니 빨간불의 아래를 보행자가 횡단하고 있었다.

프로듀서는 돌아보며 다소 불쾌하다는 눈으로 보고 있다.

치하야「어? 네?」

무슨 이야기인 걸까. 뭔가 빠뜨리고 들은 건 아닐 텐데.

P「후~……, 말해도 괜찮아?」

정면으로 돌아선 프로듀서의 목소리에서 진지함이 커졌다.

치하야「……? 네에, 부탁 드릴게요」

의아한 표정의 나와, 그걸 보고 한 번 더 한숨을 쉰 프로듀서가 거울에 비쳤다.

P「너를 말하는 거야」

사고는 도중에서 끊기고, 호흡이 멎었다.

시야가 어두워지고 피가 흘러가는 소리가 들린다.

P「나는 네가……」

끝까지 듣지 않고 차를 박차고 나왔다.

신호가 파란불로 바뀌고, 움직이지 않는 차의 흐름에 성급한 경적이 섞인다.

굵은 빗줄기가 지면에 둥글게 스며들었다.


 



50VIPにかわりましてNIPPERがお送りします:2012/07/15(日) 06:30:41.14 ID:I2qYPAJeo


치하야「하아! 하아!」

짧지 않은 거리를 쉬지 않고 계속 달려, 입 안에는 피 맛이 섞이고 있었다.

사정없이 계속 퍼부은 비의 잔재가 방울져 떨어져서 현관에는 웅덩이가 생겼다.


따르르르르르릉 따르르르르르릉


프로듀서에게서 전화가 왔다.

반사적으로 전원을 끄고 욕실로 뛰어들었다.

머리부터 끼얹은 목욕물에 오열이 녹아서 사라진다.

갈 곳 없는 혐오감이 구석구석까지 차올라 있었다.

천 갈래 만 갈래로 흐트러진 통곡은 반향할 때마다 나를 찔러 댔다.


 



51VIPにかわりましてNIPPERがお送りします:2012/07/15(日) 06:31:10.45 ID:I2qYPAJeo


아무 것도 생각할 수 없게 될 때까지 샤워를 하고 옷을 갈아입은 뒤에 침구로 몸을 싸고서 주저앉았다.

무릎에 얼굴을 묻고 빗소리를 센다.

시간이 아무리 지나도 진정되는 일은 없었다.


떠오르는 건 하루카와 프로듀서의 모습.

나는 그것을 한 발 물러서서 바라보고 있다.

그것만으로, 정말 그것만으로 괜찮았는데…….


 



52VIPにかわりましてNIPPERがお送りします:2012/07/15(日) 06:32:38.82 ID:I2qYPAJeo


띵동~

머리가 휙 움직이고 눈을 떴다.

손님이다.

의식하기 시작하니 심장이 뛰는 소리가 두근두근 시끄럽다.


띵동~

치하야「……네」

긴장하면서 인터폰 수화기를 든다.

이 집을 알고 있는 사람은 얼마 되지 않는다. 찾아오는 사람이라고 하면 더욱더 그렇다.

프로듀서라면……, 나는, 어떻게 해야.

하루카「아, 치하야? 나야, 나」

치하야「하루카……?」


시계를 보니 거의 오후 8시.

집이 멀리 있는 그녀에게는 아슬아슬한 시간이겠지.

갑자기 찾아온 것도 이해가 되지 않는다.


 



53VIPにかわりましてNIPPERがお送りします:2012/07/15(日) 06:33:12.48 ID:I2qYPAJeo


치하야「무슨 일이야? 평소에는 전화로…… 앗」

전원을 꺼 둔 채였다.

하루카「됐으니까 열어 줘~. 손이, 손이~」

치하야「네네」

그제서야 겨우 방이 어둡다는 걸 깨달았다.


 



54VIPにかわりましてNIPPERがお送りします:2012/07/15(日) 06:34:42.33 ID:I2qYPAJeo


불을 켜고서 하루카를 마중한다.

치하야「어서 와. 어째…… 뭐야, 그거?」

하루카「함께 밥 먹으려고 생각해서……, 저녁 아직 안 먹었지?」

하루카의 손에는 커다란 슈퍼마켓의 봉지가 매달려 있었다.

치하야「우와, 무겁네, 이거」

하나 받아 들고서 안을 보니 절반으로 잘라진 배추의 단면이 보였다.

양손으로 들고서 부엌으로 향한다.


하루카「이야~ 너무 많이 사 버렸네. 가격이 싸길래 그만……」

치하야「저기 말야……」

쓴소리를 하려고 하다가 목구멍에서 멈춘다.

하루카의 눈은 새빨갛고, 주위는 부어 있었다.


하루카「왜 그래?」

억지로 웃음을 지은 애처로운 얼굴로 질문을 하니 아무런 말도 할 수가 없었다.

치하야「……아무 것도 아냐. 그래서? 뭘 할 생각인 거야?」

하루카「오늘은 전골입니다~!」

또 하나의 봉지에서 거대한 냄비를 꺼내고 나서, 하루카가 쾌활한 목소리로 선언했다.


 



56VIPにかわりましてNIPPERがお送りします [saga] :2012/07/15(日) 06:36:13.36 ID:I2qYPAJeo


하루카의 지시로 늦은 저녁 준비가 이루어진다.

펄펄 끓어오른 냄비에서는 좋은 냄새가 났다.


하루카「잘 먹겠습니다~」

치하야「잘 먹겠습니다」

손을 모으고 나서 먹기 시작한다.

치하야「맛있어……」

폰즈(ポン酢, 간장 비스무리한 소스)의 담백한 풍미가 닭고기 미트볼에도, 야채에도 잘 맞는다.

하루카「그치그치?」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표고버섯을 집어먹고 있었다.


치하야「하지만 이 시기에 전골은 조금 괴롭네」

하루카「아하하……, 그러네. 나도 깨달았어」

에어콘을 풀로 가동시켜서 상쇄한다.

하루카 치고는 덜렁대는 방법이 조금 희한하다고 생각했다.


 



62VIPにかわりましてNIPPERがお送りします [saga] :2012/07/15(日) 13:42:38.18 ID:I2qYPAJeo


말을 걸어 보려 했다가 결국은 그만둔다.

그건 하루카도 같은 모양인지라, 얼굴을 들었다가 다시 아래를 바라보고 있었다.


하루카「저기…… 말야?」

먼저 입을 연 건 하루카였다.

하루카「오늘 여기 온 건, 프로듀서 씨에게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이야」

앞접시(取り皿)를 응시했다.

치하야「응……」


하루카「프로듀서 씨, 엄청 당황하셔서 말야」

치하야「그래……」

계속 건성으로 대답하는 나에게 하루카는 천천히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63VIPにかわりましてNIPPERがお送りします [saga] :2012/07/15(日) 13:44:01.70 ID:I2qYPAJeo


하루카「에헤헤……, 그래서 내가 억지를 써서 무슨 일인지를 들었어」

치하야「…………」

하루카「프로듀서 씨, 엄청 곤란해 하셨지만 제대로 이야기를 해 주셨어……. 응」

일부러 밝은 척을 하면서

하루카「차였어. 아쉽네」

하루카는 아무 일도 아니라는 듯이 말했다.


치하야「미안해……」

쥐어짜낸 목소리는 잠겨 있어서 꼴사납다.

치하야「나, 어째서 이렇게 된 걸까……. 항상 소중한 사람에게 혼란을 일으키고……」

젓가락이 떨려서 진정되지가 않는다.

치하야「부모님도, 하루카도, 프로듀서도, 나 때문에……」



하루카「치하야, 그건 이상해」

시원하게 부정되었다.


 



64VIPにかわりましてNIPPERがお送りします [saga] :2012/07/15(日) 13:45:32.56 ID:I2qYPAJeo


치하야「……어?」

상상했던 것과는 반대로 하루카는 강한 눈빛으로 나를 보고 있었다.

하루카「나도 그렇게 대단한 말을 할 수 있는 정도로 잘 알지는 못하지만」

치하야「…………」

하루카「누군가 때문에 잘 되지 않는다, 같은 건, 그런 건 변명일 뿐이라고 생각해」

치하야「하지만, 하지만……! 내가 없다면……!」

하루카「치하야!」

엄한 목소리에 온몸이 긴장되었다.

발소리의 기세로 보아 얻어맞는게 아닌가 생각했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고,

하루카는 나를 있는 힘껏 껴안았다.


 



65VIPにかわりましてNIPPERがお送りします [saga] :2012/07/15(日) 13:46:15.09 ID:I2qYPAJeo


하루카「나 말야, 치하야가 있어 줘서 정말 정말 다행이라고, 그렇게 생각하고 있어. ……진짜라구?
치하야가 없었으면 좋았을 텐데, 라고는 절대로 생각하지 않아」

치하야「하지만, 나, 나는……, 응원하겠다고,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했었는데……!」

하루카「그러면」

팔에 힘이 들어가서 아플 정도다.

하루카「그러면 이번에는 내가 ―― 응원할 차례네」

가슴에 온화하게 울렸다.

치하야「――――――윽」

지지 않을 정도로 강하게 껴안고서, 소리도 없이 몸을 떨었다.


 



66VIPにかわりましてNIPPERがお送りします [saga] :2012/07/15(日) 13:47:44.20 ID:I2qYPAJeo


이불을 나란히 깔아두고서 기어들어갔다.

하루카「미안해, 갑자기 왔는데 집에 묵어가게 되서……」

머리를 흔들고 나서 살며시 손을 잡았다.

하루카「? 응, 고마워. ……어쩐지 부끄럽네」

꼬옥하고 하루카가 손을 잡아 주었다.


치하야「내 부모님은 말야……」

천장을 보면서, 누구에게도 말한 적이 없는 생각을 조용하게 말로 자아낸다.

치하야「예전에는 그래뵈도 상당히 금슬 좋은 부부였어.
정말로 사이가 좋아서……, 나도 언젠가 저런 부부가 되고 싶다고, 그렇게 생각할 정도로」

하루카「응……」

치하야「하지만 세상 일은 모르는 거지.
유우가……, 남동생이 죽고 나서는 서로 상대방 탓이라고 치부하면서 항상 싸움만 할뿐.
같은 방에 있어도 말 한 마디도 하지 않게 되어서……,
결국에는 얼굴을 마주치지 않도록 서로가 없는 때에만 집에 돌아오게 되었어」

하루카가 살며시 다시 잡아 주었다.

「듣고 있어」라고 전해져 오는 것 같아서, 괴로운 추억이 부드럽게 누그러졌다.


 



67VIPにかわりましてNIPPERがお送りします [saga] :2012/07/15(日) 13:48:24.78 ID:I2qYPAJeo


치하야「응……, 그래서 어쩐지 무서워져서…….
아무리 마음이 맞더라도, 무언가 하나 어긋나면 망가지는 게 아닌가 해서.
언제나 계속되는 관계 같은 건 없는 게 아닐까, 그렇게 생각했더니 불안해서…….
   
프로듀서에게서……, 그, 들었을 때에도 맨 처음 느낀 건『무섭다』, 그것뿐이었어.
하루카와도, 프로듀서와도, 지금까지의 관계가 전부 부서질 것만 같아서……」

하루카「치하야는……」

치하야「응……」

하루카「겁쟁이인 거네」

치하야「으, 응……?」

하루카「치하야의 아버지와 어머니는……, 솔직히 잘은 모르겠어.
모르겠지만…… 하지만 두 사람 다 유우를 매우 소중하게 생각했던 거야.
그래서 잘 받아들일 수가 없어서, 유감스런 일이 되어 버린 거라고 생각해」

이번에는 내가 잡아 주었다.


 



68VIPにかわりましてNIPPERがお送りします [saga] :2012/07/15(日) 13:49:56.28 ID:I2qYPAJeo


하루카「하지만 말야, 딱 한 가지 용서할 수 없는 건, 그걸로 인해 치하야의 기분을 소홀히 했다는 거.
어쩔 수 없는 면도 있겠지만, 그렇다고 해도 더욱더 치하야를 바라봐 주었으면 좋았을 텐데」

치하야「……고마워」

하루카「미안해, 험담이 되어 버렸네」

치하야「아냐, 괜찮아」

하루카「하지만 말야, 그건 그거, 이건 이거. 부모님 같은 관계가 전부라고 생각하면 안 된다구?
……나는 치하야가 말야, 행복하게 되었으면 해. 막 잘난 척 이러고, 에헤헤」

혀를 내놓고 익살을 부리면서도 눈빛은 진지해서, 나를 진정으로 생각해 주고 있다는 걸 깨달을 수 있었다.

치하야「하루카……」

하루카「에헤헤, 진짜라구? 괜찮아!  
치하야라면 좋은 아내도, 상냥한 엄마도 반드시 될 수 있으니까 말야!」

치하야「응……, 응……」

모처럼 지은 웃음이 다시 눈물로 일그러졌다.

나도 같은 생각이다.

하루카가 행복하게 되기를 바란다고 간절히 빌었다.


 



69VIPにかわりましてNIPPERがお送りします [saga] :2012/07/15(日) 13:51:28.81 ID:I2qYPAJeo


치하야「나, 자신의 마음을 잘 모르겠어」

자신의 불안을 술술 이야기하는 건 간지럽고 불안하지만,
그런데도 가슴의 답답함이 사라지는 듯해서 기분 좋았다.

치하야「프로듀서를……, 그…… 좋아한다, 고는 생각하지만 말야」

말이 막히면서도 때로는 빠른 말투로.

치하야「그 좋아한다느 기분이 어떤 건지, 그걸 알 수가 없어서…….
그래서 역시 불안해져서……, 하루카는 괜찮다고 말해 주지만, 그래도……」

하루카「으~음……」

하루카도 곤란한 듯한 소리를 냈다.


 



70VIPにかわりましてNIPPERがお送りします [saga] :2012/07/15(日) 13:52:54.20 ID:I2qYPAJeo


하루카「그러네~, 예를 들면…….
프로듀서 씨가 다른 여자아이와 함께 있으면 가슴이 괴로워진다거나 하지 않아?」

치하야「…………괴로워져」

하루카「옆에 있으면 두근두근하거나, 안심되거나 해?」

치하야「……그렇게 돼」

하루카「그건 말야, 사랑이야. 선배가 보장합니다」

치하야「그, 그렇구나……」

그렇다는 건, 이게 내 첫사랑이라는 게 되는 건가.

안개가 끼인 것 같았던 기분은『사랑』이라는 이름이 붙여져 뚜렷한 형태를 갖추었다.

하얗고 작은 꽃이다.

아직 미숙하고, 막 벌어지기 시작한 꽃봉오리는 무거운 듯이 머리를 숙이고 있지만.

조용히 생각하고 있으니 서서히 몸이 뜨거워졌다.


 



71VIPにかわりましてNIPPERがお送りします [saga] :2012/07/15(日) 13:54:34.33 ID:I2qYPAJeo


치하야「…………」

하루카「사랑은 말야, 기쁘거나 하기만 한 게 아냐. 그 사람을 생각하고 있으면 불안해지거나, 슬퍼지거나…….
그래그래, 이렇게…… 잘 알 수가 없는 엉망진창인 부분들 전부가『사랑』인 거야」

치하야「응……」

지금이라면 알 수 있을 것 같다.

망연하게 프로듀서를 생각한다.

퐁, 하고 볼이 불타는 것처럼 빨갛게 되었다.


하루카「아, 하지만 말야」

그런 나를 보고서 하루카가 장난스럽게 미소를 짓는다.

하루카「혹시, 혹시나 말야? 아~~~무리 해도 프로듀서 씨와 잘 되지 않을 것 같다면……」

치하야「우후후……, 그건 안 돼. 아무리 하루카라도 양보하지 않을 거야」


이 가슴에 핀 조그만 꽃은 아직 간단하게 꺾을 수 있을 것처럼 가냘프지만.

상당히 때늦은 개화이긴 하지만.

소중히 하고 싶다고 생각했다.

하루카「체~엣」

입을 뾰족하게 내민 하루카와 얼굴을 마주보며 서로 웃었다.

비는 언제부터인가 그쳐서, 달이 다정하게 미소를 지어주고 있는 듯 했다.


 



75VIPにかわりましてNIPPERがお送りします [saga] :2012/07/15(日) 18:04:52.66 ID:I2qYPAJeo


아침 식사는 어제 남은 걸 이용해서 제대로 챙겨 먹었다.

가끔씩은 이런 아침도 좋다.

하루카가 남은 식재료의 사용법을 냉장고에 덕지덕지 붙이고 있는 걸 보면서 생각했다.



하루카를 역까지 배웅하고 나서 나는 반대 방향의 전철에 올라탔다.

휴일의 어중간한 시간대는 좌석이 드문드문 비어 있었지만,
나는 손잡이에 한 손을 걸치고서 거리의 모습을 조망하고 있었다.

역명을 알리는 아나운스가 나오기 전에, 곧 내릴 역에 도착할 거라는 걸 익숙한 경치를 통해 깨닫는다.

등을 쭉 펴고 앞을 향해서 한 걸음씩 지면에 발을 착실히 붙이면서 걸었다.


 



76VIPにかわりましてNIPPERがお送りします [saga] :2012/07/15(日) 18:05:20.50 ID:I2qYPAJeo


사무소의 문을 열고 인사를 하니 오토나시 씨가 눈을 크게 깜빡이고 계셨다.

코토리「어, 어라? 치하야는 오늘 쉬는 날인데?」

치하야「안녕하세요. 프로듀서는 어디 계시나요?」

코토리「프로듀서 씨라면 아까 옥상에서 쉬고 온다면서……」

치하야「감사합니다」

가볍게 머리를 숙이고 뒤로 돌았더니

코토리「……힘내렴!」

치하야「? 네, 네에」

어째서인지 격려를 받았다.


 



77VIPにかわりましてNIPPERがお送りします [saga] :2012/07/15(日) 18:05:56.21 ID:I2qYPAJeo


계단을 천천히 올라가고 있으니, 이제와서지만 긴장되기 시작한다.

나는 프로듀서를 만나서 어쩌려는 걸까.

목적이 분명하지 않은 채 행동으로 옮기는 건 나로서는 희한한 일이다.

강하게 울리는 가슴을 억누르고 옥상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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