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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토리 「술과 눈물과 남자와 여자와 방과 와이셔츠와 나」(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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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6-22, 2013 21:08에 작성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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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P를 대신해서 NIPPER가 보내드립니다:2013/06/16(日) 18:10:40.50 ID:47cHRoXw0

문자를 보낸 직후에 프로듀서 씨한테서 전화가 왔습니다.

쌀쌀맞은 목소리로 저는 바로 전화를 받았습니다.

전화기 너머에서는 왜 헤어지자고 한 거냐고 프로듀서 씨가 묻고 있었습니다.

그 목소리를 들으니 가슴이 미어지는 것 같았지만 그것도 금방 사라져 저는 태연하게 프로듀서 씨에게 말했습니다.



『제가 헤어져야겠다고 생각해서 그렇게 전한 거예요. 딱히 깊은 의미는 없어요.』



전화기 너머에서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있는 프로듀서 씨.

저는 그런 침묵이 깨어지기 전에 전화를 끊었습니다.

그리고… 두 번 다시 프로듀서 씨에게서 전화가 걸려 오는 일은 없었습니다.




19VIP를 대신해서 NIPPER가 보내드립니다:2013/06/16(日) 18:14:22.00 ID:47cHRoXw0


.


집에 돌아오고 나서 불을 켜지도 않고 침대에 걸터앉았습니다.

불을 켜면 보고 싶지 않은 것들이 보이니까요.

프로듀서 씨의 옷

프로듀서 씨의 머그컵

프로듀서 씨의 책

프로듀서 씨의 사진

제 방은 이미 저 혼자만의 것이 아니었던 겁니다.

이 방에는 프로듀서 씨가 가득 차 있었습니다.

그걸 보고 싶지 않았습니다.

시각으로도 확인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청각으로도 확인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후각만큼은 프로듀서 씨를 느끼고 있었습니다.

방 안에서 희미하게 느껴지는 프로듀서의 체취

코로 들어온 그 냄새가 제 눈물샘을 자극합니다.

저는 소리를 내어 울었습니다.

이제 와서 도망쳐버린 자신을 탓하는 듯이 울었습니다.

아까의 일을 없던 일로 하려고 문자를 쓰려는 손을 간신히 막고 있었습니다.

착신이력의 가장 위에 있는 프로듀서 씨의 번호로 전화를 걸려는 것을 간신히 참고 있었습니다.

자기 형편만 좋은…… 저는 그런 여자였던 걸까요?




20VIP를 대신해서 NIPPER가 보내드립니다:2013/06/16(日) 18:18:53.22 ID:47cHRoXw0


얼마 동안이나 울었던 걸까요

저는 방 안에서 무릎을 감싸 안고 앉아있었습니다.

커튼을 치는 것도 잊어버려 창문에선 달빛이 들어오고 있었습니다.

그 달빛은 옷걸이에 걸어둔 프로듀서 씨의 와이셔츠를 비추고 있었습니다.

책상 사이에 끼어있는 와이셔츠

제 남자친구의 와이셔츠

…그러네요 …"예전" 남자친구인 거네요…

……오늘은 잠을 못 이룰 것 같네요.




21VIP를 대신해서 NIPPER가 보내드립니다:2013/06/16(日) 18:23:56.48 ID:47cHRoXw0


잔혹하게도, 오지 않았으면 하는 다음 날이 오고 맙니다.

방금 전까지 달빛이 비추던 창에서는 어슴푸레 햇빛이 들어오고 있었습니다.

오늘도 일하러 가지 않으면.

자연스럽게 몸이 움직이기 시작합니다.

습관이란 건 정말로 무섭네요.

샤워를 하고 머리를 말립니다.

화장을 하고 머리를 정돈합니다.

그렇게 완성된 오토나시 코토리

거울에 비치는 건 765프로의 사무원인 나.

조금 눈이 부은 것 같지만… 언제나와 같은 저입니다.

…슬슬 출발하지 않으면




22VIP를 대신해서 NIPPER가 보내드립니다:2013/06/16(日) 18:27:37.29 ID:47cHRoXw0


코토리「안녕하세요.」



아무도 없는 사무소에 제 목소리가 울려 퍼집니다.

당연하네요. 항상 누구보다도 사무소에 일찍 오는 저니까요.

언제나와 같은 일입니다.

타임카드(출근도장)를 찍고 언제나와 같은 일과가 시작됩니다.

일단은 사무소를 가볍게 청소하는 걸로.

최근 야요이쨩도 바빠져서 청소를 도와주지 못하게 되어서 큰일이네요.

다음은 모두들이 오기 전에 서류를 정리

일의 양도 늘어서, 예전엔 바로 끝나던 것이 이제는 시간이 얼마나 있어도 부족해서… 행복한 비명이네요.

그렇게 일을 하고 있었더니… 프로듀서 씨가 왔습니다.

사무소에 둘 밖에 없는 좋은 기회니, 포옹을 하거나 키스를 하거나 했겠지만…

……안 돼…잊지 않으면…일 중이니까…



찰칵



넘쳐흐를 것 같은 눈물을 간신히 참고, 살짝 열린 사무소의 문으로 시선을 향했습니다.

…거기엔 시선을 아래로 돌린 프로듀서가 있었습니다.




23VIP를 대신해서 NIPPER가 보내드립니다:2013/06/16(日) 18:34:17.01 ID:47cHRoXw0



코토리「…안……」



안 돼, 아침 인사도 못하겠어…



P「…」



프로듀서 씨는 이쪽을 한번 봤다가 곧바로 시선을 돌려 자신의 책상에 앉았습니다.

프로듀서 씨의 눈에는 눈물이 맺혀있었습니다.

그리고 갑자기 귀에 이어폰을 꽂더니, 앞에 있는 서류들을 정리하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그런 프로듀서 씨에게서 시선을 돌리지 못했습니다.

그대로 시간은 계속 흘러

저는 프로듀서 씨를 계속 보고 있는 채로

프로듀서는 계속 서류를 정리하고 있는 채로

종이가 스치는 소리, 시곗바늘이 시간의 경과를 알리는 소리만이 들렸습니다.

저는 지금 어떤 얼굴을 하고 있을까요?

…볼이 뜨거워지는 걸 느꼈습니다.

제 눈에선 눈물이 흐르고 있었습니다.

저는 그걸 계속 닦아냈습니다.

프로듀서 씨가 눈치 채면 안 되니까. 

프로듀서 씨가 걱정하게 하면 안 되니까.




24VIP를 대신해서 NIPPER가 보내드립니다:2013/06/16(日) 18:40:06.58 ID:47cHRoXw0


코토리「읏… 우으…」



소리를 억누르려고 입을 막습니다.

그렇게 하면 눈물을 닦을 손이 사라져 눈물이 흘러내리고 맙니다.

그 눈물을 닦자니, 소리가 새어나오고 맙니다.

제자리걸음이네요.

저는 눈물로 흐려진 시선을 프로듀서 씨에게로 옮겼습니다.

들킨 건 아닌가 확인해야 했기 때문에.



P「…」



프로듀서 씨는 계속 서류를 정리하고 있었습니다.

제 변화를 알아차리는 일도 없이 열심히…

저는… 뭘 하고 있는 걸까요?

자기 멋대로 프로듀서 씨를 차버리고

자기 멋대로 비극의 히로인이 되어서

…이젠……그저 우습네요…




25VIP를 대신해서 NIPPER가 보내드립니다:2013/06/16(日) 18:45:15.49 ID:47cHRoXw0


그 날은 특별한 일은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언제나처럼 모두를 사무소에서 맞이하고

언제나처럼 잡일을 하고

언제나처럼 귀갓길에 오르는

그런 저를 맞이해주는 제 방.

저만의 방입니다.

불을 켜려는 손이 멈췄습니다.

만약 불을 켜서, 지금 방의 모든 것이 보인다면 저는 견뎌낼 수 있을까요?

저는… 전등의 스위치에서 손을 뗐습니다.




26VIP를 대신해서 NIPPER가 보내드립니다:2013/06/16(日) 18:49:56.91 ID:47cHRoXw0


어둠 속에서 술을 찾습니다.

분명 주방 아래쪽에 있었을 텐데…

아… 있다… 일본주 한됫병…

저는 잔을 손을 더듬어 찾아, 그 잔에 일본주를 난폭하게 따라서… 그 자리에서 단숨에 들이켰습니다.

목 안쪽이 뜨거워지는 게 느껴지네요.

하지만 가슴의 답답함은 사라지지 않습니다.

이걸 계속 마신다면 그 답답함도 사라질 지도 모릅니다.

…완벽하게 드라마에 나올만한 걸 따라하는 것이지만

하지만 그것밖엔 의지할 데가 없었습니다.

저는 잔에 술을 따르는 것도 번거로워서, 병 채로… 그대로 한 번에 마셔버렸습니다.

아… 머리가 어질어질…

그 순간, 제 머릿속에서 프로듀서의 얼굴이 사라졌습니다.

좀 더… 좀 더 마시면…… 제 안에 있는 캄캄한 답답함이 사라질 거예요.

그 후로도 계속 술을 마셨습니다.

몇 번이고, 몇 번이고, 몇 번이고, 몇 번이고, 몇 번이고, 몇 번이고.




27VIP를 대신해서 NIPPER가 보내드립니다:2013/06/16(日) 18:53:33.04 ID:47cHRoXw0


정신을 차려보니 저는 프로듀서 씨의 와이셔츠를 안고서, 주방에 누워있었습니다.

눈 쪽을 만져보니 손끝이 떨리는 감촉

저는 울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술을 마시던 사이의 기억은 없었습니다.

그 순간만큼은 프로듀서 씨를 잊을 수 있었습니다.







…그걸 알아버려선 안 되는 일이었는데.

그 날부터 저는 매일같이 술을 마셨습니다.

일본주, 맥주에 위스키

소주, 칵테일에 매실주

술이라고 하는 건 뭐든지 마셨습니다.

사무소에서는 억지로 밝은 이미지를 연기했습니다.

프로듀서 씨와는 여전히 사무적인 일 이외에는 하지 않았지만…

그 때 생겨난 캄캄한 답답함을 없애기 위해 술에 빠진 것처럼 계속 마셨습니다.

매일매일매일매일매일매일매일매일…




28VIP를 대신해서 NIPPER가 보내드립니다:2013/06/16(日) 18:58:00.41 ID:47cHRoXw0


.



정신이 들었을 때엔 저는 병원의 침대에 누워있었습니다.

저는 어떻게든 무거운 몸을 일으켜 세워서, 지금 처한 상황을 이해해 보려고 했습니다.

왜 내가 여기 있는 거지?

아까까지만 해도 나는 선술집에서 술을 마시고 있었을 텐데

응… 그래… 거기까진 기억이 있어…

…어째서?












저는 멍하니 공중을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그런 방심상태의 저에게 누군가 말을 걸었습니다.

흰 옷을 입은 사람이 침대의 옆에 서있었습니다.



코토리「…저 …제가 여기엔 어째서?」



입을 열고 제일 처음 한 말이 그것.

자신이 처한 상황을 이해할 수 없었으니, 당연한 일입니다.




30VIP를 대신해서 NIPPER가 보내드립니다:2013/06/16(日) 19:02:45.63 ID:47cHRoXw0


「환자분은 급성 알콜 중독으로 병원에 실려 오셨어요. 생명에 지장은 없으니 안심하세요. 그냥 가벼운 정도의 증상이니, 모레 정도면 퇴원하실 수 있어요.」



흰 옷을 입은 남자는 대본이라도 있는 것처럼 단조롭고 억양 없는 목소리로 그렇게 말했습니다.

그래도 그 말로 지금 상황을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너무 많이 마신건가… 간단한 일이네요.










흰 옷의 남자는 어느 샌가 사라지고, 대신 간호사가 와서 제 팔에 꽂혀있는 바늘에 튜브를 연결했습니다.

그런 간호사에게서 시선을 병실의 창문으로 돌려, 거기에 펼쳐져있는 푸른 하늘을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구름이 움직이는 건 느긋해서, 마치 저를 놀리는 것처럼 우아하게 떠다니고 있었습니다.

그런 광경이 싫어져서, 시선을 팔 쪽으로 돌리니 어느 샌가 바늘에 튜브를 연결하는 작업이 끝나서, 거기에 있던 간호사도 사라지고 그 대신…이라고 하기엔 뭐하지만 아즈사 씨가 침대 옆에 있었습니다.




31VIP를 대신해서 NIPPER가 보내드립니다:2013/06/16(日) 19:08:51.12 ID:47cHRoXw0


아즈사「…이제 …괜찮으신 건가요?」

코토리「…네 …괜찮아요.」



어째서인지 놀라지는 않았습니다.

이게 자연스러운 흐름이라는 듯해서 제 마음은 침착해졌습니다.



아즈사「…몸 상태 뿐만이 아니라 오토나시 씨 말이에요.」

코토리「…」



아즈사 씨가 무슨 말을 하는 건지 잘 모르겠습니다.

내 몸 상태… 그건 주사를 맞고 있으니 괜찮을 텐데



코토리「…모레 정도면 퇴원할 수 있다니까… 괜찮을 거예요…」

아즈사「…프로듀서 씨의 일 말이에요.」



제 가슴이 찔린 듯 아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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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읏, 속이 쓰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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