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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iDOLM@STER 두개의 Star /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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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6-19, 2013 00:42에 작성됨.



제 12 화 골든 위크를 보내는 법 5 성인 회담

골든 위크 4일째, 어제 지나간 저기압 때문일까, 밖은 잔뜩 흐린 하늘이었다.
그런 우중충한 아침 7시 아카리는 일어나자마자 부엌으로 향했다.
이렇게 자고 일어났을 때는 머리를 맑게 하고 싶었기에, 인스턴트가 아닌 제대로 된 커피를 마시기로 한다.
덧붙이자면 오늘은 부모님끼리 당일치기로 여행을 가셔서 집에 부모님은 안 계셨다.

첫째로 핸드밀을 사용해서 오랜만에 제대로 원두를 갈기 시작했는데, 그것만으로도 원두의 그윽한 냄새가 감돈다.
그 향기로운 냄새를 맡자 잠에 조금은 취해있던 아카리의 머리가 서서히 맑아지기 시작한다.
…응, 좋은 느낌이야.

이런 냄새는 인스턴트에서는 맛볼 수 없다. 역시 그라인더를 쓰는 게 좋네.
머그 컵 위에 핸드밀을 통해 간 원두를 넣은 드리퍼를 올리고 조금씩 끓는 물을 흘린다.
그렇게 완성된 커피를 한 모금 마시면서 뉴스를 보기 위해 티비를 켰다.

" 골든 위크 마지막 날인 오늘, 돌아오는 차량 때문에 고속도로 정체가… "

어느 채널을 돌려봐도 비슷한 내용만 나온다, 재미없어.
그만큼 이 세계는 평화롭다는 걸까.

( … 신문이라도 볼까. 딱히 흥미로운 뉴스도 없네. )

아카리는 딱히 TV에서 볼만한 게 없자, 소파에 앉아 신문을 보기로 한다.
그렇지만, 눈으로는 신문의 활자를 읽으려고 했지만, 의식은 왠지 다른 곳으로 가버린다.

( 골든 위크도 내일로 끝나는 건가…, 짧게 느껴진다. )

정말, 올해의 골든 위크는 금방 끝나버린 느낌이다.
사실 연휴 기간 동안 사무소 사람들하고 개인 훈련한 것을 외엔 딱히 한 일이 없지만, 꽤 충실히 보낸 연휴였다.
지금까지 잘 모르고 있었던 사람들과 친해지고, 그 사람들의 모르는 일면을 보기도 했다. 작년에는 그저 수면시간만 늘어났을 연휴기간이였는데…
그런 생각을 하며 정치 경제면을 다 읽고 스포츠란으로 넘어가려고 했을 때 누군가 계단을 내려 오는 소리가 들린다.

( …아마 미키 누나는 아니겠지 )

미키는 오늘 스케쥴이 완전히 프리했다. 그렇게 된다면 분명 늦게까지 자 버릴 거고… 거기에 무엇보다 발소리가 달랐다..

" …언제나 빨라, 아카리 "

신문에서 시선을 살짝 돌리자, 역시나 아카리의 예상대로였다.
아카리의 시선에는 사복 차림의 나오가 어이가 없다는 표정으로 서있었다.

" 안녕, 나오 누나… 어디가는거야? "

사복 차림에다가 메고 있는 가방이 신경쓰여서, 아카리가 묻자. 그 순간 나오는, "정말 말도 안되는 일"이라는 표정을 짓는다.

" …오늘 학교에서 취업 면접이 있어. 정말, 골든 위크정도는 피해주는게 예의잖아. "

정말 짜증이 난다는듯, 나오는 아카리의 옆에 앉는다. …아, 벌써 그런 시기인가?
호시이 나오는 현재 대학교 3학년.
대학교 3학년이라고 하면, 세미나 같은것을 할 시기인 동시에 내년에 취업을 준비해야하는 취업 준비생이다.
아카리도 저번 1회차의 삶에서 그런 경험을 해봤기에, 나오의 기분을 이해할 수 있다.
이 시기가 되면 갑자기 "취직"이나, "내정"등등 듣기 싫은 단어들이 많이 들리게 된다.
지금까지 생각지도 않다가 들리는 그런 것들 때문에, 왠지 모르게 조급한 마음이 되버려서 나오처럼 예민하게 되거나 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었다.

" 후후후, 안됐네. "
" 맞아, 휴일인데! 이런 휴일까지 취업에 대해 생각하지 않으면 안된다니… "

하아… 한숨을 쉬는 누나에게 안쓰럽다는듯 아카리는 씁쓸하게 웃는다.
이 고통은 당사자밖에 모른다. …겪어봤기 때문일까, 아카리는 누나가 진짜로 안쓰러워보였다.

( 나도 그랬었지… 지금부터 몇년 뒤에는 다시 한번 맛볼 것 같지만. )

정말 이상한 느낌이네. 예전에 겪었던 기분을 이렇게 다시 한번 겪게 되다니. 아이러니해서 웃음이 나온다.
그렇게 웃는 아카리의 모습을 나오가 물끄러미 쳐다보며 이렇게 말해온다.

" …역시, 아카리 바뀐거 같아. "
" 응? "

나오의 갑작스러운 말에 반문하는 아카리. 나오는 아카리의 얼굴을 가르키면서.

" 표정, 아이돌일 시작한 후로 표정이 엄청 부드러워진걸, 알고 있었어? "

무심코, 아카리는 자신의 얼굴을 손으로 어루만져본다.

" …그런가? "
" 응, 단번에 보이니깐, 아카리 지금까지 딱딱한 표정으로 가면을 쓴 것처럼 있었는데… 아마, 나뿐만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그렇게 생각할꺼야. "

…어떻게 말해야 할지 모르겠다. 아카리는 굳은 표정으로 입을 다문다.
지금까지 여자가 되었다는 스트레스때문에 아마 세상에서 가장 불행한 사람인것 같은 기분으로 생활하고 있었다.
그래도 가족들에게는 불필요한 걱정을 끼치고 싶지 않았으니깐, 그런대로 드러내지 않도록 행동했는데…
전부 알고 있었던건가.
가면을 쓴 것처럼… 왠지 싫은 어감이다.

" 으응… 아카리가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무엇을 목표로 하는지는 나는 잘 모르겠지만… 언제든지 응원해줄테니깐. 힘내! "

나오가 그렇게 말하고는 " 그럼 나 갔다올께 " 라면서 자리에서 일어난다.

" … "

혼자 남겨진 아카리는 신문을 접고는 완전히 미지근해진 커피를 홀짝인다.

( 응원해줄테니깐… 기쁘긴 한데 왠지. )

희미하게 미소를 지었지만… 조금 쑥스러워진건 비밀이다.









" 안녕하세요. "

레슨까지 1시간 정도 여유가 있다보니, 집에 있기에도 심심해서 사무소에 얼굴을 비추러 나왔는데…

" …어? "

사무실에 들어간 아카리는 조용한 공기의 사무실에 위화감을 느낀다.

( …? 아무도 없는걸까? )

탁, 탁… 무언가를 두드리는 가벼운 소리가 들리는걸 보니 사람이 있는게 분명한데…

" 오, 아카리군 어서오게! "
" …아, 사장님. 안녕하세요. "

사장에게 인사를 한 아카리는 바로 옆에 낯선 남자가 있는 것을 깨닫는다.
테이블에는 조금전까지 둘이서 하고 있었는지 장기판과 말이 놓여있었다.

( 누구지, 이 사람? …손님? )

겉으로 봤을때는 50대 정도일까.
마른 체구에 희끗희끗한 머리에, 안경과 니트모자를 쓰고 있었다.
하지만 그러한 외형에도 불구하고, 적당히 붙은 근육과 당당한 태도에서 왠지 더 젊어보인다는 느낌이 든다.
그런 아카리의 모습을 보자, 사장은 그 남자를 소개했다.

" 아, 아카리군. 처음이였던건가? 내 친구인 요시자와다. "
" 요시자와입니다, 잘부탁해요. "

요시자와라고 불린 남자가 손을 내밀어 오자 악수를 한다.

" 호시이 아카리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요시자와씨. "

잡은 손은 울퉁불퉁해서, 그야말로 남자의 손이라고 할까.

" …아, 소문의 "그" 아카리양이군요. "
" …소문? "

요시자와씨가 이것저것 살피는듯한 눈치여서, 나도 모르게 경계 해버린다.
그런 아카리에게 요시자와씨는 "그렇게 경계하지 않아도 되요" 라는 표정을 짓는다.

" 호시이 미키와 호시이 아카리, 두사람에 대한 소문은 타카기에게 자주 듣고 다보니, 리츠코양과 오토나시가 고민할 정도의 인재라고 하던가. "

…그런 기대, 별로 받고 싶진 않은데.
누나라면 몰라도, 아직 미흡한 상태로 기대를 받는건 싫다.

" 아니에요. 매일매일 레슨을 따라가는것도 벅차니깐요. "

요시자와의 칭찬에 아카리는 적당히 흘려내려고 했다.

" 하하, 겸손한 것은 좋지만. 너무 도가 지나치면 불쾌하게 듣는 사람이 있을수도 있어요? "
" 아하하… "

따라가기도 벅차다는건 사실인데 말야.
그렇게 웃으면서 아카리는 테이블에 있는 장기판으로 시선을 돌린다.
대충 상황을 보니 꽤 접전을 벌이고 있었다.

" 헤에… 꽤 좋은 대국이네요. "
" 호오, 아카리양 장기 할 줄 알아요? "
" 조금은요. 해본적은 별로 없지만. "

그리고는 사장과 요시자와씨의 대국을 보면서 여러가지 이야기를 했다.
사무소의 분위기라던가, 모두랑 잘 지내고 있냐던가… 왠지 삼자 면담을 하는 느낌인데.
왠지 모르게 아카리는 사장과 요시자와씨에게 이렇다할 거짓말 없이 대답을 했다.
평상시라면 조금은 속이던가 얼버무리던가 하지만, 요번에는 그러지 않았다.

( … 동성과 대화한다는게 이렇게 편한거구나. )

이성과 대화를 하게 되면, 이것저것 신경을 써야지라는 생각을 해야했지만, 동성이라면 딱히 신경을 쓰거나 하지는 않았다.
게다가 오랫만에 연상하고 대화를 해서 기뻐서 그랬을까…

( …생각해보면, 코토리씨보다 나이가 많았던가 나. )

여중생의 모습이지만, 속은 삼십대이니깐.
나이가 이십대 후반인 오토나시씨보다 연상이라는 끔찍한 일이네.
그런 것 때문에, 또래의 아이들과는 이야기가 잘 안통한 경우도 꽤 있었는데, 그래서 연령대에 맞추려고 신경을 쓰기도 했었다.
…코토리씨가 진실을 알게되면 어떤 표정을 할까나.

" 슬슬, 아카리군 레슨 시간이 된거 같은데? "
" …! "

벽에 걸려있는 시계를 보자, 아카리는 깜짝 놀랐다.
시간이 꽤 빠듯했다.
바로 사무소를 나오지 않으면 분명 레슨에 늦어버릴 것 같다. …꽤, 대화에 열중해있었네… 나.

" 그럼, 실례하겠습니다! 여러가지 이야기해주셔서 감사했어요. "
" 아니에요, 이런 늙은이들 이야기를 들어줘서 고마웠어요. "
" 그렇지 않아요… 그럼 감사했습니다. "

웃으면서 그렇게 말하고는 아카리는 황급히 사무소 계단을 뛰어 내려 갔다.










" …좋은 아이네, 타카기. 아이돌 시절의 리츠코를 생각나게 하기도 하고. "
" 그렇네, 나도 그렇게 생각했었는데. 그 애늙은이 같던 아이돌 시절의 리츠코군과 흡사하군. "

그렇게 사무실에 둘만 남게되자, 요시자와와 사장은 장난스럽게 웃는다.
…분명 리츠코 본인이 들으면 화를 낼 것 같다. "저는 애늙은이가 아니에요!" 라면서.

( …처음엔 꽤 걱정이였는데, 어떻게든 사무소에 적응한거 같거 같아. )

아카리는 가끔 그 나이대라고는 생각하지 못할 정도로 꽤 놀란 적이 많았다.
너무 어른스럽다. 그게 사장, 타카키 준지로의 호시이 아카리에 대한 첫인상이였다.
그것 때문에 걱정이였다.
그녀는 어리다. 다른 사람들에게 그렇게 어른스럽게 대한다면 아카리가 주위의 분위기에 어느순간 무너져버리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했었다.
인간은 무너지기가 쉽다.. 얹고 있는 짐이 무거우면 그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무너져 버린다. 그래서 사장은 "인연"을 소중히 했다.
혼자서 짊어질 수 없는 짐도 두명, 세명이라면 어떨까?
…많은 사람들이 서로 돕고, 서로 지지해주고, 그렇게 함으로써 서로의 마음도 깊어지고 더 높은것을 목표로 할 수 있다.
그게 타카기 준지로의 지론이였다.

…그런 지론이 통했는지 모르겠지만, 한달 사이에 아카리는 전보다 부드러워졌다.
방금 전의 대화도 가면을 쓴 표정이 아닌, 진짜 본연의 미소를 자신에게 보여줬다.

( 그녀들이 피어날때가 기다려지는군… )

미키와 아카리가 데뷔해서, 많은 사람들 사이에서 빛나는걸 사장은 기대하고 있다.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요시자와가 갑자기 질문을 해온다. …왠지 작은 목소리로.

" 저기, 타카기. 너 그 일에 대해 아직도 후회하지 않은거야? 너라면 지금의 방식을 고집하지 않아도 충분히… "
" …뭘 새삼스럽게. 나는 후회같은건 하지 않아. "

그 대답에 요시자와는 복잡미묘한 표정을 짓는다.
…사장의 과거를 알고 있는 만큼 심란했다. 그리고 그 과거를 알고 있는 사람은 자신을 포함해 극히 소수뿐이다.

사장은 정장 가슴주머니에 담겨진 한 장의 사진을 꺼내 아련한듯 쳐다본다.
거기에는 젊을적의 사장과, 요시자와, 그리고 한 때 동료였던 남자.
그 3명의 모습이 찍혀있었다.

" 나는… 내 방식을 믿어. 비록 얼마의 시간이 걸릴지 모르지만, 그 아이들은 반드시 이뤄줄테니깐. "
" …그렇군. 이상한걸 물어서 미안하네. "
" 아냐, 괜찮아. "

요시자와는 모자를 깊이 눌러쓰며, 다시금 담배에 불을 붙인다.
담배를 피우지 않는 사장을 위해 슬쩍 돌아서 연기를 내뿜는다.

사장은 그 사진에 찍혀있는 남자의 모습을 바라본다. 그와는 같이 일을 하며 고락을 나눴지만, 어느샌가 서로 길이 엇갈려 버렸다.

( …쿠로, 나는 확실히 실패했다. 하지만 나는 아직도 믿고 싶어, "고고"가 아닌, "신뢰"야 말로 톱 아이돌에게 필요한 것이라고, …너는 비웃겠지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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