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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바P 「태연스럽게 고민하는 사장의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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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4-25, 2013 01:03에 작성됨.

1 : ◆C7ms5oNKB6 2013/04/22(월) 10:41:53. 34 ID:CqYQHVO70


그것은, 언제부터였을까.


다시금 생각해보면… 내가 사회인이 되었을 무렵부터일까. 

조금씩, 하지만, 확실히… 중요한 것을 잃어 갔다. 

사람에게 반드시 있어야 할 것. 지금, 나는 그것을… 되찾으려 하고 있다. 


처음에는 딱히, 신경 쓰지 않았었다. 

아직, 젊다. 아직, 그럴 나이는 아니다. 

그런 식으로 자신을 타이르다가, 깨달았다.


이것은 단지, 현실에서 눈을 돌리고 있는 것뿐이다, 라고. 


이제 와서 후회해도, 늦어버렸는데도. 

젊은 날의 사진과 지금의 나를 비교하면, 눈물이 나온다. 

그 때, 이렇게 되기 전에… 더 빨리 손을 써야 했었어, 라고.


원인은, 무엇이었던 것일까. 

생활환경의 변화가 가져온, 스트레스일까. 

아아, 다르다, 지금은 그런 걸 생각해도 소용없다. 


문자 그대로, 머리를 움켜쥐고 걱정하고 있자니, 그 고민은 더욱 더 커졌다. 


고민하고 있어도, 어쩔 수 없다. 

이것은 나 자신과 관련된 일이므로.

나 자신… 그 표현은 적절하지 않다. 


…나의, 머리카락과 관련된 일이므로.





2 : ◆C7ms5oNKB6 2013/04/22(월) 10:51:58. 46 ID:CqYQHVO70


이른 새벽, 5시에 일어난다. 


습관화가 된 것은 아니다. 

하지만, 반드시 일어나 버린다. 

야간빈뇨(夜間頻尿), 불면증… 노령 특유의 고민일까. 


덕분에 나의 아침은 다른 이보다 빨랐다. 


얼룩이 묻어있는 이불을 밀어내고 몸을 일으킨다. 

이제 바꿔야 한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오랫동안 사용하고 애착이 생겨 버려, 버리지 않고 있었다. 


노령 특유의 홀아비냄새가 훌륭하게, 거기에 배어들어 있었다. 


아버지의 악취에 얼굴을 찡그리고, 홀아비냄새라 매도했었던 것을 떠올린다. 

아, 이래서는, 남 말할 처지가 못 되는 것이 아닌가.

탱크톱에서 나는 홀아비냄새와 함께 세면소로 향했다. 


거기서 나는, 매일매일, 현실을 보고 있었다. 





3 : ◆C7ms5oNKB6 2013/04/22(월) 10:57:16. 51 ID:CqYQHVO70


흐트러진 머리카락.


차마 볼 수 없다. 나의 솔직한 의견이다. 

완전히 정수리 쪽의 두피가 노출되어 있었다. 


옆머리 쪽에서도, 희미하게 살색이 드러내고 있었다. 

머리카락의 틈새로 보이는 피부색은, 분명하게 남의 눈에 띈다. 


적어진 앞머리는, 이제 왁스로 올려야만 한다.

그렇지 않으면, 보기 흉한 바코드가 되어 버린다. 


스스로의 모습에 매일 아침 긴장하며, 두피를 손상시키지 않도록 손가락으로 쓸어 본다. 


사라락, 사라락. 감촉만은 매끈하다. 

그리고, 파라락. 하나, 둘. 머리카락이 떨어져 간다. 


너무 힘을 주었던 것인가. 매번 감정적이 되어 버린다. 

용서할 수 없다. 이렇게 쉽사리 빠져 버리는 두피로 기른 기억은 없다. 


…아침의 세면소에서는, 날마다 30분 이상을 낭비하고 있었다. 





4 : ◆C7ms5oNKB6 2013/04/22(월) 11:04:16. 53 ID:CqYQHVO70


나는 누구보다 머리카락에 신경을 쓰고 있다. 


그들은 섬세한 존재다. 

잔인하도록 덧없는 존재라고 말할 수 있다. 


벌써 반세기 이상, 나의 두피와 동거하면서 깨달은 것이다. 


사소한 자극에도 그들은 몸을 던져, 나에게서 떨어져 간다.

브러싱으로 마음이 멀어지지 않도록, 노력할 수밖에 없었다. 

매일 트리트먼트를 빠뜨리지 않았는데, 그 결과는 허무했다. 


아, 이제, 견딜 수 없다. 


이대로 고민을 안고 있어서는, 더더욱 머리카락을 잃어버린다. 

혼자서 고민할 것은 없다. 그렇다. 상담하면 괜찮지 않을까. 

하지만, 눈치채여서는 안 된다. 가능한 한, 태연스럽게, 태연스럽게.


나의 싸움이 시작됐다. 





5 : ◆C7ms5oNKB6 2013/04/22(월) 11:10:32. 12 ID:CqYQHVO70


깔끔하게 걸려있는 양복을 꺼내, 옷맵시를 다듬는다.


빠진 머리카락이, 내 슈트의 어깨를 점거하고 있었다. 

마음에 드는 넥타이 위에서조차, 그들은 있었다. 


거실로 나가자, 아내가 없는 것을 깨달았다. 

아직, 자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생각했다. 


가끔씩은, 내가 아침식사를 만드는 것도 나쁘지 않다. 

요리를 할 수 없는 것도 아니다. 편하게 해주자.

아직, 가장 사랑하는 아내에게는… 흘러넘칠 만큼 많은, 머리카락이 있으니까. 


냉장고를 열고, 계획했던 것들을 집었다. 





6 : ◆C7ms5oNKB6 2013/04/22(월) 11:21:38. 56 ID:CqYQHVO70


우선은 아내의 몫부터였다. 


랩으로 감싸 넣어두면 된다. 

재빨리 계란말이와 베이컨을 구웠다. 

아내만큼은 아니지만, 그럭저럭 완성되었을 것이다. 


옆에 코울슬로를 곁들이고 잘 정리해 둔다.


그럼, 이제 나의 몫인데, 어떻게 하지. 

버터와 간장, 몇 장이 남은 베이컨이 자리 잡고 있다. 

나도 적당한 나이라는 것은 자각하고 있다. 설마. 아침부터 위에 부담을 줄 수는 없지.


그렇게 생각했을 때에는, 희게 빛나는 밥알 위에, 버터가 스며들고 있었다. 


아, 이것이다. 내가 원했던 것은, 이것이다. 

간장을 두르고, 사양할 것 없이 입으로 옮긴다. 

리모콘으로, 텔레비전을 켰다. 


그리고, 현기증이 났다. 


…그런 바보 같은 일이, 있는 것인가. 

원인은 내게 있다는 것인가. 

젓가락이 멈추었다. 


『요즈음, 치우친 식생활이 머리가 빠지는 원인 중 하나로 여겨지고 있습니다만―――』





7 : ◆C7ms5oNKB6 2013/04/22(월) 11:27:53. 30 ID:CqYQHVO70


도저히 먹을 생각 따위는 들지 않았다. 


모근의 사멸일 것인가, 한 때의 즐거움일 것인가라는 것을 선택한다면. 

내게 선택의 여지는 없었다. 

불가능하다. 


어째서 나의 마음을 도려내는 내용인 것인가. 


온 세상의 노령이신 분들이 일어날 무렵이 아닌가. 

핀 포인트로 머리가 빠지는 이야기를 할 필요가 어디에 있다는 것인가. 

남아 있는 적은 모발과 수명을 집요하게 공격해서, 무엇이 즐겁다는 것인가. 


울적한 기분이 되면서도, 곧 있으면 출근 시간이 되려 하고 있었다. 

헤어스타일은 이걸로 완성되어 있었다. 손대어선 안 된다. 


나는 스스로를 타이르면서, 메모를 두고, 집을 나왔다. 





10 : ◆C7ms5oNKB6 2013/04/22(월) 11:46:48. 47 ID:CqYQHVO70


아직 조금 빠른 시간이기 때문인지, 사람은 많지 않다. 


역에 도착해, 전철을 기다리고 있는 동안, 시선을 이리저리 돌렸다.

다양한 광고가, 나의 시선을 멈추는 곳이었다.


치과, 치과, 보육원, 아이돌 콘서트. 

역시 공공장소에 하는 선전 효과는 크겠지. 


우리도, 커다란 광고를 달 수 있도록 노력해야만 한다. 


안내음과 함께, 전철이 왔다. 

나는, 항상 맨 앞차를 골라 타고 있었다. 


물론, 오는 전철이 만드는 바람의 영향이 적기 때문이다. 


정성들여 꼼꼼하게 세트한 헤어스타일을 무너뜨리고 싶지는 않다. 

공공장소에서 바코드가 되는 것만은 반드시 피해야만 한다. 


…전철을 타고, 도망칠 수 없다. 그렇게 생각했다. 

진행 방향으로 눈을 돌리고, 차내 광고에 눈을 돌리고. 

찾아내 버렸다. 보지 않는 편이 나았다. 


최신 증모 체험의 광고가, 거기에 있었다. 





11 : ◆C7ms5oNKB6 2013/04/22(월) 11:53:05. 18 ID:CqYQHVO70


아, 어째서인 것인가. 


이렇게 작은 희망을 내 앞에 과시하다니. 

나는,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다고 하는 심정을 이해할 수 있었다. 


최신 증모 체험.


최신 증모 체험.


과연. 그런 방법도 있었다. 

내가 어찌할 방법이 없는 것이라면, 이다음은 과학이다. 

최첨단의 기술이다. 반드시 잘 할 수 있을 것이다. 


식모(植毛)인지, 증모인지, 알 필요는 없다. *1


나는 잃은 것을 되찾는다. 

그것은, 원래 있어야 할 것이니까.

나의 정수리부근에서 후두부까지, 그리고 옆머리까지도, 그렇다. 


더 이상 땜빵이 10엔짜리라고 부를 수 없게 만들어 줄 것이다. 





12 : ◆C7ms5oNKB6 2013/04/22(월) 12:03:18. 10 ID:CqYQHVO70


사무소에 도착하자, 모두가 나를 맞이해 주었다. 


아, 그들… 그녀들은, 내가 땜빵만 10엔짜리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래. 반드시, 그렇다. 아마. 그럴 것이다. 


「안녕하세요! 사장님.」 


프로듀서인 그가 건강하게 나에게 인사를 한다. 

고민을 가지고 있는 나는 그의 정수리부근으로 눈을 옮긴다. 


사라락 아름답게 살아 있는 머리카락. 

너무 쪼그라들지 않고, 적당히 호를 그리는 머리카락. 

나는 그의 머리카락이 너무나도 부러웠다.


『아, 사장님. 안녕하세요.』


치히로 군도 밝은 목소리로 인사를 해 준다. 

그녀도 또한, 아름다운 머리카락을 가지고 있었다. 


그럼, 어떻게 정보를 얻을 것인가. 

사내 공유 PC로 최신 증모 체험을 검색해보는 것은 좋지 않다.

감이 좋지 않더라도, 머리카락으로 고민하고 있을 것 같은 인간은 나 정도라는 것을 알아차릴 것이다. 


우선, 일을 해야 한다. 





14 : ◆C7ms5oNKB6 2013/04/22(월) 12:08:38. 37 ID:CqYQHVO70


「사장님, 이번 아이돌의 CM계약 건에 대해…」 


『아아, 좋네. 어떤 것인가.』 


일에 열중하기 시작했을 무렵이었다.

조금 곤란한 얼굴을 하고 있는 그를, 그대로 놔둘 수는 없다.


「으음, 이겁니다… 이, 계약의.」 


그의 물음에 고민할 것 없이 대답해간다. 

그가 일을 이해하는 속도는, 훌륭하다. 


만족한 듯한 얼굴로, 그는 나에게 감사인사를 건넸다. 


나도 그걸 따라, 미소를 짓고 있었다. 

아, 그러고 보니, 물어보지 않았다. 


『그러고 보니, 그건 어떤 CM의 계약인가?』 


「네? 아, 이것은」 






「샴푸의 CM입니다.」 





15 : ◆C7ms5oNKB6 2013/04/22(월) 12:13:04. 33 ID:CqYQHVO70


샴푸. 


…샴푸의 CM, 인가. 

과연. 전혀 이상할 건 않다. 

그럼에도, 이 가슴 속의 응어리는 무엇인가. 


『아, 아아… 그런가, 그럼, 노력하게나.』 


「네! 실례합니다! 감사합니다!」 


덜컹, 하고 사장실의 문이 닫힌다. 

샴푸. 린스. 컨디셔너. 


확실히, 그녀들은 아름다운 머리카락을 가지고 있다. 

그녀들에게 딱 맞지 않은가. 

당연한 것이라고도 할 수 있다. 


하지만, 이 타이밍에 머리카락의 화제가 나온 것일까.


의도하고 있지 않아도, 모근을 자극하는 정보가 되었다. 

머리를 흔들자, 예정대로라는 듯 머리카락이 떨어졌다. 


오늘은, 김도시락(のり弁)을 사자.





16 : ◆C7ms5oNKB6 2013/04/22(월) 12:22:21. 44 ID:CqYQHVO70


점심시간이 되어, 아이돌들도 점심 식사를 먹고 있었다. 


회사에서 일부러 김도시락을 사 먹고 있는 것은, 나 정도일 것이다. 

이상한 우월감과 함께, 머리를 스쳐가는 허무감에 제정신을 차렸다. 


「아. 사장님, 점심, 같이 드시지 않을래요?」 


치히로 군이, 맞은편 소파에 앉아 말을 걸어 주었다. 

차도 준비해준 것 같고, 거절할 이유 따위는 없었다. 


『물론이지. 부디, 같이 먹었으면 하네.』 


「네!」 


그녀의 웃는 얼굴이 있으면 회사도 밝아진다. 아이돌 같은 수준의 미모도 있다. 

사무원으로서도 유능하고, 나는 좋은 사람과 인연을 맺을 수 있었다는 걸 실감한다.


『치히로 군은, 언제나 손수 만든 도시락인가.』 


「네, 때로는 사기도 합니다만.」 


작은, 희미한 녹색을 띤 도시락상자를 기쁜 듯이 열고 있었다. 

소풍에 가는 딸을 연상시켜, 얼굴이 느슨해진다.


…그리고, 또, 였다. 


『오늘의 반찬은, 어떤거지?』 


「으으음. 오늘은…」 






「톳 조림에다, 시금치 나물에… 아, 밥은 현미예요.」




17 : ◆C7ms5oNKB6 2013/04/22(월) 12:28:24. 56 ID:CqYQHVO70


톳. 시금치. 현미. 


머리카락 건강에 좋은 것뿐만이 아닌가. 

오늘은 머리카락… 신에 미움 받고 있다는 것인가. *2


그녀에게 악의는 없다. 그건 알고 있다. 

웃으면서 식사를 즐기고 있는 그녀에게 실례다. 

그리고 문득, 그녀는 내 점심 식사, 김도시락을 보고, 덧붙였다. 


「사장님… 도시락도 좋습니다만, 균형 있게 영양을 섭취하시지 않으면 안 돼요.」 


안 돼? 

뭐가 안 된다는 것인가. 

몸에 좋지 않아? 그렇지 않으면…? 


아, 안 된다. 의심해 버린다. 

내 쪽이 그녀보다 키도 앉은키도 높다. 

지금 내 정수리부근을 알아차릴 리는 없다. 


그러나, 옆머리 부분은 차마 전부 변명할 수 없다.


망설이지 않고 그녀에게서 시선을 돌리지 않기로 결심했다. 

그리고, 알아차려 버렸다. 아이돌들이 깨닫는다는 사실을. 

나와 그녀가 마주보고 있어서는, 옆을 지나는 아이돌들에게…. 


이제, 수단을 선택할 수는 없었다. 

식사를 끝낸 아이돌들이 걸어 다니고 있다. 

이상한 눈으로 본다고 해도 상관없다. 내게 여유 따위는 존재하지 않는다.


식사하는 동안, 머리를 계속 좌우로 휘둘렀다. 





18 : ◆C7ms5oNKB6 2013/04/22(월) 12:41:18. 39 ID:CqYQHVO70


치히로 군은 나를 계속 걱정했다. 


마침내 정신이 나가버렸나, 라고 생각하지 않았던 것이 다행일 것이다.

그녀의 자애로 가득 찬 숭고한 정신에 감사하지 않을 수 없었다. 

나는 쉬라고 권유받아, 사장실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아아, 뭔 의미를 모르는 짓을 하고 있는 것일까. 


여성과 식사하는 도중, 머리를 계속 흔드는 노인 같은 건, 상상도 할 수 없을 것이다. 

맹스피드로 머리를 흔드는 노인을 보고, 그녀는 뭘 생각했을 것인가.


현기증이 났다. 어느 쪽의 의미에서도. 


나는 일을 거의 끝내고 있었으므로, 특별히 할 것은 없었다. 

문득 생각나는 것이 있어서, 무리인줄 알면서도 치히로 군을 불렀다. 


「음, 사장님. 이제, 괜찮으세요?」 


그건 머리의 겉부분이나, 속이나, 몸의 어떤 부위를 걱정하고 있는 것이겠지.

하지만 일단, 나는 괜찮다, 라는 것을 전하고, 계속 말을 이었다. 


『잠… 잠깐, 나는 밖으로 나갔다 오겠네… 바로 돌아올테니까』 


「함께 가지 않아도 괜찮으신가요?」 


『응, 미안하군… 고맙네. 그럼, 다녀오겠네.』 


미안함에 고개를 숙여볼까 하고 생각했지만, 숙일 수 없었다. 





19 : ◆C7ms5oNKB6 2013/04/22(월) 12:56:36. 75 ID:CqYQHVO70


나는, 기억을 더듬으며 걷기 시작했다. 


아직 방금 전의 현기증이 사라지지 않았다. 너무 흔들었다. 

확실히, 이 길을 돌아가면, 바로 그 곳에 있었을 것이다. 


찾아냈다. 


최신 증모 체험. 내 꿈을 실현시켜주는 존재. 

우리는 아이돌의 꿈을 실현하고, 그들은 나의 꿈을. 


체험하지 않아도 괜찮다. 우선은 내 모근에 대한 것을 알아야 할 것이다.

여기서 모근의 활성화가 가능한가 아닌가, 우선은 그것부터다. 

무거운 발걸음이었지만, 열심히 용기를 쥐어짜, 앞으로 나갔다. 


몇 가지 문진표에 생활 습관, 이렇게 된 나이를 기재했다. 

접수하는 사람들은 고민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머리가 나 있었다. 

이 사람들이 나의 고민을 이해해줄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나의 이름이 불리고, 나는 리놀륨 바닥을 걷기 시작했다. 





20 : ◆C7ms5oNKB6 2013/04/22(월) 13:02:18. 59 ID:CqYQHVO70


이런 사람도 의사라고 불러야 할 것이다. 


의사는 나의 문진표와 얼굴과 옆머리로 눈을 돌리면서 말했다. 

머리카락에 대해 고민하고 있는 사람의 머리를 보지 않으면 되잖아, 라고도 생각했다. 


「음, 그럼, 이쪽의 화면을 봐 주세요」 


그렇게 말하고 의사의 조수는 내 머리에 펜 모양 카메라를 댔다. 

아아, 그렇게 힘을 주지 않았으면 좋겠다. 빠져 버리지 않는가. 


「아아…」 


그 한탄으로 모든 사실을 알게 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거운 입이 천천히 열렸다. 


「안 됩니다, 죽어 있습니다.」 


단 열 글자로 내 마음을 도려내는 것은 그만둬줬으면 한다.

약봉지로 더 감싸줬으면 좋겠다.


「에에… 죽어 있습니다.」 


다시금 말하지 말아 주십시오, 라고 목소리가 나올 것만 같았다. 

하지만, 그러나, 죽어 있는 건가. 나의 모근은 안 된다는 것인가. 

이제 두 번 다시, 그 건강한 머리카락을 만질 수는 없다는 것인가.


목덜미의 곱슬머리를 살그머니 어루만지며 나는 그 곳을 뒤로 했다. 





21 : ◆C7ms5oNKB6 2013/04/22(월) 13:08:35. 68 ID:CqYQHVO70


죽어 있는 모근이 소생할 수는 없다. 


그런 짓을 할 수 있다면 이런 고민은 생기지도 않는다. 

아아, 나는 어떻게 해야 할 것일까. 

심어야 하나? 


매일같이 급격하게 늘어나는 머리카락을 보고,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그걸 생각해보면, 가발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런 용기는 없었다. 


하루 만에 저 바뀌었습니다, 라고 진지한 얼굴로 말할 수 있을 정도의 배짱은 없었다. 

이제 그 정도가 되면 다시 태어났다고 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사무소로 돌아오면, 모두가 텔레비전을 보고 있었다. 

정확하게 말하면, 그녀들이 출연한 드라마나 CM의 체크였다. 


나도 거기에 들어가려고 생각해서, 그들의 옆에 어깨를 나란히 했다. 





24 : ◆C7ms5oNKB6 2013/04/22(월) 13:27:00. 29 ID:CqYQHVO70


우선은 클라리스 군의 드라마의 한 장면이었다. 


의 은총이.』 


머리카락의 은총은 없었다. 계속해서 칸자키 란코 군. 


『어둠에 삼켜져라! 은 죽었다!』 


좋은 연기력이다. 확실히 머리카락은 죽어 버렸다. 쿠로카와 치아키 군이 계속 잇는다. 


『이 트리트먼트로 머리카락의 윤기를…』 


확실히 아름다운 머리카락이지만, 너무 직구잖는가. 후루사와 요리코 군. 


『당시에는 이것이, 무상의 진미로서 보물로 여겨지고 있었습니다.』 *3


박식한 그녀는 발음이 적절하다. 너무 적절했다. 아라키 히나 군으로 바뀌었다. 


『네—… 이가미시의 야나세 타카시 기념관에서는…』  *4


나도 새로운 머리카락이야, 라고 누군가가 던져 준다면 받을 수 있을 것인가?


받을 수 없을 것이다. 





25 : ◆C7ms5oNKB6 2013/04/22(월) 13:35:10. 46 ID:CqYQHVO70


나의 머리카락에 대해서는 접어두더라도, 그녀들은 매우 성장하고 있다. 


물론 머리카락이 아니다. 그녀들 자신에 대한 것이다. 

훌륭한 성장을 지켜볼 수 있어서 행복하다고 생각한다. 


대충 끝난 뒤, 텔레비전을 통상 프로그램으로 되돌리고 있었다. 


거기에는 방금 전 방송되고 있던 드라마가 방영되고 있었다. 

…아, 이 장면, 나는 심하게 운 기억이 있다. 

훌륭한 우정에 울지 않고 참을 수는 없었다. 


확실히, 자주 신세를 지는 765 프로덕션의 모든 아이돌이 주연이다. 


『우리들에게는 네가 필요해!』


아아, 그렇다. 이 장면. 오랜만에 봐도 손수건이 필요하다. 


『우리들은 한 명이라도 빠지면, 우리들이 아니니까!』 


응, 응. 아이돌들도 뚫어지게 바라보고 있다. 


『내가 필요하다고… 말해주는 거야?』 


이 장면의 연기는, 분명 아이돌들에게도 참고가 될 것이다. 


『당연하지! 왜냐하면, 우리는…』 


『동료인털!』 *5






…그런 털은 없다. 





26 : VIP를 대신해 NIPPER가 보내 드립니다 2013/04/22(월) 13:44:08. 60 ID:p+5twYHf0


그만뒄ㅋㅋㅋㅋㅋ




27 : ◆C7ms5oNKB6 2013/04/22(월) 13:47:05. 77 ID:CqYQHVO70


어디를 가더라도 머리카락과 털이 쫓아다닌다. 


아니, 차라리 쫓아다녀주지 않을까. 

그런 고민은 내게는 현재 머나먼 꿈이다. 


다른 아이돌들도 오늘 할 일이 끝났는지, 돌아갈 준비를 시작하고 있었다. 


나도 돌아가기로 할까. 

아, 업무 일지를 쓰지 않았다. 


그와 치히로 군에게 열쇠는 잠그겠다고 전하고 업무 일지를 폈다. 


손으로 쓰는 쪽이, 뭔가 더 손맛이 있어서 좋다. 

그러고 보면… 최신 증모 체험을 하러 갔을 때, 누군가와 엇갈렸다. 

머리를 움켜쥐었다. 머리카락에는 닿지 않도록 살짝 건드린 것뿐이지만. 


보고 있었나? 


『사장님… 오늘, 태연스럽게 고민하고 계셨던 것, 같았지만요…』 


「에? 아아… 응. 조금. 대단한 고민은, 아니네… 우스운 이야기야.」 


『그렇, 습니까?』 


「음. 개그 소재로 해도 상관없네.」 


『………어떤 거죠?』 


「털스럽게, 고민하고 있… 푸훕.」 *6


「에?」 


『에?』 


『아, 실례하겠습니다. 수고하셨어요.』 


「아, 아아… 수고했네.」 


「………」 


이렇게, 나의 털스럽… 태연스럽게 고민하는 사장의 하루는 끝났다. 


좋아, 내일, 최신 증모 체험을 하러 가도록 할까. 


이제, 땜빵이 500엔짜리가 되어 버렸으니까. 





                         끝 





29 : VIP를 대신해 NIPPER가 보내 드립니다 2013/04/22(월) 13:52:57. 95 ID:p+5twYHf0


수고 했어 

재미있었지만 안타깝게 되었다




30 : VIP를 대신해 NIPPER가 보내 드립니다 2013/04/22(월) 14:09:32. 86 ID:1FWh3QN3o


수고 


카에데 씨, 그 때는 빛나세요! 라고 하라고.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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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석


*1 식모 : 옮겨심기 증모 : 머리숱 늘리기


*2 髪과 神의 발음이 ‘카미’로 같은 것을 이용한 말장난.


*3 보물이라는 뜻의 '重宝'와 장례식 때 죽은 이를 추모하는 뜻에서 쏘는 대포인 '弔砲'는 발음이 같습니다. 즉 죽은 머리를 애도하는... [그만]


*4 만화가. 대표작은 호빵맨.


*5 원문은 "仲間だもんげ!" 원래는 동료인걸! 인 "仲間だもんね!"인데 2ch 스레에서 누군가가 장렬하게(...) 오타를 내서 삽시간에 네타가 된 말입니다.


*6 태연스럽게인 何気なく와 털이 전혀 없는인 何毛無く가 발음이 비슷한 것(나니게나쿠)을 딴 말장난.


*7 원문은 ハゲまして. ハゲ는 대머리란 뜻이고, はげまして는 힘내라는 뜻입니다.




이 시대 모든 탈모로 고생하는 이들에게 이 글을 바칩니다(?)



신데마스에서 이런 글이 나올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는데 빵터진 글입니다. 

쓸데없이 진지한 서술체와 사장님의 삽질이 인상적입니다. 말장난도 재밌었고요....


......근데 번역을 하고 보니 재미가 없네요.


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


아무래도 전 국어 센스가 없는 모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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