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료「나와 당신의」 치하야「시소 게임」(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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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2-07, 2013 22:09에 작성됨.

39 : VIPにかわりましてNIPPERがお送りします [saga] :2012/06/08(金) 21:05:40.36 ID:eHSUxDAV0



료「어? 타케다 씨?」

타케다「그래, 나다. 설마 자네가 있을 줄이야.
자네에게는 잠시 뒤에 그녀를 소개시켜 주려고 생각했었네만……. 뭐, 이것도 운명이겠지」

치하야 씨의 미니 스테이지 도중에 검은 자켓을 입은 남성이 내 옆에 앉는다.
그는 타케다 소이치. 이름을 모르는 사람 쪽을 모를 정도인 음악 방송 '올드 휘슬' 의 프로듀서이다.
음악 업계의 중진이기도 한 그와 아직도 신출내기인 내가 만났던 건 얼마 전의 일이었다.

리츠코「어? 너, 타케다 씨랑 아는 사이야?」

료「응, 가볍게 말야」

타케다「스즈츠키 군과는 사소한 일들이 있었네. 자, 그러면 화제를 돌리도록 하지.
그녀에게 부족한 것, 그걸 알겠니?」

더워서 그런 건지 자켓을 벗어서 의자에 걸친다.

료「그게, 알 것 같으면서도 그렇지 않은 듯 해요. 하지만 무언가가 걸려요」

타케다 씨는 내 대답을 듣고서 끄덕끄덕 고개를 주억거리고 계신다. 명확한 대답을 내지 못했는데…….

타케다「뭐, 그걸로 괜찮겠지. 확실히 그녀의 음악은 마음에 와 닿는 게 있다.
그렇기에 나는 올드 휘슬에 그녀를 초대했지. 아이돌로서는 처음으로 이룩한 쾌거다.
하지만 그녀의 노래를 직접 듣고서 알게 되었네.
그녀의 노래는 아직 미완성이다. 중요한 조각이 빠져있지」

료「중요한 조각……, 말인가요」



 



40: VIPにかわりましてNIPPERがお送りします [saga] :2012/06/08(金) 21:08:06.56 ID:eHSUxDAV0


타케다「그녀 자신이 그것을 깨달았을 때에 그녀는 음악 업계를 견인하는 존재가 되겠지.
그렇게 되기를 마음으로부터 빌겠네. 이것만큼은 내가 어떻게 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니까 말일세.
자, 그러면 나는 이만 가봐야겠군」

자켓을 다시 입고서 일어서신다. 치하야 씨는 아직 노래하는 중이라 이쪽을 알아차리고 있지 않나 보다.

리츠코「어라? 라이브를 보러 오신 게 아닌가요」

타케다「그랬다면 좋았겠지만 공교롭게도 매우 바빠서 말일세. 일 때문에 이쪽에 들른 거라네.
아키즈키 군, 그녀에게 안부 인사를 전해 주었으면 하네」

리츠코「네, 알겠습니다」

타케다「그러면 나중에 또 만나지」

료「네, 수고하셨어요」

타케다 씨는 손을 흔들고 홀을 떠나신다. 뒷모습도 멋지다. 훌륭한 남자는 역시 다르구나~.
나 같은 게 저 자켓을 입는다면……, 어울리지 않겠지.

치하야「~♪ ……이 정도면 괜찮으려나」

리허설도 끝나고 본방을 맞이한다. 내가 해야할 일은 치하야 씨가 나오기 전까지 객석을 달아오르게 하는 것.
지금은 아직 무리지만 언젠가는 내가 메인이 되겠어!! 그렇게 마음속으로 맹세하고서 스테이지에 선다.





41 : VIPにかわりましてNIPPERがお送りします [saga] :2012/06/08(金) 21:13:07.62 ID:d9kkN+bY0



료「모두들~! 스즈츠키 아키야~! 오늘은 즐겁게 즐기다 가 주세요!!」

내가 열심히 해서인 건지, 아니면 치하야 씨의 노래에 모두가 도취되었기 때문인 건지.
후자라고 생각하지만 오늘의 라이브는 대성공으로 끝났다.

료「앗, 치하야 씨가 불렀었지」

라이브로 인해 어긋난 패드를 바로잡고 있다가 치하야 씨와의 약속을 떠올린다. 나는 그길로 분장실로 향한다.

료「실례합니다~, 스즈츠키인데요~」

문 너머로 부르니 곧 문이 열렸다.

치하야「왔구나, 들어오렴」

분장실로 들어가는 것뿐인데 조금 긴장한다.
분장실에는 필요최저한의 물건밖에 놓여있지 않아서 살풍경한 느낌을 받는다.

치하야「적당히 앉을래?」

재촉받은 대로 접혀 있는 파이프 의자를 꺼내서 앉는다. 치하야 씨도 의자를 가지고 와서 내 앞에 앉았다.

치하야「용건으로 들어가기 전에……. 오늘은 수고했습니다. 네 덕에 라이브를 성공시켰어」

료「그럴 리가요, 저 같은 건 미미한 존재인 걸요」



 



42VIPにかわりましてNIPPERがお送りします [saga] :2012/06/08(金) 21:17:03.54 ID:geTF/MjH0


치하야「그러면 스즈츠키 씨, 본론으로 들어가고 싶은데……. 노래를 조금 들려줄 수 있니?」

료「노래 말인가요?」

의외의 요청에 그만 되묻고 말았지만 치하야 씨는 표정을 바꾸지 않은 채 계속한다.

치하야「그래, 노래는 뭐든지 상관없어.
딱히 심사하려는 건 아니지만 네가 지금 부를 수 있는 최고의 노래를 들려 주었으면 해」

료「저기, 그러면 아까 불렀던 곡을 부를게요」

왠지 긴장되네, 이거. 음원이 없기에 아카펠라로 부른다.
음정은 괜찮으려나, 리듬이 흐트러지지 않았으려나. 그런 걸 생각할 여유도 없다.
거리는 수십 센티미터, 아무리 작은 오디션이라고 해도 이렇게까지 심사원이 가까운 적은 없었다.

료「~♪ 저기, 노래 다 불렀는데요……」

치하야「……역시 그런 거려나?」

료「그러니까, 뭐가 말인가요?」

치하야 씨는 혼자 납득하고 있다. 조심조심 물어보니 그녀는 믿기지 않는 행동에 나섰다.


 



43VIPにかわりましてNIPPERがお送りします [saga] :2012/06/08(金) 21:27:08.82 ID:d9kkN+bY0


스륵

료「갸오오오옹!! 무, 무슨 짓이예요!!」

치하야「이거, 패드야?」

천천히 내 가슴을 쥐고서 감촉을 확인한다. 이제 틀렸다, 얼버무릴 수가 없어!!

료「저, 저기! 사실은 저(私), 아니 저(僕)는!」

치하야「남자인 거네」

료「네, 네에……」

정체를 밝히기 전에 정답을 말한다.
그녀는 그닥 놀라지 않는 채 내 이야기를 조용히 들어 주었다.
내가 아키즈키 리츠코의 사촌 동생인 아키즈키 료라는 것.
남성 아이돌이 되기 위해 여장 아이돌로서 정점을 노리게 된 것, 스즈츠키 아키라는 이름을 사용하고 있다는 것,
무엇보다도 여장 취미가 있는 게 아니라는 걸. 특히 마지막 건 심혈을 기울여 설명했다.

치하야「꽤나 터무니없는 데뷔를 했네. 오페라 같은 경우에는 드문 이야기도 아니지만,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기가 막힌 듯이 말한다.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이상한 거니까. 차가운 시선을 받는 것도 각오하고 있었다.

료「스스로도 그렇게 생각해요」

치하야「남자와 여자, 성별을 초월한 노래. 흥미 깊은 이야기네……」

책망하지도 않고, 비난하지도 않고, 오히려 치하야 씨는 내게 흥미를 가지게 되었나 보다.
오페라와 같은 취급을 받는 것도 이상한 느낌이 들지만.

료「하지만 어째서 제가 남자라는 걸 아신 건가요?」


 



44VIPにかわりましてNIPPERがお送りします [saga] :2012/06/08(金) 21:32:22.88 ID:d9kkN+bY0


스스로 말하는 것도 조금 그렇지만 여장이라는 게 들키지 않도록 신경을 써 왔을 터이다.
옷을 갈아입는 것도 아무도 없는 타이밍을 노리며 부주의한 행동을 삼가왔다. 그런데 어째서?

치하야「어째서냐는 얼굴을 하고 있네. 그건 네 노래가 알려 주었어」

료「노래요?」

치하야「그래, 노래를 부르는 방법이 말야.
확실히 네 목소리는 같은 연령층의 남성과 비교해서 높고 부드러워.
여성의 목소리도 어렵지 않게 내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을 테지만
남성이 완벽하게 여성의 목소리로 노래하는 건 어려워. 그 반대는 꼭 그렇지도 않겠지만」

반대라는 건 여성 성우가 남성 캐릭터로 노래를 부르는 그런 거려나? 치하야 씨의 추리는 계속된다.

치하야「그리고 무리를 하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어.
아까도 말했던 대로 남성이 여성의 목소리로 노래한다는 건 완벽하게는 불가능해.
네 노래에는 감탄할 만한 그런 게 있었어. 하지만 동시에 리미터를 걸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어.
그러니까……, 스즈츠키 씨?」

료「아키즈키라고 부르셔도 괜찮아요」

치하야「아키즈키, 한 번 남성(男声)으로 노래해 주겠니? 남성이라고 하는 건 목소리(声) 쪽이야」

남성(男性)과 남성(男声)의 발음이 같은 걸 이용한 거겠지만 의미는 그닥 변하지 앉는다는 느낌이 든다.

료「그건 알지만요……. 에헴, 그러면 아까와 같은 곡으로 부를게요」

있는 그대로의 목소리로 남 앞에서 노래하는 건 얼마만이려나. 바빠서 노래방도 가지를 못하고 있고.


 



45VIPにかわりましてNIPPERがお送りします [saga] :2012/06/08(金) 22:02:57.59 ID:geTF/MjH0


료「후우……, 이런 걸로 괜찮은 건가요?」

오랜만에 남자 목소리로 부르니 편하게 부를 수 있었다. 역시 여자 목소리를 무리하게 내고 있던 걸지도 모른다.

치하야「이제 됐어. 역시 너는 이렇게 하는 편이 좋을 거라고 생각해.
지금부터라도 늦지 않았어, 남성 보컬로서 다시 데뷔하는 게 맞아」

료「네에!? 갑자기 그런 말을 하셔도!」

치하야「사무소에는 나도 말을 해 둘게. 그렇게 하면 저쪽도 생각을 바꿀 거라고 생각하는데?」

바라지도 않았던 제안이었다.
확실히 지금 당장이라도 여장을 그만 두고 있는 그대로의 자신으로 스테이지에 서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다.
처음부터 그건 변하지 않았다. 더군다나 치하야 씨의 보증을 받았다.
그렇기에 바라는 대로 될 거라고 생각하지만…….

료「감사합니다. 하지만 약속을 했어요. 이걸로 정점에 선 뒤에 남성 아이돌로서도 정점에 서겠다고.
한 번 결정한 건 마지막까지 해 내고 싶어요」

스스로도 이런 말이 나올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어째서일까?
오직 말할 수 있는 건 여기서 전향해도 어중간하게 될 것 같았으니까.
남자라면 마지막까지 관철해 나가야 한다고 생각했으니까.

치하야「……그래, 그건 유감이네. 하지만 동시에 기대가 되기도 해. 네 꿈이 이루어질지 어떨지」

료「그건……, 감사합니다」

치하야 씨는 서운한 듯한 표정을 보이지만 후훗 하고 웃으며 나를 본다.
처음으로 내 앞에서 웃어 주었다는 느낌이 든다.


 



46VIPにかわりましてNIPPERがお送りします [saga] :2012/06/08(金) 22:32:58.20 ID:eHSUxDAV0


치하야「네가 그렇게 말한다면 내가 방해를 할 권리는 없어. 하지만 이것만은 말해 둘게」

진지한 눈빛으로 내 목을 본다.

치하야「시간은 그다지 없어. 네 목은 영원한 게 아니니까」

료「그게 무슨……」

치하야「걱정한 적이 없는 거니? 보통이라면 아키즈키 정도의 남자는 변성기가 끝나 있을 거야」

료「앗……」

듣고 나서 깨닫는다. 어째서 이런 중요한 걸 잊고 있던 거야!!
변성, 즉 내 노랫소리는 시한이 정해져 있다는 사실을 깊이 깨달았다.

치하야「876 사무소의 관계자나 리츠코는 깨닫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여성 아이돌로 있을 수 있는 시간은 한정되어 있어.
목소리가 낮아져서 남자답게 되기 전에 정점에 서야만 해. 그게 네가 걷는 길이야」

료「……그러네요」

이 무슨 짓궂은 이야기란 말인가. 남자답게 되고 싶다는 내 이상은 현재 상황과 어울리지 않는다.
이상과 현실, 마치 시소처럼 밸런스를 유지하고 있다. 한쪽을 손에서 놓으면 반대쪽이 들려 올라간다.
하지만 아직 이상을 버리는 건 불가능하고 현실에서 도망치는 것도 허가되지 않는다.


 



47VIPにかわりましてNIPPERがお送りします [saga] :2012/06/08(金) 22:40:26.60 ID:OeN9eK850


치하야「다만 나도 네가 어떤 길을 걸어갈지는 신경 쓰여.
어느 누구도 이루어 내려 하지 않았던, 전례가 없는 일을 하려 하고 있어.
여장 아이돌 같은 건 칭잔받을 만한 게 아닐지도 모르겠지만,
성별을 초월한 음악의 가능성을 품고 있을지도 몰라」

아이돌이 아니라 어디까지나 음악의 가능성이라고 말하는 게 치하야 씨답다.

치하야「이것도 뭔가의 인연이려나? 아키즈키, 서로 협력하지 않을래?」

료「협력이요?」

치하야「그래, 나는 네 정체를 눈치채고 말았어.
딱히 그걸로 협박하려는 건 아니지만 네가 꿈을 이루는 걸 보고 싶어」

생각지도 않은 전개에 조금 당황한다. 치하야 씨가 협력? 그녀 정도의 엄청난 사람이 어째서 나 같은 걸…….

치하야「아이돌의 자세로서는 잘못되어 있는 거겠지만 나는 노래만으로 여기까지 왔어.
다른 부분을 떼어놓고서라도 말야. 하지만 그렇게 쉽게 통용되는 것도 아냐.
다행히 댄스와 비주얼에 관해서는 충분하다고 생각해. 그 두 가지에 관해서는 나보다 더 위일 테고」

아무리 그래도 그건 칭찬이 지나친 거 아닌가요?
확실히 몸을 움직이는 건 좋아하기도 하고 비주얼도 들키지 않게끔 해 왔으니까 나름대로 자신은 있지만……。

료「그럴 리가요, 저 같은 게」

치하야「후훗, 리츠코도 그렇고 너도 그렇고 아키즈키라는 성은 자기평가가 낮네.
나는 네 노래에서 가능성을 발견했어. 그것만으로도 충분해」

조그맣게 웃는다. 그렇다는 건 마치 나 자신이 아니라 내 노래를 보고 있는 것 같은 말투다.
하지만 지금은 감수하자. 아무튼 그녀가 노래를 봐 주는 거다. 이런 찬스는 쉽게 오는 게 아니다.

치하야「앗, 지금 건 노래만이라는 게 아냐. 오해했다면 사과할게」

얼굴로 드러내가 말았나 보다. 치하야 씨는 당황하며 정정한다.

료「저기, 잘 부탁드릴게요. 치하야 씨」

치하야「그래, 이쪽이야말로 잘 부탁해」

언젠가 노래가 아니라 나를 봐 준다면. 이렇게 해서 나와 그녀의 공범 관계가 성립되었다.


 



51투고합니다 [saga] :2012/06/09(土) 09:42:39.16 ID:fC4iTN6U0


리츠코「저기~, 치하야. 들어가도……, 어라, 아키?」

치하야 씨에게 비밀을 털어놓은 뒤, 리츠코 누나가 머뭇거리며 들어왔다.
즐겁게 담소를 나누는 우리들을 보고 허를 찔렸는지 입을 떡 벌리고 있다.

치하야「딱히 숨기려 연기하지 않아도 괜찮아. 그가 리츠코의 사촌 동생이라는 건 알고 있으니까」

리츠코「어어!? 너, 털어놓은 거야!?」

료「아니~, 털어놓았다고 해야 하나……」

들켜 버렸다고 해야 하나……. 치하야 씨를 힐끔 보니 머리를 세로로 흔든다.

치하야「내가 설명할게」

낌새를 짐작해 준 치하야 씨는 리츠코 누나에게 사건의 경위를 설명한다.
역시 스즈츠키 아키를 처음 봤을 때부터 어제의 아키즈키 료가 겹쳐 보이고 있었다나 보다.
여장을 하고 이름을 바꾼다고 해서 그렇게 쉽게 속일 수 있는 게 아닌 것 같다.
그리고 내 노래를 듣고서 확신했다고 한다. 역시나 대단하네.

리츠코「과연 그랬던 거구나……. 들켜 버린 건 어쩔 수 없으니 나도 부탁 좀 할게.
료에 대해서는 비밀로 해 주었으면 해. 자, 너도 머리를 숙이렴」

료「아야야! 부탁드립니다!!」

리츠코 누나에게 머리를 눌린다. 꽤나 아파요.


 



52VIPにかわりましてNIPPERがお送りします [saga] :2012/06/09(土) 09:49:11.36 ID:3RzboUtr0


치하야「사이가 좋네. 안심해, 나는 그렇게까지 입이 가볍지 않아.
말할 필요성도 없으니까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을게. 그거면 되겠지?」

료「감사합니다!」

리츠코「역시나 끝까지 감추는 건 어려울 것 같네. 너도 조심하렴. 어디서 뭐가 기다리고 있을지 모르니까」

료「응, 그렇게 할게」

어제 전화했을 때 어머니께서 말씀하신 바로는 야수로 변한 동급생들이 내 집까지 왔다는 것 같다.
자취 생활을 하고 있어서 다행이라고 마음으로부터 생각한다.

리츠코「그건 그렇고 괜찮으려나 모르겠네……」

치하야「리츠코?」

들리지 않을 정도의 목소리로 중얼거렸지만 치하야 씨에게는 들렸나 보다.

리츠코「아니, 아무 것도 아냐! 그럼 이만 돌아가자」

스태프 분들에게 인사를 하고서 홀을 나온다.
일이 아직 남아있다고 하는 리츠코 누나와 헤어진 뒤에 나는 치하야 씨와 둘이서 걷고 있다.

료(이, 이건 데이트……, 일 리가 없겠지, 응)


 



53VIPにかわりましてNIPPERがお送りします [saga] :2012/06/09(土) 09:53:57.51 ID:Vtqrh+bK0


예쁜 여자와 함께 걷고 있다는 사실은 나를 들뜨게 만들기에 충분하지만
주위 사람들이 보기에는 여자아이가 둘이서 걷고 있는 걸로밖에 보이지가 않겠지.
게다가 치하야 씨는 털끝만큼도 신경쓰고 있지 않는 듯 하다.

치하야「무슨 일이라도 있니?」

료「아, 아뇨!! 아무 것도……」

공범 관계라고는 하지만 미묘한 거리감이 감돈 채 우리들은 아파트에 도착한다.

료「오늘은 좋은 경험이 되었습니다! 저기, 다시 잘 부탁드릴게요!」

치하야「그래, 이쪽이야말로. 잘 자렴」

료「안녕히 주무세요」

어제보다도 표정은 부드러워진 상태다. 친한 사람에게는 이런 얼굴을 보이는 걸까?
내가 그녀에게 인정받은 것 같아서 어쩐지 기쁘다.

료「공범인가……. 일방적인 관계네」

그녀는 내 비밀을 알고 있다. 하지만 나는 그녀에 대해 전혀 모른다.
노래에 모든 것을 걸고 있으며 웃으면 귀엽다. 그 정도밖에 모르고 있다.

료「치하야 씨가 비밀을 털어놓을 정도로 신뢰받는 남자가 되고 싶네」

'아키' 로서가 아니라 '료' 로서 그녀와 마주하고 싶다고 생각했다.


 



54VIPにかわりましてNIPPERがお送りします [saga] :2012/06/09(土) 10:09:52.46 ID:qrYa5wNJ0


그런 어느 날의 일.

치하야「앗, 아키즈키. 역시 왔구나」

료「치하야 씨!? 어째서 또다시……」

점심시간, 언제나처럼 성지로 가니 치하야 씨가 편의점 봉투를 한 손에 들고 앉아 있었다.

치하야「이 장소는 노래를 연습하기에 딱 좋거든」

라는 게 그녀의 이야기. 내가 오는 걸 일부러 기다리고 있었나 보다.
열쇠구멍에 열쇠를 찔러 넣고 옥상으로 가는 문을 연다.
오늘도 날씨가 맑아, 햇살 아래에서 밥을 먹는 것도 하이킹 같아서 좋다.

치하야「저기, 아키즈키. 오늘 체육 시간에 축구를 했었지?」

료「어? 어째서 알고 계신 건가요?」

치하야「내 자리에서는 보이거든. 그거, 괜찮은 거야?」

료「으으……, 부끄러운 모습을 보이고 말았네요」

이게 무슨 소리냐면,
체육 시간에 럭비 부원의 태클을 정통으로 당하고 공처럼 날아가는 바람에 양호실로 실려가는 일이 있었다.
덕분에 4교시 수업을 쉬는 처지가 되었다.


 



55VIPにかわりましてNIPPERがお送りします [saga] :2012/06/09(土) 10:24:53.22 ID:qrYa5wNJ0


치하야「뭐, 괜찮다면 됐지만……」

료「저기, 왜 그러시나요?」

내 도시락 통을 흥미진진하다는 듯이 보고 있다.

치하야「아키즈키, 그거 직접 만든 거니?」

료「앗, 네. 그런데요」

치하야「잘 만들었네」

도시락 통에 담는 모양새에도 신경을 쓰고 있으니까 말이지. 사실 요리하고 있을 때가 가장 즐겁다거나.
앗, 하지만 아이돌 일도 열심히 하고 있다구? 즐거운 일만 있는 건 아니지만 말야.

료「앗, 드실래요? 이 달걀말이가 자신 있는 요리인데요」

치하야「괜찮아? 그럼 잘 먹겠습니다」

달걀말이를 나무젓가락으로 집어서 아름다운 노래를 자아내는 입에 넣는다.

료「저기……, 어떤가요?」

치하야「응, 식었어도 맛있어」

료「아자!」

주먹을 불끈 쥐며 무심코 승리 포즈를 취하니 치하야 씨는 그걸 보고서 웃고 있다. 조금 부끄럽네.


 



56VIPにかわりましてNIPPERがお送りします [saga] :2012/06/09(土) 10:40:43.61 ID:3RzboUtr0


료「치하야 씨는 만들지 않으시는 건가요?」

치하야「맞아, 흥미가 없는걸. 귀찮기도 하고」

어라? 혹시 지뢰를 밟은 건가? 취미를 싹둑 잘려 버린다.趣味をバッサリと切られてしまう。

료「아까운데. 요리는 즐겁다구요? 이것저것 생각해서 만드는 걸 좋아하기도 하구요.
게다가 자기가 만든 요리만큼 맛있는 건 없는걸요」

치하야「그런 거니?」

료「그런 거예요. 게다가 치하야 씨의 요리, 먹어 보고 싶어요」

치하야「별난 소리를 하는구나. 만난 지 아직 삼 일 정도밖에 지나지 않은 사이인데」

코웃음을 쳤다.

료「윽……, 하지만 저희들은 공범 관계라구요?」

치하야「그것도 그러네. 하지만 나는 요리를 잘하지 못해.
요리 방송에서도 활약하지 못했었으니까 그닥 기대하지 않는 편이 좋을 텐데?」


 



57VIPにかわりましてNIPPERがお送りします [saga] :2012/06/09(土) 11:43:38.38 ID:qrYa5wNJ0


료「하지만 편의점 도시락만 드시는 건……. 그렇지, 내일 제가 도시락을 만들어 올게요」

치하야「아키즈키가?」

내 제안에 놀란 얼굴을 보인다.

치하야「아무리 그래도 그건 미안하잖니. 나를 위해서 시간을 쪼개는 것도 미안하고」

료「1인분이 2인분으로 늘어나는 것뿐이니까 그리 변하지는 않아요.
치하야 씨도 돈이 굳어요. 도시락에 할애할 돈을 CD나 모음악보 같은 걸 사는 데에 써 주세요.
어떤가요, 꽤나 득이 되는 이야기라고 생각하는데요」

음악에 돈을 쓰길 바란다는 내 의도가 전해지자 그녀는 지갑을 열고서 꾸깃꾸깃한 영수증을 확인한다.
치하야 씨 정도의 사람이라면 돈을 상당히 가지고 있을 것 같지만 그래도 일단은 여고생이다.
의외로 빠듯한 생활을 하고 있는 걸지도 모른다.

치하야「그다지 모르겠지만 자취를 하는 편이 싸게 먹히는 거니?」

료「뭐, 절약한다면 그렇게 된다고 생각해요. 싸게 팔 때 왕창 사 두고,
밥도 매 끼니마다 짓는 게 아니라 한 번에 일곱 그릇 정도를 지어서 냉동하면 되니까요.
여런저런 신경을 쓰는 것만으로도 꽤나 절약이 될 거라고 생각해요」

자휘 생활을 시작하자마자 인터넷을 뒤져서 알아 보았다.
아직 신출내기 아이돌이기도 하고 억지를 부려서 자취 생활을 하고 있는 몸이다. 집세도 내가 내고 있다.
하지만 배가 고파지는 건 어찌 할 수가 없다. 그러니 이런 부분에서 절약을 해야만 한다.


 



58VIPにかわりましてNIPPERがお送りします [saga] :2012/06/09(土) 12:17:04.08 ID:Vtqrh+bK0


치하야「그건……, 나쁘지 않은 이야기네. 하지만 정말로 괜찮은 거니?
간단한 것처럼 말하지만 도시락 만드는 건 큰일이라고 생각하는데」

료「신경 쓰지 마세요. 치하야 씨가 요리하는 계기가 된다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있으니까요.
그렇지, 오늘 밤에 저희 집으로 오실래요? 같이 식사를 하시는 건 어떤가요?」

치하야「어? 아키즈키의 방에? 내가?」

말하고 나서 깨닫는다. 나는 무슨 소리를 한 거냐 하고.

료(이래선 그냥 꼬시는 거잖아~! 미움받을 거라고!!)

료「앗, 아뇨! 그게 그러니까……,
지금 건 그렇고 그런 생각이 있어서 그런 게 아니라, 그, 밥을 혼자서 먹는 건 쓸쓸하시려나 해서……」

필사적으로 변명한다. 물론 내게 그렇고 그런 생각은 요만큼도 없었다.
하지만 제삼자가 보기에는 명백하게 꼬시고 있는 걸로밖에 들리지 않을 텐데…….

치하야「아하핫! 그렇게 필사적이 되지 않아도 괜찮은데. 아키즈키는 그런 짓을 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해.
무슨 일이 있으면 리츠코를 부르면 되기도 하고」

료「그, 그것만은 참아 주세요!!」

웃는 얼굴로 무서운 소리를 한다.
리츠코 누나에게 보고가 된다면 옷이 죄다 벗겨진 채 하치 공 동상 앞에 버려질 거라고! (시부야역 앞의 명물)
하지만 이건 남자로 바라보고 있지 않다는 거네. 어쩐지 복잡한 기분이다.


 



59VIPにかわりましてNIPPERがお送りします [saga] :2012/06/09(土) 12:31:59.46 ID:qrYa5wNJ0


치하야「농담이야. 게다가 아키즈키가 덮칠 정도로 매력적인 여자도 아니니까」

료「그렇지 않아요! 매력적이예요!!」

무심코 큰 목소리로 부정한다. 본인이 생각하고 있는 것 이상으로 매력적인 여성이라고 생각하니까.
그렇게 자신을 비하하지 말았으면 했다. 하지만 치하야 씨는 웃음을 참으며

치하야「어? 덮칠 거야?」

나를 놀리듯 대답한다.

료「덮치지 않아요~!!」

치하야「후훗. 아키즈키는 M이네」

료「부정은 못 하겠네요……」

치하야 씨의 입에서 M이라는 단어가 나올 거라고는 생각지도 않았다.
그 언밸런스함에 이쪽이 다 부끄러워진다.

치하야「그러면 부탁하도록 할게. 하지만 도움을 받기만 하는 건 도리에 어긋난단 말이지」

료「아뇨, 교과서값 같은 거니까요」

미니 라이브를 했던 날 이래로 시간이 있을 때에는 치하야 씨에게 노래를 배우고 있다.
트레이너 분과 비교했을 때 나이도 가깝다는 점이 있어서인지 물어보기 힘든 것도 질문할 수 있고,
무엇보다 그녀의 풍부한 지식에 놀랐었다.


 



60VIPにかわりましてNIPPERがお送りします [saga] :2012/06/09(土) 12:33:30.88 ID:qrYa5wNJ0


료『소, 솔페주?』 (곡을 도·레·미·파·솔·라·시의 7개 음절로 부르는 연습법)

치하야『이 정도는 일반상식이야』

라고 시원스레 말하지만 솔페주 같은 건 음악과가 없는 고등학교의 수업에서는 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설득력이 있는 레슨을 받을 수가 있었다.
트레이너가 아이돌로서의 노래를 가르친다면 그녀는 말 그대로 가수로서의 음악을 가르쳐 주었다.

료「앗, 슬슬 가야겠네요. 이동수업이거든요」

치하야「그렇구나. 아키즈키, 잘 먹었어」

료「변변치 않았는걸요」

뭐, 이런 식으로 우리들은 교류를 돈독히 해나갔다. 하지만 염려되는 점도 있었다.
아이돌과 둘이서(나도 아이돌이지만) 점심을 먹고 있다는 걸 들키기라도 한다면 큰일이 날지도 모른다.

예를 들면…….

모 왕자님 아이돌『어째서 이렇게 된 거야~! 아키, 기자회견을 열자! 아무 일도 없다는 걸 알리는 거야!』

료『네에에에!?』


 



61VIPにかわりましてNIPPERがお送りします [saga] :2012/06/09(土) 12:44:34.32 ID:Vtqrh+bK0


키쿠치 마코토, 후배를 데리고 러브러브 데이트…….
'여자 (다만 보이시) X 여자 (다만 여장)' 조차 기삿거리가 되는 이런 시대니까.
기삿거리로 쓸 화제가 어지간히 없는 걸지도 모른다.

료「아니, 그건 특수한 케이스라고 생각하지만 말야」

누군가가 물어본 것도 아니지만 혼자서 중얼거린다.
그 기사 덕분에 마코토 씨의 열광적인 팬에게서 괴롭힘을 받은 것도 지금에 와서는 좋은 추억이다.

료「……그렇게 쉽게 미화할 수는 없다고」

정정. 여성 팬은 상당히 무섭다. 그 기사 때문에 사무소의 홈페이지 게시판에 글이 쇄도했었고 말이지.

선생님「아키즈키 군, 네 차례인데?」

료「네? 죄송합니다, 듣고 있지 않았었습니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고 있느라 선생님이 지명한 걸 알아차리지 못했다.
반 모두의 웃음거리가 되었고 선생님에게서는 불괘한 소리를 듣는다.

료「하아, 그렇게까지 말할 필요가 없을 텐데」

수업이 끝나고 일단 집으로 돌아간다. 짐을 내려놓고서 스즈츠키 아키로 변신한다.
사무소까지 걸어서 고작 몇 분이라니 꽤나 축복받은 위치다. 얼마 있으면 모두가 놀러 오게 되는 걸까.
그렇게 되면 대청소를 꼭 해야겠네.

료「방은……, 여자아이스럽게 하는 게 좋으려나……. 아니, 안 돼. 아무리 그래도 집 정도는 남자로 있고 싶어」

나는 아키즈키 료. 하지만 때때로 이름란에 스즈츠키 아키라고 적는 일이 있기도 하다.
어떻게든 계속해서 남자로 있고 싶다.


 



67VIPにかわりましてNIPPERがお送りします [saga] :2012/06/10(日) 00:01:41.20 ID:r36DEmuT0


료「안녕하세」

아이「앗, 아키 씨! 안녕하세요~!!」

료「와악!!」

사무소에 도착하자마자 폭음이 울려 퍼진다. 이런 조그마한 여자아이의 어디에 그런 스피커가 있는 거지…….

에리「아이, 역시 그건 시끄러울지도. 아키 씨, 깜짝 놀라고 있어?」

아이「앗, 죄송해요. 괜찮으신가요, 아키 씨?」

료「아하하하……. 신경 쓰지 않아도 괜찮아」

축 처져 있는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어서 안심시킨다.
간지러운 듯이 웃는 아이를 보니 마치 여동생을 달래고 있는 것 같다.
여동생 같은 걸 동경했었지~, 사촌 누나가 그런 만큼 더욱더.

아이「에헤헤……」

에리「아키 씨, 내 머리도 쓰다듬어 줘?」

료「어째서!?」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고 있으니 자기도 해달라는 것처럼 에리가 다가온다.
여자아이의 좋은 향기가 살포시 코를 통과해 현기증을 일으킨다.


 



68VIPにかわりましてNIPPERがお送りします [saga] :2012/06/10(日) 00:20:10.15 ID:Qj0K2Fz90


에리「불평등하니까」

료「아니, 그거 조금 다르지 않니?」

에리「자, 내 머리도 쓰다듬어지길 바라고 있어」

에리는 짓궂게 웃고서 머리를 내민다.

료「알았어. 쓰다듬으면 되는 거지?」

끈기를 당해내지 못하고 에리의 머리를 쓰다듭는다. 왼손은 아이, 오른손은 에리. 뭐야 이거.

에리「앗……, 거기 기분 좋을지도?」

묘하게 요염한 목소리를 내는 바람에 손이 멈추고 만다. 헉, 살기!?

료「아, 안녕하세요……」

오자키「……칫」

료「찬 거죠! 지금 혀를 찬 거죠!?」

에리의 프로듀서인 오자키 씨가 부모의 원수를 보는 듯한 얼굴로 나를 노려보고 계신다.
역시나 미움 받고 있구나…….

에리「오자키 씨도 쓰다듬어지길 바라?」

료「절대로 그게 아냐!!」

불에 기름을 붓는 소리 좀 하지 말아주세요!!


 



69VIPにかわりましてNIPPERがお送りします [saga] :2012/06/10(日) 00:23:46.36 ID:Qj0K2Fz90


에리「후훗……, 농담. 그러고 보니 아키 씨의 손은 크네」

아이「파파 같아요!!」

료「푸웁!!」

이 아이들은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그야 남자아이인걸!!

에리「아키 씨, 괜찮아?」

료「으, 응……. 정말, 갑자기 이상한 소리 하지 말라구~!」

이시카와「뭐 하고 있는 거니, 너희들」

마나미「어머, 아키 씨. 인기가 좋으시네요」

떠들썩거리고 있으니 사장님과 마나미 씨가 다가오셨다.

아이「앗, 사장님이랑 마나미 씨! 안녕하세요~!!」

이시카와「안녕, 아이. 그렇게 큰 목소리를 내지 않아도 대화는 된단다. 밖에서도 들렸었으니까 적당히 하렴」

시장님은 담담하게 대답하신다. 아이의 목소리가 밖에서도 들렸던 거구나.
그건 자칫하면 일종의 공해가 되는 게 아니려나…….


 



70VIPにかわりましてNIPPERがお送りします [saga] :2012/06/10(日) 00:28:39.18 ID:Qj0K2Fz90


아이「네에!!!」

그러니까 시끄럽다구요.

이시카와「모두들 모여있구나. 그러면 앞으로의 방침을 발표할게」

사장님께서 이번 주의 대략적인 방침을 말씀하신다.
그 방침 내에서 우리들은 자유로운 행동을 인정받고 있는 거다.
영업을 해도 좋고, 레슨을 해도 좋고, 휴양을 취해도 좋다. 하지만 자유에는 책임이 따르는 법.
오디션에서 떨어져도 그건 사무소의 잘못이 아니라 자신의 스케줄 관리가 물렀기 때문이라는 소리를 듣게 된다.
레슨을 빼먹었다가 나중에 부메랑을 맞더라도 그건 우리들의 책임인 거다.

이시카와「이상이야. 각자 목표를 향해서 정진해 주렴」

사장님은 그렇게 말씀하시고는 자신의 업무를 하러 돌아가신다.

료「자, 그러면 레슨을 받으러 가야겠다. 배운 걸 활용해 봐야지!」

밤까지는 아직 시간이 있다. 치하야 씨도 일이 끝나면 여덟 시쯤이 될 것 같으니 딱 좋은 타이밍이 되려나.
그러고 보니 치하야 씨는 뭘 좋아하고 뭘 싫어하는 걸까. 나중에 다시 물어볼까.
……이거 신혼부부 같네. 내가 아내 포지션에 있는 게 납득이 안 되지만.

료「파랑~ 새~♪ 언젠가~, 음?」

아이「빠안히」

에리「빠안히?」

시선을 느낀다. 뒤돌아보니 아이와 에리가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71VIPにかわりましてNIPPERがお送りします [saga] :2012/06/10(日) 00:34:31.40 ID:r36DEmuT0


료「저기, 무슨 일 있니?」

아이「아키 씨, 왠지 기쁘신 것 같네요」

에리「응, 평소보다 즐거워 보여」

료「그, 그런가?」

콧노래가 들렸던 건가? 두 사람은 이상하다는 듯이 나를 보고 있다.

아이「앗, 혹시 좋은 일이 있었나요?」

에리「멋진 남자 축구부원에게 고백받았다든지?」

료「아니, 받기는 받았는데……」

아이「그런가요! 역시 아키 씨는 인기가 많으세요!!」

료「아~, 응. 그다지 기쁘지는 않지만 말야……」

남자인 아키즈키가 좋아!! 라는 건 여자들에게 인기가 가장 좋은 훈남 축구부원이 한 말이다.
그것 때문에 그에게 호의를 품고 있는 여자들에게 때때로 질투를 받는 일도 있도 여러 차례 있었다.
그렇다기 보다 학교의 여자들은 나를 남자로 보고 있지 않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정말 짜증이 난다니까.


 



72VIPにかわりましてNIPPERがお送りします [saga] :2012/06/10(日) 00:37:25.18 ID:r36DEmuT0


집으로 찾아오는 치하야 씨에게 직접 만든 요리를 대접하게 되었습니다.
같은 소리를 하면 일이 복잡해질 것 같았기에 '찻줄기가 섰으니까' 라고 적당히 수습하려고 하는데,
(일본에서는 차를 따랐을 때 찻줄기가 서면 길조라고 여깁니다)

마나미「아키 씨, 자취 생활을 시작했었죠」

귀축 안경 2호인 마나미 씨가 입을 놀리고 말았다.
아이와 에리는 그걸 듣자마자 눈을 빛내며 내게 덤벼들 듯한 기세로 다가온다.

아이「그런가요!? 놀러 가도 되나요!?」

에리「아키 씨의 방……, 저, 신경 쓰여요?」

료「아니, 잠깐 그게……. 마나미 씨~!」

마나미「앗, 이거 말하면 안 되는 건가?」

가능하면 조용히 계시기를 바랐었는데.
아이네가 놀러 오는 건 좋지만, 즉 그 동안에는 스즈츠키 아키로 있어야만 한다는 거니까.

료「저, 저기! 아직 막 이사한 참이라서 정리가 되어 있지 않아.
그러니까 놀러 오는 건 조금 더 나중으로 미루자. 안 되니?」

물론 방은 깨끗하게 해두고 있습니다. 청소는 풍수에도 좋으니까 말이지. (風水, 풍수지리 할 때의 그 풍수)

아이「그러면 어쩔 수 없네요! 나중에 놀러 갈게요!!」

에리「응, PC도 가져 갈게」

료「아니, 자리 잡고 살려고 하지 말아 주세요. 하아, 어째서 이렇게 되는 걸까……」

조용하고 자유로운 자취 생활은 예상외로 간단하게 종언을 맞이할 것 같다.


 



73VIPにかわりましてNIPPERがお送りします [saga] :2012/06/10(日) 00:50:04.01 ID:Qj0K2Fz90


료「후~, 오늘의 레슨은 힘들구만. 하지만 효과는 확실하네」

치하야 씨의 가르침을 보컬 레슨에 활용하니 지금까지 이상으로 효율 좋은 레슨을 할 수 있었다.
역시나 가희. 가르치는 것도 잘한다.

??「묘하게 텐션이 높네. 기분 나쁘다구?」

레슨이 끝난 뒤에 마른 목을 스포츠 드링크로 축이고 있으니 뒤에서 누가 말을 건다.

료「기, 기분 나쁘다니……. 너무하잖아, 유메코」

유메코「나는 생각한 걸 말한 것뿐이야.
문제집에서 푼 게 시험에 나왔을 때 같은 얼굴을 하고서 레슨을 하고 있었다니까?
기분 나쁘다는 말 이외에 뭐라고 표현하면 되는 건데」

또 이상한 비유를 하네. 갈색 머릿결에 기가 셀 것 같은 그녀는 사쿠라이 유메코다.
평소에는 성실하고 다정하게 행동하고 있지만,
그 본질은 꿈을 이루기 위해서는 방해도 마다하지 않는 소악마스러운 아이…… 였다.
과거형인 이유는 몇 번의 오디션과 어느 아이돌과의 만남을 거치면서
최근에는 방해를 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들리지 않게 되었으니까.
지금에 와서는 좋은 라이벌 관계를 구축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유메코「그런데 너, 노래를 그렇게 잘 불렀었나? 지금까지랑은 뭔가 다른 것 같은데」

료「헤헷, 눈치 챘어? 사실은 좋은 코치가 있거든」

유메코「코치? 트레이너가 아니라?」

료「따로 또 있어」

유메코「그런 건 부럽네. 나는 프리 아이돌 신분이니까 레슨도 영업도 스스로 해야만 한단 말야」


 



74VIPにかわりましてNIPPERがお送りします [saga] :2012/06/10(日) 00:57:51.45 ID:2gtPNXFS0


유메코는 한숨을 크게 쉬고서 돌아갈 채비를 시작한다.

유메코「뭐, 금방 추월해 보이겠어. 너는 내 꿈을 이루는데 방해되니까」

료「바, 방해입니까……」

친구를 가리키는 표현으로는 너무하지만 저쪽도 나를 라이벌로서 보고 있다는 거겠지.
나 혼자만의 생각이 아니라서 다행이다.

유메코「그럼 안녕, 아키」

료「응, 바이바이」

유메코는 레슨장을 떠나고 나 혼자만이 남겨진다. 시계를 보니 슬슬 나가야 할 시간이다.
남이 보지 않게 주의하며 저지 차림에서 사복으로 갈아입는다. 사복도 여성용이지만 말이지.

료「자 그러면, 오늘은 뭘 만들……, 아얏!」

??「으악!」

저녁밥에 대해서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인지 앞에서 사람이 오는 걸 알아차리지 못했다.
부딪힌 충격으로 그 자리에서 엉덩방아를 찧고 만다. 당황해서 스커트를 누르고 상대의 얼굴을 본다.


 



75VIPにかわりましてNIPPERがお送りします [saga] :2012/06/10(日) 01:00:28.90 ID:fsRN8Lbg0


료「죄, 죄송합니다……」

??「칫, 하여간, 앞 좀 보고 걸어다니라……」

어, 이 사람은……!!

료「아, 아마가세 토우마?」

토우마「고……」

쥬피터의 리더인 토우마다!!
다른 사람의 접근을 허가하지 않는 나님(俺様) 캐릭터성과 높은 포텐셜을 가지고 있는,
지금 가장 높은 인기를 구가하는 남성 아이돌이다.
그런 잘 나가는 사람이 어째서 이 레슨장에 있는 거지?
더 좋은 장소를 사용할 수 있을 텐데……. 토우마는 나를 내려보고는 입을 꾹 다물고 말았다.

료「저, 저기요~? 제 얼굴에 뭐가 묻었나요?」

토우마「아니, 저, 저기……」

입이 험한 나님 캐릭터라는 건 들었었는데 눈 앞에 있는 토우마는 어째서인지 새빨간 얼굴로 멍하니 있다.
감기라도 걸린 건가?

??「토우마~, 뭐 하고 있는 거야. 우린 간다~?」

??「뭐야, 헌팅 중이야? 아무래도 우리들은 방해가 될 것 같구만」

토우마「멍청아, 아니라고!!」


 



76VIPにかわりましてNIPPERがお送りします [saga] :2012/06/10(日) 01:06:33.18 ID:fsRN8Lbg0


경직되어 있던 토우마가 재기동한다. 어느새 쥬피터의 쇼타와 호쿠토도 다가왔다.
세 명이 모이니 역시 오라가 있다. 그건 그렇고 멋지네.
나도 그들 같은 멋진 남자가 되고 싶다. 되어아먄 한다. 반드시 되겠어.

쇼타「못 보던 얼굴이네. 누나는 누구야?」

호쿠토「챠오☆ 이따가 식사라도 할래? 어때, 토우마」

쇼티「좋네! 누나도 같이 가는 건 어때?」

토우마「무, 무슨 소리를 하는 거냐! 마, 맞지!! 싫어하고 계시지 않습니까! 그런 거죠!!」

료「네? 무슨 소리죠?」

횡설수설해서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건지 알 수가 없는 토우마를 뒤에 서 있는 두 사람이 놀리고 있다.
의외로 친해지기 쉬운 사람일지도 모르겠네.

료「저, 저기요~. 저, 지금 서두르는 중이라서요……, 죄송합니다!!」

쇼타「바이바이~」

호쿠토「또 만나자, 천사야」

토우마「잠, 기다려! 적어도 이름만이라도~!!」

뒤에서 토우마가 뭐라고 큰 소리로 외치고 있지만 시간이 그다지 없다. 무시하고서 집으로 돌아간다.


 



77VIPにかわりましてNIPPERがお送りします [saga] :2012/06/10(日) 01:13:11.77 ID:fsRN8Lbg0


료「슬슬 시간이 됐으려나……. 앗, 네에~. 지금 나가요」

집으로 돌아온 나는 먼지 하나 남지 않게끔 청소를 한다. 물론 소중한 책은 들키지 않을 장소에 숨겨 둔다.
정소를 끝내고 난 다음에는 저녁밥의 준비다. 너무 오래 기다리게 하면 미안하니까 미리 준비를 해 둔다.
대강 준비가 끝났을 즈음에 인터폰이 울리며 손님이 왔음을 알린다.

치하야「안녕. 미안해, 조금 늦었어」

료「아, 안녕하세요! 저기, 안으로 들어오세요」

바빴던 건지 치하야 씨는 교복을 입은 채 내 집으로 들어온다.

치하야「역시 내부는 남자아이의 방이네」

료「그야 그렇죠. 방 안까지 여자아이스럽게 하는 취미는 없어요」

벽에는 축구 선수의 포스터가 붙여져 있고 만화도 소년만화 잡지만 잔뜩 있다.
여장 세트는 장롱 안에 모아 두었다. 보통 사람이라면 열지 않을 테니까. 리츠코 누나? 보통으로 보입니까?

료「적당히 앉아 계시겠어요? 조금 있으면 완성되거든요. 앗, 싫어하는 음식은 있으신가요?」

치하야「특별히는 없어」

료「그런가요. 다행이다. 다 됐으니까 지금 가지고 올게요」

평소보다 더욱 심혈을 기울인 저녁밥을 테이블로 가지고 간다.
이건 딱히 치하야 씨라서 그런 게 아니라 누군가에게 음식을 대접할 때에는 맛있는 걸 대접하고 싶기 때문이다.


 



78VIPにかわりましてNIPPERがお送りします [saga] :2012/06/10(日) 01:18:56.60 ID:fsRN8Lbg0


치하야「대단해……, 매일 저녁에 이런 걸 만들고 있는 거니?」

료「앗, 아뇨. 매번 이러는 건 아니지만 치하야 씨가 오시니까 제대로 된 걸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거든요」

마치 평판을 올리려는 것 같네. 여자와 단 둘이서만 있는데도 내 마음은 이상하게 냉정했다.
틀림없이 그녀와 가까운 곳에 있는 게 편안해서 그런 거라고 생각한다.

치하야「잘 먹겠습니다」

료「맛있게 드세요」

치하야 씨는 말 없이 입으로 음식을 나른다. 천천히 씹은 뒤에 젓가락을 한 번 내려놓는다.

료「입에 맞으시나요?」

치하야「정말로 맛있어. 남자에게 뒤지고 있다니 분한 감정이 드네」

료「그런가요!? 다행이다~. 앗, 이게 자신있는 음식이예요. 어떤가요?」

치하야「응, 먹기도 편해서 젓가락이 멈추지를 않아」

마음에 들어서 다행이다. 행복해 보이는 얼굴로 저녁밥을 먹는 그녀 덕분에 나까지 행복한 기분이 든다.
누군가를 위해서 요리를 만드는 것도 꽤나 좋은 거구나.


 



79VIPにかわりましてNIPPERがお送りします [saga] :2012/06/10(日) 01:28:56.15 ID:r36DEmuT0


치하야「잘 먹었습니다! 맛있었어」

료「변변치 않았는걸요」

둘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며 저녁 식사를 끝마친다.
학교의 수업에 대해서, 서로의 사무소에 대해서, 음악에 대해서.
화제는 떨어지지 않는 채 계속되어서 오랜만에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료「앗, 접시는 놓아 두세요. 설거지할게요」

치하야「아무리 그래도 대접받기만 하는 건 미안하잖니. 설거지 정도라면 나도 할 수 있으니까」

료「손님이니까요. 손님은 신이라구요?」

이렇게 귀엽고 예쁜 신이라면 얼마든지 새전을 드리고 싶은데.

치하야「그러면 부탁하도록 할게. 그건 그렇고 이렇게 누군가와 함께 저녁을 먹은 게 얼마만이려나 모르겠네」

료「사무소의 다른 분들이랑은 드시지 않는 건가요?」

치하야「먹기는 하지만 외식이야. 정확하게 말하면 손수 만든 요리라고 하는 게 좋으려나.
그러니까 엄청나게 신선한 기분이야. 고마워」

어쩐지 이거, 쓸쓸하네. 곰곰이 생각하니 그녀도 자취 생활을 하고 있다. 그런데 어째서 그러는 걸까.

료「치하야 씨, 어째서 자취 생활을 하시나요? 가족과 함께 사시지 않는……」

묻고 나서야 깨달았다. 나는 어째서 이렇게나 무신경한 인간인 건가 하고.
가볍게 질문할 생각이었다. 그런가요, 하고 웃으면 되는 거였다.
하지만 결과는 어떤가, 내 흥미는 깊고 날카로운 어금니가 되어 그녀를 깨물었다.
치하야 씨는 입을 다물어 버렸고 순식간에 무거운 분위기가 방을 지배한다.
마치 내 방이 아니라 그녀의 마음속에 흙발로 거리낌없이 들어간 것 같다.
침묵 속에서 스르륵 하고 내 손에서 미끄러진 밥그릇이 조그마한 물보라를 일으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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