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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리 ss) 동족혐오 프라이클(3/3)

댓글: 1 / 조회: 807 / 추천: 2



본문 - 07-20, 2021 04:41에 작성됨.

 ***




「시호」


 밤, 완전히 어두워진 시어터의 대기실.

 그로부터 상당한 시간이 흘러, 나는 다시 이곳 대기실로 돌아왔다.

 방 한가운데의 소파에 주저앉은 채, 작은 손바닥으로 움켜쥔 고양이 인형을 바라보는 그녀에게 말을 건넸다.

 그 말에 되돌아본 시호는 평소대로 날카로운 눈빛을 하고 있었지만, 왠지 그 표정에 쓸쓸함이 떠 있는 것 같기도 했다.


「뭐야?」


 시호가 너무 평소와 다름없이 대한다.

 주먹을 꽉 쥔다. 입술을 깨물며 어떻게 말을 꺼낼지 생각했다.

 시호의 얼굴에 반창고가 보였다. 뺨에 붙은 한 장.

 당황이 배가됐다. 아까 한 행위를 힐난해줬다면 차라리 편했을 텐데.


「그게……」

「……차, 내올까」

「어?」

「상당히 피곤한 모양이고. 상관없어, 난 아까부터 계속 여기 있었으니까. 너보다는 덜 피곤해」


 그렇게 말하고 시호는 일어서서 수도에 설치된 찻주전자에 뜨거운 물을 붓고, 찻잔 두 개를 꺼내서 거기에 차를 따랐다. 그녀가 너무나도 평범하게 행동하고 있어서 어쩔 줄 모르게 된다.

 더 이상 견딜 수 없게 되자 뭔가 할 얘기가 없는지 살피기 시작했다.


「미라이랑, 카나는?」

「이미 돌아갔어. 시간이 이미 이렇게 됐으니」

「……그것도 그렇네」

「걱정하더라. 이 시간까지 왜 남아 있냐고. 프로듀서한테 혼났다고 말하기 어려워서 침묵했지만」


 시호는 찻잔 두 개를 쟁반에 옮겨 방 한가운데 있는 탁자로 옮겨왔다.

 내가 이것저것 이야기를 들은 뒤, 시호도 프로듀서와 이야기를 했던 것 같다. 그 내용까지는 알 수 없지만, 그래도 시호는 아주 조금, 아까보다 부드러운 태도라고 느꼈다.


「자, 그런 데 멍하니 서 있지 말고. 앉아」

「아, 응……」


 시호가 말하는 대로, 시호가 앉은 소파 맞은편에 앉는다. 탁자를 사이에 두고 단둘이. 상황은 아까 레슨장과 마찬가지지만, 내 기분은 몹시 침울한 상태였다. 뭐라고 말도 못하고 찻잔을 움켜쥐어 입가로 가져가자, 차가 만들어내는 수면의 볼품없는 표정에 더욱 인상을 찌푸린다.


「이상한 얼굴이네, 시즈카」

「뭣」

「원래는 예쁜데. 완전 엉망이야, 너」

「……빈말은 됐어」

「빈말 같은 건 아닌데」


 시호는 그렇게 말하면서 자기 몫의 차를 마신다.

 나는 도저히 그럴 기분이 들지 않았다.

 다만 그저 차에 비치는 자신의 얼굴에 조바심이 더해질 뿐이었다.


「……아까는 미안했어, 시즈카」

「……어?」

「먼저 손을 댄 건 나였으니까. 다시 한 번 사과해야겠다고 생각해서」


 어떻게.

 어떻게 그녀는 이렇게까지 강하게 있을 수 있는 걸까.

 뜨거운 찻잔을 움켜쥔 손에 힘이 실린다.

 모든 점에서 그녀에게 지고 있었다. 분해서, 울 것 같았다.


「프로듀서한테 내 얘기, 들었지?」

「……응」

「신경 쓰지 마. 몰랐으면 그렇게 말하고 싶기도 했을 테니」


 시호의 이야기.

 프로듀서한테 들은 시호 아버지의 이야기.


 시호의 아버지는 몇 년 전 사고로 세상을 떠났다.


 교통사고였다고 한다.

 자세한 이야기는 모르지만 차에 타고 있는 쪽이었다고 들었다. 주변 사고를 피하기 위해서 자신이 피해가려다가 실수를 하고. 그대로 불귀의 객이 되었다.

 아직 그 무렵, 시호는 초등학생이었다. 결코 부유한 가정이 아니었기 때문에 어머니는 시호의 학비를 위해 일하고 있다고 한다. 일하기 시작한 것은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나서 바로. 그래서 일상적으로 대화할 기회도 줄었기 때문에 조금이라도 대화 기회를 늘리려고 어머니가 일이 없는 날은 우선적으로 휴식을 취하고 있는 것 같다.

 시호는 아버지를 좋아했다고 들었다. 별로 집에 돌아오지 않아서 시호는 1년에 이틀 정도 밖에 만날 수 없었지만, 집에 있을 때는 누구보다도 잘 대해 주었다고.

 고양이 인형은 아버지가 돌아가셨을 때 차 안에 놓여있던 것. 한동안 만나지 못했던 시호에게 줄 선물이었다는 모양이다. 생일을 축하하는 메시지 카드가 함께 있었다고 들었다.


 그 모든 이유를 프로듀서한테 듣고.

 나는 그저, 내 멋대로 한 행동이 그녀에게 깊은 상처를 준 것에 대해, 몹시 부끄러워졌다.

 사이좋게 지낼 수 있을 리 없지 않은가. 이미 잃어버린 아버지와.

 나의 그런 표정을 간파한 것일까. 그녀는 평소 어느 때보다도 부드러운 톤으로 말을 이어나간다.


「내가 아이돌을 하는 이유, 시즈카랑 비슷해. 자기 자신의 증명」

「……」

「혼자 설 수 있게 되고 싶어. 엄마를 힘들게 하고 싶지 않으니까. 그리고 내가 좀 더 돈을 벌 수 있게 된다면, 엄마도 편하게 해줄 수 있고…… 돈 때문에 아이돌을 하고 있다는 건, 다른 사람들이 들으면 경멸할 거라고 생각해서 말하지 않았지만」


 마음 속 깊이 울고 싶어졌다.

 그녀의 훌륭함이 아니라. 내 자신의 한심함에.

 강한 그녀에 비해, 어찌할 도리 없이 약한 자신에.


「그러니까……」

「비슷하다니, 그렇지 않아」


 그렇다, 비슷하지 않다. 닮은 점 따위, 없었다.

 ……그것을 깨달았기 때문에, 슬퍼진 것이다.


「나는, 제멋대로 굴 뿐이야. 결국 반항하고 싶어서, 아빠한테 끌려다니기 싫다는 이유로 아이돌을 하고 있어. 너처럼 훌륭한 이상 따윈 없어」

「……」

「나 정말 형편없다. 난, 내가 너와, 아주 조금이라도 닮았다고 생각했었어」


 말도 안 되는 공상에 지나지 않았다.

 나는 자신을 그녀에게 겹쳐봄으로서. 그녀가 혹시 나와 가까운 장소에 있는 것은 아닐까 하며, 자신의 나약함을 강요하고 있었다. 나만큼 약하고 불쌍한 사람이라고. 그렇게 함으로써, 그녀의 약한 부분을 이해하려 했다.

 그 자체가 엉뚱한 실수였다는 것을 깨닫지 못하고 있었다.


「나약함 같은 건 너에겐 조금도 없는데. 너도 나처럼, 부모를 원망하고 있다고 생각해서. 나의 한심한 부분을 밀어붙이고……」

「……그렇지 않아. 나는 그렇게 강하지 않아. 오히려 시즈카가……」

「거짓말, 넌 나보다 훨씬……!」


 훨씬 더 강하고, 훨씬 더 훌륭하고.

 나약한 나를 도와주려고 했는데, 나는 그것에 덤벼들고.


 서로 아픔을 느끼는 존재였다.

 거기에 반발하고 있던 것은 나였다.

 그녀는 고통을 느끼면서도 그것을 견디고 있었다.

 나는 계속 모르는 체 하고 있었다. 아니, 모르는 체 하는 것으로 어른인 척 하고 있었다.

 정말로 어른스러웠던 건, 홀로 견뎌내고 있던 그녀였는데.


 말 대신 눈물이 쏟아졌다.

 당황한 듯한 시호의 말도 들렸다.


「얘, 울지 마」

「힉…… 끅…… 그치…… 마안……」

「정말, 미라이랑 세리카에겐 보여줄 수 없겠네, 너의 그런 모습. 다른 사람을 끌어당기고 있을 때의 너는 그렇게 멋진데」


 하염없이 쏟아지는 눈물을 주체할 수 없었다.

 처음으로 울었다. 아버지 앞에서도, 어머니 앞에서도, 미라이 앞에서도, 프로듀서 앞에서조차 울어본 적이 없는데. 이렇게 진심으로 울다니, 이게 얼마만일까. 소리를 죽이고 계속 울었다. 눈물이 찻잔 속에 들어가는 것도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 울었다.

 시호는 그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고요 속에 나의 울음소리만이 울려퍼졌다.


 잠시 시간이 지난 뒤, 하아, 하고 숨을 내쉬었다.

 이제 눈물은 다 난 걸까. 오열을 간신히 참고 얼굴에 맺힌 눈물을 옷으로 닦아낸다. 정면을 올려다보니, 시호가 다정한 표정으로 미소짓고 있었다.


「너도…… 그렇게 우는구나」

「……실례야. 마치 내가 감정이 없다는 것 같잖아」

「아니, 그런 의미가 아니라…… 좀 더, 강한 애라고 생각했거든」

「……의외네. 네가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니. 계속 무시당하고 있다고 생각했어」


 나를 보며 웃는 시호는 왠지 내가 모르는 시호 같아 보였다.

 결국 나는 그녀에 대해 아무것도 몰랐던 걸까. 모르면서 강하게 부딪치고, 나와 다른 점에 누구보다도 짜증내고.

 다 지나고 나서 후회하다니 너무 한심하다.


「나와는 다른 점이 쭉 존경스러웠어. 주변을 정리하고 행동하는 힘 같은 건 나에겐 없고」

「그런 거 딱히 말해준 적 없잖아, 시호는. 거기다 따르지도 않고」

「잘 못해서. 누군가와 함께 있거나 행동하는 건. 그리고 솔직히 말하면 어리광 부릴 것 같아. 남에게 어리광 부리기 시작하면 자기 자신에게도 물러지니까」


 그렇게 강한 결의를 갖고 있는 사람이 대체 어디에 있단 말인가.

 ……결국 가장 어리광 부리고 있던 것은 나일지도 모른다. 아무도 자신을 이해하지 못할 거라고 생각하고, 그것을 자꾸 주위에 강요하고, 자기가 누군가를 이끌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모두 혼자 설 수 있을 정도로 강한데, 나에게는 주위에 이런 동료들이 있는데.


「나는 765프로가 좋아」

「……시호」

「이런 나도 받아 주는 장소니까. 이렇게 멋대로 구는 나라도 좋아해주는 사람이 있어. 옆에 서주려고 하는 친구들이 있어. 그것만으로도, 나는 힘을 받고 있어. 그 이상을 바라는 건 분수에 맞지 않는 어리광이겠지」

「그렇지는!」


 자기도 모르게 책상을 치고. 시호가 움찔하는 모습이 보였지만 나는 더욱 힘을 주었다.


「……그렇진 않아. 남에게 의지한다고 해서 강하지 않은 게 아냐. 오히려, 자기밖에 생각하지 않는 독선적인 사람이 훨씬…… 약한 거야」

「프로듀서님도 똑같은 말씀을 하셨어」

「……」

「다른 모두를 잘 보고 있구나, 시즈카는」

「내가 외로움을 잘 타는 것뿐이야. 내가 약해서, 다른 사람에게도 그걸 떠넘기고 있을 뿐이지」

「그걸 할 수 있으니까 강한 거야」

「……그럴까. 모르겠어, 난」


 그래, 결국 알 수 없다.

 어린애 취급하지 말라고 프로듀서에게도, 아버지에게도 화만 내고 있지만.

 결국 우리는 아무것도 모른다, 어른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그저 아이일 뿐.

 어른인 척한다고 뭐가 달라지는 것도 아닌데 아이로 있는 것을 싫어했다. 그것이 허세라는 것을 오랫동안 모르고 있었다.

 우리는 분명, 어른에 대해 허황된 동경을 품고 있는 것이다.

 어른이 되면 뭐든 마음대로 할 수 있다고 믿고 있다. 내 마음조차, 남의 생각조차도.

 시호가 풋 하고 웃으며 내 눈을 바라보았다.


「시즈카는 고지식하니까」

「뭐…… 시호에게 듣고 싶진 않아!」

「난 유연한 편이야. 제멋대로 굴 뿐」

「혼자 행동하는 만큼이나 최악이네!」

「그래그래, 정리하는 역할은 힘들지. 자길 안 따르면 불만인 타입?」

「그 정도까진 아니지만, 넌 너무 틱틱대!」

「미라이처럼 순순히 따랐으면 해?」

「……미안, 상상하니까 조금 징그럽네. 지금 이대로가 좋아」

「풋」

「후훗」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웃었다.

 ……그녀와 이렇게 될 날이 올 거라고 언제 상상이나 했을까.

 동료니까, 함께라는 건 알고 있었다. 그러나 처음 만났을 때부터 서로 맞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었을 것이다. 시호도 나에게 불편한 의식이 없었다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그래서 이런 순간을 상상할 수 없었다.


「……시호」

「왜?」

「미안해」

「……아냐, 나야말로」

「시호는 아까 사과했으니 됐어」

「너무 고지식해, 넌」

「그런 성격이니까」

「그 고지식함, 미라이한테라도 부드러움을 받는 게 좋을 거야」

「그 애는 너무 부드럽지. 미라이가 한 명 더 늘어나도 되겠어?」

「그건 사양하고 싶네」


 거기서부터는 불평의 언쟁과도 비슷한, 평소 늘 하던 대화.

 분명 뜨거울 텐데, 신기하게도 통증이 느껴지지 않았다. 가시가 박혀 있어도 뽑을 생각도 들지 않았다. 나는 분명, 어리광을 부리고 있던 거다. 견딜 수 있는 수준의 아픔을 고뇌할 정도로 아픈 척 하면서. 그리고 그 가시에는 또 부드러움이 있다는 것을 눈치채려 하지 않았다.


「저기, 시호」

「응」

「……나 너랑 다음 주 라이브 하고 싶어」

「그래」

「……그래, 가 아니고, 그」

「그 정도까지 했으면 제대로 말해. 거기서 남이 말해주길 바라니까 시즈카는 한심하단 거야」

「아니, 지금 내 일은 상관없잖아!」

「상관있어. 난 남의 사정 같은 건 별로 아무래도 상관없지만, 그것과는 별개로 한심한 사람과는 페어를 짜고 싶지 않아. 무대에서 실패할 게 뻔하니」

「큭, 이게……!」


 아, 하지만 역시 건방지다. 가시는 가시답게, 저항해 통증을 보내온다.

 그래도, 아무것도 몰랐던 시절에 비해 아픔 속의 다정함을 깨달았다.

 그 일이 있기 전과 있은 뒤, 모든 것이 달라 보인다. 분명 통증은 기억해둬야 할 것이다. 기억하지 못하면, 어느새 아픔을 다시 견딜 수 없게 된다. 그럴 때 분함을 느끼는 건 나 자신이다.

 이 녀석 앞에서 그런 추태. 두 번 다시 드러내지 않겠다.


「시호!」

「응」

「다음 라이브, 같이 하자. 너와 완성시키고 싶어」


 그것은 내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의 말. 그리고 진심을 고한 말.

 시호하고만은 하지 않으려 하고 있었다. 못할 거라고 생각했다. 그렇지만 그것은, 자신이 견딜 수 없는 뜨거움을 피하고 있던 것뿐. 한없이 한심하고, 스스로에게 어리광 부리고 있던 것은 나. 그저 아늑한 장소에 있고 싶고, 그곳이 가장 편안한 장소라고 호소하며.

 그를 받아 주지 않는 그녀에게 반발심을 품고 있었던 것인지도 모른다. 마치 아버지에 대한 행동처럼.

 나의 말에, 훗, 하고. 지금까지의 미소가 아닌, 내뿜듯 웃음을 터뜨리는 시호.


「……평소 같은 폼 잡는 말투」

「뭐야! 말투는 상관없잖아」

「미안, 좀 웃겨서…… 후후」

「웃지 마! 난 진지해!」

「알고 있어, 알고 있어……후후, 푸훗……」


 시호는 웃는다. 나는 화낸다.

 한동안 웃고 나서 시호는 내게 고개를 작게 끄덕였다.


「……그래. 완성시키자, 둘이서」

「시호!」

「난 혼자가 아니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고 생각되고 싶지 않거든. 시즈카가 섞인 정도로 꼴사납다는 말도 듣고 싶지 않고」

「……정말 한 마디가 많다니까」

「그런 성격이니까」


 한순간이라도 기뻐한 자신이 바보 같았다.

 작게 한숨을 내쉬고. 이제 완전히 미지근해진 차를 단숨에 들이켰다.


「……역시, 난 네가 싫어」

「상관없어. 무대 위에서만 똑바로 하면 돼」

「그래, 너도 말야. 그렇게까지 말했으니, 실수하면 화낸다?」

「남보단 자기 걱정이나 하지 그래?」

「아, 진짜, 한 마디가 많아!」

「엄살을 좀 부렸으니, 이제 시즈카에게 잔소리 듣는 나로 돌아가야지」

「……신경쓰고 있었어?」

「나름대로. 뭐, 내가 잘못한 것도 자각하고 있으니까 괜찮지만」


 그러면서 기지개를 켜는 시호. 겸연쩍어서 찻잔이 비었는데도 차를 마시려는 나.

 교제라는 건 어렵다. 멋대로 좋은 일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모두 좋은 방향으로 굴러가서, 반드시 좋게 받아주는 것은 아니다.

 그렇더라도 전하지 않으면 안 된다.


 우리는 동료 사이. 서로를 높이는 아이돌 사이. 단짝 친구 집단이 아니다.

 그래서 싸우기도 하고 말다툼도 한다. 트집도 잡고 감정에 몸을 맡기기도 한다.

 하지만 그게 뭐가 잘못됐나?

 태도를 바꿔, 대담하게 나서. 스스로에게 솔직해져.

 우리는 친해지고 싶어서 아이돌을 하는 건가? 동료니까, 같이 있는 것만으로 결속을 다질 수 있다고 생각하나?

 그렇지 않아, 어리광 부리지 마. 자신에게도, 타인에게도, 강해져.

 ……그거면 된다. 서로 상처를 입어가면서, 서로를 알아가자.


「그럼 난 이만. 시간도 이미 늦었고」

「……아, 응. 저기, 시호」

「왜?」

「그게…… 같이 돌아가지 않을래?」


 너무나도 드문 제안을 한 것에 스스로도 조금 놀라고 있었다.

 시호도 놀란 표정을 지었지만, 곧이어 부드러운 미소로 바뀌었다.


「좋아, 흔치 않은 제안이라 재미있을 것 같고」

「꽤 잘 받아 주네」

「가끔은 뭐. 그리고 이래봬도 돌아갈 때는 같이 돌아갈 때가 많으니까. 안나라든지, 카나라든지……」

「그래?」

「그래. 그 둘이랑은 자주 보니까」

「시호를 좋아하는 것 같기도 하고 말야」

「바보, 뭐라는 거야……!」


 쑥스러운 듯 놀라서, 약간 얼굴을 붉히며 한 걸음 내려가는 모습.

 이런 모습은 본 적 없어서 신선하다. 카나와 안나는 자주 보고 있는 걸까.

 그러고 보면 저번 주에 왔을 때도 카나와 안나와 같이 왔었다. 의외로 내가 못 본 데서 그 둘과 친하게 지내고 있는지도 모른다. 상상하다 보니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얼굴을 흔들고 나서 다시 나를 보려는 시호. 그래도 왠지 얼굴이 빨갛다.


「그, 그런 건 됐어! 간다!」

「남은 사람은 없지? 문 잠그고 가야지」

「알고 있어! 하여튼……!」


 아직도 화나 있다. 꽤 뒤끝 있는 타입인지도 모른다.

 시호는 대강 대기실 전체를 둘러보고, 다른 방도 열어 확인한다.


「응, 없네」

「그럼 돌아갈까」

「……그래」


 그렇게 둘이서 밖으로 나선다.

 완전히 추워지기 시작한 하늘 아래서 가방을 꼭 껴안고. 서로,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얼굴을 마주보고, 그게 왠지 재미있어서 가볍게 웃는다.


「저기, 시즈카」

「응?」

「……쓸데없는 참견이라는 건 알고 있지만, 그래도 들어줘. 아버님한테서 도망가면 안 돼」


 그것은 그녀 나름의 다정함으로.

 그녀 자신은 이젠 두 번 다시 할 수 없는 일을 부탁하는 행위.

 다른 누가 얘기해도 대들 것 같지만.

 서로 약한 부분을 보인 사이에 그런 말은 비겁하다.


「……하지만」

「여차하면 나도 도와줄 테니까. 시어터 동료잖아?」


 어두운 밤하늘 아래의 그 표정은 그렇게 좋아보이진 않았지만.

 사실은 분명 누구보다도 다정한 그녀는, 그렇게 말해 주었다.

 평소의 나라면 거절했을 것이다. 어디까지나 내 일이라고 단정하며.

 하지만, 지금의 나는.

 내가 지금 지을 수 있는 최대한의 미소를 지으며 시호를 보았다.


「그래, 잘 부탁해. 우리 아버지 꽤 완고하시니까」

「후후, 너와 판박이네」

「……그건 짜증나니까 그만해」

「마음 내키면」


 이따금씩 보이는 그녀의 변덕스러운 표정은 마음을 놓았다는 증거일까. 아니면 이게 그녀의 본질일까.

 어느 쪽이든 상관없다. 앞으로 그녀와의 교제도 분명 지금까지와 다르지 않을 것이다.

 서로 열을 올리고, 아픔을 느끼면서도 참고, 때로는 부딪친다.


 걸으며 살며시 시호의 손을 잡았다.

 순간 놀란 듯한 동작을 손의 열에서도 확연히 알 수 있었다.

 그래도 당황한 뒤에 그녀는 제대로 손을 잡아주었다.

 되잡아주니 왠지 반대로 부끄러워져서, 아무 말도 할 수 없게 되어 고개를 숙였다.


 얼마 안 되는 시간, 아주 잠깐의 돌아가는 길.

 평소에 싫을 정도로 뜨겁다고 느끼는 그 마찰은 왠지 따뜻하게 느껴져서.

 이것이 차가운 갑옷으로 몸을 감싼 그녀의 진짜 온기라는 사실을 겨우 깨달았다.

 그대로 역 앞까지 걷는다. 역 근처로 가자 시호가 나에게 말을 걸었다.


「여기까지면 돼. 난 전철로 가니까」

「그렇구나, 오늘 수고했어」


 잡고 있던 손을 떼고, 그것을 주먹으로 바꾸어 그녀 앞에 내민다.

 그녀는 그걸 본 순간 놀란 것 같았지만, 곧 이해한 듯 힘찬 표정으로 주먹을 쥐었다.


「……그럼, 내일도」

「응, 힘내자」


 그러면서 서로의 주먹을 맞춘다.

 서로를 바라보는 눈동자는 날카롭고, 매섭고, 뜨거웠다.

 늘 보이던 그녀의 차가운 눈동자 속 깊은 곳에서 불길이 느껴졌다.


「어머님께 안부 전해드려」

「너도 아버님과 사이좋게 지내」

「……조금은 노력해 볼게」


 불만스러운 표정을 짓는 나를 곁눈질하며 쓴웃음 짓는 시호.

 맞춘 주먹을 떼고 헤어진다. 그녀가 역 구내로 사라지는 것을 손을 흔들어 배웅했다.

 혼자가 되니 이상하게 쓸쓸하다. 그토록 곁에 있기 싫어했던 상대였을 텐데, 떠나버릴 때의 외로움은 다른 사람들과 같이 느끼고 만다. 그만큼 오늘 하루 만에 그녀에게 다가갔다는 것일까.

 아니, 처음부터 가까이에 있었을 것이다. 단지, 그 감촉을 싫어하지 않게 되었다.


「그럼 나도」


 이대로 집에 돌아가도 상관없지만, 왠지 그럴 기분이 아니었다. 시호가 들으면 뭐랄까. 또 한심하다는 소리를 들을 것 같다. 내일도 또 특훈이 있는데, 몸을 쉬지 않은 것이 알려지면 분명 싸움이 일어날 것이다. 상상하니 울화가 치민다.

 역 간판을 보고 있는데 핸드폰이 떨렸다. 아직 매너모드를 풀지 않았는데, 눈치채서 다행이다. 핸드폰을 들어 전화를 받는다.


「여보세요?」

『여보세요-? 시즈카?』

「뭐야, 미라이구나」

『뭐야라니 너무해. 지금 뭐 해? 혹시 한가하거나 그러진 않아?』

「집에 가는 중이야. 추측한 대로 한가해」

『다행이다. 저기 있지, 지금부터 노래방 안 갈래? 메구미 언니가 권유해서 몇 명 모였는데, 반값 할인권이 한 장 남아서 말야. 한 장 남아봐야 애매하잖아? 그러니까 할인권도 다 쓸 겸 겸사겸사, 어때?』

「……그래. 그것도 나쁘지 않겠네」


 그래도, 한심한 취급을 받는다 해도. 지금은 그냥 아이로서 어리광을 부리자.

 우리는 아직 어른이 되지 않은 아이. 감정과 논리를 정리하지 못하는 약한 사람.

 그렇다면 그걸 누리자. 지금 만큼은 그게 허용되는 때니까.


『앗싸! 음, 장소는…… 아-, 시즈카 지금 어디 있어?』

「시어터와 가장 가까운 역 앞」

『어? 시즈카 집에 가는 길이 그쪽이었나?』

「그게 좀…… 일이 있었어」

『……흐응?』

「……뭐, 뭐야」

『아니, 아무것도…… 어때? 가끔은 사이좋게 지내는 것도 좋지?』


 왠지 들킨 것 같은 목소리가 전화기 너머에서 들려온다.

 미라이는 뭐든지 내다보고 있는 걸까. 그녀를 만나고 나서부터지만, 이런 것을 제일 먼저 간파하는 건 언제나 그녀다. 그게 기쁘기도 하고, 그러는 한편 좀 분하기도 하고.

 그래도 오늘은 괜찮지 않나 싶다.

 

「……그러게, 나쁘진 않아」

『다행이다. 그럼 마중 나갈 테니까 조금만 기다려. 아마 5분 안에 도착할 거야』

「응, 기다릴게」


 그렇게 말하고 전화가 끊어진다.

 시호도 타이밍이 맞았으면 좋았을 텐데 하는 마음이 들었지만, 그와 동시에 그녀는 이대로가 좋겠지 하고 다시 생각한다. 여하튼 가족과의 오랜만의 해후다. 그것을 동료인 우리가 이러쿵저러쿵 말할 수는 없다. 필요 이상으로 만나는 것만이 우정은 아니니까.


 밤의 맑은 공기가 왠지 기분 좋다.

 그녀도 같은 공기를 느끼고 있을까. 평소에 생각지도 못했던 것들을 지금은 생각했다.


 뜻이 맞지 않는 것은 아마 앞으로도 변치 않을 것이다.

 그래도 박힌 가시를 어루만질 여유 정도는 생겼는지도 모른다.

 지금은 그걸로 됐다. 억지로 발돋움을 하니까 힘든 것이다.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을 하고 어리광 부릴 곳에 어리광을 부리면 된다. 그만큼 해야할 일은 해야 하지만.


「……그렇지, 시호?」


 동료의 이름을 문득 입에 올린다.


 멀리서 들려오는 미라이의 목소리.

 나는 오늘 최고의 미소를 머금으며 그녀에게 걸어갔다.

 언젠가 그 애 앞에서도. 이런 웃는 얼굴로 당연하게 지낼 수 있도록.

 한심하다는 소리를 듣지 않도록.


 나는 앞으로도, 내 멋대로 계속 걸어나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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