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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리 ss) 동족혐오 프라이클(2/3)

댓글: 1 / 조회: 801 / 추천: 3



본문 - 07-20, 2021 03:33에 작성됨.

 ***




 그리고 일주일 정도 지나, 토요일의 시어터.


「자, 원투, 원투…… 아-, 스톱!」

「네, 넷!」


 크게 목소리를 내는 것과 함께 나는 여태까지 하던 안무의 움직임을 정지시킨다.

 실감이 났다. 지금 건 내 실수다. 스텝이 조금 느려졌나.


「시즈카, 한 템포 느려. 손동작에 의식이 집중돼서 발에 소홀해졌어. 시호는 반대로 스텝을 너무 중시해서 손이 움직이지 않아. 지금 부분, 다시 하자」

「……알겠습니다」

「하앗…… 알겠, 습니다」


 트레이너님 앞에서, 나는 숨을 한 번 내쉰다.

 다음 주의 시어터 라이브를 향해 나는 시호와 함께 레슨장에서 특훈을 실시하고 있었다. 이번 주는 바빠서 함께 연습할 기회가 없기 때문에 이번 휴일 이틀간 쉬지 않고 단숨에 맞춰가자고 프로듀서가 말했기 때문이다.

 비록 5분 휴식을 여러 차례 했다고는 하나 토요일 아침 9시부터 시작한 합동훈련은 이미 4시간이 지났다. 밀도 높은 훈련이 되고 있는 것은 틀림없지만, 위액이 역류할 것 같은 피로를 안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시즈카, 힘드니? 이쯤에서 좀 쉴까. 벌써 점심이고」

「읏, 아뇨, 아직 할 수 있습니다!」

「……그래? 그럼 다시 해 보자. 그게 안 되면 일단 점심시간인 걸로. 너희 둘 다 그래도 되겠지?」

「넷!」

「네」


 무릎을 짚고 숨을 크게 몰아쉬는 나와 달리, 자못 태연하게 팔짱을 끼면서 트레이너의 말에 대답하는 시호. 정말로 새침한 얼굴이다. 내 고생 따위, 얘는 알 턱이 없겠지. 그러니까 더욱 더 초조해지고. 그 만큼 이 녀석에게 반골심이 생겨나, 이 녀석을 넘고 싶은 의지와 직결된다.

 다시 한 번, 지적받았던 파트의 같은 안무. 일주일에 한 번 있는 시어터 라이브는 각자가 가지고 있는 노래를 솔로로 부르는 것과 동시에, 시어터의 스테디셀러 곡인 「Thank you!」와 프로듀서가 지정한 한 곡을 듀오로 부르는 것이 정례가 되어 있다. 그 외에도 토크 파트라든지, 어떻게 보면 둘이서 하기에 제일 안 맞는 것도 해야겠지만.

 이번에 프로듀서에게 지정된 곡은,

「Ready!」

 일찍이 이곳 765프로를 널리 알린 선배 아이돌들이 부른 명곡. 밝은 곡조로 격렬한 움직임을 필요로 하는, 즐거움과 시작을 가져오는 곡.


「자, 원투, 원투, 시즈카 템포가 느려! 시호도 손이 안 움직여!」

「윽, 네!」

「훗, 네……」

「자, 스톱! 좋아, 일단 여기까지!」

「하아…… 하앗…… 아뇨, 아직……」

「안 돼, 일단 휴식. 시즈카도 시호도 아까부터 움직임에 절도가 안 나오고 있어. 이대로 해봐야 연습은 무의미해. 아무튼 억지로라도 쉬어」


 트레이너님의 무자비한 선고가 레슨장을 울린다. 움직임이 둔해진 것을 알면서도 계속하려는 욕구가 생겼다. 그것은 무엇이 만들어낸 욕구인가. 옆을 보자 시호도 아주 조금 숨을 헐떡이고 있는 듯이 보였다. 그렇지만 그것은 내가 그랬으면 하는 욕망이었는지도 모른다. 내가 이만큼 피로를 보이는데도 전혀 피로를 드러내지 않는다면, 그래서야 내가 그녀에게 크게 뒤지는 것 같으니까.

 「Ready!」는 신나는 곡조의 곡이지만, 그만큼 부담이 큰 곡. 격렬한 춤과 시의 강점은 노래, 춤, 보이는 법, 모든 것이 능숙한 사람이 아니면 그 곡을 제대로 전할 수 없을 거다.

 실제로 안무를 연습해 보고 어려움을 깨닫는다. 이 곡은 또한, 함께 부르는 사람들과의 호흡을 중시한 노래다. 한쪽이 돌출된다고 해서 완성에 가까워질 게 아니다.


「휴식은 한 시간. 그 사이에 점심을 먹으면 돼. 단, 너무 제대로 된 식사는 하지 마. 또, 휴식시간에는 휴식을 취하고 결코 혼자 연습하지 말 것. 오후 트레이닝은 더 빡세게 할 테니 그때까지 똑바로 체력 원상복구 해둬. 알았지?」

「넷」

「네」


 힘찬 나의 대답과 조용한 시호의 대답이 거의 같은 타이밍에 겹쳐서. 왠지 아니꼬와서 시호를 보니 시호도 나를 향해 시선을 돌리고 있었다. 그리고 다시 같은 타이밍에 시선을 다른 데로 돌린다. 그야말로 닮은꼴이다. 프로듀서에게는 자주 듣지만, 그걸 자각하니 조금 열 받는다.


「그럼, 나도 좀 쉴게. 이따 보자」


 그렇게 말하며 트레이너님은 손에 든 노트에 뭔가를 메모하면서 방을 나갔다. 좁은 레슨장이지만 둘만 있으면 갑자기 넓어진다.

 나는 레슨실 벽 근처에 놓아둔 가방 쪽으로 이동해 벽에 기대듯 주저앉았다. 피로가 상상 이상이다. 조금 전까지는 연습에 집중하고 있었기 때문에 몰랐지만, 지금 이러고 있으니 무릎이 떨리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이것을 기억하고 무대에 선 선배들에게 재차 존경심을 느낀다. 하루카 씨와 치하야 씨가 시어터에 왔을 때는 비교적 자주 이야기했다고 생각하는데, 평소 대화하고 있을 때의 선배들에게선 이만한 일을 할 수 있을 거라고 도저히 상상이 가지 않는다. 선배들이 얼마나 많은 노력과 단련을 쌓아서 지금의 자리에 있는지를 여실히 느낀다.


 나는 가방에서 꺼낸 스포츠음료를 입에 머금어 가볍게 입안을 적신 후 삼켰다. 허기가 상당하지만, 식사는 고형 블록 영양식뿐. 소화가 빠른 것을 우선 체내에 넣어둔다.

 조금 전의 감각을 잊어버릴 것 같아 연습하고 싶은 욕구에 사로잡힌다. 감출 수 없는 피로 속에 새로운 무언가를 기억하는 것은 불가능할 테지만, 그래도 무의미하다는 것을 알고 있어도, 몸에 새기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은 기분이다.


 문득 고개를 들자 방을 나가려는 시호의 모습이 눈에 비쳤다.

 너무나 늠름한 옆모습. 피로를 추호도 느끼지 못하게 하는 그 모습에.

 그 태도가 비위에 거슬려 그만 목소리가 나왔다.


「어디 가는 거야」

「……내 맘이잖아」

「말하기 불편한 이유라도 있어?」

「……화장실」

「아」


 창피하게 만든 걸까. 좀 미안한 짓을 했다.

 내 쪽을 노려보듯이 깔보는 시선에는 아주 약간 멋쩍음이 섞여있었다. 흥, 하고 콧방귀를 뀐 시호는 다시 문고리에 손을 댄다.

 그것을 보고 있던 순간. 자신에게도 뭔가 작은 떨림이 오는 것을 느꼈다.


「잠깐」

「뭐야. 네 얘긴 항상 길다니까」

「……나도 갈래」

「뭐?」


 시호가 불가사의의 의문 부호를 띄우는 것도 무시하고 나는 일어섰다.

 피로도 고뇌도 공복도 의식시키지 못했지만, 말이 트리거가 되었는지. 야릇한 느낌이 왔다. 아니, 그, 응.


「조금, 나도…… 가고 싶어졌어」

「아니, 뭐 괜찮지만……」

「뭐야, 그런 눈으로 볼 거 없잖아!」


 기가 막히다는 시선이 꽂힌다.

 나도 딱히 이런 추태를 얘 앞에서 드러내고 싶진 않았다. 하지만 한 번 의식해 버린 것을 떨쳐 버리긴 어렵다. 어쩔 수 없지 않냐는 생각을 하며 문을 잡는다.


「……별로 다른 사람이랑 화장실에 가는 취미는 없는데」

「나도 없어! 미라이도 아니고!」

「너, 가끔 미라이한테 무례하네」


 그러면서 둘이서 레슨장 복도를 걸어간다.

 레슨장 자체는 작은 시설이므로 헤매진 않는다. 다만 이렇게 짧은 시간이라도 의식하면 길게 느껴진다. 특히 시호가 이렇게 가까이에 함께 있다는 감각이 자신의 시간을 더디게 만들고 있는지도 모른다. 레슨 이외에는 여간해서는 같이 있지 않으니까.

 무엇을 이야기해야 좋을지 몰라서 입을 다문 채 함께 화장실로 향한다.

 화장실 문 앞에 와서 나는 먼저 들어가려는 시호를 손으로 가로막았다.


「잠깐」

「왜」

「소리 나면 민망하니까 밖에 있어」

「아니, 내가 먼저 들어갈 테니까 그동안 네가 밖에 있어」

「잠깐만 기다려, 나 많이 급해. 네가 갑자기 말하니까 이상하게 참기 힘들어, 오늘」

「몰라, 애초에 화장실 간다고 한 건 나야」

「잠깐, 진짜 잠깐만, 양보해줘. 곧 끝나니까, 잠깐이면 되니까」

「왜 그렇게까지 될 동안 방치해 둔 건데 너는!」

「어쩔 수 없잖아, 갑자기 왔다고!」

「나도 힘들어! 같이 올 줄도 몰랐고!」

「옆 칸 같은 건 죽어도 싫어! 그런 죽을 만큼 부끄러운 짓!」

「나야말로 그건 사양이야, 네가 아니라도 거절하고 싶지만!」


 바락바락 대드는 우리. 조금 전까지의 피로는 어디로 갔을까. 휴식 시간이 한 시간이라고는 하지만, 이런 짓을 하고 있으면 공연히 낭비될 뿐인데.

 마침내 서로가 지쳐서,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가위바위보에 의한 승부로 돌입했다. 몇 차례의 가위바위보 끝에 내가 이겼다. 알 수 없는 기쁨과 약간의 미안함, 그리고 마음이 풀리는 순간 엄습하는 변의. 째려보는 시호는 거들떠보지도 않고 나는 빠른 걸음으로 화장실 안으로 뛰어들어갔다.


 ……겨우 몇 분 만에 용변을 마친다.

 세면대에 나와 침착하게 손을 씻고 있는데 문 너머로 시호의 말소리가 들려왔다. 작은 목소리라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는 알아듣기 힘들었지만.


「……응, 좀 늦어질지도 몰라. 미안해」


 문을 열기 직전 그런 말만 들렸다.

 내가 문을 열고 시호를 보자 시호는 당황한 듯 핸드폰을 운동복 주머니에 넣었다.


「끄, 끝났어?」

「어, 응…… 전화?」

「네, 네가 무슨 상관이야. 얼른 나와. 들어가고 싶어」


 문 앞에 아직 서 있는 나를 밀어내고 시호는 화장실 안으로 들어간다.

 나는 시호를 전송하고. 문이 닫히고 나서도 왜인지 그곳에 있었다.

 평소의 나라면 그 애를 상대로 이렇게까지 할 의리는 없다고 말하고 곧바로 레슨장으로 돌아갔을 텐데. 그때의 무엇이 나를 그렇게 만들었는지. 그런 건 모르겠다.


 그렇지만, 나를 알아채기 직전의 시호의 얼굴을 봐 버렸다.

 지금까지 한 번도 본 적 없는 시호의 표정.

 어딘가 다정하고, 그러면서도 떠 있는 쓸쓸한 미소.


 ――비슷했던 것이다. 거울로 보는 나와, 많이.


 화장실 앞 벽에 기대어 문만 바라보고 있다.

 ……그러고 보니, 나는 시호에 대해 아무것도 모른다.

 알고 싶은 생각도 들지 않았다, 옆에 서는 것조차 싫어했던 상대니까.

 그런데 지금 이 순간, 처음으로 궁금해졌다,

 설령 그로 인해, 보다 나의 아픔이 늘어나게 된다고 해도.


「아……」

「……」


 눈앞의 문이 열리기까지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사실 대단히 긴 시간이 아니었음이 틀림없었는데도, 왠지 나에게는 십분으로도, 한 시간 정도로도 느껴졌다.

 시호가 놀란 얼굴로 문에서 나왔다. 나 스스로도 겉으로 드러내지 않을 뿐, 내 행동에 놀라고 있으니 그 반응도 당연할 것이다. 시호는 놀란 표정을 한순간에 지우고 평소의 표정을 짓는다.


「뭐, 하고 있어」

「기다렸어」

「어째서」

「글쎄. 이번엔 적어도 파트너니까, 일까」


 그게 진심이 아닌 것은 알고 있었다.

 진짜 이유는――그 얼굴의 이유를 알고 싶었던 것이다.

 내가 본, 그 순간의 표정.

 수심에 잠긴, 쓸쓸한 옆모습.

 그녀는 대체 그 순간 무슨 생각을 했던 걸까.


「……쓸데없는 참견이야」

「그렇게 말할 줄 알았어」

「알고 있는데 행동했구나. 가끔 너를 이해할 수가 없어」


 그러면서 시호는 먼저 혼자 레슨장으로 돌아가려 했다.

 나는 황급히 그녀의 등을 쫓았다.


「누구랑 통화하고 있었어?」

「너랑 무슨 상관이야」

「아까랑 같은 말이네」

「시끄러워. 평소엔 싸움만 거는 주제에」

「걸긴 누가」

「네가 시끄럽게 구니까 싸움이 나는 거야」

「네가 쓸데없는 말을 해서 싸우는 거야」


 이런 언쟁도 언제나 있는 일.

 그렇지만, 어쩐지 나의 어조는 누그러져 있었다.

 그런 것을 스스로 눈치챌 여유는 없었지만.


「……엄마」

「어?」

「엄마, 엄마 말야. 오늘 레슨 때문에 늦는다고」

「집에서 나올 때 말하지 그랬어. 레슨 얘기는 이미 전에 들었잖아」

「오늘 아침에 집에 안 계셨으니까」


 그 말뜻을 이해하려고 하다가.

 순간 이해가 늦어져서. 이해했을 때, 그 무게를 느꼈다.


「오늘은 밤에 엄마가 집에 계시니까. 연락해 두고 싶었어」

「……그, 그렇구나」

「그래서 말하고 싶지 않았어. 우리 집 사정 같은 거」


 불과 1m밖에 안 되는 거리 사이에, 큰 차이가 느껴졌다.

 그 거리가 바로 나와 그녀에게 아픔을 주는 가시의 정체였던 것일까.


 그녀의 집안에 대한 이야기를 처음 들었다.

 나는 그녀에 대해 아무것도 몰랐다.

 그래서 알 수 없었던 것이다. 그녀의 마음속을. 그것은 그녀에게 있어서 나 또한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것뿐이야. 시시한 얘기지?」

「……시시하지 않아」

「그래? 역시 넌 참 별나네」

「시끄러워」


 그렇게만 대답하고 나는 그녀의 뒤를 걸어간다.

 자각은 있다. 나는 어디까지나 누군가를 생각하고 있다.

 그것은 무엇이 만들어낸 것이었을까.


 걸어가는 동안 레슨장에 도착했다.

 아직 휴식시간은 40분 정도나 남았기 때문에 조금 전처럼 가방 옆에 주저앉았다.


「시즈카」

「응?」

「……나만 집안 사정을 말하는 건 비겁해」

「……」

「너에 대해 아무것도 몰라, 나는」


 그렇게 말을 꺼낼 수 있는 만큼, 시호는 착한 애라고 생각해 버렸다.

 나는 오기가 방해해서 그 말을 꺼내기가 어렵다.

 그리고 그 이상으로――자신에게 향해진 말에, 초조함과 분노를 생각해냈다.


「시즈카는, 왜 아이돌을 하고 있어?」


 근본. 모든 동료가 서로 껴안고 입에 담지 않는 뿌리.

 입에 올린다는 것은 나약함을 속속이 드러내는 것. 그것을 쉽게 할 수 있을 만큼 나는 어린애도 아니고 어른도 될 수 없는 인간이었다.

 그렇지만 빚이 있었다.

 그녀의 나약함을 엿봤다는, 나의 빚.

 굳게 닫힌 말의 마개는 물벼락을 맞은 듯 촉촉해지고, 떠내려가서 내용물을 하염없이 넘치게 만들었다.


「……반항이야」

「반항?」

「그래, 아버지에 대한 반항」


 나의 행동원리는 분노였다.


 아버지는 엄격한 사람이다. 나의 자유를 허락하지 않았다.

 아버지는 훌륭한 사람이다. 딸인 나는 계속 비교되었다.

 좋은 학교에 가서 훌륭한 인격자가 되라고 배웠다.

 그 생활이 너무 답답해서 바깥세상이 부러웠다.


 처음으로 사귄 친구를 아버지에게 무시당했다.

 그뿐이라면 그래도 괜찮다. 하찮은 친구를 사귀지 말라는 말까지 들었다.

 참을 수 없는 분노였다. 오직 미움만이 나를 지배하고 있었다.

 난 아버지의 꼭두각시가 아니야. 도구가 아니라, 사람이야.


「싫어. 아버지가」

「……아버지가」


 시호의 표정은 굳어 있었다.

 당연하다. 이런 이야기는 누구에게도 한 적이 없다. 그렇게 친한 미라이한테도.

 그 행위가 명확히 벽을 만든다는 것을 이해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나는 너무 깊이 말하진 않고, 그것만 말하고 일어나서 시호에게 시선을 돌렸다.


「시시한 이유야. 다른 사람들처럼 빛나고 싶다든가, 멋있어지고 싶다든가, 귀여워지고 싶다든가 하는 건 전혀 없어. 그저 자신을 증명하고 싶을 뿐이야」

「……증명」

「그래. 알려주고 싶어. 나를 계속 우습게 본 아버지에게, 나 자신을」


 그런 어린애 같은 사정을 받아 준 프로듀서에게는 감사하고 있다.

 유일하게 이 사실을 아는 사람은 프로듀서뿐이다. 그는 웃으며 이 이야기를 흘려들어 주었다. 웃은 것에 대해서는 화가 치밀었지만, 나를 아버지의 딸이 아닌 모가미 시즈카라는 한 사람으로 봐 준 것은 그가 처음이었다. 나는 적어도, 그렇게 자각하고 있다.


「……나도 하나 이야기했어. 만족했어?」

「……응, 하지만」

「하지만……뭐야. 이제 됐잖아」


 나는 가방에서 스포츠 음료를 꺼내 한 모금 더 마셨다.

 시호는 아주 조금 쓸쓸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런 얼굴 지금까지 보인 적 없으면서. 나한테 그런 얼굴도 할 수 있는 거구나, 너. 그런 말을 하고 싶어졌다.


「……그게」

「뭐야. 시호도 적당히 앉아. 피곤할 텐데……」

「사이좋게…… 지낼 수 없어? 아버님이랑」


 푹 하고, 날카로운 칼날이 들어왔다.

 그 문제를 찔러온 것은 두 번째다. 첫 번째는 프로듀서. 그때는 온 힘을 다해 말다툼을 벌였고, 결국 프로듀서가 항복하면서 끝났다. 내 표정이 굳어진다. 지금 마신 스포츠 음료가 무심코 돌아가버릴 정도로.

 고개를 숙인 채 시호에게 대답한다.


「못 해. 사이는 쭉 나빴어. 초등학생 때부터」

「……그렇다 해도, 네가 거리를 두고 있는 것뿐이잖아?」

「장난하는 게 아니야! 이해해주지 않는 건 아버지야! 지금 사귀고 있는 친구들과는 모두 인연을 끊으라니! 그 사람이 나를 알아주리라곤 생각하고 싶지도 않아!」

「널 소중히 여기고 계실 거야. 그래서……」

「그래서? 소중히 여겨서 뭐? 그러면 나를 마음대로 다뤄도 된다는 거야?」

「그, 그런 게 아니라!」


 나는 저도 모르게 벌떡 일어났다. 시선은 어느새 시호를 완전히 노려보고 있었다. 시호가 분명히 겁에 질린 것이 눈에 띄었지만, 한번 들어간 불은 꺼질 줄을 몰랐다. 나는 시호에게 다가가서 말했다. 서로 닿을 것만 같은 거리에서, 불꽃처럼 말을 토해낸다.


「난 나야! 그걸 인정해주지 않는 게 아버지야! 그런데 무슨 수로 사이좋게 지내!」

「그렇게까지, 말할 건 없잖아, 너도!」

「너한테 이해해달라고 한 적 없어……! 그런 말을 할 정도면 분명 아버님과 사이가 아주 좋겠네! 참 부러운 일이야!」

「!」


 그 말이 발단이었다.

 시호의 손이, 휘둘러지고.

 내 뺨에 열이 올랐다.


 정적이 찾아왔다.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이해한 것은 잠깐이 흐른 뒤.

 울상을 지은 채로, 시호는 내 뺨을 때리고 있었다.

 빠드득, 하고 들린 이 가는 소리는 누구의 것이었을까.


「……그 이상 말하면, 화낼 거야」

「……지금 쳤지」

「그래」

「이게!」

「윽!」


 손을 올린 건 그녀가 먼저.

 하지만 폭력에 호소한 것은 분명 내 쪽이었다.

 분노한 기세 그대로 그녀를 쓰러뜨리고 덮쳤다.

 냉정을 잃은 상태였다. 아버지 일과 맞은 아픔, 둘 다 겉잡을 수 없는 분노로.


「너, 전부터, 맘에 들지 않았어……!」

「귀찮게 구는 건, 너도 마찬가지야…… 불행 자랑은 할 만큼 했어!?」

「불행하지 않은 너는 알 바 아니겠지!」

「그래, 자기 처지를 불행하다고밖에 인식하지 못하는 사람은 말야!」


 열이 서려 있었던 것이다. 타는 듯한, 불꽃을 직접 쬐는 듯한 열이.

 마찰을 반복하면서, 지금까지는 그래도 포기하고 얌전히 가시를 뽑았는데.

 지금 이때는, 마침내 눈앞에 있는 톱니바퀴가 꼴 보기 싫어졌다.

 계기는 단순했지만, 지금 나를 행동하게 만들기에는 충분했다.


「얘들아, 간식 가져 왔…… 잠깐, 너희들!?」


 그때 우연히 프로듀서가 오지 않았으면 어떻게 됐을까.

 우리는 서로 분노를 터뜨리며 싸우고 있었다. 프로듀서가 억지로 끼어들지 않았다면 언제까지나 계속하고 있었을 것이다. 시호를 덮치는 나를 잡아떼고, 그래도 시호에게 덤벼들려는 나를 붙잡고 프로듀서는 황급히 트레이너를 불렀다. 시호는 나를 매서운 시선으로 노려보며 팔짱을 끼고 있다.

 서로 어떻게 때렸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그렇지만 아슬아슬한 선에서 냉정을 지키고 있었는지, 그렇지 않으면 서로 상처입히는 방법을 몰랐기 때문인지, 공격은 약해서 끽해야 살갗에 찰과상을 입힌 정도.


 트레이너님이 왔을 무렵 나는 완전히 프로듀서에게 억눌려 있어서. 서로 노려보는 시선만이 남아 있었다. 트레이너님이 시호 옆에 붙고 내 옆에는 프로듀서가 있었다. 벽에 기대앉은 나의 옆에 책상다리를 하고 앉는 프로듀서. 정장 차림인데도 왜 이리 빈곤한 티가 나는지.


「어디 보자…… 뭐 하는 거니, 너희들」

「싸움이요」

「그건 알아. 어쩌다 그렇게 됐냐고 물어보는 거야」

「시호에게 물어보세요. 먼저 손을 댄 건 쟤예요」

「아, 그러니. 너희 정말 사이 나쁘구나」


 머리를 긁는 프로듀서. 이건 나와 시호의 싸움이다. 다른 사람에게 참견 당하고 싶지 않다.

 그러고 있으려니 트레이너님이 이쪽으로 온다. 조금 미안한 듯한 표정으로, 사과하듯 작은 목소리로 프로듀서에게 말을 건다.


「그게…… 원인은 시즈카 때문이라는데」

「먼저 때린 건 저쪽이에요!」

「뭔가 말실수 같은 건 없었니? 시즈카가 먼저 뭐라고 했다던가?」

「상관없어요, 프로듀서하고는!」

「죄송합니다, 프로듀서님」


 내가 언성을 높이고 있는데, 시호가 어느새 프로듀서의 뒤에 있었다.

 프로듀서에게 한번 고개를 숙이고 자기 가방이 있는 곳으로 걸어가 주워든다.


「오늘 연습은 더 이상 못 하겠어요. 그리고 다음 주의 라이브도, 시즈카하고는 거절할게요. 전 지금 저 애랑은 잘 할 수 있을 것 같지 않아요」

「뭐, 이게……!」

「자자, 그만 싸워. 시호, 이따 이야기를 듣고 싶으니까 대기실에서 기다려 줄 수 있을까? 조금 있다가 그리로 갈 테니까」

「시시한 이야기밖엔 할 수 없어요…… 이렇게, 한심한」

「그걸로 됐어. 미안하지만 시간 좀 내줘」

「……상관없습니다. 오늘은 어차피 늦게 들어간다고 했으니. 그럼 이만 실례하겠습니다」


 다시 한 번 프로듀서를 향해 고개를 숙이고 시호는 방을 나갔다.

 프로듀서는 옆에 앉아 있는 트레이너님을 향해 다정한 미소를 짓고는, 말을 던진다.


「죄송합니다, 시호를 좀 봐주실래요? 저는 잠깐 시즈카랑 얘기하고 갈게요」

「네. 프로듀서님도 고생이 많으시네요」

「이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죠」


 그러면서 트레이너님도 다시 방을 나갔다.

 레슨장에 남은 사람은 나와 프로듀서 두 사람뿐.

 나는 쪼그려 앉아 다리를 껴안고 고개를 숙였다.

 화가 났다. 왠지 나 혼자서만 완전히 어린애 같아서.


「그래서, 이것저것 이야기를 듣고 싶은데, 시즈카」

「전부 시호 잘못이에요」

「어느 한 쪽이 잘못한 걸로 끝나면 싸움은 일어나지 않아. 서로 의견을 부딪치니까 충돌이 생기는 거야」

「그렇게 다 아는 척 하고」

「너희보다 10년은 더 살았으니까. 옆자리 괜찮을까?」

「별로, 상관없어요」

「고마워」


 그렇게 말하자 대면해 있던 프로듀서는 내 옆으로 바싹 다가앉았다.

 이 거리에서 있어 주는 어른은 프로듀서뿐이다. 모두 내 얼굴을 보고, 먼 곳에서 말을 던진다. 칭찬의 말, 질타의 말. 그것이 어떤 것이든 내가 원하는 건 그런 게 아니었다.


「너랑 시호는 정말 잘 싸운다니까」

「새삼스럽게. 알고 있다면 한 조로 짜지 말았어야죠」

「사이좋게 지내야 한다고 했지? 시즈카는 친구를 소중히 여기니까, 거기서 시호를 따돌리면 안 돼」

「하지만, 시호가」

「시호가 문제라고 하더라도, 그래야 해. 문제라고 생각한다면, 더군다나 동료라면 고쳐야지. 그렇게 자기 마음에 들지 않는 걸 마음대로 하고 싶어한다면, 시즈카도 시즈카가 그렇게 싫어하는 아버지와 같아지는 거야」

「저는 아버지와는 달라요!」

「모두 그렇게 말해. 애들은 말이야, 잘난 체 하지. 나도 어렸을 때 똑같았어」


 반발하는 나를 받아넘기듯.

 프로듀서는 항상 이렇다. 내가 하는 말에 결코 화내지 않는다. 잔소리 심한 아버지와는 전혀 달랐다. 설교투인 건 옥에 티지만, 우리가 어떤 일을 해도 화내지 않았다. 그저 친근하게 가장 가까운 곳에 있어주는 어른. 그게 프로듀서.


「프로듀서의 가정에도 문제가 있었나요?」

「참 실례되는 질문이네. 우리 부모님은 사이좋고, 나도 아주 평범하게 컸어」

「그러면, 그런 말을 할 리가 없잖아요」

「그럴지도 모르지. 하지만 중학생 때는 나도 비슷한 말을 했어. 주위에 있는 풍족한 동급생들을 보고는 평범한 가정에서 태어난 나는 불행하다든가, 부모님의 고생은 아무것도 모르고 말이야」

「……어린애였네요」

「그야 그렇지. 처음부터 어른이라면 아무도 고생하지 않아」


 하하, 하고 태평하게 웃는 프로듀서의 미소는 말하는 것과 달리 꽤나 아이처럼 보인다.

 이 웃는 얼굴에 격려받아 왔다. 믿음직스럽지 못하고, 도움될 것 같지도 않고, 그렇지만 우리 곁에 있어주는 프로듀서에게. 아주 조금, 나는 자랑스럽게 느꼈던 건지도 모른다. 그래서 나는 그에게 너무 약하다. 약하기 때문에, 뭐든지 기대고 만다. 이 사람이라면, 나의 나약함을 맡길 수 있다고 믿으니까.


「……시호에게, 들었어요」

「뭐라고?」

「아버지랑, 잘 지내라고. 그럴 수 있을 리 없는데」

「흐음, 시호가 말이지. 별일이네」

「그래서…… 그렇게는 못한다고, 말하고. 어차피 넌 아버지랑 사이좋겠지, 그렇게 말했다가…… 뺨 맞고」

「아-……아-, 그랬구나」


 뭔가 모든 걸 깨달은 듯이 목소리를 내는 프로듀서.

 머리를 긁적이고 있다. 난처한 얼굴이다. 이 얼굴도 항상 보고 있다. 프로듀서는 종종 미라이나 츠바사에게 엉뚱한 말을 듣곤 하니까. 그럴 때마다 난감하면 머리를 긁적이며 무언가를 생각해 말을 던지려고 한다. 그런 모습을 몇 번이나 봐 왔다.


「그래서, 그……」

「시즈카」

「네?」


 내 이름을 부르는 톤이 워낙 진지했기 때문에 프로듀서를 향해 고개를 들었다.

 프로듀서의 얼굴은 그 어느 때보다 진지한 얼굴이었다.


「말해둘까. 시호에게는 절대 말하지 말라고 들었지만, 상황이 상황이니. 시즈카는 이제부터 내가 말하는 건 절대, 누구에게도 발설하지 않도록. 약속할 수 있겠어?」

「그…… 그게, 네」

「좋아, 착하지. 원래 시즈카는 그렇게 남에게 친절하게 대할 수 있는 거야」


 그렇게 말하며 프로듀서가 머리를 쓰다듬는다.

 발끈해서 나도 모르게 다시 무릎을 껴안고 고개를 숙인다.


「어린애 취급하지 마세요」

「아직 어린애야, 중학생인걸. 어른인 척 안 해도 돼, 아직은」


 프로듀서가 타이르면서 머리를 쓰다듬어 준 것은 이게 몇 번째일까.

 문제를 일으키고는, 이렇게 타일러지고.

 ……어린애보다도 훨씬 어린애 같은 자신에게, 왠지 화가 난다.


「정말……!」

「하하…… 그럼, 어디부터 얘기해야 하나. 글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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