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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리 ss) 동족혐오 프라이클(1/3)

댓글: 2 / 조회: 1126 / 추천: 2



본문 - 07-20, 2021 02:31에 작성됨.


*밀리마스 초창기인 2013년에 나온 작품이다 보니, 지금과는 조금 다른 부분도 있습니다. 양해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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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뜻이 맞지 않는 녀석이라는 것은 어떻게 해도 존재한다.


 생각의 차이, 행동의 차이, 사상의 차이, 온갖 차이.

 엇갈림이 마찰을 낳고, 뜨거운 것이 싫기 때문에 마찰의 원인을 지우려고 한다.

 서로가 서로를 그러려고 하기 때문에 부딪쳐서 싸움이 된다.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뜨거운 것에 익숙해지지 않기 때문에 몇 번이고 서로 부딪친다.


 ……하지만 어쩔 수 없잖아.

 너무 맞지 않아. 곁에 있기만 해도 불편하고 아프다고.

 손가락에 박힌 가시를 빼듯 나는 통증을 없애려고 한다.

 그렇지만 닿을 수밖에 없는 거리에 계속 있어야만 하니까.

 나는 박혀가는 가시를 끝없이 계속 뽑아내는, 참으로 무의미한 자가치료.

 곁에 있는 것만으로 나는 아픔을 느끼고, 또 주면서 살아가야만 한다.


 그러니까, 그 애와는 평생 뜻이 안 맞는다.

 그런 건 알고 있다. 천적이란 거겠지.

 ……그래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그 녀석하고는 앞으로도 계속, 함께할 거라는 걸.

 인정할 수밖에 없다.

 그 애는 나보다 훨씬 더 강하고 예쁘고 멋있는.

 나는 될 수 없는 아이돌이라는 것을.




***




「농담이죠!?」

「정말이야」

「말도 안 돼요, 절대 못 해요, 납득 못 하겠어요」

「훌륭한 3단 거부로군. 그렇게까지 싫니?」

「싫어요, 절대 싫어요!」


 손바닥으로 책상을 내리치며 나는 프로듀서에게 말대꾸했다.

 프로듀서의 표정이 질렸다는 듯, 화가 난다는 듯 복잡한 표정으로 바뀐다. 원래 기가 센 사람은 아니지만, 이런 표정을 지을 때면 특히 낙담했을 때다. 그럭저럭 알고 지낸 뒤인 지금이기에 그런 것을 알 수 있다.

 안다고 하더라도 납득할 수는 없지만.

 책상 위에 올려져 있는 것은 의상 디자인을 그린 일러스트.

 2인용 의상, 그리고 그것을 입는 두 명의 이름.

 한 명은 나, 모가미 시즈카.

 그리고 다른 한 명은――


「하필 시호하고 제가! 왜 둘이서!」

「자자, 일단 진정해」

「이걸 어떻게 진정할 수 있겠어요!」


 격앙되어 숨을 몰아쉬는 나에게 불안한 시선을 던지는 프로듀서.

 프로듀서에게 내가 말대꾸하는 건 딱히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내가 매섭게 노려보자 프로듀서는 잠시 팔짱을 끼고 생각에 잠긴 내색을 한다. 그리고 비로소 고개를 들어 그 불안한 얼굴을 나에게 보인다.


「애당초 말야, 뭐가 그렇게 싫은 거야?」

「싫어요. 걔랑 짜는 것만은 싫어요. 절대 싫어요」

「그래도 동료잖니, 같은 시어터의」

「……그건, 그렇지만」

「사이좋게 지내야지. 일단 한솥밥을 먹는 사이니까」

「저도 동료라는 의식이 없는 건 아니에요. 하지만……」


 거기까지 말하고, 주먹을 꽉 쥔다.

 그 녀석에 대해 이야기를 하면 저절로 힘이 실린다.

 볼 때마다 주먹으로 한 대 치고 싶어지는 젠체하는 표정이.

 남을 얕보는 것 같은 어이없어하는 목소리가 머릿속에 떠오르기 때문이다.


「음…… 그렇게 말해도 말이지. 주말 시어터 라이브는 연례행사고, 페어를 짜는 것도 예전부터 이어진 관례 같은 거고…… 지금까지 해온 애들 모두 아무 불평 없이 해 준 일을 개인 사정으로 바꿀 수도 없는 일이라」

「주말이라고는 해도 다다음 주 말이죠? 저희 말고도 아직 안 한 애는 있어요. 지금이라도 교체하면……」

「여기서 그래 알았다, 하고 바꾼다면 나쁜 선례가 생겨버리잖아. 억지를 부리면 라이브를 하지 않아도 된다면, 라이브 시어터가 성립될 수 없지 않겠어?」

「윽……」


 맞는 말이다.

 우리는 프로로서 아이돌을 하고 있다. 일인 이상 그것에 대드는 것은 문제가 된다.

 나는 항상 프로듀서에게 말대꾸는 하고 있지만, 그것은 일 이외의 이야기. 한번 일이라는 명목이 내걸리면 우리들 아이돌은 거역할 도리가 없다. 인기가 있는 것도, 인지도가 높은 것도 아니다. 우리는 신출내기 아이돌이기 때문에 일을 위해서라면 어떤 고생이라도 짊어져야 한다.


「우리 시어터는 시즈카보다 어린 아이들도 있고, 같은 나이대도 많아. 그런데 네가 마음대로 굴면 다른 아이들한테도 악영향이 가게 돼」

「……」

「……여하튼, 결정사항이야. 아직 시호에게는 이야기하지 않았지만, 오늘 중으로 그 애한테도 전해 둘 테니까. 으음, 뭐랄까…… 서로 싸우지 마렴」


 프로듀서는 내 표정을 보며 그렇게 말하고, 책상에 내놓은 자료들을 정리해 가방에 챙겨넣은 뒤 방을 나갔다. 아마 다른 일이 있거나 시호에게 이야기하러 갈 생각일 것이다.

 온몸을 엄습하는 초조함. 표정이 굳어 있을 것이다. 거울은 보지 않았지만, 스스로에 대해서는 나 자신이 가장 잘 알고 있다. 어깨에 힘이 들어가 있다. 이대로 미라이를 만나면 그녀는 어떤 표정을 지을까. 분명 그 애는 덜렁이며 나에게 말을 걸어올 테지만.


「세수하고, 대기실로 돌아가자」


 아침부터 기분이 별로 좋지 않다. 이런 기분이 될 거였으면 오늘은 시어터에 오지 말걸.

 그렇다고 집에만 있는 것도 짜증난다. 아버지가 귀찮게 할 것이 눈에 선하다.

 오늘은 일요일. 학교에 다니는 같은 나이의 애들도 비교적 아침부터 시어터에 모이기 쉬운 날이다. 또 누군가 먼저 대기실에서 기다리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른다.

 조금은 얼굴을 펴도록 하자. 이런 굳은 표정으로 돌아가면 아이들이 보고 울어버릴지도 모른다. 태연한 건 미라이 정도일 것이다.

 나는 가방 끈을 어깨에 메고 의자에서 일어나 밖으로 나갔다.


 머리 한 구석에 떠오르는 초조함의 원인, 시호의 모습.

 아주 조금만,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은 채 있고 싶었다.




 ***




 약 1년 정도 전에는 무명이었던 765프로덕션이 유명해지고 이름이 팔리기 시작한 것은 대략 반년 전부터였을까.

 13명의 인기 아이돌을 선전하는 와중에 765프로의 한 기획이 부상하고 있었다.

 인재 발굴을 위해 신인 아이돌들을 고용해 이들에게 라이브할 기회와 장소를 마련해 준다.

 그것이 바로 765프로 라이브 시어터다.


 모집인원은 뜻밖에도 많아서, 선별되어 765프로덕션에 들어온 아이돌들이 이곳 라이브 시어터 소속으로 활동하게 되었다.

 내부에는 아이돌들의 생활공간도 존재해 이를테면 하나의 사무실과 같은 것이기도 하다. 신인 아이돌들은 매일 이곳에 모여 레슨과 라이브, 그리고 때로는 내 집처럼 생활하고 있다.

 나, 모가미 시즈카에게 있어서 실제로 이 시어터는 또 하나의 집과 같은 것이다.


「아, 시즈카 왔네!」

「안녕, 미라이. 여전히 일찍 오는구나」


 내가 시어터 내부의 대기실(실제로는 단순한 담화실 같은 것이지만, 모두가 평범하게 모일 수 있는 몇 안 되는 방이므로 시어터에 빗대어 그렇게 부르고 있다)에 갔더니, 거기에는 이미 한 소녀가 소파에 앉아 있었다. 나를 보자 활짝 웃으며 손을 번쩍 든다.


「시즈카도 항상 일찍 오잖아. 나 오늘만큼은 1등이라고 생각했는데」

「그런 걸로 겨루지 마. 누가 먼저든 딱히 좋은 것도 아니니까」

「그건 그렇지만, 뭔가 있지? 시어터의 아침 공기를 마시고 싶다는 이 뜨거운 기분이라고 할까. 특히 우리 같은 학생은 토요일 일요일 뿐이라구?」

「글쎄 별로」

「무관심!?」


 세상의 종말이야, 같은 알 수 없는 말을 중얼거리면서 미라이는 나를 난생 처음 보는 외계인이라도 관찰하는 듯 시선을 던진다. 그런 식으로 말해도 곤란한데. 굳이 말하자면 나는 모두가 모여 있는 대기실을 더 좋아한다.


「정말, 그런 식으로 말하긴」

「그치만 1등은 기분 좋다구」

「나는 두 명 이상이 기분 좋아. 그보다 차라도 끓일까?」

「냉장고에 우유가 있었던 것 같은데 난 그걸로!」

「항상 그거 좋아하지, 상관은 없지만」


 단 한마디만으로도 기운을 찾고 표정을 미소로 바꾸는 미라이.

 하여튼, 정말 보고만 있어도 즐거운 애다. 처음 시어터에 왔을 때 제일 먼저 친해진 것도 이 애였지. 그녀에게 기운찬 인사를 받은 것은 지금도 잘 기억하고 있다. 기운이 넘치는 건 지금도 마찬가지지만. 몇 시가 되어야 이 아이의 기력은 바닥나는 걸까.

 대기실에 있는 냉장고와 급탕용 탕비실. 컵에 우유를 따르고, 이건 미라이 거. 나는 그렇게까지 우유를 좋아하진 않기 때문에, 직접 포트와 찻주전자를 사용해 차를 따른다.


「자, 우유」

「야호-! 이걸로 가슴 커져야지!」

「……그러면 좋겠네」

「이런 건 믿는 게 이득이라구. 어쩌면 키도 크고 건강에도 좋을지 모르잖아!」


 컵에 담긴 우유를 단숨에 들이키고 리필해 달라는 듯 내게 컵을 내미는 미라이.

 역시 팩을 통째로 가져오길 잘한 것 같다. 컵에 우유를 새로 붓자 미라이는 눈을 반짝이며 컵에 입을 댔다.


「그건 그렇고, 오늘은 모두 늦네」

「아직 8시니까, 성인 반은 원래 좀 늦게 오는 편이고, 학생 반은 모처럼 휴일을 즐기기라도 하는 게 아닐까?」

「모처럼 휴일이니까 아침부터 모일 수 있는 기회인데」

「진짜-, 다들 아깝다니깐-」


 벌써 석 잔째 우유에 손을 대는 미라이를 외면하고 천천히 차를 마시는 나.


「뭐, 예를 들어 비교적 빨리 올 것 같은 대표로는 카나라든가 안나라든가…… 고등부라면 코토하 씨나 사요코?」

「세리카도 빠른 편인 것 같지만, 그 애는 집안 사정이 있지」

「선배들은 일 때문에 바쁘니까 이쪽에 모이는 일은 거의 없지. 하루카 씨는 바빠도 자주 얼굴을 내비치지만, 전원 집합 같은 건 거의 없고」

「합동레슨 때는 치하야 씨나 리츠코 씨도 자주 와주지만. 역시 이렇게 이른 아침엔 힘들까?」

「아-, 그러고 보니 일찍 오는 사람이 한 명 더 있어」


 컵을 탁자 위에 놓고 생각난 듯 주먹으로 손바닥을 치는 미라이.

 미라이가 떠올린 것과 달리 나는 생각나는 게 없다. 시어터에 와 있는 사람들과는 나름대로 친하게 지낸다고 생각하는데, 떠오르지 않는 누군가가 있는 걸까. 만약 그렇다면 친하지 않은 관계라는 가능성도 있다. 그런 사람이 있다고는 생각하고 싶지 않지만.


「음, 맞다. 시호」

「……아」


 ……그것이 정답이었다.

 친하지 않은 녀석이었다. 제일 먼저 이름을 올릴 수 있을 정도로.

 오늘은 액일인가 무엇인가. 아침부터 두 번이나 그 애 이름을 듣다니.


「시호도 엄청 일찍 와. 저번 주 토요일에, 어쩌다 아침 7시쯤 와 보니까 혼자서 차를 마시고 있더라고」

「……어차피 딱히 할 일도 없지 않아?」

「으아- 그 얘긴 지금 우리한테도 대미지가 크다구」

「뭐, 그렇긴 하지만」


 찻잔을 든 손에 땀이 서서히 나는 느낌.

 그렇게까지 싫어할 것도 없지 않냐고 말을 들으면 그건 또 그렇지만.

 프로듀서의 말대로 여기에 오는 것은 같은 시어터 아래에서 함께 활동하는 동료.

 아침 일찍이든 늦든, 다른 일을 하든 말든, 상관없는 일.


「시즈카는 시호랑 맨날 싸운다니까」

「내가 시비를 거는 게 아니야. 항상 시호가 쓸데없는 말만 골라 하니까 그렇지」

「그런가아-. 별로 그런 것 같진 않은데」


 같은 시어터 아래에서 함께 아이돌 활동을 하는 동료 중 한 명.

 분명 또래 아이돌 동료 중에서, 눈에 띄게 뛰어난 실력을 가진 소녀.

 노래도, 춤도, 보이는 법도. 모든 게 우리를 능가하는 소녀.


 하지만 그녀의 이름을 대는 것만으로도 나는 항상 근질거리는 기분이 든다.

 같은 동료인데. 아니, 동료이기 때문일까. 이 등줄기를 타고 내려오는 오싹오싹한, 벌레가 기어가는 것 같은 감촉은. 모습을 떠올리는 것만으로, 이름을 대는 것만으로도 온몸에 화가 울컥 치민다. 어쩌다 이런 감정을 갖게 된 걸까. 구체적으로 떠오르지는 않지만.

 분명 얼굴을 보면 또 무슨 말을 하겠지. 그런 예감만은 실감으로 존재한다.


「어차피 오늘 왔으면 또 내가 하는 거에 트집을 잡겠지, 분명해」

「별로 일일이 트집 잡고 다닌 적은 없는데」

「그래, 그런 느낌. 흉내 잘 내네, 미라이」

「나 안 했는데?」

「어?」


 눈앞에 있는 미라이가 나의 아주 조금 위로 시선을 향하고 있다. 우유는 다 마신 걸까. 빈 팩을 아쉬운 듯 흔들며 다른 한 손으로 손을 좌우로 흔든다.

 그러고 보니 흉내치고는 너무 비슷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왜 뒤에서 목소리가 들려오는 걸까.


「게다가 시즈카의 방식에 대해 직접 불평한 적은 별로 없어. 아예 말한 적 없냐고 하면 좀 고민되지만」

「윽, 시호!」

「그래, 안녕. 미라이도 시즈카도 일찍 왔네. 심심했나 봐?」


 소파에서 일어나 뒤를 보니 그 소녀는 거기에 서 있었다.

 키타자와 시호.

 둘이서 얘기했던 나의 천적이라고 할 수 있는 소녀.

 시호가 팔짱을 끼고 나에게 인사를 하자, 뒤에서 안나와 카나가 얼굴을 내민다.


「야호-, 미라이, 시즈카! 좋은-, 아침이야~♪」

「……카나는, 아침부터, 기운차네」

「안나는 가끔은 카나에게 시끄럽다고 불평해도 돼」

「히익, 그렇게 민폐였어? 시호야, 처음부터 거슬렸어-?」

「미안하지만」


 시호의 얼굴을 불안한 듯 들여다보는 카나와 말없이 카나 뒤에 허둥지둥 숨는 안나.

 흥, 하고 콧방귀를 뀌며 두 사람에게서 시선을 다른 데로 돌리는 시호.


「아직 프로듀서님은 안 왔어?」

「아-, 아침 일찍엔 있었던 것 같은데 지금은 일하는 중이셔. 신곡 녹음 미팅이래」

「그래. 그럼 자유시간인 거네. 오늘은 우리 일도 없고」


 작은 가방을 고쳐 메고 시호는 발길을 돌린다.

 나는 그 등에 말을 던졌다. 무심코 목소리에 힘이 실려 있었다.


「잠깐, 어디 가」

「레슨. 어제 좀 하고 싶었던 게 생각나서」

「아, 그러면 우리도……」

「혼자 할 테니 됐어」


 카나의 제안에 시호는 매정하게 답한다.

 아으, 하고 카나가 어깨를 늘어뜨리며 시호의 등을 배웅한다. 그런 카나의 풀죽은 얼굴이 너무 불쌍해서.


「시호, 잠깐 기다려」

「……뭔데. 이야기는 짧게 해줄래?」

「레슨할 거면 카나랑 안나랑도 같이 하면 되잖아. 왜 혼자 하는 거야?」

「그런 기분이니까. 그리고 내가 하고 싶은 레슨이 저 애들이 하고 싶은 레슨과 같다고는 볼 수 없고」

「그래도, 함께 레슨을 함으로써 새로운 발견이라든가, 서로 가르쳐 준다거나……」

「둘이서 해. 내가 가르쳐줄 것도 없고 배울 것도 없으니까」


 차갑고, 조용히. 하지만 확고한 의지를 갖고.

 동료라는 것에 반하는, 시호의 말.

 대기실 전체를 감싸는 싸늘한 공기, 긴 침묵.

 그래 맞아. 나는, 얘의 이런 점이 싫은 거야.


「그런 식-」

「저, 저기, 시즈카」

「윽」


 자기도 모르게 발을 한걸음 내디딘다.

 그런 자신의 어깨를 억누르는, 부드러운 힘.

 그쪽으로 시선을 돌리자 불안한 얼굴을 한 카나가 내 어깨를 누르고 있었다.


「저기-, 그게. 뭐랄까…… 우린 별로 아무렇지도 않으니까…… 응, 괜찮아!」

「그래도」

「시호는 잘하니까. 나 같은 애보다. 그러니까, 그-…… 싸움은 그만둬~, 둘 다 그만둬~?」

「……그만둬야 하는 건 카나, 아닐까」


 그다지 잘한다고는 할 수 없는 노래를 입에 담아서 나를 멈추는 카나.

 그래도 되는 걸까 하고 생각하며 카나의 뒤에 숨어 있는 안나를 보니 납득한 듯 끄덕이고 있다. 손을 벌리듯 미라이를 바라보자 이미 이 상황에 관심이 없는 듯 새 우유가 없는지 냉장고를 열고 있었다.

 ……이래서야 나만 나쁜 놈이다. 카나를 광대로 만들어, 혼자만 겉돌게 하고 있다.

 주먹을 꽉 쥔다. 나는 입술을 앙다물고 시호를 노려보듯 시선을 던졌다.


「……하고 싶은 말은 그게 끝이야?」

「……」

「그럼 난 레슨장 갈 테니까. 나중에……」

「시호!」


 그래도 억누를 수 없는 격한 감정이 내 목을 떨리게 한다.

 겨우 앞으로 걸음을 내딛기 시작한 시호는 다시 걸음을 멈추고, 나를 쳐다보지도 않은 채 한숨을 한 번 푹 내쉬었다. 겁에 질린 카나와 안나에게 곁눈질하며 돌아보는 시호와 눈이 맞는다.

 순간, 그 예쁜 눈동자에 가슴이 덜컥했다. 하지만 그 이상의 분노가, 온몸에서 쏟아져 나왔다.


「이야기는 짧게 해달라고 했을 텐데」

「……프로듀서가」

「?」

「할 얘기가 있다고, 오늘 중으로. 그러니까 연락은 받을 수 있게 해둬. 레슨 때문에 몰랐다는 건 변명거리도 안 되니까」


 그 말을 듣고, 시호의 표정은 약간 놀라 보였다.

 스스로도 새로운 트집을 잡지 않은 것만은 칭찬해도 좋을 것 같다.

 아주 조금의 침묵이 흐른 뒤, 시호는 평소의 다른 사람을 바보 취급하는 표정으로 돌아갔다. 뒤돌아본 모습은 입가에 아주 조금 미소를 머금은 것처럼 보였다.


「알았어. 고마워, 시즈카」

「……」


 그렇게만 말하고 시호는 방에서 나갔다. 문을 닫는 소리와 동시에 방 안의 공기가 한꺼번에 이완된 듯. 하아, 하고 크게 숨을 내쉬며 소파 등받이에 기대는 카나와 그를 걱정스레 지켜보는 안나. 나도 상당히 힘이 들어가 있었던지, 폐에 쌓여 있던 공기를 빼듯 크게 숨을 내쉬었다.

 정말 이 방안에서 처음부터 그대로였던 것은 미라이 정도일 것이다. 그 뻔뻔함을 조금쯤 나누어 줬으면 좋겠다.


「……하아, 정말」

「시즈카, 괜찮니-?」

「난 괜찮아. 그것보다 미안해, 카나. 우리 때문에……」

「아냐, 괜찮아. 신경 안 써-. 시호 말도 일리 있고 백리도 있고-」

「……어떻게 보면, 늘 있는 일이고. 익숙해졌어」


 카나 뒤에 숨어 있던 안나가 얼굴을 내비치면서, 미소지으며 중얼거린다.

 맞아, 늘 있는 일이다. 그 애가 자기 멋대로인 건.

 누구보다 강하니까, 누구보다 아름다우니까, 누구보다 빛나니까.

 지금 누구도 갖지 못한 빛나는 원석을 그 애는 움켜쥐고 있다.

 그것은 아무 쓸모없는, 평범한 나조차도 알 수 있는 압도적인 것이다.


「늘 있는 일이니까…… 문제인 거야」


 하지만 그것은, 주위를 뿌리치는 것으로 성립되는 방자함.

 강인함은 때때로 방자함을 낳으며, 그것은 불문율을 부른다.

 그 애는 동료와의 유대를 존중하지 않는다. 자기 혼자서 모든 것을 해결하려고 한다.

 힘이 있으니까. 그에 걸맞는 기량을 가지니까.


 그래서 화가 난다. 주위를 돌아보지 않는 그 애한테.

 친구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동료인 것에는 변함없다.

 그런데도 그 애는, 주변에 상처를 주는 행동만 하고.


「……정말이지」

「얘 시즈카, 저기 있지-」


 그리고 입에서 나온 탄식과도 같은 말.

 그걸 들었는지 못 들었는지 나를 부르는 소리가 들려온다. 그 목소리 쪽을 돌아보니, 페트병을 손에 쥔 미라이가 나를 보고 있었다.


「이거이거, 페트병 좀 열어줄래-?」

「……여러모로 지적하고 싶은 점이 있어, 미라이」

「예를 들면?」

「항상 같은 걸 시키는 거. 자, 줘봐」

「하지만 어떻게 해도 안 열리는걸」

「그리고, 너무 많이 마시는 거」

「팩 하나 뿐인데?」

「……마지막으로, 주변 상황을 너무 신경쓰지 않아」

「일일이 신경쓰면 시즈카 친구 못 하니까」


 건네준 페트병 뚜껑을 열고 미라이에게 돌려준다. 미라이는 아까 우유 한 팩을 열었다고는 생각되지 않는 기세로 페트병을 수평으로 올려 내용물을 흡입했다.


「그러면 내가 꼭 귀찮게 구는 것 같잖아」

「음-, 딱히 틀린 건 아닐지도」

「뭐라고!」

「그래그래, 잔소리는 나중에 들을게. 그것보다 카나, 안나」

「후에?」


 기운 빠진 소리가 카나에게서 들려온다.

 페트병의 뚜껑을 다시 닫고, 카나와 안나에게 미소를 보내는 미라이.


「괜찮으면 레슨 나랑 하지 않을래? 아침 일찍 온 건 좋은데 심심했거든」

「아, 그러면 미라이와 함께, 레슨 하자~♪ 안나도 괜찮지?」

「……응, 완전, 오케이」

「좋아, 그럼 레슨장 먼저 가 있어. 시호랑 같은 데 가면 혼날 것 같으니까, 자리는 잘 피하고. 나도 준비하고 바로 갈게」

「응-, 알았어-!」


 가자, 그렇게 말하면서 안나와 손을 잡고 방을 나가는 카나.

 둘이 나가는 것을 배웅하고, 물을 마저 마신 미라이는 페트병을 탁자 위에 놓고 자기 가방을 집어들어 어깨에 걸친다.


「그럼 난 안나랑 카나랑 잠깐 레슨하러 갈게. 요즘 목소리가 잘 나올지 불안해서-. 다음에 내가 나설 차례는 언제가 될지 모르니 말야」

「……미라이」

「응? 시즈카도 같이 갈래?」

「……아니, 난 여기서 기다릴게. 누가 올 수도 있고」

「그래, 알았어」


 방을 나서려는 미라이를 어쩐지 불러 세워 서투른 대화를 한다.

 미라이는 잠시 나에게서 다음 말이 나오길 기다리며 문앞에서 조금 기다려준다.


「저기, 시즈카」

「……왜?」

「너무 싸우기만 하면 피곤해, 서로서로. 가끔은 사이좋게 지내보는 건 어때?」

「……그것뿐이야?」

「응, 그것뿐. 그럼 이따 봐」


 그렇게 말하면서 나를 살짝 만지고, 미라이도 방에서 나갔다.

 나만 남겨진 방안에서 소파에 다시 앉는다.

 찻잔에 비치는 차의 수면에, 지금 나의 볼품없는 표정이 비춰지고 있었다.


 싫으냐고 하면 순순히 납득할 수 없다.

 하지만 좋아하냐 하면 고개를 젓게 된다.

 그 애와 엮이면 불편하다. 뭐든지 스스로 하려고 하는, 자기 멋대로인 그녀가.

 우리는 여기 있는 이상 같은 동료 사이일 텐데.

 고리 안에 있어야 하는데도 그녀는 자유롭게 계속 걸어가서 분위기를 흐트러뜨린다.


「……모두, 너무 물러」


 머릿속에는 슬퍼 보이는 카나의 얼굴과, 불안해하는 안나의 얼굴과, 언제나 아무 일 없다는 듯 행동하는 미라이의 얼굴이 연달아 떠오른다.

 문득 중얼거리던 본심은 어디론가 사라져버렸다.

 미지근해진 차를 더 이상 마실 생각이 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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