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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니) 어른과 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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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12-02, 2020 00:33에 작성됨.


「기분 좋은 바람이네-」


내 것이 아닌 목소리가 조용한 공간에 울려퍼진다. 어둠으로 인해 시각에서 얻을 수 있는 정보가 적은 만큼 귀에 익은 목소리라도 깊이 남는다.


이유는 당연히 알고 있다. 밤늦은 사무실 옥상에서 나를 담당하는 사람과 단둘이 있는 상황. 한정된 시야에 비치는 눈앞의 그는 발밑에 빈 캔이 두 개, 와이셔츠를 걷어붙이고 한 손에는 캔을, 다른 한 손에는 불이 붙은 담배를.


그런 상태에서도 아무렇지도 않게 난간에 기대어 서 있는 모습을 그저 우뚝 서서 보고만 있는 나.



얌전히 오늘이라는 날을 끝내라고 조금 전의 자신에게 말하고 싶다.



***



『미안. 두고 온 것 같아. 숙제 노트』

목욕 후. 방으로 돌아와 확인한 아사쿠라의 문자에 한숨을 쉰다. 왜 사무실을 나서기 전에 확인하지 않았나 싶다. 물론 아사쿠라 자신이, 가 아니라 자신이 아사쿠라에게지만.


커튼을 열고 바깥 상황과 시간을 확인한다. 달빛이 방을 비출 정도로 하늘은 나쁘지 않다. 시간은 9시 전. 확신은 없지만 일을 안식처로 삼는 그 사람이라면 지금부터 향해도 있는 게 이상하지 않은 시간일 것이다.


『가지러 갔다 올게』

답장을 보내고 약간의 방한구를 준비한다.


돌아오면 다시 한 번 샤워를 하자.





차가운 밤에 바깥을 걷는 것은 따뜻해진 몸에 사무치지만, 의외로 나쁘지 않다. 정신을 차리니 목적지에 도착해 있었다. 아니나 다를까 사무실에는 불이 켜져 있다. 십중팔구 그 사람이겠지. 그 생각이 다시 떠오르면서 다른 생각도 떠올랐다.


이럴 때는 뭐라도 가져가는 게 맞나.


그러나 그 사고는 이내 무산됐다. 나 자신은 그런 성격도 아니고 쓸데없는 걱정이다.


일정한 리듬을 새기는 발소리가 문을 앞에 두고 멈춘다. 손잡이에 손을 대고 나서----무의식적이었지만----가볍게 숨을 내쉰다.





「…………」

살며시 연 문 끝에는 평소와 다름없는 한산한 방이 펼쳐져 있었다.

목적인 노트가 있는 책상으로 향하는 도중에는 필연적으로 그의 책상도 눈에 들어온다. 모니터는 전원이 켜져 있고, 서류와 펜이 공간을 채우고 있다. 그 중에서도 가장 눈이 끌린 것은----


「…맥주」

명백한 이물질인 그것을 손에 들고 표기를 눈으로 훑어본다. 광고에서 자주 듣는 도수 높은 츄하이. 사무실에서 이런 것을 마시다니 어지간히 팔자도 좋으시군요.


그건 그렇고, 그는 이대로 방을 나간 것 같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쓰레기를 든 채 다리가 제멋대로 움직인다.


이번에는 문 앞에서 주저하지 않았다.



***



열자마자 불어오는 바람에 살짝 눈을 가늘게 뜨면서도 몇 걸음을 내딛는다.


「음... 어라? 누구?」


어둠 속에서 목소리가 있는 쪽으로 눈을 돌리자, 밤눈에 익숙하지 않은 탓인지 흐릿한 윤곽의 실루엣이 비친다. 물론 목소리에서도 상황에서도 누군지는 분명하지만.


말없이 조금 빠른 걸음으로 다가온다. 가까이 올수록 모습이 뚜렷해진다.


「이거, 대체 어떻게---」

된 건가요? 라고 계속될 말은 저도 모르게 멈춰 버렸다.



「기분 좋은 바람이네-」


내 것이 아닌 목소리가 조용한 공간에 울려퍼진다. 어둠으로 인해 시각에서 얻을 수 있는 정보가 적은 만큼 귀에 익은 목소리라도 깊이 남는다.


이유는 당연히 알고 있다. 밤늦은 사무실 옥상에서 나를 담당하는 사람과 단둘이 있는 상황. 한정된 시야에 비치는 눈앞의 그는 발밑에 빈 캔이 두 개, 와이셔츠를 걷어붙이고 한 손에는 캔을, 다른 한 손에는 불이 붙은 담배를.


그런 상태에서도 아무렇지도 않게 난간에 기대어 서 있는 모습을 그저 우뚝 서서 보고만 있는 나.


분명 시선은 교차하고 있을 텐데 전혀 다른 것을 보고 있는 듯한 느낌에 빠진다.


「설마 이런 모습을 들킬 줄은…」

눈앞에 있는 사람은 그렇게 말하며 담배를 피우고, 연기를 토했다. 주변에 담배를 피우는 사람은 본 적 없지만 지금의 움직임은 그럴듯하다고 느꼈다.


「……담배 피우시는군요」

어떻게든 짜낸 목소리는 자칫하면 바람과 함께 흘러가 버릴 것만 같았다. 그래도 그의 귀에는 잘 도착했던 것 같다.


「연 한 갑 정도밖에 안 피우지만」

빈 캔을 줍고 용도를 다한 담배꽁초를 쑤셔 넣는다. 가볍게 한숨을 돌리나 했더니, 이번에는 다른 손에 들려있던 캔을 눈앞에서 기울였다. 그리고 다시 한숨.


옥상에 온 지 얼마 되지도 않아 본 적 없는 그에게 말문이 막히고 만다.

그런 나를 어떻게 받아들였는지 그는 입을 열었다.


「아이들은 잘 시간이란다- 흐흐」

술기운 그대로 실실 웃는 미소를 짓는다.

아이. 하긴 성인이 되고 그보다 나이를 더 먹은 그로서는 내가 훌륭한 아이로 보일 것이다.

그 우스갯소리는 나를 움직이기에 충분했다.


「다 큰 어른이 이런 곳에 숨어서 술에 담배인가요? 팔자도 좋으시네요」

내뱉은 말에도 그는 이렇다 할 내색을 보이지 않는다. 빈 캔의 수로 미루어 보아 상당한 양의 알코올이 들어갔을 텐데.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데 그가 갑자기 「아-」 하고 소리를 내뱉으며 바닥에 드러누웠다. 역시 술은 그를 변화시키고 있다.


「다 큰 어른도 팔자가 좋은 것도 아니니까 숨어서 하는 거야」

바닥에 등을 대고 하늘을 올려다보며 말한다. 어둠에 익숙해진 시각으로 그를 내려다본다. 이번에는 제대로 시선이 마주쳤음을 알 수 있었다.


「뭐 아직 모르겠지. 서로서로」

아까부터 깊은 의미가 담긴 것 같은 대사를 부끄러운 기색도 없이 늘어놓는다. 이 말도 진심인지 아닌지 모르겠다.


「…그건 저에게 말씀하시는 거죠?」

「어, 마도카 맞지?」

상반신만 일으켜 이쪽을 들여다보는 자세를 한다.


「응, 마도카에게 말하는 거야」

그렇게 말하고는 다시 일어서서 이쪽에 등을 보이는 형태로 난간에 몸을 맡겼다.


「내 쪽에서 다가가는 건 싫겠지?」

「저와 대화하고 있는 것 치고는 몸을 반대로 향하시네요」

머리를 긁적이며 이쪽을 돌아본다. 그대로 이쪽으로 다가온다. 한 발 두 발 세 발…

손을 뻗으면 닿을 거리. 나를 시험하고 있는 건가? 그대로 손을 뻗어---


「아무리 술에 취했다 해도 성희롱은 어떤가 싶은데요」

가차없이 손을 뿌리친다.


「미안미안. 하지만 술이 들어가면 뭘 할지 모른다고?」

또 실실 웃으며 두 손을 들어 항복의 뜻을 표한다. 한숨을 쉬면서 한 소리 해야겠다는, 그런 생각이 들었을 때.


「-----!」

「어?」

반사적으로 그의 왼손을 붙잡는다. 이것만큼은 내 눈을 의심했다. 하지만, 잘못 본 것도 뭣도 아니다.


「아-…………」

그도 왜 자신의 팔이 잡혔는지 겨우 이해한 것 같다.


「뭔가요… 이거……… 설마……」

「맞아… 그 말대로야……」

평상시라면 손목시계가 감겨 있어야 할 왼손 손목 부분에.

깔끔하게 그어진 세 개의 가로줄에 피가 옅게 배어 있었다.


「……이것도 어른의 사정이야」

힘이 빠진 손에서 그의 팔이 툭 떨어진다.


「어른, 어른이라고…… 그렇게 말하면, 못 본 척 할 거라고……?」

스스로도 알 정도로 목소리가 떨리고 있다. 아무리 춥다 해도 그것이 원인이 아님은 자각하고 있다. 뭐라 불러야 할지 모르는 감정이 가슴을 태운다.


「…그런 수단을, 택할 정도로, 당신은………」

어지러운 생각은 그대로 말이 되어간다.


「……나는…나는---」

「마도카는 말야, 아직 아이로 남아있었으면 해」

내 말을 가로막고 그는 입을 열었다.


「어른이라도 모르는 것은 많지만, 어른이 되어버렸기에 알고 마는 것도 많이 있어. 쭉 아이로 있을 수는 없지만 아직 마도카는 알면 안 돼, 알게 하고 싶지 않아」


이것은 분명 거절. 무의식적으로 더 이상 발을 들여놓지 말라고 그가 말하고 있다. 그렇게 타이르는 듯한, 망가져버릴 것 같은 미소를 띠면서까지 나를 멀리하려 한다.


「……못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그것을 부정한다. 마음이 넘쳐흘러서 멈추지 않는다. 그것은 자신을 속이려고 하는 이 사람이나 나나 분명.


「…내가 아이라면 당신도 아이와 다를 바 없습니다. 알게 하고 싶지 않다니 그런 억지가 통할 줄 아시나요? 다른 건 나이뿐. 그도 그럴 게--」


달아난 손을 다시 잡는다. 차가운 하늘 아래에 손을 내밀어 서로 춥지만, 분명히 열을 나누고 있다.


「이런 식으로 떨면서, 자기 혼자 껍데기에 틀어박히고…」

흉터를 손가락으로 덧쓴다. 손끝이 씰룩 움직여, 어느 정도인지는 모르지만 통증이 있다는 증거를 보인다.


「원인이 나에게 있다면 말해주세요… 당장 그만 둘게요… 내가 아니어도 좋아, 다른 누구라도… 그러니까」

「자신을, 당신 스스로를 해치지 마요……!」


엉망진창인 가슴은 아직 가라앉을 것 같지 않다. 그래도 내뱉을 수 있는 만큼은 뱉어냈다. 얼굴을 들자 이미 물방울이 뚝뚝 떨어지고 있었다.


「내가 하는 일 하나하나가 모두를 올바른 길로 데려갈 수 있는지, 자신이 없어서 싫어」

뚝뚝, 흐르는 눈물에 맞추듯이.


「모두를 최대한 빛나게 하지 못하는 내 무력함이 한심해」

죄를 뉘우치며 고백하듯이.


「모두 아이돌로서 나아가면서, 두고 떠나가는 것 같아서… 내가 없어도… 분명 아무렇지도 않을 것 같아서…… 그게…… 무서워」

역시, 그는 어린아이같이.


일에서 보여주는 모습은, 어른이 되지 못했지만 그래도 좋은 어른으로 보이려고. 이렇게 되어버린 것이 아닌가.



「괜찮아요」

내가 할 수 있는 일. 눈물을 흘리면서 내 손을 마주 잡아오는, 눈앞의 큰 아이와 같은 아이로서.


「혼자가 아니에요. 왜냐면…」

「제가…… 이렇게 말하고 있으니까」

사실은 다른 말을 하려고 했었다. 하지만 지금, 해야 할 말은 그게 아니라는 걸 알았으니까.


「……고마워」

그의 얼굴에서 눈물은 계속 쏟아지고 있었지만, 그래도 안심한 것 같은, 기쁜 듯한 미소가 보였다.



***



「…고마워, 덕분에 진정 됐어」

「……그런가요」

몇 분 정도 계속 울던 그는, 눈은 부었지만 무거운 짐이 사라진 것 같은 미소를 짓게 됐다. 물론 그것을 바라보고 있는 것은 이상하기에 의식적으로 눈을 돌린다.


「……그럼 이만 가보겠습니다」

「아, 응…」

분위기도 왠지 어정쩡한 느낌이 들어 도망치듯 떠난다.


「프로듀서」

「어, 으, 응!」

빈 캔을 줍고 있는 뒷모습에 문득 말을 건다.


「이제 다시는 하지 마세요, 그 왼손」

「알았어. 절대 안 할게」

그건 더는 두고 볼 수 없으니까. 아프지 않은 자신의 팔이 아픈 것도, 그 이상으로 가슴이 아파오는 것도 견딜 수 없다.


「마도카!」

「네」

「담배랑 술은 아직 할지도 몰라!」

「네?」

아직 술이 남아있는 탓인지 반성을 하지 않는 것 같다. 게다가 밤늦게 시끄럽다.


「그래도! 다음에 할 때는 꼭 마도카에게 연락할게」

「하아」

참다못해 한숨을 내쉰다.


「그러니까 만약 괜찮다면 다음에도 와 주지 않을래?」

「그거, 갑질이나 마찬가지거든요」

「어… 그, 그게……」

이제야 제 모습으로 돌아왔다. 그런 것에 마음이 가벼워지는 것은 나 스스로도 단순하다고 생각한다.


「후훗…… 기꺼이 가겠습니다」

「저, 정말?」

「네. 그럼 이만」


문을 연다. 옥상을 떠나는 것은 조금 아쉽다. 하지만, 희미하게 남은 담배와 술의 몸에 해로울 것 같은 냄새가 지금 이 때를 새겨준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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