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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니) 행복한 소녀와 불운한 프로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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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11-14, 2020 06:25에 작성됨.


오늘은 아침부터 최악이었다.

 식빵을 토스터기에 넣으려고 했는데 고장이 나고, 텔레비전의 별자리 운세는 꼴찌, 왜인지 길을 묻는 사람이 끊이지 않고, 가는 곳마다 신호에 잡혀 지각을 하고, 점심시간에 늘 사먹던 도시락이 매진되고, 무례한 잡지 기자의 대응에 쫓기고, 거듭되는 불운에 질려 있었더니 사무작업에서 계산을 잘못해 하즈키 씨에게 폐를 끼치고 말았다. 그리고 왠지 자꾸 넘어질 뻔했다.


「하아……」


 오늘은 액일이구나, 하고 한숨을 쉬며 블랙커피를 홀짝인다.

 창밖으로 눈을 돌리자 오렌지색 하늘이 하루의 끝을 가리키듯 그 또렷한 색을 서서히 어두운 하늘로 옮겨가고 있었다.


「어라~~, 프로듀서?」

「응?」


 돌아보니 히나나의 모습이 보였다. 교복을 입고 있는 것을 보면 이제 돌아가는 길인 것 같다.

 그녀는 이쪽으로 걸어와 책상 앞에서 내 얼굴을 들여다보며 말했다.


「혹시 기운 없어~?」

「아니, 그렇진……」

「그치만 오늘 프로듀서, 계속 지친 얼굴이었는걸. 히나나 걱정이야~」

「……하하, 뭐 그렇네. 오늘은 좀 피곤해」


 걱정하지 않도록 가벼운 어조로 이야기했더니, 히나나는 종종거리며 옆으로 와서는 이쪽으로 머리를 내밀었다.


「저기, 무슨?」

「애쓴 프로듀서에게 주는 상~」


 정수리를 보이듯이 데굴데굴 내 어깨에 머리를 대 온다.

 혹시, 쓰다듬어 달라는 건가……?

 그렇게 생각하고 머리에 손을 살며시 얹어 천천히 쓰다듬었더니, 히나나는 싫어하지 않고 내게 몸을 맡기듯 기대왔다. 정답인 것 같다.


「아하~♡ 히나나, 프로듀서에게 쓰다듬어지는 거 좋아해~~」

「그건 다행이네…… 그런데, 이게 왜 상이야?」

「응~? 그야 프로듀서, 히나나를 쓰다듬는 거 좋아하잖아~?」

「그건, 좋아하는지 싫어하는지를 따지면 그야 그렇지만……」


 거절하면 언짢아하기 때문에 그렇게 말할 수밖에 없는 것이지만…….

 머리를 쓰다듬어지면서 히나나가 고개를 살짝 들고 눈을 위로 떠서 이쪽을 쳐다본다.


「히나나는 말야, 히나나가 행복해~ 라고 생각하는 것처럼, 프로듀서도 행복하게~ 됐으면 좋겠어」

「――나도 행복하게?」


 응, 하고 고개를 끄덕이며 히나나는 머리를 쓰다듬고 있던 내 손을 두 손으로 감싸 안듯 잡고, 온화한 미소를 지었다.


「프로듀서가 어두~운 얼굴을 하고 있으면, 히나나는 슬프고, 토오루 선배나 코이토, 그리고 마도카 선배도 분명, 다들 슬퍼~ 라고 생각할 거야. 그러니까 프로듀서도 행복~한 얼굴이 됐으면 좋겠어」


 이어진 손이 따뜻해서 나도 모르게 입가에 미소가 지어진다.


「히나나의 머리를 쓰다듬어주면 프로듀서는 행복해지고~, 프로듀서에게 쓰다듬어지는 히나나도 행복해져~」

「일석이조구나」

「그러니까 더 쓰다듬어 줘~~」


 그래그래, 하고 머리를 부드럽게 어루만지자 히나나는 기쁜 듯이 웃었다.

 그 웃는 얼굴에 오늘 하루의 불행은 없던 일이 된 것 같은 기분이 든다.

 히나나의 웃는 얼굴에는 사람을 「행복」하게 만드는 힘이 있다고 생각한다. 아이돌로 활약하는 그녀를 더 많은 사람들이 알았으면 한다. 그녀의 웃는 얼굴을 필요로 하는 사람은, 분명 많을 테니까.


「프로듀서, 꼬옥~도 해줘~♡」

「그건 안 돼」

「에~~」


 알기 쉽게 뺨을 불룩하게 만드는 히나나를 보고 무심코 웃음을 터뜨리고 만다. 머리를 쓰다듬는 것도 슬슬 그만한다.


「곧 어두워질 테니 조심해서 가야 한다」

「네~에」


 책가방을 어깨에 다시 매고 히나나가 책상을 떠난다.


「그럼 프로듀서, 내일 봐~」

「히나나」


 손을 팔랑팔랑 흔들며 돌아가려는 히나나를 불러 세운다. 그녀는 빙글 돌아서서 고개를 갸웃했다.


「? 왜애, 프로듀서?」

「……고마워, 덕분에 기운 차렸어」


 그걸 말하고 싶어서 부른 거야.

 그렇게 말했더니, 히나나는 잠시 멍하니 있다 꽃처럼 활짝 웃는 얼굴이 되었다.


「야하~♡ 프로듀서한테 칭찬 받았어~」


 이쪽으로 다시 달려온 히나나에게 꼭 안긴다.


「윽, 위험하니까 뛰지 말아줘……」

「프로듀서 너무 좋아~♡」


 배 조금 위에 머리를 데굴데굴 문질러 대서 정수리가 보인다.


「하아, 정말이지」


 히나나의 머리에 손을 얹고 천천히 머리를 매만진다. 히나나는 기뻐하며 껴안은 채 몸을 내게 맡기고 있다.

 어이가 없어 한숨을 내쉬면서도, 조금은 이러고 있어도 괜찮지 않을까 하고 미소가 지어진다.

 따스한 저녁노을이 방안을 물들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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