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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니) 마도카 「행복하세요」

댓글: 5 / 조회: 2386 / 추천: 6



본문 - 11-08, 2020 07:53에 작성됨.


【X년 뒤 / 한 아파트 / 토오루와 P의 자택】


〈둥실거리는 악몽 속에 나는 있었다〉


「싫어~! 왜 이제 돌아가야 되는데~?」


 문 앞에서 부츠도 다 신었는데, 히나나가 몇 번째인지 모를 떼를 쓴다. 발걸음이 불안한 게 보고 있으려니 불안하다. 완전히 취한 상태다.


「히, 히나나쨩은 내일 일 있잖아! 집도 머니까 이제 돌아가야지」라고, 히나나에 이어 신발 신는 걸 마친 코이토가 주의를 준다.


「그럼~, 마도카 선배는 왜 안 돌아가는 거야~?」


 그렇게 원망스러운 눈으로 바라봐도 말야.


「아까도 말했지만, 우리 집은 여기서 가까우니까」


「치사해~! 그럼 히나나도 좀 더 있을래~!」


「저, 정말! 아래에 택시가 기다리고 있는데 그만 떼써, 히나나쨩!」


「아하하, 곧 또 만날 수 있을 거야」


「그래, 히나나도 코이토도 언제든지 놀러와 줘」


 아사쿠라와 프로듀서가 잇달아 히나나를 달랜다.


「미안 코이토, 히나나 뒤치다꺼리를 맡겨서」


「아냐, 나도 중간까진 히나나랑 같은 길이고…… 마도카쨩은 좀 더 놀다 가」라며, 코이토는 평온한 미소를 보여줬다.


 아직 돌아가기 싫다고 떼를 쓰는 히나나의 손을 끌며 코이토가 현관문을 열자 순식간에 차가운 공기가 스며든다. 알코올로 달아올라 있어도 이 추위에는 몸을 떨고 만다.


「그럼, 오늘은 감사했습니다. 정말 즐거웠어!

 토오루쨩도 프로듀서님도, 언제까지나 행복하세요」


「둘이 호적에 올리면 또 축하하러 올 테니까~! 바이바이!」


 히나나의 손을 끌고 코이토가 문을 나선다. 체격차는 뚜렷하지만, 멀쩡해 보이는 얼굴의 코이토와 발걸음이 불안한 주정꾼으로는 전자의 손을 들어줄 것 같다.


 현관 앞 복도에 끌려가는 히나나가 「행복하세요~!」라고 말이 끝나기도 전에 문은 조용히 닫혔다.


「하아……돌아갈 때까지도 소란스러워」


「하하, 히나나는 오랜만에 모두 모여서 꽤 즐거웠나 봐. 다들 드라마에 영화 촬영으로 바빠서 요즘은 자주 못 만나잖아」


「『토오루 선배네 동거 축하 파티하자-!』라고 그룹체인으로 말한 것도 히나나였지」


「이제 와서 새삼스럽지만, 같이 살게 된 지도 얼마 안 됐는데 놀러 와서 폐 아니었어?」


「전혀」


「마도카도 사양 않고 언제든지 우리 집에 와도 좋으니까」


 내가 고맙다고 말한 뒤, 셋이서 거실로 돌아왔다. 소란스러운 사람이 없어진 축하 자리는 바로 조용해진다.

 

「--그건 그렇고, 너희들과 만났을 때는 설마 토오루랑 결혼하리라고는 꿈에도 생각지 못했지이」라고, 빨개진 얼굴로 프로듀서가 말을 꺼냈다.


 말투도 약간 어설프다. 히나나 때문에 상당히 많이 마셨으니 허용량을 초과한 건지도 모른다.


「뭐, 당신과 아사쿠라가 맺어질 거라고 예상한 사람은 없겠지요」


「에-, 그래?」라고, 아사쿠라는 학생 때에는 보이지 않았던 표정으로 부드럽게 미소 지었다. 누구의 영향일까.


 □□□□□□□□


 녹칠의 첫 라이브, 불꽃놀이, 밤바다…… 그리고 막 만났을 때의 이야기. 인생의 전환점에서 사람은 과거를 돌아보고 싶어지는 것 같다.


「--나랑 토오루 말야, 어렸을 때 한 번 만났었어」


 ……뭐?


「……금시초문인데요」


「아-…… 말 안했었나?」


「말 안했어」


「내가 고등학생이 됐던 시절에 말이지…… 버스를 기다리는 동안, 초등학생이었던 토오루와 공원에서 놀았어. 정글짐 같은 걸 타면서」


「고등학생이 되고도 그런 데서 노셨나요? 그런데도 어색함이 안 느껴지는 게 대단하네요」


「하하, 토오루가 놀고 싶은 눈치였거든」


「에-, 안 그랬어」


  함께 웃는 두 사람.


「토오루를 스카웃한 것도 그 공원 앞의 버스 정류장이었지. 난 성장한 토오루를 몰라봤지만」


「나는 알아봤어」


「어, 그랬구나. 말하지 그랬어」


「후후, 떠올려주길 바랬으니까」


「그러고 보니, 내가 생각해낸 건 토오루에게 고백받기 조금 전이었네」


「……마치 꼭--」


「응? 왜 그래 마도카?」


「아뇨, 아무것도 아니에요」


『--드라마 같군요』


 목구멍까지 나오려던 말을 간신히 삼켰다.


 어릴 적 만났던 두 사람이 아이돌과 프로듀서가 되면서 그 길을 걷게 된다. 신이 썼다고밖에 생각할 수 없는 너무나도 편의적인 각본. 두 사람이 주역이라면, 나에게 주어진 역할은… 뭐야?


『--크리스마스를 앞둔 거리는 보시는 것처럼 화려한 조명으로 꾸며져 있습니다. 오늘은 「연인의 처음 특집」이라는 것으로, 지금부터 거리의 커플 분들을 인터뷰 해보겠습니다!』


 켜놓은 TV에는 인터뷰어가 거리를 걷는 커플에게 차례로 질문하는 모습이 담겨 있었다.


『--첫 키스는 언제 하셨나요?』


『아~, 저흰 사귄지 한 달 정도에 했네요』


 첫 키스……라.

 여러 커플이 질문에 답하는 영상이 빠르게 흘러간다. 만난 그 날, 3일째, 3개월 뒤…… 사귄 지 1개월 이내로 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은데, 그중에는 오랫동안 하지 않은 커플도 있는 것 같다.


 소파에 깊숙이 걸터앉자, 시야 한구석에 안절부절못하는 모습의 아사쿠라가 비쳐 무심코 말을 걸었다.


「왜 그래?」


「에, 아~…… 잠깐 편의점 좀 갔다 올게」라면서 일어서는 아사쿠라.


「왜?」


「마실 거, 부족해 보여서」


「충분한데」


「뭐, 괜찮잖아」


 부자연스럽게 대화를 끝내고 아사쿠라는 현관으로 향했다.


「잠깐만. 거기 있는 지갑, 아사쿠라 거 아냐?」


「아」


 테이블 위의 지갑을 집고, 이번에야말로 아사쿠라는 나가버렸다.


「대체 뭐야?」 하고, 나도 모르게 중얼거린다.


「뭐, 금방 돌아올 거야. 편의점은 근처에 있고」


「이상하지 않았나요?」


「그건…… 아마 이 프로그램 때문이겠지」


「네?」


 TV에서는 조금 전까지 인터뷰하고 있던 거리풍경에서 스튜디오로 카메라가 바뀌어, 「첫 키스」라는 토크 테마로 연예인들이 제각각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이 프로그램이 왜?」


「아마 토오루는 보고 있기 멋쩍었던 게 아닐까……」


「키스가 부끄러워? 그럴 리가 없잖아요. 어린애도 아니고」


「아니, 우리 아직 키스를 안 했거든. 아무래도 의식했겠지」


「…………뭐?」


 그가 무심코 던진 한마디는 나를 경직시키기에 충분했다.


「……당신들, 벌써 1년 넘게 사귀고 있죠? 그렇달까, 결혼하는 거죠?」


「응…… 그렇지」


 그는 만취상태로 접어든 듯했고, 자기가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도 모르는 것 같았다. 그래도 나는 질문을 계속했다.


「그런데 왜 한 번도 하지 않았는지 이해가 안 돼요. ……플라토닉한 교제라는 거?」


「그렇게 거창한 건 아니야. 단지, 토오루와 약속했으니까……」


「무엇을?」


「결혼할 때까지 그런 건 하지 말자고…… 내가 말했어. 팬들에게 조금이라도 성실하고 싶었으니까…… 토오루도 납득해줬어」


「그런 건…… 했어도 아무도 모르잖아요」


「만약 한다면 토오루에게 거짓말을 하게 만드는 거잖아…… 그런 건 안 돼」


 『첫 키스는 언제야?』라고 질문 받았을 때에…… 라는 것?

 몇 년이 지나도 바보같이 착실한 사람……


「아사쿠라랑 키스하고 싶지 않나요?」


「그거야…… 당연히 하고 싶지……

 하지만, 앞으로 1주일도 안 있으면 약속은 달성하니까. 이제 와서 조바심 낼 건 없어……」


 그가 취한 것처럼 나도 취해 있었다. 이런 말은 평소의 나라면 절대로 하지 않을 것이고, 그도 대답하지 않을 것이다.


「다음 주 크리스마스에 혼인신고를 할 거야…… 그럴듯하지?」


「글쎄요. 당신답다고 하면 그럴지도요」


「하하, 그렇……지……」


 점점 작아지는 말에 이어 하나 큰 하품을 하더니, 그는 소파에 몸을 맡기고 잠들어 버렸다.

 손님이 있는데 보통 자나? 라는 생각이 안 드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히나나가 마시게 한 양을 생각하면 화낼 마음도 들지 않는다.


 ……조금 있으면 아사쿠라도 돌아올 테고, 깨워두는 게 좋을까.

 소파를 옮겨 그의 옆에 앉아 잠자는 모습을 들여다본다.


「정말, 얼빠진 얼굴……」


 아무런 생각도 없이, 태평하게 살다가……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하는 행복으로 가득 차 있는. 그런 얼굴.


「일어나세요」라고 가볍게 어깨를 흔들어도, 돌아오는 것은 맥 빠진 잠꼬대뿐.


「프로듀서, 일어나……」


 세게 흔들어도 일어날 기미가 없다.

 

 문득 감겨진 눈꺼풀에서 입술로 시선이 옮겨지며 그 형태를 의식한다.

 ……아까 아사쿠라와의 그런 이야기를 들어버렸기 때문에?


『아니, 우리 아직 키스를 안 했거든』


 별로…… 키스 같은 건 하든 안하든 상관없어. 드라마의 중요한 장면에서 나오기 때문에 특별한 느낌이 들 뿐인 행위잖아.


 --그런데 왜, 얼굴의 거리가 가까워지는 거지? 이 사람 일어나 있나? 아니, 내가 다가가고 있는 거야.


 마치 남의 일 같이. 뭔가 보이지 않는 힘에 이끌려 몸이 움직이는 것 같았다. 익은 사과가 땅에 떨어지듯 몸이 저절로 그에게 다가간다.


 --한순간, 입술을 겹친다.

 ……처음으로 키스를 해보고 알게 된 것은, 그저 순간 닿는 것만으로는 아무것도 모른다는 것. 다음은 몇 초만 길게 해보자. 입술의 감촉은 안다. 하지만, 아직 부족하다.


 그러니 다음은 조금만 더 길게. 조금만 더…… 조금만 더……--


 □□□□□□□□


 철컥철컥


 현관 쪽에서 열쇠를 꽂는 소리가 들려와 나는 그에게서 몸을 뗐다.

 

 졸음에서 반쯤 각성한 것 같은 부유감 속에서, 나는 무의식적으로 거울에 머리카락의 흐트러짐을 체크했다. 별다른 문제는 없다.


 ……그로부터 어느 정도 시간이 흘렀을까. 시간 감각은 없지만, 아마 2~3분……?


「다녀왔습니다」


 음료수가 든 편의점 봉지를 놓고 아사쿠라는 패딩을 벗었다.


「……어서 와」


「어라?

 서 있는데, 무슨 일 있어?」


「아 그게…… 슬슬 돌아가려고 해서」


「에-, 모처럼 사왔는데」


 내가 시선으로 그를 향하자 아사쿠라도 납득하는 표정을 지었다.


「아-…… 잠들었구나. 별로 술 안 세지」


「히나나가 꽤나 먹였으니, 어쩔 수 없지」


「미안, 간만에 와줬는데」


「별로……」


 ……빨리 여기서 떠나야 한다. 나는 재빨리 옷을 입고 현관으로 향했다.


「뭐, 또 찾아와. 옛날처럼 말야. 집이 좀 멀어졌지만」


「……」


 부정도 긍정도 못하고 뭔가 할 말을 찾고 있는데, 조금 전의 히나나와 코이토가 떠올랐다.


『토오루쨩도 프로듀서님도, 언제까지나 행복하세요』

『행복하세요~!』


 나는 깊이 생각하지 않고 이 자리에 적합한 말을 전한다.


「……오늘은 고마웠어

 --행복하게 지내」


 아사쿠라는 순간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은 뒤, 정말 기쁜 듯 미소를 지었다.


「고마워. 기뻐」


 그 순수한 기쁨에 넘치는 표정이 너무나 눈부셔서, 그제서야 제정신이 들었다.


 ……나, 조금 전까지 뭘 하고 있었지?


 타르처럼 끈적한 음의 감정이 심장을 덮으면서 말 그대로 핏기가 가셨다.


 「……히구치?」


 아무 말도 하지 않는 나를 걱정하는 목소리의 아사쿠라에게 던지듯 작별의 말을 하고 밖으로 나선다.


 그 뒤로 어디를 어떻게 걸었는지 전혀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 순간을 떠올리려는 머리와 거부하는 마음이 서로 반발하며 사고가 뒤죽박죽이 되어있었다.


 문득 정신을 차리니 길 건너에 공원이 보였다.


 ……여기, 어디지?


 무작정 걷던 걸 깨닫고, 일단 진정하기 위해 공원으로 들어선다. ……아무도 없다. 당연하다, 심야니까.

 내 신변에 대한 걱정은 전혀 생각하지 않았다. 전부, 어찌되든 상관없다.


 달빛만을 의지해 공원 안을 거닐다 벤치를 발견해 앉는다. 다리가 퉁퉁 부어 있었다. 시계를 보니 아파트에서 마실 때부터 분침이 가볍게 한 바퀴 돌아 있었다. 다리가 뻣뻣해질 만하다.


 시소, 그네, 정글짐…… 무심코 공원 안의 놀이기구를 둘러보고 나서야 겨우 생각이 났다. 여기, 옛날에 다 같이 놀았던 공원이구나…… 어두워서 들어갈 때까지 몰랐다.


「하아……」


 곱아서 잘 움직이지 않는 손가락을 숨으로 녹이며, 천천히 사고를 정리한다.


 어째서 그런 짓을 했을까.

 그 순간을 떠올리자 구역질이 난다. 키스에 행복하기까지 했던 내 자신이 정말로 역겨워서.

 그때 나는 내가 아니었느니, 취해서 멋대로 몸이 움직였느니, 성범죄자나 다름없는 수준의 변명밖에 떠오르지 않아 속이 괴롭다. 그들에 대해 생각하고 있던 온갖 모멸의 말들이 자신에게 되돌아온다. 충동을 억제하지 못하다니, 짐승 이하가 아닌가.


『우리 아직 키스를 안 했거든』


 결국, 미련을 끊을 수 없었던 것이 가장 큰 이유일까. 아사쿠라보다 먼저 뭔가 하나라도 손에 넣고 싶었나?

 너무 유치한 이유라 분노마저 솟는다. 내가 몇 년 동안 그를 생각하고 있었다는 것 따위, 그 두 사람과는 아무 상관도 없는데.


 어린애. 아마 내 마음은 학창 시절에 남겨진 채일 것이다. 고백하지 않았기 때문에, 거절당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와의 관계를 그 시절 이후로 갱신할 수 없었다. 언제까지 결승선을 통과하지 않으면 꼴찌가 확정되지 않는다고 생각할 거야?


 이런 배신을 하고도 아직 그들과 함께 있고 싶다면 내 안에서 매듭을 지어야 한다. 사과는 절대로 할 수 없으니까.

 아사쿠라도 그도 모르는 불쾌한 사실을 굳이 알려주면 나는 짐승만도 못한 무언가가 되고 만다. 남을 상처 주면서까지 용서받고 싶을 만큼 타락하진 않았다.


 과거의 내가 하지 않았던 것, 하지 못했던 것. 말로 해버리자. 그러면 뭔가 끝난다, 그런 생각이 든다.


 귀가 따가울 정도로 고요했다. 나 이외의 살아있는 것의 소리는 하나도 들리지 않는다. 심장의 고동이 온몸으로 전해지는 것을 확실히 알 수 있다.


「조……」


 희미하게 벌어진 입은 더 이상 움직이지 않는다. ……뭐야? 어서 움직여. 말하지 않으면 끝낼 수 없다니까.

 마음의 반발을 억누르고 억지로 말을 짜낸다.


「……좋아해요」


 그 작고도 쉰 목소리는 하얀 탄식처럼 잠깐 나타났다 사라졌다.


 ……아아, 이래서 말하고 싶지 않았는데. 말로 꺼내 버리면 더 이상 마음을 속일 수 없어져서, 눈물이 하염없이 뺨을 타고 흘러 떨어진다.


 만약 직접 당신에게 말했다면, 곤란한 표정을 지었겠죠. 그 표정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터질 것 같아요. 바보 같죠?

 좀 더 옛날, 아사쿠라가 마음을 전하기 전에 말할 수 있었다면 당신이 어떤 얼굴이었을지, 생각하는 의미도 자격도 내겐 없다.


 아사쿠라가 선택받았고 나는 선택받지 못했다. 아니, 나는 심사의 자리에조차 서려고 하지 않았다. 거절당하면 다음이 없는 오디션. 마음을 전하는 것이 무서웠다.

 미움 받는 것이 무서워서 좋아하는 내색이라고는 전혀 보이지 않았으면서, 좋아해달라니 너무 응석을 부렸겠죠.


 ……오랜 꿈에서 깨어난 것 같은 기분.

 아사쿠라와 그가 사귄다는 소식을 들은 그날부터 세계에 막이 내린 것처럼 느꼈다. 상처받은 자신을 인정하고 싶지 않아서 감각을 닫고 있었다.

 겨우 그를 좋아한다고 인정했기 때문에, 『좋아했어요』라고 과거형으로 할 수 있는 날이 반드시 온다.


 수분을 쏟아낸 눈이 따끔따끔 아프다. ……이제 돌아가자. 벤치에 손을 짚고 일어서자 얼어붙은 몸이 비명을 질렀다. 하지만, 그런 건 무시하고 걷기 시작한다.


 정글짐 옆을 지나가다가 문득 아사쿠라가 생각났다.


 ……하다 남긴 일이 하나 더 있었다. 집을 나오면서 그 한마디를 제대로 하지 못했다. 분위기에 휩쓸려 입에 담아버렸을 뿐인 그 말을 후회하고 있었다.

 지금의 나에게 말할 자격은 없다고 생각한다. 아직 진심을 담아 말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그래도 말해야만 한다. 이제, 얼굴을 맞대고는 다시 할 수 없으니까.


 「아사쿠라, 프로……」


 어색한 느낌이 들어 말하는 도중에 입을 다문다.

 ……언제까지 「아사쿠라」라고 부를 거야? 이젠 부르는 법에 매달릴 이유도 없어졌는데. 다음주에는 “아사쿠라”조차 없어지는데.


 이번에야말로 분명히 말한다. 이름으로는 몇 년 동안 부르지 않았는데, 신기하게도 입에 익숙해졌다.


「……토오루, 프로듀서…… 행복하세요」


 그 부드럽고 그리운 울림이 추억을 불러일으켜서, 말랐을 눈물이 한 방울 흘러내렸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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