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판 카테고리.

  1. 전체목록

  2. 그림

  3. 미디어



안개꽃다발 2화 -저스트 비 프렌즈-

댓글: 1 / 조회: 1053 / 추천: 1



본문 - 06-11, 2020 14:35에 작성됨.




 둔탁한 소리를 내며 노을 속을 전차가 달린다.

 아직 2월인데 그 날은 너무 따뜻해서 옷을 두껍게 있었나 후회도 좀 했다. 전철 안은 여전히 사람으로 가득하고 모두 하나같이 엉뚱한 방향으로 향하고 있다. 창문으로 옮겨가는 자신의 얼굴을 보니 약간 패기 없고 피곤한 느낌의 표정이 비쳤다. 아마 다른 승객들도 비슷한 표정으로 타고 있을 것이다. 별로 흥미도 없었기 때문에 일부러 볼 필요는 없어서, 나는 그대로 창문에 비춰진 나와 눈싸움을 했다.

 창밖에서는 도시의 경치가 날아간다. 그날의 경치를 역재생하듯 창 너머의 경치는 점점 쓸쓸해졌고, 타고 있던 승객들도 그에 이끌리듯 차례로 철통에서 뿜어져 나왔다. 문득 정신을 차려보니 차내에 사람은 거의 없고 창밖은 완전히 어둠에 덮여 있었다. 눈싸움도 질려서 근처 좌석에 앉으니 내 옆에서 잘 아는 사람이 툭 걸터앉았다.

「먼 곳이라 미안해. 내가 아는 곳이 별로 없어서……」

「……아니, 괜찮아요 언니。어떤 가게일지 기대되요」

「오늘 가는 곳은 이탈리안 레스토랑이야. 조금 비싼 가게지만, 뭐든지 본고장에서 수업한 요리사가 만들고 있는 것 같아서 상당히 맛있어. 전에 프로듀서와 모모세씨가 데려와주셨는데……」

 즐거운 듯 그녀는 말하지만 역시 여전히 가족놀이는 계속되고 있다. 분명 내가 한말「치하야씨」라고 그녀를 부르는 것만으로 지난 달과 같이 흐트러져 울고 말 것이다. 그때까지 그녀는 나와 그 배후에 있는 귀신에 의존하고 있는 약한 사람이니까.

「………………」

 창문에 손을 대도 내 손이 밖으로 나가는 일은 없다. 바로 저기에 보일 법한 물건조차 아무리 손을 뻗어도 닿지 않는다. 그것은 언제나 내 안에 있는 심상이었다.

 ――그래. 나는 언제나 우리안에서 길러지고 있다.

 그건 그녀와 있을때만 그런 건 아니다. 어떤 역할을 하기 위해서 항상 사육되고 있다.

 어렸을 때 엄마가 피아노 과외를 불러서 나에게 피아노를 배우게 한 적이 있다. 나는 하기 싫었지만 부모님이 하라고 해서 마지못해 계속했다. 부모님이 그런 내 마음을 헤아려 빨리 그만두게 해줄거라는 헛된 기대를 하면서 계속 건반을 두드렸다.

 그런데 배우기 시작한지 1년이 지난 무렵 처음 본 시의 콩쿨에서 나는 금상을 받았다. 다른 아이들이 억울한 눈물을 흘리는 가운데 나는 그저 멍하면서 상장과 트로피를 받은걸로 기억하고 있다. 당연히 부모님은 내 기대를 모르고 계셔서 점점 더 기뻐하시면서 나에게 피아노나 다른 공부를 시키셨다. 나는 어느 것도 하고 싶지 않았지만, 우리 안의 애완견이 주인에게 반길리도 없었고, 나는 담담하게 그 모든것을 기계적으로 해내면서 기쁘지도 아무렇지도 않은 성과만 무위로 쌓아갔다.

 그리고 나는 주인의 말대로 부모가 정한 초등학교에 다니고 부모가 정한 도쿄의 사립 중학교에 응시해 지금에 이른다. 아무것도 내가 결정한 것은 없고, 단지 깔린 설로를 이 전철처럼 이동하고 있을 뿐이다.

 ……아니, 어쩌면 애완 동물조차 없을지도 모른다. 가축으로 비친다고 해도 전혀 이상하지 않을 것이다. 「명가의 재녀」로서 브랜드를 높이기 위해 약식돼 언젠가는 두 사람의 정혼 상대라고 할 새 주인 밑으로 출하되는 것이다.

그런 세상에 사는 내가 반짝이는 세상에 사는 『아이돌』이라는 존재를 동경하는 것은 반자연스러운 일이었을 것이다. 그리고 누구에게 강요당한 것도 아니고 단지 자신의 의지로 노래하는 키사라기 치하야라는 아이돌에게 특별히 강하게 끌린 것 또한 필연이었다.

「이제 곧 도착이야 시즈카. 잊은거 없도록 조심해」

「괜찮아요、아무것도 잊어버린거 없어요.。……전혀、언니는 걱정이 많다니까……」

「……그래, 그렇네. 미안해 나라면……」

 어색한 듯 그녀가 눈을 돌려 무거운 공기가 마치 강한 중력처럼 덮친다.

 마치 괴롭힘을 당한 들개 같은 겁에 질려 누군가의 눈치를 살피는 눈이었다. 분명 내 기분을 상하게 하지 않도록 그녀 나름대로 신경을 쓰고 있을 것이다. ......의존하고 있는 상대를 잃고 싶지 않으니까. 그날의 그녀와는 180도 다른 패기 없는 눈을 보고 있으면 점점 마음이 무거워져 나는 한숨을 내쉬었다.

 생각나는 것은 언제나 혼자서 그녀를 만나러 갔던 그날의 일이다.

그 눈동자에는 확실히 스스로 길을 뚫겠다는 강한 의지가 있고, 어떻게 하면 이렇게 「진짜」로 살아갈 수 있는지를 알고 싶어 나는 점차 아이돌의 세계를 그냥 바라보지 않고 실제로 발을 들여놓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니 그런 키사라기 치하야를 만나러 갔던 그날의 기억만큼은 누구에게도 빼앗기지 않는 나만의 보물인 것이다. 동경했던 사람을 만나기 위해서 자신이 만나고 싶은 사람을 자신의 힘만으로 만나러 갔던 그 날의 추억이 있기 때문에 나는 지금도 거짓된『나』로서 살아갈 수 있는 것이다. 그것만 있다면 나는 어떤 힘든 일이라도 견딜 수 있다.

「……저기, 언니」

 다시 한번 그녀쪽을 보면서 조심스럽게 말을 걸어 본다. 그렇지않아도 마른 몸은 지난달보다 더 수척해보였고 더욱 패기가 없어졌다。「나, 별로 화낸거 없는데? 왜 사과해?」

「……아니, 아무것도 아니야……미안해 시즈카。자, 다음역에서 내리자」

 억지로 이야기를 가로막듯 그녀는 그렇게 말하고, 안절부절하지 못한 모습으로 오늘의 예정을 말하기 시작했다.

 ――왜 거기서 사과허는거야? 확실하게 본심을 말해 주었으면 좋겠는데……。

 그렇게 말하려다가 그녀에게 거짓말만 하고 있는 내 얼굴이 어른거려서 왠지 괜히 화가 났다. 하늘에 침을 뱉었더니 자신에게 걸린듯한 참담함과 부끄러움이 복받쳐올라 그녀에게 화를 내려고 했을 텐데도 자신에 대해 분노를 느꼈다.

 지금의 그녀는 내가 알고 있는 키사라기 치하야가 아니다. 약하고, 여리고, 바람이 불면 사라져 버릴 것 같은 혼자서는 도저히 살아갈 수 없는 존재니까. 마치 그림자처럼 누군가에게 의지해 간신히 무너지지 않도록 형태를 유지하고 있는 것이 지금의 그녀다.

세간에는 가희라는 평을 듣는 그녀가 두 세살 어린 후배들을 상대로 매달 이런 일을 한다는 사실을 팬들이 알게 되면 어떻게 될까? 하고 나는 약간 엽기적인 상상을 했다. 생각할 것도없이 순식간에 가희라는 브랜드는 무너질 것이다. 마치 모래성이구나 하고 나는 그때 생각했다. 짓고 유지하기는 어렵지만 허무는 것은 순식간이다.

 ――그러나, 그것은 대체 누구의 소행일까.

 왜 그녀가 그런 일을 하게 되었는지 나는 잘 모른다. 어쩌면 프로듀서가 원인일 수도 있고 하루카씨가 원인이거나 분별없는 팬의 소행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는 다른 누군가의 탓으로 그녀가 약해져 있다면 얼마든지 지탱할 각오가 되어있다. 그것이 비록 내 마음을 닳게 하는 것이었다고 해도, 내가 게속 지탱하고 있다면 그녀는언젠가 다시 돌아올 것이기 때문이다.

「자 시즈카、내리자」

 그녀가 그렇게 말을 걸어 차가운 손이 내 손목을 꽉 잡는다. 마치 사람의 물결을 빠져나가듯 우리는 전철에서 내려 역 출구로 향한다.

 ――언젠가 반드시 원래의 치하야씨로 돌려놓을테니까……。

 그래서 지금은 이대로도 사겨주려고 한다. 나 또한 그녀를 떠나고 싶지 않고 나만이 그 귀신으로부터 그녀를 구할 수 있으니까.

 잡은 손을 한 번 풀고 나서 강하게 다시 잡고 나는 역에서 큰길로 가는 길을 내디뎠다.



 도쿄에서 전철과 도보로 가는 몇 시간. 그 레스토랑은 산기슭의 약간 쓸쓸한 거리에 있고, 쇼와에서 시간이 멈춰버린 듯한 주위와 단 하나뿐인 요즘시대에 맞는멋진 가게의 외장이 기묘한 대조를 이루고 있었다. 아직 7시인데도 불구하고 깊은 숨을 들이쉬면 도시와는 전혀 다른 맑은 공기가 내 폐에 가득 찬다.

「사람이 아무도 없네. 집에 불도 많이 없고……」

「소위 과소지인거야. 오너가 꽤 어르신이신데. 도시에 지쳐서 원래 도쿄에서 차리고 있던 가게를 이곳으로 옮긴 것 같다. 숨은 명점이라고 모모세씨가 말했지」

「어떤 요리가 맛있어요?」

「모모세씨나 프로듀서는 화이트 와인이 맛있다고 말했지만, 나도 시즈카도 미성년자이기 때문에 마실수 없어. 파스타나 생선 요리도 맛있지만, 개인적으로는 티라미수가 제일 맛있었어. ......맞아, 티라미수의 어원은――」

 거기서 그녀의 말을 막듯이 내 휴대전화가 울렸고 결국 나는 티라미수의 어원을 끝까지 들을 수 없었다. 언젠가 어디선가 들어본 적이 있는 것 같지만 도저히 기억이 나지 않는다. 착신은 미라이였고, 안절부절못하는 심정을 안고 나는 전화를 받았다.

『아, 여보세요 시즈카짱? 지금부터 츠바사짱이랑 하루카씨와 함께 가려고 하는데 지금 어디 있어?』

 귓가에 들리는 것은 언제나 그렇듯 미라이의 목소리였고, 나는 조금 안심했다. 대화가 그녀에게 들리지 않도록 나는 어둠속으로 빠른 걸음으로 걸어간다.

「……미안해 미라이。나 지금、언니……치하야씨와 같이 현외의 레스토랑에 와 있으니까」

『또 치하야씨랑? 최근 치하야씨와 함께 있구나 시즈카짱. 사이 좋네』

「그런건 아닌데……」

『……저기 시즈카짱. 치하야씨랑 항상 뭐해? 요즘 이상해 두 사람다』

「――――――――」

 가슴이 철렁했다. 마치 가슴에 고드름이 박힌 것 같은 불쾌한 한기가 들어 등에 땀이 흐른다.

 미라이는 천진할 것 같고, 누구보다 훨씬 주변을 잘 살핀다. 그 아이의 말에 거짓은 없다. 거짓말만 거듭하고 있는 나의 태도는 처음부터 짐작했을 것이다.

『눈치 챘을지도 모르겠지만, 치하야씨 시즈카짱이랑 이야기할때 계속 눈이 이상한데? 시즈카짱도 힘들어하고 뭔지 모르겠지만 나――』

「이제 그만 좀 해!!!」

 정신을 차려 보니 나는 지금까지 지른 적이 없는 듯한 소리를 지르며 전화를 끊었다. 곧 다시 착신이 왔지만, 나는 곧바로 휴대폰을 끄고 주머니에 깊숙히 넣었다.

「……하아、하아、하아……。틀려、틀려……내가 도와주고 있어……!내가! 치하야씨를! 원래대로 되돌려 주는 거야!」

 목이 메어지도록 절규하면서 나는 몇 번이나 주먹에 힘을 주었다. 그러는 동안 손톱이 파고들어 피가 배어 통증이 나를 냉정하게 했다. 숨을 거칠게 쉬면서 천천히 손을 열면 따끔한 통증 속에 조금 따뜻한 것이 번졌다.

 떼구름으로 달이 얼굴을 내밀고 탕백한 빛이 아무것도 없는 내 손을 비춘다. 차가운 공기가 내 몸을 안으로부터 차갑게 해서 어둠이 내 마음을 진정시켰다.。

 비틀거리는 걸음으로 그녀에게 돌아오자 걱정스러운 얼굴로 이쪽으로 달려왔다. 피나는 손바닥을 숨기면서 가능한 한 자연스럽게 미소를 짓는다。

「미안해요, 기다리게 해서。자 들어가요 언니」

「……괜찮은거야? 뭔가 큰소리로 말한거 같은데」

「아무것도 아니에요、진짜로 아무것도 아니니까。그…………『저쪽』사람들과……」

「저쪽……아아、『모가미씨』라는 곳이네, 시즈카도 힘들겠네. 그래도 괜찮아. 언니가 옆에 있으니까 안심해도 된다고? 옆에 있는 한 언니가 꼭 지켜줄게」

 그 말만은 내가 아니라 내 옆의 귀신에게 하는 말처럼 느껴졌다. 귀신을 위협하듯 허공을 한번 노려보고 난 그녀의 뒤를 따른다。

 내 뒤에 소리도 기척도 없는 무언가가 계속되어 스르르 가게에 들어선 기분이 들었다。



 가게 안은 따뜻한 색상과 적당한 난방이 어우러져 있어 차분하기는 했지만 조금 졸려졌다. 안은 적당히 붐볐고 주방에서 올라오는 토마토와 올리브 오일의 향기가 내 위를 간질였다. 가게 안쪽에서 주인 같은 노인이 나와 그녀에게 인사한다.

 상의와 짐을 맡기고 우리는 가장 안쪽 자리로 안내받았다. 근처에는 낡았지만 훌륭한 피아노가 놓여 있고 닦은 흑단이 전등 불빛에 희미하게 비추고 있다. 피아노는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그렇게 좋은 피아노라면 조금 쳐보고 싶다고 생각했다.

 아무래도 추천할 만한 것이 있는 것 같아 그녀는 나에게 무엇을 부탁할 것인지 물어볼 것 없이 메뉴표를 보면서 담담하게 주문을 마친다. 웨이터가 내려가자 그녀는 지친 듯 후 하고 한숨 내쉬었다. 쉴 새 없이 우리 자리로 물과 그리시니가 나왔고 우선 나는 잔에 입을 댔다. 물은 마치 그곳이 제자리를 찾듯 스르르 내 목구멍으로 들어와 메마른 몸을 차갑게 적신다. 빵 굽는 정도도 절묘하고 과연 확실히 좋은 가게라고 납득했다.

 닭고기를 사용한 샐러드와 가지와 토마토 파스타가 나와서 나는 정신없이 그것들을 입으로 옮겼다. 빈말 없이 그 요리는 맛있었다. 지금이 가족놀이의 한창임을 깜빡 잊어버릴 것 같아 의식을 잃지 않도록 그녀에게 말을 건다.

「……맛있어요. 언니。저 이 가게 마음에 들어요.」

「그렇지? 시즈카는 분명 좋은 가게를 많이 알고 있을 테니 어디가 좋을까 상당히 고민했었어, 마음에 들었으면 좋겠어. ...만약 그 때, 그런 일이 안된다면 그 아이도 함께 데리고 다니고――」

 그녀가 거기까지 말하자, 깜짝 숨을 삼키고 포크를 바닥에 떨어뜨렸다. 날카로운 소리가 울려퍼지고 가게 안이 단숨에 조용해진다. 근처에 있던 웨이터가 빠른 걸음으로 이쪽으로 달려와 곧바로 새로운 포크를 가져왔다. 일이끝나면 썰렁한 파도가 밀려오듯 가게 안에는 다시 잡음이 돌아오고, 아무렇지도 않은 듯 시간이 흐르기 시작한다.

「……미, 미안해 시즈카。언니가 오늘 좀 이상하네? 괜찮아. 괜찮아 시즈카 금방 평소의 언니로 돌아오니까……」

 ――아아, 내가 도와줘야 하는데……。

 나약하게 떠는 그녀의 몸을 보며 나는 그저 동정심만을 느끼고 있었다. 내가 버티고 있는 자신이 가족놀이를 그만둔다면 속수무책으로 분노하기 보다는 그녀를 둘러싼 가짜 베일이 벗겨지기 시작했다는 확신이 더 컸다.

「괜찮아요……치하야、언니。제가 붙어있으니까, 저랑 같이 있으면 괜찮아요. 금방 평소대로 돌아올 수 있으니까……」

 움켜쥔 손에 지그시 내 손을 포개자 그녀의 손이 온기를느끼며 거칠게 손가락을 감아 세개 내 손을 움켜잡았다. 어깨를 오르내리면서 크게 심호흡을 몇 번인가 반복해 조금씩 그녀의 눈이 평온해져 간다.

 ――이대로 잘 된다면 분명그녀를 키사라기 치하야로 되돌려 줄 수 있을 거야. 그녀가 원래대로 돌아간다면 분명 거리낌 없이 함께 있을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내가 지금 가장 무서운 것은 그녀를 구하기 전에 이 관계가 끝나 버리는 것이다. 이런 막다른 골목에서 가짜 관게에서도 나와 그녀의 인연은 여기밖에 없기 때문이다.

 속마음의 탄환은 아직 마음의 탄창에 담겨 있다. 쏘면 언제든지 그녀와의 관계를 끝낼 수 있다. 조준은 언제나 그녀에게 적합하고, 나머지는 방아쇠를 당기기만 하면 된다.

 ……그런데 쏴야 할 것은 정말 그녀일까. 그것을 강하게 물으면 분명「NO」일 것이다. 내가 키사라기 치하야를 구하기 위해서는 이 가짜의 원흉을 쏘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다. 총구는 다른 곳으로 향해야 해. ......다만, 그녀 자신이 원인이라면 총구는 여전히 이쪽을 향한 채지만

 ――도대체 누가 그녀를 이렇게 만들었을까……。

 실려온 농어를 입으로 나르고 물에 흘려넣는다. 요리가 있는 것은 다행이라, 그다지 그녀의 상대에게 신경 쓸 일도 없이 냉정하게 생각할 수 있었다.

 ――프로듀서? 하루카씨? 아니면 가족중의 누군가?

 ……아니, 틀려. 그런 얘기는 들어본 적이 없어. 원래 프로듀서나 하루카씨는 절대 그런 일을 하지않고 가족의 얼굴을 본 적이 없어.

 ――그럼 대체 누가……。

(눈치를 챈건지 모르겠지만 치하야씨 시즈카와 이야기하고 있을 때 계속 눈이 이상한데?)

「아니야……아니야、아니야……」

 말로 부인했지만 동기가 가라앉지 않는다. 물을 한 잔 더 주문해 불쾌한 생각을 뱃속으로 몰아넣는다. 티라미수는내게는 약간 쓴맛이 강했지만 같이 나온 에스프레소와도 어울려 식후에 먹기에는 적당한 것 같았다. 하지만 티라미수의 어원이 뭐였는지 그것을 먹고 있는 동안 나는 끝까지 기억할 수 없었다.



 가게를 나서자 갑자기 찬바람이 내 몸을 어루만지며 작은 재채기가 하나 나왔다. 가게에 들어갈 때까지는 하늘에는 구름이 약간 끼어있었지만 아무래도 어디론가 사라져 버린것 같다, 만천의 밤하늘과 초승달이 짙은 감색의 밤하늘에 펼쳐져 있었다. 은과 감색의 색채가 눈을 사로잡고, 내 다리는 꿰매진 듯 그 자리에 정지한다. 거리는 여전히 죽음이 끊긴듯 고요했고 마치 세상이 여기서 끝난 듯 나를 둘러싼 세상이 모두 정지되어 있다.

「…………굉장해」

「도쿄와 달리 이곳은 공기가 맑고 광해도 없기 때문에 별이 명확하게 보이는 거야. 날씨가 좋으면 칠등성까지 볼 수 있다고 프로듀서가 말했더라」

 그녀의 차가운 손이 내 손을 잡아 끌면서 천천히 걷기 시작해. 정지해 있던 다리는 낚이듯 움직이기 시작했고, 나의 의식은 밤하늘에서 어두운 땅으로 옮겨졌다.

「여기 오기 전에 책에서 찾아 봤는데, 여기 근처에 별이 잘 보이는 전망대가 있어. 조금 산에 올라가야 하는데……가보지 않을래?」

「응, 모처럼이니까 보고 가자, 치하야 언니. 나도 좀 더 별이 보고 싶어」

 데이트의 마지막으로 별을 보다니, 정말 로맨틱한것 같지만 어떤 의미에서 그녀답다. 라고 나는 생각했다. 하지만, 아주 조금이라도 데이트라고 생각하는 것은 나뿐이고, 그녀는 어디까지나 『가족』으로서 와 있을 생각일 것이다. 그녀에게 있어서 나는 어디까지나 여동생일 뿐이고, 애인은 아니니까 ......어디까지나, 지금 현재일뿐

 잘 닦인 산길은 거리보다 훨씬 차가워져 있었고 고목 냄새가 더 쓸쓸했다. 시골 산길 하면 사람의 손이 잘 들어가지 않는 좀고 어두운 길이라는 이미지가 있었지만, 책에 나올 정도로 유명한 곳이라 할 만큼 곳곳에 가로등이 있어 그다지 무서운 것은 아니었다.

 완만하고 구불구불한 오르막길을 15분 정도 계속 오르니 이윽고 가로등의 수가 조금씩 줄어들기 시작해 한층 가파른 커브를 빠져 단숨에 열린 장소로 나갔다가 그녀는 발길을 멈추었다.

「자, 도착했어 시즈카。언니 오늘을 위해 별자리라던지 공부하고 왔으니까 오늘은 시즈카에게 여러가지 가르쳐줄게」

「그러고 보니 치하야 언니, 최근 일하는 사이에 가끔 독서를 하고 있었지. 그게 별자리의 책이었구나」

「맞아, 나도 전에 여기 왔을 때 별이 예쁘다고 생각하고 있었거든. 그래서 시즈카랑 올 때, 제대로 별에 대해 공부해두자고 생각했어. 봐, 저게 시리우스, 저게 프로키온이야. 그래서 ...있다. 저기 있는 빨간 별이 베텔기우스야」

 그녀가 가리키는 끝을 바라보면서 시리우스나 베텔기우스를 찾는다. 시리우스와 프로키온이 어딘지는알았지만 베텔기우스가 어딘지 잘 모른다.

「……저기、베텔기우스라는거 어디있는거야?」

「별이 세개 가로 한 줄로 나열된 부분이 있는 거 알아? 저게 오리온자리야. 베텔기우스는 오리온 자리의 최휘성이고... 자, 별이 세개 늘어선 곳의 약간 위쪽에......」

「아, 진짜다! 여름과는 다르게 거의 정삼각형이네。……어라、베텔기우스와 프로키온 사이에 흐르고 있는거 혹시……」

「맞아, 은하수야. 여름의 견우와 직녀같은 로맨틱한 이야기는 없지만」

「칠석 같은 이야기가 있어도, 둘 다 직녀로는 이야기가 통하지 않아」

「……그렇네, 저건 황제가 정한 결혼이야. 여자들끼리 결혼시키는건 안 하지. 그리고 겨울의 대삼각으로 중국이야기가 있는지는 모르겠고……」

 ――그렇다, 따지고 보면 저건 다른 사람이 약속한 결혼이다.

 결과가 본인에게 좋든 나쁘든, 그것은 둘 이외에 누군가가 억지로 떼어 놓은 것이다. 자의로 결정한 것이 아니므로 아주 쉽게 망가진다.

 지금 나는 그녀곁에 있는 것을 동생으로 허락받고 있다. 하지만 내가 원하는 깊은 관계는......분명 지금 상태로는 도저히 그녀에게 닿지 않는 치명적인골이 달려있을테니까

 하지만 그것도 지금뿐이다. 원래의 키사라기 치하야로 돌아갔다면 그녀에게 겨울이 가고 봄이 오면 저 골이 사라질 것이다. 누군가가 낳은 홈에 내가 모래를 뿌리고 조금씩 묻어두고 있는 것이다. 그것이 몇 년 걸리는 엄청난 반복이어도 나는 견딜 수 있다.

 ――괜찮아, 확인하는 것 뿐이야. 미라이의 말이 잘못되었음을 증명할 뿐이다.

 꿀꺽 침을 삼키고 바싹 마른 입에서 말을 짜내다。

「……저기, 치하야씨」

 내 말에 끊긴 것처럼 그녀가 딱 해걸을 멈췄다. 차분한 눈으로 나를 보고 있는 것을 어두운 가운데서도 분명히 알 수 있었다.

「언니라고 시즈카. 제대로 언니라도 다시 말해――」

「혹시 여기 있는게 제가 아니었더라도……오늘처럼 여기 왔을까요?」

「……에?」

 부정하면서 신발 밑창이 땅에 긁히는 소리가 났다. 숨소리를 듣고 그녀의 말이 끊긴다.

「제가 아니라 미라이와도 저번달처럼 저와 가족놀이를 하셨어요? 지금처럼 별을 보러 와줬어요? 그렇죠, 우연히 저 맞죠?」

 똑바로 그녀 쪽을 바라보자 그녀는기압이 되어 한걸음 두걸음 뒤로 물러섰다. 그것을 쫓듯이 나도 같은 수 만큼 걸어나가 차츰차츰 몰아붙인다.

 어깨를 잡자 그녀는 흠칫 몸을 떨었다. 그 몸은 가늘게 떨리고 있어서 나를 피하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다.。

「대답해주세요. 치하야씨」

 ――부탁이야. 그렇다고 말해. 불특정 누군가를 원하는 것 뿐이라고 말해줬으면。

「……하지、않아。시즈카한테……이런 말 난 못해」

「――――――――」

 훌쩍 하고 손바닥에서 뭔가가 미끄러져 떨어지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나는 대리가 아니었어……。

 언제든지 나는 마음속에 한 자루의 권총을 품고 있다.

 탄창에는 말의 탄환이 담겨 있어 쏘면 반드시 어딘가에 해당한다. 총알은 약실로 보내지고 조준은 맞춰져 있다. 앞으로 방아쇠만 당기면 이 관계를 끝낼 수 있다.

 ……방아쇠만 당기면 다 끝낼 수 있을 줄 알았어

 하지만 나는 더 이상 그녀에 대해 방아쇠를 당길 수도 없고 물러설 필요도 없다.

 쏠 상대는 이미 정해져 있으니까.



「그럼 오늘은 여기까지네.」

 인기 없는 밤 플랫폼에서 하얀 숨을 내쉬며 그녀는 내게 그렇게 말했다.

「……응, 맞아. 언니와는 여기까지인가?」

 스스로도 놀랄 만큼 무기질한 목소리가 나왔고, 하얀 말은 어둠속으로 스쳐 사라졌다. 도시의 잡음이 파도처럼 밀려와 나와 그녀 사이를 갈라놓는다.

 그로부터 몇 시간 후, 나는 특별히 무엇을 하는 것도 아니고 그냥 그녀와 함께 전차를 타고 도쿄까지 돌아왔다. 총알은 탄환속에서 빨리 쏘라고 나를 재촉했고, 나는 그것을 억누르지 않고 흘려듣고 좌석에 앉은 채 아무 생각 없이 시간의 흐름에 맡기고 있었다.

 원하는 역에 기차가 도착하고 문이 열리면차갑고 탁한 공기가 빠져나가 몸속이 가짜로 채워지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 레스토랑이 있던 곳은 분명 진짜 분위기가 있었겠지, 도쿄로 돌아오면 싫어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남의 일처럼 멀리서 전동차가 도착하는 안내방송이 흘러나오며 은은한 묵직한 소리가 들려온다. 그것은 나와 그녀의 가족놀이를 끝낼 수 있는 최적의 무대장치였다.

「자, 시즈카, 집에 돌아갈까? 이미 늦었으니까 서둘러 돌아가지 않으면 막차가 없어진다고?」

 그녀가 내 손을 끌며 걸어가려고 한다.

 ――아아, 분명 이 사람은 내 마음 따위는 알아주지 않겠지

 당연하다. 그녀는 아무것도 나쁘지 않아. 나쁜건 전부 나니까

 ……내가 그녀를 망가뜨린 것이다. 내가 있기에 그녀는 망가진 것이다.

「………………」

「……시즈카?」

 좀처럼 발을 내딛지 않는 나를 신기하게 생각했는지 그녀가 의아한 표정으로 나를 본다. 그 얼굴을 뚫어지게 원래 알고 있는 그대로의 얼굴이 언뜻 보인 것 같았다.

 ――괜찮아요. 제대로 원래대로 돌려드릴게요. 치하야씨

 언제든지 나는 마음속에 총을 품고 있다. 총알에는 속마음이 들어 있고 내가 쏘면 그녀와의 관게는 거기서 끝난다. 그리고 대상이 누구든 발사된 총알은 반드시 맞는 것이다. ......그곳이 비록 자기 자신일지라도

 천천히 내 관자놀이를 돌아보며 나는 단숨에 그 방아쇠를 당겼다.

「……돌아가지 않을거에요. 앞으로도 계속」

 난폭하게 손을 뿌리치자 그녀는 비틀거리며 두 걸음 먼저 넘어졌다. 아파 보이지도 화난 것도 아니고 그냥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모르겠다는 멍한 표정이었다.

「이제 끝이에요. 끝이에요. 치하야씨」

「……시즈, 카……? 어째서」

「……어째서? 왜 그런지 모르세요? 알고 계시잖아요. 사실은!」

 쥐어짜듯 그렇게 외치자 흠칫 그녀는 몸을 떨며 겁을 먹었다. 머리가 열을 띠며 지금까지 삼킨 말이 봇물 터지듯 흘러나온다.

「도대체 누구인척을 시키고 있는건지 모르겠지만 저는 치하야씨의 여동생도 무엇도 아니에요! 이제 지긋지긋해요 이런 가짜 관계는!

 이런건... 이런 건 사람이 아니었어! 그때 내가 본, 내가 아는 키사라기 치하야는...... 이런 사람이 아니었는데!」

 외치고 있으면 눈물이나와 앞이 잘 보이지 않는다. 오열이 섞여 말을 제대로 할 수 없게 되자 나도 다시 그 자리에 앉았다.

「……시즈카, 아니야. 아니야 시즈카, 내가」

「…………알고 있어요. 제 탓인 거죠?」

「――――윽!」

「제가 있었으니까 이렇게 된 거네요. 제가 없었다면 치하야씨는 제가 알고 있는 그대로의 치하야씨였을텐데」

「아니야……아니야 시즈카。내가 나쁜거야」

「아니요, 제가 전부 나쁜거에요. 치하야씨. 왜냐하면 치하야씨...... 저한테만 그런 눈으로 보지 않았잖아요.」

「――――――――」

 그때 그녀가 뭐라고 했는지는 잘 모르겠다.

 다만 극심한 감정의 소용돌이 속에서 한 순간만, 툭 실이 끊어진 것 같이 냉정해지는 순간이 있었다. 얼음과 같은 그 영원히 닮은 긴 순간들속에서 나는 왠지 레스토랑에서의 대화를 떠올리고 있었다.

 ――아아, 그러고보니 티라미수의 어원은……。

 이탈이아어로「나를 깨워줘」였구나, 라고 나는 이제야 기억이 났어

「……저는 이제 치하야씨 곁에는 가지 않을테니까요. 치하야씨의 세계에서 저는 사라질테니까요....... 그러면, 원래대로 돌아가겠군요.」

 스윽 하고 나는 발을 한 걸음 그녀로부터 멀리한다. 가슴이 터질 것 같았고, 가능하면 사과하고 그녀의 곁으로 다시 가고 싶었다. 하지만 내가 바라는 마음에서 그녀를 행복하게 하기 위해서는 그걸음을 그녀쪽으로 한 발짝도 내디딜 수 없었다.

「……저기 치하야씨。치하야씨는 저를 누군가를 대신하는 사람으로 밖에 생각하지 않았는지 모르지만……」

 다시 한 걸음 발걸음을 그녀에게서 멀리한다.

「틀려……틀리다고 시즈카! 제발, 제발 가지마! 얘기 좀 들어줘!」

 손을 뻗으며 마치미아처럼 겁에 질린 쓸쓸한 눈으로 그녀가 외치고 있다.

 총알은 앞으로 한 발. 앞으로 한 방만 더 쏘면 이 관계는 완벽하게 끝난다.

 ――미안해요 치하야씨. 저는, 저는……。

「……저는 치하야씨를 좋아했어요. 선배로서가 아니라, 아이돌로서가 아닌 한명의 여성으로서...... 그런 눈으로 보았죠?」

「시즈、카……기다려、괜찮아, 용서해줄게, 기다려줘……」

「하지만, 저와 있으면 치하야씨는 치하야씨가 아니게 되어버리니까...... 내가 좋아하던 치하야씨가 자꾸 사라져버리니까......!」

 떨리는 입술을 힘껏 움직여 미소 짓는 표정을 지어 보인다. 그녀가 그때 어떻게 생겼는지는 하염없이 흐르는 눈물로 보이지 않았다.

「그러니까, 안녕히계세요 치하야씨. 설령 이제 못 만나더라도 그날의 기억이 있다면 저는 견딜 수 있으니까요. 그러니까 저희는 여기까지에요.」

 그렇게 말하자마자 나는 곧 출발하려고 하는 전철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어디로 갈지 모르겠지만, 그 기차를 타고 그녀를떠나면 나는 원래 있던 세계로 돌아갈 수 있다. 그녀를 망가뜨리기 전의 그 회색 세계로 돌아갈 수 있어.

 달리는 동안 누군가가 뭔가를 내게 외쳤는데 머릿속이 뒤죽박죽이 되어 그럴 상황이 아니었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고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지만, 나는 열심히 등뒤의 모든 것으로부터 도망쳤다.

 내가 뛰어오르자 곧 기차가 출발해서 어디인지 모르는 곳으로 나를 옮기기 시작했다. 전철을 타도 눈물은 멈추지 않고, 드문드문 탄 승객들은 흘깃흘깃 나를 바라보았지만 솔직히 그럴 정도는 아니었다.

「끝났다……끝났어……이제 치하야씨가 괴로워할것도 없다고……」

 소원은 이루어졌다. 이것으로 된거라고 스스로에게 타일렀다.

「나 때문에 이렇게 된거니까, 내가 없어지면 전부 해결이야...! 이렇게 되면 치하야씨는 행복해 질 수 있어!」

 기쁜 일인데, 기뻐해야 하는데, 눈물은 전혀 멈추질 않는다.

 머리 속에서 그녀의 영상이 차례대로 플래시백하고 눈꺼풀을 감아도 가차없이 그녀의 웃는 얼굴이 눈동자에 비친다.

「그러니까, 나는……나는……!」

 나는 이게 행복하다고 생각할 수 없다. 그렇게 생각하면 편해질 수 있는데 내 마음은 완강하게 거부한다.

 이윽고 내 마음에서 입가를 따라 진심이 하나 흘러나온다.

 ――이런 일이 생겨도 그래도 나는……。

「……그래도 나는……치하야씨를 아직 좋아한다고……?」

 이제 결코 닿지 않는나의 작은 속마음 조각은 다시금 회색의 세계에 휩쓸려 거품처럼 사라져 갔다.


======================================


치하야의 마음이 망가진건 시즈카 본인 탓이라고 자책하고 있지만...

이 다음이 3부작의 마지막 편입니다.

이 마지막 편에서는 둘의 관계는 어떻게 해결 될지...

그리고 미라이가 느낀 시즈카 앞에서의 치하야의 이상한점 그건 도대체 무엇일지...

그리고 작가님에게 물어본 결과 3화는 주말중에 올라온다고 합니다.

1 여길 눌러 추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