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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의 니노미야 양 #003 / 호빵과 니노미야 양

댓글: 3 / 조회: 1353 / 추천: 2



본문 - 01-29, 2020 23:08에 작성됨.

【어느 날의 니노미야 양】 #3

【호빵과 니노미야 양】


무지 춥네요. 감기 조심하세요.


#아이돌마스터 신데렐라 걸즈 #데레마스 #어느 날의 니노미야 양 #니노미야 아스카 #P아스 #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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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1.08]


「아따, 추워라…」


「이거………… 지독한 추위로군……」


P와 나, 두 사람 모두 몸을 움츠리며 어떻게든 바람을 맞는 면적을 줄이려 시도해본다. 그러나 막 비가 내린 뒤의 바람은 우리의 얼굴을 할퀴듯 매섭게 불어왔다.


「히이…………」


「왜 하필 오늘 걸어서 가야 하는 건데……」


「치히로 씨가… 차를 쓰고 있으니까…」


「이럴 때를 대비해서 차가 두 대는 있어야 하는 거 아닌가…? 금방이라도 손이 얼어버릴 것 같은데……」


「있지, 아스카. 우리 같은 중소 사무소에는 그럴 돈이 없거든……?」


잔혹한 사무소의 경제 사정을 토로하며, P가 목도리에 얼굴을 묻는다. 돈 이야기가 되면, 나로서는 할 수 있는 이야기가 없다. 길어져 봐야 분위기가 어두워질 뿐인 화제를 그대로 마치고, 둘이서 묵묵히 저녁길을 걷는다.


어젯밤 내린 비의 영향으로, 아침부터 계속 강풍이 불고 있다. 가로수는 줄기를 활처럼 휘며 바람에 견디고, 쓰레기통에서 떨어진 빈 깡통은 바람에 맞아 골목 안쪽으로 굴러간다.


빈 깡통이 내는 귀에 거슬리는 공허한 금속음이 분명히 들릴 정도로, 나와 P는 입을 열지 않은 채 걸음을 옮겼다.

하지만 침묵이 고통스러웠는지, P가 중얼거렸다.


「사무소 앞 편의점에서 호빵이라도 사갈까……」


「!!」


“호빵”. 이 얼마나 아름다운 울림인가.

추위에 맞서던 내 신체가, 그 단어를 들은 것만으로도 환희한다. 어서 목 너머로 넘기라고 위가 보채는 것이 느껴질 정도다.


아아, P는 참으로 죄 많은 남자다. 이 타이밍에 그런 것을 먹자고 하다니.

거부할 수 있을 리 없지 않은가…!


「뭐 먹을래?」


「후후. 뭐야, 사주는 거야?」


「다른 애들한테는 비밀이다? 다른 애들한테까지 털리면 지갑이 못 버티니까.」


「그래. 너와 나만의 공동범행으로 하지. 나는 야채호빵으로 부탁할게.」


「나도 단팥호빵보다는 야채호빵이 좋더라.」


‘호빵’이라는 단어에, 나뿐만 아니라 P도 견딜 수 없어진 것이겠지. P의 발걸음이 눈에 띄게 가벼워졌다. 나도 뒤처지지 않도록 그의 옆에 붙은 채 사무소로 발길을 재촉한다.


아니, 정확히는 사무소가 아니라 그 앞의 편의점을 향해서지만.


「어서세요-」


께느른한 점원의 목소리. 우리는 그 목소리조차 듣지 않고, 계산대에서 호빵을 주문한다.


「야채호빵 두 개 주세요.」


「포장 따로신가요-?」


「같이 주세요.」


「네-, 240엔임다-.」


참으로 권태로운 대화다. 아마 장기 근무 중인 아르바이트생이겠지. 우리에게 눈길을 주지 않고 어딘지 허공을 보는 듯한 눈을 한 채 기계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금액을 들은 P가 지갑을 꺼냈고, 어째선지, 그대로 경직됐다.


「아, 어떡하지.」


「무슨 일이야?」


「돈이 부족해.」


「뭐…?」


돈이 부족하다고? 멀쩡한 직업이 있는 성인 남성의 지갑에 240엔도 들어있지 않다는 것인가?


「잔돈이 부족하단 거지? 지폐가 아니라?」


「그게, 지폐도 없어.」


‘이거 봐’라며 P가 보여준 지갑 안에는, 아무리 봐도 법정통화라고 할만한 것이 거의 보이지 않았다. 이건 말 그대로 무일푼, 빈털터리가 아닌가…!


「어쩔 수 없군…… 내가 낼게.」


「미안…」


자신의 담당 아이돌에게 호빵 두 개 값을 대신 내달라고 하는 처지가 되다니, P는 어떤 심정일까. 뭐, 애시당초 240엔조차 낼 수 없다는 사실이 더 문제이긴 하지만.


손에 들고 있던 가방에서 내 지갑을 꺼낸다. 분명 1000엔 지폐가 한 장 들어있었을 것이다.

가방에서 지갑을…… 지갑을………… 지갑……


「어라…? 내 지갑…… 아.」


일 나오기 전에, 사무소에 놔두고 나왔다……


「지갑을…… 사무소에 두고 나왔나 봐.」


「아이고야…… 내가 가진 돈으로는 한 개밖에 못 사는데?」


「어케 해드릴까요? 한 개만 하시겠어요?」



「「………………」」



──────


「감삼다- 또세요-」


점원이 마지막까지 변함없이 권태로운 목소리로 우리를 배웅한다. 그러나 그와 대조적으로, 우리의 텐션은 편의점에 들어설 때와는 정반대로 조금 애달픈 표정을 하고 있었다.


「한 개라……」


P가 봉지에서 호빵을 꺼낸다. 결국, P의 지갑에 들어있던 동전을 긁어모아 호빵을 하나 살 수 있었다. 아예 사지 않는다는 선택지도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나와 P의 위장이 그것을 허락하지 않았다.


「어쩔 수 없군. 반씩 먹으면 되잖아?」


「그렇네. 반 개라도 호빵은 호빵이고.」


P가 호빵을 양손으로 잡고, 반으로 가른다.

김이 폴폴 올라옴과 동시에, 호빵 안에 가득 찬 속의 무어라 형용하기 힘든 향기가 우리의 코를 간지럽혔다.


「오오~ 그래, 이거지. 이래야 제맛이지~」


「이 순간만큼은 겨울이라는 계절에 감사하게 되는군. 추위가 강해질수록 이 감동은 깊어지니 말이야.」


둘이서 눈을 빛내며 호빵을 바라본다. 쫄깃한 피와 촉촉한 속. 시각과 후각 양쪽에서 공격당한 우리의 배고픔은, 이미 한계에 달해있었다.


「그럼 먹자. 자, 아스카.」


P가 손에 든 호빵 한쪽을 내게 내민다. 그것을 받으려던 찰나, 나는 무언가를 깨닫고 호빵을 잡기 직전 손을 멈추었다. 하마터면 놓칠 뻔했다…… 허기라는 재밍에 정신이 팔린 사이에 빈틈을 찔릴 뻔했어.


「저기…… 그거, 네가 가지려는 쪽이… 더 큰 것 같은데?」


「………………….」


P가 침묵한다. 이 반응은 긍정을 의미한다. 너무나 자연스럽게 내미는 바람에 놓칠 뻔했어. 자세히 보면, P가 먹으려는 호빵이 더 크고, 속도 알차다.


「자, 그걸 나한테 넘기도록 해.」


「……내 돈으로 샀는데?」


「그 “내 돈”이 더 있었으면 굳이 이런 말을 할 필요도 없었겠지. 자, 유치하게 굴지 말고.」


큰 쪽을 내놓으라고 손을 내밀었지만, P는 단호하게 그것을 거부했다.


「아스카 너도 지갑만 잘 들고 다녔어도 이렇게는 안 됐을걸? 이건 내가 먹을 거야!」


「뭣…… 아전인수에도 정도가 있지, 폭군이 따로 없구만! 담당 P로서 아이돌을 지원하는 것이 네 사명일텐데, 이런 상황에선 나를 우선시해야 하는 거 아니야?」


「논점 돌리는 건 너도 똑같거든요-! 너랑 내 에너지 효율을 생각할 때, 몸이 큰 내가 큰 호빵을 먹는 게 당연하잖아!」


「큿…… 그, 그렇다면 내게도 생각이 있어.」


「뭔데, 뭔데? 말 해봐.」


「어제 네가 치히로 씨 몰래 손님 접대용 과자를 훔쳐먹는 것을, 나는 목격했거든.」


「으, 으응?? 아, 아니거든~~! 그건…… 내가 개인적으로 산 거거든요~」


「호오. 그러면 치히로 씨에게 말해도 된다는 거지? 잘 알았어.」


「아!!! 그렇다고 바로 일러바치냐! 치사하게-!! 호빵 안 줄거야!」


「그러니까 유치하다는 소리를 듣지!」



혹한의 날씨조차 잊어버린 채, 목소리를 높여 설전을 벌인다. 서로 한 발짝도 양보하지 않고, 상대에게 한 치의 빈틈도 보이지 않고.


하지만 우리는, 한 가지 사실을 까맣게 잊어버리고 말았다.



손에 든 호빵이, 차갑게 식어간다는 사실을.




[끝]


==========


편의점 야채호빵… 요즘은 위생문제와 관리비용 문제로 개별포장된 걸 전자레인지에 돌려 먹는 걸로 바뀌었죠. 찜기에서 바로 꺼내먹는 특유의 맛이 있었는데 그립네요…


내일 아침은 편의점 호빵으로 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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