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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기사와 후미카 [먼지를 뒤집어 쓸 틈도 없이]

댓글: 2 / 조회: 1784 / 추천: 3



본문 - 10-27, 2019 01:06에 작성됨.

저는 분명 이대로

제 생애를、커다란 아이 처럼 이대로 끝내고 말거라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아마도、대학생이 되어서도、그 미래가 보였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유치원、초등학교、중학교、고등학교。

이렇다할 변화도 성장도 없이。

지금까지 십수년 동안、『인생의 전환기』라고 할 만한 것은、한 번도 찾아오지 않았습니다。

아마도、이대로 작은아버지의 서점을 잇게――


――제 인생은 한 권의 책으로 정리할 수 있을 종류의 것이라고、그렇게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인생이라는 것은 한 권의 책이다。


어느 서점이든지。좀 더 말하자면 이 고서점조차도。

조금 찾아 보기만 해도 그런 책이 발견될 것 같은 흔한 인생론입니다。

저도 마음속에서 어렴풋이 누가 했는지 모를 이 금언을 안고 있었겠지요。

조금씩 페이지를 거듭해가며

마지막에는 낡고 더러워진、재를、그을음을、먼지를 뒤집어 쓴、조금은 두꺼운 책을 완성시키고

손에 든 누군가가


 『아아、이런 책도 있었지』


그래、라고 툭하니 중얼거릴 것 같은。


거기까지 생각하니、페이지에 드리운 그림자를 간신히 깨달았습니다。

 

아아、이러면 안되지。가게를 보고 있었는데。

책을 읽는 도중에 다른 생각을 하다니、손님에게도、책에게도 실례를 저질렀네요。

 「죄송합니다」

책을 덮고、고개를 들어、눈앞에 있던 분이 몹시 놀랐습니다。

말을 고르 듯이 열린 입과 안경 너머로 저를 바라보는 눈동자。

지극히 평범한、약간 이지적인 얼굴。그건 아무래도 좋지만……


 「……」


두께가 느껴지는 분이었습니다。


비지니스맨 같은 넥타이나 양복도、너무나도 어울리지 않았습니다。

그 가슴팍은、지금까지 만난 어떤 사람보다 두꺼웠다。

 「저기……뭔가、찾으시는 물건이라도 있으신가요」

 「……아아、네。찾는 물건、이라고 해야하나」

손님은、그 두꺼운 가슴팍을 뒤적이며




책갈피보다 작은、한 장의 명함을 내밀었습니다。

 

 「당신을 찾고 있었습니다」


어디선가 가을 바람이 불어와、덮혀있던 소설을 장난스럽게 넘겼습니다。



 ― = ― ≡ ― = ―


 『――이야、동료가 이 주변을 돌아보면 좋겠다고 해서 말이죠』


나를 찾고 있었다。

그는……P 씨는、분명히 그렇게 말하고 있었습니다。

말꼬리만 파악하면、마치 예지 능력자나 점쟁이 같습니다。

이유를 물어 보았지만、P 씨 자신도 확실한 거 같지는 않아서


 『뭐……그 사람이 말하는 거니까。분명、그런 거라고 생각해』


근거를 그렇게 애매하게 내밀면서、그는 아이돌의 매력을 정중하게 설명해 주었습니다。

3일에 한 번 정도 문고본을 구하러 왔을 때、계산대를 사이에 두고

매번 손님이 적은 시간대에、설명도 대략 5분 정도。

뭔가 작업을 하고 있을 때는 얌전히 가게에서 나가주었고、문제가 되는 행동은 하지 않았습니다。

그저、그는 몹시 끈질긴 사람이었습니다。

대략 2달에 걸친 설득 끝에、결국 저는 승낙을 하게 되었습니다。


P 씨는、조금 억지스러운 면이 있습니다。

 

 「――……、……、……」


새로 생긴 사무소라고 들어서 상상했던 것 보다、훨씬 넓은 레슨 룸이 있고

그 넓은 곳 한 구석、저는 마룻바닥에 달라붙어 있을 뿐이었습니다。

 「……저기、트레이너 씨。대체 뭘 시키신 건가요」

 「아、아니……처음이라길래、간단한 스텝이랑 턴을 조금」

 「…………、……、……」

 「조금으로는 보이지 않는데 말이죠……숨을、제대로 못 쉬고 있잖아요」

 「……허、억……콜록……!」

 「아아、후미카 씨 진정해……!」

트레이너 분의 말에 거짓말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정말로、스탭과 턴을 조금 배웠을 뿐。

이 참상은、오로지 제 체력이 만들어낸 광경에 지나지 않습니다。

 「어ー음……어떻게 할、까요?」

 「……오늘은 여기까지만 하죠。조금、생각을 다시 해봐야 겠네요」

 「죄……송、해……콜록」

저의 지금 상태에、P 씨는 분명하게 곤혹스러워 하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그 자신의 육성방법 이전에、아무리 생각해도 저의 체력 수준은 낮은 것 같으니 말이죠。

……아이돌은、정말 저같은 사람이라도 해낼 수 있는 걸까요。

 

 「저기……죄송해요, P 씨……」

 「아니、후미카 씨가 사과할 필요는 없어。나도 배려가 부족했네」


돌아가는 차 안은 형용하기 어려운 분위기로 가득 했습니다。

침체된 거북한 분위기와는 대조적으로

P 씨가 매고 있는 2점식 안전벨트는、팽팽하게 늘어나 있습니다。

어쩌면、가슴 부위만 따져봤을 때 저보다 더 있는 건 아닐까요。

 「후미카 씨、일요일 낮에는 한가해?」


 「……? 네……딱히、예정 같은 건 없네요」

 「그렇구나。괜찮다면、말인데――」


전해들은 집합장소는、저와는 인연이 먼 곳이지만

하지만 저는、왠지 모르게 이해가 되었습니다。

 

 ― = ― ≡ ― = ―

새벽녘에 풀에 맺혀 있던 서리도 녹고、태양이 맑은 날씨를 비추고 있었습니다。

앞으로 더 추워진다 해도、아직은 온화한 겨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은은하게 흐르는 강물이 눈부시게 빛나고 있었습니다。


 「기다렸지、후미카 씨。준비운동은 다 했어?」

 「아……P 씨……아뇨 아직」

 「음。그러면、가르쳐 줄테니 같이 해보자」


움직이기 쉽게 하려고 그런 건지、두꺼워서 그런지、목 주변의 지퍼는 다 올라가 있지 않았습니다。

스포츠웨어 차림으로 서로 마주보고、하천 부지에서 준비 운동을 시작 했습니다。

 「그렇지。거기서 반대로 뻗어서」

 「……아、아파……요……」

 「아플 정도로 뻗는 건 안 좋아。무리하지 말고、할 수 있는 범위내에서」

준비 운동에 20분이나 들인 건 처음 겪는 일이었습니다。

흐르기 시작한 땀이、차가운 바람에 녹아들어 갑니다。

 「좋아、가볼까」

 
목에 걸고 있던 스톱워치를 조작해서、우리는 나란히 달리기 시작했습니다。

 「후미카 씨、괜찮아? 너무 빠르진 않아?」

 「괜찮……아요。감사합니다」

옆에서 본다면 웃음짓게 될 것 같은데

……아。지금、엇갈린 노부부가 미소를 지으며 지나갔습니다。

어쨌든、우리는 그런 페이스로 조깅을 하고 있습니다。

 「우선은 이 속도로、최대한 길게 달려보자」

 「네」

사이클링을 하는、자전거에게 추월 당했습니다。

로드워크 중인、야구 부원들이 앞질러 갑니다。

친구들과 사이 좋게 뛰노는、초등학생 정도의 아이들이 달려 갔습니다。

 「……」

생각해보면、달리기 같은 걸 해본 게 얼마만일까

고등학교 3학년 체육은 거의 레크리에이션이기에……대충、2년만 이겠네요。

 「조근(早筋)하고 지근(遅筋)은、아려나」

 

 「……네? 치킨이랑……측근요?」

 「간단하게 말하자면、각각 지구력이랑 순발력을 맡는 근육을 말하는데」

 「……아아。조근하고……지근、인가요」

 「조깅은 지근을 단련할 수 있어」

 「그렇군요……」

 「체력 측정 결과를 보니까、사기사와 씨는、조근은 상당히 있는 것 같으니까――」

천천히 달리면서、P 씨는 여러가지를 말해 주었습니다。


식생활과 건강에 대해서。

수면의 중요성。

시력 개선을 위해 눈 근육을 단련하려고 한 이야기。


모든지 막힘 없이、확실한 지식에 기반한 근거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말을 잘하는 사람의 이야기이기에、무심코 귀를 기울이고 열중하게 되었습니다。


 「――좋아、45분。잠깐 쉴까」
 

 「하아……후우……」

 「고생했어。이렇게 오래、일정한 페이스로 달릴 수 있다는 건 대단한거야」

 「이……정도 속도、라면……」

저는 약간 아픈 다리와、기분 좋은 피로를 안고 있었습니다。

신체의 심지에 박히는 듯한 열이、달려온 길의 증거와 같이 남아 있습니다。

 「P 씨는……강한데다……아는 것도、많으시네요」

 「후미카 씨의 지식에는 이길 수 없다고 생각하지만……쑥스럽네」

숨이 하나도 흐트러지지 않는 P 씨가、조금은 멋쩍다는 듯이 웃습니다。

통、통하고、주먹으로 배를 몇번 두드렸습니다。

 「트레이닝 쪽에는、이런 말이 있어」

 「……?」

 「근육은 배신하지 않는다」


 「……멋진、말이네요」

 「무리 할 필요는 없어 、후미카 씨」


……정말로、좋은 말이라고 생각했는데 말이죠。

 

 「마찬가지로、지식도 배신하지 않는다고 생각해。몸에 익힌 경험은、절대로」

 「그럴 지도、모르겠네요」

 「그러니까 후미카 씨한테、이 말을 해줄게」

 겨드랑이에 책을 낀 모습으로。

 「책을 들어라、거리로 나가자」

 「……테라야마 슈지의 명저。그 패러디、군요」

 「역시나。거 봐、배신하지 않지?」

체력과、지력과、해학。

P 씨에게 느낀 두꺼움은、분명 거듭해서 쌓아온 경험에서 온 것이겠지요。

저도、아주 조금이지만……지식을 쌓으며 살아 왔습니다。

다음에는、이 빈약한 몸에 체력을 기를 차례라고、그렇게 말씀하고 싶으신 거군요。


 「……후미카 씨」

 「네……왜 그러세요」

 「운동하고 나서는、함부로 앞섬을 열지 않도록 해。좋지 않으니까、그……갑자기 추워지거든」




좀처럼 식지 않는 열을 내보내려고、윗도리의 앞섬을 열어 바람을 들입니다。

확실히、갑자기 T셔츠 한 장만 입은 몸이니 감기에 걸릴지도 모르겠네요。

컨디션 관리도 아이돌 활동의 하나、라는 걸까요。

 「음、그게 그러니까、미안한데 빨리 잠가주면 안될까」

 「네……몰랐네요、죄송해요」

 「아니아니 신경 쓸 필요는 없어。다른 의도는 없으니까、정말로」

P 씨가、왠지 당황한 것 처럼 손사레를 친다。

고개를 갸웃거리며 지퍼를 올리니、안심한 것 처럼 두꺼운 가슴을 쓸어내리고 있었습니다。

 「좋아。그러면、조금만 더 쉬다가 다시 할까」

 「네」

그리고 다시 달립니다。

문득、지금까지 물어보려고 했던 것을 떠올렸습니다。

 「……P 씨」

 「응、왜」

 「오늘은……왜、같이、조깅을?」
 

 「전부터 생각하고 있었거든」

 「……?」

 「아이돌이라고 해서 힘든 레슨을 부과하는 건、과연 옳은걸까 하고」


무심코 옆을 보니、P 씨와 눈이 마주쳤습니다。

 「우선은 보람부터 시작하자」


선종외시。

작은 계획부터 착수하는 것。

또는、말을 꺼낸 사람부터 먼저 시작하라는 뜻의、고대 중국의 격언이었습니다。

 「……그렇군요。그 말은、P 씨는」

 「아아。우선은 이렇게 나부터 하고 있다는 걸 보여주고 있다는 거지」


 「……」

 「잘 보고 있어、후미카 씨。내 보람을」


온화한 웃음을 지어주는 P 씨를 앞에 두고

저는、우선 올바른 해설부터 시작하자고 결심했습니다。


P 씨는、조금이지만 얼빠진 부분이 있네요。

 

 ― = ― ≡ ― = ―


 「저기、P 씨……조금、상담이」

 「응。무슨 일인데、후미카 씨?」


뭔가 착각은 아닐까라는 생각도 했습니다。

이대로 해야 하는 걸까、한다고 해도 어떻게 해야하지

고민한 끝에、저는 P 씨에게 이야기를 해보기로 했습니다。

 「그게、말이죠」

 「응」

 「돈이……들어왔는데……」

 「응……응?」

 「왜……들어왔나 싶어서」

 「왜냐니、후미카 씨가 일을 했으니까 그런건데」

대답을 듣고、저는 한동안 굳어 있었습니다。

역시、잘못된 게 아니었네요。

 「받아도……되는 걸까요」

 「괜찮다고 할까、받지 않으면 회사 입장이 곤란하다고 할까」

 

곤란하다……

그렇다면、여기서는 받아두는 편이、분명 원만하게 흘러가겠지요。

 「뭐、아직 많지는 않지만 말이지。그건 후미카 씨한테 지불된 보수야」

 「……」

 「후미카 씨?」

 「……저、돈을 번 건、태어나서 처음이라……어떻게 쓰면 될까요」

 「음、고서점 쪽은? 아르바이트가……」

 「작은아버지의 가게 일을 도와드린 것 뿐이라서」

 「그렇구나」

애초에 제 지갑은、사용처가 매우 한정되어 있습니다。

서점、고서점、헌책 시장。나머지는、일용 잡화와 식사에 약간。

이번 급여는、그것들에 돌리기엔 조금 많을 정도。


 「그렇네……어른이라든지 사회인이라든지、그런 예행 연습이라고 생각해두면 좋다고 생각해」

 

P 씨가 돌려준 말에、저는 다시 굳었습니다。

내가……내가。

 「어른……?」

 「아아。쓸 곳이 없으면 나중을 위해서 모아 두는 것도 좋지」

 「……저는」

 「응」

 「아직、어린애라서……작은아버지한테、맡겨 둘까 생각해요」

 「어른스러운 판단이네」


분별력 없는 어린아이를 앞에 둔 것 처럼

P 씨가、쓴웃음을 지었습니다。

 

 ― = ― ≡ ― = ―

한 페이지씩、한 페이지씩。

지금까지 책처럼 느긋하게 넘어가던 저의 나날들은、조금이지만 속도가 빨라졌습니다。

아이돌이라는 새로운 권을 찾아내고、또 새로운 페이지가 열리고。

그렇다면、내 인생은 한 권짜리 책하고 다른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

 「……」

고개를 들자、그곳에는 어둠에 싸인 가게 안이었습니다。

저는 이렇게 폐점 후의 카운터에서 책을 익는 것도 좋아했습니다。

색유리가 끼워진 스탠드를 켜고、책에 둘러싸여 시간을 보낸다。

때로는 자기 방 이상으로 차분해지는 공간이었습니다。

역시나 작은아버지는 쓴웃음을 지으십니다만


아이돌이 되고、조금씩 돈을 번다。

조금씩 교우 관계도 넓어져、적당하다 싶었던 저의 세계는 순식간에 넓어졌습니다。

이것도 어른이 되어 가는 영행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과연、저 같은 사람도、어른이 될 수 있을까요。

아직도 모르는 것、할 수 없는 것、손이 닿지 않는 것。

그런데도、저도……언젠가。


마지막 보금자리로 여겨지던 이 공간을 떠나

어느새 다른 땅으로 이주하는 장래가、갑자기 현실성을 띠고 머리 위로 떨어집니다。

최근에는 페이지를 넘기는 동안에도、이런 생각을 중간중간에 하는 일이 많아 졌습니다。

제 머리는、조금이지만 미래의 자신의 모습을 그리고 있습니다。


방에 책의 탑을 쌓아올려、사소한 지진으로 깔려버리는 나。

무를 자르려다 손이 베이는 나。

책을 즐기는 사이에、세탁한 것들을 완전히 비에 적셔버리는 나。


 「……」


문득、나란히 서있는 책장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 = ― ≡ ― = ―

 「저기……P 씨는、오늘도 도시락、드시는 거죠」

 「아아、응」

 「괜찮으시면……같이、먹어도……?」

 「물론이지。그 보자기를 보니、직접 싸온거구나」

 「네。만약을 위해서、무는 안 썼어요」

 「……응?」


P 씨는、대체로 도시락을 가지고 다녔습니다。

영양이나 절약을 생각하면 이게 제일이라면서。

 「그러면、잘 먹겠습니다」

 「잘 먹겠습니다」


동시에 뚜껑을 열고、저는 거기서 확실한 현실을 보았습니다。

 

연한 차색이 보기에도 식욕을 자극하는 밥。

톳 같은 걸 섞은 현미밥이었습니다。

메인 반찬으로는 닭 생강구이。

잘게 갈아넣은 것 말고도、잘게 썬 생강도 같이 있었습니다。

옆을 채운 건 우엉 조림。

우엉이 좀 많았는지、약간 굵직하게 썰려있습니다。

씹는 맛을 즐기기에는 좋은 굵기지요。

색감을 더하는 건 계란말이。

사이에 시금치가 들어있어、자칫하면 수수한 겉모습에 포인트를 주고 있습니다。

 

반대로 맑을 정도로 하얀 밥。

중심에는 보란듯이 매실 장아찌 씨가 자리를 잡고 계십니다。

메인 반찬은 소세지 볶음。

시원스러울 정도로 질실강건입니다。(*꾸밈이 없고 착실함)

초록은 시금치 무침。

냉동식품이라고 해도、요즘 나오는 건 무시할 수 없습니다。

계란말이에 실패한 결과의 스크럼블 에그。

계란……그게……스크럼블 에그입니다。


말할 것도 없이 이쪽이 제가 챙겨온 겁니다。

 

 「……심플해서 좋네」

2개의 도시락 상자를 사이에 두고、우리 사이에는 기묘한 침묵이 있었습니다。

아니、이해는 하고 있습니다。

제 실력이 P 씨한테 견줄 수 있을 정도는 아니라는 걸

그래도 나도 여자니까, 해보면 의외로 어떻게든 되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눈앞의 현실이 모든 웅변을 논파했습니다。


 「……네」

저도 명백한 위로를 받고, 받아들일 수 있을 정도로 성장했습니다。

 「반찬、조금 바꿔서 먹어볼까」

 「……감사、합니다。맛있네요」

 「응、맛있어」


……P 씨는、상냥하네요。
 

 ― = ― ≡ ― = ―

무슨 일 일까요。

불린 대로 회의실에 들어가서、P 씨의 정면에 앉을 때까지는 문제가 없었습니다。

정면에서 팔짱을 낀 그의 눈썹은 구부러지고、고개는 옆으로 기울고、목에서는 낮은 신음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어쩌면 저는、꽤나 좋지 않은 무언가를 저지른 걸까요。

 「…………후미카 씨」

 「네」

 「우선、들어줬으면 하는데」

그렇게 말하고、P 씨는 테이블 위의 CD플레이어를 조작 했습니다。

한동안 무음 상태가 이어지다가、선율이 흐르기 시작합니다。

온화한 곡조에 일단 귀를 기울이려고 하니 건네받은、한 장의 종이。


Bright Blue――사기사와 후미카。


 「이건……제……?」

 「데뷔 싱글。인데、말이지……」

 「뭔가 문제라도……?」

 「……나는、일단 백지화도 선택사항에 넣어둬야 한다고 생각해」


뒤쪽의 벽까지 박힐 듯한 시선이、저에게 날아옵니다。

 

 「선생님께、나 나름의 사기사와 후미카를 전해봤어」

 「……네」

 「그랬더니、그런 가사였어」


 판타지한 세계로 도망치고 있기만 해서는

 진정한 나는 찾지 못한 상태로


 판타지한 세계의 도움을 받았지만

 진정한 있을 곳은 찾지 못한 상태로


P 씨가 손가락으로 가리킨 부분은、그렇게 쓰여 있었습니다。

 「나는、후미카 씨가 그런 생각으로 독서에 빠져있는 게 아니라는 걸 알고 있어」

 「……」

 「전체적으로는 긍정적인 느낌이지만、아무리 봐도 여기가 걸려」

 「……」

 「잘 말로……후미카 씨?」

 「……아」

문자라고 하면 빠져들어서 읽게 된다。

시라고 들으면 해석하며 보게 된다。

평소의 나쁜 버릇이 또 얼굴을 내밀어 버렸습니다。

P 씨의 말이 간신히 귀에 들어온 것은、마지막 한 문장을 다 읽은 다음으로。

저를 계속 바라보는 그의 시선을、깨닫지 못하고 떠오른 것은――잔잔한 미소。

 

 「P 씨는、역시나、상냥하시네요」

 「……」

 「저를 위해서 화를 내주셨다니、감사합니다」

 「……그러면、일단」

 「하지만、기우에요。푸른 하늘이 떨어지지는、않잖아요」

무언가 말을 이으려고 열렸던 그의 입이、그대로 벌어져 있었습니다。

침묵의 요정이 우리 사이를 빠져 나갔습니다。

이건 설마, 저지른 걸까요。

분위기를 풀려면、재치있는 농담을 한마디 하는 게 좋다고 들었습니다만。

 「……혹시、Bright Blue에 관해」

 「어쨌든」


어쨌든。


 「P 씨는 조금、착각을 하고 계신 것 같아서」

 「착각、이라니」

 「이 노래는……제 곡이기는 하지만、저에 관해서 부른 노래는、아니에요」

작사를 하신 분도、아마 그걸 감안하고 제출하신 거겠지요。

아니면 신인 아이돌을 향한、시험 같은 걸지도 모르겠네요。

 

 「독서를 도망갈 길로 정해버린 선택에 관한 재고」

혹은。

 「어느 여자아이의……어떤 종류의、전환을 노래한 거라고……생각해요」

정면에 앉은 P 씨는 여전히 침묵。

그 시선은、조금이지만 흔들리고 있는 것 같아 보였습니다。

 「……후미카 씨」

 「거기에 그녀는、고개를 들고……하늘이 푸르다는 걸 깨닫고、여전히」

서로 부딪치고 있던 시선을 조금만 돌려서。

블라인드 너머로、얇게 잘려나온 책갈피 같은 푸르름을 힐끗본다


 「페이지를 넘기는 손가락을、멈추지 않았어요」

 

부스럭。

안경의 위치를 고치고、P 씨의 손가락이 가사 카드를 주웠습니다。

늘어선 문자를 여전히 매서운 시선이 여전히 뒤쫓아 갑니다。

좌우로 왕복하며、아래로 아래로 순서대로。

눈앞에서 튀는 리듬이、왠지 엄청 기쁘게 느껴졌습니다。

그리고 작은 한숨。

가사 카드를 정중하게 책상위로 돌려놓고……P 씨는、어깨를 움츠렸습니다。

움츠려도、두꺼운 편이네요。

 「……쥐구멍에라도 들어가고 싶어」

 「……후후。P 씨라면 조금……크게 파야겠네요」

한동안 우리는 서로 웃다가、그 뒤로 또 시선을 서로 부딪쳤습니다。


 「부르자」

 「네」


P 씨는、조금은 난폭하지만……엄청、진지합니다。

 

 ― = ― ≡ ― = ―

바꾼 생각을、아무래도 또 바꿔야만 할 것 같습니다。


제 인생은、책장과 닮은 걸지도 모르겠습니다。

소설이 있고、도감이 있고、기록 문학이 있어서

만나는 한 권 한 권에는 각각의 생각이 포함되어 있고

그런 멋진 추억을 모아가는、그런 인생인 것은 아닐까、하고


장식이 없는 선반에는 아직도 빈 곳이 있습니다。

빈 곳이 있으면、채우고 싶어지는 게 사람 심리이기에

1권을 읽으면 2권을、2권을 읽으면 3권에 손을 뻗고 싶어지듯이。


저도 아직 보지 못한 책을 찾아서、거리로 나오려고 했습니다。

 
 ― = ― ≡ ― = ―

괜찮습니다。

전혀、하나도、무섭지 않습니다。

아니、오히려 귀엽지 않나요。

동그란 눈동자。이쪽을 가만히 올려다 보는 눈동자。

말랑말랑한 신체。커다란……크네요……


 「멍」

 「히」

 「저기、후미카 짱? 무리 할 필요는」

 「괘、괜찮……아요」


이 사무소는、좋은 사람들로 가득했습니다。

예쁜 사람。강한 사람。밝은 사람。유머 넘치는 사람。

그런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있다보니、저도 동경에 가까운 생각을 갖게 되어서


――강해지고 싶다。성장하고 싶다。


제 마음 속에서도 그런 결심이 싹트고 있다니、이전의 자신은 상상도 할 수 없는 것이었습니다。

이런 기회에 앞으로、다시 찾아온다고 할 수 없습니다。

그렇다면 모처럼 얻을 수 있던 이 귀중한 만남

이 한 몸 바쳐서라도、저도 멋진 인물이 되어 보고 싶다고

어느새 저도、그런 생각을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우、으으……」

 「멍멍」

 「힘내、후미카 짱、조금만 더!」


어떻게 하면 그렇게 될 수 있을까。

저는 우선、수많은 서투른 것들을 극복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저는 어릴 적에、개한테 쫓긴 경험이 있습니다。

당시 그 개는 제 키만한 크기에、무섭게 짖기까지……우으。

그 모습을、하필이면 부모님은 웃으면서 지켜보시고

제가 얼굴을 구석구석까지 유린당하는 동안、도움을 요구하는 필사의 소리는 실현되지 않았습니다。

지금도 조금이지만……아주 조금이지만 원한을 품고 있는 건、부정할 수 없습니다。


왕。


 「……으」


손끝에 닿은 순간、무심코 손을 끌어당기니

눈앞의 강아지는、이상하다는 듯이 제 눈을 가만히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해냈어! 닿았어、닿았어 후미카 짱」

 「……」

조심조심、한번 더 손을 뻗어서

이번에는 제대로、강아지의 등을 쓰다듬을 수 있었습니다。

털의 결을 따라、상냥하게, 부드럽게

저녁노을에 흔들리는 밀밭 같은 등은、손바닥에 기분 좋은 열과 감촉을 전해주었습니다。

 「멍」

 「……감사、합니다。멍멍아。세이라 씨」

 「멍!」

 「천만에요!」

한번 접하고 나니、웃음이 날 정도로 어이없는 것이었습니다。

오히려、좀 더 접하고 싶어지는 것 같은、정말로 바람직한 마음으로。

 「……멍멍이는、착하구나」

 「왕……」

살그머니 몸을 기대니、멍멍이가 제 무릎에 고개를 얹었습니다。

머리를 쓰다듬는 게 점점 즐거워져서、무심코 계속 쓰다듬게 되었습니다。


찰칵。

 

 「어」

 「아、미안。좋은 광경이라서、그만」

핸드폰을 손에 든 P 씨가、가볍게 고개를 숙였습니다。

핸드폰 화면을 들여다 본 세이라 씨가 눈을 빛내고 있습니다。

 「와、진짜네。사진 콘테스트라도 나가볼까?」

 「으ー음……진지하게 생각해봐도 좋지 않을까……」

 「저기……우선、저랑 멍멍이의 허가를」

 「아아、그것도 그렇네。이런 사진이지만」


내밀어진 화면。


그곳에는 제가――순수한 아이처럼 웃고 있는 광경이、아름답게 담겨 있었습니다。


……P 씨한테、악의는 없습니다。언제든지、아마도。

 

 ― = ― ≡ ― = ―


 「메이크업? 좋아ー」


카렌 씨는、사교성이 좋은 분입니다。

교우관계도 넓고、유행에도 민감해서、그야말로 요즘 사람、이라는 정취가 있습니다。

말을 걸기 쉬운 분위기에、저 또한 끌리고 있었습니다。

 「감사합니다……아직、서툴러서」

 「어라? 그래도 몇번이나 라이브 나갔잖아、후미카」

 「네。그래도、항상 메이크업 해주시는 분한테 전부 다 맡겨서……」

 「그ー렇구나。우선 의상실로 갈까。화장대도 있으니까」

화장대는、라이브 전에 앉아서 가만히 있는 곳。

그런 의식부터、일단 바꿀 필요가 있을지도 모르겠네요。


 「우선은 가지고 있는 걸로……아、그 전에 화장부터 지워야지」

 「아、아뇨……오늘은 안 하고 왔으니까、괜찮아요」

 「……엑」




카렌 씨가 얼굴을 가까이 들이댑니다。

그대로 부딪칠 것 같은 기세에、무심코 눈을 감아 버렸습니다。

 「……진짜네」

 「네……저기、카렌、씨……?」

 「……」

카렌 씨가 입을 다문 채로、제 뺨이나 아랫턱을 몇번이고 어루만집니다。


아무리 이런 거에 서먹한 저라도、약간은 화장에 관한 지식은 있습니다。

하지만、그건 대학에서 강의를 받을 때나 아이돌 일이 있을 때 한정이고

집에 있을 때나 레슨을 받는 날에는 하지않고、라이브 당일 같은 경우는 앞과 같습니다。

어른이라고 하면、화장。

너무 막연하다고 생각할지도 모르지만、그렇게 틀린 말도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아류의 길은 일단락 짓고、스승에게 가르침을 청해야 하는 신분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이번에 카렌 씨에게 하나부터 열까지 다 배우고 싶습니다。

라는、생각입니다만……

 「카렌……씨?」

 「……진짜……? 아니、장난 아니잖아 이거…………여기는……」

대충 제 얼굴을 만져보던 카렌 씨는 언짢은 표정을 지으며 다시 입을 다물었습니다。

제 얼굴 상태가 그렇게나 안 좋았던걸까요……?
 

 「후미카……아니、후미카 씨」

 「아、네」

 「미안、나 혼자서는 역부족이야。도와줄 사람을 부를게」

 「네……네?」


그렇게 말하고、카렌 씨가 가방에서 핸드폰을 꺼냅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손놀림으로 조작을 끝내니、금새 여러번 진동이 계속 울렸습니다。


 「카렌ー。뭐야、긴급 소집이라니……후미카 짱?」


몇분 지나지 않고 온 것은 교복 차림의 미카 씨였습니다。

그녀 또한 카렌 씨한테 지지 않을 정도로 사교성이 있고、메이크업에도 정통한 분입니다。

 「싸움……같지는 않고」

 「일단은、후미카 씨의 얼굴이랑 머리카락 만져봐。지금부터 메이크업할 거거든」

 「뭔 소리야?」

 「어……자요」

 「으응……? 어디、그러면 실례할게」

제 머리카락에 손이 닿은 순간、미카 씨의 움직임이 멈추었습니다。

 「……에、와……」

 「쩔지」

 「쩐다……」
 

……칭찬받고 있는、걸까요。

쩐다、라는 말에 포함된 의미를、완전히 해석하지 못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카나데 부를까?」

 「벌써 불렀어」

 「부르니까 오긴 했는데……무슨 일이야? 급하다고 해서 빨리 왔는데」

이어서 방으로 들어온 건 카나데 씨였습니다。

고등학생 신분이면서、출연한 화장품 CM은 호평을 얻고 있다고 듣고 있습니다。

결국……셋이 모이면 먼로의 지혜라는 건가요。(*역 : 원래 속담은 셋이 모이면 문수 보살의 지혜)

 「후미카 씨의 얼굴、다시 한 번 잘 봐」

 「뭔데、갑자기」

 「후미카 씨、앞머리 올려봐」

 「아、네……」

10초 정도 제 얼굴을 바라보던、카나데 씨가 뭔가를 알겠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힘을 빌려줘。전력으로 소재를 살려보자」

 「오케이。맡겨줘★」

 「그렇게 나오셔야지」


세 사람이 각자 상자를 꺼냈습니다。

합치면 본직인 분을 압도하는 수가 되겠지요。

저는 배우는 걸 포기하고 그저 흐름에 몸을 맡기기로 했습니다。

 
 「완성★」

 「다 했네……」

 「완전 즐거웠어」


일단、기억하려고 노력은 해봤습니다。

하지만、유감스럽게도 세 사람 사이를 난무하는 용어는 반도 이해하지 못했고


그저、거울 안에 있는、조금 아릅답게 보이는 제 모습에 놀랄 뿐이었습니다。


 「……대단、하네요……」

 「그건、우리가 할 소리야」

카렌 씨가 머리를、미카 씨가 눈매를、카나데 씨가 뺨과 입술을。

이건 돈을 내야하는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여러분의 눈은 진지함 그 자체였습니다。

 「단톡방에 올리자」

 「그보다、이거 담당자한테 보여줘야지」

 「둘 다 하지 뭐。후미카、괜찮겠어?」

 「어……전부、맡길게요……」




제 사진을 찍은 후에、미카 씨가 역시나 재빠르게 조작을 합니다。

얼마 후에 제 가방에서도 진동이 울리기에 꺼내보니、사무소의 단톡방이 열려 있었습니다。


 미카★

 【이 후미카 짱 어때? 완전 이쁘지!!!】

 미오 짱이야

 【와 이쁘다! 저랑 사귀어 주세요!】

 시부야 린

 【얘 미오】

 카렌

 【나도 협력했어ー。피부 장난 아니더라、완전 하얘。】

 미쿠

 【여기까지 오면 이건 정말로 마법이다냐】

 †††칠흑의 날개†††

 【다른 대마술、나에게도 하사하라】

 미나미

 【후미카 씨、엄청 이뻐요!】


아무래도 대체로 호평 같습니다。

조만간에 이걸 혼자서도 해날 수 있도록 숙달되야 합니다。

마법을 쓰기 위해서는、수행을 쌓을 필요가 있는 것처럼 말이죠

 

 「……중요한 담당자한테서 오질 않네」

 「갠톡 보냈어、단톡방 보라고、이미 읽긴 했나보네」

 「물어보면 되지 않아?」

 「그렇게 할까」


 카나데

 【담당 씨、공주님이 감상을 원하신다고】


 「……네? 저기、카나데 씨」

 「자자、괜찮아 후미카 짱」

카나데 씨가 윙크를 하며、입술에 손가락을 댑니다。

그 모습이 너무나 멋져서、저는 그녀도 목표로 삼는 한사람으로 정했습니다。


 P

 【아름답습니다】

 

 「오」

P 씨의 답장에、다들 입이 둥글게 됩니다。

 「의외로 솔직하네」

 「그래도 너무 짧잖아。감상으로서는 0점이지」

 「그러면 이렇게」


 카렌

 【그거 말고는 할 말 없어?】

 P

 【으음、그렇네요】

 P

 【후미카 씨는 원래부터 엄청 아름답습니다】

 P

 【어디가라고 말하라면 조금 어렵지만】


그때까지 경쾌하게 넘치던 여러분의 대화가、딱 멈추었습니다。


 「……50점 이려나」

 「어머나、나는 만점으로 올리고 싶은데」

 「후미카 씨는 어때?」

 「……그게」

어떻게 대답할지 고민하다가 결국

저는 느릿한 손놀림으로、천천히 문자를 입력했습니다。


 사기사와 후미카

 【감사합니다】

 사기사와 후미카

 【정말 기뻐요】

 P

 【네】

 P
 
  【죄송합니다、다시 일하러 가볼게요】


P 씨는……조금、부족해요。




 ― = ― ≡ ― = ―

분명、도서관을 닮은 거겠지요。

저라는 책장이 있고、작은아버지라는 책장도 있고、P 씨라는 책장도 있고

이름도 모르는 사람이나、혹은 지인이、그 사이를 자유롭게 거닐며

좋아하는 책、흥미가 있던 책、잘못 뽑아낸 책의 1권을 즐기고

관내는 조금 혼잡하지만、그래도、끝을 알 수 없을만큼 넓고――


 「――후미카 짱?」


뒤에서 들린 소리에 의식을 되돌립니다。

2001년의 우주를 감돌고 있었을 터인 시선은、어느새 걸음을 멈추고

아아、언제부터였을까요。

페이지를 뛰쳐나온 제가、낯선 세계를 방황하게 되어버린 건

 「죄송해요、작은아버지……시끄러웠나요」

 「아니아니、작게 소리가 들려서 놀랐을 뿐……휘파람 불 수 있었구나」

 「아직 높은 소리는 나오지 않지만요……친구한테 배웠거든요」

 「……허허……그런데、무슨 곡이니」

 「……Kawaii make MY day!、에요」

 「그거 참……문자 그대로、사랑스럽구나」




신데렐라걸즈 프로덕션에서는、다른 여러분의 곡을 자유롭게 들을 수 있습니다。

이전에는 음악을 듣는 습관같은 건 없던 저도、요즘은、조금씩。

P 씨한테 받은 오래된 음악 플레이어에 곡을 넣고、들고다니기 시작했습니다。

 「후미카 짱의 취향이랑은 다른 것 같은데……마음에 들었니」

 「네……가사가、훌륭해서요」


 거울 속 자신이 「변하고 싶어!」

 그렇게 말하고 있으니

 아아 어째 세상이 바뀌었어

   정말 5cm만 공중 산책


한 걸음 내딛은 여자아이가、실패를 반복하면서도 앞으로 나아가는 이야기。

저한테 있어서 너무나도 눈부신 이 노래는、저도 모르게 흥얼거리게 되는 매력을 지니고 있었습니다。

 「달라졌구나、후미카 짱」

 「……그럴、까요」

 「아아。그래도、결코 나쁜 게 아니야」

오렌지색 스탠드 등불에 비춰지면서、작은아버지가 조용히 웃으셨습니다。


 「커피、마실래?」

 

 ― = ― ≡ ― = ―

데자뷰

저는 이 광경을 본 기억이 있습니다。

회의실、팔짱을 낀 P 씨、CD 플레이어、뒤집혀있는 종이。

유일하게 다른 건 그의 표정。

그 때와는 다르게、조용하고、무언가를 정한 것 같은 분위기를 지니고

이제 분명、그는 이렇게 말할겁니다。

 『후미카 씨」


 「……네」

 「우선은、들어줬으면 해」

그렇게 말하고、P 씨는 테이블 위의 CD 플레이어를 조작했습니다。

한동안 무음 상태가 계속되고 나서、이윽고 선율이 흐르기 시작했습니다。

귀를 기울이려고 했더니 건네받은 것은、한 장의 종이。


은하도서관――사기사와 후미카。


 「나도、대체로 지기 싫어하거든」

 「……」

 「후미카 씨한테、어떻게든 사기사와 후미카의 곡을 주고 싶었어」
 

회의실을 채우는 멜로디에 둘러싸여、저는 시를 읽습니다。

그것은 역시나、한 여자아이의 이야기

커다란――어느 도서관의 이야기。

 「P 씨」

그의 눈동자 속에 담긴 의미를 이해하고。

저는 오랜만에……그보다 먼저、끄덕였습니다。


 「부르게 해주세요」

 「고마워、후미카 씨」


대답하듯이 끄덕이자、P 씨는 클립에 끼워두었던 자료를 꺼냅니다。

 「모험을 해보려고 생각해」

건네받은 자료에 시선을 향합니다。

말하자면 기획서、라고 불리는 것이겠지요。

몇개의 도안과 함께、피로연 라이브의 개요가 기록되어 있었습니다。

 「이건……분명、안즈 씨가 이전에」

 「응。그쪽은 이불이었지만」

 「……잘、부를 수 있을까요」

 「그걸 어떻게든 하는게」

P 씨가 팔뚝에 알통을 만들어 보입니다。

부욱、하는 소리와 함께 쟈켓의 옆부분이 뜯어져서、우리는 서로 얼굴을 마주보고


도서관이라면 꾸중을 들었을 정도로、큰 소리로 웃어버렸습니다。

 

 ― = ― ≡ ― = ―


 「그러면ー、다음으로 인연을 이어가죠ー」

 「후미카 씨의 신곡、저도 기대하고 있어요」


정례 라이브보다 큰 회장에서 열리는、사무소의 주년 라이브。

산자수명 두 사람이 인사를 하자、박수와 함께 사이리움의 바다가 물결쳤습니다。

손을 잡고 무대 윙으로 돌아온 하지메 씨네와 시선을 교환합니다。

 「부탁드려요」

 「맡겨주시라ー」

 「이래봬도 힘이 세니까요」

무대 윙에 준비된 의자를 요시노 씨가、작은 책상을 하지메 씨가 안고

 「영차ー、영차ー」

작은 연극을 펼치며 스테이지 한가운데로 옮깁니다。

설치를 끝낸 후、두 사람이 나란히 알통을 만들어 보이자、회장에서는 큰 웃음이 넘쳤습니다。




 「후미카 씨」



근처에 있던 P 씨가 입을 열었습니다。

저는 책을 품에 안고 그를 올려다봅니다。

그리고 또、그보다 먼저 끄덕였습니다。

 「책을 들고서、거리로 나가자」

 「……이길 수 없네、후미카 씨한테는」

 「단련 했으니까요」

저도 알통을 만들어 보였습니다。

분명、만들었다고 생각합니다。


 「모든 게 잘되기를ー」

 「여기서、듣게 되네요」

요시노 씨네가 다시 윙으로 돌아오는 동시에、회장의 조명이 꺼졌습니다。

떠드는 소리를 기다리지 않고、스포트 라이트가 스테이지 한가운데를 비춥니다。

이윽고 회장이 정적으로 가득차고、저는 앞가슴의 책을 다시 안았습니다。

 「마지막으로、그대로 들었으면 좋겠어」

뒤에서 들리는 소리에、저는 끄덕입니다。


 「이건、네 노래야」


은하도서관。

그렇게 제목이 지어진 한 권의 책을 가슴에 품고、저는 구두 소리를 내며 걷기 시작했습니다。

 
선명하고 강렬한 흰색에 비춰지는 책상은 먼지가 하나도 없습니다。

조용히 당긴 의자 소리는、그런데도 회장에 울려 퍼집니다。


천천히 자리에 앉아

안고 있던 책을 두고

눈앞에 펼쳐진 광경을、두 눈에 새깁니다。

그곳은 혼잡하고도、은밀하게、소리내어 떠드는 장소。


살그머니 책장을 넘기면……멜로디가、흐르기 시작했습니다。


 「3행과、4문자의――」

 

작디 작은 고서점에서、한 여자아이가 책을 읽고 있었습니다。

그곳은 너무나 조용한 장소。

아무도 모르는 세계의 한쪽 구석에서、여자아이는 책을 읽고 있었습니다。


그런데、어느 날 작은 가을 바람이 불어와、

여자아이는 모르는 세계를 헤매게 되었습니다。


그곳에 한 사람의 두꺼운 사람이 와서、책을 건네주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이건、너의 이야기야。


책을 읽기 시작하면、정말 많은 사람들이 들어 주었습니다。

반드시……무조건、다들 이야기에 열중했습니다。

 

 「――잘 됐네、잘 됐어」


그리고 다들 미소를 지으며、라이브 회장의 사이리움이 빛나기 시작했습니다。

 

 ― = ― ≡ ― = ―

이번에、제 의식을 여섯번째 별에서 되돌려 준 것은、콧구멍을 간질이는 따듯한 향기였습니다。

 「콘포타쥬 마시겠니、후미카 짱」

 「……잘 마실게요」

과자의 덤으로 따라온 것 같은 붉은 머그컵을 채우는、부드러운 황색。

말을 하면 입술도 추워지는 이 계절에는、너무나 고마운 따스함입니다。

 「휘파람도 꽤나 잘 불게 되었구나」

 「들렸나요……」

 「오늘 밤의 노래는 어떤 거니?」

 「……아냐 씨의、많이!를」

 「호오」

 「항상 쿨한 아냐 씨가 밝게 부르는……아냐 씨다움을 끌어낸 곡이에요 」

따듯한 포타쥬를 한 모금

호오 하고 내뱉은 한숨이 황색으로 보인 건 기분탓일까、아니면 스탠드의 불빛 때문일까요。

가을 바람이 창유리를 달가닥 달가닥 울게합니다。

 「이번에、아냐 씨랑……나가노까지 다녀올게요」

 「친가에 말이니」

 「네。홋카이도 말고도、아름다운 하늘을 보여주고 싶어서요」

 「그러면、무릎 위에 그건」

 「……아냐 씨는 아직、읽은 적이 없다고……했거든요」

무릎 담요에 파묻히듯이 닫혀있는 한 권의 책。

생텍쥐베리의 책、어린 왕자。

방금까지 휘파람을 불며 읽고 있던 책의、그 뒷표지를、손가락으로 쓰다듬었습니다。

 「꼭、밤하늘 아래에서 읽었으면 좋겠다 싶어서요」

 「……」

 「역시 추울테니까、모포랑……아아、콘포타쥬도……작은아버지?」

 「역시、변했구나」

수긍하면서 입의 끝을 말고、작은아버지도 포타쥬를 한 모금。

은테의 안경에 김이 서렸다가、금새 개입니다。

손에 든 머그 컵을 흔들며 웃으셨습니다。

 「이것도 그래。책을 읽던 후미카 짱은、커피도 안 마셨었지」

 「그건」

 「사소한 변덕、일지도 모르지。그저……모든 건 때때로、사소한 것부터 색을 바꾸어 간단다」

 

마지막 한 모금으로 비운 컵을 카운터에 두고、작은아버지는 손을 비빕니다。

 「먼지라도 쌓일 것처럼 가만히 서있던 네가、아름답게 꾸미게 되고」

 「……」

 「엇차……지금한 얘기는 성희롱에 포함되려나。실례했구나」

 「아니에요……감사、합니다」

 「하하。지금은 고맙다고 할 장면은 아니었지」

왠지 앉은 자세가 불편해져서、꾸물꾸물 움직여 엉덩이의 위치를 바꿉니다。

흔들린 머리카락에서、카렌 씨가 추천한 트리트먼트 향기가 났습니다。

 「그러면……어떠려나。실례하는 김에、여기서 한가지、수수께끼를 내볼까」

 「꽤나……아닌 밤중에 홍두깨、같네요」

 「지금의 후미카 짱이라면 풀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어서……영차」

작은아버지가 일어서서、불도 켜지 않고 무언가를 찾기 시작하셨습니다。

어두운 점내의 여기저기서 한 권씩 책을 뽑아내어 다른 한쪽 팔에 얹어 두고

대략 1분 미만으로 모아 온 수십권의 책이、털썩하고 카운터에 올라옵니다。

동서양、시대를 불문하고、판형도 가지각색이었습니다。
 

 「사람은、변한다。나아간다。성장한다。이론은 있니」

 「…………아뇨」

 「그러면、여기서 질문。사람을 가장 변하게 만드는 『무언가』는、뭘까」

책이 이야기의 주제가 되면、과묵한 편인 작은아버지는、기뻐하시며 신나게 떠듭니다。

그걸 볼 때마다、역시나 내 혈족이다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어쨌든、모처럼 작은아버지가 던져주신 질문입니다。

급제점을 얻지 못하면 배운 게 쓸모가 없게 되겠지요。

작은아버지가 쌓아올리신 참고서와、제 머릿속에 들어 있는 장서를、차분히 보며 비교했습니다。


 「……격렬함、복수심」

 「그 마음은?」

 「엔터테인먼트의 왕도는……원수를 무찌르는 것。망향의 상대인 경우도 대다수」

 「후미카 짱다운 대답이구나。분명 양은 받겠지」 (*수우미양가 기준)

제가 제출한 답안을、작은아버지는 만족스러운 미소와 함께 받아 주셨습니다。

 「내 대답을 들려줘도 되려나」

 「네……물론이죠」

 「하나 더、잊으면 안되는 왕도가 있지 않니」
 

미소에 무언가가 섞였습니다。

램프의 불빛만으로는、찾아낼 수 없는 것

쌓아올린 책의 맨 위에

약간 과장스럽게 보이는 표지의 책 한권을、작은아버지가 정중하게 집어 드시더니

제목이 잘 보이도록、제 앞으로 내미셨습니다。


 「보이・미츠・걸。혹은、그 반대」


로미오와 쥴리엣。

너무나도 잘 알려진、대작가의 대표문학을


건네받은 대답을 대충 훑어보고、확인하고、음미하고

그 다음에 저는 이해했습니다。

 「……그렇네요。확실히、사랑을……연애를 다룬 작품은、셀 수없이 많지요」

 「우를 받으려나?」

 「……애초에、저는……책의 탐구자는、아니지만요……」

 「하하。그렇지。그래도、내가 하고 싶은 말은 단 하나란다」

섞여있던 무언가가 빠져나가고

작은아버지는、등불과 같은 색의 미소를 지으셨습니다。


 「――달라졌구나、후미카 짱」

몇번이나 반복된 그 한 마디에、제 머리가 사색에 빠집니다。

아아、아아、안돼。

그건、도저히……안됩니다。


제가 달라진 건、아닙니다。

안 돼요。그 이상은……안、돼요。


먼지에 파묻히는 것도 싫어하지 않고、차라리 책에 파묻힐 수 있다면이라고 생각하고 있던 저를

사기사와 후미카의 페이지를、다음으로 넘겨준 것은。


그만해……하지 마세요。바보。


제 이야기를、눈이 번쩍 뜨일 정도로 꾸며준 것은――

 


딸그락。

 

 「앗」


단 하나의 의지가 되었던 램프를 끄자、세계의 한쪽 구석은 어둠에 휩싸였던 것입니다。


흰색도 빨간색도 구별이 되지 않을 정도로、칠흑 같은 어둠이었습니다。

 

 ― = ― ≡ ― = ―


책을 건네준 두꺼운 사람이、여자아이의 앞으로 와서、말했습니다。


 고마워。앞으로도 계속 멋진 이야기를 듣고 싶어。


여자아이는 어째서인지、얼굴을 새빨갛게 물들이며 끄덕였습니다。

 

끝。


사기사와 씨는 한 박자 늦기 쉽다는 점이 사랑스러워


사실 이곳에서 활동은 정리하려고 탈퇴까지 했었는데

후미카 생일에 팬픽을 올리는 게 마지막이 될 것 같아서 남기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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