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판 카테고리.

  1. 전체목록

  2. 그림

  3. 미디어



해빙

댓글: 3 / 조회: 1601 / 추천: 2



본문 - 10-16, 2019 18:49에 작성됨.

이 날, 벌써 3월인데도 불구하고 도쿄는 미증유의 폭설이었다. 주요 교통망은 일제히 마비되고

역과 로터리, 버스정류장은 지푸라기에도 매달리는 사람들과 갈 곳을 잃은 쇳덩어리로 가득 찼다.

그런 광경을 신기한 듯 바라보는 한 소녀가 있었다. 그녀의 이름은 하코자키 세리카

765프로덕션의 아이돌 사무소 소속 아이돌의 알이다. 그녀는 이전까지 대기업 사장의 영녀로서

부모님과 그 주위로부터 소중하게 길러지고 있었지만, 자신의 세계를 넓히기 위해서 13세라는 어린 나이에

부모의 반대를 무릅쓰고 아이돌이 되었다. 실력도 실적도 없는 그녀는, 현재 절찬 레슨을 하는 날들을 보내고 있어

가끔 일이 들어왔다고 해도 선배들의 백댄서 같은 것이었다.

오늘도 레슨을 마치고 귀가하던 중이었다. 이런 날씨이기도 하여 765의 프로듀서와 사무원, 심지어

사장까지도 아이돌들의 귀가 대응에 바빴다. 집까지의 거리, 도로 상황들을 고려해 인원이 할당되고

그런데도 남은 사람들은 근처의 집사람이나 성인조들에게 부탁해 숙박하도록 되어 있다.

세리카는 자진 귀가하기로 했다. 집까지의 거리가 그리 멀지 않고, 또 부모님의 마중이 있다는 데서였다.

부모에게 사정을 말씀드리면 역시 눈 때문에 사무실까지 마중 나갈 수 없었기 때문에, 

근처 역까지는 세리카혼자서 돌아가게 되었다. 프로듀서는 걱정했지만

세리카는 제지를 반강히 뿌리치고 귀가길에 올랐다. 혼자 돌아가려는 두려움보다 

눈의 거리를 느껴보고 싶은 욕구가 훨씬 컸기 때문이다. 때때로 강풍으로 우산이 날아갈 듯 하지만

가까스로 버티고서는 번갈아가면서 발을 내딛는 일을 반복해 역에 도착했다.

신기함에 눈을 빼앗기고 있던 것도 잠시, 세리카는 귀가길을 빼앗긴 사람들의 험악한 분위기에 의해 정신이 들었다.

세리카에게는 통금시간이 있다. 주변도 어두워져서 느긋하게 사회 견학을 하고 있을때가 아니다.

세리카는 갈팡질팡하는 어른들을 지나 서둘러 개찰구까지 뛰어갔다. 가방에는 전자용 선불카드를 꺼내

개찰구를 통과하려 했던 그 때, 세리카의 눈에 충격적인 글씨가 비쳤다.

"엣......"

열차운전중지, 복구의 전망은 없는것 같다. 잠시 멍하니 있었지만 자신이 개찰구앞에서 우뚝 서 있는 것을 알고,

당황하여 몸을 돌렸지만 뒤로 이어지는 것은 없다. 빙 둘러보니, 여전히 정장차림의 어른들이 시끌벅적하다.

그 중에는 역무원에게 화풀이하고 있는 어른도 있었다. 세리카는 그런 공기를 견디지 못하고 도망치듯 자리를 떠났다.

잠시 걷다보니 역 구내에서도 비교적 조용한 공간에 다다랐다. 그동안 냉정한 사고를 되찾았던 세리카는 이 상황을

프로듀서에게 연락하기로 했다. 한 번, 두 번 세리카의 귓가에서 호출음이 울린다. 이 순간

세계와 분리되는 벼랑 끝에 서 있는 것 같아 세리카는 답답했다. 6번째에 한계에 다다랐고

참지 못한 세리카는 통화를 끊었다. 다음으로 의지할 수 있는 사람은 부모다.

그러나, 사무실까지 차를 낼 수 없다고 아까 들었다. 안되더라도 세리카가 엄마에게 전화를 걸려고 헀을때

손에 들고 있던 휴대전화가 귀에 익은 착신음과 함께 떨렸다. 화면에는 프로듀서의 이름이

비치고 있었다.

"여보세요. 하코자키입니다......"

"아아, 세리카야!? 아까는 못 받아서 미안해. 그래서 집에 도착했어?"

"으으......., 프로듀서씨!!"

세리카는 프로듀서에게 일의 전말을 이야기했다. 프로듀서는 자신이 천박했다는 듯 한 숨을 내쉬었다.

프로듀서를 비롯해 사장이나 사무원도 이미 사무실에서 떨어진 위치까지 보내고 있었다. 지금 돌아왔자.

한 시간은 걸릴 것이다. 게다가 이 날씨다. 언제 올지도 모르는 마중을 지금의 세리카가 기다릴 수도 없었다.

세리카도 프로듀서도 속수무책으로 쓸데없이 시간만 지나간다. 그야말로 다방면이 막혀서 금방이라도 넘칠 것 같은

눈물을 어떻게든 참았고, 세리카는 마지막 희망에 손을 뻗치기 위해 프로듀서에게 일단 이별을 고했다.

세리카는 무료 통화 앱에서 익숙한 손놀림으로 재빨리 엄마의 이름을 찾아냈다. 이것마저 빗나가면 말 그대로 외통수다.

평소 부담없이 엄마를 불러내는 세리카였지만, 이번만큼은 긴장해서 두근거림이 멈추지 않는다.

10초, 20초로 시간을 쓰면서 세리카는 크게 심호흡을 반복했다. 그리고 다시 한번 휴대전화와 대치한 

세리카가 살짝 통화 버튼에 손을 댄 바로 그때였다.

"하코자키씨......?"

갑자기, 뒤에서 이름을 불러서 세리카는 돌아보았다. 거기에는 세리카가 잘 아는 사람이 서있었다.

그녀의 이름은 키사라기 치하야. 765프로 세리카의 선배인 인물이다. 선배라고 해도 세리카는 아직 신인 아이돌이며,

양자간의 접점이 거의 없는 것 같고 치하야가 세리카에 대해 알고 있었던 것도 이상한 일이다.

그런 의문을 품기보다 빨리, 낯익은 사람을 만난 것으로 긴장이 풀린 세리카는 구질구질한 얼굴로 치하야에게 달려들었다.




"......그렇게 해서 하코자키씨는 지금 저희집에서 자고 있습니다만"

"정말로 미안해, 치하야. 럭키였어. 네가 거길 지나가지 않았다면 지금쯤 어떻게 되었을지......."

"럭키라든가 할 얘기가 아니에요! 나이 어린 여자아이를 혼자 돌려보내다니 프로듀서도 조금은 위기감을 가지세요!"

세리카는 치하야에 이끌려, 일시적으로 치하야의 집에 들어가게 되었다. 세리카는 치하야네 집에 도착하자마자

바로 잠 들었다. 겨우 안심할 수 있는 장소에 도착해서, 단번에 맥이 풀렸을 것이다. 치하야는 그녀를 침실로 옮겨

이불을 덮었다. 그 후, 보고라는 형태로 프로듀서에게 분노의 전화를 건 것이다.

"그것에 관해서는 정말로 미안해. 단지, 멋대로 세리카가 혼자서 돌아간다고 우기니까 또 눈 때문에 일손도 부족했고..."

"그런 변명은 됐어요! 무슨 일이 일어나고 나서는 늦는다구요!? 이번에는 운이 좋았으니까 다행이지만... 두번 다신 이런 짓을 하지마세요!"

자는 세리카의 일은 몰라도, 치하야는 마이크 너머로 고함을 질렀다. 치하야가 한 말은 모두 옳기때문에 프로듀서는 그저 사과할 수 밖에 없었다.



치하야의 목소리에 세리카는 서서히 의식을 되찾았다. 평소와 다른 경치에 처음엔 당황했지만, 희미하게 들리는

맑은 목소리는 세리카의 머리를 정리하기에 충분했다. 하나 밖에 없는 창 밖에는 

흰색 점들이 한쪽 면의 검은색 위를 계속 지나가고 있었다.

아직 부모님께 연락하지 못한 세리카였지만, 우선은 신세를 진 치하야에게 인사하는게 도의일 것이라는

생각에 주뼛주뼛 소리가 들리는 거실에 발을 내디뎠다.

"지난번에도......, 아 하코자키씨, 안녕, 기분은 어때?"

치하야는 세리카를 보자마자 부드러운 소리로 바꿔 미소 지었다. 그것을 알아차란 프로듀서는 머리를 움켜쥔 채

세리카 바꿔달라고 했다. 세리카는 치하야로부터 전화를 받자, 몇 시간만에 프로듀서와의 대화에

약간의 긴장을 느꼈다.

"여보세요, 세리카야? 잘 자고 있었다니 다행이다. 그것보다 아까는 내 배려가 너무 소홀했던 탓에 정말 미안해"

"아니에요, 프로듀서씨 탓이 아니에요. 정말로 폐를 끼쳤습니다."

세리카가 고개를 꾸벅 숙였다. 그것을 옆에서 지켜보던 치하야는 무심코 웃었다.

"그래서 뭐랄까 세리카, 밖에 날씨가 더 심해져서 아까보다 더더욱 돌아가는건 무리일거야. 

그러니까 오늘밤은 치하야네 집에서 하룻밤 자도록 해. 부모님께는 연락해 두었으니까 괜찮아.

프로듀서의 갑작스러운 제안에 세리카는 진심으로 놀랐다. 세리카는 순간 치하야쪽을 향해

곧바로 프로듀서에게 다그쳤다.

"그렇게 할 수 없어요! 그렇지 않아도 치하야씨에게 폐를 끼치고 있는데 이 이상은 정말로..."

"프로듀서? 그 건에 관해서라면 괜찮아요. 하코자키씨를 돌봐주는건 제가 맡겨주세요."

치하야는 세리카의 옆에서 마이크를 향해 들리도록 말했다. 세리카는 더욱 놀라서 눈이 점이 되었다.

프로듀서는 그럼 잘 부탁한다고만 말하고 전화를 끊었다. 세리카는 홀로 남겨진 것처럼 느껴지지 않을 수 없었다.

"치하야씨! 정말로 괜찮은거에요!? 치하야씨의 형편도 있을테고..."

괜찮아. 나 내일은 오프야. 게다가 하루카는 내 사정이라던가 전혀 관계없이 오기나하겠어? 그러니까 신경쓰지마"

"하지만, 저와 치하야씨는 그...... 하루카씨와 치하야씨처럼 친하지도 않고 지금까지 거의 얘기한 적도 없어서, 실례잖아요......? 

"어머, 하코자키씨는 우리 집에 머무르는게 싫어?"

치하야는 히죽히죽하면서 짓궂은 질문을 한다. 세리카는 부랴부랴 부인했다. 그럼 결정했다고 말하고,

치하야는 손님용의 준비를 시작했다. 세리카가 도와주려고 했지만 치하야가 말리고 2인분 소파위에 오도카니 앉아

부지런히 움직이는 치하야를 눈으로 뒤쫓기 시작했다.

이것저것 준비를 마친 치하야는 쭉 기지개를 켜고 세리카 옆에 앉았다.

세리카는 긴장으로 몸을 딱딱하게 하고 있었다. 치하야는 세리카의 긴장을 풀어주고 싶었지만,

어떻게 해야할지 몰랐다. 한동안 침묵이 계속되었다.

이 상황을 무찌른 것은 세리카쪽이었다.

"저기! 치하야씨!"

결코 좁지는 않은 방에 큰 목소리가 울려 퍼진다. 치하야는 내심 놀랐지만. 아무렇지도 않은 척한다.

세리카가 그걸 눈치챈 모습은 없다. 그 큰 눈동자는 겨우 치하야로 향하게 되었다.

"아까는 말을 잘 못했지만, 오늘은 정말로 고맙습니다. 저, 치하야씨가 만약 그곳을 지나가지 않았다면 계속 그대로였을지도 몰라요.

세리카의 고지식함에 치하야는 문득 웃음을 지었다. 이 한마디 덕분에 치하야도 다소 여유를 가질 수 있었던 것 같다.

"......그럼, 저녁식사 할까. 이 날씨로는 쇼핑하러 가는건 무리일테고. 남은거라도 괜찮을까?"

"아뇨, 상관없어요! 사는것 만으로 벅찬데, 그런 주문까지 할 수 없어요!"

"그래? 하코자키씨가 그렇게 말한다면 이쪽에서 마음대로 만들어 놓을게" 사실 나, 요리를 시작한건 비교적 최근이라 자신이 별로 없어"

치하야는 자조하는 듯이 말했지만, 곧 후회했다. 이래서는 세리카에게 신경을 쓰게 할 뿐이다.

"아니! 저, 치하야씨의 요리 맹 ㅜ기대되요! 엄마 이외의 사람이 요리해 주는건 뭐랄까 매우 신선해요♪"

즉각 팔로우를 들어오자 세리카가 잘 자라는 것을 알 수 있다. 평소 함께 지내던 사람들과는 다른 반응으로

치하야는 신선하게 느껴졌다.

"고마워, 하코자키씨"

"저기..."

세리카가 뭔가 말하고 싶은 듯한 모습이다. 치하야는 무슨 일이냐고 세리카에게 묻는다.

"하코자키씨, 말고 세리카가 좋아요. 치하야씨는 선배인데 자꾸 신경쓰이는건 왠지 죄송하네요."

치하야는 순간 당황했지만, 곧 요구를 받아들이기로 했다. 

겉모습과는 달리 적극적으로 맹렬하게 나오는 세리카에게 치하야는 감탄마저 느꼈다.

"그럼 세리카, 밥 먹을 때까지 기다려줘. 조금 시간이 걸릴지도 모르는데 괜찮아?"

"네! 그런데, 대체 뭘 만드시는거에요?"

"그러네...... 니쿠쟈가를 만들어보려고 해. 세리카는 니쿠자카 먹어본적 있어?"

세리카는 한참 생각한뒤 모르겠어요. 라고 대답했다.

"그럼 결정됐네. 니쿠자카는 지난번에 하루카에게 배운지 얼마 안됐어. 부드러운 맛으로, 반드시 좋아할거야."

그렇게 말해서 치하야는 조금 진지한 눈으로 작업에 들어갔다. 세리카는 가끔 들리는 칼의 경쾌한 리듬을 타기도 했고,

아직 보지 못한 니쿠자카를 생각하고 있었다.


"이게 니쿠자카인가요? 뭐랄까 카레같아보여요!"

"세리카, 그게 카레인거야......"

고개를 떨구는 치하야, 힘을 내어 니쿠자카를 만들었지만, 니쿠자카 특유의 달콤함이 나오지 않아 패닉이 되었다.

서둘러 하루카에게 메일을 보냈는데 카레로 전용할 수 있다는 것으로, 다행히 카레루는 집에 있었기 때문에

후배 앞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주기는 커녕 추태를 부려 치하야는 얼굴에 불이 날 것만 같았다.

그래도 세리카는 기뻐하고 있다. 플레이트 가득 찬 카레를 눈앞에서 기다리고 있을 수 없는 모습이다.

오늘만큼은 이 호의를 순순히 받아들이자, 그렇게 결정하고 치하야는 식사 인사를 숙연하게 했다.

 

식후, 만족스러운 세리카의 얼굴을 보고 치하야는 안심했다. 역시 카레는 만국공통, 가장 빗나가기 어려운 음식 중 하나일 것이다.

치하야가 청소를 하려고 일어서자, 즉각 세리카는 도움을 요청했다. 치하야는 함께 설거지를 도와주려고 했지만,

세리카의 등에서는 싱크대를 사용하기도 어렵다. 치하야는 대충 망설인 후,

목욕물을 데우기로 했다. 네! 라고 씩씩한 목소리로 대답하고 목욕탕으로 달려가는 모습을 보고,

치하야는 귀여운 여동생이 생긴 것 같아서 흐뭇한 기분이 되었다.

치하야가 설거지를 끝낸 것과 거의 같은 시각에, 세리카도 목욕 준비를 마치고 돌아왔다.

치하야는 세리카에게 먼저 목욕을 하라고 했다. 여기서 약간의 양보가 발생했지만

결국 세리카가 먼저 목욕탕으로 향했다. 다행히 쓰리사이즈는 거의 변하지 않아 

세리카가 갈아입은 것은 모두 치하야의 옷을 빌리는 것으로 해결했다.

목욕탕을 향하는 세리카가 떠날 때 치하야가 큿 하고 내뱉었지만. 

그 목소리는 아무에게도 주워지는 일 없이 허공으로 사라졌다.



홀로 방에 남겨진 치하야는, 소파에 몸을 던져 멍하니 천장을 바라보았다.

갑작스런 내방이었지만 귀찮은 감정은

전혀 일어나지 않았고, 오히려 즐거웠다고 생각하는 자신에게 치하야는 놀라고 있었다.

예전에는 고고한 가희라고 불릴 정도였지만

지금은 견실하고 모두에게 의지할 수 있는 선배다. 정말로 변했구나. 라고 치하야는 생각했다.

옛날 치하야는 뭐든지 혼자서 해결하려고 했다. 그러나 그런 독불장군같은 생각이 어디까지나 통용될 리 없다.

그것을 치하야에게 이해시켜준 것이 765프로이다. 동료들과 지내며 절차탁마해 많은 후배도 생겼다.

그때는 765프로에 들어가지 않았으면 어땠을까. 그런, 만약을 생각해도 소용없구나라고 생각해

치하야는 눈을 감고 지금의 행복을 깨물었다.

(이번에, 모두를 우리집으로 초대하자. 하루카나 미키, 마코토나 리츠코, 미나세씨에 타카츠키씨, 아즈사씨에 하기와라씨 아미마미에 가나하씨, 시죠씨도. 요리도 더 연습해서 모두 맛있게 먹고 지금까지의 일, 이제부터의 일, 날이 샐 정도로 이야기를 나누자. 그리고......)



깜박 졸아버린 치하야가 눈을 떴을 무렵에는 세리카는 이미 목욕탕에서 나오고 있었다. 치하야의 몸에는 담요가 덮여 있다.

치하야는 세리카에게 고맙다고 인사 한 후, 책상에 놓인 시계를 살펴보았다. 생각보다 잠들어 버린 것에 후회한 치하야는

서둘러 목욕준비를 시작했다. 

"잠깐이라고 생각했었는데 꽤나 잠든 것 같아. 미안해 세리카. 이제 자도 되니까."

"내...... 후아아."

세리카는 졸음을 참지 못하고 하품이 나왔다. 치하야는 세리카를 침실에서 자라고 권유했다.

세리카는 네, 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이 상태로 들어갈 쯤에는 꿈속일 것이라 생각하고 치하야도 목욕을 했다.

예상과 달리 치하야가 목욕하고 나왔을때도 세리카는 반쯤 눈을 뜬 채로 의식을 유지하고 있었다.

그 건강한 모습을 보면서 치하야는 세리카가 진짜 여동생이었으면 하고 비현실적인 생각을 했다.

잠이 안와서 힘들어보이길래 치하야는 세리카를 재우기로 했다.

침실에는 미리 깔아놓은 이불이 두 개 놓여 있다. 치하야는 평상시부터 이 방에서 수면을 취하고 있지만

손님이 있을때는 이불을 또 다른 수납장으로 부터 꺼낸다.

"그럼 세리카는 안방에서 자. 내일은 무슨 예정이 있어?"

"아니요, 저도 오프라서 특별히 아무것도 없어요."

"그래, 그럼 마음껏 잠들어도 상관없어. 내 집처럼 생각해줘"

치하야의 말에 세리카는 무심코 웃으면서, 감사합니다. 라고 대답했다. 그 후로 대화는 끊어져 버렸다.

하지만 아까처럼 어색한 침묵은 아니다. 두 사람 사이에는 확실하게 심맥이 물결치고 있다.

"저기, 치하야씨"

세리카가 치하야에게 말을 건다. 치하야는 거기에 응했다.

"저, 치하야씨가 왜 아이돌이 되었는지, 한명의 아이돌에게는 무엇이 필요하고 치하야씨가 무엇을 소중히 하고 있는지.......

저, 치하야씨에 대해 더 알고 싶어졌어요."

치하야는 이런 종류의 질문을 잘 못한다. 하지만, 서투른 말임에도 한마디 한마디 소중히 뽑아 세리카에게 전했다.

마치 아이에게 말을 건네듯이 상냥한 말로 치하야는 말한다. 

이야기하고 있는 사이에 치하야의 귀에 쿨쿨하고 소리가 들려왔다.

천사와 같은 잠든 얼굴을 보고 있는 사이에 치하야도 졸음에 이끌려 잠에 빠졌다.



다음날 아침, 먼저 눈을 뜬 치하야는 두 사람분의 아침식사를 만들고 있었다. 거실에는 기분 좋은 햇살이 비쳐온다.

어제의 눈은 온데간데없이 봄빛이 거리를 감싸고 있다. 오늘은 산책이라도 나갈까라고 치하야가 생각하니 

세리카가 눈을 뜨로 거실로 왔다.

"안녕하세요......"

"안녕 세리카. 조금 있으면 아침밥이 가능하니까 거기 앉아서 기다려"

세리카가 잠이 덜 깬 채 걸터앉았다. 그로부터 수십 초 만에 식사가 부엌에서 들어왔다.

두 사람은 마주보고 앉은채로 잘먹겠습니다. 하고 손을 맞댔다.

"치하야씨, 정말로 여러모로 고맙습니다. 아침밥까지 먹어버려서...... 준비가 되는대로, 그만 가볼게요."

"후훗, 그렇게 서두르지 않아도 돼. 천천히 있어"

그리고는 시시한 대화를 계속하고 있는데, 갑자기 세리카의 핸드폰이 울려퍼졌다.

세리카는 그것을 들고 이름을 본다. 발신자는 프로듀서다. 세리카가 치하야쪽을 봤지만

괜찮다는 것이었다. 세리카는 통화 버튼에 손을 댄다.

"안녕 세리카, 어젯밤은 잘 잤어?"

"네! 치하야씨가 잘해주셔서 정말 즐거웠어요!"

"그렇구나. 그거 다행이네! 그건 그렇고 세리카에게 전해두어야 할 것이 있는데......"

프로듀서는 거드름피우는 말투로 계속한다.

"다음 정기공연, 세리카에게 센터를 해주었으면 좋겠는데. 어떄? 할 수 있겠어?"

세리카는 갑작스러운 소식에 입을 다물지 못했다. 잠시 후 차분해진 세리카는 치하야쪽으로 눈길을 옮긴다.

거기에는 센터 대발탁을 진심으로 축하하며 손뼉을 치는 치하야의 모습이 있었다.

"그래서, 센터 할 수 있겠어?"

프로듀서가 재차 묻는다. 세리카의 답은 이미 정해져 있었다.

"네! 저, 센터할게요!"




후일, 키사라기 집에 하코자키가로부터 대량의 답례품이 도착한 것은 또 다른 이야기


---------------------------------------------------------------

치하야: 너무 많은데요...

세리카 아버님: 지난번 우리딸이 신세진 것에 대한 답례일세 사양말고 받게.


----------------------------------------------------------------

니쿠자카: 일본가정식 고기감자조림

2 여길 눌러 추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