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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기사와 씨가 오타쿠화 된 것은 내 탓이 아니다. 67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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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9-26, 2019 15:30에 작성됨.

최종화 전의 총집편(1)


섣달 그믐날. 바보 커플인 두 명은 후미카의 집에 모여 느긋하게 코타츠에 들어가 귤을 까먹고 있었다.


치아키가 만족스러운 얼굴로 껍질을 깐 귤을 코타츠위에 올려두었다.


"…흐음."


"…우와, 귀엽네요."


귤 껍질로 달팽이를 만들었다. 그걸 보고 후미카가 감탄하자 치아키는 가슴을 펴고 자랑스러워했다.


"뭐, 그렇죠. 저 손재주가 있으니까."


"…그렇지만, 먹는걸로 장난치지 마세요?"


"…죄송합니다."


사과하면서 달팽이의 껍데기가 되는 귤을 떼어내고 반으로 쪼갰다.


"여기요."


"…아앙."


귤을 내밀자, 후미카는 뺨을 물들이며 입을 열었다. 수줍어할거라면 하지 않는 편이 좋을텐데. 라고 생각하며 치아키는 귤을 잘게 뜯어 입 안에 넣었다.


"…맛있네요."


"그런가요."


적당히 맞장구치면서 귤을 한 개 더 집어 먹는다. 올해도 앞으로 30분 남았다. 그런데 TV에선 여전히 '내청춘'의 블루레이가 틀어져 있었다. 풍정이 일절 없었다.


"…그나저나, 올해도 여러가지 일이 있었네요."


"그러네요. 설마 여자친구가 생길거라곤 상상도 안했어요."


"…그렇네요. 저도 설마 연하의 애인이 생길줄은 몰랐습니다."


"으음…. 뭐였더라. 분명 첫 만남은 후미카씨가 양아치에게 붙잡혀 있던걸 제가 구했던거였나요?"


"…아니에요. 치아키군은 저와의 추억을 그런 식으로 조작하는군요."


"아니, 농담이니까."


"…만난 건 저것 때문 아닙니까."


후미카의 시선의 끝에는, 마침 1기 끝부분인 체육대회가 펼쳐지고 있었다.


"…어째서 저희 가게로 온거에요?"


"다 팔렸거든요. 내청춘 6권이. 역앞의 서점에선 반 애들과 마주칠 가능성이 있어서 전에 발견한 이 가게로 왔어요."


"…그렇군요."


"설마, 흥미를 가질줄은 몰랐는데."


"…그땐 책이라면 뭐든지 흥미를 가졌거든요."


"지금도요. 가끔 도서관에서 어려운 책같은걸 빌리잖아요."


"…지금도 흥미가 없어진건 아니거든요."


"그러고보니 문학소녀시리즈 빌려준 적 있었던가요?"


"그거 ㅈㅅㅎㄱ."


그 반응을 보곤 '이제 되돌릴 수 없구나.' 라고 생각한건 절대로 말하지 않는다.


"뭐, 이번에 빌려줄게요."


"…네. 기대하고 있을게요."


"그래서, 그 뒤로 제가 이 서점으로 오게 됐죠."


"그때는 죄송했습니다. 책을 읽고 싶었다면 사는 게 당연한건데."


"아뇨, 그런 생각 안해도 돼요. 그… 저도 뭐랄까, 후미카를 보고 미인이구나. 라고 생각해서."


"…그, 그렇습니까."


"나, 남자 고등학생은 여러가지 있으니까요. 한 눈에 반한다든가 귀여운 사람을 보면 일단 가까워지고 싶다고 생각한다든가."


"…치아키군은 처음 저를 봤을때부터 그런 생각을 했습니까?"


"아, 그런 평범한 남자 고등학생하고 똑같은 취급하지 마세요. 미인이구나, 귀엽구나 생각하기는 했지만 절대로 한 눈에 반하지 않도록 노력 했으니까요. 그러니까, 어디까지나 '책을 빌려주는 관계' 로 있으려고 했으니까."


"…뭐, 어중간하게 헌팅하는 것보단 나으니까 아무말 하지 않겠습니다."


"랄까 헌팅하고 다니는 양아치 취급당하는 걸 싫어해서. 선을 그은 것도 있죠."


"…치아키군은 쓸데없는 말을 하지 않는 노력을 해 주세요."


갑자기 화를 내는 바람에, 미안하다고 사과했다.


"아니, 하지만 그렇다면 후미카도 좀 더 신경을 썼어야죠."


"?"


"보통 자기 집에 남자를 들이거나, 남자만 있는 집에 들어가거나 해요? 좀 더 위기의식을 가졌으면 좋겠는데."


"읏…. 그, 그때는 아직 그런 것. 별로 모르고 있었기에. 아이돌이 될 때까지 친한 친구라든지 없었거든요."


"…그렇다고 해도요. 덕분에 이성을 억누르는게 힘들어져서. 랄까, 그건 지금도 변하지 않았으니까."


"엣? 지금, 도요?"


"아무것도 아니에요."


"뭐, 뭐에요?"


"……."


눈을 돌리자 후미카는 볼을 부풀리고 치아키쪽으로 넘어왔다.. 팔에 가슴이 닿았다. 


"이, 이런거에요."


"…에?"


"…그, 그 뭐야. 거리가 가깝다고 할까…. 가슴이 닿는다고 할까. 사람 눈을 신경쓰지 않고 깨물게 한다든가…."


"아…."


그제야 자신이 하는 짓을 자각했는지 가슴을 감싸며 떨어지는 후미카. 남자로선 아쉽지만 이성을 유지해야 하는 입장으로선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치아키군은 변태."


"변태가 되지 않으려고 말한건데…."


치아키는 작게 한숨을 쉬고 말했다.


"이쪽은 덮치지 않도록 하는데 필사적이에요. 그렇지 않아도 후미카는… 그, 크다고 할까."


"…아우우."


뺨을 물들이고 고개를 숙이는 후미카. 그 모습은 매우 사랑스러웠지만, 치아키도 뺨을 붉게 물들이고 있으므로 남일이라고 말할 수 없다.


"…치아키군은, 제가 달라붙는 게 싫은가요…?"


위로 올려다보는 눈으로 질문을 받고, 치아키는 '앗….; 하고 말문이 막혔다. 뭐라 답해야할지 고민한 끝에 치아키의 어깨를 붙잡고 자신에게 당겼다.


"…싫어할리 없잖아요."


"…전에도 이런 일 있었죠."


"시끄러."


치아키의 어깨에 머리를 얹은 채 후미카는 한숨을 내쉬며 눈을 감았다.


"뭐, 알고난 뒤 잠시 후에 감기에 걸렸던가."


"…네. 자고 가도 된다고 했는데. 폼을 잡더니 돌아가선 감기에 걸렸어요."


"폼 잡은 게 아니라…. 곤 할 수 없는 내 자신이 슬프다."


"역시나."


"하지만 후미카랑 같은 방에서 잘 수는 없잖아요. 당시엔 사귀는 것도 아니었고."


"…그야, 그렇지만…. 그래도. 감기걸린 치아키군. 귀여웠어요?"


"시끄러워. 애초에 후미카 그때 쓸데없이 오지랖을 부렸으니까."


"…그랬나요?"


"이제와서 말하지만, 그때 내 몸을 닦아 줬을때, 가슴이 뒤통수에 닿아서 굉장했으니까요?"


"…역시 변태잖아요."


"…남자는 모두 그런거죠."


"…뭐, 남자아이고. …게다가 저는 치아키군이라면 언제 덮쳐지든…."


치아키는 듣지 않은걸로 하기로 했다. 코타츠 위에 홍차를 마시며 한숨을 내쉬었다.


"…뭐, 여름방학때도 이런저런 일이 있었죠."


"아아, 보충학습이라든지, 축제라든지, 촬영이라든지요?"


"…이제 낙제는 안되요?"


"알았습니다…."


후미카가 화내면 무섭고, 라고는 말하지 않았다.


"…그때부터네요. 제가 치아키군을 의식하기 시작한건."


"헤에, 무슨 일 있었나요?"


"…코미케라든지, 여름 축제라든지요."


"아, 맞다. 겨울 코미케 안가도 괜찮아요?"


"…네. 제가 갖고 싶은 장르는 나오씨가 갖고 있거든요."


"어떤거요?"


"…묵비권을 행사하겠습니다."


"……."


캐물어도 되지만 모르는 약이라는 말도 있다. 굳이 캐묻지 않았다.


"코미케에서 뭔가 있었던가요?"


"…제가 어느 부분을 좋아하는건지 깨닫지 못하는 부분도 좋네요. 그건 무의식적인 거니까요."


잘 이해가 되지 않아서 치아키는 '오오.' 라고만 답했다.


"…촬영때는 카나데짱이나 아리스에게 민폐를 끼쳤죠."


"? 뭔가 있었나요?"


"…부끄럽게도, 다른 아이돌들과 사이좋게 지내던 치아키군을 질투해버려서…."


"아, 그러네요."


"…다른 사람 일을 말하듯 말하고 있지만 치아키군 때문이거든요?"


"엣, 어째서요?"


"…동생이라고 거짓말을 한다든지, 제 기분을 전혀 생각하지 않는다든지."


"동생이라고 속인건 죄송했습니다…."


사과할 부분은 사과하고 자기 변호에 나섰다.


"하지만 그래도 기분은 어떻게 할 수 있는게 아니잖아요? 친구 하나 없는 아싸를 좋아하는 여자가 있을거라고 생각하지는 않았으니까."


"…그렇지만, 치아키군도 그때부터 절 좋아했었죠?"


그 말을 듣고 카나데에게 추궁 당했던걸 떠올렸다.


"…뭐, 정확히 자각한 건 그때부터네요. 하야미에게 질문을 받았을때."


"…자신의 감정을 깨닫지 못하는 건 좀 그렇다고 생각합니다만."


"……."


반론하지 못했다.


"사실 저, 디즈니 랜드에 가기전에 하야미, 시부야, 호죠, 시마무라랑 같이 옷을 사러 간 적이 있거든요."


"…그렇습니까?"


"뭐랄까, 데이트용 옷을 산다면서. 하야미가 일부러 챙겨주어서."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디즈니 랜드의 고백은 꽤 예전부터 정해져 있었네요."


"아, 그렇네요. 하야미만 예전부터 결과를 알고 있었던 것 같은데."


"…아뇨, 저도 알고 있었습니다."


"아, 그런가…. 긴장했던건 나 뿐인가."


"…그치만, 서점에서의 고백. 솔직히, 기뻤습니다."


"…저랑 처음 만났떤 장소니까요."


"…고백 대사는 나쁜 의미로 치아키군같았지만요."


"죄송합니다. 부끄러움이 많아서."


약간 부루퉁해진 듯 눈을 떴다.


"…그렇게 사귀게 된 거네요."


치아키에게 몸을 기대는 후미카. 뺨을 붉게 물들이면서도 치아키에게 떨어지려 하지 않았다. 치아키도 치아키대로 마음 속은 긴장하고 있는 주제에 평정심을 보이려 홍차를 마셨다.


"…치아키군의 가슴, 굉장히 뛰고 있어요."


들켰다.


"…좋아하는 여자애와 붙어 있으면서 긴장하지 않는 여자애는 없겠죠. 특히 후미카는 잊고 있겠지만 저보다 연상이고."


"…잊고 있다니, 무슨 소리에요?"


"…아니, 침착한 척을 하지만 전혀 연상으로 보이진 않죠."


"…생일때까지 씨를 붙이고 존댓말을 했던 주제에."


"연하한테 언제까지 존대를 하는 사람한테 듣고 싶지 않네요."


"…어쩔 수 없잖아요. 그, 사람하고는 말을 한 적이 없으니까. 존댓말이, 버릇처럼 붙어 버렸으니까요."


"…설마 신경쓰고 있었어요?"


"…조금."


뭔가 미안하다. 라고 생각한 치아키는 주제를 돌렸다.


"뭐, 존대는 나쁜 게 아니라, 그. 상대를 존중하는 인상을 심어줄 수 있고, 게다가…. 그 뭐야. 내가 좋아하는 키누하타도 기본 존댓말을 쓰고, 또 전혀 상관없지만 SOS단의 제일 선배인 아사히나씨도 존댓말을 쓰니까요. 그러니까…, 그게…."


어떻게 해서든 둘러대려 했는데 애니메이션밖에 나오지 않았다. 그걸 눈치챈 후미카는 약간 미소를 띠며 치아키의 어깨를 감싸안아 자신의 무릎위에 머리를 올려 놓고 쓰다듬었다.


"…후후, 딱히 신경쓰지 않아요."


"…어째서 무릎베게?"


"…어휘력이 부족한 연하의 남자친구에게 누님이 응석부리게 해주고 있어요."


"……."


조금 창피했지만 이대로 있고 싶었기 때문에 치아키는 후미카의 무릎 위에서 움직이지 않았다. 내청춘이 끝나고, 0시 정각이 되었다.


"…치아키군,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복 많이 받으세요."


그렇게 말하고, 두 사람은 잠시 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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