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판 카테고리.

  1. 전체목록

  2. 그림

  3. 미디어



병든 카에데

댓글: 5 / 조회: 3155 / 추천: 3



본문 - 06-23, 2019 20:06에 작성됨.

「프로듀서, 일은 아직 안 끝났나요?」


키보드를 치는 소리가 담담하게 흐르는 사무소의 분위기를 끝내 참을 수 없는지, 소파에 앉아 있는 그녀, 카에데 씨가 몇 번째인지 알 수 없는 질문을 던져 왔다.


「미안해요, 좀 더 걸릴 것 같아서.」


「정말이지, 그 말은 아까부터 듣고 있다고요.」


「몇 분마다 같은 질문을 받으면 같은 대답밖에 할 수 없잖아요.」


내 대답이 불만족스러운지 눈앞에 있는 탁자에 몸을 맡기고 입술을 삐죽이는 카에데 씨.

아무래도 상당히 울분이 쌓여 있는 것 같다.

하긴 내 잘못이지만.


「모처럼 마실 술이 도망간다고요.」


「술은 도망가지 않으니까 안심해도 돼요.」


「가게가 문을 닫는데요?」


「그럴 시간이 될 무렵에는 벌써 일이 끝나 있어요.」


「폐점 시간에 빡빡해지지 않도록 빡빡하게 일해주세요.」


……평상시의 말장난인가?

그렇다고 한다면 끝이 없겠군.

끝……아니, 언제나…….

그만두자. 언제나라고 해도 끝이 있겠지?

그런 잡념에 오래 얽매일 수는 없다.

눈앞의 모니터에 비추어지는 서류를 실수한 게 없나 확인하면서 만들어 간다.

다시 키보드를 치는 소리가 사무소 안에 울린다.

그러자 카에데 씨는 등을 기대면서 몸을 맡기듯이 다시 앉고 똑바로 나를 응시해 왔다.

왜일까.

이유가 궁금하지만 굳이 묻지는 않는다.

더 이상 잡담을 오래 끌면 나중에 푸념을 들을 게 뻔하니까.


「키보드를 치는 소리가 멍하니 울리네.」


멍하니 울린다는 건 뭘까.

그건 말로서 성립되지 않는다는 생각이 든다.


「잡념에 몰리고……몰려서……아, 프로듀서. 저 카라아게 먹고 싶어요.」


「끝나면 먹으러 가죠.」


머리가 부드러운 건지 발상이 자유로운 건지 정말로 알 수 없다.

담당 아이돌로서 함께 해온 시간이 길지만, 그래도 카에데 씨의 생각은 잘 알 수 없다.


「카라아게를 먹기 위해 그 서류를 빨리 마무리해요.」


만족했는지 후후후, 하고 미소를 띄운다.

그렇게 '이건 어때요?'라고 말하는 얼굴을 해도 반응하기가 곤란하다.

일단 쓴웃음을 짓는다.


「안 되나요? 재미있는데.」


내 반응을 보고 낙담하는 카에데 씨.

아까와는 달리 가라앉은 얼굴을 하는 그녀를 보자 웃어주지 않았던 것을 조금 후회해버린다.

우선 기분을 풀어주는 것부터 해보자.

다 된 서류를 보존하고 카에데 씨 옆으로 간다.


「끝났어요. 갑시다.」


「나 참, 애타게 기다렸다고요.」


입술을 삐죽이면서 얼굴을 돌리는 카에데 씨.

그런 그녀의 반응을 귀엽다고 생각해버렸다.

역시 카에데 씨는 귀여운 사람이다.




━━━━━━




그녀, 타카가키 카에데는 내가 담당하는 아이돌이다.

어딘가 파악할 수 없는 사고에서 나오는 그 표정은 그녀의 신비적인 매력을 끌어내고 있다.

너무나 가녀린 몸은 세게 껴안으면 부서져버릴 것 같고, 그런 그녀의 노래와 댄스는 듣거나 보는 이들을 매료시킨다.

옆에 있는 나도 카에데 씨의 팬들 중 한 명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런 카에데 씨와 마시러 간다는 것은 몇 번을 해도 어딘가 긴장해버린다.


카에데 씨는 술을 좋아한다.

그것도 상당한 대주가다.

카에데 씨에게 맞춰서 마시고 있으면 무너지는 것은 언제나 나다.

한심한 이야기일지도 모르지만, 유감스럽게도 카에데 씨에게는 도저히는 아니지만 따라잡을 수 없다.

아무튼 카에데 씨는 술을 좋아해서 서로 시간이 있을 때는 자주 마시러 간다.

처음은 가볍게 교류할 생각으로 권하고 있었던 것이 시작이다.

최근에는 카에데 씨가 나한테 권해주는 일이 많아졌다.

기쁜 이야기다.

다만 매일 권하지는 말아줬으면 한다.

아무튼 기쁜 고민이라고 할까.

오늘은 카에데 씨의 권유로 이렇게 마시러 가게 되었다.

가는 가게는 사무소 근처에 있는 선술집이다.

사무소 옆이라는 것도 있어서 뭔가 융통적인 효과가 있다.


선술집에 도착하자 직원이 적당히 비어 있는 자리로 안내한다.

맞은 편에 앉은 카에데 씨와 함께 메뉴를 바라보면서 데운 술을 주문한다.

카에데 씨가 데운 술을 좋아하기 때문에 마시고 있다 보니 나도 좋아하게 되어 있었다.

단지 그뿐이다.


「이렇게 마시러 가는 것도 오랜만이네요.」


「지난 주에 왔잖아요.」


「매일이라도 마시고 싶어요.」


얼마나 마시는 걸까.

무심코 쓴웃음을 지어버린다.

정말로 뭐든지 예상을 넘어서는 사람이다.


「마시고 싶으면 집에서 마실 수 있지 않나요.」


「혼자서 마셔도 외롭거든요. 그리고」


카에데 씨는 그렇게 말하면서 내 눈동자를 똑바로 바라보고 아름다운 미소를 보여주었다.


「저는 프로듀서와 마시고 싶어요.」


무심코 얼굴이 붉어진다.

부탁이니까 놀리지 말아주세요.

그렇게 생각하면서 도망치듯이 메뉴로 시선을 돌린다.


「아, 무시하다니 섭섭하네요. 뭔가 반응해주세요. 안 그러면 삐질 거예요.」


뚱한 얼굴로 얼굴을 옆으로 향하는 카에데 씨.

그런 카에데 씨의 반응에 무심코 미소가 흘러나온다.

정말로 무슨 생각을 하는 걸까.


「죄송해요, 쑥스러워져서.」


「쑥스러워하는 프로듀서도 귀여워요.」


「삐져 있는 카에데 씨도 귀여워요.」


귀엽다는 말에 반응했는지 카에데 씨는 약간 얼굴을 붉히고 시선을 돌리면서 쑥스러워하는 얼굴을 한다.


「귀엽다는 말을 여자한테 가볍게 하면 떽, 이예요.」


「조심하겠습니다.」


정말로 귀여운 사람이라고 생각해버린다.

그런 잡담을 하고 있자 테이블에 데운 술과 잔이 두 개씩 놓인다.

나는 데운 술을 하나 들고, 카에데 씨는 잔을 손에 든다.

익숙한 손놀림으로 술을 따르자 카에데 씨는 고맙다면서 웃는 얼굴로 응해주었다.

이번에는 반대.

카에데 씨가 데운 술을 들었기 때문에 나는 잔을 손에 든다.

카에데 씨도 또한 익숙한 손놀림으로 술을 따라주었다.

나도 카에데 씨와 똑같이 고맙다고 말한다.


「그럼」


「일주일만의」


「「건배」」


흘러넘치지 않게 조심하면서 둘이서 잔을 부딪힌다.

일주일만이라.

좀 더 갈 수 있도록 노력해볼까.

그런 것을 생각하면서 지금은 이 술자리를 즐기기로 했다.




━━━━━━




마시기 시작하고 나서 몇 시간.

가게를 닫을 시간이 되서 나와 카에데 씨는 가게를 나왔다.

추운 밤바람이 따뜻해진 몸을 식힌다.


「프로듀서, 오늘은 고마웠어요.」


「저야말로 즐거웠어요.」


처음부터 끝까지 부드럽게 끝난 술자리를 되돌아 본다.

시시한 잡담밖에 하고 없었지만, 술자리에서는 그 정도가 딱 좋다.


「후후후, 다음에 또 마시도록 해요.」


「그럽시다.」


옆에 나란히 걷는 카에데 씨는 약간 피부가 붉게 물들어 있다.

아마 나는 새빨갛겠지.

그렇게 생각하자 쓴웃음을 지어버린다.

나보다 더 마시고 있던 카에데 씨가 멀쩡한 얼굴을 하고 있는 것은 역시 어딘가 이상하다고 생각한다.


「프로듀서, 바래다주실 수 없을까요? 저, 너무 마신 것 같아서……」


달콤한 목소리로 응석부린다.

내 팔짱을 끼고 자기 몸을 그 팔에 맡겨 온다.

솔직히 말하자면 기쁘다.

하지만…….


「카에데 씨라면 아직 멀쩡하잖아요. 그리고 프로듀서에게 그렇게 응석부리지 말아주세요.」


「므으, 프로듀서한테가 아니라 당신한테 응석부리고 있는 거라고요?」


무심코 놀라버린다.

하지만 그렇다면 더욱 더.


「카에데 씨, 아이돌이니까 스캔들 위험이 있으니 너무 남자한테 달라붙지 말아주세요.」


「그럼 남들 눈에 띄지 않는 곳이라면 괜찮을까요?」


「……될 수 있으면 그러지 말아주셨으면 하지만, 조심한다고 약속해주신다면요.」


「그럼 참을게요.」


그렇게 말하고 나한테서 천천히 떨어져 간다.

조금 허전하지만 어쩔 수 없다.

카에데 씨는 아이돌이고 나는 프로듀서.

연인이 아니라 직장 동료니까.


「하지만 바래다주셨으면 해요. 밤길은 여자 혼자서 걷기에는 무서우니까요.」


「그 정도라면 괜찮아요.」


처음부터 그럴 생각이다.

카에데 씨와 마시는 것은 카에데 씨 집까지 바래다주는 것도 포함되어 있다.

요즘은 뒤숭숭하기 때문에 아이돌을 혼자서 돌려보내는 건 위험하다.

거기다 카에데 씨와 내 집은 그렇게 멀리 떨어지지 않았다.


「프로듀서.」


카에데 씨가 투명한 목소리로 부른다.

무슨 일인지 궁금해서 보니 카에데 씨는 위를 보며 걷고 있었다.


「위험해요. 앞을 봐주세요.」


「밤하늘이 아름답네요.」


내 말을 듣지 않는 건가.

그렇게 생각하면서 나도 고개를 들어 밤하늘을 본다.

도시라는 것도 있어서 아름다운 별이 많이……있다고는 할 수 없지만, 그래도 빛나는 별이 하늘을 반짝반짝 비추고 있다.


「저도 별이 될 수 있을까요?」


갑작스러운 질문에 귀를 기울인다.


「저렇게 빛나는 별 같은 아이돌이.」


「……됩시다. 함께.」


카에데 씨는 내 말에 만족했는지 만면의 미소로 답했다.

카에데 씨.

함께 노력합시다.

그런 생각을 하면서 우리는 천천히 걸어갔다.

 



━━━━━━




카에데 씨와 함께 별을 보고 서로의 생각을 바꾸고 나서 몇 달이 지났다.

지금도 일주일에 한 번은 둘이서 마시는 시간을 만들고 있다.

카에데 씨는 불만스러운 목소리를 내고 있지만 타협해줬으면 한다.

그러나 그런 투정은 더 이상 들을 수 없다.

그렇게 생각하니 슬퍼진다.


「프로듀서, 중요한 이야기가 있다던데 무슨 일이죠?」


업무 시간이 지나고 혼자 사무소에서 우두커니 서 있던 참에 카에데 씨가 와주었다.

중요한 이야기를 하기 위해 메일로 부르고 나서 몇십 분.

예상보다 훨씬 빨리 와준 카에데 씨는 뛰어왔는지 어깨로 숨쉬고 있고, 이마에는 땀이 배여 있다.

그런 카에데 씨를 보자 미안한 마음이 솟아올랐지만 어쩔 수 없다.

조금이라도 빨리 전하고 싶었으니까.


「죄송해요. 이런 시간에 불러서.」


「아니요. 프로듀서의 부탁이라면 어떤 때라도 올 수 있어요. 프로듀서는 제 멋진 파트너니까요.」


쿡쿡 웃는 카에데 씨와 이야기하니 가슴이 아파진다.


「그게……카에데 씨에게 전해야 할 것이 있어서.」


「전해야 할 게 있다고요?」


카에데 씨는 미소를 지우고 진지한 시선으로 나를 바라본다.

색깔이 다른 아름다운 두 눈이 내 얼굴을 비춘다.


「그게, 갑작스러운 이야기입니다만 전근하게 되어서요.」


「전근……인가요.」


침착한 말투로 이야기하고 있지만 그 얼굴은 놀라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그것도 그렇다.

지금까지 순조롭게 일을 해왔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갑작스러운 전근이라니…….

이유가 이유라서 수긍하기는 했지만, 그래도 수긍이 가지 않는 점도 있다.

나도 그 이야기를 들었을 때는 놀라움을 감출 수 없었으니까.


「……일단 커피라도 마시면서 침착하게 앞으로의 일을 이야기하도록 해요.」


한순간 사이를 두고 미소 짓는 카에데 씨.

그것은 내 예상보다 훨씬 시원스러운 대응이었다.

사실 좀 더 슬퍼해줄 거라고 생각했다.

내 자만일 뿐이었나.

내심 쓴웃음을 지으면서 나는 카에데 씨의 제안에 응하기로 했다.

 



━━━━━━




소파에 앉아 있자 카에데 씨가 커피를 타주었다.

망설임 없이 내 옆에 앉고 앞에 있는 테이블에 커피를 놓는다.


「조금 뜨거우니 조금씩 마시도록 하세요…후후후.」


평상시 하던 농담이 왠지 오늘은 재미있다고 느껴진다.

이것도 앞으로 들을 수 없게 되는 걸까.

그렇게 생각하자 역시 전근이 싫어진다.


「그래서, 전근지는 어디인가요?」


「오사카에 새로 생긴 사무소예요. 경험 있는 사람이 필요하다고 해서 기쁘게도 제가 선택되었어요.」


「그야 프로듀서의 수완은 제가 보증하고 있으니까요.」


쿡쿡 웃으면서 말해주니 마음이 든든하다.

이렇게 보내주는 건 기쁘다.

반대한다면 어떻게 할까 생각하고 있었던 내가 한심하다고 느껴진다.

카에데 씨도 어른이니 업무 동료가 전근으로 떠나게 되는 것으로 심란해지지는 않겠지.


「그런데 오사카인가요……이사가게 되겠네요.」


「그렇죠, 빠른 시기에 새로운 방도 찾아야겠죠.」


「전 선술집이 근처에 있는 곳이 좋아요.」


「카에데 씨는 정말로 술을 좋아하시네요.」


카에데 씨다운 제안에 무심코 웃음이 흘러나와버린다.

만약 근처에 선술집이 있는 곳이라면 놀러와주는 걸까?

아니, 아이돌이 남자가 사는 집에 놀러오면 문제가 되잖아.


「그런데 오사카라……업무 이외에는 간 적이 없네요.」


「저도 그래요. 전근하고 나서 안정되면 여러 가지로 놀아보고 싶네요.」


「오사카라면 코미디나 음식 등으로 여러 가지로 놀 수 있는 곳이 있으니까요.」


「그렇군요.」


훈훈한 담소를 평상시처럼 계속한다.

카에데 씨와 이야기하고 있으면 역시 마음이 진정된다.

전근이라고 듣고 당황하고 있었던 내가 부끄러워졌다.


「오사카라. 앞으로 즐거워지겠네요.」


즐거워진다라.

그렇겠지. 전근은 이미 정해진 거니까 적극적으로 생각해야지.


「후후후, 과감히 둘이서 사는 건 어떨까요? 그러면 선술집이 멀어도 집에서 즐길 수 있으니.」


그렇군, 둘이서 살면 집세도 각자 부담으로 낼 수 있고.

선술집에서 마시는 것보다 집에서 마시는 것이 싸게 들고……?.


「거기다 집에서 마시는 거라면 매일 둘이서 마실 수 있잖아요. 매일이 즐거워지겠네요.」


……어?

왜 카에데 씨도 오사카로 간다는 거지?


「아, 저 술안주 만드는 거 자신 있어요. 매일 프로듀서에게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 드릴게요.

집에서 둘이 안주를 먹으면서 매일 마시는 거예요. 약속이예요, 프로듀서.」


「자, 잠깐만요!」


앞으로 있을 행복 이야기를 차단하듯이 황급히 목소리를 낸다.

그런 내 모습이 이상하게 보였는지 카에데 씨는 고개를 갸웃거리면서 응시해 왔다.


「그게, 카에데 씨는 오사카에는 가지 않아요.」


이 말이 얼마나 무겁게 울린 걸까.

적어도 평상시에는 냉정하고 침착하게 있는 카에데 씨가 손에 들고 있던 컵을 놓아서 바닥에 떨어뜨릴 정도의 무게였던 걸까.


「어, 카, 카에데 씨!? 일단 지금 행주를━━━」


「잠깐만요.」


황급히 일어선 내 손을 카에데 씨의 가는 손이 잡는다.

겉보기 이상으로 힘이 들어간 그 손에는 마치 놓지 않겠다는 의지가 강하게 담겨 있는 것으로 느껴졌다.

평상시의 신비한 미소를 짓는 카에데 씨의 얼굴이 망연한 표정으로 바뀐다.


「저, 저기, 한 번 더, 말해주실 수 있을까요?」


「그게……」


크게 뜬 눈동자가 미미하게 흔들린다.

그렇게나 큰 영향을 받고 있었던 걸까.

눈앞의 카에데 씨는 내가 아는 냉정한 카에데 씨가 아니다.

적어도 본 적이 없을 정도로 심란해진 카에데 씨의 모습에 말이 나오지 않는다.


「프로듀서, 한 번 더 말해주세요.」


가냘픈 말임에도 불구하고 강한 마음이 전해진다.

나는 카에데 씨와 시선을 맞추고 자유로운 쪽의 손을 그녀의 어깨에 놓는다.

조금이라도 침착해지기를 바라면서.


「저는 오사카로 전근합니다. 저뿐입니다. 카에데 씨는 여기에 남게 됩니다.」


「어째서죠?」


작은 목소리가 조용한 사무소 안에 울린다.

카에데 씨는 마치 어딘가 망가진 인형처럼 입가에 엷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갸웃거린다.

아름다운 오드아이를 크게 뜬 채로 눈앞을 바라본다.

지금부터 앞의 미래가 아니라 지금만을 강하게 바라보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지금 내가 옆에 있다는 사실만을.


「프로듀서는 제 옆에 있고, 함께 일하고, 함께 술을 마시고, 함께 즐겁게 지냈잖아요?

앞으로도 언제나 그렇게 지내주실 거잖아요?

왜냐하면 프로듀서는 제 멋진 파트너니까요.

그런데 전근이라니 질이 나쁜 농담이네요.

왜냐하면 프로듀서는 저만의 프로듀서니까요.

일도 사생활도 저와 함께 해주는 사람이잖아요.

그렇다면 전근 같은 건 하지 않겠죠.

만약 그런 이야기가 와도 거절하시겠죠.

프로듀서는 제 옆에 있어주는 사람이니까요.

그렇게 믿고 옆에 있었어요.

저는 그렇게 믿고 있었기 때문에 옆에 있었다고요.

매일 둘이서 마시고 싶은데, 프로듀서가 곤란하다고 말했기 때문에 참고 일주일에 한 번으로 타협했어요.

사실은 껴안고 싶고, 안기고 싶은데 프로듀서가 안 된다고 말했기 때문에 참아 왔어요.

그런데

━━━그런데

이게 그 처사인가요?」


숨을 쉴 틈도 없이 담담하게 따진다.

속에 담아둔 걸 모두 털어놓아서인지 카에데 씨의 눈동자에서 눈물이 흘러 떨어져 내린다.

나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그저 카에데 씨의 말을 받아들인다.


「━━━없어.」


그 때문일까.


「━━━필요 없어.」


부모의 원수를 보듯이 나를 보는 카에데 씨.

그런 카에데 씨의 얼굴에 숨이 막힌다.


「제 옆에 없는 프로듀서는, 필요 없어요.」


그 차가운 선고를 마지막으로 카에데 씨는 사무소에서 도망치듯이 달려나갔다.

발소리가 멀어지고 문이 힘차게 닫히는 소리를 마지막으로 사무소는 다시 조용한 공간이 되었다.


……카에데 씨, 충격을 받았구나.

저런 얼굴을 보는 것도, 저런 말을 하는 것도 처음 보았다.

평상시의 침착한 그녀라고는 생각할 수 없는 동떨어진 모습에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눈앞에 나뒹구는 깨진 컵을 바라본다.


……뒷정리를 하고 돌아가자.


눈앞에서 지나가버린 현실을 외면하듯이 나는 뒷정리를 하기 시작했다.


 


━━━━━━




그 이후의 이야기를 하면서 지금의 이야기를 하자면.

그 이후로 카에데 씨는 나와 이야기하지 않게 되었다.

결국 제대로 인사도 하지 못한 채 나는 오사카로 전근하게 되었다.

오사카로 오고 나서 벌써 몇 달.

나는 카에데 씨 다음 파트너……지금 담당하고 있는 아이돌과 함께 톱 아이돌을 목표로 하고 있다.

어딘가 외로움을 느끼면서도 어쩔 수 없다고 결론짓는다.

거기다 프로듀서로서 일하고 있으면 언젠가는 만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기도 하니.

그때는 입을 열어줬으면 한다.

카에데 씨가 비치는 프로그램이나 CM을 볼 때마다 만나서 제대로 이야기하고 싶다고 생각해버린다.

마지막으로 본 카에데 씨의 얼굴을 잊을 수 없으니까.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인지 나는 카에데 씨와 만날 기회를 얻었다.


그것은 소위 팬 감사제였다.

사무소가 팔리고 있는 아이돌들과 신인 아이돌들과 함께 실시하는 이 이벤트에서 우리가 나오게 되었다.

그리고 팔리고 있는 아이돌로서 카에데 씨도 나오게 되었다.

그러니까 만나게 되면 이야기를 하자.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그럼 잘 해보렴.」


무대 뒤에서 긴장하고 있는 그녀에게 다정하게 말을 건다.

그 말에 조용하게 수긍하는 그녀.

그런 그녀가 무대로 올라가는 뒷모습을 눈에 새긴다.

아직 데뷔한 지 얼마 되지 않은 그녀.

이름도 그다지 알려지지 않은 그녀의 존재를 크게 알리기 위한 이 기회.

노력하자.

그 생각만으로, 그 말만으로 가슴이 메워진다.

그 때문일까.

나는 뒤에 서 있던 그녀의 존재를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처음 뵙겠습니다.」


귀에 익은 목소리로 하는 인사는 내 예상을 크게 벗어난 것이었다.


「……카에데…씨?」


착각할 리가 없다.

듣고 싶었던 그 목소리의 주인을.

그 때문일까.

처음 뵙겠습니다

그 말에 놀라움을 감출 수 없다.

조심스럽게 뒤돌아보자 아름다운 영업용 미소를 띄우며 나를 바라보는 카에데 씨가 거기에 있었다.


「카에데 씨, 처음 뵙겠습니다라니 무슨━━━」


「이전에 만난 적이 있었나요? 실례했습니다.」


카에데 씨는 마음이 담기지 않은 담담한 어조인 채로 고개를 숙인다.


「아니, 그게 저는」


「저 아이의 프로듀서인가요?」


머릿속을 돌아다니는 의문의 물결을 품는 나에게 카에데 씨는 눈길도 주지 않고 옆에 서서 무대에서 노래하는 그녀를 바라본다.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무엇을 느끼고 있는지 알 수 없는 옆 얼굴로.

마치 처음 만났을 때의 카에데 씨 같은 신비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그 옆 얼굴로.


「멋지군요.」


……그렇구나.

거기서 나는 처음으로 이해했다.

이 상황을.

카에데 씨의 속마음을.


필요 없다라.


어쩌면 카에데 씨는 나를 잊은 건지도 모른다.

분명 잊은 거겠지.

그렇다면 나는.


「네, 바로 요전날 데뷔했습니다.」


카에데 씨와 함께 그녀를 바라본다.

필사적으로 노래하며 춤추는 그녀를.


「그렇군요. 그럼 저도 선배로서 모범을 보일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네요.」


「좋은 공부가 되겠군요.」


곁눈질로 카에데 씨의 얼굴을 본다.

아름다운 미소가 조금 그립게 느껴진다.

하지만 그 미소를 더 이상 나한테 보낼 일은 없겠지.

그렇게 생각하자 가슴이 답답해진다.


「아, 실은 갑작스럽게 출연 순서가 변경된 것을 전하러 왔어요.」


손뼉을 치면서 일부러인 것처럼 말을 꺼내는 카에데 씨.

출연 변경?

그런 이야기는 확실히 듣지 못했다.


「제 출연 순서가 앞당겨져서 다음 차례는 제가 되었어요.」


카에데 씨가 다음 차례라고?

나는 수첩을 꺼내 이번 출연 순서를 다시 확인한다.

카에데 씨 출연 순서는 좀 더 앞.

그것은 내가 기억한 대로다.


「그러므로 표본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할 테니.」


수첩의 메모를 수정하면서 카에데 씨의 말에 귀를 기울인다.


「거기서 지켜봐주세요. 프로듀서.」


프로듀서.

그 말에 무심코 손이 멈춘다.

상냥한 미소가 똑바로 나를 바라본다.

그것은 이전의 카에데 씨가 나에게 보내고 있던 미소.

그립다고 생각하고 있던 미소.


「카에데 씨━━━」


가냘픈 목소리가 큰 환성에 삼켜져 사라져 간다.

가라앉아 가는 환호성과 함께 그녀가 내 슬하로 돌아온다.

카에데 씨는 그녀와 교대하듯이 무대를 향해 걷기 시작한다.

마치 나한테서 멀어지듯이.


「……수고했어. 다음은 카에데 씨 차례이니까 봐두지 않을래?」


그런 카에데 씨의 뒷모습을 바라보면서 나는 생각한 것을 말한다.

카에데 씨는 지금의 그녀……데뷔한 지 얼마 안 되는 그녀에게 있어서 반드시 좋은 공부가 될 것이다.

그런 카에데 씨의 스테이지를 가까이서 볼 수 있는 기회.

함께 걷고 있었던 카에데 씨의 모습을 재차 지켜볼 수 있는 기회.

나로서도, 그녀로서도 이 무대를 가까이에서 견학할 수 있다는 것은 앞으로 큰 도움이 될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무대 뒤에서 카에데 씨의 무대를 지켜보고 있었다.

견학하고 있었다.

하고 말았다.

 



━━━━━




결론부터 이야기하자.

카에데 씨의 스테이지는……훌륭했다.

내가 옆에 있었을 무렵보다 수준이 오른 퍼포먼스.

목소리만으로 듣는 이들을 매료하는 가성은 더욱 투명한 미성이 되었고, 팬을 포함한 관객들은 그 목소리에 빠져들었다.

새로운 드레스를 맵시 있게 입은 모습으로 천천히 춤을 추었고, 그 일거 일동에 모두가 마음을 빼앗긴다.

그런 훌륭한 스테이지를 우리는 가까이서 보고 있었다.

조금 전까지 그녀를 감싸고 있던 성원을 훨씬 능가하는 찬미의 말의 폭풍이 카에데 씨를 감싼다.

확실하게 그날 최고의 팬들로부터 나온 따뜻한 말들.

그날 최고의 흥분.

그런 무대가 되었다.


결과로 보자면 감사제는 성공했다.

카에데 씨 덕분……이라고까지는 말할 수 없지만, 그래도 가장 공헌한 것은 카에데 씨일 것이다.

같은 프로덕션 사람으로서 기쁠 따름이다.

여기까지는.


내가 담당하고 있는 그녀는 이 무대에서……아니, 그 무대에서 무언가를 느낀 모양이다.

그것은 분명 톱 아이돌로서의 벽의 높이.

나는 저런 무대를 만들 수 없다는, 연출할 수 없다는 불안.

당연하다.

데뷔한 지 얼마 안 되는 그녀가 가까이서 저런 무대를 보았으니까.

이렇게 될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선배의 뒷모습을 보고 목적을 찾아내 조금씩 단차를 올라가겠다는 의식을 가지기를 바랐을 뿐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 결과는 예상하지 못해다.

저렇게 대단한 무대를 보게 되다니.

그것을 그녀가 보게 해버리다니.

지금의 그녀에게는 너무 일렀다.

그렇기 때문에.

그렇기 때문에 그녀의 결단을 끝내 말릴 수 없었다.


사직서.


그것은 감사제가 끝나고 며칠 후에 그녀가 제출한 것.

그것은 그녀의 결단.

필사적으로 말렸다.

그러나 안 되었다.

아무리 레슨을 해도, 몇 번이나 무대에 서도 그렇게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그녀는 그렇게 전하고 나한테서 떠나갔다.

강하게 만류할 수 없었다.

할 말을 떠올릴 수 없었다.


그렇게 무력한 자신으로부터 도망치려듯이 나는 자택 근처에 있는 선술집으로 도망쳤다.

오랜만에 천천히 술을 맛보면서 주위의 잡음에 귀를 기울인다.

텔레비젼을 보면서 아이돌 이야기를 하고 있는 샐러리맨들은 자신들이 좋아하는 아이돌 이야기로 분위기를 돋우고 있다.

그래서 나오는 이름은 자주 듣는 이름도 있고, 들은 적이 없는 이름까지 여러 가지였다.

거기에 그녀의 이름은 없었다.

샐러리맨들의 뒷모습을 바라보면서 좁은 테이블을 메우듯이 놓인 요리를 먹는다.

너무 많이 시켰나.

조금 후회하면서도, 외로움을 감추듯이 담담하게 먹기 시작한다.

요리의 맛이 느껴지지 않는다.

초조하다.

옆에 있던 사람이 갑작스럽게 떠나는 것은 이렇게나 슬픈 일이었단 말인가.

외로운 것이었단 말인가.

나는……

나는 카에데 씨가 이런 심정을 느끼게 만들었단 말인가.


머릿속이 카에데 씨 얼굴로 가득 찬다.

둘이서 마시고 있을 때 즐겁게 웃는 얼굴.

만날 수 있는 시간이 줄어든 것에 낙담하는 모습.

실패하고 낙담했을 때의 뒷모습.

갑작스러운 이별에 동요하고 있던 모습.

그리고

오랜만에 재개했을 때의 모습.


그렇게 오랫동안 함께 한 건 아니다.

그래도 많은 추억이 있었다.

그런 카에데 씨를 생각하고 있었을 때였다.


「함께 해도 괜찮을까요.」


귀에 익은 상냥한 목소리가 춤추듯이 내려온다.

황급이 얼굴을 들자 거기에는 미소 짓는 카에데 씨가 있었다.


「어……어?」


사태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머리가 새하얘진 나를 두고 떠나듯이 카에데 씨는 맞은편 자리에 앉아 서서히 맥주를 주문한다.


「카, 카에데 씨!?」


「네, 당신의 카에데예요.」


아이를 달래는 듯한 다정한 미소는 어딘가 그립다고 느낀다.

그 농담인 듯한 어조도, 상태를 세세히 관찰하고 있는 것 같은 시선도.

모두 내가 알고 있는 카에데 씨의 것.

더 이상 볼 수  없다고 생각하고 있었던 카에데 씨의 것.


「프로듀서가 프리가 되었다고 들어서 스카웃하러 왔어요.」


눈앞의 광경에 경악하고 있는 나를 두고 카에데 씨가 말한다.


「어때요? 다시 저와 함께 일하지 않을래요?」


다정한 어조로 내민 조건은 지금의 나로서는 너무나 받아들이고 싶을 정도로 매력적이라고 느껴졌다.

다시 카에데 씨와 일할 수 있다.

그것은 내가 버린 것을 다시 얻을 수 있다는 것.


「사무소에도 부탁하고 왔어요.」


다정한 미소를 짓고 마치 여신처럼 나를 바라본다.


「어때요, 프로듀서.」


카에데 씨의 말에는 불안이 느껴지지 않는다.

어쩌면 어디선가 확신하고 있는 건지도 모른다.

내가 긍정하는 것을.

그것도 그렇겠지.

내가 부정할 이유도 없다.

하지만 그것은.


「저는, 카에데 씨를 버렸어요.」


「프로듀서는 자기 일을 완수했을 뿐이지, 절 버린 게 아니예요.」


「절 싫어하게 된 거 아닌가요?」


「그렇지 않아요, 지금도 옛날도 정말 좋아한답니다.」


「저는……」


「프로듀서.」


카에데 씨는 똑바로 눈동자를 본다.

아름다운 눈동자로.

일그러지지 않은 눈동자로.


「저는 프로듀서를 사랑하고 있어요 , 옛날도 지금도 변함 없이.

영원히, 계속.

사랑하고 있어요.

그러니까 프로듀서와 함께 있고 싶어요.

저를 싫어하든, 저를 사랑하든 상관없이.」


말을 다 끝내고 만면의 미소를 보인다.

비겁한 사람이다.

카에데 씨를 싫어하게 될 리가 없다.

그러니까━━━


「저라도 괜찮다면 당신의 프로듀서를 하게 해주세요.」


말을 다 끝내자 카에데 씨는 만족스럽게 수긍한다.

그것과 동시에 카에데 씨 앞에 큰 맥주잔이 놓인다.

서로 눈앞에 놓인 맥주잔을 들고 조용히 건배를 했다.

앞으로도 잘 부탁합니다

그런 마음을 담고서.




━━━━━━




후일담이라고 할까, 한 아이돌의 이야기.

그녀, 타카가키 카에데의 아이돌로서의 인생은 짧았다고 생각한다.

톱 아이돌까지는 가지 않았지만, 그래도 국민적인 아이돌로서 주위에 인지될 정도로 유명해진 그녀의 마지막은 행복한 것이었다.

결혼.

그 두 글자가 카에데 씨의 아이돌로서의 마지막.

상대는 프로듀서인 나다.

물론 그런 것을 세상에 말할 수 있을 리가 없어서…….

결혼 상대가 누군지는 감추고 있다.

처음에는 거절했지만 카에데 씨는 결혼해주지 않으면 죽겠다면서 진심어린 눈을 하며 말해 왔……다는 변명은 다음에 이야기할 때가 오면 이야기하도록 하자.

카에데 씨는 아이돌을 그만두었다.

그것은 그녀의 의지다.

자신을 바라보는 사람은 한 명으로 충분하니까.

그런 말을 했다.


나는 프로듀서로서 지금도 일하고 있다.

카에데는 그다지 내키지 않는 얼굴을 하고 있지만…….

현관에 서자 카에데는 허둥지둥 나한테 온다.

웃는 얼굴로 내 넥타이를 꾹 잡는다.

마치 놓치지 않겠다고 말하듯이.

곤란한 미소를 짓자 그것과는 대조적으로 기쁜 듯이 미소 짓는 카에데는 나한테 작게 손을 흔들어주었다.

약지에 낀 반지를 과시하듯이.

그런 카에데에게 무심코 미소가 흘러나온다.


단 한 마디, 다녀오겠다고 전하자 아름다운 목소리로 대답해주었다.

그런 일상을 위해 오늘도 노력하자.

단단히 조여진 넥타이를 만지면서 그저 미소를 흘렸다.




-끝-

3 여길 눌러 추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