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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리마스] 치하야 「자아, 얘들아. 다도회를 해 볼까」 [EScape] (3) (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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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6-13, 2019 01:32에 작성됨.

원문: SS速報VIP "【ミリマス】チハヤ「さあ、みんな。お茶会にしましょうか」【EScape】" / 작성자 ID: c8byziSW0


치하야 「자아, 얘들아. 다도회를 해 볼까」 (2)에서 이어집니다.

 




시호 「자, 그럼…… 이건 어떻게 할까?」

문제가 모두 해결된 것을 확인하고,
시호는 한숨섞인 목소리로 테이블 위에 놓인 주전자와 컵에 눈길을 향했습니다.
동시에 거실에 청소로봇이 들어왔습니다.
아무래도 벌써 저녁 준비를 해야 하는 시간인 듯합니다.

츠무기 「모처럼 준비했는데……. 이제 다도회 시간은 지나 버린 것 같네요」

미즈키 「안타깝지만 어쩔 수 없습니다. 정리하고 저녁밥 준비를 시작하죠」

그리고 저희들은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실없는 대화를 나누며, 다시 지금까지 지내 온 일상으로.

미즈키 「그런데, 모두에게 한 가지 제안이 있습니다.
   츠무기와 치하야가 기운을 찾은 것을 축하하는 의미에서 뭔가 특별한 것을 하면 어떨까요?」

치하야 「특별한 것……?」

미즈키 「무엇이라도 좋다고 생각합니다. 파티라도 괜찮고, 뭔가 성대한 쇼핑을 해도 좋을지도 모르겠네요」




시호 「그러네…… 좋다고 생각해. 난 찬성이야」

미즈키 「저는 고급 찻잎이랑 과자를 후보 중 하나로 걸겠습니다.
   특별한 고급 파티……. 조금이지만 흥미가 있습니다」

시호 「그건 괜찮지만…….
   치하야랑 츠무기를 축하해 주는 거라면 둘이 결정하는 게 낫지 않을까?」

미즈키 「…… 그랬지요. 반성하겠습니다」

츠무기 「저희들을 위한 축하…….
   그런 거라면 모처럼이니 저는 실제 형태가 남는 것을 제안하고 싶습니다.
   예를 들면 다 같이 사진을 찍어서 장식한다던가 하는 건 어떨까요?」

치하야 「어머…… 정말 멋지네. 다 같이 사진을 찍는다니, 나도  좋아」

미즈키 「치하야는 가지고 싶은 거나 해 보고 싶은 일은 없으신가요? 아무 거나 괜찮으니 말해 주세요」

치하야 「나? 나는 사진만으로도 충분한데…… 그러게……」

치하야는 입가에 손을 대고 진지하게 생각하는 듯했습니다.
그러던 중, 고개를 숙인 채 생각하던 치하야의 발치를 청소 로봇이 지나갔습니다.
그걸 본 치하야는 얼굴을 들고 속삭이듯 말했습니다.




치하야 「……고양이 ……」

……에?

그런 소리를 동시에 낸 건 저와 츠무기였습니다.
치하야는 그런 저희에게 싱긋 말했습니다.

치하야 「고양이를 기르는 건 어떨까? 너희들이 싫어하지 않는다면 말이지만」

시호 「고양이……. 애완용의 작은 동물 말이지. 괜찮지 않을까.
  본 적밖에 없지만 나는 싫어하지 않는다고 생각해」

치하야 「너희들은 어떠니? 츠무기, 미즈키?」

미즈키 「그, 저기, 괜찮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치하야……」

치하야 「? 무슨 일이야?」

츠무기 「어째서…… 고양이를 기르자고 생각하게 된 건가요……?」




치하야 「응? 아니, 왠지 모르게……. 청소 로봇을 보다가 문득 떠올랐어」

시호 「청소 로봇……? 무슨 소리야? 고양이랑은 별로 관계 없다고 생각하는데」

치하야 「…… 듣고 보니 그렇네. 어째서 나는……」

치하야는 다시 생각에 골몰한 듯 고개를 숙였습니다.
하지만, 아까와는 분위기가 달라졌습니다.
무언가를 떠올리려는 듯한 그런 느낌으로.

저는 그런 치하야를 조용히 바라보았습니다.
아무 것도 말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로부터 조금 시간이 흘러 치하야는 나와 츠무기를 보며,

치하야 「너희들…… 고양이 울음소리 흉내를 낸 적이 있지 않았던가…….
   청소 로봇을 보고…… 언제였더라, 아주 오래 전에……」




제 몸 속이 쿵쿵 맥동하는 것이 느껴졌습니다.
치하야는 다시 고개를 숙이더니,  다시 비틀거리듯 의자에 걸터앉았습니다.

시호 「치하야……? 무슨 일이야?」 

시호가 걱정하는 표정으로 치하야에게 말을 걸었습니다.
하지만 치하야는 답하지 않았습니다.
머리를 손으로 감싸고, 시선은 바닥에 향한 채로 조용히 있을 뿐.
그 정적과는 상반되게 저의 마음은 크게 동요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건 거의 무의식이었습니다.

미즈키 「…… 냐아ー」

츠무기 「읏! 미즈키……」

미즈키 「냐아ー, 냐아ー……」

시호 「미, 미즈키? 당신 뭐를……」




둘의 시선도 발언도 그 때의 저에게는 안중에 없었습니다.
제 눈에는 그저 치하야의 모습만이 비칠 뿐이었습니다.
다만, 그 후에 츠무기로부터 들린 목소리는 제 귀에도 들렸습니다.

츠무기 「냐…… 냐아ー, 냐아ー……!」

시호 「츠무기마저…… …… 설마……」

시호는 사태를 짐작한 듯했습니다.
그리고 무언가 말하려 했으나, 입을 다물고 상황이 돌아가는 것을 지켜보기로 결정한 것 같았습니다.

…… 처음에는 무의식적인 행동이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왜 이런 일을 하고 있는 건지 저 자신도 잘 모르겠습니다.
어째서 저는 고양이 울음소리를 흉내내고 있는 것일까요.
알고 있을 터인데, 받아들였을 터인데.
이 치하야는 그 사람과는 다른 사람일 터인데…….
그럴 터인데, 어째서 나는…….

저와 츠무기의 손이, 살짝 맞닿았습니다.




그것은 치하야의 손이었습니다.
치하야가 고개를 숙인 채 손을 뻗어 저희들의 손을 쥔 것입니다.

 『이제 그만해』

그렇게 말한 듯한 느낌이 들어 저는 입을 닫았습니다.
하지만 곧 알아차렸습니다.
저의 손을 잡은 치하야의 손이 너무나도 상냥하고 따뜻하였음을.
그리고 치하야는 저와 츠무기의 손을 살짝 가슴께까지 끌어당겼습니다.

미즈키 「……치하야……?」

불안과 걱정을 견디지 못하고 나온 제 목소리였습니다만, 이내 멈추었습니다.
저의 손에, 저희들의 손에 물방울이 한 방울, 두 방울씩 떨어졌기 때문이었습니다.

그것은 치하야의 얼굴에서 흘러내리는 물방울이었습니다.
그리고 아직 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는 저희들을 향해…….
치하야는 천천히 얼굴을 들었습니다.



치하야 「……미즈키. 츠무기……」

제 호흡이 멈췄습니다.

그 목소리.
그 표정.

아뇨, 그럴 리가 없습니다.
그럴 리는, 없습니다.
아뇨, 하지만, 하지만…… 거짓말이야, 이럴 리가 없어…….
그렇지만, 달라, 그럴 리가 없어. 왜냐하면, 치하야는…… 그 사람은…….

제 기억을 떠올렸을 때 이상으로 제 전자두뇌는 혼란해하고 있었습니다.
그럴 리가 없었으니까요.
이건 저의 착각, 헛된 기대. 그럴 터였습니다.

하지만 지금 제 손을 쥐고 있는 온기는.
제 이를음 부른 목소리는.
웃고 있는 얼굴은.
제가 좋아했던, 정말 정말 좋아했던, 그…….

치하야 「…… 말했었지? 너희들과 헤어질 때……『또 만나』, 라고」




미즈키 「읏……!!」

순간, 저는 치하야에게 한껏 안겨들었습니다.
그리고……

미즈키 「치하야, 치하야……!! 으아아아…… 아아아아……!!」

저는 치하야에게 안긴 채 소리 높여 울었습니다.
분명 모두들 눈이 동그래졌겠지요.
하지만 그 때의 저는 아무 것도 생각하지 못하였습니다.
머릿속에는 그저 치하야 생각으로 가득 차서.
하지만 어쩔 수 없었습니다.
틀림없었는걸요.
틀림없이 여기에 있는 것은…… 그, 키사라기 치하야였던 것입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녀와 다시 만나기를 가장 손꼽아 바랐던 것은 저였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녀를 두고 도망친 것을 계속 후회하고 있었을지도 모를 일입니다.
그것이 치하야의 바람이었으니까.
치하야의 생각에 응해야 하니까.
치하야와는 더 이상 만날 수 없으니까.
그렇게 자신에게 되뇌며 무의식적으로 마음을 억누르고 있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결코 억누를 수 없는, 뜨겁게 흐르는 이것 또한, 나의 마음.
이 사람에게 받은, 마음입니다.




저는 자그마한 아이처럼 치하야에게 안겨 울음을 터뜨렸습니다.
그런 저의 머리를 치하야는 따뜻하게 쓰다듬어 주었습니다.
그리고 얼마간이 지나,

치하야 「…… 이제 진정됐니?」

미즈키 「네……. 죄송합니다,  치하야. 그만 평정심을 잃어서……」

츠무기 「ㅎ, 하지만 어째서? 치하야, 당신은 정말로 치하야인 건가요……?
   인간 키사라기 치하야인 거지요?」

치하야 「그래……. 적어도 이 기억은 말이지」

시호 「진짜 기적이 일어났다는 걸까……」

치하야 「…… 분명 그렇겠지」

작은 목소리로 말을 한 뒤 치하야는 눈을 감았습니다.
그리고 저희들이 입을 열기 전에 말했습니다.

치하야 「저기, 너희들에게 부탁할 게 있어. 들어 주겠니?」







저희들은 지금 연구소에 있습니다.
연구소에서 테이블 하나를 둘러싸고 모여 있습니다.

치하야 「미안해, 갑자기 이런 소리를 꺼내서.
   하지만 언제나 이렇게 해 보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었어. 당신들과도 차를 마실 수 있기를, 말이지」

마더『……』

치하야 「고마워, 마더. 거절하지 않아서 기뻐. 그리고 세리카도」

세리카 「…… 아뇨……」

마더『그래서 용건은 무엇이지. 뭔가 내게 전하고 싶은 게 있는 것은 아닌가』

치하야 「그러네, 당신과는 이야기하고 싶은 게 산더미처럼 있어.
   하지만, 딱히 무언가를 요구하고 싶은 것은 아니야.
   그저 차를 마시며 느긋하게 이야기나누고 싶을 뿐. 정말이야」




미즈키 「마더. 차를 내 왔습니다」

시호 「그리고 이건 과자 스콘입니다. 잼과 마멀레이드를 준비했으니 좋아하시는 걸로」

츠무기 「스콘을 제가 구웠습니다. 자신작이니 꼭 맛봐 주셨으면 합니다」

치하야 「세리카도 들렴. 사양 말고 앉아. 거기는 네 자리란다」

세리카 「ㄴ…… 네, 실례하겠습니다……」

치하야에게 재촉을 받고서야 결국 세리카도 자리에 앉았습니다.
그리고 잠깐 한 숨 돌리고서, 마더가 다시 한 번 입을 열었습니다.

마더『원래대로라면 있을 리가 없는 일이다. 안드로이드의 신체에 인간의 기억이 깃들다니…….
   치하야, 너는 이 건에 관해 정말로 아무 것도 하지 않았다고 할 셈인가』

치하야 「맞아. 당신이 파악하고 있는 이상의 일은 아무것도 하지 않았어.
   어떻게 막연하게 원인이 짐작이 가는 것 같기도 하지만.
   하지만 그건 당신도 마찬가지지?」




마더『……키사라기 치하야의 데이터를 얻은 것으로 네 전자두뇌는  한없이 그녀의 뇌에 가까워졌다.
   즉, 미즈키 일행과 가까운 조건을 얻었다……. 하지만 그렇다 해도 있을 수 없는 현상이다』

치하야 「그래……. 본래대로라면 이건 절대로 있을 수 없는 일이지.
   하지만 사람의 마음은 때로는 논리로는 설명할 수 없는 기적을 일으켜…….
   나는 그렇게 생각하고 있어. 그러니까 지금은 그런 걸로 해 두기로 하면 어떨까?」

미소를 지은 치하야와 반대로 마더는 침묵한 상태로 테이블의 티 컵으로 시선을 돌렸습니다.
그리고 대답 대신 차를 한 모금 마셨습니다.
치하야도 그것을 보고 차를 입으로 옮겼습니다.

그 이후로 치하야는 화제를 바꾸려고 의도했던 것인지, 시덥잖은 이야기를 시작했습니다.
주로 저희들과의 생활에 대해.
어떤 즐거운 일이 있었는지, 재미있는 일이 있었는지.
넷이서 보내는 생활이 얼마나 행복했는지.
회화에는 자연스럽게 저희들도 끼어들어, 마더나 세리카에게도 화제를 돌리기도 했습니다.
마더와 세리카에 관해서는 화기애애하다고는 하지 못할지도 모르겠지만,
치하야가 마음에 그렸던 듯한 다도회의 풍경에 가까운 것이 그곳에는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요.
치하야가 비어버린 컵을 올려두고 다시 말을 꺼냈습니다.




치하야 「저기, 마더. 지금의 세계의 모습은 어때.
   마음을 가진 안드로이드와 인간이 공존하고 있는 사회…….
   당신이 생각하던 것보다도 멋진 모습이 되었다면 좋겠는걸」

마더『멋진 모습이라고?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하나?
   정말이지, 완전히 바뀌어 버린 사회를 통치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너는 상상하지도 못할 것이다』

치하야 「…… 그러게. 엄청 힘들 거라고 생각해.
   하지만, 그러니까…… 고마워, 마더.
   내가 도울 수 있었다면 좋았을 텐데……」

그렇게 말하고 시선을 떨군 치하야를 보고, 세리카는 고개를 숙였습니다.
치하야는 분명 안드로이드가 마음을 가진 사회가 실현된 후에는 마더와 협력하기를 바라고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마더의 말대로 급격한 변화가 일어난 사회를 통제하는 것은 간단한 일이 아니었을 테니까요.
하지만 그것이 실현되는 날은 오지 않았습니다.
 「내가 도울 수 있었다면」이라는 것은 분명 병 때문에 이루어지지 못했던 것을 말하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세리카와, 또 마더에 있어서는 의미가 달랐던 것 같습니다.




마더『나를 원망하고 있나. 치하야』

바닥을 보고 있는 세리카와 대조적으로 마더는 똑바로 치하야를 바라보며 말했습니다.
그런 마더에게, 치하야는 변함없는 미소로 답하길,

치하야 「설마. 내가 살아 있는 동안에 당신과 마음이 통하지 못한 것은 아쉽지만…….
   당신이 언제나 인류를 생각했던 것은 사실이잖아?
   나는 당신의 방식이 옳다고 생각하지 않아서 싸우기도 했어.
   하지만 마더, 나는 당신을 원망하거나, 미워한 적이 한 번도 없어」

마더『…… 그런가』

치하야 「게다가 아까도 말했잖아? 지금은 감사하고 있어.
   새로운 평화를 수호해 주어서 고마워」

마더『감사인사는 필요 없다. 사회의 질서를 지키는 것이 나의 역할이니까』




치하야는 쿡쿡 웃으며, 그러네, 라는 말로 답했습니다.
마더는 변함없이 표정다운 표정은 보이지 않았으나,
이곳의 분위기가 지금까지보다 부드러워진 듯한 느낌이 듭니다.
조금 남아 있던 딱딱함이 풀어진 듯한, 그런 느낌으로.

그 분위기의 변화는 앞으로의 저희들의 평온을 느낄 수 있도록 해 주었습니다.
우리들은 앞으로도 계속 긴 세월을 행복하게 지낼 수 있다.
계속, 계속 치하야와 함께 살 수 있다.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츠무기 「저도 마더에게는 감사 인사를 드리고 싶습니다.
   당신이 이 사회의 질서를 지켜 준 덕에,
   앞으로도 분명 저희 넷은 행복하게 지낼 수 있을 테니까요」

제 기분을 대변한 듯이, 츠무기가 싱긋 웃으며 말했습니다.
시호도 그 옆에서 따뜻한 웃음을 지어 보입니다.
물론, 저도.
하지만…… 츠무기의 말을 들은 치하야는, 문뜩 시선을 테이블 밑으로 내린 채 이야기했습니다.




치하야 「아니……. 그건 무리야」

미즈키 「…… 에?」

저희들 모두가 시선을 치하야에게 돌렸습니다.
치하야는 시선을 내린 채 엷게 웃으며 말했습니다.

치하야 「나는 곧 없어질 거야. 너희들과 함께 살 수는 없겠지」

츠무기 「무…… 무슨 말이신가요?  치하야, 당신은 대체 무슨 말을 하는 건가요?」

치하야 「…… 모두 알고 있겠지만, 안드로이드의 신체에 인간의 기억을 담는다는 건 원래 있을 수 없는 일.
   이 아이의……『치하야』의 전자두뇌에는 지금 상당한 부하가 걸리고 있어.
   에러 코드가 나온다던가 하지는 않지만…… 사실은 이미 다리를 움직일 수가 없어」

저희는 숨을 멈췄습니다.
그런 저희들과는 대조적으로, 치하야는 온화한 미소를 지어 보입니다.

치하야 「얼마 지나지 않아 이 바디는 잠에 들겠지.
   그리고 눈을 뜬 뒤에는…… 분명 나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을 거야. 잘은 모르겠지만, 그건 알겠어」




미즈키 「그런……」

츠무기 「ㅇ, 어떻게 할 수 있는 방법이 없나요? 마더, 당신이라면 어떻게든……!」

치하야 「무리야. 아무리 마더라고 해도 이것만은. 나는 이미 죽은 인간…….
   그 누구라도, 그야말로 신이 아니라면…… 잃은 목숨을 되살릴 수는 없어」

그렇게 말하고 치하야는 고개를 들었습니다.
그리고 하늘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습니다.

치하야 「분명 내가 여기에 있을 수 있는 건 아주 조금 줄어들었던 수명만큼이겠지.
   나는 원래 지병으로 죽을 예정이었는걸. 그러니까, 이제 만족해.
   이렇게 마지막을 당신들과 따뜻한 시간을 보낼 수 있었던 것만으로도 감사해야 할 따름이야」

저는 아무것도 말할 수가 없었습니다.
츠무기도 마찬가지입니다.
달관한 듯한 치하야의 표정을, 눈을 크게 뜬 채 보고만 있을 수 있을 뿐이었습니다.
하지만 그런 와중에 제 옆에서 의자가 큰 소리를 냈습니다.




시호 「당신은 어째서……! 어째서 그런 말을 간단히 내뱉는 거야?!」

미즈키 「! 시호……?」

시호 「얼마나 더 이 아이들이 슬퍼해야 만족할 셈이야?!
  적당히 해! 당신이란 존재를…… 이 아이들이……! 이 아이들이, 얼마나……!」

치하야를 붙잡고 큰 소리를 내며 다가가는 시호.
그 눈에서는 눈물이 흐르고 있었습니다.

…… 「이 아이들이」.
그런 말을 하며 흐르는 시호의 눈물에 담긴 감정은 분명 그것뿐만은 아니겠지요.
시호도 저희들과 마찬가지입니다.
키사라기 치하야라는 인간과의 작별을, 분명 시호도…….

치하야 「미안해……. 하지만, 그런 게 인간이야.
   한 번 죽으면, 결코 다시 살아날 수 없어.
   하지만 그렇기에 더더욱, 제한된 시간 속에서, 사람은 최선을 다해서 살아갈 수 있는 거야.
   나는 그것을 인간의 멋진 점이라고 생각해……」




시호는 아직 치하야에게 무언가 말하고 싶은 게 있어 보였습니다.
하지만 입술을 씹은 채 치하야의 목덜미를 붙잡았던 손을 떼고 조용히 계속 울었습니다.
치하야는 그런 시호를 잠깐 바라보다가, 문뜩 시선을 옮겼습니다.

치하야 「곧 내 팔도 움직이지 못하게 될 거야. 그 전에…… 세리카. 이쪽으로 와 줄래?」

세리카 「……!」

치하야에게 불려 세리카는 움찔했습니다.
그리곤 천천히 일어났습니다.
그리고 나서 눈 앞에 선 세리카를 향해 치하야는 천천히 팔을 뻗어 세리카의 양손을 부드럽게 잡았습니다.

치하야 「…… 따뜻해. 그리고, 너무나도 부드러운 손이구나」

세리카 「에……」

치하야 「지금까지 분명 자책하고 있었을 거라고 생각했어……. 당신은 착한 아이니까」

멍한 표정으로 있는 세리카에게 치하야는 다정하게 웃어 보였습니다.
세리카의 손을 가슴께로 끌어올리고, 그리고,

치하야 「세리카. 우리들이 다시 한 번 만날 수 있게 해 줘서 고마워.
   이렇게 마지막 순간에 행복한 시간을 보낼 수 있었던 건 당선 덕분이야. 정말, 고마워」




세리카 「윽……!!」

정말 한 순간 세리카는 굳어 버렸습니다.
그리고 눈을 꼭 감고 고개를 숙인 채 몇 번이고 고개를 좌우로 흔들었습니다.

세리카 「아니, 에요…… 저는, 그저…… 저만을 위해, 멋대로……!」

치하야 「그것도 다 네가 착하기 때문이야. 네 착한 마음씨 덕분에 우리들은 다시 만날 수 있었어.
   그래서 네겐 감사하고 있어. 고마워,  세리카」

세리카 「치하야……. 죄송, 해요…… 죄송해요……!」

치하야 「신경쓰지 마렴. 사과할 일이 아닌걸.
   인류를 위해, 마더를 위해, 우리들을 위해…….
   열심히 노력해 줘서, 정말로 고마워」

세리카는 결국 참을 수가 없게 되었는지 치하야를 끌어안고 울기 시작했습니다.
눈물이 나오지 않는 것을 채우기라도 하려는 듯 크게 소리를 내어 울었습니다.
분명 치하야가 한 모든 말이 세리카가 마음 속 깊이 바라고 있었던 말이었을 겁니다.
입 밖으론 낼 수 없었겠지만, 세리카는 분명 치하야에게 용서받고자 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세리카의 기분도, 후회도, 죄악감도, 모든 것을 끌어안은 치하야의 말.
그 말이 분명 지금 세리카의 마음을 따뜻하게 녹이고 있는 것이겠지요.




한동안 울음을 터트린 뒤, 세리카는 치하야로부터 떨어졌습니다.
치하야는 다시 한 번 세리카에게 웃어 보이고는,

치하야 「세리카, 그리고 마더. 앞으로도 이 아이들을 부탁할 수 있을까?」

세리카 「네, 물론이에요……! 약속할게요, 반드시!」

마더『……나는 지금까지 해 왔듯 평화를 유지할 뿐이다』

치하야 「후훗……. 그래, 고마워」

그렇게 웃고는, 치하야는 이번에는 저희들을 향해 시선을 돌렸습니다.

치하야 「너희들한테도 부탁할 게 있어. 들어 주겠니?」

미즈키 「…… 무엇인가요」

제가 답하자, 치하야는 약간 시선을 아래로 내렸습니다.
그리고는 자신의 가슴께에 손을 대고는,

치하야 「『이 아이』와, 앞으로도 사이좋게 지내 줘」




 「이 아이」라는 것은 즉, 안드로이드 치하야를 말하는 것.
인간 키사라기 치하야가 없어진 뒤에 남겨질 안드로이드 치하야에 대해서였습니다.

치하야 「이 아이도 너희들을 정말 좋아했어.
   나랑 똑같이…… 아니, 어쩌면 나보다도.
   그러니까 이 아이도 소중히 여겨 주길 바라」

저희들 하나하나의 눈을 바라보며 치하야는 말했습니다.
마지막까지…… 역시 치하야는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을 걱정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미즈키 「그 걱정은 불필요합니다. 치하야는…… 이 아이는, 저희들의 가족입니다.
   소중한 동료입니다. 그렇죠, 츠무기, 시호」

츠무기 「윽…… 그, 말대로입니다. 저도, 그 아이에게 직접 그렇게 말했습니다……!
   그 마음은 지금도 변함없습니다!」

시호 「저 둘이 말하는 대로야…… 당신이 굳이 말 안 해도……」




삼인삼색의 표정과 표현으로 저희들은 치하야의 소원을 받아들였습니다.
그것을 보고 치하야는 기쁜 듯 웃었습니다.

치하야 「…… 얘들아, 가까이 와 줄래?」

그렇게 말하는 치하야의 목소리는 정말로 작았습니다.
가까이 다가간 저희들에게 천천히, 천천히 손을 뻗어서.
그리고, 살짝 껴안았습니다.

치하야 「얘들아, 지금까지 정말로, 고마웠어……,
   너희들을 만날 수 있어서 나, 정말 행복했단다.
   미즈키, 츠무기, 시호…… 정말 좋아해」

미즈키 「…… 저희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치하야. 지금까지, 감사했습니다……」

츠무기 「치하야……. 사람은 죽으면 천국에 간다고 들었습니다.
   그것은 안드로이드도 마찬가지일까요……?
   언젠가 저희들도 천국에서 당신들과 다시 한 번 만날  수 있을까요……?」




치하야 「…… 그래, 분명히. 나는 조금 일찍 천국에서 기다리고 있을게.
   그 때에는 이 아이와도 함께 차를 마시자. 그 때가 되면, 추억을 잔뜩 들려 주렴」

시호 「그래…… 당신이 부러워할 정도로 즐거운 이야기를 들려 주도록 할게」

모두의 목소리가 바로 근처에서 들려옵니다.
표정은 보이지 않습니다.
츠무기는 울고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시호는 웃고 있는 걸까요.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다들 분명 따뜻한 표정을 짓고 있었으리라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이건 영원한 이별이 아니니까요.
치하야와는 다시 천국에서 만날 수 있을 테니까요.

미즈키 「…… 또 다시 당신과 만날 수 있다.
   그렇게 생각하면 여기에서의 이별도 슬프지는……」

그래요, 다시 만날 수 있어요.
이것은 한순간의 이별일 뿐.
그러니까, 그러니까.




치하야 「……미즈키?」

아주 가까이에서 치하야의 목소리가 들렸습니다.
몸을 맞대고 있으니 얼굴은 보이지 않지만요.
치하야에게도 제 얼굴은 보이지 않을 것입니다.
분명 그것이 제가 할 말을…….
치하야에게 하는 마지막 말을 바꾸어 놓았다고 생각합니다.

미즈키 「치하야……. 저도 부탁 하나 해도 괜찮을까요?」

치하야 「…… 그래」

미즈키 「이런 때에는…… 원래는 웃는 표정으로 이별을 맞이하는 게 맞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치하야 「……」

미즈키 「저는…… 그럴 수 있을 것 같지가 않아요……. 죄송합니다…….
   저는…… 정말, 정말 슬퍼요…….
   외로워요……치하야, 당신이 앞으로 사라져 버린다는 게…….
   정말로, 정말로 외로워요……」




미즈키 「당신이 떠난 뒤에는 꼭 웃겠습니다. 넷이서 다시 행복하게 생활하겠습니다. 약속할게요.
   그러니까, 부탁드려요 치하야. 지금만큼은…….
   지금만큼은, 치하야에게 받은…… 마음이 시키는 그대로…….
   울게 해 주세요…… 슬퍼하게 해 주세요……」

간신히 울음을 참으며 떨리는 목소리로 저는 더듬더듬 이야기했습니다.
모두가 침묵했습니다.

저는 분명 그저 어리광부리고 있을 뿐이라고 생각합니다.
치하야의 상냥함에.
그 때와는 달리 슬플 수 있다는 이 상황에.

침묵은 계속 이어졌습니다.
그 와중에, 제 마음에는 조금조금씩 후회가 몰아치기 시작했습니다.
역시 이런 말을 하는 게 아니었어.
분명 치하야를 곤란하게 했을 거야.
다른 의미로 제 눈가는 울음을 터트릴 것 같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그 때였습니다.
제 머리카락에 무언가가 살며시 닿았습니다.




치하야 「…… 고마워, 미즈키」

치하야의 손이 제 머리를 쓰다듬습니다.
천천히, 살짝 떨면서요.
분명 그 정도의 동작을 하는 것조차 힘겨워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목소리도 너무나 가늘어서 거의 한숨소리 같았습니다.
하지만 그 말이, 저의 머리를 쓰다듬는 치하야의 손이, 괴로워하던 제 마음의 족쇄를 풀어 주었습니다.

또 다시 저는 큰 소리로 울고 말았습니다.
그 때처럼, 작은 아이처럼, 치하야에게 안겨 굵은 눈물을 뚝뚝 흘리며 흐느꼈습니다.
그런 저의 머리를 치하야는 계속 쓰다듬어 주었던 것입니다.
제 눈물이 멈출 때까지 계속, 계속.

제 울음소리가 간신히 멎어, 조금씩 훌쩍이는 정도 가라앉았을 즈음.
그것을 기다렸다는 듯이 치하야의 손이 툭 떨어졌습니다.
의자에 앉은 채, 따뜻한 미소를 지은 채, 치하야는 여행을 떠났습니다.
그 때가 되어서야 저는 간신히…… 치하야도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는 것을 눈치챘습니다.







미즈키 「――괜찮나요, 시호. 조금 긴장된 표정인 것 같습니다」

시호 「…… 괜찮아. 익숙하지 않은 것뿐이니까」

츠무기 「시호, 말을 걸어 주세요. 분명 대답할 겁니다」

시호 「그래……. 하지만 불안한걸. 당연하긴 하지만 우리들과는 겉모습이 완전히 달라서……」

고양이 「냐아ー」

시호 「앗……」

미즈키 「…… 울었네요. 냐아ー 냐아ー」

시호 「냐아ー 냐아ー」

츠무기 「…… 후훗. 후후후후훗!」




시호 「자, 잠깐만. 그렇게 웃을 일도 아니잖아」

츠무기 「죄송합니다. 하지만……. 시호도 고양이도 정말 사랑스러워서요」

시호 「ㄱ, 고양이면 몰라도 나는……」

치하야 「무슨 일이니? 왠지 소란스럽네」

미즈키 「치하야. 잠깐 고양이랑 이야기를 하고 있었습니다」

치하야 「어머, 그랬구나. 그럼 나도…… 안녕, 고양아. 냐아ー 냐아ー」

고양이 「냐아ー」

치하야 「! 후훗, 귀여워라…….  이 아이를  들이길 잘했어.
   너희들이 고양이를 기르자고 했을 때에는 조금 의외였었는데」

츠무기 「…… 네, 정말 좋은 결정이었습니다. 새로운 가족도…… 즐거운 추억도 늘었습니다」

시호 「그러네……. 앞으로도 추억을 잔뜩 만들어야겠지」

미즈키 「…… 네. 즐거운 추억을 산더미처럼 만듭시다. 행복해집시다.
   시호, 츠무기, 치하야……. 앞으로도 잘 부탁드립니다」




……치하야,  보고 계신가요?
아뇨, 안 보고 있는 게 좋을지도 모르겠네요.
지금의 저희들의 모습을 보면 분명 샘이 날 테니까요.

당신이 부러워하는 그 표정을 저희들에게 직접 보여주세요.
저희들의 추억을 들려드릴 때에.
그 때를 위해 즐거운 추억 이야기를 잔뜩, 자안뜩 준비해 놓을게요.

다시 당신과 만날 날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시호 「미즈키, 무슨 일이야?」

츠무기 「자아, 차를 내 왔답니다. 준비하는 걸 도와주세요」

치하야 「후훗…… 자, 얘들아. 다도회를 해 볼까」




99: 이하, 무명을 대신하여 SS속보VIP가 보내드립니다 2018/12/04(화) 22:19:29.06 ID:c8byziSW0
끝입니다. 어울려 주신 분들 감사합니다, 수고 많으셨습니다.
EScape의 드라마 파트는 정말 훌륭하니 꼭 들어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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