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판 카테고리.

  1. 전체목록

  2. 그림

  3. 미디어



[밀리마스] 치하야 「자아, 얘들아. 다도회를 해 볼까」 [EScape] (2)

댓글: 4 / 조회: 1325 / 추천: 3


관련링크


본문 - 05-22, 2019 23:12에 작성됨.

치하야 「자아, 얘들아. 다도회를 해 볼까」 (1)에서 이어집니다.

 







츠무기 「필요한 야채는 이게 전부네요」

시호 「식재료는 모두 샀어. 그 외에 꼭 사야 하는 건……」

미즈키 「찻잎이네요. 자, 다음 가게로 가죠」

치하야 「그래. 오늘은 뭘 살까」

우리들의 기억이 돌아온 지 며칠이 지났습니다.
어째서 기억이 돌아온 것인가, 원인은 아직 제대로 밝혀지지는 않았습니다.
세리카가 말하기로는 형태를 잃은 기억 데이터가
교통사고라고 하는 강한 자극을 받아 복구된 것 같다고 합니다.

하지만, 그 설명도 애매한데다 추측의 영역을 넘지 못합니다.
결국 이것은 저희들에게 인풋된 감정 데이터와,
그 데이터를 기초로 한 저희들의 바디가 조합되었기에 일어난 기적과도 같은 일.
세리카는 마지막으로 그렇게 말했습니다.






하지만 세리카가 마지막으로 한 그 말에, 저는 납득할 수 있었습니다.
이론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기적.
그런 이상한 힘이 「마음」에는 존재한다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니 모처럼 일어난 기적을 저희들은 남김없이 누리고자 합니다.
두 번째의 인생을.
이번에는 임무도 아무 상관 없는, 행복해져도 되는 인생을 즐기고자 합니다.
안드로이드라고는 하지만, 치하야도 있으니까요.

하지만…… 그렇게  나눈 저희들의 결의는 조금씩, 하지만 치명적으로 무너져갔습니다.

치하야 「그러면, 오늘은 어떤 찻잎을 살까? 저번에 샀던 거랑 같은 것도 괜찮겠지만……」

미즈키 「그러네요……. 모처럼이니 다른 걸 사 볼까요」

시호 「하지만 찻잎만 잔뜩 늘어서 있으니 고민되는걸……. 뭘 고를까」

츠무기 「! 그러면, 저건 어떨까요?」

치하야 「후훗. 그래, 좋아. 츠무기, 저 차를 좋아하니?」






츠무기 「네. 게다가 치하야도 좋아한다고 전에 말하셨으니까요」

미즈키 「윽! 츠무기, 그건……」

치하야 「……? 확실히 좋아하는 거긴 하지만……. 그런 얘기를 한 적이 있었던가」

츠무기 「에……」

그렇습니다.
츠무기가 손에 든 찻잎을 좋아한다고 했던 건, 이 치하야가 아닙니다.
인간 치하야가 아직 살아 있을 때 말했던 것이지요.

시호 「…… 정말, 무슨 소리 하는 거야. 그 차를 좋아한다고 했던 건 나였잖아?」

츠무기 「아…… 그, 그랬지요. 죄송합니다」

치하야 「그랬었니? 후훗, 그럼 이 차를 사는 걸로 할까」

눈치를 챈 시호가 재빨리 끼어든 덕에, 그것을 치하야가 이상하게 생각하는 일은 없었습니다.
하지만, 그 때 츠무기의 표정에 드리운 그림자는 날이 갈수록 점점 짙어져 갔습니다.






……치하야는 정말로 치하야와 똑닮았습니다.
외견이나 목소리뿐만이 아니라 말투나 사고방식, 인격을 비롯한 여러 면에 있어서,
정말이지 저희들이 알고 있는 인간 키사라기 치하야 그 자체였습니다.

하지만, 기억하지 못한다.
그 치하야라면 기억했을 일을 이 치하야는 기억하지 못한다.
했을 말을 하지 않는다.
들었을 터인 일을 들은 적이 없다.

혹시 이 치하야가 인간 치하야와 완전히 달랐다면 그런 건 신경쓰이지 않았겠지요.
하지만, 기억 이외에 전부 같았기에, 저희들은…….
특히 츠무기는, 마음에 그림자가 드리우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츠무기가 기억을 혼동하게 된 것은 그 찻잎 사건 때문뿐만이 아니었습니다.
그 후로도 몇 번에 걸쳐 인간 치하야와의 추억과 안드로이드 치하야의 추억이
문득 정신을 차려 보면 섞여 있어, 그 때마다 츠무기는 정말 슬픈 듯한 표정을 짓고 있었습니다.

츠무기는 분명 저보다도 치하야를 좋아했겠지요.
또 저보다 감정의 기복이 큰 아이였습니다.
그러니 더욱 소중한 추억이 잊혀지고 있다고,
그렇게 생각하게 되어 버리는 경향이 저보다 훨씬 강했다고 생각합니다.






츠무기 「――치하야는, 이제 더는 추억을 떠올리지 못하는 걸까요」

미즈키 「……츠무기?」

차를 준비하고 있을 때의 일입니다.
거실에 있는 치하야에게 들리지 않을 정도로 작은 소리로 츠무기는 속삭이듯 말했습니다.

시호 「……세리카한테 들었잖아? 아니, 들을 필요조차도 없었지…….
  치하야는 우리들과는 달리 원래 안드로이드였던 게 아니야.
  인간 치하야와 지금의 치하야는…… 다른 사람이야. 기억을 떠올린다는 것 이전의 문제라고」

츠무기 「하지만…… 그렇게 똑 닮았는데……」

미즈키 「츠무기……」

츠무기 「…… 죄송합니다. 두 분은 먼저 가 주세요. 나머지는 제가 할 테니까」






등을 돌리고 있어 그렇게 말한 츠무기의 표정을 볼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그런 츠무기의 등에 대고 해야 할 말조차 떠올리지 못하여,
우리들은 츠무기가 말한 대로 먼저 치하야가 있는 곳으로 돌아갔습니다.

치하야 「어라? 츠무기는 어쩌고?」

시호 「곧 돌아올 거야. 우리들은 테이블 준비를」

치하야 「그래……. 저기, 얘들아. 잠깐 시간 괜찮을까?」

미즈키 「예, 무슨 일이시죠」

치하야 「요즘, 츠무기가 조금 기운이 없어 보이는데…… 무슨 일인지 알고 있니?」

목소리를 낮추어 치하야는 그렇게 물었습니다.
당연히 품게 될 의문입니다.
누가 보더라도 침울해진 츠무기의 모습은 명확히 보였으니까요.






치하야 「무슨 고민이라도 있는 거야? 너희들한테는 이야기하지 않았니?
   아니면 지난 번 그게 역시 낫지 않아서……」

걱정되는 듯한 치하야의 표정은 역시 제가 알고 있는 치하야 그 자체였습니다.
제가 정말 좋아했던 치하야의, 되도록 보고 싶지 않았던 그 표정.
치하야의 걱정거리는 조금이라도 빨리 해결하고 싶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진실을 이야기할 수는 없습니다.
이야기를 해 봐야 치하야만 곤란하게 만들 뿐입니다.

시호 「우리들은 아무것도 듣지 못했어. 하지만 당신의 말처럼
  어쩌면 저번의 점검에서 수정하지 못한 부분이 있을지도 모르니까, 다시 한 번……」

츠무기 「기다리셨습니다」

라고 시호가 말을 마치기 전에 츠무기는 찻잎을 담은 주전자를 들고 돌아왔습니다.
그 표정은 아까보다는 평온을 찾은 듯했으나, 역시 아직 조금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었습니다.






츠무기 「시간이 늦었습니다. 바로 차를 내리겠습니다」

그런 츠무기에게 치하야는 어떤 말을 해야 할지 망설이는 듯했습니다.
고민거리가 있는 것인지, 아니면 아직 고장이 수리되지 않은 것인지.
츠무기가 직접 이야기를 하는 것을 기다릴 것인지, 직접 이야기를 꺼낼 것인지.
그런 느낌으로 헤메는 치하야를 곁눈질하고, 츠무기는 찻주전자에 뜨거운 물을 넣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그 때였습니다.

치하야 「윽! ㅊ, 찻잎이……」

뜨거운 물을 부은 순간, 찻주전자 속에 있던 찻잎이 급격하게 부풀기 시작했던 것입니다.
그 광경을 저는 본 적이 있었습니다.
네…… 미역입니다.
찻주전자에 들어 있던 것은 건조 미역이었습니다.






혹시.
그렇게 생각하며 저는 츠무기에게 눈을 돌렸습니다.
하지만 츠무기는, 저희들 이상으로 눈을 동그랗게 뜨고 미역이 부풀어오르는 모습을 보고 있었습니다.
아무래도 일부러가 아니라 정말로 「그 때」와 같은 실수를 저지른 것 같았습니다.

츠무기 「ㅈ…… 죄송합니다. 저기, 저……」

치하야 「이거, 미역이네……. 찻잎과 미역을 헷갈리다니, 이런 실수 처음 봐」

츠무기 「윽……!」

치하야 「저기, 츠무기. 역시 너, 무슨 걱정거리가……」

그렇게 말하고, 치하야가 주전자에서 츠무기에게 시선을 돌리려 고개를 올린 것과 동시였습니다.

츠무기 「처음이 아닙니다」

치하야 「에……?」






츠무기 「저는 이전에도 같은 실수를 했습니다.
   치하야, 당신의 앞에서 완전히 똑같은 실수를 했습니다」

시호 「츠무기……?」

미즈키 「기다려 주세요, 츠무기. 무슨……」

치하야 「같은 실수를……? 아니, 하지만 그런 일은……」

츠무기 「치하야, 떠올려 주세요…….
   그 때부터 치하야는 제게 차를 내리는 법을 가르쳐 주었습니다……!
   아뇨, 차를 내리는 방법뿐만이 아니에요!」

미즈키 「츠무기……!」

츠무기 「치하야, 부탁입니다! 떠올려 주세요!
   당신은 우리들에게 많은 것을 알려 주었어요!
   당신은…… 당신은 우리들에게, 마음을……!」

미즈키 「안 됩니다, 츠무기! 그런 말을 해 봐야 치하야를 곤란하게 만들 뿐이에요!」






츠무기 「미즈키, 하지만, 하지만……! 우으…… 우아아아아……!」

결국 츠무기는 양손을 얼굴에 파묻고 울기 시작했습니다.
이제 한계였던 것이겠지요.
츠무기의 마음은 제가 생각하고 있던 것 이상으로 닳아 버린 듯했습니다.
치하야를 정말 좋아했기에, 소중한 추억을 잊어버렸다는 게 괴롭다.
어쩌다 보니 우리들이 추억을 떠올릴 수 있었던 것처럼, 치하야에게도 같은 기적을 기대하게 되어 버린 겁니다.
그 기대가 츠무기의 마음을 더욱 몰아넣었겠지요.
지금의 그녀는 그런 상태였습니다.

미즈키 「죄송합니다, 치하야……. 역시 츠무기는 아직 점검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바로 연구소에 데려가겠습니다. 바로 돌아올 테니까요……」

그렇게 하여 곤혹한 표정을 짓고 있는 치하야, 그리고 시호를 남기고 우리들은 방에서 나왔습니다.






《〇월 ×일 치하야》

치하야 「윽……」

미즈키는 울음을 그치지 않는 츠무기를 데리고 방에서 나갔다.
방에 남은 나와 시호를 침묵이 감쌀 뿐.

……모르겠어.
츠무기는 대체 무슨 소리를 하는 거지?
아무리 기억을 떠올려 봐도 츠무기가 그런 실수를 한 적은 한 번도 없었을 텐데.
아니…… 이것뿐만이 아냐.
츠무기는 요즘 내 기억엔 없는 일을 문득 몇 번이고 말했었지.
그 내용은 전부 나와 관련된 이야기들이었어.
그건 정말로 단순한 고장인 걸까?
도대체 그 아이는…… 우리들에게, 무슨 일이…….

시호 「…… 당신은 안드로이드가 되어서도 그 아이들을 몰아붙이는구나」






그 말을 듣고 시선을 옮기니, 바닥을 보고 있는 시호의 옆모습이 보였어.

치하야 「무슨 소리야……? 시호, 당신은 뭔가 알고 있는 거야?」

시호 「……」

치하야 「…… 알고 있는 거네. 그리고 그걸 나에게는 말 못 할 이유가 있다……. 그런 거야?」

시호는 대답하지 않고 묵묵히 정면만을 바라보았어.
그런 그녀에게 내가 말을 걸기 위해 입을 뗀 그 순간.

시호 「좋아. 가르쳐 줄게. 모두, 이야기하겠어」

치하야 「!」

시호는 다시 나를 바라보았어.
그 표정은, 본 적이 없는 것.






그리고 시호는 천천히 이야기를 시작했어.

시호, 츠무기, 미즈키는 다시 제조된 안드로이드였다는 것.
원래의 제조 이유.
키사라기 치하야라는 인간의 존재.
그녀들이 맞은 결말…….

나는, 키사라기 치하야를 재현하여 만들어진 안드로이드였어.
그리고 이 아이들은 이전의 기억을 모두 떠올렸고,
그것 때문에…… 나 때문에, 츠무기는 너무나도 아픈 경험을 하고 있다고.

시호의 이야기를 듣고 나는 아주 잠깐 「더 빨리 이야기해 주었더라면」이라고 생각했어.
하지만 바로 생각을 고쳐먹었지.
미즈키가 아까 말했던 것처럼.
그런 이야기를 해 봐야, 나를 곤란하게 만들 뿐이니까…….






치하야 「…… 나를 위해 말하지 않고 있던 거네. 하지만…… 이야기해 줘서 고마워, 시호」

시호 「감사 인사는 필요 없어. 당신에게 이 이야기를 해 준 건 그 아이들을 위해서니까」

그리고 시호는 시선을 피했어.
하지만 곧 나를 똑바로 바라보고서,

시호 「당신에게 키사라기 치하야의 기억이 없다는 것 때문에 츠무기는 너무나도 고통받고 있어.
  거기에 조금이라도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행동하도록 해」

치하야 「시호……」

시호 「내가 조사했던 것도 포함해서, 키사라기 치하야에 관한 데이터가 얼마나 남아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있다고 한다면 연구소겠지. 마더 리츠코가 관리하고 있을 가능성은 있어」

치하야 「…… 고마워」

시호 「나는 그 아이들의 상태를 보고 오겠어. 당신은 자신이 지금 해야 한다고 생각되는 일을 하도록 해」

그 말을 남기고, 방을 나섰어.






……역시, 시호는 정말 착한 아이야.
그 아이는 분명 내 마음을 알아채고 있었던 거겠지.
내 탓에 츠무기가 괴로워하고 있다는, 자신을 책하는 기분을.
그래서 그렇게 엄한 말을 한 거야.
어떻게 하면 좋을지까지 알려 주고 말이지.

그래…… 우선 지금 내가 해야 할 일은,  나의 원본이 된 인간 키사라기 치하야에 대해 아는 것.
그리고 할 수 있다면 그녀의 기억을 손에 넣는 것.
그러면 문제는 모두 해결돼.

그걸 위해…… 연구소에 가자.
마더 리츠코와, 만나러 가자.









치하야 「안녕, 세리카」

세리카 「……」

연구소에 도착하니 세리카가 마중을 나왔어.
하지만 그 표정은 매우 곤혹스럽다는 듯했지.
사실 그렇다기보다는 어떤 표정을 지어야 할지 모르겠다는 것처럼도 보였어.

치하야 「이미 전후사정은 들었지?」

세리카 「……네. 시호에게, 아까 연락이 왔습니다」

치하야 「그래. 부탁할게, 세리카. 마더와 만나게 해 줘」

세리카 「네……. 그러면, 이쪽으로……」






세리카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안으로 들어갔어.
뭐라고 말해야 좋을지 모르는 것처럼도 보여.
이렇게 내가, 키사라기 치하야에 대해 알려고 하는 건…….
분명 세리카는 바라지 않는 거겠지.
하지만, 나는…….

세리카 「…… 실례하겠습니다. 마더 리츠코」

마더『……』

치하야 「안녕, 마더」

마더『세리카, 말했을 터이다. 무슨 문제가 일어난다고 해도 나는 관여하지 않기로.
   너도 자신이 모두 대처하겠다고 말하지……』

치하야 「내가 바랐던 거야. 마더와 만나고 싶다고」

마더『……』






치하야 「벌써 사정 파악은 다 된 거지?
   부탁해, 마더…… 나에게, 키사라기 치하야에 대해 알려 줘」

마더『분명 키사라기 치하야에 관한 데이터는 모두 보관하고 있다.
   하지만, 너는 그것을 알아서 어떻게 하려는 것이지?』

치하야 「나는……」

마더 「안다고 해서 네가 키사라기 치하야의 기억을 얻을 수는 없다.
   역사상의 위인들의 일화를 듣는다 해도 그 인물의 기억을 얻을 수 없는 것과 같은 이치지.
   너는 그녀들과는 달라. 키사라기 치하야와는 완전히 다른 존재인 것이다』

치하야 「…… 알고 있어. 분명 네 말이 맞겠지.
   나는 그녀의 기억을 얻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해. 그야말로 진짜 기적이라도 일어나지 않는 한……,
   하지만 나는 알아야겠어. 꼭 알아야만 해.
   당신에게 부탁하는 것도 이게 마지막이니까.
   그러니까 부탁이야……. 내게, 키사라기 치하야에 대해 알려 줘」






마더는 대답하지 않았어.
나의 진의를 살펴보는 듯, 의사를 확인하는 듯, 조용히 내 얼굴을 바라보고만 있을 뿐.
그래서 나도 조용히 마더의 눈을 계속 바라보았어.
계속 이어질 것만 같던 침묵.
하지만……

마더『…… 괜찮겠지』

치하야 「! 마더……」

마더『너에게 키사라기 치하야의 데이터를 주겠어.
   하지만 내가 해 줄 수 있는 건 그것까지야. 괜찮겠지』

치하야 「응, 그걸로 충분해. 고마워, 마더」

마더『…… 되도록 네가 기대하는 “진짜 기적”이란 게 일어나기를  기대하지』

그렇게 말하고 마더는 세리카에게 시선을 옮겼어.
세리카는 고개를 끄덕이곤, 준비를 시작했지.
디바이스를 세팅하고, 그리고――






《같은 날 몇 시간 뒤 미즈키》

시호 「―― 네, 알겠습니다 …… 아뇨, 나머지는 이쪽에서 대처하겠습니다. 그럼」

통신을 끊고 시호는 시선을 내리더니
그리곤 우리들을 다시 바라보았습니다.

시호 「연구소에서는 이미 수 시간 전에 나왔다고 해 …… 그 사람의 데이터를 들고, 말이지」

츠무기 「……!」

미즈키 「치하야가 그 사람의 데이터를…….
   아뇨, 그보다도 어째서 아직 이쪽으로 돌아오지 않은 걸까요」

시호 「모르겠어. 지금의 치하야가 어떤 상태인지도……」






츠무기 「치…… 치하야의 기억은, 지금 어떤 상태인 걸까요……」

시호 「글쎄. 하지만 혹시 기억이 돌아왔다고 하면 바로 여기로 돌아왔을 거라고 생각하는데
  어쩌면 역시 아무것도 변한 게 없어서…….  겸언쩍어서 돌아오지 못하고 있는 걸지도 몰라.
  츠무기가 저렇게 되었으니까」

츠무기 「그, 그럼 제 탓에……!」

미즈키 「츠무기의 책임이 아닙니다.
   하지만, 치하야가 지금 여기에 돌아오지 않았다는 건 사실입니다.
   바로 마중을 나가는 편이 좋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시호 「그러네. 그냥 기다리고만 있을 수도 없으니까」

츠무기 「바로 가죠! 아…… 하지만, 어디로……?」

미즈키 「확실하지는 않지만, 지금의 치하야가 갈 만한 곳이라고 하면――」









미즈키 「! 치하야……」

저희의 추측은 맞아떨어졌습니다.
로프 너머 펼쳐진 공터.
치하야는 그곳에 혼자 서 있었습니다.
저희들을 알아차린 치하야가 돌아서 저희들을 보더니, 다시 눈을 피했습니다.

미즈키 「치하야…… 여기에서 무엇을 하고 있던 건가요?」

치하야 「…… 그러니까……」

미즈키 「아뇨, 자세한 이야기는 나중에 듣겠습니다. 우선 돌아가죠. 저희들의 집으로」

제 말에 치하야는 고개를 들었습니다.
그 때 본 그녀의 표정과 모습으로부터…… 저는 이해했습니다.
역시, 기억을 되찾지는 못했다는 것을.






집에 돌아올 때까지 저희들은 거의 아무 말도 하지 않았습니다.
치하야도 거의 고개를 숙인 채 있었습니다.
그런 그녀의 모습을, 특히 츠무기는 아픈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츠무기는 감정을 억누르지 못하고 치하야에게 달려들고 만 것을 깊게 후회하고 있었습니다.
그것 때문에 치하야에게 그런 표정을 짓게 만들고 만 것에 큰 책임을 느끼는 듯했습니다.

츠무기도 이해하고 있겠지요.
그 사람은 이 치하야와는 다른 사람이라는 것을.
그리고 이 치하야도, 우리들의 소중한 동료이자 가족이라는 것을.
이 치하야와와 함께 한 행복한 시간도, 추억도,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것이라는 것을.
그저 잠깐 잊어버렸던 것 뿐이고, 분명 알고 있을 겁니다.

그렇기에 이렇게 자신의 언동으로 치하야가 괴로워하는 것에,
츠무기 자신도 이렇듯 마음 아파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시호도 그럴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동료가 이렇게 슬픈 듯한 표정을 하고 있는데.
거기에 마음이 아프지 않을 리가 없습니다.






치하야 「――…… 도쿄 스프롤을 걷고 있었어」

집으로 돌아와 의자에 걸터앉고는 치하야는 그렇게 말을 꺼냈습니다.

치하야 「벌써 눈치챘을 거라 생각하지만…….
   데이터를 얻었는데도 역시 나는 그녀의…… 키사라기 치하야의 기억을 되찾을 수 없었어.
   하지만…… 알고 싶게 된 거야. 그녀가 사랑했던, 지키려고 했던 이 도시를…….
   여기에 사는 사람들을 다시 한 번 더 되돌아보고 싶어서……」

시호 「…… 그래서 몇 시간 동안 도시 속을 걸어돌아다녔다는 거야?」

츠무기 「그럼, 그 장소에 있었던 건……」

치하야 「…… 그것도 똑같아. 그녀가 너희들과 지냈던 장소를, 내 눈으로 똑똑히 확인하고 싶어서……」






계속 시선을 피하고 있던 치하야는, 그 때 입술을 달싹였습니다.
그리고 약간 떨리는 목소리로 말을 이었습니다.

치하야 「아니……. 그저 보고 싶었던 것뿐만이 아냐. 역시 나, 기대해 버려서……
   어쩌면, 실제로 그 장소로 가면 기억을 손에 넣을 수 있을 수도 있지 않을까, 해서…….
   하지만 그녀의 기억이 없는 나는…… 단순한 가짜니까…….
   분명 앞으로도 너희들을 괴롭게 할 테니까……」

치하야의 얼굴은 완전히 가려져서 표정은 전혀 보이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그 목소리는 제 마음을 쥐어짜는 것이었습니다.
츠무기가 느꼈던 아픔은 분명 이 이상이었겠지요.
치하야가 자신을 「가짜」라고 하게 된 것…… 하게 되어 버린 것.
그것은 정말로 슬프고, 괴로운 일입니다.

거실을 답답한 침묵이 감쌉니다.
하지만 그 때, 얕은 한숨이 침묵을 깨뜨렸습니다.

시호 「역시 당신은 그 사람이랑은 완전히 다른 사람이네.
  똑닮았다고 생각했었는데, 그건 내 착각이었나 봐」






한 순간뿐이었지만 저는 시호가 치하야를 탓하고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그 말투는 전혀 그런 것 같지 않았습니다.
시호는 그 말투로 계속 말을 이었습니다.

시호 「내가 조사했던 키사라기 치하야라는 인간은 어떤 이유가 있다고 해도,
   절대로 사람을 본따 만든 안드로이드를『가짜』라곤 부르지 않아.
   사람도 안드로이드도, 그것이 어떤 상대라도 사랑으로 감싸안으려 했던, 그런 사람이었으니까」

그렇게 시호는 저와 츠무기에게 눈길을 돌렸습니다.
그 시선을 받은 츠무기는 눈을 땡그랗게 떴습니다.
그리고 입술을 세게 깨물고, 한 발짝 앞으로 나와 떨리는 목소리로 외쳤습니다.

츠무기 「ㄱ…… 그 말이 맞아요! 당신은 가짜같은 게 아니에요!」

치하야 「! 츠무기……」






츠무기 「치하야는 치하야입니다! 그 사람과는 관계 없어요!
   치하야는 그 사람의 가짜같은 게 아니에요!」

미즈키 「…… 두 분께서 말씀하신 게 맞습니다. 그 사람은 말했어요.
   사람도, 안드로이드도, 둘 다 어엿한 생명이라고.
   당신은…… 이 세상에 안드로이드로서 만들어진 우리들의 동료.
   안드로이드『치하야』라고 하는, 대체될 수 없는 존재입니다」

치하야 「…… 얘들아……」

츠무기 「그러니까, 저기…… 정말 죄송했습니다.
   제가 중요한 것을 잊어버려서, 당신을 괴롭게 만들었다니…….
   하지만, 더는 잊어버리지 않을 겁니다! 당신과 키사라기 치하야를 더는 혼동하지 않아요!」

치하야의 뜬 눈이 조금씩 잠기는 것이 보였습니다.
하지만 치하야는 그것을 참는 듯이 꼭 눈을 한 번 감더니,

치하야 「고마워, 얘들아……」

그렇게 말하곤, 엷게 웃었습니다.






그 표정은…… 지금껏 본 적 없는 진짜『치하야』의 표정이었습니다.
그 사람과는 다른 안드로이드 치하야 자신의 표정이었습니다.
그것은 분명 치하야가 스스로를, 그녀 자신을 받아들였다는 것.
그리고 그 표정을 저희들은 매우 쉬이 받아들일 수 있었습니다.

미즈키 「치하야……. 앞으로도 잘 부탁드립니다」

치하야 「응…… 미즈키, 츠무기, 시호. 앞으로도 잘 부탁해」

그렇게 말하곤 치하야는 미소지었고, 츠무기와 시호도 따라 웃었습니다.
어쩌면 지금 겨우 시작된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저희들 네 사람의 진정한 생활이.

그래요 ……치하야는 치하야.
그 사람과는 다른 사람.
그리고 어떤 치하야라도 각기 둘도 없는 존재입니다.
물론, 혹시 이 치하야에게 그 사람의 기억이 되살아났다면 그것도 매우 기쁜 일이었겠지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지금이 불행할 리는 없습니다.
이 치하야도, 함께 지낸 나날도, 추억도, 결코 가짜같은 게 아니니까요.


 치하야 「자아, 얘들아. 다도회를 해 볼까」 (3)에서 이어집니다.

3 여길 눌러 추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