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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야미 카나데 「아빠앗」

댓글: 4 / 조회: 1917 / 추천: 4



본문 - 05-12, 2019 17:00에 작성됨.

1>>  2019/03/23



 오전에 퍼붓던 비도 그치고 맑은 하늘이 기분 좋게 펼쳐지는 오후의 한 때였습니다.


 2학년 3반. 오후 첫 수업은 야마모토 선생님의 세계사.
 아주 깊이 관심을 기울여서 들을 내용은 없습니다.
 하지만 시종일관 온화하게 진행되는 분위기 덕에 반 안에선 꽤 높은 인기를 자랑하고 있습니다.


 지난 수업에서 이어지는 식으로 설명되는 30년 전쟁에 대한 해설.
 야마모토 선생님은 이번 수업을 위해서 자료를 준비해 왔습니다.
 인터넷의 프리 어카이브에서 인용해 온 몇 점의 그림입니다.
 흑백 인쇄된 종이를 몇 묶음씩, 가장 앞에 앉아 있는 학생들에게 건넵니다.


 앞에서 세 번째 줄에 앉아 있는 카나데 쨩은 알아차렸습니다.
 자기보다 뒤에 앉아 있는 건 두 사람.
 앞에서 건네받은 자료는 단 두 부.
 이대로는 한 부가 부족해지고 만다는 걸요.

 야무진 소녀 카나데 쨩은 예쁜 팔을 쭉 뻗었습니다.
 부족한 자료를 한 부 더 달라고 할 생각이었을까요.



 하지만, 분명, 방심했다간 잠들어 버릴 것만 같은 오후의 햇살 탓이었겠지요.


  「아빠앗」





  ① 코이데 씨의 경우


 일단 틀림없이, 어젯밤 늦게까지 페르소나랑 씨름하던 게 문제였겠죠.
 아침부터 노란색까지 깎여 있던 체력 게이지는 4교시 체육 시간부터는 빨간색으로 표시돼 있었습니다.

 점심을 먹은 덕분에 체력 게이지는 확실히 회복됐습니다.
 하지만 배에 가득찬 영양분은 코이데 씨의 눈꺼풀로 자비없이 침공해 가고 있었던 겁니다.
 애초부터 무방비 상태의 도시였던 그의 영토로.
 순식간에 세상에 이별을 고하려 하고 있었습니다.


  「아빠앗」


 좌측에서 날아와 착탄한 한 마디 말이 졸음군의 선봉대를 날려 버렸습니다.

 반사적으로 떠진 눈꺼풀.
 눈 앞에는 확실히, 앞자리의 테라가이 군이 넘긴 자료가 세 부 정도 보였습니다.
 그리고 시선을 왼쪽으로 옮기면, 거기에는 당연히 카나데 쨩이 있었고, 손을 작게 들고 있습니다.



 ―― 나 있잖아. 스카우트, 받은 것 같아.


 반 년 전의 봄날. 어딘가의 벤치에 나란히 앉아.
 그렇게 흘러나온 카나데 쨩의 말을 듣고 코이데 씨는 놀라지도 않고 끄덕였습니다.
 뭐, 올 게 온 거지. 응.
 그 정도 기분으로 팔짱을 낀 채 세 번 끄덕거렸습니다.


 코이데 씨는 고등학교 1학년 때부터 카나데 쨩과 어울리고 있었습니다.
 뭐어 그 때부터 평소에도 말문이 막힐 만큼 미소녀라고 생각하곤 있었지만, 설마 했던 아이돌이라니.
 스카우트받는 거야 당연하겠지만.
 오히려, 아이돌이 아니라 모델이 더 낫지 않아? 라고까지 생각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그런 생각이 뒤집히는 데 오랜 시간이 필요하진 않았습니다.
 아이돌의 세계에 뛰어든 카나데 쨩은 그녀만의 매력을 유감없이 발휘해 나갔으니까요.
 아름답게, 멋지게, 힘차게.
 휘황찬란한 아이돌 세상에서도, 카나데 쨩은 카나데 쨩 그대로였습니다.


 그녀가 출연하는 루즈 CM이 방송된 다음 날을 코이데 씨는 똑똑히 기억하고 있습니다.
 그 CM에 나온 녀석, 우리 학교 2학년 하야미라던데.
 그런 한 마디가 불을 붙여서, 그 날 카나데 쨩 앞에는 구경꾼이 끊이지 않았었지요.


 그렇게 자랑스러운 친구가 선생님을 아빠라고 불러 버렸습니다. 큰일입니다.



 그 짧은 한 마디에 코이데 씨는 알아차리고 말았습니다.
 자기도 모르게, 어느덧 그녀를 머나먼 세상에 사는 사람이라고만 생각하고 있었다는 걸요.
 사실은 카나데 쨩도, 선생님을 아빠라고 부르는 실수도 하는 한 명의 소녀라는 걸요.

 이럴 때 친구로서 어떻게 해 줘야 할지.
 코이데 씨는 몰랐습니다.
 싸하게 고요해진 교실 안에서 카나데 쨩은 손을 든 채 굳어 있습니다.
 찰랑찰랑한 머리카락 사이로, 모양 좋은 그녀의 오른쪽 귀가 찬찬히 물들어 가는 것만은 알 수 있었습니다.


 지금 이 순간 태클을 걸 수 있는 건 코이데 씨 뿐입니다.
 카나데 쨩의 왼쪽에 앉은 오조네 씨도, 뒤에 앉은 오기야 씨도.
 아쉽지만 카나데 쨩이나 코이데 씨와 어울리는 그룹에 속해 있진 않으니까요.
 이 상황에서 말을 꺼낼 수 있는 건 역시 단 한 사람, 코이데 씨밖에 없는 겁니다.


 앞에서 흐읍, 하고 작게 숨을 들이마시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②나가츠 군의 경우


 시시각각 다가오는 수험 전쟁의 발소리.
 부모님의 의향에 따르는 형태로 이 진학교에 들어온 나가츠 군에게 있어서는 피할래야 피할 수 없는 의무라고 할 수 있겠지요.
 괜찮은 기업에 들어가서 1분 1초라도 빨리 자립하고 싶어.
 1분 1초라도 수험 생각은 하고 싶지 않아.
 손에 잡힐 것만 같은 우울함이 그의 양 어깨를 짓누르고, 밀어내려는 듯한 한숨이 흘러내립니다.

 하지만 요즘엔 좋은 일도 있었습니다.
 그래요. 2학기 첫 자리 배정 때 카나데 쨩의 앞 자리를 손에 넣었던 겁니다.


 카나데 쨩은 상냥한 소녀입니다.
 나가츠 군이 자료 따위를 카나데 쨩에게 전달할 때마다,

  「고마워」

 뒤돌아보는 그에게 미소지으며 말해 줘서 정말 큰일입니다.
 응, 이나 어, 라고 대답하는 것도 우스워 보일 것 같다는 생각까지도 들게 됩니다.
 그래서 이제 나가츠 군은, 가볍게 끄덕이는 정도로 인사하고 있었습니다.


 2학기 들어서 나가츠 군의 성적은 조금씩 오르고 있습니다.
 수업 중에, 점심 시간에, 누군가의 농담을 들을 때.
 쿡쿡하고 웃는 카나데 쨩의 목소리가 들릴 때마다 왠지 모르게, 성실하게 살아가자고 다짐하게 됐으니까요.



  「아빠앗」


 한 순간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이해할 수가 없었습니다.
 평소대로 자료를 건네주고, 평소대로의 미소를 본 다음.
 자 오늘도 힘내 보실까, 하며 샤프를 빙글 돌리자마자 들려온 소리에.

 놓쳐 버린 샤프가 오른손을 떠나 날아가 버렸습니다.
 소리를 내며 굴러가는 펜이 어디로 갈지는 몰라도, 지금의 그에겐 정말 아무래도 좋은 일입니다.


 지금, 하야미 씨가 선생님을 아빠라고 부른 것 같아. 아니 불렀지.


 왜, 갑자기 그런 일이 일어나 버렸을까.
 생각하자마자 나가츠 군은 짐작할 수 있었습니다.

 방금 전에 카나데 쨩에게 넘긴 자료 묶음.
 한 부 부족하긴 하지만 뭐어 뒤에서 알아서 하겠지.
 그런 식으로 가볍게 무시하고, 그런 것보단 카나데 쨩의 미소를 눈에 새기려 하고 있었는데.


 방금 전에도 말했던 것 같지만 카나데 쨩은 상냥한 소녀입니다.
 분명 그녀가 자료를 더 받으려고 했던 거겠죠.


 그러면, 이 사태는 내가 일으킨…… 거잖아?


 나가츠 군의 표정에서 핏기가 가십니다.



 자신의 게으름 탓에 카나데 쨩이 부끄러운 일을 당하게 된다니, 그런 건 나가츠 군에게 있어서 참을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지금 이 상황에 뒤돌아보면서 진지하게 사과한다고 쳐 보죠.
 분명 아무에게도 보여 주고 싶지 않은 부끄러운 표정을 가까이서 봐 버리게 될 겁니다.


 아~~ 무리이~~~~. 어? 보고 싶은 게 당연하잖아? 하~~ 보고 싶다. ※무리 사파리 파크.



 나가츠 군의 머릿속에 솔직한 감정이 가득찹니다.
 아무도 뭐라 할 수 없을 만큼 솔직한 감정이었습니다.

 분명 평생 간직할 만한 보물이 되겠지요.
 자기 전에 떠올리기만 해도 인생이 풍족해질 것만 같은, 그 정도로 소중한 보물이.
 그걸 손에 넣기 위해선 수많은 대가를 치러야만 할 테지만요.


 나가츠 군의 머릿속에서 천사와 악마가 다투기 시작했습니다.
 「보거라」 고 주장하는 악마의 다리를 「눈에 새겨넣어라」 고 말하는 천사가 걸어 넘어뜨립니다.
 그대로 악마 위에 올라탄 천사는 주먹으로 악마의 얼굴을 몇 번이고 후려칩니다.
 무익한 분쟁 끝에 「엉망진창으로 본다」 는 결론이 재확인되려는 그 순간.


 앞에서 흐읍, 하고 작게 숨을 들이마시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③야마모토 선생님의 경우



 좋은 직장이다, 야마모토 선생님은 평소에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학생들은 다들 성실해서 착한 아이들이라고 말할 필요도 없을 정도.
 수업은 진지하게 들어 주고, 쉬는 시간에는 아이들답게 떠들썩.

 시험 성적이 품행과 비례하는지는 모릅니다.
 하지만 이 진학교에서 교편을 잡고 있는 동안 야마모토 선생님은 믿어도 괜찮을 것 같다고 생각하게 됐습니다.


 좋은 학생들에 어울리는 좋은 교사가 되어야겠다고.
 야마모토 선생님은 그렇게 다짐하고서, 언제나 열심히 수업 준비에 임합니다.
 문장보다는 그림이 기억에 남기 쉽다는 말을 듣게 된 게 계기였을까요.
 선생님의 수업은 그림이나 사진을 많이 이용하는 게 특징이라는 얘길 듣곤 합니다.

 이번 수업의 내용은 30년 전쟁.
 각국의 기대와 이익이 복잡하게 얽히고설키는 어려운 부분이라, 완전히 이해하기도 쉽지 않습니다.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면 좋겠다고 바라면서, 야마모토 선생님은 이번 시간에도 몇 장의 그림을 준비해 왔습니다.


  「아빠앗」



 맨 앞에 앉아 있는 학생들에게 자료 묶음을 다 건네고 나서 교단에 되돌아오자마자.
 수업용 노트를 펼치려는 순간 갑자기 귓속으로 뛰어들어온 말 한 마디.
 그게 카나데 쨩의 목소리였으니까, 그도 깜짝 놀라 고개를 들고 말았습니다.

 바라본 카나데 쨩은 왼손에 자료 묶음을 든 채 오른손을 슥 들어올리고 있습니다.
 당장이라도 믿을 수 없다고 말하려는 듯한 표정을 지은 채로.
 세일즈 포인트라고 할 만한 매력적인 입술은 작게 열려 있습니다.


 야마모토 선생님은 주책맞게도, 두근거리고 말았습니다.


 마흔이 된 지도 몇 년이 흘렀습니다.
 아내도 아이도 있는 몸인데도, 서글퍼지는 남성성.
 생기 넘치고 아름다운 여성에게는 아무래도 약해지는 법.
 상대가 상대다 보니 이것만큼은 어쩔 수 없었겠지요.


 사실 야마모토 선생님은 원래 카나데 쨩을, 아주 조금이지만 편애하고 있었습니다.
 교사로서는 부끄러운 일이지요.
 비난을, 매도를, 꾸지람을 들을 만한 일이겠지요.
 그 감정을 드러낼 일이 결코 없다 하더라도.



 카나데 쨩은 우수한 학생이었습니다.
 전국적으로 따져도 상위권을 차지할 게 분명합니다.
 그래도 학교가 학교다 보니 반에서는 아주 평범한 성적이었지만요.

 야마모토 선생님이 그녀를 편애하는 이유는 다름이 아니라, 그 『평범한』 성적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아이돌 활동을 시작하고 나서도 카나데 쨩의 성적이 크게 떨어진 적은 없었습니다.
 쉬는 날은 많았지만, 수업에 임할 때는 착실하게.
 야마모토 선생님은 아직도 졸고 있는 카나데 쨩을 본 적이 없습니다.

 부활동이 됐든 뭐가 됐든 열심히 할 수 있는 건 그것대로. 면학은 한결같이.
 한 번뿐인 학창 시절을 펼쳐 나가는 그들 그녀들을, 야마모토 선생님은 진심으로 사랑하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편애하던 카나데 쨩이 저지르고 말았습니다.
 시쳇말로 흑역사라는 단어가 있다는 것 정도는 야마모토 선생님도 지식으로서 알고는 있습니다.
 잊을 수 있다면 잊어버리고 싶은 과거. 하지만 잊을 수 없는 청춘의 한 페이지.
 분명 지금 이 순간은, 카나데 쨩의 마음에 작게 스친 상처를 남기게 되겠지요.

 네가 뭘 해 줄 수 있지?
 야마모토 선생님은 자기 스스로에게 물었습니다.
 흉터를 남기지 않기 위해서,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연장자로서.
 불렸으니까 되돌려 줘야만 할, 재치 넘치는 대답을.


 야마모토 선생님은, 간신히 한 마디를 떠올릴 수 있었습니다.





  ④2학년 3반의 경우


  「아빠앗」


 무심한 한 마디에 3반 학생들 모두 서로를 바라봅니다.
 학창 시절에 누구나 그런 경험을 한두 번쯤은 해 봤겠지요.
 하지만 이번에 교실에 감도는 긴장감은 격이 달랐습니다.


 2학년 3반에는 배려심 깊은 학생들이 많습니다.
 지금은 이 학교 학생이라면 모르는 사람이 없는 아이돌, 하야미 카나데.
 그녀의 일상을 어지럽히지 말자고, 누가 정한 것도 아니지만 다들 마음먹었습니다.
 카나데 쨩의 일상을 SNS에 적는다든가 하지 않고.
 즐거운 나날을 보낼 수 있도록 노력하면서, 평범한 반 친구로서 접하겠다고요.

 아이돌이 되기 전에도 카나데 쨩은 반의 인기인이었습니다.
 예쁘고, 언행도 부드럽고, 가끔 보이는 미소가 귀여우니까요.
 평소에는 쿨한 카나데 쨩이지만, 그래서인지 인망이 두터운 편이었지요.


 그래서 다들 초조해졌습니다.
 선생님을 아빠라고 부르다니, 그녀의 캐릭터와는 전혀 어울리질 않잖아요.
 나라면 모를까 하야미 씨가 그런 흑역사를 품고 살아가는 건 위험하다는 생각이 들겠지요.
 뭐가 위험한 건지는 아무도 몰랐지만, 모두의 마음은 깔끔하게 맞아떨어지고 있었습니다.



 ―― 후후…… 죄송합니다. 집에 있는 것처럼 햇살이 따스해서요.


 그렇게 사과라도 한 마디 하면, 다들 이끌리듯이 웃음을 흘리면.
 그게 이상적이었겠지요.

 하지만 사태가 너무도 갑작스러웠습니다.
 당사자인 카나데 쨩은 어떤 액션을 취할 여유도 없이 그저 손을 든 채로 굳어져 있을 뿐입니다.


 비상 사태였습니다.
 코이데 군이나 나가츠 군처럼, 다들 자기가 할 수 있는 일이 없을지 필사적으로 고민하고 있습니다.
 이러고 있는 동안에도 카나데 쨩의 귀는 점점 빨개져만 갑니다.
 이젠 1초의 유예조차 남아 있질 않습니다.


 이럴 때는 역시 연장자의 지혜가 제일인 모양입니다.
 야마모토 선생님은 반의 학생들 누구보다 먼저 최적의 해를 도출해 냈습니다.
 궁지에 몰린 카나데 쨩을 구해 주기 위해서.
 앞으로도 즐거운 수업을 계속해 나가기 위해서.

 야마모토 선생님은, 불쑥 중얼거렸습니다.





  「…… 팬서비스 쩔어」





 짧은 그 한 마디에, 분위기가 달아올랐습니다.


  「와ーー 선생님 치사해ー!」

  「하하하, 이야, 이거 미안하게 됐네. 나만 이렇게」

  「선생님도 팬이었던 거냐구ー!!」

  「싱글도 세 장이나 샀다니까. 관상용, 포교용…… 아 나머지 한 장도 포교용이었지」

  「대단해!」


 지난 반 년을 통틀어 가장 좋은 분위기였습니다.
 교실이 시끌시끌 떠들썩해져서 평소에는 얌전했던 학생들도 이끌리듯이 웃기 시작합니다.
 다같이 힘을 합쳐서 자랑스러운 아이돌의 실수를 보기좋게 커버해 낸 겁니다.
 카나데 쨩도 마찬가지로 미소지으며, 목덜미까지 빨갛게 물들이고 있었습니다.






 【에필로그】



  ⑤카나데 쨩의 경우



 오늘도 기분 좋을 정도로 맑게 갠 시부야의 거리를 빠져나와 카나데 쨩은 사무소에 도착했습니다.
 버튼을 누르고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 동안 또 방심하지 않도록 다시 기분을 정리합니다.


 아빠.


 그저께 오후의 사건은 악몽이라고밖에 표현할 수가 없었습니다.
 왜인지 평소랑은 다른 분위기로 잔뜩 달아올랐던 교실.
 거기서는 어떻게든 벗어날 수가 있었지만 문제는 그 다음이었습니다.

 코이데 씨나 다른 친구들도 다들 부자연스러울 정도로 그 사건을 건드리려 하지 않았으니까요.
 다음 시합에서 선발로 출장할 것 같다든가.
 페르소나 차기작은 언제 나오겠냐라든가.
 매점에는 숨겨진 메뉴가 있다는 소문이 돈다든가.
 평소대로, 그런 즐거운 이야기뿐이었습니다.


 하지만, 다들, 잊어버렸을 리가 없습니다.
 다들 상냥하니까 카나데 쨩의 상처를 건드리지 않으려 하고 있을 뿐입니다.
 카나데 쨩도 그걸 잘 알고 있어서, 평소보다 더 평소대로 대화를 나눠 보였습니다.


 그리고 기숙사에 돌아와 자기 방 문을 열고, 슈코 쨩이 일하러 나간 걸 확인하자마자.
 선반 위의 곰인형을 껴안고서 침대에 풀썩 다이빙했습니다.
 지난 번 촬영 때 미호 쨩에게서 받아 온 꽤나 폭신폭신한 녀석입니다.



  「우으~~ 읏……!」

  「아아 무리 진짜 무리」

  「진짜~~…… 정마알……!」


 다들 하는 그겁니다.
 인형인데도 신음을 흘릴 만큼 곰인형을 꼬옥꼬옥 끌어안고서.
 아름다운 양 다리를 파닥거리며 침대 위를 데굴데굴 뒹굽니다.


 아빠.


 다시 말하게 되지만, 카나데 쨩도 소녀인걸요.
 누구나 한 번쯤 겪을 일이라면, 카나데 쨩도 한 번쯤 겪게 된다는 거지요.



 결국 그 파닥파닥은 문 앞에서 소리가 들려올 때까지 계속됐습니다.
 돌아온 슈코 쨩을 앞에 두고, 완전히 평소대로 돌아온 카나데 쨩은 상쾌하게 인사를 건넵니다.
 사이좋게 마주앉아 저녁을 먹는 도중에 단 한 번, 아픈 기억이 떠올라 눈썹을 찡그렸지만요.


  「생리?」

  「식사중」

  「넵…… 그리고」

  「뭔데?」

  「있잖아, 저 곰인형 엄청 찌부러져 있는데. 무슨 일?」

  「………… 글쎄, 갑자기 찌그러졌어」

  「폴터가이스트」


 슈코 쨩에게도 의심을 사지 않은 채 넘어갈 수 있었습니다.



 어제가 하루종일 휴일이었던 건 카나데 쨩 입장에선 불행 중 다행이었습니다.
 이래봬도 그녀는 자기관리가 특기인 편이니까요.
 하루 정도 시간이 있으면, 아무리 심한 스트레스라도 감쪽같이 해소해 버릴 수 있습니다.

 다들 보는 앞에서 선생님을 아빠라고 불러 버린 걸 주워담을 순 없습니다.
 하지만 사태는 그럭저럭 연착륙에 성공했습니다.
 이건 2학년 3반 모두의 배려 덕분이라고 할밖에요.
 그리고 모두가 그렇게 배려해 준 건 카나데 쨩의 평소 행실 덕분이었을지도요.
 앞으로는 정신 바짝 차리고 해 나가야겠지요.


 그런 식으로, 사고 방향을 포지티브한 방향으로 고정할 수 있을 만큼은 회복할 수 있었습니다.
 지금도 5분에 한 번 정도는 『아빠』 란 단어가 뇌리를 스쳐갑니다.
 하지만 그게 뭐가 어떻다는 건가요.
 고작 이 정도 흑역사가 카나데 쨩을 어떻게 할 수 있을 리도 없는데요.


 부웅ー.



 정신을 차려 보니 엘리베이터도 내려온 것 같습니다.
 자아, 오늘도 일하러 갈 시간.
 반 친구들 모두를 깜짝 놀래킬 만큼, 멋진 카나데 쨩을 보여 주러 가야지요.


 아빠.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고 나타난 건 낯익은 얼굴이었습니다.
 그 쪽에서도 마찬가지로 바로 알아차린 모양이라, 오, 하고 작은 목소리를 흘렸습니다.


  「어머, 아빠앗――」




 ―― 깜짝 놀래킬 만큼, 멋진 카나데 쨩을 보여 주러 가야지요.







 끝.
 카나데 쨩은 귀여워.


 카나데 쨩도 여고생이니까 21시 45분까진 집에 들어가야 한다든가.
 용돈을 잘 관리해서 1000엔을 모은 다음 영화도 보러 가겠지.
 부디 그걸 잊지 말아 줬으면 해.


 그리고 무과금이라서 한정 SSR 하지메 쨩이 무서워
 아아 무서워 이쯤에서 한 번만 도와줘



노노가 나오는 아이마스 MAD.


元スレ
速水奏「お父さんあっ」

= = = = = = = = = = = = = = = = = =

늙어서 그런지 옛날 같지가 않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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