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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죠 카렌과 보내는 여름 ⑫

댓글: 5 / 조회: 695 / 추천: 3



본문 - 01-17, 2019 06:21에 작성됨.

「다녀왔어……」


 일을 끝내고 집에 돌아온다.

 어서 들어오라는 대답은 돌아오지 않았다.

 카렌은 아직 돌아오지 않은 모양이다.

 왜 갑자기 떠나 버린 걸까.


 어딘가에서 그 녀석 혼자서 생활할 수 있을 것 같진 않다.

 돈도 없고 생활 능력도 없는데.

 일부러 날짜가 바뀔 정도로 늦은 시간에 나가 버린 이유부터 모르겠다.

 카렌은 무슨 생각으로, 왜……


 부웅, 부우웅


 핸드폰이 떨린다.

 발신자는…… 마유였다.


「여보세요, 마유?」


『…… 여보세요, P 씨』


 마유의 목소리 톤은 너무도 낮았다.

 좋은 소식이 아니란 사실은 명백하다.


「무슨 일이야, 마유」

 
『…… 실은 마유, 지금 카렌 쨩 본가에 인사 드리러 왔어요. 도쿄 도내란 건 알고 있었으니까요』

 
 카렌의 본가라.

 지금은 마유가 어떻게 알아냈는지 깊이 캐물을 때가 아니다.

 분명 우연히 카렌의 학생증이라도 볼 기회가 있었던 거겠지.

 오히려 저렇게까지 찾아다녀 줘서 고마울 정도다.


『집 전화번호도 알고 있었거든요…… P 씨 핸드폰에서 봤어요』


 …… ㅁ, 뭐 괜찮겠지.
 


「그…… 목소리만 들어도, 안 좋았던 것 같은데」

 
『………… 아뇨, 인사는 하고 왔어요』

 
「뭐, 있었다고?!」

 
 뭐야. 그럼 처음부터 그렇게 얘기했으면 좋았을 텐데.

 그런 것치곤 왠지 좀 어물거리는 것 같은데.

 
『………… 아뇨…… 없었어요』

 
「…… 무슨 소릴 하는 거야? 없는데 인사하고 왔다니?」


 수수께끼야 뭐야.

 아니면 연락은 닿았다, 는 얘기였을까.

 
『………… 이상하다고 생각하긴 했어요, 처음부터요. 저런 애가 P 씨를 만날 때까지 혼자서 생활해 왔다곤 생각할 수가 없었다구요』

 
 그건 나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친구한테 의지하면 어떻게든 살 수는 있지 않았을까.

 카렌도 학교 친구 정도는 있었을 테니까.

 열다섯 살까지 병원에서 심심하게 지냈다곤 말했었지만 퇴원하고 나선 학교도 다닐 수 있었겠지.


『카렌 쨩은 2년쯤 전까지 입원해 있었다고, 본인한테 들었어요』


 그러니까, 친구 몇 명 정도는……

 …… 미묘하게 계산이 맞질 않는다.

 2년 전이면 카렌이 아직 열네 살일 때다.

 아니, 생일이 9월이니까 한두 달 정도 오차가 생긴 건가.


『…… 만났을 때, 미시로 프로덕션 소속 아이돌을 몇 명쯤 알고 있다고 말했었는데요…… 조금 오래된 얘길 하지 않았었나요?』

 
 그러고 보니 그랬다.

 이젠 아이돌 활동을 메인으로 하고 있는 타카가키 카에데를 모델이라고, 오카자키 야스하를 아역이라고 불렀고.

 마유는 잡지에서 봤다고 했었는데다 카와시마 미즈키는 뉴스 캐스터로 기억하고 있었다.

 마치, 2년쯤 전에 정보가 끊긴 것 같은……


 그 이후로는 텔레비전을 안 봤다?

 그러고 보니, 그 때부터 몸이 점점 불편해졌다고도 말했었다.

 하지만, 만약에 열다섯 살 때 이후로도 입원 생활을 계속했다고 치면.

 퇴원 날짜 계산이 더욱더 어긋나게 된다.


『…… P 씨, 카렌 쨩은 2년 전까지 입원해 있었다, 고 말했어요』


「…… 하?」


 무슨 소릴 하는 거야.

 뭐가 다른데?

 2년 전까지 입원해 있었단 얘기랑 2년 전에 퇴원했단 얘기, 무슨 차이가 있단 거야?


『병이 나아서 입원 생활을 마치는 걸 퇴원이라고 치면…… 카렌 쨩은, 애초에 퇴원한 게 아니었던 거에요』


「…… 마유, 할 말 못 할 말이 있지」


『만난 날은 12일이었어요. 그 날 바로 사무소 견학하러는 못 온다고 한 다음, 16일에 오겠다고 했었죠?』


「그렇지…… 그거랑, 무슨 상관이……」



『…… 7월 13일부터 15일까지 일정이 있었던 게 당연해요. 사흘 동안은 부모님을 뵈러 가야 했을 테니까요』

 
「13일부터 15일까지………… 아니, 잠깐……」


 들어 본 적이 있다.

 그 정도가 아니라, 어제 우리가 참가하기까지 했었다.

 
『………… 전국적으로 8월 13일부터 15일까지. 도쿄도에서만 7월 13일부터 15일까지』

 
 그럴 리가 없어.

 그냥 우연일 거야.

 우연히, 그 날 아르바이트라도 했었을 거라고.

 지금 어디 있는지 모르는 건, 절대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아서일 리가……

 
『………… 오봉이에요. 부모님께서, 다 얘기해 주셨어요』

 
「…… 그만 해, 마유……」

 
 더 이상은 듣고 싶지 않아.

 알고 싶지 않아.

 확신하고 싶지 않아.

 그런 일이 일어났을 리 없다고.

 
『일어났을 리 없다, 구요…… 그렇겠네요. 말 그대로, 애초에 만날 수 있을 리 없는 존재였으니까요』


 아냐, 그럴 리가 없어.

 분명 사흘 동안은 그냥 귀성해 있었을 뿐이야.

 하지만 그랬다면 그냥 그렇다고 얘기해 줬을 텐데.

 숨기고 싶었던 게 있었으니까, 아무 말도 안 한 거다.


『…… 사실만 전할게요. 간결하게, 카렌 쨩의 부모님께 들은 얘기를요』

 
「그러지 마…… 더 이상은……」


 발 밑이 흔들린다.

 머리가 어지럽다.

 시야가 새하얘졌다 돌아왔다를 반복한다.

 듣고 싶지 않아, 더 이상은……
 

『…… 침착하고 잘 들어 주세요 P 씨. 호죠 카렌이란 여자애는ーー』
 

 

 2년 전에, 죽었어요.







『느껴지질 않아…… 그건, 저기…… 야한 얘기인가요?』


『엣……? 그런 게 아니라, 눈빛 이야기인데……』


『…… 크흠!』


 분명, 8월에 접어들자마자…… 그랬네요오. 카렌 쨩이 핸드폰을 갖고 있는지 없는지 얘기했을 때쯔음.

 P 씨한테 데이트를 신청했다가 거절당한 마유가, 치에리 쨩한테 케이크라도 먹으러 갈까요? 하고 권유했을 때 얘기에요.

 마유씩이나 되는 여자가 추태를 보여 버렸었죠오.

 치에리 쨩이 갑자기 『느껴지질 않는다』 고 상담하러 와서, 마사지나 치료법에 대해서 성실하게 조언해 버릴 뻔했어요.


『그래서…… 시선이 느껴지지 않는다, 는 얘긴가요오?』


『응, 저기…… 저는, 그…… 민감해서요』


『역시 야한 얘기 맞죠?』


『엣……?』


『………… 크흐음!!』


 치에리 쨩, 노리고 얘기하는 거 아니었을까요?

 아무래도 성실한 얘기 같아서 그 이상 끊지는 않았었지만요.


『남들이 보고 있으면 알아차린다고 하면 좋을까…… 가끔, 바라보는 시선이 느껴지거나 하지 않나요……?』


『아아, 그런 얘기였나요…… 그래서, 무슨 일이 있었는데요?』


『…… 카렌 쨩의 시선만 전혀 느껴지질 않아요…… 빤히 바라보고 있어도, 직접 눈으로 확인할 때까지 알아차릴 수가 없어서……』


 흐음흐음…… 솔직히 아무래도 상관 없었어요.

 의욕 없는 카렌 쨩이 어떻게 되든 알 바 아니었거든요.


『그리고, 금방 잊어버리니까…… 카렌 쨩, 만났을 때 갑자기 기억이 난 적은 없나요……?』


『…… 그건……』


 짚이는 데는 있었어요.

 자고 나선 카렌 쨩에 대해서 싹 잊어버리고 깨어난 적이 많이 있었으니까요.

 이름을 듣거나 직접 만나면 기억이 났었지만, 그럴 때는 잊어버렸다는 사실 자체가 의식에서 사라져 버렸었어요.

 대체 몇 번이나 『아아, 그런 여자가 있었죠오』 라고 생각했을까요.


『그래서, 그런 얘길 왜 마유한테 하시나요?』


『…… 마유 쨩이라면 분명히 잘 해결해 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서……』


 유닛 멤버 중에는 마유 쨩이 카렌 쨩을 제일 소중히 여긴다고 생각하니까요, 라며 치에리 쨩이 웃었어요.

 흐음, 확실히 그 말은 맞을지도 몰라요.

 카렌 쨩의 실력과 노력은 인정하고 있었고, P 씨와 동거한다는 사실 때문에 라이벌로서도 부족함이 없었어요.

 예전의 카렌 쨩이라면, 말이었지만요.



 애초에, 현실적으로 생각해도 답이 안 나올 것 같은 상황에서 뭘 해야 좋을지는 전혀 상상이 되질 않았어요.

 깜박깜박 잊어버리는 것도 평범하게 생각하면 마유 기억력이 나빠져서 그랬던 거겠죠.

 하지만 마유만 그런 게 아니란 사실을 알게 되고.

 치에리 쨩은 뭔가 눈치채고 있다는 것도 알게 돼서.


『그리고, 분명…… 저도 또 잊어버릴 것 같아서…… 그러니까, 기억하고 있는 동안에, 이렇게……』


『…… 고마워요, 치에리 쨩』


 치에리 쨩이 부탁했으니까 힘을 내 봐야겠죠.

 마유한테 부탁했다면 P 씨랑 상담하진 않았을 테니까요.

 P 씨는 일에 집중해 주셨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기도 했고, 애초에 더 이상 P 씨께 부담을 지울 만한 상황도 아니었어요.

 그리고 역시, 한 번만이라도 좋으니까 온 힘을 다하는 카렌 쨩이랑……


『………… 카렌 쨩은…… 어쩐지 모르게 둥실둥실해서…… 으으, 잘 표현할 수가 없어요……』


『발이 땅에 붙어 있질 않다? 항상 들떠 있어서 그런 거 아닐까요오』


『발이 땅에………… 아, 저기 마유 쨩. 마유 쨩 혹시, 들어 본 적 있나요?』


 도대체 왜 치에리 쨩이 계속 빙빙 돌려 말하는지 몰랐었어요오.


『카렌 쨩은, 정말 어수선하게 움직여요. 문도 난폭하게 열고…… 복도에서도 항상 뛰어다니는데ーー』


 …… 그랬었죠.

 확실히 마유도 들어 본 적이 없었어요.


 복도에서 뛰어갈 때도.

 댄스 레슨을 받을 때도.

 마유 대신 섰던 스테이지에서 내려왔을 때도.

 처음 만난 그 가게에서 계단을 올라갈 때도.



 ーー 발소리만큼은, 들어 본 적이 없었어요.








『그러니까, 아마 15일까지…… 카렌 쨩은, 그 날 돌아가 버릴 거라고 생각해요』


「…… 알았어」


『카렌 쨩 핸드폰으론 연락이 안 된단 얘길 들었을 때, P 씨 핸드폰을 훔쳐봐 버렸어요…… 죄송합니다』


「왜 그랬는데?」


『7월 15일 밤에, 카렌 쨩이랑 통화했다고 하셨잖아요?』


「그랬지. 16일에 가까운 시간이었지만」


『카렌 쨩이라면 공중전화에 넣을 돈도 없었을 거라고 생각했거든요. 그렇다면, 예전에 살던 본가에서 걸지 않았을까, 싶어서…… 알아 둬서 나쁠 건 없어 보였으니까요』


「그랬구나. 응, 앞으로는 그러지 마」


 마유가 건 전화를 끊고서 소파에 깊이 앉아 커다란 한숨을 토해냈다.

 예전에 죽었다, 고?

 무슨 소린지 알 수가 없다. 뇌의 정보 처리 속도가 느려지면서 과열되는 것만 같다.

 하지만 아무도 카렌을 기억하지 못한다는 이 현상 자체가 벌써 너무 비현실적이라서,

 이제, 진지하게 생각하는 것 자체가 바보처럼 느껴졌다.


 치에리가 마유한테 상담했던 내용도 확실히 납득이 가는 데가 있었다.

 난 한 번도 카렌의 발소리를 들어 본 적이 없다.

 그렇게나 총총 뛰어다니는 카렌의 발소리를 못 들어 봤을 리가 없지 않은가.

 어젯밤에도, 문이 닫히고 나서는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었다.


「………… 하아」


 오봉, 인가.
 

『이렇게나 즐거우면 저승으로 돌아가기 싫어져 버리는 거 아닐까, 싶어서』


 카렌이 그렇게 말했던 걸 떠올린다.


 그게 카렌 본인 얘기일 줄은 전혀 생각지 못했다.

 오히려 거기서 너 혹시 유령이냐고 대답하면 정말 위험한 사람일 거다.

 …… 그래서 8월 중순엔 갈 곳이 정해진다고 말했던 거구나.

 그것도 그렇다. 있을 곳을 준비할 필요가 없어지니까.


 아니, 설마 태어났을 때부터 지금까지 세어서 나이랑 똑같지 않은 사람이 있을 줄은 몰랐다.

 처음에 만나서 이름 메모하려고 했었을 때 얘기했던 『별로 그럴 필요는 없는데』 도 그런 의미였나.

 무리 절대 죽어, 같은 약한 소리도 다 경험담일 줄도 몰랐지.

 불꽃놀이 때 했던, 불이 안 붙으면 바꾸면 된다는 표현도 꽤 무섭다.

 지금 돌이켜 보면 블랙 조크가 여기저기 깔려 있었다.



 잘은 모르겠지만, 아무도 기억 못 하는 건 아마 카렌이 죽은 사람인 거랑 관련이 있는 거겠지.

 흡혈귀가 거울에 비치지 않는 것처럼. 사진에 찍힌 귀신이 선명하게 보이는 것처럼.

 죽은 사람은 기억에 남지 않는다.

 확실한 증거는 없지만 그런 이유일 것 같은 느낌이 든다.


 …… 그렇다면. 카렌 본인이 이승에 남을 수 있는 기간이 8월 15일까지라는 걸 알고서 올 여름을 보내고 있었던 거라면.


 어떤 기분으로, 데뷔곡을 연습하고 있었던 걸까.

 어떤 기분으로, 겨울 여행 얘길 나눴던 걸까.

 어떤 기분으로, 선향불꽃을 태웠던 걸까.

 어떤 기분으로…… 나랑, 보내 왔던 걸까.


 모르겠다.

 나는, 카렌의 기분을 전혀 알 수가 없다.

 알 수 있을 리도 없다.

 나는 아직 죽어 본 적이 없으니까.


「………… 그러면」


 그렇다면, 해야 할 일은 간단하다.


 모르겠다면 본인한테 물어보면 된다.

 찾아서 얘기를 들어 볼 수밖에 없다.

 왜 이렇게 돼 버렸는지. 왜 집을 나가 버린 건지.

 하고 싶은 질문은 산더미처럼 많다.


 불평도 하고 싶다.

 내가 어차피 잊어버리게 된다고 해도 조금은 설명을 해 줬어야지.

 아마 믿지도 않았겠지만 미리 아는 거랑 모르는 건 차이가 크다.

 어쩌면 설명을 들었더라도, 다 잊어버리고 말았을지도 모르겠지만.


 다행히 카렌이 날 싫어했던 것 같진 않다.

 그렇다면 분명 또 만날 수 있을 거다.

 카렌이라면 분명, 15일 자정까지 남아 있을 테니까.

 그리고 아직, 나한테 보여 준 적도 없는데.


 은혜를 갚으라고 강요할 생각은 없지만, 내가 카렌을 위해서 얼마나 노력했는지 알고는 있을까.

 게다가 그 노력이, 내 입장에서 보자면 전부 물거품처럼 사라지는 거나 마찬가지잖아.


 적어도 사라지기 전에, 한 곡 정도는 공연해 주고 가란 말이다.







「안녕하세요, 프로듀서 씨」


「안녕하세요 치히로 씨. 저 오늘이랑 내일은 쉬어도 될까요?」


「…………………… 에, 에엑…… 정말 안 좋으신 건가요?」


 8월 14일. 아침.


 사무소에 출근해서 치히로 씨를 만나 휴가를 받으려고 했다.

 설명도 없이 이렇게 얘기하고 보니 정말 머리가 이상한 사람 같긴 하다.


「아뇨, 사람을 좀 찾으러 가야 해서요. 분명 오늘이랑 내일은 저 없이도 괜찮은 스케줄이었던 걸로 기억하는데요」


「………… 진심이세요?」


「네」


「………… 하아, 괜찮겠죠」


 치히로 씨의 신뢰를 조금 잃은 느낌이 든다.

 아니, 신뢰받고 있으니까 오케이 사인이 나온 거려나.

 어쨌든 휴가는 얻었다.

 이제 카렌이 어디 있는지 찾기만 하면 된다.


 마유한테는 더 이상 의지할 수 없다.

 유닛 레슨을 받아야 하니까 (게다가 두 배로).

 그리고 달리 믿을 만한 사람은 아무도 없다.

 다들 카렌을 잊어버리고 말았으니까.


「그으럼…… 어디부터 가 보실까……」


 카렌이 살아 있었을 때 어땠었는진 모르겠지만 계속 병원에 있었겠지.

 분명 병원엔 안 갔을 거다.

 그렇다면 7월 12일에 만난 이후로 같이 다녔던 곳을 찾아다니다 보면 만날 수 있을 것 같은 감이 온다.

 만나지 못한다면 그건 그 때 생각하기로 하고.


 카렌이랑 어딜 갔었더라.

 기억을 돌이켜 보려고 수첩을 펼쳐 봤지만 관련된 기록이 전부 사라져 있었다.

 사람들의 기억만이 아니라 이런 기록까지 사라져 버리는 건가.

 정말 아무것도 안 남는데도 열심히 노력해 줬구나, 카렌.


 처음 만났던 곳은 역전의 햄버거 가게였다.

 그 다음 갔던 데가…… 이런, 기억이 약간 흐릿해져 버렸다.

 평소에 잘 안 쓰는 한자처럼, 알고는 있지만 막상 쓰려고 하면 정확하게 기억나진 않는 느낌.

 이래서야 몇 번이고 헛돌게 될 것 같다.


 어디 보자…… 옥상에 유원지가 있는 백화점, 유원지, 근처 카페, 주얼리 샵, 카루이자와 여관, 신사…… 일단 떠오르는 건 이 정도인가.

 그 외엔 슈퍼에 가서 장도 보고, 같이 영화관에도 갔었던 것 같기도 하다.

 어쩔 수 없다. 짐작가는 장소는 전부 찾아가 보자.

 마유 말대로라면 아직 이틀 남았으니까 불가능하진 않을 터.


 체력이 버텨 줄런지.

 이렇게 될 줄 알았으면 아이돌들이랑 같이 트레이닝이라도 조금 해 뒀으면 좋았을 텐데.

 시간이 부족하진 않을지.

 어젯밤에 카루이자와로 출발해 뒀으면 좋았을 텐데.


「…… 좋아!」


 어쨌든 움직이지 않으면 아무것도 시작되지 않는다.

 카렌과 보냈던 올 여름을 나 혼자 되짚어 나가는 거다.

 
 제일 먼저 카루이자와 1인 여행부터 시작해서, 한 군데씩 돌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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