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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죠 카렌과 보내는 여름 ⑪

댓글: 8 / 조회: 1055 / 추천: 3



본문 - 01-15, 2019 05:06에 작성됨.

 그 날 아침은, 위화감을 느끼면서 시작됐다.


 알람 소리에 눈을 뜨고서 가장 처음 느낀 감각은 위화감이었다.

 뭔가가 명백하게 다르다.

 평소에 보내던 아침과는 뭔가가 다르다.

 하지만 그게 뭘까 하고 생각해 보면 구체적으로 표현할 수가 없었다.


「………… 응?」


 일어나고서야 알아차린다.

 아무래도 난 소파에서 자고 있었던 것 같다.

 제대로 된 침실에 침대도 있는데 왜 난 이런 데서 자고 있는 거지.

 지난 사흘간 있었던 합숙의 피로 탓에 돌아오자마자 바로 잠에 빠져 버린 걸까.


 샤워를 한다.

 나 혼자 사는데 허리에 수건을 감고 나왔다.

 아침을 만든다.

 아무리 봐도 1인분을 넘는 양을 만들어 버렸다.

 
 아직도 피곤한 걸까.

 아니면 아직도 꿈을 꾸고 있는 걸까.

 아무래도 가시질 않는 위화감에 시달리면서도 출근 준비를 마친다.

 현관문 앞 우체통에는 왜인지 예비 열쇠가 들어 있었다.


「다녀오겠습…… 응?」


 말하고 나서 알아차린다.

 우리 집엔 인사를 받아 줄 사람이 없다는 사실을.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프로듀서 씨…… 피로는 좀 풀리셨나요?」


「안 풀린 것 같아요…… 치히로 씨는…… 말할 것도 없었나요」


 딱 봐도 피곤해 보인다.

 치히로 씨 꽤 마셨으니까.


「그래도 피곤하다고 말하고 다닐 순 없겠네요. 아이돌들은 언제라도 노력하고 있으니까요」


「후후, 그 의욕 좋아요! 커피라도 타 드릴까요?」


「아 아뇨 괜찮아요. 『입냄새 나니까 좀 끊어』 하고 혼날걸요」


「므읏, 여자친구인가요?」


 관심 팍팍 보이고 있는 와중에 참 죄송하지만 나한테 그런 사람은 없다.

 있다고 하더라도 나랑 비슷한 나잇대 여자가 그런 식으로 트집을 잡으면 좀 지나치게 유치할 것 같은데.


「전 그런 인연이 없었다니까요. 아이돌이…………」


 …… 어라?

 그럼 누가 나한테 그런 얘길 한 거지.


「…… 어, 아니………… 누구였더라?」


「우리 유닛 멤버라면, 마유 쨩이나 미호 쨩이나 치에리 쨩이 그런 말을 할 것 같진 않은데요……」


「저도 그런 말은 안 한다구요」


 소파에서 음악을 듣고 있던 리이나가 그렇게 주장한다.

 뭐 리이나도 저런 식으로 트집 잡을 만한 애는 아니지.


 …… 뭐, 됐나.


「그나저나, 리이나가 열일곱 살 맞지?」


「어, 프로듀서 씨…… 아무리 그래도 나이 정도는 좀 믿어 주세요…… 정 그러시면 프로필 확인하시면 되잖아요」


「좋아, 확인해 볼까」


「…… 그렇게까지 의심하셨다니 충격이에요」


 
 어디의 열일곱 여자애가 토관에 올라가서 논다는 거야.


 컴퓨터를 켜고 프로필 목록을 확인한다.

 타다 리이나…… 정말 열일곱 살이었다.

 아니, 알고는 있었지만.

 왠지 이런 식으로 장난을 쳐야 할 것 같아서…… 응?


「치히로 씨, 유닛 멤버 폴더에서 데이터 하나가 지워졌어요」


「네?! 제가 그런 실수를 했을 리가 없는데……」


 담당 멤버 폴더에 0kb짜리 파일 하나가 있다.

 누구 데이터가 지워진 거지……?



「…… 어머? 아, 분명 실수로 파일 하나를 새로 만들어 버렸나 봐요」


「아뇨아뇨, 그럴 리가 없잖아요. 그럼 유닛 멤버가 네 명이 돼 버리는데요」


「……… 무슨 문제라도 있나요?」


 무슨 문제가 있냐니. 한 명 줄어들었으니까 큰 문제인데.

 치히로 씨 오늘 왜 저러시지.


 사쿠마 마유…… 있다.

 오가타 치에리…… 있다.

 코히나타 미호…… 있다.

 타다 리이나…… 있다.


 …… 다 있잖아.

 빠진 멤버는 한 명도 없다.


「…… 네 명 다 있네요」


「있다니까요…… 정말 괜찮으신가요 프로듀서 씨……」


 빠진 데이터는 하나도 없다.

 왜 나는 네 명 프로필이 다 있는데 뭔가 빠졌다고 생각한 걸까?

 
「…… 아마 제가 좀 이상한 얘길 할 것 같은데요…… 이 유닛 멤버, 다섯 명 아니었던가요?」


 대답은 한숨으로 대신할게요, 라는 듯한 표정을 짓는 두 사람.

 뭐 그런 반응이 돌아오는 것도 당연한 일이겠지만.

 나 스스로도 이상한 소릴 했다 싶긴 하다.

 그건 그렇지만 뭔가 잊어버린 것 같은 느낌이……


「안녕하세요, 코히나타 미호에욧!」


「아, 안녕하세요……」


 치에리랑 미호도 왔다.

 젊음이란 좋구나, 건강하고 체력도 넘치니.

 나는 지난 사흘간 쌓인 피로 때문에 아주 이상해져 버렸는데.

 나도 본격적으로 늙어 간다는 걸 다시 인식하게 됐다.


「있잖아, 미호 쨩 치에리 쨩, 내 말 좀 들어 봐. 프로듀서 씨가 갑자기 이상한 얘기 하고 있어」


「……? 항상 있던 일이려나……」


 나에 대한 치에리의 인식도 고쳐 둘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유닛 멤버가 다섯 명 아니었던가? 라면서」


 미호와 치에리도 에에엑, 하는 눈길로 날 바라본다.

 정말 프로듀서로서 해선 안 될 착각이었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다니까.

 괜한 말은 안 하는 게 제일이다.

 지금보다 더 이상한 사람이라고 생각하도록 만드는 것도 사절이니까 이 얘긴 그만 하자.


 철컥


「…… 안녕하세요 P 씨이, 마유에오오?」


 졸린 듯이 눈을 문지르면서 마유가 들어왔다.


「안녕 마유. 있잖아 마유, 네 명?」


「………… 아뇨, 혼자 왔는데요오……」


 시작부터 틀려먹었다.

 여기저기서 한숨이 터져나온다.

 더 이상 떨어질 평판도 없을 것 같고, 이왕 이렇게 된 거 물어나 보자.


「그, 그게…… 우리 유닛 멤버가 네 명이었던가? 라고 물어보려던 건데……」


「으에에…… P 씨, 꽤 피곤하신가 보네요오……」


 마유한테마저 그런 얘길 듣고 말았다.

 피곤하다…… 확실히 그 말대로다.

 나 스스로도 이유는 모르겠지만 뭔가 위화감이 들었다니.

 갱년기 초기 증세가 아니기만을 빌 수밖에.


「그렇지…… 갑자기 이상한 질문해서 미안해」


 그렇다면. 나 혼자 착각하고 있었을 뿐이라면.

 없었던 일로 하자. 없었던 일로 해 두자.

 전부 잊자. 잊어버리자.

 아무래도 오늘은 아침부터 이상하다.



「다섯 명이잖아요오? 그런 걸 잊어버리시다니 P 씨답지 않으시네요오……」


「그러면………… 어?」


 다섯 명, 이라고.

 마유가, 말했지?


 네 명이 아니었단 말일까?

 내 착각이 아니었다고?

 방 안의 다른 모두가 믿을 수 없다, 는 듯한 시선을 보내온다.

 하지만 마유는 그런 건 신경도 쓰지 않은 채.


 …… 게다가 조금 외로워 보이는 표정마저 짓고서.


「…… 우후후. 마유가 말실수해 버렸네요오. 신경쓰지 마세요오」


 뭐ー야, 란 느낌으로 다시 평소대로의 분위기를 되찾는다.

 치히로 씨는 본격적으로 걱정해 주시고.

 마유는 잠깐이라도 주무시고 오시는 게 좋지 않을까요? 라고 말해 줘서.

 이왕 이렇게 된 거 한 시간 정도 쉬기로 하고 휴게실에서 뒹굴면서도, 나는 생각했다.


 마유는 뭘 기억하고 있는 걸까.

 방금 그건 절대 말실수 따위가 아니었다.

 그 외로워 보이는, 슬퍼 보이는 표정은 대체 무슨 의미였을까.

 아직도 전혀 잦아들지 않는 이 위화감의 정체는 도대체……


 아무리 고민해도 답이 나오질 않는다.

 의문점은 위화감과 함께 산더미처럼 쌓여만 간다.

 하지만 그건 마치 물과 같아서.

 아무리 두 손을 뻗어 퍼올리려고 해도 손가락 사이로 흘러내려 떨어진다.


 똑똑


 휴게실 문을 노크하는 소리.


「…… P 씨, 일어나셨나요?」


「응, 안 자긴 했는데……」


 들어온 건 마유였다.

 올 것 같았다.

 나랑 단둘이서만 얘기하려고 휴게실로 보낸 거라고 믿고는 있었지만 아무래도 역시 정답이었던 모양이다.

 그건 그렇지만, 약간 신변에 위협이 느껴지기도 한다.


 아니, 마유는 그런 짓은 안 할 거다.

 얼마 전에 들었으니까.

 마유가 왜 아이돌 활동을 계속하고 있는지를.

 엿듣는다는 형태가 돼 버리고 말았지만, 난 마유가 하는 얘길 듣고……


 …… 난 어떻게 그 얘길 엿들은 거지.




「…… P 씨, 방금 전 얘기 말인데요오……」


「…… 부탁이야. 마유는 뭔가 기억하고 있는 거 맞지?」


 기억하고 있다면. 말해 줬으면 좋겠다.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굉장히 중요한 걸 잊어버린 듯한 느낌이 든다.


「기억이 흐릿해진다는 걸 미리 알고 있어서, 밤새도록 글자로 적거나 하면서 계속 생각하고 있었어요……」


「고생했어」


「졸려요…… 눈을 뜰 수 있도록 왕자님의 키스가 급히 필요해요오」


「………… 마유」


 뭔가 열심히 했다는 건 알겠지만, 그건 제쳐두고 빨리 말해 줬으면 한다.

 기억이 흐릿해진다, 는 건 분명 나한테도 일어난 일일 테니까.


「덕분에 마유의 일기장에 그 여자의 이름을 가득 채워 버렸어요오」


 그 여자…… 전에도 마유가 그렇게 말했던 적이 있었지.

 누구를 그렇게 불렀더라……


「…… 가장 가까이에서 함께 오랜 시간을 보내 온 P 씨라면 기억하고 있을 거에요. 떠올릴 수 있을 거에요」


 함께 오랜 시간을 보냈다고.

 그 말을 듣고서, 나는 기억의 바다 깊숙히 몇 번이고 필사적으로 손을 뻗었다.

 얼마 전부터, 있었을 텐데.

 그 녀석은, 분명……


「…… 있었어. 있었다고. 출퇴근할 때마다 인사를 주고받던 사람이……」


 확실히 있었다.

 우리 집에, 여자애 한 명이.

 그 녀석 때문에 난 소파에서 자게 됐다.

 제멋대로에 귀찮고 시끄러운데다 트집쟁이인 여자애.


 눈물이 흐를 것만 같다.

 그 녀석은 분명히 있었다.

 소중한 아이돌이.

 조금만 더 힘내면 떠올릴 수 있다.


 유닛 멤버.

 내가 스카우트했는데.

 집이 없어서.

 함께 여름을 보낸……




「………… 감자튀김」


「앗」


 완전히 기억해냈다.

 그 키워드를 듣고서야 기억났다고 전해 주면 분명 화낼 거라는 사실까지 떠올려낼 수 있었다.


「………… 카렌. 그 녀석 칼피스 사러 어디까지 간 거야?」


「좀 더 아름다운 추억부터 떠올려 주시면 안 됐나요오……?」


 그래. 호죠 카렌이다.

 왜 잊어버린 거야. 왜 기억 못 한 거야.

 오히려 지금은 스위치를 누른 것처럼 카렌을 잊어버렸었단 사실을 잊어버릴 것만 같다.

 그리고 여전히 나쁜 예감을 떨쳐낼 수가 없다.


「…… 마유는, 미리 알고 있었던 거야?」


「네…… 알고 있었다기보단 『잊어버리지 않았다』 고 표현하는 게 맞겠지만요」


 이게 무슨 소리지.

 잊어버리지 않았다고?

 아 그렇지. 난 카렌의 존재를 잊어버리고 있었구나.

 왜 그 녀석에 대한 기억은 이렇게 흐릿해져 버리는 거지?


「…… 그렇단 얘긴, 다들……」


「아무래도 기억이 완전히 사라져 버렸나 봐요오……」


 그래서 외로운 표정을 지었던 거구나.

 유닛 멤버이자, 마유에게 있어서 라이벌이기도 했던 카렌을 아무도 기억하질 못했으니까.



「그래서, 말이지……」


 문제는 아직도 전혀 줄어들지 않았다.

 오히려 카렌을 기억해낸 건 눈 앞에 겹겹이 쌓인 문제의 양이 얼마나 많은지 파악할 수 있을 정도밖엔 안 된다.

 의문점이 너무나도 많아서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지도 않다.

 너무 비현실적인 이야기니까.


「…… 어떻게 카렌을 잊어버릴 수가 있지……?」


 모르겠다.

 인간의 기억이란 게 이렇게나 쉽게 사라졌다 돌아올 수도 있는 거였던가.

 다같이 동시에 잊어버렸다고 생각하면 더 영문 모를 일이다.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전혀 짐작이 가질 않는다.


「전에도 이런 일이 있었다고 생각해요오. 자고 일어나면 잊어버렸다가, 만나자마자 기억났다든가…… 그럴 때가 있지 않았나요오?」


 확실히 있었다.

 처음 몇 번은 만날 때마다 이 녀석 누구지, 같은 느낌을 받았던 게 기억난다.

 동거하기 시작하고 나서도 얼굴을 보고서야 겨우 카렌을 기억해내거나.

 아니면 이름을 듣고서야 기억났을 때도 있었다.


「…… 전에는, 그랬었죠오. 예감이 빗나갔으면 좋겠지만…… 아마, 시간이 얼마 남진 않았을 거에요」


「시간? 유닛 데뷔에 맞춰야 된다든가…… 그런 문제가 아니구나」


「제가 틀렸으면 좋겠어요오. 이런 사실 인정하고 싶지 않아………… 그러니까 확인해 볼게요」


 확인해?

 본인한테 물어보자는 건가.


 하지만 카렌이 없는 이상 돌아오기만을 기다릴 수밖에 없다.

 핸드폰으로도 연락이 안 된다.

 본가가 어딘지도 나는 모른다.

 사무소에 들어올 때 서류에 적었을 테지만 그 자료조차 왜인지 사라져 버렸다.

 
「…… 그럴 시간은 없어요…… 카렌 쨩이 오늘 안 온 이상, 앞으로도 올 것 같진 않으니까요」


「카렌은, 그렇게나 아이돌 활동을 계속하기 싫어졌다는 거야……?」


 그렇다면, 아무래도 씁쓸하다.

 결국 난 헛돌고만 있었다는 얘기가 되는 거니까.


「…… P 씨만큼은 카렌 쨩을 믿어 주세요」


 드물게도 마유가 나를 노려보며 말한다.


「온 힘을 다해 믿어 주고, 응원해 줘서…… 카렌 쨩은 그런 P 씨를 믿고 있었던 거 아닌가요?」


 그러니까 그 믿음만큼은 배신하시면 안 돼요, 라고.

 말하는 마유는 울 것 같은 표정을 짓고 있다.


「………… 미안해. 잠깐 약해져 버렸을지도 몰라」


「그래도 제일 P 씨를 믿고 P 씨가 믿어 주는 건 마유지만요」


「마유 너 멘탈은 진짜 강하구나」


 다행이다. 여기서만이라도 평소 분위기가 조금이나마 돌아온 느낌이다.

 이제 카렌을 데리고 돌아오기만 하면 된다.


「…… 마유, 나쁜 아이가 될게요. P 씨도 도와 주실 거죠?」


「당연히 도와주고말고. 담당 아이돌이 뭘 하든 전력으로 믿어 줘야지」


「오후 레슨은 빠질게요. 트레이너 씨한테 말씀 잘 전해 주세요」


「그냥 땡땡이치고 싶어서 그러는 거 아니지? 믿을게? 부탁했다?」





「호오…… 사쿠마는 갑자기 컨디션이 나빠져서 쉰다, 고……」


 땡땡이인가?

 그렇게 의심받는 것도 당연하다.

 하지만 나한테도 다 방법이 있다.


「네. 마유가 저한테 그렇게 보기 흉한 모습을 보여 주는 건 처음이라서, 정말 아프다고 생각했어요」


「…… 확실히 그 사쿠마라면, 생리가 와도 네 앞에선 온 힘을 다해서 숨기려고 하겠지만……」


 그건 별로 알고 싶지 않았다.

 여성의 생생한 이야기는 의외로 듣기 힘들다.

 이렇게 말해도 아직 완전히 믿어 주시는 것 같진 않다.

 그렇다면, 안 믿어도 상관없도록 만드는 방향으로 공격하면 된다.


「…… 그리고, 다음 레슨 때 두 배로 부탁드린다고도 했었어요」


「흐음, 괜찮은 마음가짐이군. 그렇다면 이번엔 땡땡이라도 봐 주기로 하지」


 미안해 마유.

 파워업할 기회라고 치고 날 용서해.


「그나저나……」


 레슨을 받고 있는 세 사람을 바라보면서 트레이너 씨는 중얼거렸다.


「왜 사쿠마는 센터가 아니라 가장자리 포지션을 고른 거지. 게다가 언밸런스하게 혼자서만 앞 열이라니……」


 원래는 카렌과 마유가 투 톱 포지션이었지만, 카렌을 잊어버린 사람이 보기엔 영문 모를 배치가 돼 버렸다.

 뒤에 셋 앞에 하나라는 배치는 그나마 이해할 수 있겠지만, 그 앞에 서는 마유가 가장자리에 있으면 너무도 볼품없어지고 만다.

 정말 왜 이런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거지.

 아무것도 모르겠지만, 이해할 수 있는 현상 같지도 않다.


 다들 카렌을 잊어버리고 말았다.

 미호도 리이나도 치히로 씨도 트레이너 씨도. 아무도 기억하질 못한다.

 호죠 카렌이라는 아이돌이 소속돼 있었다는 흔적은 서류 한 장조차 남김없이 사라졌다.

 질 나쁜 *카미카쿠시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그녀의 존재는 싹 사라져 버렸다.
 神隠し. 주로 비현실적인 요인에 의한 원인불명의 실종사건을 칭하는 말. 행방불명이란 단어로 의역된다.


 유일하게 치에리만 뭔가 걸린다는 느낌으로 몇 마디 했을 뿐이다.

 하지만 구체적으로는 모르겠다고.

 모르니까 이젠 어쩔 수 없다고.

 그렇게 말했다.


 집단 최면이라도 되는 걸까.

 아니면 나랑 마유만 이상해져 버린 걸까.

 나와 마유만 다른 세상에서 헤매이고 있는 것 같은 감각.

 그런데도 온 세상 사람들은, 그게 당연하다고 말하기라도 하는 것처럼 평소대로 일상생활에 전념한다.

 잘 모르는 것부터 고민하기보다는 알고 있는 부분부터 맞춰 나가는 게 낫다.

 지금은 마유한테 맡기고, 어떻게든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낼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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