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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죠 카렌과 보내는 여름 ⑨

댓글: 3 / 조회: 677 / 추천: 2



본문 - 01-13, 2019 04:05에 작성됨.

「오오오오옷…… 푸르다」


「와아아아아…… 푸르러요……」


 8월 10일. 토요일.

 우리는 합숙을 위해 카루이자와로 향하고 있다.

 『친목을 다지고 스텝업도 하려면 합숙이 최고지』 란 카렌과 마유의 제안 (참고로 카루이자와 얘길 꺼낸 건 치에리).

 아니 그냥 여행 가고 싶은 거 뿐이잖아, 라곤 생각했지만 유닛 멤버 전원의 휴일이 기적적으로 맞아떨어졌으니 거절할 이유도 없었고.

 다섯 여자아이+치히로 씨와 나까지 일곱 명이서 전철에 올라타 흔들흔들.


 그래도 이 성수기에 카루이자와 인근의 인기 호텔이나 여관을, 일 주일만에 예약할 수 있을 리도 없고.

 게다가 방을 세 개나 예약하자면 당연히 무리인데다.

 좀 더 따지자면 체육관 시설이 딸려 있거나, 근처에 체육관이 있는 여관 자체가 얼마 되지도 않으니.

 역에서 로컬 버스와 자체 송영 버스를 갈아타서야 들어갈 수 있는 깊은 산 속 여관을 어떻게든 예약할 수 있었던 건 다행이지만……


「…… 아무것도 없지만 존재감이 있다, 는 말은 이런 데를 두고 하는 말이겠죠오……」


「역으로 락하지 않아?」


 락계 아이돌 리이나가 그렇다면 그런 거겠지.

 여관 주위에는 숲이 있다, 기보단 숲 한가운데 여관이 있다,는 느낌의 로케이션.

 주차장 같은 장소엔 차도 거의 주차돼 있지 않고, 들려오는 소리는 멀리서 시끄럽게 울어 대는 새 소리와 매미 소리뿐.

 시골 레벨을 넘어서, 그냥 산이었다.


 그저, 덥다.

 받아 보라고 말하기라도 하는 것처럼 내리쬐는 햇빛을 째려보듯 하늘을 우러러보다가 눈부셔서 전략적으로 후퇴할 때까지가 한 세트.

 햇볕을 막아 줄 만한 건 아무것도 없어서 태양이 홀로 푸른 하늘을 가득 채우고 있다.

 아지랑이, 매미, 햇볕, 미적지근한 바람과 여름이 한 덩어리를 이뤄 쳐들어오고 있다.


「더워어…… 에어컨 있을까. 없으면 죽을지도」


「글쎄. 아무리 그래도 전기는 통할 것 같긴 하지만……」


 버스에서 내려서 각자 더위와 이 상황 탓에 녹아내렸던 제정신을 되찾기 시작했다.

 뭐 이 정도 벽지라면 역으로 아무리 시끄럽게 연습해도 주변에 피해가 갈 일은 없을 거다.

 도촬당할 걱정도 없으니까 안심할 수 있다.

 의외로 잘 찾으면 좋은 점도 발견할 수 있는 법이다.



「그러고 보니 P 씨, 사복이 꽤 멋있어졌어요오. 다른 여자가 골라 주기라도 한 것마냥」


「아, 그거 저번에 내가 봐 줬던 옷」


 마유가 째려보기 시작한다.

 나, 사복 차림으로 마유랑 만난 적이 있었던가.

 그리고 다른 여자라니 무슨 소리야. 내 사복을 코디네이트해 주는 전속 스타일리스트라도 있다고 생각하는 거냐고.

 그건 제쳐 두고서, 카렌한테 골라 달라고 했던 게 정답이었다곤 말할 수 있겠다.


「…… 그런데, 마유」


「네에, 카렌 쨩」


「오, 에이에이ー 나도 끼워 줘」


 스윽ー, 하고.

 세 사람은 숨을 크게 들이쉬고……


「「「우오오오오오오!!」」」


 여관 주변을 뛰면서 돌아다닌다.

 알 것 같아. 그렇게 신나게 뛰어다니고 싶은 기분.


「…… 우, 우리는 침착하자. 치에리 쨩?」


「ㄴ, 네…… 저도, 저런 취급은 받고 싶지 않으니까……」


 자, 요란스러운 세 사람은 내버려 둬도 괜찮겠지.

 조만간 녹초가 돼서 돌아올 거다.

 먼저 나랑 치히로 씨 둘이서 체크인을 끝마치고 현관 근처의 소파에 몸을 묻는다.

 이동하는 것만으로 체력이 팍팍 깎여나가는 건 역시 여름의 단점이다.


「무리…… 방에 가서 잘래……」


「우후후…… 우후후후후, P 씨이…… 땀이 방울방울 떨어지는 마유에요오……」


 벌써 지쳐 버린 카렌과 마유는 돌아오자마자 바로 슬라임이 돼 버렸다.

 이렇게나 더우니까 그렇게 될 줄은 알고 있었을 텐데.


「어머? 리이나 쨩은 안 돌아왔나요?」


「리이나 쨩은 건물 뒤에 있는 토관에서 놀고 있어요오……」


 …… 열일곱 살, 맞지?

 나중에 프로필을 한 번 더 확인해야 할 것 같은 기분이 들기 시작했다.


「프로듀서 씨, 일단 짐을 방에다 갖다 놓는 건 어떨까요?」


「그러죠. 홀가분하게 내려놓으면 더위도 약간이나마 가실 것 같고요」


 치에리랑 치히로 씨에게 열쇠를 건네고 각자 방으로 향한다.

 말은 그렇게 했어도 내 방은 2층의 치히로 씨 방 바로 옆이니까 끝까지 같이 왔지만.

 우리 말고 다른 숙박객들이 눈에 띄지도 않으니 이래저래 좋을 것 같다.

 아이돌들을 위해서 3층의 큰 방을 빌렸으니 여자애 다섯은 그쪽으로.
 

 …… 3층 맞지?

 왜인지 두 명쯤은 2층으로 오려는 것 같은데.


「…… 마유 쨩, 카렌 쨩…… 저기, 우리 방은 3층인데……」


「괜찮아요오 치에리 쨩. 마유는 P 씨랑 같은 방에서 지낼 거니까요」


 방에 혼자 들어가서 문을 잠근다.

 이러면 일단은 안심. 짐을 내려놓자.

 문을 똑똑 노크하는 소리가 시끄러웠지만 잠시 후에 치히로 씨 목소리가 들리고 나서는 노크 소리도 사라졌다.

 벌써 냉방이 돌고 있어서 다시는 방을 나가고 싶지 않아진다.


「후우, 일단 목욕 한 번 하고…… 아니, 그럼 잠들 것 같은데」


「괜찮지 않을까? 내일도 모레도 있으니까」


「좋아. 안 좋은 점을 발견했어」


「뭔데? 냉방 온도 좀 더 내릴까?」


「아니 카렌 너. 왜 이 방에 들어오는 거야」


「왜 내가 P 씨 방에 있으면 안 되는데?」


 카렌이 사람이니까 그렇지. 생물학적인 한계를 넘지 말아 줘.

 문을 살짝만 열어서 바로 앞에 대기하고 있던 마유에게 카렌을 넘겼다.

 이대로 있다간 금방 또 이 방에 들어올 것 같다.

 있다가 치히로 씨한테 방 바꿔 달라고 하자.





「하아…… 별로 상관없지 않아? 파파라치도 이런 데까진 안 올 거 아냐」


「그런 게 아니라…… 아니 카렌 쨩, 남자랑 같은 방에서 지내는 데 저항감은 없나요?」


「저항감이고 뭐고, 나 평소에도 P 씨네서 살고 있는데」


 1일차. 밤.


 오늘의 레슨이 끝나고 식당에 모여 저녁밥을 먹는다.

 레슨이라곤 해도 긴 여행 탓에 피곤할 테니 오늘은 간단한 트레이닝만 (그래도 내가 받으면 체력이 못 버티겠지만) 하고 마무리.

 그러고 나선 거의 놀러 다녔던 것 같은 느낌이다.

 친목을 다지는 것도 메인 목표니까 그것도 그것대로 상관없겠지만.


「엣?! 프로듀서 씨랑 카렌 쨩은 사귀는 건가요?!」


「아니거든요오. 당사자들이 인정해도 이 마유만은 저어어어얼대 인정 못 해요!!」


 과연 마유가 인정할 필요가 있을지.

 아니, 사귀는 것도 아니니까 문제는 없지만.


「응. 나랑 P 씨? 사귈 리가 없잖아. 그냥 내가 같이 있고 싶었을 뿐이야」


「…… 어떡해요 리이나 쨩, 저 카렌 쨩이 무슨 생각하는지 좀 모르겠어요」


「응. 나도 무리일 거 같아. 뭐 아무튼 괜찮지 않을까?」


 괜찮진 않은데.

 뭐 그것도 며칠 뒤에 카렌이 이사 가고 나면 끝나게 된다.

 그건 그렇다 치고, 미호나 리이나랑도 순식간에 친근해졌다.

 그것도 그런가. 카렌 말고는 원래부터 우호적인 인격자니까.


「이제 뭐 해? 불꽃놀이? 담력시험?」


「밖은 너무 깜깜하니까, 이렇게 시간이 늦으면 멀리 나가는 건 피하는 게 좋을지도 모르겠네요오」


「치히로 씨는 뭐 하시나요?」


「마실래요. 프로듀서 씨는 제 방으로 와 주세요」


「마유가 인정 못 해요!!」


 아니, 술 같이 마시자는 뜻이라니까.

 하지만 나도 아직 해야 할 일이 있으니, 가능하면 피하고 싶다.


 그렇다. 아직 중요한 게 정해지지 않았다.

 유닛을 편성하려면 반드시 필요한 것.


「…… 아, 그러고 보니…… 저희 유닛명, 아직 안 정해졌었죠……?」


「그래. 그러니까 합숙 사흘 간 다같이 생각해 봤으면 좋겠어」


「마유와 유쾌한!」

「*카라시렌콘!」
※辛子蓮根. 미호의 출신지 쿠마모토현의 토착요리. 연근 찐 것을 겨자된장에 절인 다음 튀긴 것.


 정해지는 건 먼 미래의 일이 될 것 같다.






 
「어디? 어라? 으응? 엣, 저쪽?」


「네. 저 근처에 세 개, 밝게 빛나는 별님이……」


 해가 오래 전에 지고 난 지금 온 하늘을 별이 메우고 있다.

 새까만 밤하늘에서, 도시와 비교하면 깜짝 놀랄 정도로 밝게 빛나는 여름 별자리.

 맑게 갠 날씨 덕분에 그 광경을 아주 선명하게 볼 수 있는데다가.

 하늘에 드리우는 전신주나 전선도 없어서 가려지지 않는 하늘을 볼 수 있다.


 조그만 천체관측회였다.


 망원경 따위 없이 육안으로도 명확하게 보인다.

 이름을 하나도 모르지만 그래도 별을 보는 건 역시 즐거운 일이다.

 낮을 지배하던 더위는 이미 사라지고 지금은 조금 으스스하게 추울 정도로 기온이 낮다.

 캔커피라도 있으면 최고였겠지만.


「치에리랑 치히로 씨만 벤치에 앉는 거 치사하지 않아? 아, 저기 리이나 저건 무슨 별자리?」


「피자!」


「…… 나보다 정신연령이 낮은 사람이 있어서 조금 안심될지도」


 벌써 목욕은 했었지만 들어가서 다시 따뜻해지고 싶다.

 여관에서 빌려 준 유카타는 조금 얇아서 걸칠 옷이라도 준비해 둘걸 하고 조금 후회.

 그건 그렇고, 아이돌 다섯 명 (유카타 차림) 이랑 천체관측이라니. 나치고도 사치스러운 일이라고 생각한다.

 아니, 생각했었다. 지금은 소풍 온 초등학생들을 인솔하는 선생님이라도 된 기분이다.


 조금 멀리서는 치에리랑 치히로 씨가 침착한 분위기로 하늘을 바라보고 있다.

 …… 아니, 치히로 씨가 손에 들고 있는 저건 맥주캔이잖아.

 얽히고 싶진 않지만 취하실 거 같으면 치에리랑 교대해 줄까.

 응. 나도 한 캔 정도는 괜찮으려나.


「카렌 쨩은 여름 별자리 아는 거 있나욧?」


「으음ー. 몰라. 오리온자리?」


「오리온자리는 겨울 별자리 아니었던가?」


「아, 사실 오리온자리는 일 년 내내 관측할 수 있어요. 여름철에는 새벽쯤에 동쪽 하늘에 떠오른답니다?」


 그랬구나. 미호가 자세히 알고 있네.

 겨울 별자리의 대명사격으로 너무 유명해서, 역으로 여름에도 볼 수 있을 줄은 몰랐다.



「햐ー. 별을 얼마만에 보는 거더라? 하늘을 올려다볼 일 자체가 거의 없었던 것 같아」


「카렌 쨩은 인도어파였나요?」


「뭐 그런 느낌. 거의 밖에도 안 나가고, 나가서도 발 밑만 보고 있었으니까」


 어물쩡 넘기고는 있었지만 카렌의 목소리는 조금 외로운 것 같았다.


「음ー, 그래도 지금 보려면 꽤 일찍 일어나든가 밤을 새든가 해야겠구나」


「그렇게 무리해서까지 안 봐도 되잖아. 오리온자리는 겨울에 보는 게 본방이니까」


 아이돌이니까 밤샘은 금물이다.

 뭐 내가 말할 것까지도 없이 카렌은 일찍 자고 늦게 일어나겠지만.


「그렇긴 하지만, 밤하늘이 이렇게 아름다운 줄 몰랐구, 어차피 볼 거 좀 더 예쁜 하늘을 보고 싶어졌는걸」


「겨울에 또 다같이 여행…… 합숙 갈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그런 말을 들었으니 나도 노력해야겠지.


「겨울, 이라………… 후후. 추울 것 같아」


「…… 카렌 쨩은 『추워, 방에서 나가기 싫어』 라고 말할 것 같네요오」


 카렌 흉내 완벽한데, 마유.

 확실히 그럴 것 같긴 하네.

 카렌이라면 그런 식으로 말하고 나서, 덤으로 오는 길에 편의점에서 감자칩 사 오라고까지 말할 것 같다.

 이 녀석 절대 전기장판에서 벗어나지 않겠지.


 어, 아아…… 그 때쯤엔 이미 우리 집엔 없겠구나.

 아직 한 달도 안 지났지만 벌써 익숙해져서 당연한 존재가 돼 버렸다.

 자취하게 될지 기숙사에 들어가게 될지 룸 쉐어하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다른 사람들한테 피해를 주지 않기만을 빌어 주자.

 카렌, 자취할 수 있으려나.


「슬슬 추워지는데 방에 들어갈까?」


「라저!」


「아, 그럼 제가 치에리 쨩한테 얘기하고 올게요!」


 탓탓탓 하고 미호가 달려갔다.


「우리도 방까지 누가 먼저 가나 내기할까?」


「받아들이죠오」


「우오오오오!」


 나머지 세 명도 뛰어나간다.

 나 참, 정말 젊음이 부럽다.

 아직도 체력이 남아돈다니.

 아마 나는 방에 들어가자마자 바로 잠에 빠져 버릴 거다.


 들어가기 전에 혼자서 한 번 더 하늘을 올려본다.

 높고 멀리서, 어두운 밤하늘에 빛나는 것.

 분명 팬들에게 있어서 아이돌이란 그런 존재겠지.

 눈부신 스테이지에 서는 아이돌들도 팬들에게는 별처럼 보이는 걸까.


 프로듀서라는 입장에 서 있자면 아무래도 감각이 이상해진다.

 만날 수 있고 대화할 수 있는 게 당연한 위치니까.

 하지만 분명 팬들에게 있어서는 말 그대로 손이 닿지 않는 곳일 테니.

 그래서 더욱더 열광적일 정도로 동경하는 걸지도 모른다.


 카렌이 예전에 동경하던 아이돌이 누구였는지 나는 모른다.

 카렌도 분명 기억하고 있진 않겠지.

 왜냐면, 그런 스테이지에 자기가 설 수 있을 거라곤 전혀 생각도 못 하고 있었을 테니까.

 꿈에서만 보던 광경이, 식지 않고 현실이 될 거라곤 상상도 못 했을 거다.


「…… 프로듀서 씨…… 저기……」


「응, 왜 그래 치에리」


「그게………… 다들 들어갔으니까, 프로듀서 씨도 같이 들어가요?」


 이런, 시적인 감상에 젖어 있을 수만은 없다.

 오늘은 이제 자고 내일을 준비하도록 하자.


 참고로 새벽 한 시쯤에, 옆방에서 치히로 씨의 설교가 들려왔다.

 방 바꿔 두길 잘 했다.






 다음 날. 일요일.

 세상에. 오늘은 일요일.

 누가 뭐라고 하든 일요일.

 누가 뭐라 안 해도 일요일.


 게다가 *산의 날이라서 더블 휴일이었다.
 ※일본의 휴일, 8월 11일

 48시간치 휴일은 다음 날로 이월돼서 월요일까지 휴일이 돼 버린다. 대단해.

 뭐가 어찌됐건, 오늘은 휴일.

 쉬자.


「………… 응?」


 낯선 천장이다.

 낯선 이불이다.

 납치 아니면 감금…… 당했을 걱정은 없을 것 같다.

 이대로 카렌이랑 동거하다 보면 열광적인 팬한테 한 번쯤 당할 것 같긴 하지만.


「…… 아, 오래간만이네……」


 겨우 사무소 아이돌들과 합숙하러 왔다는 사실을 떠올렸다.

 그리고, 오래간만에 혼자 자고 있다는 사실도 떠올렸다.

 요즘은 자꾸 카렌이 옆에 와 있었으니까.

 카렌…… 그래, 항상 카렌이 있었다.


 창문을 열면 조금 덥게 느껴질 정도의 바람이 불어온다.

 몇 시간 전까지만 해도 펼쳐져 있던 밤하늘은 태양에게 쫓겨나서 사라졌다.

 새 울음소리는 편안하고, 불어오는 바람도 상쾌한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세수하고 이 닦은 다음 이왕이면 목욕까지 한 번 하고 올까.


 똑똑


「네ー. 열려 있어요ー」


 방문이 열린다.

 들어온 건 유카타 차림의 카렌이었다.


「좋은 아침 P 씨. 나 없어서 외로웠어?」


「겨우 하룻밤 가지고 무슨 소리야. 그럼 카렌이 우리 집에 오기 전까지 난 얼마나 외로워하고 있었단 건데」


「남자 혼자 지내는 외로운 독신 생활 아니었어?」


 뭐 나도 외톨이였지만, 이라며 웃는 카렌.

 아침부터 열량이 높다.


「그래서, 어때? 유카타는 처음 입어 보는데. 어울려?」


「어젯밤에 봤잖아」


「내가 물어보는 건 감상이거든」


「어울려. 귀여워귀여워」


「귀여워는 한 번만!」


 그런 룰도 있었구나. 몰랐어.


 자, 오늘은 본격적인 레슨이 예정돼 있다.

 트레이너 씨가 시간을 내서 원격으로 봐 준다고 한다.

 이 더위 속에서 하드한 레슨을 받게 되는 거니까 탈진하지 않도록 세세한 수분 보급에 신경써야겠지.

 그리고, 유닛명도 이제 슬슬 정하고 싶다.


 밤에는…… 그래, 여자애들이 기뻐해 줄지는 잘 모르겠지만 바베큐 파티라도 준비해 볼까.

 필요한 도구는 여관에서 빌려 준다고 하니까 고기랑 야채만이라도 이 쪽에서 준비해야 한다.


「장 보러 가는 거 나도 도와줄까?」


「넌 당연히 레슨 받고 있어야지」





『원 투 쓰리 포! 원 투…… 신입! 움직임이 느려진다!』


 체육관에 삑, 삑 하는 신발 소리가 울린다.

 냉방기도 없는데다, 크게 열린 문에서 흘러들어오는 미지근한 바람이 쓸데없이 더위를 부추기고 있다.

 레슨을 받고 있는 아이돌들은 분명 나보다 훨씬 덥다고 느끼고 있겠지.

 하지만 이미 두 시간 가까이 계속된 레슨은 페이스가 느슨해지지 않은 채 진행되고 있다.


 하드하지는 않지만 섬세한 움직임을 요구하는 이 곡의 안무는 보고 있는 사람의 마음이 불안해질 정도로 까다로워 보인다.

 한 곡 전체를 연습하게 되면 그 까다로움은 더욱 늘어나서.

 리이나와 마유는 문제없이 해내고 있지만, 다른 세 명은 상당한 빈도로 트레이너 씨의 주의를 받고 있다.

 특히 카렌은 주의를 받는 횟수가 눈에 보일 정도로 많았다.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건 아니다.

 실력이 부족한 것도 아니다.

 하지만 그런 것만으론 부족하다.

 이 곡은, 카렌과 마유가 투톱으로 매료시키도록 짜여 있으니까.


『…… 음, 벌써 점심 시간인가…… 미안하군. 오후엔 일정이 있어서 봐 줄 수가 없겠어』


「아뇨, 저희야말로 죄송하죠. 일요일 오전에까지 시간을 내 달라고 부탁드리게 돼서……」


『상관없다. 오히려 집에서 봐 줄 수 있어서 평소보다 편했지. 하지만 역시 직접 보고 지시를 날리는 게 최고로군』


「그럼 고생하셨습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아아, 돌아오는 날엔 지금 이상의 실력을 볼 수 있길 기대하고 있으마』


 타악 하고 노트북을 닫는다.

 그러는 동시에 다섯 명이 그 자리에 주저앉는다.


「후후, 후후후후후…… 지금이라면 천국까지도 걸어갈 수 있을 것 같아」


「P 시"이…… 마유, 힘냈어요오……」


「…… 여름 따위 멸망해 버리면 좋을 텐데……」


「치, 치에리 쨩……? 부탁이니까 치에리 쨩만큼은 그 쪽으로 가지 말아 줘……」


「점심 먹고 나면 오후에도 연습이었죠. 잘 안 먹어 두면 몸이 못 버텨어……」


 선풍기에 와글와글 모여들어서 자리를 쟁탈하는 아이돌들을 바라보면서, 다시금 트레이너 씨에게 감사 인사 메시지를 보낸다.

 이제 나는 장을 보러 가야겠지.

 그래, 모처럼이니까 조그만 불꽃놀이라도 몇 개 사 오자.

 여관 쪽에서 차를 빌려 줄 수 있다고 했는데, 이것저것 받아도 괜찮을런지.
 


「그러고 보니 좀 새삼스럽긴 한데요. 이 곡은 마유 쨩이랑 카렌 쨩이 투톱이죠. 프로듀서 씨 의견인가요?」


「아뇨, 포지션에 관련된 건 트레이너 씨랑 안무가 분들, 그리고 본인들한테 맡겼어요」


 치히로 씨가 그렇게 생각하는 게 당연할지도 모른다.

 내가 직접 스카우트해 온 카렌의 데뷔곡도 겸하고 있으니 눈에 띄게 해 주고 싶었구나, 하는 식으로.

 하지만 당연히, 난 그렇게 편애하지 않는다.

 오히려 이 곡의 이미지에 딱 맞는 마유를 센터에 세워야 한다고 생각했을 정도니까.


「카렌 쨩이랑 투톱 포지션에 세워 달라고 마유가 부탁했었어요」


「어…… 마유 쨩이요?」


 당장이라도 의외네요, 라고 말할 것 같은 치히로 씨.

 당연히 나도 그렇게 생각했었다.


 마유랑 카렌이 사이가 나쁘다고 생각하진 않았지만, 카렌을 배려해 줄 정도였을 줄은.
 
 뭔가 다른 생각이 있었던 걸까.

 마유는 평소엔 저래도, 사람들 앞에 서는 일, 사람들을 매료시키는 일에 관해서는 멤버들 중에서 가장 뛰어나다고 할 수 있다.

 그저 카렌의 데뷔곡이라서 배려해 줬을 뿐, 일 리는 없겠지.


「…… 아뇨, 대단한 이유는 없어요. 마유의 조그만 어리광이에요오」


 그렇다면 걱정할 필요는 없다.

 말하고 싶지 않은 이유였다면 굳이 물어볼 필요도 없다.

 마유가 그렇게 말한다면 그럴 필요가 있는 일일 테니까.


「마유 쨔앙, 유닛명 어떻게 할래애?!」


「마유와 유쾌한!」


「토끼풀……!」


 조금 불안해졌다.





 해가 산 너머로 가라앉기 시작하면 그림자가 천천히 늘어난다.

 잠자리도 까마귀도 이미 사라졌고 매미 울음 소리도 조용해졌다.

 더위와 추위가 교차하는 여름 저녁의 온도는 딱 적당하다.

 계속 이 정도 온도라면 어디까지라도 걸어갈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조차 들기 시작한다.


 짐을 꺼내고 차를 돌려드린 다음 여관으로 돌아왔다.

 조금 지나치게 사 버린 탓에 무거워진 짐을 양팔에 걸어서 어떻게든 밸런스를 맞춘다.

 어젯밤에 결국 못 마셔서 사 와 버린 맥주 탓이니까 불평하진 않겠지만.

 아무래도 작은 슈퍼에 불꽃놀이는 거의 팔질 않아서 선향불꽃 정도만 손에 넣을 수 있었다.


「그 녀석이 불평할 것 같은데……」


「나 말하는 거야?」


 현관문에서 떡 버티고 기다리고 있는 건 유카타 차림의 카렌이었다.

 벌써 갈아입었구나. 바베큐 하고 나면 연기 때문에 엉망진창이 될 텐데.


「음, 고생 많았어 카렌. 미안한데 한 쪽만 들어 줄 수 있어?」


「에에ー, 이렇게 연약한 여자애한테 짐 들어 달라고 하는 거야?」


 체력적으론 적어도 나보다 나을걸.

 결국 도와 주질 않아서 어떻게든 혼자서 방까지 옮겼다.


「리이나랑 치히로 씨가 밖에서 불 피우고 있대. 나 바베큐 파티는 처음이라서 엄청 기대돼」


「바베큐 참 좋지. 아카드어로 『구원』 이란 의미라고 하더라」


「헤에ー. P 씨 자세히 아네. 그런데 아카드어는 뭐야?」


 농담이 통하지 않은 순간엔 조금 어색해진다.


「프로듀서 씨! 여기에욧!」


 미호에게 안내받아서 여관 뒤로 돌아가 보니 벌써 화로의 숯이 타오르고 있었다.

 테이블에는 음료수나 젓가락도 놓여 있어서, 이제 굽기만 하면 파티 개시다.

 치히로 씨가 발 밑에 숨겨 둔 빈 깡통은 못 본 걸로 해 두자.

 서둘러서 장 봐 온 고기와 잘린 야채를 꺼내서 석쇠 위에 올려 나간다.


「화상 입으면 안 되니까 내가 구울게. 접시만 넘겨줘」


 구운 고기란, 구원이다.

 지쳤을 때 고기를 먹으면 사람은 구원받는다.

 게다가 야외에서 숯불로 굽는다면, 거의 모세쯤 된다.

 나이가 들어서 소화 기관이 약해진 탓에 소화불량을 앓게 된다 해도 나쁘게 생각진 마시길.


 구워진 고기부터 접시에 옮겨간다.

 더워서 땀도 흐르지만, 어떻게 보면 어차피 목욕할 거니까 상관없을지도.

 오늘은 꽤 힘들었을 테니까 고기 굽는 건 나한테 맡겨 둬.

 그리고 숯에다 입김 불지 마 카렌. 불티 날아오잖아.



「고기! 우오오오오오!」


「예이! 그ー러니까, 구원!」


「그게 뭐야 카렌 쨩」


「리이나는 몰랐구나? 바베큐는 영어로 구원이라는 뜻이래」


 나중에 혼날 거 같지만 일단 재미있으니까 가만히 있어 보자.

 
「그럼, 건배사는 리더인 마유가」


「건배에ー!」


「「「「건배에ー!」」」」


「미호 쨔앙……」


 이런 느낌으로.

 한동안 그저 소란스럽게 바베큐 파티를 즐겼다.



「내일, 역 근처 신사에서 축제가 있다고 해요. 가는 길에 잠깐 들렀다 가는 것도 괜찮을 것 같네요」


「…… 핫! 아, 안 자요?!」


「괜찮으신가요 치히로 씨……」


 치히로 씨 결국 500들이로 세 캔은 비웠으니까.

 목욕은 누군가를 딸려 보내든가, 포기하고 아침에 하시라고 해야겠다.

 바베큐를 끝내고 나서 그대로 불꽃놀이를 시작했다.

 불꽃놀이라곤 해도 선향불꽃뿐이라 조촐하고 아담하지만.


「너무 빨리 꺼지잖앗! 뭐야 이 근성 없는 불꽃은!」


「선향불꽃에 시비 거는 사람은 처음 보네요오. 이렇게 하는 거에요 카렌 쨩. 되도록 흔들지 말ㄱ…… 아아아아 P 씨이이!!」


「둘 다 못 하네. 이 안심과 안전의 타다 리이나님이…… 앗, 꺼졌다」


 즐기고 있는 것 같아 다행이다.


 선향불꽃은 한결같이 덧없다.

 불을 붙이고 나면 거의 일 분도 버티지 못하고 꺼져 버린다.

 하지만 그 짧은 시간 동안만큼은, 온 힘을 다해 빛나며 몸을 태우고.

 아름다운 광경만을 눈에 새긴 채 사라진다.


「쌀쌀하네요오. 산에 살면 밤엔 냉방이 필요 없겠어요오」


「방충망 닫는 거 잊어버리면 곤충 박물관이 돼 버리겠지만. 하나만 줄래?」


「네 여기요. 프로듀서 씨!」


「치히로 씨, 맥주 말고 불꽃이요……」


 타닥타닥, 타닥타닥.


 불을 붙인 선향불꽃은 역시나 눈 깜짝할 사이에 꺼지고 말았다.

 옛날엔 누구 불꽃이 제일 오래 버티는지 경쟁하기도 했었지.


「…… 후후, P 씨도 못 하네」


「실력이랑은 별로 상관없거든」


「그래서, 어때?  선향불꽃을 들고 유카타를 입은 이 카렌 쨩. 그림 되지?」


「그래, 된다 돼. 사진 찍어 줄까?」


「으음ー…… 사무소 통해서 요청해 줄래?」


 웃으면서, 서로 하나씩 집어들고 불을 붙인다.

 하지만 내가 고른 건 불량품이었는지 처음부터 불이 붙질 않는다.


「미안. 하나만 더 줄래?」


「뭐든지 아껴서 써야지?」


「그건 그렇지만. 불이 안 붙는데 어쩔 수가 없잖아」


「아, 저기…… 죄송합니다, 프로듀서 씨…… 이제 하나도 없어요……」


 치에리가 미안하다는 듯이 사과한다.

 벌써 다 떨어졌나. 많이 사 왔다고 생각했는데……


「…… 아아, 그랬구나」


 리이나랑 미호가 몇 개씩 묶어서 불을 붙이고 있었다.

 저런 짓 하는 녀석들 꼭 있었지.

 예전에 나도 저랬었다.

 사실 방금 전에도 했었다.


「자, 그럼 슬슬 들어갈까」


「네ー에」


 뒷정리를 끝내고 방으로 돌아간다.

 목욕하고 나와서 맥주를 딱 한 캔만 따고.

 창문을 열면 서늘한 바람이 흘러들어온다.

 멀리서 들리는 벌레들의 울음소리도 듣기가 좋다.


 오늘 밤도, 푹 잘 수 있을 것 같았다.





「…… 그래서, 뭔데? 설마 진짜 밤에 혼자 산책하기 무서워서 부른 건 아니지?」


「…… 글쎄요, 어떨까요오?」


 한밤중에, 목소리를 듣고 눈을 뜬다.


 핸드폰을 확인해 보니 오전 한 시. 착한 아이는 자고 있을 시간.

 이런 시간에 밖에서 얘기하고 있는 건 누구지……

 졸린 눈을 비비며 이불에서 빠져나온다.

 이럴 줄 알았으면 창문을 닫고 잘걸 그랬다.


「…… 음, 마유랑 카렌이구나……」


 창문으로 밖을 내려다보니 주차장에서 마유와 카렌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주차장이라곤 해도 내 방 창문 바로 밑이라서……


「이제 치히로 씨도 잠들었을 테니까 P 씨 방에 잠입하러 가려고 했는데」


「그것도 매력적인 제안이지만요…… 그 전에 마유는 카렌 쨩이랑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어요오」


 야, 그러지 마.

 뭐가 매력적인 제안이야.


「카렌 쨩, 이제 곧 데뷔하잖아요오」


「…… 응. 정말 기대돼」


「우후후, 그런가요」


 엿들으면 안 된다는 건 알고 있지만 들리는 건 어쩔 수 없다고 스스로를 타이른다.

 그리고 마유라면, 내가 듣고 있다는 걸 알고 있을지도 모른다.


「………… 카렌 쨩, 지난번에 치에리 쨩한테 왜 아이돌이 되고 싶었냐고 물어봤었죠」


「응. 소극적인 자신을 바꾸고 싶었다고 대답했었잖아」


「카렌 쨩도 얘기했었죠. 봐 주는 사람들을 미소짓게 해 주고 싶다, 고요」


「그랬었지」


「………… 그거, 마유한테도 물어보는 흐름 아니었나요오?」


 진지한 얘긴가 싶었지만, 그렇지도 않은 것 같다.


「…… 눈치는 챘는데 있잖아, 마유는 P 씨 좋아하는 거 맞지?」


「네, 물론이에요」


 즉답하는 마유.

 진작부터 알고 있었고, 몰랐던 체 시치미뗄 생각도 없다.


「그럼 왜 아이돌 하는 거야? 아이돌 활동을 하고 있는 한 그 아이돌 바보랑 이어질 일은 절대 없을 거 아냐」


 그리고, 당연히.

 마유가 아이돌인 한 내가 마유를 그런 시각으로 바라볼 일은 절대 없을 거다.

 절대로. 마유가 성인이 되더라도, 얼마나 아름다워지더라도 변하지 않을 사실이다.

 나는 프로듀서라는 직업에 모든 걸 걸고 있는 사람이니까.



「…… 아이돌은 정말 굉장해요오」


「…… 그건 나도 아는데……」


「바꿔 주는 거에요. 봐 주는 사람들도, 자기 자신도」


 그러니까, 라고.

 마유가 미소짓고 있다는 걸 여기서도 알 수 있다.


「…… 마유가 바꿀 거에요. 마유가 반드시 반하게 만들 거에요. 프로듀서 씨를…… 아이돌 사쿠마 마유에게. 반하게 해 보이겠어요」


「………… 입장이」


「몰라요. 생각 못 하게 만들겠어요. 프로듀서와 아이돌이란 관계로 묶여 있지만, 그래도 마유랑 이어지고 싶다, 고…… 그렇게 생각하도록 만들기 위해서, 마유는 톱 아이돌을 목표로 하고 있는 거에요」


 …… 나까지, 웃음이 나올 것 같아졌다.


 나는, 프로듀서로서의 입장을 반드시 지켜낼 거다.

 아이돌이랑 이어지고 싶다고 생각할 일은 절대 없다.

 그래도, 만약에.

 사쿠마 마유라는 아이돌이, 내가 반해 버릴 정도로 성장한다면……


 그건 틀림없이, 정말 기쁜 일이 될 거다.


「…… 대단하네, 마유는」


「네…… 그러니까」


 스읍ー, 하면서.

 마유가 각오를 다지고 있다는 게 여기까지 전해져 온다.


「…… 카렌 쨩이 『P 씨랑 같이 있을 수가 없어져 버리니까』 같은 이유로 대충 하고 있는 건, 용서할 수 없어요」


「………… 하? 내가?」


「그래요오. 데뷔하면 P 씨랑 동거하는 나날은 끝나 버리니까. 모를 거라고 생각했나요? 마유는 쭉 카렌 쨩 옆에서 레슨을 지켜봐 왔는데요」


「…………」


「그 시절의 카렌 쨩은 정말 굉장했고, 솔직히 마유가 질투해 버릴 정도로 P 씨의 눈길을 독차지하고 있었어요. 하지만…… 유닛이 결성되고 나서는, 전혀 상대가 되질 않네요」


「…… 그거야, 마유가 훨씬 경력도 길고 실력도 좋으니까」


「………… 얼마 전까지의 카렌 쨩이라면 절대 그런 얘긴 안 했을 거에요오. 경쟁심을 불태웠겠죠. 그런데………… 왜 그렇게 시시한 사람이 돼 버린 건가요?」


 그래서 마유는 카렌과 투 톱 포지션을 원했던 걸까.

 카렌이 또, 마유한테 질 수는 없다, 면서 의욕을 내도록 하기 위해서.

 전력을 다하는 카렌과 함께 스테이지에 서기 위해서.

 마유가 늦었던 그 날, 카렌이 대역으로 스테이지에 섰던 날의 빚을 갚기 위해서.



 그 말을 들은, 카렌의 대답은.

 기가 막힐 정도로 시시했다.


「…… 그러면 있지, 나를 투 톱 포지션에 세우기로 한 거 취소해 주면 안 될까?」


 무심코 일어나 버릴 뻔했지만 꾸욱 참는다.

 지금은 마유가, 카렌이랑 얘기하고 있으니까.


「…… 왜, 죠?」


 마주보는 마유는 냉정했다.

 어쩌면 너무 화가 나서 부글부글 끓어오르고 있을지도 모르지만 그런데도 냉정하게 대답한다.


「내 입장에선 있지, 투 톱으로 추천받아도 곤란하단 말이야. 민폐 끼치고서 내 탓이라고 생각하게 만드는 것도 싫다구」


「그건…… 노력할 생각 없다, 는 의미인가요?」


「응. 나 노력이라든가 그으ー런ー 거 싫어하거든」


「…… 그런가요」


「캐릭터랑 안 어울리잖아?」


「………… 그런가요」


「대충 할 생각은 아니었지만, 예전만큼 진심을 다하고 있진 않냐고 물으면 확실히 그럴지도. 그도 그럴 게 내 꿈은 벌써 이뤄졌으니까」


「……………… 그런가요」


「그리고 있잖아, 나보다 리이나나 미호가 훨씬 실력 좋기도 하고. 말 나온 김에 이제 마유 단독 센터로 해 달라고 하자. 그러는 게 훨씬 나을걸」


「…………………… 카렌 쨩」


 마침내 마유의 인내심이 한계에 다다랐다.


 고, 생각했지만.

 마유의 목소리에서 분노는 느껴지지 않고.

 적당히 얼버무려 넘기려는 카렌에게.


「…… 거짓말쟁이…………」


 그 말은 굉장히 외롭게 들렸다.


「…… 사실은, 그런 이유가 아니지 않나요?」


「………… 어떻다고 생각해?」


「모르겠어요…… 오히려, 전혀 예상 못 할 만한 이유가 있으리라는 것만큼은 확신하고 있을 정도에요오」


「몰라도 괜찮아. 어차피ーーーー」


 잘 들리질 않았다.

 카렌은 뭐라고 말했을까.


「…… 기다려 주세요. 마지막으로 하나만 대답해 주세요」


 마유가 카렌을 불러세운다.

 아무래도 카렌은 이제 그만 방으로 돌아가려는 것 같다.


「좋아. 컴온!」


「…… 카렌 쨩에게, 사쿠마 마유는………… 그 정도, 그냥 아는 사람일 뿐이었나요……?」


「…… 후후, 좀 거북하니까 지금 말고 조만간 대답해 줄게」


 거북하다는 말은 카렌이 부끄러움을 숨길 때 하는 말이라서.

 거의 대답해 준 거나 마찬가지였다.


「…… 우후후, 도망갈 생각 가득이잖아요오……」


「그런 표정 짓지 말아 줘. 아이돌은 미소가 생명이잖아」


「…… 괜찮아요오. 자, 방으로 돌아가죠」


 결국 지금 이 대화에 무슨 의미가 있었는지 나는 모르겠다.

 하지만 분명 잘 해결될 거다.

 마유가 납득했다면 괜찮을 테니까.

 그러니까 내가 카렌한테 무슨 말을 할 필요도 없다.

 
 난 다시 이불 속으로 기어들어간다.

 의외로 금방 수마가 덮쳐와서, 눈 깜짝할 사이에 꿈나라에 빠져들었다.



= = = = = = = = = = = = = =
카렌은 뭐라고 말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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