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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죠 카렌과 보내는 여름 ⑧

댓글: 1 / 조회: 721 / 추천: 2



본문 - 01-13, 2019 00:19에 작성됨.

 삐비비빅. 삐비비빅


 일요일. 거꾸로 읽어도 일요일.

 아. 정말 거꾸로 읽어도 일요일이잖아.


「으으으…… 후아암…… 알람 시끄러……」


 아니나다를까 내가 자는 소파에 뭔가 있다.

 누구냐 하면, 카렌이다.

 아니 진짜, 이제 내가 침대에서 자도 되는 거 아닐까.

 소파는 양보해 줄게.


「…… 좋은 아침, 카렌」


「………… 변태」


「혼난다」


 이렇게, 다시 말하지만 일요일.

 하루종일 자고 싶은 마음을 꾹 억누르며 어떻게든 소파에서 일어난다.

 오늘은 사러 나가야만 하는 물건이 있으니까.

 …… 다음 주에 가면 안 될까.


「자는 얼굴이나 생얼 자꾸 훔쳐보는 거 진짜 최악……」


 그럼 침실에서 자면 좋을 텐데.

 하도 봐서 나도 익숙해졌으니까 서로 신경 안 쓰면 되지.


「생얼도 충분히 예쁜데」


「기분나빠」


 카렌이랑 지내다 보면 마유가 얼마나 좋은 아이인지 잘 알게 된다.

 아마 입장이 반대였어도 똑같았겠지만.


「자 빨리 준비하고 나가자. 데뷔 축하 선물 사러 가는 거 맞지?」





「그래서, 무슨 선물 줄 건데?」


「300엔 한도 안에서 아무거나 골라 봐」


「후후, 뭐야 그거」


 당연히 초등학생들 소풍 갈 때 간식비지, 라고 말하려다 입을 다문다.

 잘못하면 카렌이 소풍을 가 본 적이 없을 가능성도 있으니까.


「…… 뭐 갖고 싶어?」


「그건 직접 골라야지. 카렌 쨩 무슨 선물을 받으면 기뻐해 줄까~ 하고 고민하면서」


「감자튀김 쿠폰」


「여고생이 감자튀김 쿠폰 받고 기뻐할 거라고 생각하는 거?」


 감자튀김 값도 못 낼 뻔한 여고생이 무슨 소릴 하는 건지.

 그건 제쳐두고 진지하게 생각해 보자.

 카렌한테 선물…… 옷은 충분히 갖고 있을까.

 화장품은 자세히 모르고, 네일이 신경쓰인다고 말한 적도 있었지만 그 쪽도 자세하진 않다.


 그렇게 되면…… 장신구나 지갑 아니면 가방인가.

 다음 달에 생일도 있으니까 적당히 비싸게 먹혀도 뭐 괜찮겠지.

 장신구라면 귀걸이로 할까 목걸이로 할까.

 이런, 마유한테 조언이라도 받아 뒀으면 좋았을걸.


「…… 네이네이. 둘이만 있을 때 다른 여자 생각하지 말구」


「엥, 어떻게 알았어?」


「얼굴에 다 써 있어. 너무 알기 쉽잖아」


「그나저나 카렌은 핸드폰 갖고 있었지?」


「응ー, 뭐 있긴 있지. 계약이 끊겨서 와이파이 없는 데선 못 쓰지만」


 그걸 갖고 있다고 할 수 있을까.

 거의 뮤직 플레이어나 다름없잖아.


「그으럼 계약 갱신하러도 가야겠다」


「아ー…… 그건 9월 들어서 해도 될까?」


 뭐, 유닛 데뷔 전에만 준비할 수 있으면 괜찮으려나.

 앞으로도 당분간 우리 집에서 지낼 테니 필요할 일도 적겠지.

 그나저나 요즘 여고생인데 핸드폰 안 갖고 있는 애도 다 있구나.

 이 녀석은 요금을 못 내니까 해약했을 가능성이 더 커 보이긴 하지만.



「그럼 가게 들어가 보자」


「…… 오, 오케이」


 둘이서 나란히 주얼리 샵에 들어간다.

 마치 마왕성으로 돌격하는 신출내기 용사 2인조 같은 그림이다.

 가게에서 빵빵하게 도는 냉방은 마치 『여기는 너희 인간 따위가 와도 되는 곳이 아니다』 라고 말을 걸어 오는 것만 같다.

 일단 너무 거북하다.


「…… 엄청 반짝반짝거려……」


「원조교제라고 오해받지만 않으면 좋겠는데……」


「저기ー 파파. 저기 비싼 거 사줘ー?」


「그러지 마 진짜 신고당한다니까」


 하지만 주변 사람들의 주목이 끌리는 일은 전혀 없었다.

 이 가게에 들어올 정도 되는 사람들은 지갑에나 마음에나 여유가 있다는 걸까.

 어쩔 수 없지. 당분간은 사이좋은 부녀나 남매 연기를 해야겠다.

 괜찮아. 점원이 말을 걸어도 프로듀서의 커뮤력으로 격퇴해 주겠어.


「어떤 물건을 찾으시나요?」


「네? 아, 그러니까…… 여동생 생일 선물을 줄까 해서요……」


「아, 내가 여동생?」


 말 안 해도 알고 있으라고.

 내가 여동생이겠냐.

 아니 쓸데없는 소릴 해서 굉장히 이상한 관계라도 되는 것처럼 보고 있잖아.


「생일 선물인가요……! 그럼, 어떤 종류를 찾으시나요?」


「음ー. 이 나잇대 애들이 걸어도 어색하지 않은 목걸이로」


「고등학생이신가요. 내년부터는 대학생이세요?」


「아뇨, 지금 열여섯 살이라서……」


 왜일까. 본격적으로 원조교제스러움이 깊어지는 느낌이다.

 
「그러시다면 이런 종류가 딱 맞을 것 같습니다」


 안내받은 곳은 목걸이의 밭.

 대단해. 수많은 두상에 고급스러운 목걸이가 하나씩 걸려 있다.

 한밤중에 봤다간 미쳐 버릴 것 같다.

 그리고 가격표 보기만 해도 미쳐 버릴 것 같다.


 0의 갯수를 세어 보고 나서 카렌이랑 마주본다.


「………… 카렌. 일단 여길 나가자. 작전회의다」


「오케. 여기 너무 위험해」





 가까이 있던 햄버거 체인점에 들어가서 저렴함을 느끼며 안심.

 음료수와 감자튀김을 사 와서 자리에 앉은 다음 깊이 한숨을 내쉰다.


「…… 우린 그 가게에 들어가기엔 너무 일렀어」


「응…… 가격표 안 보고 졸라 볼까 했는데, 아무리 그래도 0이 6개나 붙는 건 좀 아니잖아」


 보석 반짝반짝이었으니까.

 저런 건 숙녀분들이 파티에 갈 때 거시는 거지, 여고생들이 평소에 걸고 다닐 만한 게 아니다.

 저런 걸 사 주면 받는 사람도 힘들다.

 선물이니까 가격 가지고 이래저래 말하고 싶진 않았지만 아무리 그래도 저건 힘들다.


「여고생한테 딱 맞는다면서 그 가격은 뭔데? 요즘 여고생들은 주식이라도 한대?」


「넌 주식으로 감자튀김 먹고 있잖아」


 이렇게 됐으니 플랜 B.


「백화점으로 가자. 그래야 서로 마음 편하게 구경할 수 있겠다」


「오케…… 아ー. 일본에는 저런 가게에서 물건 사는 부자들도 있구나」


「일본 참 넓구먼」


「도쿄돔 몇 개 정도 넓이일까?」


「47도도부현이라고들 하니까 47개 정도 아닐까?」





 역전 백화점에 도착.

 낯익은 광경을 보며 조금 안심한다.


「저기, 크레이프 먹고 가자?」


「먼저 이것저것 사고 나서」


 주얼리 샵도 적당히 양심적인 가격을 보여 줬다. 적어도 방금 그 가게보다야.

 여기서라면 뭘 고르든 괜찮을 거다.


「나 저거 갖고 싶어. 부동산」


「달 부동산이면 적당한 가격으로 살 수 있을 것 같기도 한데」


 데뷔 축하 선물 겸 생일선물인데 부동산이라니.

 공인중개사에서 나온 바람잡이라도 되는 거냐 넌?


 가게 안을 느긋하게 돌면서 카렌한테 어울릴 것 같은 목걸이를 찾는다.

 어떤 색이, 어떤 디자인이 어울릴지.

 빨강…… 물색…… 의외로 뭐든 어울릴 것 같기도 한데.

 이렇게 누군가한테 어울릴지 고민하면서 선물 고르는 것도 꽤 즐겁다.


「…… 응, 이건 어떨까」


「해골…… 나보고 죽으라는 거야?」


「아니 그 옆 케이스. 그리고 해골 목걸이엔 그런 속뜻 없거든」


 내가 가리킨 곳에는 연꽃을 본뜬 목걸이.

 희미한 페퍼민트 그린 컬러에 조금 어른스러운 분위기의 디자인.


「음ー, 나한텐 너무 어른스럽지 않아?」


「카렌은 충분히 어른스럽잖아」


「변태」


「가게 안에서 그런 말은 진짜 좀 참아. 응?」


 방금 전부터 근처에 있는 손님이 보고 있다니까.


「…… 이걸로 빨간색은 없으려나ー」


「어, 빨간색이 좋아? 이 색이 더 어울릴 거 같은데」


「마유한테는 안 어울릴 것 같아. 아ー, 그래도 치에리한텐 어울릴지두」


 아니 너 줄 선물이라고.

 왜 다른 사람한테 어울릴지까지 고민하는 건데.

 점원에게 부탁해서 한 번 채워 본다.

 …… 응. 어울려.
 

「어때?」


「꽤 좋아. 이걸로 정하자」


 목걸이 하나만으로 인상이 꽤 변한다.

 딱 맞는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어울리니까 어쩐지 나도 기뻐진다.

 선물 고르는 건 꽤 즐거운 일일지도 모른다.

 얼마 뒤엔 마유 생일도 다가오니까. 그 때도 기다려지는데.


「…… 다른 여자 생각했지」


「언제 선물해 줄까? 정식으로 데뷔하고 나서?」


「오늘밤」


「빨라」


 생일 선물 겸, 이라고 말했잖아.

 아직 한 달은 남았는데.

 그럼 굳이 오늘 사러 올 필요도 없었던 것 같기도 하지만 또 언제 쉴 수 있을지 모르기도 하고.

 게다가 카렌이랑 이렇게 놀러 나오기도 어려워질 테니 이러는 게 맞았으려나.


「………… 고마워, P 씨」


「됐어. 좀 이르긴 하지만 데뷔 축하해 카렌」


「응. 밤엔 힘내 버릴 테니까 기대해 줘?」


 저녁밥을 힘내서 만들어 준다는 얘기란 거 잘 알고 있거든.

 그러니까 가게 안에서 그런 발언은 삼가 달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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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화는 새벽 중으로 올라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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