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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부야 린 「오더메이드」

댓글: 2 / 조회: 1510 / 추천: 5



본문 - 12-28, 2018 07:33에 작성됨.

1>>  ◆TOYOUsnVr. 2018/12/24


 그러고 보니까, 란 목소리가 겹친다.

 아주 잠깐 간격을 두고 눈이 마주친다.

 서로 마주보며 쿡쿡 웃은 뒤에, 나는 「먼저 얘기해?」 라고 말한다.

「그럼 사양 않고. 뭐 별 얘기 아니긴 한데」

「응. 나도 마찬가지니까 안심해」

「음. 뭐, 그게. 벌써 크리스마스잖아, 그치」

「어」

「?」

「아냐, 저기, 나도 그 얘기 할까 했었거든」

「이심전심이네」

「별로 안 통한 것 같은데?」

「눈 감고도 표정 정도는 맞출 수 있을걸」

 언제나처럼 바보 같은 농담.

 한숨을 쉬며 「벌써 크리스마스네」 하고 대답한다.





 발끝으로 바닥을 차서 의자를 빙글 돌린다.

 조금 삐걱거리며 뱅뱅 도는 의자에 앉아, 다시 「크리스마스라아」 하고 중얼거린다.

「한가해 보이는데」

「응. 프로듀서도」

「난 한가한 게 아니라, 한가한 체 하고 있는 거야」

「뭐야 그건」

「쉬고 있단 얘기」

「땡땡이잖아」

「그렇게도 부르지」

「치히로 씨 오면 또 혼날라」

「괜찮아. 방금 혼났으니까」

「하나도 안 괜찮잖아 그거」

「쓸데없이 일까지 넘겨받아 버렸어. 한가하시면 도와 주실 수 있나요, 라면서」

「아ー아」

「아무튼 그건 제쳐두고」

「제쳐두는구나」

「크리스마스 얘기였잖아」

「아아, 응. 잊어버리고 있었어」

「올해는 린이 부ー부ー 거려서 휴일로 만들어 줬잖아?」

「부ー부ー 안 거렸어」

「거렸잖아. 어차피 올해도 바쁘겠지만, 이라며」

「그치만, 그건…… 그렇게 생각했는걸. 설마 쉴 수 있을 거라고는 생각 못 했단 말야」

「아. 화내는 건 아냐. 그냥 쉴 수 있다는 얘기였어」

「응」

「그 날 뭐 할지는 벌써 정했으려나, 싶어서」

「아ー」

 왜인지 모르게, 의도를 읽어낼 수 있었다.

 그래서 난 일부러, 「그런 얘기였구나?」 라고 말한다.





「그런 얘기였어. 그래서 어때?」

 프로듀서한테서 평소랑은 다르게 약간 긴장감 같은 게 느껴져서 재미있다.

 이번엔 좀 놀려 주자.

 그렇게 생각하고서 「얘기가 좀 새긴 하는데」 라고 말하며 입꼬리를 올린다.

「우리 집, 꽃집이잖아?」

「어? 아, 그렇지」

「꽃집은 이맘때쯤부터 연시까지 정말 바빠져」

「아아, 신년 축하 화환이라든가?」

「그래그래. 그리고 선물용도 있어. 그, 크리스마스용으로」

「아ー. 그것도 그렇겠네에」

 프로듀서의 표정에서, 눈에 띌 정도의 실망감이 엿보인다.

 의도적으로 오해하도록 만들었다는 사실에 아주 조금 죄책감이 솟아오른다.

 그래도, 한 번만 더.

 라는 짗궂은 마음으로 엑셀을 조금 더 세게 밟는다.

「예를 들면, 꽃다발도 그래」

「응」

「별로 안 바쁠 때는, 주문 받고 바로 만들어서 몇십 분 뒤에 건네준다든가, 그런 식으로 팔 수 있을 텐데」

「아ー. 크리스마스에는 주문이 밀려 있다는 거구나」

「맞아맞아」

 자, 슬슬 끝낼 시간이다.

 다시 입꼬리를 올리며 「그러니까」 라고 말한다.

「꽃, 사고 싶으면 미리미리 예약해 둬야 될걸?」





 프로듀서는 한 순간 놀란 표정을 짓더니, 바로 「그렇구나……」 라고 말한다.

 대답을 기다리고 있으니까, 프로듀서는 크흠 하고 헛기침을 한 다음 의자에서 일어선다.

 재킷 옷깃을 여미고 과장스레 한 팔을 펼치며, 다른 손을 내 앞으로 내민다.

「혹여 괜찮으시다면, 제일 아름다운 꽃을 받아 가고 싶습니다만. 물론 크리스마스 이브에 말이지요」

「역시 프로듀서는 바보 같네」

「엑, 린이 빙빙 돌려서 말하길래 맞춰 준 건데? 그렇게 반응하기야?」

「그렇게까지 해 달라고는 안 했거든」

「그래서, 꽃집 아가씨? 대답은?」

「응. 주문 확실히 받았습니다」

「저녁때쯤 받으러 가겠습니다」

「네이네이. 이제 이 분위기는 그만 해도 되지 않을까」

「린이 시작해 놓고?」

「그치만 봐봐, 치히로 씨가 방금 전부터 엄청 쳐다보고 있다구?」

「…… 일해 보실까아」

「응. 열심히 하는 게 좋을 거 같아」

 의자에서 내려서서 허리에 손을 댄다.

 으응ー. 하고 기지개를 켜고 나서 「그럼 내일 봐」 하고 손을 흔든다.



◆ ◇ ◆ ◇


 그리고 매일매일 바쁘게 지내다 보니, 눈 깜짝할 사이에 크리스마스 이브 날이 찾아왔다.

 내 방에서 시계를 바라본다.

 슬슬 준비해야겠네.

 하나코한테 「미안해」 하고 사과하고서 거실에 내려보낸 다음, 옷장 안에 걸린 드레스를 펼친다.

 거울 앞에 서서 이게 좋을까, 역시 저게 나을까, 하고 번갈아 가며 입어 본다.

 겨우 정하고 나서는 화장대 앞에 앉아서, 목걸이랑 귀걸이를 정하는 데 또 시간을 들여야 했다.





 그러고 나서 머리를 다 정리했을 때쯤, 프로듀서가 보낸 문자가 도착헀다.

『10분 정도 걸릴 것 같아』

 간단하네 『알았어』 라고만 적어 보낸다.

 거울 앞에서 뱅글뱅글 돌면서 이상한 데가 없는지 거듭거듭 확인하고 나서, 마지막으로 목덜미에 향수를 한 번 뿌린다.

 이제 다 됐어.

 아마도.





 슬슬 오려나, 하고 집 앞에 나와 보니 꼭 맞게 프로듀서의 차가 눈 앞에 멈췄다.

 힐을 울리며 조수석 문 앞으로.

 잠긴 문이 열리는 소리가 나서, 나는 지체없이 문을 열고 미끄러져 들어가듯 올라탄다.

「기다렸지. 드레스 입었네」

「응. 아, 그렇게 말한다는 건 드레스코드 없는 데로 가는 거구나」

「오늘은 좀 취향을 바꿔 볼까 싶어서」

「그렇구나. 기대해 둘게」

「미리 말해 놓을걸 그랬나 보다. 미안」

「아냐, 괜찮아…… 드레스 입고 있으면 붕 뜨는 데는 아니지」

「아냐아냐. 그런 걱정은 마」

「그럼 괜찮구」

「그리고」

「?」

「눈이 대단히 호강하고 있사옵니다」

「…… 그래」

「부끄러워?」

「안 부끄럽거든」

「진짜 잘 어울려. 귀여워」

「네이네이. 얼른 앞에 봐, 출발해야지」

 프로듀서는 입을 삐죽대면서 「진심으로 칭찬하는 건데」 라고 중얼대면서 차를 출발시킨다.

 나도 프로듀서 흉내를 내면서 「알고 있다니깐」 하고 작게 말한 다음, 시선을 창 밖으로 돌렸다.





 잠시 달려서 도착한 곳은 조그마한 바 같은 가게였다.

 그리고, 아무래도 가게의 조명은 꺼져 있는 것 같다.

「…… 문 닫은 것 같은데」

「그래. 오늘은, 무리하게 부탁해서 닫아 달라고 했지」

 말하고서, 프로듀서는 주머니에서 본 적 없는 열쇠를 꺼낸다.

 그걸 가게 문에 찔러넣고 찰칵 돌린다.

「자, 들어가」

「응」

 그 말에 따라 문 안으로 발을 디딘다.

 내 뒤를 따라 프로듀서도 들어왔는지, 등 뒤에서 문이 닫히는 소리가 울려퍼진다.

「깜깜하네」

「응. 눈, 감아 줘」

 뭘 하려는 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 말대로 눈을 감는다.

 불을 켠 건지 팅 하는 소리가 들린다.

 그리고, 손을 잡아끌려서 가게 안을 똑바로 가로지른다.

 몇 걸음 더 걷고 나서 손이 떨어지고 「스톱」 이란 말이 날아온다.

「좋아, 됐다」

 어느새 뒤로 돌아가 있었는지 프로듀서의 목소리는 등 뒤에서 들린다.

 그 말을 듣고 눈을 떠 보니, 눈 앞에는 약간 장식된 가게와 탁자 위에 차려진 형형색색의 요리가 있었다.

「메리 크리스마스!」

 갑자기 큰 소리를 질러서 놀라며 뒤돌아본다.

 프로듀서는 어디서 났는지 모를 새빨간 산타모를 쓰고 있다.

「뭐야 그거」

「몇 년 전 크리스마스 날에 일할 때 린이 쓰고 있었던 거」

「잠깐만」

「놀랐어?」

「어, 응. 꽤 놀랐어. 대단하네, 이거」

「그치? 아침부터 준비했다니까」

「요리도 다 프로듀서가 한 거야?」

「그러기엔 일손이 부족했으니까, 여기 빌려 주신 분한테 부탁해서, 이것저것」

「…… 둘이서 이만큼이나 먹을 수 있을까」

「힘내자고」

「죽어 버릴 것 같은데」

「그럼 같이 죽는 거지」

「이 시추에이션에서 그렇게 말해 봤자 하나도 안 감동적이거든」





 작은 가게지만 둘이서만 있기엔 너무 넓을 정도라, 어마어마하게 사치를 부리고 있는 것 같은 느낌마저 든다.

 이런 입식 파티나 예능인들이 모이는 친목 모임 같은 데 다녀 본 적은 있지만, 이런 파티를 둘이서만 하는 건 처음이다.

 눈 앞에서 접시를 늘어놓고 있는 프로듀서의 얼굴을 바라보고 있자니 왜인지 미소가 흘러넘친다.

「? 왜 그래」

「아, 어쩐지 즐거워져서」

「기뻐해 줘서 다행이야. 맘에 안 들어하면 어떡하나 했었어」

「맘에 안 들 리가 없잖아. 차암, 이렇게나 해 놓고서. 뭐 드레스까지 입을 필요는 없었겠지만」

「진짜 미안해」

「농담이래두. 게다가」

「게다가?」

「오늘 같은 크리스마스, 좋아해」

「단 둘이서 느긋하게, 란 거 의외로 어려우니까」

「응. 그러니까, 늦어지긴 했어도, 고마워」

「저야말로요. 이토록 바쁜 시기에 주문을 받아 주시고」

「또 그거야?」

「가장 아름다운 꽃을 준비해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하아, 하고 한숨을 쉰다.

 할 수 없네. 어울려 줘야겠어.

「또 주문해 주시기를,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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渋谷凛「オーダーメイ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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