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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죠 카렌과 보내는 여름 ④

댓글: 5 / 조회: 972 / 추천: 4



본문 - 12-26, 2018 03:24에 작성됨.

 목요일


「무리. 나 절대 죽어」


「히, 힘내요……」



 금요일


「안 돼, 무리」


「카렌 쨩, 파이팅이에요오」



 토요일


「살려줘」


「퇴근할 때 감자튀김 사 가지고 가자」


「힘낼게」





 폭풍우 같은 한 주를 보내고 이제 7월 21일. 일요일이 찾아왔다.


 일요일(Sunday). 일요일목 일요일과 일요일속 일요일종.

 이 세계가 축복에 감싸이는 날.

 인류는 이 날이 오기를 한없이 기다리며 살아가고 있다.

 시침이 12를 가리킴과 동시에 구원이 찾아오고, 늦잠을 자는 꿈을 꾸며 잠에 든다.


 그렇다, 일요일이 왔다.

 오늘은 아무 일정도 없다.

 즉, 잘 수 있다.

 자자. 피곤하다.

 왜인지 몸도 마음도 잔뜩 지쳤다.


「안녀엉ー P 씨, 저기저기, 쇼핑 안 갈래?」


「………… 카렌이냐……」


 이른 아침부터 흥분도가 높다.

 공동생활을 시작한 지 벌써 며칠이나 지났지만 아직도 익숙해지질 않아서, 아침이 찾아올 때마다 집에 JK가 살고 있다는 사실에 놀라곤 한다.


「봐봐, 모처럼 일요일에 하루 종일 쉴 수 있는데 아무 데도 안 나가기엔 아깝잖아?」


「모처럼 일요일에 하루 종일 쉴 수 있으니까 오전 중엔 좀 자도 천벌은 안 받을까 싶었는데」


「아저씨같은 소리 하지 말고. 시간은 유한하다니까?」


 아저씨같고 뭐고, 난 벌써 삼십줄인데.

 …… 이런 얘기, 세상의 삼십대 여러분이 들으시면 화내실 것 같다.


「어디 갈까? *루미네나 디저트 부페 같은 데 추천하고 싶은데. 아, 영화 보러도 가고 싶지 않아?」
※신주쿠역 근처의 쇼핑센터


「…… 나까지 같이 갈 필요는 별로 없지 않을까?」


「실내에만 있으면 몸 상한다구. 그리고 나 혼자 가면 누가 짐 들어 줘?」


 제발 직접 들어 줬으면 한다.

 아니, 은근슬쩍 난 짐꾼 취급당하고 있잖아.


 하아, 하고 한숨을 토해낸 나는 소파에서 일어났다.

 할 수 없지. 서로간의 거리를 줄이기 위해서 오늘 하루 어울려 주기로 하자.

 손을 씻고 식빵을 토스터에 쑤셔넣은 다음, 이를 닦고 세수를 한다.

 샤워는…… 아침 먹고 해도 되려나.


「이 근처에 큰 백화점 없어?」


「지하철로 두 역쯤 나가면 있어. 옥상에 미니 유원지 같은 게 있는 백화점」


「그ー럼 거기로. 결정!」


 뭐, 괜찮겠지.

 나도 통기성 괜찮은 속옷을 좀 사 두고 싶었으니까.

 게다가 그 백화점에 가는 것도 오랜만이다.

 덤으로 카렌 옷도 몇 벌…… 이거, 아저씨가 여고생한테 조공 바치는 구도인데?


「점심 땐 단 거 먹고 싶어. 그리고 시간 있으면 영화관 가든가 DVD 빌려서…… 으음ー. 하루로는 부족할지두」


「뭐, 그럼 다음 주에 또 나가면 되잖아」


「다음 주에도 또 같이 가 준다는 거 맞지?」


 입은 재앙의 근원.

 안이하게 위로한답시고 말하는 게 아니었다.





「짠! 어때? 어울리지?」


 백화점의 레이디스 플로어에 도착한 지 벌써 한 시간은 넘게 지났다.

 아직도 카렌은 어떤 옷을 살지 결정하지 않고, 그저 입어 보기만 하면서 즐기고 있다.

 그러는 와중에 남자 혼자 기다리고 있기란 꽤 어색한 일이다.

 저기 있는 소파에 앉아서 기다리면 안 될까. 안 되겠지.


「응, 어울린다. 달라 보이네 달라 보여」


 처음엔 열심히 칭찬했었지만, 아무래도 점점 적당해져 간다.

 아니, 어울린다고 귀엽다고 생각하는 건 본심이긴 하지만.


「후후. 누구게ー?  막 이렇게, 배우 기분도 내 보고」


「엄청 물장사 같은데」


「아, 오늘 데이트비 3만이야」


 농담을 던지면서, 방금 전까지 입어 보던 옷을 나한테 떠넘긴다.

 야, 원래 있던 데 다시 걸어 놔야지.

 그리고 다시 탈의실에 들어가 커튼을 닫는다.

 분명 다른 옷을 두 벌쯤 더 들고 있었지.


 잘 모르는 것도 아니긴 하지만 특별히 관심도 없는 나로선 이 패션 쇼가 왜 즐거운지 모르겠다.

 그렇게 몇 벌이고 입었다 벗었다 입었다 벗었다 하는 게 재밌는 걸까.

 뭐, 어쨌든 즐거워 보인다는 것만은 보고 있기만 해도 알겠지만.

 이 세상의 커플들은 다 이런 식으로 놀러 다니는 걸까.


「앗, 이거 좋을지두」


 띠링


 내 전화기가 울린다.

 보낸 사람은…… 마유인가.


『P 씨, 오후에 한가하시면 같이 쇼핑 가실래요?』


『미안 지금 카렌이랑 나왔어』


『어디』


『3층』


 핸드폰을 주머니에 쑤셔넣는다.

 몇 번이고 계속 말하는 거지만 너 아이돌이니까 안 된다고.


 그러고 보면, 카렌의 주거 문제도 조만간 어떻게든 해야겠지.

 데뷔하기 전에는 살 곳을 마련해야 한다.

 데뷔하기 전에는 집세를 마련할 수가 없다.

 꽤 어려운 문제지만 치히로 씨라면 어떻게든 해 줄 수 있을 거라 믿고 있다.


 차르륵, 하고 탈의실 커튼이 열린다.


「자자자, 이건 어때?」


「음. 괜찮지 않아?」


「고개 돌려. 적어도 잠깐이라도 보고 말해」


「어차피 카렌이 뭘 입든 어울릴 텐데」


「내 소질을 알아봐 준 거야? 그럼ー 자, 성의있게 칭찬해 줘?」


 지금 카렌이 입고 있는 건 물색의 시스루 블라우스에 하얀색 숏팬츠.

 성의있게 칭찬하라는 말까지 들었다면, 연예계 사무소에 근무하는 프로듀서로서 실력을 발휘할 때다.



「햇볕에 다 타겠다」


「그럼 이거 사자. P 씨가 계산해」


「농담이야. 엄청 어울려서 귀엽다고 생각했다니까. 그나저나 피부 새하얗네」


「햇볕에 탈 일이 없었으니까」


 …… 그렇, 구나.

 그랬지. 카렌은……


「………… 미안」


「…… 네 계산 결정. 신경 안 써도 괜찮다고 말했잖아」


 지금은. 그러면 어떻게 대답해 주면 좋을지 알려 줬으면 좋을 텐데.

 웃어넘겨 버릴 수도 없잖아.


「아, 모처럼 왔으니까 P 씨 옷도 봐 줄까?」


「아니 됐어. 옷은 많으니까」


「좀 더 멋내야지. 나랑 같이 나갈 때 촌스럽게 하고 다니는 것도 싫구」


 지금 너, 나 센스 없다고 은근히 돌려 말한 거 맞지.

 …… 나쁘진 않다고 생각했는데.





「음ー, 어떤 걸로 할까나ー…… 뭐가 제일 좋을까?」


「먹고 싶은 걸로 주문하면 되잖아?」


 점심은 백화점 안의 경식 레스토랑에서 먹기로 했다.
 
 경식이라기보단 간식에 가깝다.

 단순히 내가 앉아서 쉬고 싶었으니까.

 짐을 내려놓고 앉는다는 건 정말 멋진 일이다.


 일단 배가 고프진 않으니까, 커피만이라도 마셔 두자.

 반대쪽에 앉은 카렌은 디저트 페이지를 노려보는 중.

 
「…… 저기요ー. 이 페이지에 있는 거 전부」


「두 개만 하자. 응?」


「음ー, 그럼 치즈 케이크랑 바닐라 아이스크림…… 그리고 감자튀김!」


「블렌드 커피 한 잔 부탁합니다」


 주문을 마치고 한숨.

 자, 오후엔 뭘 해 볼까.


「아, 다시 말할게. 이것저것 사 줘서 정말 고마워」


「신경쓰지 마. 데이트비라며?」


「후후, 추가 옵션도 붙여 줄까?」


「상식적인 행동, 그리고 어른에 대한 경의랑 존댓말로 부탁해」


「그런 옵션은 취급 안 합니다ー」


 즐겁네, 이런 대화도.

 옆에 지나가던 점원이 한 순간 귀를 기울이며 가만히 멈춰섰었으니까 앞으로는 삼가해 줬으면 좋겠지만.


「앞으로 더 보고 싶은 거 있어?」


「어디 보자…… 아, 옥상에 뭐 있댔지?」


「작은 유원지가 있었을 텐데…… 보러 갈까?」


「응, 옛날부터 한 번 가 보고 싶었거든」


 그 소망은 이해가 간다.

 옛날에 텔레비전 같은 데서 자주 나오던 백화점 옥상 유원지 같은 걸 보고, 나도 한 번쯤 가 보고 싶다고 생각했으니까.

 그건 그렇고 아직 열려 있으려나.

 그런 시설들은 요즘 다 폐쇄하는 분위기였던 것 같기도 한데.


「그럼 결정됐네. 아, 치즈 케이크 한 입 먹을래?」


「…… 또 뭐 사 달라고 조르려는 거 아니겠지」


「예쁜 지갑이 갖고 싶어」


「안에 넣을 것도 없잖아 너」


「그러네. 그리고 P 씨만 있으면 충분하기도 하구」





 백화점 옥상, 레저 파크.

 작은 관람차나 *와니와니패닉, 동전 넣으면 움직이는 팬더 모양 탈것.
※반다이남코에서 개발한 두더지 게임의 일종. 두더지 대신 악어를 때리는 게임.
 
 고리 던지기 노점이나 프랑크푸르트 가게.

 …… 가, 있었던 장소.


「………… 유원…… 지……?」


「였던 곳, 이네」


 아쉽게도, 이 백화점도 마찬가지로 유원지를 폐쇄하고 있었다.

 오랜 세월 그대로 방치돼 있었는지, 팬더가 새까맣게 변해서 그냥 곰처럼 보인다.

 그냥 놓여만 있는 아케이드 게임기들. 동전 넣으면 아직 할 수 있을까.

 작은 스테이지도 이미 잿빛으로 물들었고, 찢어진 텐트가 애수를 더하고 있다.


「…… 관람차 어디?」


「있었어도 철거됐겠지」


「감자튀김 노점은?」


「그건 원래 없었을걸」


「………… 유원지가 아니잖아!!」


「이런 일도 있는 거지」


 아니, 없어진 거지만.


 수익성이 떨어져서였을 거다.

 요즘 일부러 백화점에 와서까지 이런 작은 유원지에서 놀 법한 애들도 없을 테니.

 물론 아직 영업하는 옥상 유원지들도 있을 거고, 다 싸잡아서 말할 순 없겠지만.

 사라져 버린 건 아쉽긴 하지만, 자주 다니던 것도 아닌 내가 말할 입장도 아니다.


「저런 스테이지 위에서 마술사 같은 사람들이 퍼포먼스 하는 거잖아?」


「그렇지. 그리고 히어로 쇼라든가, 새내기 아이돌이 노래하기도 하고」


「헤에ー…… 이렇게 조그만 무대에서도 공연하는구나」


「뭐, TV에 나오는 데랑 비교하면 초라할지도 몰라. 그렇지만」


「응, 알고 있어. 그럼 P 씨한테만 특별히, 내 솔로 라이브를 보여 줄게」



 스테이지로 달려가서 계단을 오르는 카렌.


「…… 아, 올라와 보면 꽤 넓을지두. 그럼ー…… 갑니다!」


 그렇게 중얼거리고, 카렌은 무반주로 노래하기 시작한다.


「지금 뒤돌아보게 해 줄게, 파스텔 핑크색 함정으로!」


 지난 한 주 동안, 열심히 노래하고 춤췄던 『파스텔 핑크색 사랑』.

 겨우 이 정도 기간만에 꽤 잘 출 수 있게 됐다.

 노랫소리도 크고 음정도 안정적이다.

 물론 마유나 치에리보다는 아직 한참 뒤처지긴 하지만.

 그렇다 해도 지금 이 순간, 카렌은 틀림없이 『아이돌』 이었다.


 안무에 불안한 부분도 좀 있었다.

 하지만 분명, 원래 안무를 모르면 눈치채기 어려운 수준의 미스다.

 음정이 한 순간 흔들렸다.

 하지만 그것도, 그녀 나름의 애드립이 되어서.


「꼬옥 끌어안고 마음까지 LOVE YOU…… 후우ー. 봐 주셔서, 감사합니다」


 …… 대단했다, 고.

 마음 깊이, 생각했다.

 조잡해서, 아직 완성됐다기엔 한참 멀었지만.

 그런데도 나는 무심코 몰입하고 있었다.


「…… 반응이 없으면 무서운데」


「실제로 새내기 아이돌한테는 그런 일도 많거든」


「그래서, P 씨의 반응은?」


「…… 응, 대단했어. 겨우 며칠이었는데 열심히 노력했구나」


 아낌없는 박수를 보낸다.

 두 사람의 박수갈채.


 …… 두 사람?


「이야, 넋놓고 봐 버렸네요. 아이돌이신가요?」


「넷?」


 정신을 차려 보니, 옥상 입구 곁에 경비원이 서 있다.

 박수를 치면서도 쓴웃음을 짓는다.


「…… 일단 그 스테이지, 출입 금지니까요」


「정말 죄송합니다」
 






「P 씨이! 이틀만이에요오!」


 월요일. 한 주의 시작이다.


「안녕하세요 치히로 씨」


「안녕하세요 프로듀서 씨. 일요일엔 푹 쉬셨나요?」


 푹 쉬었다고 하기 어렵긴 하지만 수확은 꽤 있었다.

 카렌의 소질을 다시금 알아볼 수 있었으니까.

 덤으로 꽤 큰 지출이 발생하긴 했지만, 어차피 평소에 돈 쓸 데도 없으니 됐다고 치자.


「P 시이゛이……」


「…… 안녕, 마유」


「왜에일요일에데이드아내주신거에요오!!」


「네가 아이돌이니까 그렇지……」


 …… 아침부터 열량이 너무 높다.

 왜 이 애는 매일매일 이렇게 하이텐션인 걸까.


「그리고 카렌이랑 쇼핑하고 있다고 그랬잖아」


「………… 아아, 그러셨죠오. 그 여자가……」


「왜, 불렀어? 내 생일 축하해 주려고?」


「어, 카렌 너 오늘 생일이었어?」


「응, 아니? 9월 5일인데」


「마유보다 이틀 빠르네요오」


「내가 더 언니네. 존경하렴」


 이 방도 떠들썩해졌구나.

 전에는…… 전에도 떠들썩했던가.

 지금은 뭐라고 하면 좋을까, 마유랑 카렌이 쭉 떠들어 대고 있어서 시끄럽…… 화려해졌다.

 귀찮게 내 귀 옆에서 싸우지 좀 마.


「…… 프로듀서 씨, 카렌 쨩이랑 같이 나가신 거에요……?」


「아, 그 때 카렌이 파스텔 핑크 불렀었는데…… 꽤 잘 부르더라고」


「에헴. 마유랑 치에리 쨩한테 직접 배운 거니까요오」


 거드름피우는 마유.

 실제로 두 사람 덕분이기도 하고, 잘 해 줬다는 것도 알고는 있지만, 아무래도 하찮아 보이긴 한다.


「지금이라면 트레이너 씨의 레슨도 간단하게 해낼 수 있지 않을까요오?」


「………… 그럴지도. 프로듀서 씨, 리벤지하러 다녀올게!」


 벌써 엔딩이 보인다.





「…… 후, 후후…… 노력은 멋져……」


 일 주일 전에도 비슷한 광경을 본 것 같다.


 바닥에 온 몸으로 달라붙는 카렌.

 그걸 보며 만면에 미소를 짓는 마유.

 여유롭게 그러고 있는 건 좋아도, 다음엔 틀림없이 마유 차례일걸.

 찬물을 끼얹으면 미안하니까 말하진 않겠지만.


「흐음…… 꽤 하잖나 신입. 움직임이 상당히 가벼워졌군」


「괴롭히는 거?」


「솔직한 감상이다. 어떤가, 나도 좀 귀여워 보이나?」


 아아, 이거 트레이너 씨도 기억하고 있었구나.

 피차일반이지만.


「이 정도라면 의외로 빨리 데뷔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는데」


「그렇대 프로듀서 씨. 내일 하면 어떨까?」


「언제 놀러 갈지 정하는 것도 아니고……」


 하지만 실제 트레이너 씨의 말대로, 카렌의 움직임은 꽤 좋아졌다.

 데뷔 등의 사항에 관해선 아직 확실히 단언할 수 없겠지만, 아마 8월 중엔 어떻게든 될 거다.


「8월 중이라ー…… 음ー, 뭐 됐나」


「불만 있나? 이미 데뷔한 아이돌들이랑 유닛으로 데뷔하는 거니까, 이것도 이례적일 정도로 빠른 거다만」


 원래부터 『유닛 결성을 위한 스카우트』 였으니까 준비는 꽤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실제로, 멤버 (앞으로 한두 명) 만 다 모이면 나머지는 카렌 하기 나름이다.

 카렌은 도전 담당. 얼마 전까지 완전히 일반인이었던 여자애라도ーー 스럽게 어필하기 위한 멤버라는 모양이다.

 그건 즉, 안 될 것 같으면 바로 자를 수 있는 멤버, 라고 바꿔 말해도 틀린 말이 아니란 얘기지만.


 물론 그렇게 돼 버렸을 경우를 대비해서 솔로 데뷔도 고려하고 있다.

 그리고 이대로만 간다면 그런 사태는 일어나지 않을 테고.

 체력은 없다고 말했지만, 그랬던 것치곤 매일 장시간의 레슨을 소화해내고 있다.

 하룻밤만 자면 회복하는 그 젊음이 부럽다.


「뭐 괜찮겠지. 응. 그건 내 노력에 달려 있다고 그랬었지?」


「그래. 그리고 나도」


「그럼 노력할게」


 가볍게 말해 버렸지만 그녀도 꽤 각오하고 있을 터다.

 실제로 지난 일 주일 동안 그녀가 해 온 노력은, 그건 그야말로 굉장한 수준이었으니까.


「그럼, 이번엔 사쿠마랑 맞춰서 춰 보도록」


「………… 상관없어요오. 프로는 상대를 가리지 않으니까요오」


「………… 뭐어, 좋아하는 일만 골라서 할 수도 없는 직업인걸」


 너희 둘 진짜 사이 좋은데.


 트레이너 씨가 박수로 지시를 내린다.

 그리고 동시에 움직이기 시작하는 두 사람.

 삑, 삑 하는 신발 소리와 박수 소리만이 울려퍼진다.

 우리는 열심히 지켜보고 있었다.



 그리고……


「무리…… 가 아니라, 의외로 잘 됐어」


「흐음흐음…… 카렌 쨩, 정말 빨리 배우네요오」


 두 사람의 움직임이 딱 멎는다.

 트레이너 씨도 나도, 그 동안 한눈팔지 않은 채 몰입하고 있었다.


「…… 이건……」

「꽤 재미있지 않나」


 재미있을 정도로 두 사람은 호흡이 척척 맞았다.

 따로따로 놀 거라 생각했던 안무도, 어울릴 리 없을 거라 생각했던 노래도.

 무엇보다, 협의조차 없었는데 완벽하게 파트를 나눴다.

 상상 이상으로 궁합이 좋은 유닛이 될 것 같은 예감이 강하게 전해져 온다.


「…… 마유 쨩…… 저보다, 카렌 쨩을 선택하는 건가요……」


「앗앗앗, 아니에요 치에리 쨔앙!」


「아니 너네 다 같은 유닛이거든?」


 의미 모를 꽁트는 다른 데서 해 줘.


「…… 어때? 프로듀서 씨. 나 대단하지」


「어. 굉장했어 카렌」


「내일부터는 레슨이 좀 더 하드해도 좋을 것 같군」


「나 별로였지」


 야.







 며칠 분량을 다이제스트로 보내 드립니다.



「무리무리무리무리. 집에갈래집에갈래」


「와아…… 카렌 쨩, 발음 좋아졌어요……!」


「…… 그, 그래?」


「조금만 더 노력하면, 저 같은 건 금방 따라잡혀 버릴지도……」


「흐, 흐응ー…… 후후, 그럼 조금만 더 노력해 버릴까나」


 너무 쉬워 카렌 쨩……





「아ー 이제ー 의욕 바닥났어어! 하? 나 허리도 얇으니까 식단 제한도 필요없잖아!」


「온 세상 여성들을 적으로 돌릴 만한 발언이네요오」


「괜찮다니까, 어차피 지방은 가슴으로 갈 거구」


「…… 방심하고 있으면 눈 깜짝할 순간 토실토실해져 버린다구요오?」


「경험담? 아, 마유는 지방이 가슴으로 안 가는 타입?」


 네, 트레이너 씨께 카렌 쨩 레슨은 좀 더 하드하게 해 달라고 부탁드리러 가죠오.





「흡, 얏! 에잇!」


「…… 뭐 하는 거야, 카렌」


「오늘 숙제. 이 스텝 마스터해 오래」


「…… 밖에서 하자. 나도 갈 테니까. 공원으로 가자고」

「음ー, 괜찮은데」


 열심히 하는 건 좋지만 될 수 있으면 집에서 말고 밖에서 해 줘. 아래층 사람 올라온다고.





「하이 도모ー! 신인 아이돌 호죠 카렌이얏?」


「…… 뭐 하세요? 카렌 쨩」


「아, 안녕 치히로 씨. 지금 있지, 인터뷰 연습 중」


「하아…… 그런가요」


「꿈은 크게 아메리칸 크림!」


 크림이 아니라 드림이고, 그런 스케줄은 없었다고 생각하는데요…… 그나저나, 지금 댄스 레슨 시간 아니었던가요?







 이렇게 저렇게, 마유・치에리・치히로 씨・트레이너 씨에게 수많은 협력을 받으며 지내온 한 주간.

 아직 2주밖에 지나지 않았는데도 카렌은 상당한 실력을 쌓고 있었다.


「원 투! 원 투! 거기서 턴!」


 치에리, 마유, 카렌 세 사람이 맞춰서 한 곡을 춤춘다.

 이제 카렌은 더 이상, 전혀 뒤쳐지거나 하지 않는다.

 아이돌 상대로조차 밀리지 않는 건, 그 아이돌에게 가르침을 받아서일까.

 이렇게 되면, 본격적으로 어디서든 공개할 기회를 마련해 보고 싶어지는데.


「후ー…… 응. 꽤 잘 추지 않았어?」


「꽤라고 하기엔……」


「제가 봐도 완벽했다고 생각하는데요……」


 두 사람한테도 보증을 받을 수 있었다.

 정말, 열심히 했구나.


「그치ー? 집에 가서도 P 씨한테 연습 도와 달라고 하구 그랬으니까」


「그랬나요?」


「어. 근처 공원까지 가서 말야. 정말 계속 노력했지」


「므그그…… 므으으? 마유도 P 씨랑 동거하면 한층 더 레벨업할 수 있을 거에요 P 씨이!」


 자, 그럼.

 오늘 밤엔 노력해 준 카렌한테 상도 줄 겸+도와 준 마유랑 치에리한테 저녁밥이라도 사 주기로 할까.


「다같이 저녁 먹으러 갈까? 어디든 괜찮은데」


「P 씨이!」


 P 씨는 메뉴가 아니랍니다.

 대화의 흐름을 다짜고짜 끊은 탓에 어쩐지 위험한 느낌이 나는 발언이 돼 버렸다.


「으음ー…… 감자튀김?」


「클로버?」


「P 씨이!」


 가끔 얘들 멘탈이 괜찮은 건가 싶어진다.





「후우ー…… 후후, 즐거웠어」


「그래, 그럼 좋고」


 넷이서 저녁을 먹은 다음 해산해서 귀가.

 젊은 애들 회식 자리에 있다 보면 내 위가 버텨 주질 않는다, 는 사실에서 다시금 스스로의 나이를 자각한다.

 카렌은 하루 세 끼 착실히 먹지만, 나도 거기 맞추자니 생각보다 힘들기도 하다.

 원래 아침 식사는 거르는 편이었으니까 말이지.


「…… 나, 정말 춤출 수 있게 돼 버린 거구나」


「정말 춤출 수 있게 됐어」


「…… 동경하던 꿈을 이룰 때까지 앞으로 조금 남았다는 느낌」


「이제 뭘 하면 클리어인데?」


「전에도 말했지만, 봐 주는 사람을 미소짓게 할 수 있으면」


 후후, 하고 웃는 카렌.

 정말, 건방지고 시끄럽긴 해도 솔직한 애라니까.


 텔레비전을 켜면 음악 스테이션에서 수많은 가수들이 노래하고 있다.

 역시 안무 없이 노래 하나로만 살아가는 가수는 강하구나, 싶다.

 소파에 앉아서 느긋하게 바라보고 있으니 옆에 카렌이 앉는다.

 그대로 흐물흐물하게 화면을 바라본다.


「…… 언젠가 나도, 이 방송에 출연할 만큼 유명해지는 날이 오려나」


「카렌치곤 드물게 나약한 소릴 다 하네. 올 거야, 반드시」


「…… 후후, 그렇지. 그나저나 이 방송도 오래 하네」


 장수 프로니까.

 *금요일 밤에는 이 음악 스테이션, 이란 느낌이 있다.
 ※뮤직스테이션, 80년대 중반부터 방영하는 아사히TV의 금요일 음악방송

 이 방송에 출연하는 게 꿈이었다, 고 말하는 가수나 아이돌이 얼마나 많은지.

 그만큼 메이저한 방송에, 그만큼 동경하던 장소에.


「마유랑 치에리한테도 인사해야지. 걔들도 한가하진 않았을 거 아냐?」


「그거야 뭐. 그래도 미래의 유닛 동료니까, 같이 노력하고 싶다는 마음은 있었을걸」


「아, 그러고 보니 내일 둘이서 공연하던가?」


「어, 도내 유원지 내 스테이지에서. 출연 시간은 한 시간 정도긴 한데…… 카렌도 보러 갈래?」


「응, 갈래. 두 사람의 스테이지를 한 번 정도는 직접 봐 두고 싶기도 하니까」


 그렇다면, 내일 일정도 결정이다.

 점심때쯤 유원지로 출발해서…… 그 전에 유원지에서 놀고 싶다, 든가 말할 것 같지만 카렌은.


『ーー 태풍은 현재, 세력을 키우며 본토로 상륙ーー』



= = = = = = = = = = = = = = = = = = = = = = = = = =
이제 1/3. 중편 번역할 때 가장 힘들어지는 타이밍입니다.
조회수랑 댓글수가 꺾이면 마음도 꺾이기 마련이라서요.
워낙 재밌게 읽은 터라 중간에 그만두진 않겠지만 아무래도 힘들긴 하네요.
다음 화는 주말쯤 올리지 않을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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