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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죠 카렌과 보내는 여름 ②

댓글: 4 / 조회: 1053 / 추천: 4



본문 - 12-17, 2018 06:19에 작성됨.

「다녀오셨어요, 프로듀서 씨, 마유 쨩」


「아…… 다녀오셨어요」


 시원한 사무소로 돌아오니, 시원한 방에서 시원해 보이는 어시스턴트 치히로 씨와 담당 아이돌 오가타 치에리가 시원하게 앉아 있다.

 정말 시원해 보인다.


「으어어…… 더어어웠어요오……」


「그러니까 사무소에서 쉬고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


 소파에 추욱 늘어지는 사쿠마 양.

 저런 느낌의 지역 홍보 캐릭터가 있었던 것 같기도 하고.


「아, 치히로 씨! 들어 보세요!!」


「무슨 일이니? 얘, 길 잃었으면 누나가 같이 엄마 찾아 줄까요?」


「누나」


「어디가 이상한가요?」


 이런, 이게 아니지.

 모처럼 좋은 소식을 가져왔는데.


「실은…… 스카우트, 잘 하고 왔어요!」


「…… 엣, 4월 1일은 진작 지났는데요……」


「아니, 거짓말이 아니라 진짜라니까요!」


「에에ー…… 말세네요」


「치히로 씨의 그 신랄한 말투, 싫어하진 않아요」


「아아아…… 치에리 쨩. 이번엔 제가 졌어요. 냉장고에 젤리 먹어요」


「야호……!」


 이렇게 믿음이 부족하다니, 평범하게 상처받는다.

 확실히 지난 며칠…… 한두 주쯤 됐나? 아무 수확도 없었으니 그렇게 생각해도 별 수 없으려나.

 변명하자면, 나도 다른 일이 있어서 쭉 스카우트만 하러 다닌 건 아니다.

 그리고 오가타 양은 날 믿어 주고 있었다고 생각하니 조금 눈가가 뜨거워진다.



「그래서, 그 애는 뭐라던가요?」


「오늘부터는 한동안 바쁘다든가 하면서, 다음 주 화요일에 견학하러 온다고 했어요」


「…… 은근슬쩍 도망간 게 아니구요?」


「그런 느낌은 아니었다고 생각해요. 말을 꽤 거침없이 하는 애였으니까, 관심 없었다면 얘길 듣기도 전에 자릴 떴을걸요」


 그 애는 절대로 올 거다. 그런 예감이 들었다.

 물론 그 애가 정말 관심이 없었다면 얘길 듣지도 않았을 성격이었다는 것도 있지만.

 내 말을 듣고 있는 그녀는 정말 즐거워 보였으니까.

 자신이 아이돌이 돼서 스테이지에 올라 노래하고 춤추는, 눈부신 광경을 상상하며 들어 주고 있었으니까.


「…… 뭐어, 프로듀서 씨가 그렇게 말하신다면야……」


「저기…… 그, 그 아이는 어떤 애였나요……?」


 어떤 애냐, 라……

 당연히, 앞으로 같이 활동하게 될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면 궁금하겠지.


「진상 손님이에요오」


「…… 에, 에엣…… 진상 손님인가요……?」


 거기 사쿠마 양, 나쁜 인상을 심어 주면 안 되지.

 아니, 확실히 첫인상은 진상 손님 맞았지만.


「그거 말고는…… 그랬지, 사용 기간이 지난 쿠폰을 가지고 다녔어요오」


「아, 아마 물건을 소중히 여기는 애일지도……」


 오가타 양이 힘껏 옹호해 보려는 게 애처롭다.


「그럼 프로듀서 씨, 그 애 이름이랑 나이는요?」


「어디 보자…… 호죠 카렌, 열여섯 살이라고 했어요」


「우리랑 동갑이구나…… 그런데 진상 손님……」


「거기 사쿠마 양. 오가타 양한테 이상한 이미지를 심어 줘 버렸잖아」


 …… 뭐, 틀린 말은 아니지만.

 다시, 앞날이 조금 불안해졌다.





『여보세요ー, 좋은 밤ー.  어라? 안녕하세요라고 해야 되는 거였던가?』


 ………… 누구지?


 월요일 밤. 슬슬 잘까 생각하던 타이밍에 모르는 사람에게서 걸려 온 전화를 받았다.

 사쿠마 양이 건 거면 무시하려고 생각했었지만 (매일 밤마다 전화를 걸어서 늦게까지 얘기하게 만드니까), 일이랑 관련 있는 얘기라면 그럴 수도 없다고 생각하고 받은 게 다행이긴 해도…….


「…… 누구신가요?」


 아무래도 건 사람은 여자아이 같았다.

 이런 시간에 전화라니, 풍속녀가 잘못 건 건가?


『어머? 이 번호 P 씨 전화번호 맞지?』


「맞습니다만…… 누구시죠?」


『다행이다ー. 잘못 걸었으면 엄청 부끄러울 뻔했잖아』


「그래서 누구시냐구요?!」


 아무래도 잘못 걸린 건 아닌 것 같지만, 그건 제쳐 두고서 대체 누굴까.

 내 전화번호를 알고 있는 여고생이래 봐야, 사쿠마 양이나 오가타 양 정도밖에 없을 텐데.


『여기서 문제! 나는 누굴까요ー?』


「모르니까 누구시냐고 묻고 있는 건데요!」


『………… 정말 기억 안 나?』


 …… 어, 내가 잘못한 거 같은 이 분위기는 대체 뭐야.

 그게 실망스러울 정도면 일단 자기 이름부터 댔으면 좋겠는데. 그게 매너잖아.


『힌트는…… 으음ー. 감자튀김!』


「…… 아아, 그 진상…… 호죠 카렌 양이구나」


『떠올리는 방법이 열받는데…… 그래도 뭐, 기억해 줬으니까 없었던 걸로 해 줄게』


 잊어버릴 리가 없잖아. 그렇게 충격적(?) 인 만남이었는데.

 게다가 그 날부터 계속, 이렇게까지 해 놓고 연락이 안 오면 어떡하나 싶어서 불안했으니까.

 첫 번째 스카우트 때를 떠올릴 정도로, 나도 불안해하고 있었던 거다.

 그나저나 힌트가 감자튀김이라니 대체 뭐야.


「이런 시간에, 게다가 시덥잖은 얘기나 늘어놓으려고 전화 건 거야? 나도 사쿠마 양 때문에 익숙해져 있는 거 아니었으면 화냈을걸」


『그럼 무승부로 하면 되겠네. 그건 됐구, 나 내일 정말 견학하러 가도 되는 거 맞아?』


「물론이지, 언제쯤 올 건데?」


『낮 열두 시쯤에 가도 괜찮을까?』


「아아, 내일은 하루종일 사무소에 있을 거니까. 사무소 로비에서 내 명함 보여 주면 될 거야」


『오케ー, 그럼 잘 부탁할게?』


 삑, 뚜 뚜 뚜.

 전화가 끊어졌다.


 …… 첫 며칠 동안에는, 치히로 씨의 사회 상식 강의라도 듣도록 하는 게 좋을 것 같다.





「헤에ー…… 사무소라고 하길래, 좀 더 뒤죽박죽 어지러운 곳이란 이미지가 있었는데」


「레슨에 수록에 릴랙스, 하나부터 열까지 다 할 수 있는 사무소니까」


「패스트푸드점은 없어?」


「지하에 카페테리아랑 사원식당은 있지」


「수영장은? 그리고 노래방하구」


「어울리는 시설에서 즐겨 주십시오」


 화요일, 낮.


 운 좋게도, 우연히 편의점으로 쇼핑 다녀오는 길에 만난 호죠 양과 합류해서, 조속히 우리 방으로 향하면서 가볍게 안내를 하고 있다.

 흥미진진하게 주변을 두리번두리번 둘러보며, 내가 말을 다 하기도 전에 관심이 다른 곳으로 옮겨간다.

 응, 그런 호기심은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해.

 그래도 부디, 조금이라도 좋으니까 내 말에 귀를 기울여 줬으면 한다.


「우우와 이 엘리베이터 버튼 많아…… 이사할 때 힘들겠다ー」


「보자…… 호죠 양, 이면 될까?」


「싫어」


「그런 대답도 있어?」


 정말 새롭다. 예상도 못 한 대답이다.

 경칭 떼고 불러 달라는 건가?

 아니면 호죠 쨩으로 불러 달라든가?

 아니면, 호죠 님이나 호죠 씨라고 부르는 게 좋았던 걸까.

 …… 그건 그것대로, 치히로 씨가 이래저래 고생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좀 쌀쌀하지 않아?」


「만난 지 얼마 되지도 않았잖아 우리」


「그러네. 얼굴 보는 건 두 번째지」


「그 대답도 꽤나 참신한데」


「참 심하다구?」


「참 새롭다고」


 의미는 좀 다른 것 같긴 하지만.

 그래서, 뭐라고 불러 드리면 좋을지.

 방에 들어가서 자기소개하기 전까지는 정해 두고 싶다.


「카렌이라고 부르면 되잖아?」


「카렌만 좋다면야」


「오. 자연스럽게 부르네. 학교 다닐 때 인기 많았나 봐?」


「태어났을 때부터 지금까지 세면 내 나이랑 똑같은데」


「그게 안 똑같은 사람도 있어?」


 자, 아무래도 카렌이라고 부르면 되는 것 같으니 그렇게 부르기로 하자.

 …… 사쿠마 양이 이것저것 지적해 버릴 것 같, 기도 하지만.



「여기가 우리 방이야. 이 문을 열면, 너는 연예계에 발을 디디게 되는」


 철컥


「안녕하세요ー」


「…… 다녀왔어요, 치히로 씨」


 방에 들어가니, 사무 작업을 하고 있는 치히로 씨와, 시원한 차를 준비해서 기다리는 오가타 양, 그리고 소파에 으스대듯이 기대 앉아 있는 사쿠마 양이 있었다.

 …… 사쿠마 양은 왜 저러고 있는 걸까.


「아, 처음 뵙겠습니다. 으음…… 호죠 카렌 쨩, 이면 될까요?」


「응. 만나서 반가워. 헤에ー. 여기도 예쁜 방이네」


 다시 두리번두리번 방을 둘러보는 카렌.

 확실히 이 방도 사무소란 느낌은 좀 옅을지도 모른다.

 아마 책상이 좀 더 많고 정신없이 늘어선 공간을 상상하고 있었던 거겠지.

 옛날에는 어땠는지 모르겠지만, 요즘의 연예계 사무소들은 생각보다 아담한 방이 많다.


「치에리 쨩이랑 마유 쨩이 자주 청소해 주니까요」


「아…… 마, 만나서 반가워요. 오가타 치에리에요」


「반가워, 호죠 카렌이야」


「………… 갸루?」


「그래, 꺄삐꺄삐 잘 나가는 Now하고 Young한 갸루」


 할 말이 없다.


「…… 마유한테도 인사해야죠오」


 소파에서 거들먹거리고 있는 사쿠마 양이 입을 열었다.

 장로님이라도 된 거냐고.


「저기 P 씨, 물어보고 싶은 게 있는데」


「뭔데 카렌」


「…… 카, 카렌……? 경칭도 안 붙이고 이름으로…… 접근이 꽤나 빠르시네요오, 두 분은 언제 그렇게 친밀한 관계를 쌓으신 건가요오……?」


「우리 관계가 어떻든 당신하곤 별로 상관없지 않아?」


「마유도 이름으로 불러 주신 적이 없는데! 하와이랑 일본 본토도 매년 8cm씩밖에 가까워지질 않는데! 불공평해요오!!」


「뭐, 어제 둘이 함께 뜨거운 밤을 보내서 그런 거지만」


「…… P 시"이이……」


「전화 통화했어, 통화. 그것도 5분 안에 끝냈고」


 이야기가 전혀 진행되질 않는다.

 참고로 그 5분 남짓한 통화 시간 사이에, 사쿠마 양한테서 전화가 세 번 왔었다.

 그건 그렇고 이 두 사람, 꽤나 빨리 사이좋아졌는걸.



「불공평해요! 마유도 사쿠마 양이 아니라 마유라고 불러 주시길 요구해요오!!」


「…… 그럼 마유로」


「…… 우후후…… 카렌 쨩은 이번에만 특별히, 성과를 인정해서 그 불경죄를 사해 드릴게요오」


 몸을 배배 꼬고 있는 사쿠마 양은 놔 두고, 슬슬 중요한 얘길 진행해야겠지.

 이대로면 해가 지도록 못 할 것 같다.


「…… 프로듀서 씨…… 그럼, 저기…… 저만 성으로 불리면 사이 나쁜 것 같으니까……」


「…… 치에리라고 부를게」


「시시해. 뭐야 이 촌극은. 얘기나 마저 해 줘 P 씨」


「카렌이 할 말이 아니잖아」


「커흠!」


 치히로 씨의 헛기침과 노려보는 눈빛이 아프다.


「그럼 카렌 쨩, 프로듀서 씨가 가볍게 이야기하셨을 거라고 생각하지만, 아마 빠뜨린 점이 있을 테니까 제가 한 번 더 설명해 드릴게요」


 그래 주시면 굉장히 도움이 된다.

 치히로 씨가 나보다 계약 내용을 자세히, 하나하나 설명해 주시겠지.


 그리고 얼마간, 카렌은 업무 형태나 사무소의 시스템 등에 대한 치히로 씨의 설명을 듣고 있었다.

 일단 전에 내가 설명한 내용이긴 하지만, 아마 한 번에 전부 이해하긴 어려웠을 테고.

 그리고 본인의 동의를 얻고 나서는, 부모님의 동의서도 받아야겠지.

 본가에 살고 있는지 어떤지는 모르겠지만, 한 번 오시도록 하든지 이 쪽에서 방문하든지 하자.


「그리고 이 쪽 서류를 한 번 훑어보고 사인해 주시…… 기 전에, 좀 더 사무소를 둘러보실래요?」


「아, 그래도 돼? 레슨에서 뭐 하는지는 보고 싶을지두」


「…… 그리고 카렌 쨩, 존댓말로 얘기할 수 있죠?」


「에에ー, 더 친근하게 말하는 게 서로 편하」


「후후, 카렌 쨩? 존댓말로 얘기해요?」


「…… 네. 그렇게 하겠습니다」


 역시나 치히로 씨. 미소짓고 있는데도 압력이 굉장하다.

 카렌도 등골이 똑바로 섰고, 역시 치히로 씨한테 맡기는 게 정답이었던 듯하다.


「우후후, 우후후후후」


「시끄러워 손목 밴드」


「이건 리본이에요오……」


「…… 프로듀서 씨, 카렌 쨩 안내 좀 부탁드려도 될까요?」


「물론이죠. 그럼 레슨실부터 들여다보러 가 볼까」





「원 투!원 투! 그리고 거기서 턴!」


「…… 우와아…… 힘들어 보여ー……」


 카렌과 나란히 서서 레슨을 견학.

 레슨실 안에는 트레이닝복을 입은 아이돌 후보생들이 트레이너 씨의 지도 아래 땀투성이가 되어 가고 있다.

 그 중에는 사쿠마 야…… 마유나 치에리도 있, 을 거다.

 저기 있네. 벽에 기대듯이 허물어졌다.


「이걸 매일 하는 거야? 나 체력 부족하고 노력 같은 것도 싫어하는데」


「매일은 아니지. 그리고 노력이 싫다든가 하는 얘긴 다른 사람한텐 하면 안 된다?」


「에에ー. 그래도 그런 얘기 많이들 하잖아? 솔직한 애일수록 귀엽다구」


「카렌은 충분히 귀여우니까 조금만 더 내숭 떨어 줘」


「우우와, 말하고 부끄럽지도 않아?」


 부끄럽지 않을 리가 없지만, 익숙해졌다.

 솔직한 말로 아이돌을 칭찬하는 스킬은, 프로듀서나 매니저를 해 나가려면 필수적인 거니까.


「호오…… 솔직할수록 귀엽다, 라. 공부가 되는군」


 뚜벅, 뚜벅.


 정신을 차려 보니 트레이너 씨가, 아이돌들을 잠깐 쉬게 하고 이 쪽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그 얼굴엔 만면의 미소가 떠올라 있다.

 이런 종류의 미소는 잘 알고 있다.

 치히로 씨가 나한테 자주 지어 보이는 미소다.


「본 적 없는 얼굴인데…… 신입인가?」


「호죠 카렌입니~…… 입니다. 네. 신입입니다」


「그렇군…… 너 같은 신입이라면 대환영이다」


 미소와 근엄한 자세가 서로 합쳐져, 무시무시한 위압감을 발하고 있다.

 금강역사상 같은 거 옆에 서 있어도 존재감이 부족하진 않겠지.

 옆에 있는 카렌이 (망했다. 실수했어……) 란 표정을 짓고 있다.

 아쉽지만, 내가 어떻게 도와 줄 수는 없을 것 같다.


「…… 그나저나, 나는 너에게서 가르침을 받았다만…… 내가 아직 답례를 못 했군. 좋아, 좋은 기회기도 하니 너에게 노력하는 게 얼마나 훌륭한지를 가르쳐 주도록 하지」


「아, 아니 별로…… 오, 오늘은 견학이니까요」


「그렇다면 거듭, 보기만 해서 끝내기엔 면목이 없겠지. 자, 몸을 풀어 두도록. 너처럼 솔직한 아이라면 피를 토해도 귀여워 보일 테니까 말이다」


「트레이닝복이……」


「한 벌 정도는 빌려 줄 수 있다. 달리 변명거리는 없나?」





「후후…… 즐거워…… 노력은 대단해…… 흐르는 땀은 아름다워……」


「괜찮아……?」


「이게 괜찮아 보여?」


「중요한 건 어때 보이는지가 아니라, 어때 보이고 싶은지니까」


「…… 후후, 삼도천이 보이네!」


「돌아와 줘」


 체험 레슨 (기합이라고도 할 수 있다) 이 시작한 지 60분. 바닥에는 한 때 카렌이었던 뭔가가 눌어붙어 있다.

 60분이면 체육 수업 + 쉬는 시간 정도 된다고 생각할지도 모르겠지만, 체육 교사가 트레이너 씨가 된다면 얘기가 완전히 달라진다.

 나도 전에 마유랑 치에리한테 권유받아서 한 번 수강했었지만…… 어머나 이상해라. 기억이 나질 않는다.

 분명 즐거웠던 거겠지. 다음 날인 토요일엔 하루종일 자면서 보냈지만.


「…… 너무 힘들어. 이러면 나 아이돌은 무리일지두」


「항상 저렇기만 한 건 아냐. 처음엔 트레이너 씨도 기합 넣고 하시니까」


「다음부터는 좀 더 편해?」


「………… 편할 거라고 생각해」


 뭐 그래도, 점점 체력이 붙으면 몸도 잘 움직이게 될 거다.

 누구나 처음엔 그런 거니까.


「그래도 대단하네, 다들 레슨 받고 있어」


 카렌의 시선 끝엔, 몇 번이고 몇 번이고 스텝을 밟고 뛰어오르는 여자아이들.

 움직임이 늦거나 잘못됐거나 멈춰 버린 아이에게는 재빠르게 고함 소리가 떨어진다.


「목표가 있으니까. 이루기 위해서 다들 노력하는 거야」


「아이돌?」


「그렇지. 이 레슨실에 있잖아」


「후후, 프로듀서 씨도?」


「말꼬리 잡지 말고」


 아무래도 농담을 던질 만한 여유는 돌아온 모양이다.

 뭐야, 얘기하던 거에 비해선 체력 있잖아.


「움직일 수 있을 것 같으면 다른 데도 둘러보러 갈까?」


「응. 아, 체험 레슨 같은 건 이제 됐으니까?!」


 노력의 훌륭함과 트레이너 씨의 무서움…… 상냥함을 잘 배운 모양이다.

 트레이너 씨에게 인사를 하고 레슨실을 빠져나간다.

 그리고 보이스 레슨실을, 에스테 룸을 들여다보기도 하고.

 괜히 식당에 감자튀김이 있을지 궁금한 게 아니었다는 듯이 지하에도 내려가 봤지만, 아쉽게도 감자튀김은 벌써 품절이기도 했고.

 아마 오늘 하루 중에 제일 절망하는 표정이었을 거다.


「자, 더 보고 싶은 데 있어?」


「으음ー…… 아, 사무소 소속 아이돌들의 라이브 영상 같은 것도 볼 수 있어?」


「물론이지. 그럼 우리 방으로 돌아갈까」


 치히로 씨한테 부탁하면, 소속 아이돌이라면 누구 라이브 영상이든 볼 수 있을 거다.





 방으로 돌아가 보니, 아직 마유와 치에리는 돌아와 있지 않았다.


「어머, 다녀오셨어요. 어떠셨나요?」


「…… 노력의 훌륭함을 배웠어요」


「…… 아아, 그랬군요」


 치히로 씨의 쓴웃음.

 아무래도 알아 준 모양이다.


「아, 치히로 씨. 카렌이 라이브 영상을 보고 싶다고 하는데 준비해 주실 수 있나요?」


「물론 되지만…… 어떤 아이의 라이브가 좋을까요?」


「음ー…… 이왕 보시는 거, 그 두 사람이 나와 있는 걸로 할까요」


 그 두 사람, 이란 마유와 치에리를 가리키는 거겠지.
 
 알았어요. 하고 치히로 씨는 웃으며 한 장의 DVD를 꺼내 주었다.

 그대로 재생 장치를 세팅.

 카렌과 테이블을 사이에 두고 소파에 앉아 모니터를 켠다.

 
 …… 아, 이 때 영상인가.

 나, 보면 감동받아서 울 것 같은데.


「전부 보기엔 좀 기니까, 마유랑 치에리가 나오는 부분만 봐도 될까?」


「오케ー. 아, 그래도 제일 앞부분은 볼 수 있지?」


「물론이지」


 화면에 비치고 있는 건, 아직 불이 켜지기 전의 어두운 스테이지.

 하지만 벌써부터, 모여든 팬들의 열기가 전해져 온다.

 막이 오르길 이제나저제나 기다리고 있다는 마음이, 이 쪽까지 전해져와 싱크로한다.

 카렌도 잡아먹을 듯이 화면을 응시하고 있다.


『오랫동안 기다리셨습니다아! 곧 시작합니다앗!!』


 우오오오오, 하고 회장 전체에서 함성이 솟아오른다.

 눈부시게 빛나는 스테이지. 흔들리는 색색의 사이리움.

 미소지으며 입장하는 아이돌들을 보고, 더욱더 고조되는 회장.

 박수갈채로 맞이하는 동안에, 빠르게 첫 곡이 시작된다.


「………… 대단해……」


「굉장하지」


「…… 응. 굉장하네」


「그렇지」


 어휘력, 지금 휴가 중.

 아마 주인인 나보다 더 자주 휴가를 나가고 있을 거다.

 옆을 보니, 카렌이 곡의 리듬에 맞춰서 발끝을 흔들거리고 있다.

 그리고 눈 깜짝할 사이에 첫 곡이 끝나고, 자기소개에 들어간다.


「…… 굉장하지 않아?」


「굉장하지」


「…… 응, 굉장해」


「그렇지」



「저기…… 그 얘기, 방금 전에도 하신 것 같은데요……」


「어머어머, 그립네요오」


 마유와 치에리가 레슨을 끝내고 돌아와 있었다.

 그대로 소파에 앉아, 넷이서 화면을 둘러싼다.

 데스크에서 작업하던 치히로 씨도 손을 멈추고,

 조금 빨리 감아서, 치에리와 마유 둘이서 노래하는 장면까지 넘긴다.


『우후후…… 잊을 수 없는 날로 만들어 드릴게요오, 여러분?』

『치에리에요……! 갑니다!』


 스포트라이트는 두 갈래. 비춰지는 건 두 사람의 아이돌.

 최고의 미소를 짓고 마이크를 든 채 곡이 흐르길 기다리고 있다.

 …… 벌써 울 것 같아지고 말았다.

 저 스테이지에 두 사람이 올라서기까지의 나날을 함께 해 온 나니까.


「…… 나 왜, 자기소개했던 걸까나……」


「P 씨이! 마유에요오!!」


「시꺼! 지금 좋은 부분이니까 조용히 좀 해 봐!」


 한 순간 조용해진 회장에, 곡의 인트로가 흐른다.

 그러는 동시에, 폭발하는 것처럼 다시 고조되는 분위기.


『지금 뒤돌아보게 해 줄게, 파스텔 핑크빛 함정으로!』

『대답해줘 "Be my Darling!" 데려다 줄게 미지의 세상으로』


 곡명은 『파스텔 핑크빛 사랑』.


 사쿠마 마유와 오가타 치에리가, 둘이서 처음 부른 곡.

 핑크빛 사이리움이 회장을 가득 채우고, 마치 벛꽃잎의 눈보라처럼 흔들린다.

 여기서부턴 다들 한 마디 없이, 그저 입을 다물고 두 사람의 아이돌에 몰입하고 있었다.

 후렴구에 들어가는 순간, 사이리움도 안 들고 있는데 무심코 양 팔을 흔들 뻔했을 정도로.


『『이리 와서 "Be my Darling!" 꼬옥 끌어안고 마음까지 LOVE YOU』』


 두 사람이 노래를 마친다.

 그리고 교대하듯이 솟아오르는 박수의 폭풍우는, 나와 카렌과 치히로 씨에게서도 솟아오르고 있었다.


「어떠셨나요? 카렌 쨩. 이게 아이돌 사쿠마 마유에요!」


「………… 대단해……」


「굉장하지」


「…… 응. 굉장하네」


「그렇지」


 뇌사한 거 아닌가 싶을지도 모르지만, 정말 굉장했다.

 벌써 마이크를 놓고 있는 두 사람은, 그 정도로 마음을 사로잡아서 놔 주질 않는 『아이돌』 이었다.



「…… 다들, 즐거워 보여」


「멀리서, 와 주신 팬 분들도 계시니까요…… 그만큼, 기뻐해 주셨으면 좋겠다, 고 생각해서……」


 치에리의 말에 눈시울이 뜨거워진다.

 치히로 씨는 작업을 놓고 차를 마시고 있다.

 
「…… 치에리, 라고 했지? 왜 아이돌이 되고 싶었던 거야?」


「엣? ㅈ, 저는…… 그게, 바꾸고 싶었으니까……」


「바꿔? 뭘?」


「그러니까…… 스스로를, 이에요. 저, 소극적인 성격이라서…… 이런 저라도, 바뀔 수 있었으면 좋겠다, 고 생각해서」


 티슈가 부족해.


「헤에…… 그렇구나」


「마유한테는 안 물어보시는 건가요오?」


「라이브, 굉장했어」


「우후후, 카렌 쨩도 머지않아서 저 위에 서게 되는 거라구요?」


「그렇구나ー…… 나도, 올라갈 수 있을까」


「그건 카렌 쨩 하기 나름이 아닐까요오? P 씨도요. 물론 유닛으로 활동하게 된다면 마유랑 치에리 쨩도 함께겠네요」


 카렌도, 분명 동경하던 바가 있었던 거겠지.

 나도 올라갈 수 있을까, 라고 중얼거리는 카렌의 표정은 마치, 오랫동안 꾸고 있던 꿈 속 광경을 바라보는 것만 같아서.

 그녀도 마찬가지로, 스테이지 위에 걸고 있는 소원이 있는 거구나.

 그렇다면, 내가 해야 할 일은 단 하나.


「…… 그나저나 카렌은, 뭔가 목표 같은 건 있어?」


「…… 으음ー, 말하기엔 이르다고 생각할지도 모르겠지만……」


 어디 보자ー, 라며 천장을 올려다보고 나서.

 후훗, 하고 미소지으며.


「희망을 나눠 주고 싶어」


「팬들한테?」


「아니, 한 순간이라도 봐 준 사람 모두에게. 나, 예전엔 이것저것 많이 포기하고 있었거든…… 그런 나한테도 희망을 준 게, 텔레비전 너머에 있는 『아이돌』 이었으니까」


 …… 멋진 소원이다.

 반드시, 이뤄내 보이자.


「저기요ー, 카렌 쨩. 찬물을 끼얹는 것 같아서 죄송하긴 한데, 사무적인 이야기를  좀 해도 괜찮을까요?」


「아, 서류라든가?」


「그런 거에요」


 그리고 다시, 치히로 씨가 카렌에게 서류에 적어 넣어야 할 것들에 대해서 설명하기 시작했다.

 그럼, 나도 슬슬 서류 정리를 좀 해야……


「…… 아, 나 지금 있을 데가 없는데」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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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업이 바빠졌어요.
번역이 좀 느려질 수 있는데, 양해 부탁드립니다.

그래도 여유 있을 때마다 끊기지 않게 해볼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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