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린 「김 빠진 사이다」

댓글: 6 / 조회: 1732 / 추천: 4



본문 - 10-09, 2018 14:12에 작성됨.

1>> 2018/10/07


맛없어.
죽을 만큼 맛없어.
아니 사실 그 정도는 아냐. 참으면 마실 만 해.
그래도 맛없다는 사실이 변하진 않아.
마시기 싫어.
어떻게 처리해야 될까, 이 500ml 페트병.


한 입만 마시고 가방 속에 넣은 다음 그대로 잊어버린 내 잘못이란 건 나도 알아.
160엔을 낭비해 버렸지만 어쩔 수 없지. 어쩔 수 없잖아.
그래도 내 손엔 설탕 맛밖에 안 나는 액체가 남겨져 버렸어.
이걸 처리해야만 한다는 현실이 나를 우울하게 만들고 있는 거야.
… 지나가다가 버리면 되는 거 아니냐고?
어떻게 그런 짓을 할 수가 있어.
요즘 대세가 환경보호잖아.
아이돌이 그런 짓을 했다가 들키면 인터넷에서 불탈지도 모르구,
내 양심이 절대 그러면 안 된다면서 말리고 있기도 해.
절약 정신이라는 걸까.
좋은 마음가짐이겠지만 이럴 때는 지키기 힘든 정신이야.


내가 못 마시겠으면 다른 사람한테 줘서 마시게 해 보자.
이 액체를 마셔 줄 사람이 누구 없나 머릿속에서 떠올려 봤어.
우즈키.
안 돼. 우즈키한테 밀어붙이기엔 너무 가혹한 시련이야.
미오.
안 돼. 밀어붙일 수는 있겠지만 분명 다시 되돌아올 거야.
카렌.
안 돼. 아마 『그냥 버리면 되잖아』 라면서 바로 싱크대에 콸콸 쏟아 버릴 거야.
나오.
될 것 같아. 「오ー , 사이다잖아! 맛있겠다ー! 부호오오옷!? 쿨럭쿨럭! 김 다 빠졌잖냐!」 스러운 흐름으로… 아니 안 되겠어. 토하는 거나 마찬가지잖아.


란코.
안 돼. 무슨 리액션을 취할지 선명하게 떠올릴 수 있어. 포기하자.
마유.
안 돼. 이러니저러니 해도 순수한 아이니까 무리하면서라도 다 마셔 줄 것 같아서 양심이 쿡쿡 찔려.
미쿠.
괜찮겠지만, 되도록이면 카메라 돌아가고 있을 때 주고 싶으니까 이번엔 안 되겠어.
하나코.
아니 죽잖아. 농담으로 안 끝난다구.


노노.
안 돼. 절대 안 돼. 만약에 다른 사람이 그런 짓을 하면 내가 죽여 버릴 거야.
어떻게 노노한테 그런 짓을 할 수 있겠어.
김 빠진 사이다를 준다니 너무 무섭잖아.
그건 폭력, 아니 고문에 가까워. 온 세상에서 범죄로 규정해서 단속해야 할 악행이야.
작은 동물처럼 오들오들 떨고 있는 노노한테 그렇게 무서운 짓은 절대 못 해.
그런 발상을 아주 잠깐이라도 떠올린 나는 정말 얼마나 어리석은 인간인지.
쇼코, 미레이, 날 때려 줘.
아주 잠깐이라도 너희의 소중한 친구에게 상처를 주려고 한 나는 속죄해야 해.


이야기가 옆길로 샜네. 한 번 더 생각해 보자.
김 빠진 사이다를 받아 줄 것 같은 사람이…
카나코.
맞다, 카나코는 어떨까. 설탕계의 스페셜리스트잖아.
이 김 빠진 사이다라도 맛있게 만들 수 있는 방법을 알고 있다고 해도 이상하진 않을 거야.
이래서 친구 좋다는 거겠지. 얼른 가 보자.


「아니, 아무리 나라도 그런 건 필요 없는데…」

거절당했어. 왜일까.
아니 당연하잖아. 애초에 김 빠진 사이다를 좋아하면서 받아 주는 사람이 이상한 거지.
아무리 카나코라도, 장수풍뎅이도 아닌데 그냥 설탕물을 마실 리가 없잖아.
맞다, 장수풍뎅이. 리카라면 이 설탕물을 기쁘게 마셔 줄지도 몰라.

「그럴 리가 없잖아…」

머릿속에서 태클을 걸었어.
아무래도 난 그렇게까지 상식 없는 사람은 아니었던 것 같아.
내 머릿 속의 리카가 나타나서 막아 줄 정도 판단력은 남아 있었나 봐.


「헤에, 김 빠진 사이다라」

나랑 카나코 사이에 끼어드는 목소리. 그 정체는

「프로듀서」
「프로듀서 씨」

P였어.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냐. 정말로.

「린, 그거 버릴 거야?」

P가 갑자기 그렇게 물어봤어. 설마 P, 김 다 빠진 사이다를 마시고 싶어할 리가…

「나 김 빠진 사이다 좋아한다니까. 바보같이 달거든. 버릴 거면 나 줘」

뭐야 이건. P는 이상한 사람이었어.
그건 그렇긴 해도 이건 절호의 찬스.
이 김 빠진 사이다를 처리할 수 있는 기회야.
P의 호의를 받아들여서 김 빠진 사이다를 건네줬어.


「차암, 그대로 마시면 간접키스잖아요!」

카나코가 방해했어.
이 왕가슴녀가 쓸데없는 소리 하긴. 그 지방이 부러워.
그렇게까지 계산해서 준 건 아니라니까. 정말이야.

「농담도 잘 하네. 린이 그런 생각을 할 리가 없잖아」

P는 내가 그런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나 보구나. 의외네. 당연히 생각하는데.

「농담은 이만 하고… 김 빠진 사이다잖아? 꽃에다 주면 되는 거 아냐」

꽃이라구? 꽃이면 플라워 얘기하는 거 맞지? 이런 걸 꽃한테 줘도 되는 거 맞아?
 
「설탕물에 영양분이 풍부해서, 꽃에 주면 오래 살릴 수 있다고 하더라… 아, 린은 당연히 알고 있었겠지」

얕보지 말라구. 꽃집 딸이라고 다 아는 건 아냐.

「헤에ー. 저 처음 알았어요!」
「자세히 어떻게 좋은 건지는 린이 얘기해 줘. 나도 유미한테 얼핏 들은 얘기라 잘 모르니까」

그러지 마. 나도 모른단 말이야.
그치만 좋은 얘길 들었어.
꽃한테 주는 건 버리는 게 아니니까, 내 양심도 허락해 줄 거야.
이왕 할 거면 바로 이 탄산수를 꽃한테 줘 보자.
P 책상 위에 마유가 가져온 장미가 있었을 텐데.
나는 바로 P 책상으로 향했어.





푸른, 푸른 장미가 피었어.
아니 피었다는 건 틀린 표현이야. 변색됐어. 푸르게.
사이다를 부어 줬더니 이렇게 돼 버렸어. 그것뿐이야.
어떻게 된 거야.


「냐하하하ー! 깜ー짝 놀랐지 린 쨩♪」

이 녀석 장난이었구나. 들려온 목소리는 이치노세 시키. 매드 사이언티스트로 악명높은 애야.

「탄산수를 부으면 변색되게 만든 거야? 꽤 한가한가 보네」
「아니 그건 너무 핀포인트하잖아. 아무리 나라도 그렇게 성공률 낮은 장난은 안 친다구…」

그럼 뭔데. 이런 짓을 시키 말고 누가 할 수 있다는 거야.

「훗훗후. 내가 찾아헤매던 물질이라구, 바로 그거!」
「뭐라구? 빨리 주제로 들어가면 안 될까?」
「그건 바로 린 쨩이 입을 댄 탄산수… 그 탄산수가 린 쨩의 『푸른 힘』 을 담는 매개체로서 장미에 부어졌다는 것이다ー!」

무슨 소린지 모르겠어. 이만 가자.


「기다려기다려기다려줘! 나 장난 아니라구! 진심이라니까!」

어쩐지 내 생각이 읽히는 느낌이었지만 그냥 가기로 했어. 막지 마.

「진정하고 들어 줘! 이건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드문 능력이야! 식물을 푸르게 만들 수 있는 사람은 이 세상에 없다니까!!」

말은 그렇게 해도.
… 확실히 그 푸른 장미, 붉었던 시절이랑 비교하면 엄청 쿨해진 것 같긴 하지만.

「린 쨩 내 말 좀 들어 봐. 그 능력은 분명 힘이 돼 줄 수 있을 거야. 스스로를 믿어」

응. 역시 그 장미는 진짜 쿨해. 이게 푸른 힘이라는 걸까.
그치만 이 능력을 어디에 쓸 수 있다는 건데. 멋지기만 하고 별 거 없잖아 이 장미….


정신을 차려 보니, 나는 푸른 장미를 양산하고 있었어.
그 푸른 장미를 세상에 공개했더니 우리 꽃집에 주문이 쇄도하기 시작했거든.
아무래도 최고로 쿨해진다는 사실을 앞세워서 밀어붙인 게 잘 통한 거 같아.
장점은 최대한 살려 낸다. 아이돌 활동에서도 그게 기본이었으니까.
푸른 힘의 장점을 있는 대로 끌어내 주겠어.
고마워, 김 빠진 사이다.
네 덕분에 나는 억만장자가 될 수 있었어.





꿈이었어.
당연하지. 현실에서 저런 일이 일어날 리가 없잖아.
꿈 속 세상에서는 무슨 일이 일어나도 위화감이 느껴지질 않으니까.
… 그럼.
이런 꿈을 꿨다는 얘기는.


역시, 가방 속에 김 빠진 사이다가 들어 있어.
사이다의 수호신이 보여 준 꿈이려나.
꽤 로망이 있는 이야기야. 나쁘지 않을지도.
모처럼 이렇게 된 거니까, 이번에야말로 이 사이다를 꽃에 부어 주자.
푸른 힘 같은 게 있을 리가 없지. 여긴 현실 세상이니까. 기묘한 일이 일어날 리가 없어.
나는 가방을 껴안고 사무소로 갔어.


「린 씨… 손에 들고 있는 그건…」
「아, 노노구나. 안 돼 이건. 김 빠진 사이다야. 맛없어」
「모리쿠보는 따끔따끔한 느낌이 싫어서 김 빠진 사이다를 더 좋아하는데요…. 버리실 거라면 마실게요…」꿀꺽꿀꺽
「안ー녕 시부린ー… 시부린? 왜 쓰러져 있는 거야?」
「모르겠어요… 갑자기 쓰러지셔서…」

현실은 꿈보다 기묘하다더니, 딱 그 말대로네.
나는 그대로 바닥에 누워서, 잠깐만 잠들어 있기로 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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凛「炭酸の抜けたサイダ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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