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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부야 린「전직 아이돌, 그리고 지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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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8-22, 2018 17:43에 작성됨.

시부야 린「전직 아이돌, 그리고 지금」


주변을 정신없이 뛰도는 어떤 기색에 눈을 떴다.

천천히 상체를 일으키고, 아직 무거운 눈동자를 뜬다.

내 주변에서 쫄랑대는 기색의 주인은 15년간의 파트너, 하나코였다.
하나코는 내가 초등학생때 우리 집에 온 여동생같은 아이이며, 파트터이기도 하다.

그녀는 요크셔 테리어와 미니어쳐 닥스훈트의 피를 반씩 가지고 있었고, 유일무이한 폭신폭신함을 자랑하고 있다.

아빠가 지어준 이름이며, 가라사대, 꽃집의 아이니까 하나코라던가.

이 이야기를 들었을 때, 어쩌면 내 이름이 하나코가 될 수도 있었을지도 모른다, 라고 생각했었다.

그리고 하나코는 매일 아침 이렇게 나를 깨우러 자고 있는 내 주변을 쫄랑쫄랑거린다.

때로는 배 위에 올라오기도 하고, 얼굴을 햝기도 한다. 어지간한 자명종 시계에는 없는 기능이다.

인생의 반 이상을 그렇게 보냈기에 자연스럽게 아침에는 강해졌다.

잠꾸러기라거나, 다시 자거나하는 그런 것이 나에게 무연한 것은 하나코 덕분이었다.





하나코가 나를 깨운 이유.

그것은 아침밥과 산책 재촉이다.

내가 일어난 것을 보자, 그녀는 한층 더 쫄랑거림을 강화하여 침대 위로 펄쩍 뛰어오른다.

「알았어. 알았다니까」

가볍게 안아올리고, 침대에서 내려온다.

느릿느릿한 내 발걸음을, 발톱과 마룻바닥이 부딪히며 연주하는 챳챳하는 작은 소리가 쫓아온다.

아랫층으로 내려가, 거실을 지나 주방으로 향한다.

주방의 찬장에서 사료를 꺼내 사료접시에 담았다.

하나코가 아침밥을 먹는 동안, 씻기 위해 나는 세면소로 갔다.





머리를 묶고, 차가운 물로 세수를 한다.

손의 감각을 의지해서 타올을 잡고, 툭툭 닦는다.

완전하게 깨어난 머리로, 오늘의 예정을 확인한다.

식탁에 준비됐을 아침을 먹고, 그 후에는 하나코 산책.

돌아오고 나서는 개점준비를 하는 엄마를 돕고, 가게를 본다.

우선은 오후까지는 이런 느낌이려나.

가볍게 화장하고, 파자마를 빨래통에 집어넣고 세면소에서 나왔다.





옷을 갈아입고 다시 돌아왔을 때 하나코는 이미 식사를 마친 후였다. 산책은 아직? 산책은 아직? 이라며 내 발밑을 빙빙 돌기 시작한다.

조금만 더 기다려, 라고 머리를 쓰다듬어주자 그녀가 눈을 가늘게 뜬다.

그 모습이 참을 수 없을 정도로 귀여워, 안아올려서 볼을 부벼주니 이번에는 귀찮다는 표정을 짓는다.

그렇게 나는 하나코를 안은 채로 식탁으로 가서 자리에 앉는다.

상 위에는 식빵과 베이컨에 스크램블 에그, 그리고 오렌지가 준비되어 있었다.

그것들을 내가 냠냠 먹고있는 동안, 하나코는 옆자리에 앉아 꼬래를 흔들고 있는다.

나눠주는걸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너무 응석을 받아주면 안된다고 생각하면서도, 이 동그란 눈동자의 공격을 무시하는데 성공한 적은 여태껏 한번도 없다.

언제나 그렇듯이, 오늘도 나는 베이컨을 한조각 헌상하고 말았다.







사용한 식기를 싱크대에 넣고, 너털너털 가게로 향한다.

하나코는 기다리고 있었다는듯이 펄쩍 뛰어내려 나를 따라온다.

가게에 가니 예상대로 엄마가 개점준비를 하고 있었다.

「어머, 잘 잤니. 산책?」

「좋은 아침. 응, 산책 다녀올게」

「조심히 다녀오렴」

「응」

반만 열려있는 셔터를 올려 가게에서 나온다.

무심코 한숨이 흐를것같은 따뜻한 태양빛이 쏘아내려온다.

아직 아침엔 쌀쌀하지만, 이제 곧 난방기구를 치울 때가 올 것이다.

「날씨 좋네」

네 발을 사용해 열심히 내 앞을 선도하는 하나코에게 말을 건다.

물론, 대답은 없다.





지나는 길의 벚꽃나무들은 아기자기한 꽃을 퍼뜨리고 있었다.

8할쯤 피었으려나.

만남과 헤어짐의 계절을 상징하는 꽃, 벚꽃.

극히 짧은 기간동안만 피는 그 모습에 많은 사람들이 각각의 감정을 느끼겠지.

인생에 있어서의 스타트나 골의 상당수가 봄인 이유의 하나일지도 모른다.

그런 계절의 끝에 어중간한 나는 어떠한가, 따위의 여유로운 생각이 떠올랐기에 고개를 흔들어 털어낸다.





동내를 걸어 공원까지 가고, 다시 그 길을 돌아와 우리들의 집에 도달한다.

가게에 엄마가 없는걸 보아 개점준비는 거의 끝난 모양이다.

현관의 걸레로 하나코의 발을 닦아주고, 집에 들어간다.

엄마는 식탁에서 한숨 돌리며 쉬고있는 모양이었다.

「다녀왔어」

「어서오렴」

「아빠는?」

「아직 주무셔」

「아, 오늘 경매였던가?」

「그래그래. 그러니까 점심까지 주무시게 두렴」

「응. 가게는 내가 볼테니까 엄마는 집안일 해줘」

「그래, 부탁할게. 린도 커피 마실래?」

「으응, 됐어. 그럼 가게에 있을게」

「네~ 하나코도 가게 부탁할게」





가게로 돌아와, 카운터 위의 걸린 시계를 본다.

개점까지 아직 30분 정도 남았다.

준비는 이미 엄마가 거의 다 끝냈으니 남은건 별로 없다.

남은건 셔터를 올리고, 화분들을 가게 앞에 두는것 정도다.

그리고, 그것들은 개점 직전에 하면 된다.

결론만 말하자면, 시간이 남는다.

계산대에 걸려잇는 내 에이프런을 걸치고, 의자에 앉는다.

청바지 주머니에서 휴대폰을 꺼내, 전원을 키자 문자가 도착했다.

예전에 함께 일했었던 상대가 보낸 것이다.

그 내용은 식사 권유였으며, 택일은, 오늘.

지금의 나는 어느 정도는 시간의 자유가 있다, 라는 것을 이해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하지만, 그걸 감안하더라도 갑작스럽다.

정확히는, 한가한 사람으로 보인다는게 예상외였다.

항의하자.

그것과는 별도로 오늘의 집합시간과 장소를 묻는 답장을 보냈다.





하나코를 무릎 위에 올리고, 휴대폰을 만지작거리는 동안에 개점시간이 되었다.

영차, 하고 하나코를 일단 바닥에 내리고, 가게 입구로 향한다.

오래된 셔터를 밀어올리자 덜컹거리는 큰 소리가 울려퍼진다.

햇빛이 들어오면서 점내가 확 밝아졌다.

하나코는 눈부시다는듯이 눈을 가늘게 떴다.

허리에 손을 올리고 「그럼」 이라고 읊조린다.

에이프런 주머니에서 목장갑을 꺼내 양손에 끼고, 가게 앞에 화분을 옮기는 작업을 개시한다.

흙이 듬뿍 들은 화분은 의외로 무겁기 때문에 나름대로 중노동이다.
전부 옮겼을 때는 이마에 땀이 흐르고 있었다.





무료하게 오늘의 스케쥴을 확인한다.

오전중에는 꽃다발 주문이 한 건.

오후에는 브라이덜용 화분 등의 발주와 관련된 히어링이 한 건.
기타 등등.

오전중의 일은 내가 대응할 수 있찌만, 오후의 일은 아빠나 엄마가 대응해야하겠찌.

나로서는 역부족, 라고는 생각하진 않지만 부모님이 대응해야할 안건이라고 생각한다.

손님은 분명 부모님의 실력을 믿고 브라이덜 일의 꽃을 우리 가게로 선택했을테니까.

언젠가 나도 부모님처럼 되야겠지, 막연히 미래에 대해 생각했다.





그럼, 일을 시작할까, 라고 생각하며 어제 떠오른 배열로 꽃다발을 만든다.

이미 머릿속으로 구상이 끝났기에 망설임은 없다.

남은건 이미지한 최종적인 완성 예상도와 현재의 모습을 비교해서 미세하게 조정할 뿐이다.

그렇게 완성한 꽃다발을, 다양한 각도에서 관찰한다.
나쁘지 않다.

아니, 잘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투자한 예산이 컸기도 해서 거의 제약없이 자유롭게 만들 수 있었다.

자신작이라고 말할 수 있다.

그런 자화자찬을 이어가는 도중, 삐리리리하고 가게의 전화기가 울었다.

한번의 콜이 울리고, 바로 수화기를 든다.

「전화주셔서 감사합니다. 플라워숍 시부야입니다.」

내 전화대응도 아주 모범적이지 않나하고 자찬한다.

전화의 상대는 간단한 인사와 함께, 꽃다발을 주문함을 밝혔다.

잠시 후에 찾으러 가겠다, 라고 한다.

정중한 말씨에서 다소 연세든 남성을 예상했다.

살짝 잠긴 목소리에서 초로의 신사같은 모습이 연상되었다.

만약 젊은 사람이라면 실례겠네, 라고 생각했다.





전화를 받고 10분쯤 지났을 때, 손님이 한명 왔다.

예상대로, 라고 말해도 될지 모르겠찌만, 겉모습은 아까의 전화에서 연상된 그 모습 그대로였다.

말쑥하게 차려입은 브랜드 양복에, 구두.

점내에 들어와 모자를 벗고, 목례하는 모습은 그림같았다.

「어서오세요」

하지만, 아무리 예상대로라고해도, 겉모습만으로 판단해서 이름을 묻는 것은 실례이기에 상대가 자칭하는 것을 기다리기로 했다.

의자에서 일어나, 그 남성에게 다가간다.

「목소리가 젊다는 생각했지만, 이런 아가씨였을 줄이야」

남성은 그렇게 말하고, 「실례했습니다. 나이로 판단하는하는건 실례였군요.」 라고 말하며 사과한다.

그리고 남성은 「방금 전화드린 사람입니다」 라고 말하며 자칭했다.

나는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라고 대답하며 미소를 만든다.

이전 직장에서 질릴 정도로 연습한 것이다, 접객 스마일정도는 간단하다.

「주문하신 물건은 가져올테니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준비해둔 꽃다발을 들고 가게로 돌아온다.

들고있는 내가 의기양양해질 정도로 자신있는 대작이다.

그것을 보고 남성은 「오오」 라며 탄성을 흘렸다.

내심 만세를 지르며, 꽃다발에 사용한 꽃을 간단하게 설명한다.

남성은 내 말을 흠흠거리며 듣고 있었고, 마지막에는 「잘 해줘서 고맙네. 오늘은 아내의 생일이라서」

「사모님께서 기뻐하시면 좋겠네요」

「기뻐하고 말고. 꽃에 대해 잘 모르는 나조차도 멋지다고 생각할 정도니까」

이런 말을 얼굴색 하나 안변하고, 어떻게보면 촌스러운 말인데도 멋있다니, 대단하다.

정작 나는 부끄러웠다.

아하하, 라고 웃으며 대금을 받는다.

그리고 남성은 「그럼 이만」 이라며 멋지게 목례하고, 돌아갔다.





나와 하나코만 남은 가게에서, 가슴을 쓸어내린다.

있는 힘껏 망므을 담았지만, 역시 건내주기 전까지는 불안이 따라다녔었다.

기뻐해줘서 다행이다.

남은건 그 꽃이, 아까의 남성과 사모님의 멋진 하루를 조금이라도 더 멋지게 만들어주기를 빌 뿐이다.

의자 위에서 둥글어진 하나코를 안아일리고, 「성공이다」 라고 작게 중얼거리며 가볍게 파이팅 포즈를 취한다.

하나코는 그것에 여의치않고 그저 되는 대로 있을 뿐이다.

나는 의자에 앉아, 한동안 일을 성공적으로 끝마친 달성감에 잠겨있었다.





그런 잠깐의 휴식도 오래가지 못하고, 다음 손님이 왔다.

작은 여자아이와 그 어머니로 보이는 20대 정도의 여성이었다.

적어도, 나이는 나와 크게 다르지 않아보였다.

여성은 나의 「어서오세요」 에 가볍게 끄덕이며 가게를 살펴본다.

「찾으시는게 있으신가요?」 라고 말을 걸자, 여자아이쪽이 「씨앗!」 이라고 말했다.

허리를 내려 여자아이와 시선을 맞춘다.

「씨앗?」

「응! 엄마랑 말야. 집에 말야. 씨앗 심을거야」

혀짧은 목소리로 더듬거리며 설명하는 모습에 표정이 풀어져버린다.

귀여워라.

이번엔 내가 「그렇구나. 어떤 씨앗을 심을거니?」 라고 묻자, 여자아이가 고개를 갸웃한다.

「아아, 죄송해요. 이 아이랑 집에서 뭐라도 길러볼까하고 생각해서」

엄마라고 불린 여성이, 여자아이를 휙 안아올리며 자세하게 설명해준다.

「그렇게 됐는데, 뭐가 좋을지 몰라서……」

과연.

여기는 실력발휘할 타이밍이다.





「그렇네요. 이 시기에 심으실거라면 여기있는 해바라기 같은게 쉬우」

말 도중에, 여자아이가 「해바라기!!」 라고 큰 소리를 외친다.

「해바라기 좋아하니?」

「응! 엄마! 해바라기 하자!」

「그래그래. 왠지 죄송하네요…… 그런데 혹시 기르는 방법 좀 알 수 없을까요……」

여성은 면목없다는듯이 쓴웃음을 지었다.

기르는 법부터 주의사항 등을 간단하게 설명하기 위해서 근처의 화분을 가져온다.

그 동안, 여자아이의 상대는 하나코에게 맡기자.

의연하게 카운터의 의자 위에서 뒹굴고있는 하나코를 안아올려 여자아이에게 넘겨준다.

여자아이의 눈이 반짝인다.

「멍멍이!」

「그렇단다. 멍멍이. 잠깐 같이 놀아줄래?」

「응!」

마음 속으로 하나코에게 잘 부탁한다고 속삭이며, 그곳에서 멀어진다.






여성에게 돌아가 순서대로 설명한다.

씨뿌리기부터 개화까지의 기간, 물을 주는 방법, 비료는 어떻게 주는지, 싹이 튼 후에는 무엇을 하는지 등에 대해 설명한다.

「뭔가 문제가 생기면 전화로 여쭤도 괜찮을까요?」

여성에게 우리 가게의 전화번호가 적힌 종이를 주자, 고개를 꾸벅 숙이며 인사한다.

그 후에 대금을 받고, 가게 앞까지 배웅했다.

「언니! 멍멍아! 잘있어!」

여자아이는 우리의 모습이 보이지 않게 될 때까지 끊임없이 손을 붕붕 흔들고 있었다.






손님이 오면 대응하는 사이에 어느새 시간은 정오를 지나있었다.

슬슬, 점심시간이려나.

카운터 위에 현재 집에 있다는 내용을 기재한다.

입구 센터에 있는 입점음을 키고, 집으로 돌아갔다.






현관을 열고 복도로 들어온 시점에서 좋은 냄새가 나기 시작했다.

오늘은 햄버그려나.

꼬르륵, 배가 울었다.

무시코 발걸음이 빨라지는 나였다.

식탁에는 큰 접시에 담긴 샐러드와 햄버그 3인분이 놓여있었따.

아빠는 이미 젓가락을 들고 있었고, 엄마는 밥공기에 밥을 담고 있다.

「좋은 아침」

「응. 오늘도 고맙구나」

「백수니까 이 정도는 해야지」

그런 자학을 말하자, 잠옷차림의 아빠가 얼굴을 찡그렸다.

「열심히 했었으니까, 조금 정도는 노는 기간이 있어도 아무도 뭐라 안한다니까. 그치, 당신?」

아빠의 심정을 대변하듯이 엄마가 끼어들었다.

「아아. 거기에 린 덕분에 지금은 수주도 많이 늘었으니까」

지금 현재 백수라는 것을 딱히 신경쓰지는 않지만, 이라고 말하고 싶은 생각이 조금 끓어올랐지만, 참았다.

거기에 앞으로의 인생의 야망같은 것도 있긴 하지만, 아직 이야기할 단계는 아니다.

그래서 나는 「응, 고마워」 라고 건조하게 대답했다.





세면소에서 손을 씻고, 내가 다시 식탁으로 돌아왔을 때는 밥과 스프가 준비되어 있었다. 아무래도 내 몫인 모양이다.

「미안. 기다렸지」

그렇게 말하고 자리에 앉아, 가족 셋이서 「잘먹겠습니다」 를 한다.

하나코는 내 옆자리로 펄쩍 뛰어 올라가 앉았다.

나눠달라는 뜻이다.

「오늘은 안돼. 양파 들어있으니까」

의미를 이해했는지 하나코는 시무룩한 표정이 되었다.

나중에 육포라도 주자.

「맞아맞아, 오늘은 오후에 손님이 오셔서 상의할게 있으니까 오후부터는 엄마가 가게볼게.」

「아, 응. 브라이덜 말이네」

「맞아. 오전중에 린이 담당한 손님은 꽃다발 받으러 오셨니?」

「응, 왔었어. 엄청 비싸보이느 양복입은 아저씨. 사모님 생신이시래」

「헤에, 멋진 남편이네」

엄마는 능글거리듯 웃고, 아빠가 헛기침.

아빠는 어색하다는 표정이었다.

「엄마가 가게볼거면, 내가 집안일할까?」

「으응. 린 덕분에 오전중에 거의 다 끝냈으니까 오늘은 느긋히 쉬렴」

「그렇구나…… 아, 그러면 나 미용실 다녀와도 돼?」

「자르게?」

「응. 조금 이미지 체인지할까나, 해서. 요즘은 줄었지만, 그래도 길가다보면 말거는 사람이 있고」

「유명인은 힘들겠네」

「그리고 오늘 저녁말인데, 밥 먹고와도 될까?」

「갑작스럽네」

「응. 그 사람」

그렇게만 말하자, 엄마는 「그렇구나」 라며 웃었다.





점심을 다 먹고 내 방으로 돌아간다.

아무것도 못얻어먹은 하나코는 삐져있다.

귀여운 녀석.

초등학생때부터 써온 공부용 책상 가장 아래 서랍에 있는 강아지용 간식을 꺼낸다.

그러자 하나코는 태도가 급변해서 내 발밑을 빙글빙글 돌기 시작했다.

알았어, 알았어. 그렇게 말하며 서랍에서 육포를 1봉지 꺼내서 남은걸 꺼낸다.

육포를 앞에 두고 기다리다가 「그래. 먹어」  라고 내가 말하자 하나코가 허겁지겁 먹는다.

정신없이 육포를 먹는 하나코의 옆에서 나는 휴대폰을 들었다.

전 직장을 다닐때부터 신세지고있는 미용사분에게 전화를 걸기 위해서이다.

급작스러운 부탁이고, 연예인도 상대하는 유명한 미용사니까 무리라면 포기하자.

그렇게 생각해서, 발신했다.

몇번의 콜이 울린 후, 미용사분이 받아, 내가 이름을 대는것보다도 먼저 하이톤의 목소리가 울려퍼졌다.

『린쨩~! 오랜만이네!? 언제 올거야? 오늘? 내일? 비어있어!』

아아, 여전하구나.

가끔은 너무 하이텐션이라 못따라갈때가 있찌만 이 사람은 내가 동경하는 사람 중 한명이었다.

화려한 머리색에도 불구하고, 그것이 무리없이 잘 어울리고, 단순히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분위기를 즐겁게 바꿔버리는게 굉장하다고 생각한다.

그야말로 생기발랄을 체현한듯한 여성이었다.

「오늘…… 인데요, 괜찮나요?」

『우리도 린쨩 덕분에 잘나가는걸! 은인을 푸대접했다간 벌받는다니까!』

「그건…… 그, 감사합니다. 몇시에 가면 될까요?」

『응~ 15시는 어떻니?』

「괜찮아요. 감사합니다.」

『그럼 가게 깨끗하게 청소해놓고 기다릴게!』

그렇게 말하고 그녀는 일방적으로 전화를 끊어버렸다.

나로서는 기쁘지만, 초일류 미용사가 이래도 되는걸까하는 생각을 금할 수는 없었다.





시계를 본다.

시각은 13시 조금 넘었고, 미용실까지는 전차로 30분정도 걸리니까, 아직 1시간정도 여유가 있다.

그렇다면, 해야할 일은 하나.

클로젯을 열어제치고, 단 한마리뿐인 관객 앞에서 패션쇼가 개최되었다.





이것도 아냐, 저것도 아냐, 그렇게 옷장 속의 옷들을 이것저것 갈아입어보며 전신거울 앞에서 빙 돈다.

수십분의 격투 끝에 결정된 것은, 바지에 셔츠, 그리고 봄색의 카디건이라는 평소와 별로 다르지 않은 것이었다.

갑자기 너무 멋내는것도 이상할테고, 이걸로 좋아.

식사 권유를 받았지만, 그렇게 엄청난건 아니고, 무엇보다 저쪽은 퇴근길의 양복일것이다.

나 혼자 이것저것 고민하는것도 불공평한 느낌이 들고, 그런 자신이 점점 바보같아서 이 쯤에서 끝마치기로 했다.

그리고, 오늘의 코디가 정해진 나를 기다리는 것은, 침대 위에 널부러진 옷더미를 정리하는 작업이었다.







화장을 다시하고, 가방에 지갑과 휴대폰 등등을 넣고, 그렇게 준비하고 있으니 약속시간이 가까워졌다.

조금 굽이 있는 구두를 신발장에서 골라, 현관에서 발가락을 울린다.

카운터에서 꽃다발을 만들고 있는 엄마에게 「다녀올게」 라고 말하고, 가게에서 나온다.

가방에서 안경 케이스를 꺼내고, 패션 안경을 착용한다.

정말 간단한 변장이지만, 없는것보다는 낫다.

따뜻한 봄의 태양을 받으며, 역을 목표로 걷는다.

구두와 아스팔트가 연주하는 음악이 평소보다 빠른 템포인 것은 분명 봄일서. 오늘의 약속과는 관계없을 것이다.

틀림없이 관계없을 것이다.





집 근처의 역을 들어가, 개찰구로.

전광게시판에 표시된 목적하는 전차가 오는 시간과 손목시계의 시간을 비교한다.

이제 곧 올 모양이다.

자그마한 행운에 하늘마저 오늘이란 날을 도와주고 있는듯한 기분이 들었다.

물론, 그것은 기분탓이겠지만.

음악이 흐르고, 전차의 진입을 알린다.

홈으로 돌입하는 전차가 일으키는 바람에 머리카락이 크게 나부낀다.

이윽고 감속하며 완전하게 정지하자, 마치 탄산음료의 뚜껑을 따는 듯한 소리를 내며 문이 열렸다.

승객을 내뱉고, 새로운 승객을 마시고, 그 파도에 나도 오른다.





전차에 타고 십수분, 목적의 역에 도착했다.

그 하이텐션의 미용사가 기다리고 있을 미용실로 향한다.

그러고보면 여기까지 왔는데 아무도 말을 걸지 않았네, 라고 생각한다.

유심히 내 얼굴을 보던 사람은 있었지만, 그래도 아무도 말을 걸지 않은건 의외였다.

요즘은 꽃집에도 나를 목적으로 오는 손님도 많이 줄었고, 슬슬 나의 세간적 인지도도 떨어지고 있는걸까.

그런 생각을 하는 도중, 등 뒤에서 「저기, 실례합니다. 혹시……」 라고 누군가가 말을 건다.

유감.

그렇게 잘 되진 않나, 라고 생각하며 미소를 만든다.

대학생정도로 보이는 여자아이였다.

「시부야 린씨…… 맞으시죠?」

그 질문에 나는 아무 대답도 않고, 그저 패션 안경을 벗었다.

여자 아이의 얼굴이 선명하게 밝아진다.

「쭉 팬이었어요!! 지금도 팬이에요!」

그렇게 말하고 그녀는 거의 직각일 정도로 고개를 푹 숙여 인사했다.

「응. 고마워요, 기뻐요.」

순수하게 그렇게 생각했다.

나의 팬들은, 내가 연예인이 아니게 됐더라도 내 팬으로 남아준 것이다.

그게 왠지 좀 멋지다고 생각하면서 눈이 붉어지는 것을 참는다.






그 후에 여자아이에게 「사인 해줄까?」 라고 묻자마자 잡아먹을듯한 기세로 「네!」 라길래 사인을 해주었다.

그녀의 백에.

유명한 브랜드의 로고가 붙어있어서 한 눈에도 비싸다는게 보였다.

몇번이나 「정말로 괜찮아?」 라고 물어봤지만, 그녀는 「괜찮아요!」 라고만 대답할 뿐이었다.

그렇게 두세마디 교환하고, 여자아이와 헤어지고, 나는 미용실에 도착했다.

여유를 가지고 집에서 나왔었는데, 약속 시간에 조금 늦어버리고 말았다.






약속시간에 5분 늦은 나는 미용실에 들어갔다.
입구에 있는 유리문에는 『갑작스럽습니다만 오늘은 휴업합니다』라는 명패가 걸려있다.

혹시나 했는데 나 하나 때문에 오늘 가게를 닫은 모양이다.

정말로 이래도 괜찮은걸까.

문을 잡고, 천천히 민다.

문에 달린 벨에서 딸랑거리는 소리가 울리는것과 거의 동시에 가게 안에서 목소리가 울려퍼진다.

「린쨩~~!!」

아아, 정말.

여전하네.





「자, 백은 여기 둘게. 자, 앉아 앉아」

손을 강하게 잡혀, 가게에 들어간다.

반짝반짝 청결하게 닦여진 바닥과 거울 등등과, 있는 모든 것들을 전부 꺼낸듯한 도구에서 진심도가 엿보였다.

내가 앉는 것과 동시에, 펄럭하고 커트 크로스가 덮어 씌어진다.

손재주 좋은것도 여전했다.

「오랜만이네~ 그래도 머리 잘 관리하고 있었나보네. 린쨩의 그런 점, 정말 좋아해」

회화라고 하기에는 너무나도 일방적인 그것을 넘어, 이윽고 커트 내용에 대한 이야기가 시작됐다.

「그래서, 오늘은 어떤 느낌으로 할거야? 평소처럼 자란 만큼만 자르는 느낌으로?」

「아, 그게. 오늘은 조금 특수하게…… 그. 싹둑 잘라주세요.」

「꺄~!」

양손으로 뺨을 가리고, 절규.

행동 하나하나가 너무나 하이텐션이다.

「보브컷 정도의 길이까지, 싹뚝하고」

「응~! 아깝긴 하지만, 이렇게 중요한 일을 나한테 맡겨줘서 기뻐! 언니한테 맡기렴!」

빗과 가위를 양손에 들고, 만세 포즈를 하는 언니였다.

이런 사람이지만 실력은 신뢰하고 있고, 이 언니에게 맡기고 후회한 적은 한번도 없다.

그래서 오늘도 「네. 부탁드릴게요」  라고 미소로 대답했다.





중간중간 잡담을 섞으면서 커트가 진행된다.

서걱, 하는 소리가 날 때마다 바닥에 나의 일부였던 머리카락이 떨어지는 모습은 왠지 감개가 깊었다.

「응~ 올해 최고의 날이네.」  라고 중얼거리는 언니의 목소리와, 언니가 휘두르는 도구들의 소리가 울렸다.





이윽고 언니의 손이 멈췄다.

「어때? 어때?」

언니는, 커다란 접이식 거울을 들고 등 뒤도 확인하게 해줬다.

「왠지, 머리가 가볍네요」

「그야 그렇지. 이렇게나 잘랐으니까. 그래서, 어때?」

「평소처럼 문제없이 멋져요.」

진심에서 나오는 말이었다.

「정말! 그야 소재가 최고니까 그렇지! 누가 요리해도 맛있는 식재료를 쓴 셈이니까!」

아하하, 웃음으로 대답한다.

「반대로 린쨩으로 실패하는 미용사따윈 쓰레기야! 쓰레기!」






그리고 머리를 감고, 세팅도 받고나서 이윽고 공정이 종료했다.

거울에 비친 자신은, 문자 그대로 타인같아서 마치 다시 태어난것 같았다.

이래서는 그녀석 나인지 모를지도 모르겠네, 그런 조금 미래를 생각하니 웃음이 나온다.

「그래서 그래서. 오늘은 이 다음에 어디 갈거니?」

「네. 식사하러」

「아~ 린쨩도 이제 일반인인걸. 데이트?」

「그게, 그런게 아니고요. 제 전 프로듀서인데요」

그렇게 말하자 언니가 「아~!」 라며 탄성을 지르고 「지다려봐」 라며 윙크하고 어딘가로 떠난다.

몇분 후에 돌아온 언니는 작고 귀여운 봉지를 들고 내 눈 앞에서 그 봉지를 열었다.

「이거말야. 그런거 있잖아, 배우한다는 사람. 얼마 전에 담당했었는데, 그 때 받았었어」

열린 포장지 안에서 나온 것은 작은 상자였다. 나도 아는 브랜드의, 처음 보는 향수.

「무슨 한정품? 라던데 이거 린쨩 줄게」

「엣, 아뇨. 괜찮아요」

「됐어됐어. 필요없으니까 옥션에 팔까 생각했었을 정도니까」

그건 그 배우분에게 좀 많이 실례가 아닐까 싶은데.

내가 무언가 말을 하기도 전에 언니는 내 손에 향수를 한번 뿌린다.

「응. 좋네, 이거. 역시 옷걸이가 좋아야지. 어때?」

내밀어진 손에서 풍겨오는 향기는 너무 강하지 않은 좋은 향기를 풍기고 있었다.

「뿌려볼거지?」

「그럼 감사히」

양 손을 나란히 언니에게 향한다.

언니는 향수를 나에게 뿌려준 후, 다시 그것을 작은 상자에 넣고, 포장지 안으로 돌려놓는다.

그리고 나에게 「자, 여기」 라며 넘겨주었다.

받지 않는다는 선택지가 없어보였기에 감사히 받기로 했다.





그 후, 레지에 표시된 금액은 어떻게 생각해도 너무 쌌기에 거기서 한번 또 실랑이가 일었다.

당연하게도 내가 이 언니의 기세에 이긴 적이 없었고, 결국 또 지고 말았다.

언니는 가게 앞까지 배웅해서 「화이팅해~!」 라며 붕붕 손을 흔들었다.

그 손이 흔들리는 기세는 오늘 아침 꽃집에 온 어린 여자아이와 맞먹을 정도였다.

나는 언니에게 깊게 인사하고, 재차 감사를 표한 후, 미용실을 뒤로했다.





오랜지색으로 물든 하늘을, 천천히 천천히 어둠이 집어삼킨다.

가방에서 휴대폰을 꺼내 문자를 확인해보니 오늘의 집합시간과 장소가 적힌 문자가 한 건 도착해있었다.

거리는 두 정거장 정도니 여기서부터라면 꽤 가깝다.

대략적인 도착시간을 시뮬레이션해보자.

지금부터 가면 30분 이상 기다릴게 확실하다.

그래도, 뭐.

오늘은 그런 것도 나쁘지 않을지도 모른다.





지정된 집합장소에 30분 이상 일찍 도착했다.

시간에 맞춰서 올까하는 생각도 없지는 않았지만, 일부러 일찍 온 것에는 이유가 있다.

머리를 짧게 자른 나라면 누구도 눈치채지 못하지 않을까, 라고 생각해서이다.

그리고, 아무래도 이 계획은 성공한듯하다. 이렇게 거리에 대놓고 서있는데도 말을 거는 사람이 없었다.

이거라면 이제 변장할 필요도 없으려나.

앞으로 외출할 때의 자신의 모습을 생각하니 마음이 들뜬다.

그럴 때, 이쪽으로 곧게 다가오는 양복의 남자가 보였다.

「기다렸지. 빨리 왔는데…… 머리 잘랐어?」

지금까지의 인생에서 최대의 이미지 체인지를 했는데, 단번에 알아챌 줄은 몰랐다.

선글라스를 쓴 모 유명 사회자같은 모습으로 그렇게 가볍게 물어보다니, 이건 아니잖아.

그런 생각을 반복하면서 무심코 한숨을 내쉬어버렸다.





「에, 나 뭐 실수했어?」

고개를 갸웃하고있는 이 남자야말로 나의 과거의 일의 파트너이다.

이 나를 스카우트하고, 아이돌로 키워주고, 톱까지 함께 달린 인물이며, 일단 은인이긴 하다.

함께 달리던 시절부터 오랜 시간 함께 지내기도 했기에 은퇴한 지금도 가끔씩 지금처럼 만나곤 한다.

「이렇게 싹둑 잘랐는데, 반응이 너무 대충이잖아」

그의 기억에 단발의 나는 없을텐데, 조금 더 놀라도 괜찮잖아.

「아~ 아니. 깜짝 놀랐찌. 한순간 말이 안나와서」

「흐응」

시큰둥한 눈빛으로 바라보며, 「그래서?」 라고 추격한다.

「아니, 예뻐. 잘 어울려. 멋지다고 생각해」

이렇게 직설적으로 대답하면 곤란해진다.

바로 정면으로 공격하는 것에 대한 반격은 준비하지 않았다.

「그렇구나」

「그런데, 무슨 일이야. 갑자기 싹둑 자르고」

「응~ 딱히 이유는 없지만. 그냥 해봤어」

「그냥 해봤다고?」

「응. 주변을 신경쓰지 않고 거리를 걷는다, 라는 걸」

조금의 침묵이 흐르고, 그가 「그렇구나」 라고 말한다.





「그럼, 가볼까」

「응. 뭐 먹을거야?」

「응~ 여러가지 있어. 딱히 특별한건 없는 평범한 가게지만」

걷기 시작하는 그를 따라 나란히 걷는다.

「흐응. 뭐, 어디든 좋아」 라고 말하자 「그럼 묻지 마」 라고 응수한다.

실제로 어디든 좋으니까 어쩔 수 없다.

이상한 가게로 데려간 적은 없고, 만약 이상한 가게라고해도 재밌는 이야기가 되겠지.

「왠지, 평소랑 향기가 다른데」

「아, 눈치챘어?」

「응, 좋네. 이거, 잘 표현하기 힘들지만」

「그렇구나. 미용실에서 뿌려준건데」

「……그 말은, 머리 자른거 오늘이구나」

「응. 가장 먼저 볼 수 있어서 잘됐네」

「나랑 만나기 위해서 일부러……」

「오버하지마」

그의 팔을 살짝 꼬집자 그가 「아얏」 하고 신음을 흘린다.

예상보다 빠르게 향수의 효과를 실감했다. 내심으로 언니에게 감사했다.






도착한 곳은 조금 세련된 이자카야같은 분위기의 가게였다.

「오늘은? 차?」

「아니, 전차타고 왔어」

「그럼 마시겠네. 나도 마실까나」

「린이랑 한잔하는건 오랜만이네」

「그렇네. 밥먹으러 가도 둘 중 하나는 차가지고 왔으니까」

「뭐 먹을래?」

「처음은 같은걸로 좋아. 맥주지?」

「당연」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고 있으니 점원이 와서 물수건을 건내주었다.

그것을 받고 손을 감싸듯이 닦으니 기분이 좋다.

우선은 일단 맥주 2잔과 적당한 음식 몇가지를 주문했다.






얼마 후, 한 손에는 맥주 2잔, 다른 한손에는 간단한 요리가 담긴 접시를 든 점원이 돌아왔다.

쾅, 하는 소리와 함께 맥주잔이 상에 오르고, 이어서 상 중앙에 요리가 담겨진 접시가 오른다.

점원이 떠난 후에, 우리들은 맥주잔을 잡았다.

「그럼」

「응」

건배, 라는 목소리에 맞춰서 맥주잔이 짠하고 울린다.

잔을 입에 대고, 단번에 두 모금 정도를 마셨다.

나의 「후」 하는 소리와, 그의 「푸하」 하는 소리가 거의 동시에 나왔다.

「린도 꽤나 마시는 편이지」

「그런가」

「첫 잔은 맥주, 에 어울려주는 여자는 별로 없어.」

그가 웃으면서 젓가락을 건내준다.

받은 젓가락으로 상 위의 요리를 입으로 옮긴다.

「이거, 햄 속에 크림치즈네」

「맛있어?」

「응」

「좋아, 그럼 내 것도 먹어」





나온 요리를 일단락할 때까지 그가 네번, 내가 세번 드링크를 추가했고, 서로에게 취기가 돌기 시작했다.

「여기에 오기 전. 오늘 만났었을 때, 내가 주변을 신경쓰지 않고 거리를 걸어보고 싶었다고 말했잖아」

「응」

「그러고보면 그 때 무슨 말 하려다 말았짢아. 그거 뭐였어?」

「아, 그거, 좀 미안하다고 생각해서」

「미안해?」

「역시 아이돌이 되서 좋은 일만 있는건 아니였구나, 라고 생각했거든」

「……확실히 싫은 일이 없었다고는 말 못하지만, 나는 아이돌이 된 걸 후회한 적 없어」

내 말에 그가 아무말 못하고, 잔 안의 술을 비운다.

「린은 술이 들어가면 말이 많아진다고 해야할지, 생각이 흘러나온다고 해야할지」

그가 자신의 젓가락으로 나를 가리키고, 익살맞게 웃는다.

그 눈에 무언가가 맺힌 것을, 나는 못본척했다.





어느새 비어버린 잔을 빙글빙글 돌리자, 안에 들은 얼음이 소리를 낸다.

가게에 들어온지 꽤 지났고, 서로 꽤나 취기가 올라있는 모양이었다.

「린은 아직 집안일 도와주면서 생활하는 느낌이야?」

「응. 일단, 목표같은것도 있긴 한데」

서로의 상황에 대해 이야기하는 흐름에, 무심코 말해버렸다.

큰일났다, 라고 생각했을 때는 이미 늦었다.

그가 「목표?」 라고 묻는다.

거짓말하긴 그렇겠지.

「응. 실은말야, 내 가게……언젠가는 가지고 싶어서」

「…………자세하게 이야기해볼래?」

눈 앞을 보자, 그가 진지한 자세로 가방에서 메모지를 꺼내고 있었다.

「에, 뭘?」

깜짝놀라서 무심코 묻는다.

「그러니까, 어디까지 생각하고 있는지. 예를들면 가게는 어떻게 할거야? 살거야? 아니면 임대할거야?」

「개점하는데 드는 비용, 계산해봤어?」

「린이라면 기술에는 아무 문제 없겠지만, 그거 이외. 예를들면 매입같은 노하우는 부모님에게 배웠어?」

무심코 흘린 나의 한마디에, 노도의 질문 러쉬가 날아왔다.






노도의 질문에 대답하자, 그는 손뼉을 짝 치고

「린, 잘 들어」

「응」

「어려워. 지금 이대로는」

「……응」

「법률적인 문제도 있고, 여러가지로. 지금 이대로는 개업하기는 어렵다고 나는 생각해」

아무 대답할 수 없었다.

하지만, 나의 목표에 대해 진심으로 말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진지하게 생각해주는것을 알기에 기분이 나쁘진 않았다.

「거기서 제안이 있는데」

「……? 응」

「린은 그 목표, 얼마나 진심으로 말한거야?」

「꽤 진심이야. ……아이돌 했을 때랑 비슷할 정도로」

「그럼 괜찮아. 분명 할 수 있어.」

그가 무언가를 결심한듯이, 응응 고개를 끄덕인다.







「그래서, 본제의 제안」

「응」

「린은 우선, 매입의 노하우를 부모님에게 배우는게 좋다고 생각해」

「……왜?」

「다른건말야. 어떻게든 되니까」

「저… 기. 무슨 말이야? 뒷전으로 해도 될 일이 아니잖아」

「뒷전이고 자시고, 할 줄 아는 사람을 쓰면 된다니까」

「아, 그렇구나. 전부 혼자서 해야한다고 생각했었어」

그런 생각은 못했다.

그런 수단이 있었구나, 하고 솔직하게 감탄했다.

「어라, 못알아들었나?」

「에?」

「있잖아. 여기에. 할 줄 아는 사람」

눈 앞의 그가 피식 웃었다.






「진심이야?」

「물론. 가게 낼 때 연락해라」

「지금 하는 일은?」

「린이 신경쓸 필요 없어」

「아니, 당연히 신경쓰이지」

「응~ 뭐, 어떻게든 돼. 린도 노하우 배우는데 하루이틀 걸릴게 아닐거아냐」

「….그건, 그렇지만」

「그런 이유로, 생각해봐. 나쁜 이야기는 아니라고 생각하고.」

확실히 나쁜 이야기는 아니다. 오히려 나에게 있어서는 최고의 조건이다.

애초에 혼자서 가게를 운영하는건 꽤 힘들테고.

거기에 마음이 잘맞는 사람이 도와준다면 오히려 부탁하고 싶을 정도다.

그럼, 어떻게할지.

가방에 펜과 메모장 등을 집어넣는 그의 앞에서 나는 고민했다.

단번에 술기운이 다 날아가 버렸다.





슬슬 막차 시간이었기에 헤어지기로 했다.

평소처럼 멋대로 혼자 계산하려는 그를 제지해, 금액 절반을 억지로 건낸다.

역까지 가는 길은 일부러 사람이 별로 없는 길을 골랐따.

「그, 뭐지. 혹시 내가 진심으로 가게를 차리면」

「차릴거지? 린은 한번 말을 꺼내면 멈추지 않고」

뭔 소리야, 라며 웃어버린다.

오늘의 잠깐동안의 대화로 내 아직 막연한 목표가 급속도로 형태를 갖추기 시작한 것은 확실했다.

「그건, 그럴지도 모르지만」

「모르지만?」

「어째서 그렇게까지 도와주는건지 모르겠어서.」

「어째서냐고? 그야……응?」

응? 이라고 말해도 모르는건 모른다.

「린이 은퇴하고나서 깨달았는데말야」

집게손가락을 펼치며, 그가 말했다.

「린과 함께 있는 시간이 꽤…… 아니, 엄청나게 좋았던 모양이야」





「그래서, 다시 나랑 함께 있기 위해서 고용되겠다는 말이야?」

「……뭐, 그렇게 되네」

「풋, 아하하. 바보네」

서투른 사람이다.

「왜 웃는데」

「그치만 연인이 된다, 같은 선택지도 있었잖아. 고백이 성공할지 실패할지는 접어두고」

「아……」

「뭐, 그래도 괜찮지만」

말하고, 앞에서 휘청거리고 있는 그의 왼팔을 껴안아본다.

「왜 그래. 진짜」

「……사겨보는거. 어떨까?」

머릿속에서 준비된 말도 없이, 대신 나온 것은 너무나 칠칠맞은 고백의 말이었다.

「어떻겠냐니, 너」

자유로운 오른손으로 그가 자신의 머리를 긁는다.

「아, 진짜!」

붕, 그가 왼팔을 크게 휘둘러, 나는 팔을 놓쳐버렸다.

그 직후, 그가 내 허리를 안는다.

최소한의 저항으로 「막차 끊길지도 몰라」 라고만 말해본다.

「아직 있어. 끊기면 택시 잡으면 돼」

「차려진 밥상인데」

고개를 들어, 항의를 담아서 그렇게 말해본다.

「취한 기세로, 같은거 별로 안좋아해」

「안취했어. 그 증거로 봐봐. 크로스 워크」

몸을 비틀어, 그의 팔을 푼다.

그리고 점프, 스텝, 킥.

이것들을 조합한 크로스 워크라는 스텝을 몇번 밟는다.

「그런 행동하는것 자체가 취한 증거잖냐. 오늘은 자라.」

강하게 붙잡으려는 손을 벗겨낸다.

서로의 얼굴이 귀까지 새빨개져 있는 것은, 틀림없이 술 때문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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