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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타자와 소년과 나 13. 키타자와씨와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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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6-11, 2018 20:19에 작성됨.

 
 
 
 13. 키타자와씨와 나

 
 
「돌아가 줘, 키타자와씨」
 
 
 굳이 말하자면, 나는 사람으로서 최악이다.
 이런 말은 자신을 문병하러 와 준 사람에게 실수로라도 하면 안된다.
 해야할 말은 감사이며, 거부가 아니다.
 이곳에 왔다는 것은, 즉 내 위치를 알고 있다는 것은, 엄마가 말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우리 엄마는, 쿠로야마 케이코는, 그 삐뚤어질대로 삐뚤어진 삐뚤이는, 누가 그걸 묻는다고 순순히 대답해주는 사람이 아니다.
 분명 전매특허인 토크로 키타자와씨를 정신적으로 농락했을 것이 틀림없다.
 그렇기에 고난을 넘어, 고생해 이곳까지 와 준 그녀에게, 돌아가 달라고 말하는 행위는 그야말로 논외이다.
 
「부탁이니까 돌아가 줘. 너랑 할 말 없어.」
 
 그럼에도 나는 그녀가 오지 않기를 바랐다.
 나는 이제 키타자와씨를 상처입힐 뿐이다.
 이렇게 쫓아내는 언동을 해도 상처받겠지만, 사정을 알게된 그녀와 이대로 대화하면 더욱 깊은 상처를 남길 것이다.
 부탁이니까 돌아가 줘. 이런 배은망덕한 멍청이랑 더이상 엮이지 마.
 
「쿠로야마씨, 한가지만 말해둘게요.」
「아니, 그러니까 할 말 없다고 했잖아.」
 
 마음을 독하게 먹어라.
 이 이상, 상냥함을 받아들일 수는 없다.
 애초에 엄마는 왜 말한거야. 절대로 말하지 말라고 부탁했었는데, 그 사람은 바로 약속을 어긴다.
 그 내심에는 언제나 무언가 꿍꿍이가 숨겨져 있지만, 이번엔 됐다.
 더이상, 상처입히고 싶지 않아.
 ……더이상, 상처받고 싶지 않아.
 그러니까 키타자와씨, 나는 빨리 추억으로 넘기고----.
 
 
「이 이상, 저를 돌려보내려고 하시면----울거에요.」
「…………엣?」
 
 으응? 뭐라고? 뭐랬지?
 지금 키타자와씨가 나에게 뭐라고 말했지?
 
「제 이야기를 듣지 않겠따고 하시면, 울거에요. 큰 소리로 울거에요.」
「아니, 그거, 그치만」
 
 운다. 울어버린다. 울려버린다.
 키타자와씨를 울린다.
 키타자와씨를, 여자를, 여자아이를 울려 버린다.
 아니, 아니아니. 설혹 그렇다해도, 내가 해야할 말은.
 
 
「그래도 괜찮다면 얼마든지 하시죠. 방금 전처럼 저를 거절해주세요. 자, 빨리!」
「심한 말 해서 죄송했습니다!!」
 
 
 
 ■ □ ■
 
 
 
 키타자와씨의 눈물공격 아닌 눈물공격에 무너진 나는 침대 옆의 의자에 걸터앉은 그녀를 그저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다.
 나는 완전히 할 말이 없었고, 키타자와씨도 앉은 채로 이야기하지 않는다.
 즉, 이거다. 엄청 어색하다.
 지금까지도 몇번인가 키타자와씨와 단 둘이 있을 때가 있었지만, 이렇게까지 어색한 적은 처음이다.
 아니, 알고 있다. 원인은 나다.
 내가 처음에 거절했으니까, 이런 분위기가 된 것이다.
 역시 내가 먼저 말을 꺼내야겠지.
 좋아, 각오하고, 타이밍을 잡아----
 
 
「「저기」」 
 이젠 그리움마저 느껴지는 상황이었다.
 아니, 진짜 몇번 말이 겹치는거냐고, 우리들.
 무심코, 자연스럽게, 나는 웃어 버렸다.
 
「……큭큭」
「……후후」
 
 키타자와씨도 작게 웃고 있었다.
 평소에 딱딱해서인지 키타자와씨는 조금만 웃어도 귀엽게 보인다.
 동생에게 향하는 상냥한 미소도, 나를 놀릴 때의 짖궂은 미소도, 그리고 이 미소도, 그녀의 모든 미소가 매력적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나는 언제나 키타자와씨에게 양보한다.
 그리고 키타자와씨가 확인하듯이 나를 바라보았기에 나는 승낙하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면, 일단 오랜만이에요, 쿠로야마씨.」
「응, 오랜만. 건강해보이네.」
「덕분에요. 쿠로야마씨는……그, 어떠신가요?」
 
 나는 선생님의 말을 떠올리면서 손가락을 하나 핀다.
 
「앞으로 1개워, 만약 나아도 1년동안은 침대에서 살아야한대」
「그런, 가요. 1개월에, 1년……」
「응, 이 숫자는 무슨 일이 있어도 변하지 않을거라더라.」
 
 말하고, 말을 끝내고, 자포자기하듯이 말한게 아닐까 반성했다.
 자포자기에서는 벗어났다고 생각했지만, 이래서는 그냥 인생을 포기한 기분나쁜 녀석이다.
 
「그건 그렇고, 그런 기술은 어디서 배운거야?」
「쿠로야마 선생님께서 『만약 이야기도 안하고 돌려보내려하면 이렇게 하렴』이라고 말씀하셨어요.」
「젠장, 역시나!」
 
 진짜 그 사람은 나에 대해서는 뭐든 알고 있다.
 몸을 일으키자, 키타자와씨와 시선이 마주쳤다.
 오랜만에 본 그녀의 표정은 왠지 한층 달라진 느낌이다. 배우로서 한층 성장했듯이 보인다.
 분위기도, 아우라도, 심지어는 다가가기 어려운 위압감마저 느껴진다.
 분명 큰 무대에서의 경험으로 강해졌겠지.
 그렇다해도, 그게 있다고 해도, 조금 많이 강해진것 같은 느낌이 들지만.
 이렇게 밀어부치는 사람이었던가.
 
「그렇지만 쿠로야마씨 때문이에요. 저를 돌려보내려고 했으니까」
「그건, 미안. 그래도 아까 말했듯이 나한테는 더이상 시간이 없어」
「시간이 얼마나 있는지는 상관 없어요. 시간보다 더 중요한게 있으니까」
 
 오늘의 키타자와씨는 정말, 굉장히 저돌적이다.
 왠지 뭐라고 말해도 반박당할것 같은 느낌이다.
 
「저에게는 약속을 지키는게 훨씬 더 중요해요.」
 
 이기적인 저랍니다.
 키타자와씨는, 자학하듯이 자칭했지만, 그런 자신을, 자기 자신을 결코 싫어하지 않는다.
 
「약속……그건말야, 나도 지키고 싶어. 꼭 지키고 싶었어.」
 
 키타자와씨에게 있어서 그 무대가 얼마나 중요했는지는 나도 잘 알고 있다.
 배우를 꿈꾸는 그녀가 큰 비약을 할 수 있는 소중하고 중요한 스테이지.
 그러나, 무리인건 어쩔 수 없다.
 백에 하나, 내 수술이 성공해서 생명이 늘어난다해도, 외출할 수 있을 정도로 회복했을 때는 , 내가 퇴원했을 떄는, 그녀가 무대에서 내린 후이니까.
 그러니까 나는 늦었다, 늦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런데, 그런데도.
 
 
「쿠로야마씨는 저희들이 처음 만난 날을 기억하세요?」
「엣, 아, 응」
 
 갑작스럽게, 서론도 없는 질문에 나는 엉겁결에 대답해버렸다.
 처음으로 키타자와씨와, 리쿠를 만난 날.
 그것은 당연히 기억하고 있다, 틀림없이 기억하고 있다ㅓ.
그날 그때에, 그 만남이 없었다면, 나는 이렇게나 행복한 1년을 보내지 못했을 것이다.

「기억해, 확실히 기억해.」
「……지금이라서 하는 말인데 처음에는 무서웠어요. 쿠로야마씨가.」
「지, 진짜로? 왜?」
「쿠로야마씨는 덩치가 크고, 피부도 많이 탔고, 눈매도 날카로웠으니까요. 첫인상은 무서운 사람이었네요.」
「그건 반박할 수 없네……」
 
 여기선 깔끔하게, 변명하지 말고 인정하자.
 나는 무섭게 생겼다.
 적도랑 꽤나 가까운 지역에서 살았다보니 피부도 까맣다.
 아빠쪽 유전으로 눈매도 날카롭다.
 덩치도 크다보니 첫 대문에서는 확실히 무서운 사람으로 보일지도 모른다.
 
「뭐, 리쿠도 있었다보니 좀 과하게 경계했었죠.」
「아-, 키타자와씨의 시선에서는 동생이 데려운 정체불명의 남고생이었지, 나」
「전 틀림없이 사회인이신줄 알았어요.」
「고등학생이거든!?」
 
 아무리 그래도 너무 늙게 보는거 아니냐
 아니, 나도 처음에는 키타자와씨를 고등학생 정도라고 착각했었으니 남말할 처지는 못되나.
 
「그 오해도 제대로 자기쇄를 하고, 단 둘이서 이야기했었을 때는 사라졌었지만요.」
「그 때는 긴장했었찌. 너무 급전개였어. 우리 엄마가 아주 신나가지고」
「저도였어요. 저희 어머니도 그러셨고, 저는……역시, 조금 불안했어요」
「그야 그렇지. 상황이 반대였다면 나라도 쫄았겠다. 리쿠도 있으니까」
「정작 그 본인은 당신과 만나는걸 가장 기대하고 있었지만요.」
 
 그 점에서는 나도 리쿠와 비슷할 정도로 기대하고 있었으니 노코멘트하자.
 그나저나, 그렇게 생각했으면서 잘도 왔었다고 생각한다.
 미아인 동생을 데려왔다고 해도, 그렇다고 내가 안전하다는 보장은 없었을텐데.
 
「그래도 동생이 너무 기쁘게 쿠로야마씨 이야기를 했었으니까요. 그래서 저도 결심할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그렇군, 즉 우리들의 우정의 힘이라는 말이지!」
「쿠로야마씨는 그 날 쭈뼛쭈뼛하셨죠.」
「키타자와씨는 오늘 참 날카롭네!!」
 
 당시를 되돌아보면, 그러고보면 처음에는 존대말로 이야기한데다가 눈도 제대로 마주치지 못하는 참상이었던것 같다.
 지금은 이미 익숙해진 키타자와씨의 얼굴도, 그 당시의 나에게는 쿨한 미소녀였다.
 미소녀인거야 여전하지만, 즉, 미형인 사람은 진지하게 서있는 것만으로도 박력이 느껴진다는 것이다.
 
「막상 이야기해보니 자상하고 이야기가 많은 사람이었으니……사람은 외모로 판단하면 안된다는 것을 통감했어요.」
「내, 내가 그렇게까지 갭이 있었구나. 나도 남말할 처지는 아니지만.」
「무슨 의미시죠?」
「이것 봐, 그 무렵의 키타자와씨는 웃지 않았기 때문에, 문자대로의 쿨 뷰티이라고.그러나 리쿠와 말할 때는 웃는 얼굴이었고, 보이는 것이 모든 것이 아닌 것은 당연하지」
 
 내 눈에 보이는키타자와씨와, 리쿠의 눈에 보이는 키타자와씨가 다르듯이.
 키타자와씨의 눈에 보이는 나와, 리쿠의 눈에 보이는 내가 다르듯이.
 어떤 각도에서 바라봐도 완전히 똑같은 구체같은 인간은 존재하지 않는다.
 
「자백하자면, 그 때는 웃지 않으려고 신경쓰고 있었어요.」
「신경썼다니, 왜?」
「지금 생각하면, 마음에 여유가 없어서……였네요. 제가 정신 똑바로 차리지 않으면, 제가 노력하지 않으면, 제가, 제가, 그런 생각만 했어서」
 
 키타자와씨가 어떤 경위로 그렇게 생각하게 됐는지를 나는 또렷하게 상상할 수 있었다.
 어머니가 방에 틀어박혀 있었던 시기의 나와, 많이 닮았기 때문이다.
 하루하루를 보내는 것이 필사적이고, 노력하느라, 주위를 둘러보는 여유가, 주변에 웃어 주는 여유가 없어서.
 
「하지만, 지금은 아니지?」
「네. 극장의 동료들과 프로듀서씨. 그리고 쿠로야마씨 덕분이에요」
「딱히, 나는 아무것도……」
「눈앞에 『노력한』 사람이 있고, 그 사람이 격려해 줘서, 나도 더욱 『노력할』 수 있었어요.」
 
 그런 그녀의 미소를 바라본 나는 묘한 긴장감에 사로잡혔다.
 내가 키타자와씨에게, 내 가정사정을 말한 것으로 이런 변화가 일어났다다면, 부끄러움을 참고 말한 보람이 있다.
 
「그래도, 그래도말야. 격려받은건 나도 마찬가지야. 765프로에게 다양한 것을 받았어.」
「저도 이렇게까지 좋아하실 줄은 솔직히 몰랐어요. 저는 부탁하는 입장이었고.」
「나도 이렇게까지 푹 빠질 줄은 몰랐지만.」
 
 키타자와가와의 만남이 첫번째의 전환기이라면, 765 프로와의 만남은 두번째의 인생과의 만남이다.
 그녀들의 스테이지가 있었기 때문에, 여태까지의 인생이 정말 밝아졌다.
 나는 765 프로에게, 인생을 격려받았어.
 그것은 멋지고, 멋진 기적이며, 결코 누구라도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거기에 저는 쿠로야마씨의 큰 응원을 받았으니까요. 제 꿈을 도와주셨고.」
「그거야말로 키타자와씨가 노력한 덕분이야. 나는 조금 이야기를 해줬을 뿐.」
 
 운명이나, 우연이나, 그런 것에 좌우된 결과가 아니다.
 키타자와씨의, 해이해지지 않는 노력 덕분이며, 행동의 결과이다.
 첫날의 공연을 본 엄마는 어휘력을 있는 힘껏 사용해서 칭찬했었다.
 아마 나를 격려해주는 것도 겸했었을테니 몇할정도 할증이 붙었겠지만, 분명 호평하기 부족하지 않은 무대였겠지.
 
 정말로 보고 싶었는데.
 
 
「……쿠로야마씨, 방금 그건 본심이신가요?」
「에, 뭐, 뭐가?」
「보고 싶었다고, 말씀하셨죠」
 
 아뿔싸, 무심코 말해버렸나.
 보고 싶었던거야 틀림없는 본심이지만, 이렇게 직구로 들으니 부끄러움이 몰려온다.
 그렇지만, 여기까지 와서 거짓말하는것도 무리이다.
 솔직하게, 정답을 대답하자.
 
「보고 싶어, 보고 싶었어. 마지막까지 보고 싶었어.」
 
 키타자와씨의 꿈을 향흔 커다란 한 걸음을.
 무대에서 전개되는, 그녀의 세계를.
 배우로서의, 아이돌 키타자와 시호를.
 확실히 마지막으로 보고 싶었다.
 그러자 키타자와씨는 그 자리에서 일어서, 나를 보면서 말했다.
 
「그럼, 하죠.」
 
 무언가를 결의한 눈동자였다.
 그렇지만 나는 그녀가 무엇을 하려하는지 전혀 알 수 없었다.
 키타자와씨는 영문을 모르는 나를 향해 군더더기 없는 완벽한 인사를 하면서
 
 
「지금부터, 당신을 위해서 연기하겠어요.」
 
 
 
 ■ □ ■
 
 
 
 소녀는 사랑에 빠졌다.
 첫사랑이었다, 처음으로 경험한 사랑이었다. 사랑에 애타고 사랑에 애태웠다.
 사랑하는 상대는 동갑 남자.
 도서관에 다니면서 알게된 독서가 소년이다.
 서로가 책을 좋아하고, 게다가 좋아하는 장르도 비슷하고, 그것때문인지 같은 소설가에 빠져있었다.
 거기서, 해석의 차이로 인해 격렬한 논쟁으로 발전되었다. 라는 것이 두 사람의 첫만남이다.
 그들은 신간이 나올 때마다 언쟁을 펼치고, 방과 후만으로는 시간이 부족했는지 휴일에도 도서관에서 만나며 말다툼했다.
 그리고, 정신을 차리자 소녀는 소년에게 반해 있었다.
 곤란할 때 도와줬다거나.
 위험할 때 구해줬다거나.
 특별한 이벤트로 급접근했다거나.
 딱히 그런 일이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정신을 차리니, 그를 눈으로 쫓고 있었다.
 옆자리에서 독서중인그가, 자신과는 다른 시선에서 사물을 이해하는그가, 결코 자신을 얕보지 않고 대등하게 접하는 그가, 자신조차 깨닫지 못한 사이에, 좋아져 버렸다.
 곤란할 때 도와주지 않아도.
 위험할 때 구해주지 않아도.
 특별한 이벤트로 급접근하지 않아도.
 
 사람은, 사람을 좋아한다.
 
 소녀는 고백할 것을 결의했다.
 그러나 같은 타이밍에 소년은 도서관에 오기 시작했다.
 소녀는 그를 찾으려고 했지만----그러고보면 자신은 소년의 이름과 독서를 좋아한다는 것 말고는 그에 대해서 아무것도 모른다는 것을 자각했다.
 학교도, 생일도, 혈액형도, 좋아하는 것도, 싫어하는 것도, 전혀 모른다.
 그리고 소녀는, 소년을 찾으면서 그에 대한 여러가지 사실을 알았다.
 아니, 알고 말았다.
 그에게는 이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을, 알고 말았다.
 만나야하는가, 만나지 말아야 하는가, 그 두가지 선택에서 소녀는 결단을 강요받는다.
 
 그리고 소녀는----.
 
 
「미안해, 이야기 전부 들었어……너에게 이제 시간이 없다는 것도, 전부」
 
 키타자와씨가 나를 향해 말을 건다.
 정확하게는 내가 아닌, 지금 이 자리에 없는 독서가 소년을 향해.
 
「나말야, 너랑 많이 이야기하면서 너를 알고있다고 생각했었어.」
 
 사람은 이정도로 다른 사람이 될 수 있구나, 나는 놀랄 뿐이었다.
 어조도, 말투도, 분위기도, 마치 모르는 사람같다.
 키타자와씨의 날카로운 눈동자로 응시된 나는 손가락 하나도 움직이지 못했다.
 
「그렇지만, 아니었어. 착각이었어. 네가 안고 있는 것을 나는 전혀 몰랐어.」
 
 목소리 한마디 한마디에 힘이 있고, 단어 하나 하나에 압도된다.
 소녀와 키타자와씨가, 완전히 겹쳐있는것 같았다.
 
「네가 나에게 작별인사를 하지 않았던 것도, 지금이라면 알아.」
 
 이것도 연기의 일부인지, 키타자와씨는 침대 끝에 앉아서 나를 바라본다.
 거리가 급격하게 줄어들어, 병원 냄새에 섞여 달콤한 향기가 코를 간질인다.
 
「내가 울고 상처받을 거란걸 너는 알고 있었구나. 울게하고 싶지 않아서, 상처입히고 싶지 않아서, 쭉 숨기고 있었구나.」
 
 지근거리에서 본 그녀의 얼굴은, 역시 아름다웠다.
 언듯보면 무표정해봉는 평소의 키타자와씨와도, 리쿠를 향해 웃는 키타자와씨와도, 나를 놀릴 때의 키타자와씨와도 다른, 역할에 몰입한키타자와씨.
 시선도, 몸의 각도도, 전부를 계산했다는 느낌이다.
 
「너는 언제나 그렇게 아무도 상처입히지 않으려고 지키고 있었어.」
 
 그래도----.
 
 그렇게 대사를 단락지은 키타자와씨는, 갑자기 손을 뻗고 나의 뺨을 만졌다.
 그녀의 가느다란 손가락이, 뺨을 지나쳐 이불에 떨어진다.
 서늘한 손가락이었다.
 아이돌로서의 키타자와 시호를, 그녀의 가족을 계속 지지해 온 손가락이다.
 나는 꽁꽁 묶인듯이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괜찮아, 나를 지켜주지 않아도. 고내찮아, 나를 상처입혀도. 지켜져서, 아무것도 모를 바에는----나는 얼마나 상처입어도, 너를 알고싶어, 이해하고 싶어.」
 
 키타자와씨의 양손이, 나의 손을 감싼다.
 이제와서야, 나는 자신의 손이 떨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거기다 어깨도 떨고 있었다.
 목도 떨렸고, 솔직히 나 자신의 몸이 아닌것 같았다.
 상태가 안좋아진 것은 아니다.
 나는 그녀의, 키타자와씨의 연기에, 완전히 홀려버린 것이다.
 꼬옥 손을 잡히고, 나는 키타자와씨를 보았다.
 키타자와씨도, 나를 보고 있었다.
 
「왜냐면, 사람을 좋아한다는건, 그런거라고 생각하니까.」
 
 마음이 꿰뚤리는 소리가 났다.
 눈에서 참을 수 없는 열이 흘러나온다.
 딱히 나한테 한 말이 아닌데, 처음부터 대본에 적혀있는 대사인데.
 나는, 울고 있었다.
 이유는, 알 수 없었다.
 아무리 이를 악물어도, 눈물의 마개는 도무지 닫힐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비록 상처입어도, 상처입혀도, 둘이서 울게 되어도.」
 
 기분탓일까.
 눈물로 시야가 흐려진 탓인지 말도 안되는 광경이 보인것 같았다.
 내가 울고 있어서 그렇게 보인거겠지.
 도저히 믿을 수 없었다.
 키타자와씨의, 우는 얼굴은.
 
 
「나는 너를, 당신을, 쿠로야마씨를----좋아하니까, 곁에 있고 싶어요.」
 
 한쪽 팔을, 그녀가 껴안는다.
 키타자와씨의 고동이, 전해진다.
 그러자 균형이 무너졌는지, 키타자와씨가 내 가슴에 얼굴을 묻는 자세가 됐다.
 아아, 이렇게 되면 다 들켰겠지.
 내 고동도 그녀에게 지지 않을 정도로, 크다는 것을.
 두근두근, 그녀의 망므이 아플 정도로 전달되고, 나의 심장과 공명한다.
 키타자와씨는, 나를 좋아한다고 말했다.
 나를 좋아한다, 그렇게 말해 줬다.
 대답하고 싶다, 그럼에도 나오는 것은 오열뿐이다.
 꼴사납다, 꼴사나운것도 정도가 있다.
 자신을 좋아한다고 말해준 여자아이에게, 아무 말도 대답하지 못하는거냐.
 부탁이니까, 목소리가 나와줘. 나는 빌었다, 빌고, 그리고.
 
「……지 않아」
 
 아니, 무슨 소리 하는거야.
 그게 아니잖아, 그것 말고 더 해야하는 말이, 하고싶은 말이 있잖아.
 그런데, 왜.
 어째서, 나란 녀석은.
 
「나, 죽고 싶지 않아……!」
 
 이런 말 밖에 못하는거야.
 이런 말 밖에, 하지 못하는 거야.
 어째서, 어째서, 어째서
 어째서, 너는 녀석은.
 
「이제야 말해주셨네요, 쿠로야마씨. 진짜 마음을.」
 
 
 그렇게 나에게, 기쁜 표정을 향해주는거야.
 
 
 
 ■ □ ■
 
 
 
「꼴사나워, 여중생때문에 2번이나 울다니」
 
 울만큼 울고, 눈물을 전부 쏟아내고, 나는 일단 평상심을 되찾았다.
 키타자와씨는 내 바로 옆에, 즉 침대의 빈 공간에 앉아 있다.
 어깨와 어깨가 접촉해서 솔직히 긴장된다.
 충분히 넓은 침대래서 이렇게까지 가까이 앉을 필요는 없지만, 그녀는 그 자리를 포기하지 않을 모양이다.
 
「2번이라니, 처음은 언제였나요?」
 
 옆에서 꽂히는 시선에, 나는 스스로의 실언을 후회했다.
 괜한 소리를 한 것을 후회했다.
 
「……11월 라이브에서, 솔로곡을 들었을 때」
「헤에, 쿠로야마씨 우셨군요. 전화했을떄는 말 안하셨으면서.」
 
 안봐도 뻔하다, 키타자와씨는 지금 짖굿게 웃고 있다.
 어떻게 나를 놀릴지 음미하고 있는 표정일게 틀림없다.
 
「그치만 부끄럽잖아.」
「쿠로야마씨는 얼굴이랑 안어울리게 부끄럼쟁이에 울보시네요.」
「어, 얼굴 이야기는 하지 마. 그렇게 따지면 키타자와씨도 울었잖아?」
「좋아하는 사람이 1달 뒤에 죽을지도 모르는걸요, 당연히 울죠.」
「네, 그 말이 맞습니다. 말대꾸해서 죄송합니다!!」
 
 쿡쿡하고 키타자와씨가 웃는다.
 내가 아무리 말을 잘해봤자 최종적으로 그녀의 앞에서는 질 수 밖에 없을것 같다.
 그럼에도, 머리에 피가 몰리는것을 느끼며, 나는 이야기를 꺼냈다.
 
「그래서 키타자와씨, 아까의 대답……말인데」
 
 나는 떠올린다.
 몇 분 전에, 그녀가 나에게 해 준 말을 떠올린다.
 여자에게 고백받았다는, 인생 최초의 중요한 것을 떠올린다.
 마음을 고백했으니, 나도 그것에 대답해주고 싶다.
 방금 전에는 꼴사나운 모습을 보였지만, 만약 그래서 환멸했다면 비참하겠지만, 나는 대답을 하려 했다.
 대답하려고 연 입을, 무언가가 서늘한 무언가가 막는다.
 키타자와씨의 검지손가락이, 내 입을 막고 있었다.
 
「안돼요. 아직 대답은 듣지 않겠어요.」
 
 곁눈질로 키타자와씨를 보니, 그녀는 처음보는 빙긋 웃는 미소로, 거기에 강하게 검지손가락으로 누르면서.
 「쿠로야마씨는 지금 『노력하는』 사람이니까, 『노력한』 뒤에 대답해주세요.」
 
 이것 참 너무한 대사다.
 아니, 내가 말하면 말의 의미가 바뀔것 같지만.
 하지만 동시에----나는 그 때, 그녀의 고백을 들었을 때, 이 사람을 위해서 살고싶다고 생각했다.
 그러니까 지금, 한번 더 마음에 남기고 싶다.
 살지 죽을지 모르는 나지만.
 너에게 거짓말을 해버린 나지만.
 금방 울어버리는 나지만.
 
 
  「저 기다릴게요.」
 
 부디, 이런 나를 기다려주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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