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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타자와 소년과 나 11. 현실과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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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6-10, 2018 14:25에 작성됨.

 
 
 
 현실과 나

 
 솔직히, 이 장소에서, 즉 나의 독백에서, 이것을 은유하거나, 암시하거나, 숨기는 등의 행위에 의미는 없다고 본다.
 그러므로, 솔직하게 까놓아보겠다.
 
 
 나--쿠로야마 요시토는 난치병을 앓고 있다.
 
 
 병명이, 뭐였더라.
 틀림없이 엄청나게 긴데다가 전문용어와 복잡한 횡문자가 난무하는 굉장히 외우기 어려운 이름인 것은 기억한다.
 뭐, 이름을 모른다고해도, 그 결과로 자신의 신체에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를 파악하고 있으니 병명정도는 별로 중요한 사항이 아니다.
 그러니까 나의 상황을 알기쉽게 설명하자면,
 지금, 내 몸에는 타임 리미트가있다.
 타임 리미트, 즉 시한이 지나면, 이 몸은 쇠약해지기 시작한다.
 그리고 죽는다.
 참으로 허무하게, 죽어버린다.
 
 병을 알게 된 것은 딱 1년 전, 즉 작년 4월이다.
 당시, 내가 살던 마을에는 그 병을 다룰 수 있는 시설이 없었기에 나와 엄마는 정밀검사를 위해서 도시로 이사했다.
 그것이, 작년 5월이다.
 나는 거기서, 자신에게 남겨진 시간이 일년하고도 2-3개월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살아남기 위한 수술의 성공률이 1할이 될까 말까라는 것도.
 꿈도 없는, 행복도 없는 내 인생이 이대로 끝나 버린다.
 타율 일할을 밑도는 녀석이 타석에 서봤자, 아무도 기대하지 않는다.
 나도다. 기대하고 싶어도 할 수 없다.
 만약 할 수 있다해도, 목숨까지는 걸 수 없다.
 
 당시 나는, 이사온지 얼마 되지 않았었을 때의 나는, 자신의 여생을 알아버린 나는, 희박한 생존확률을 알게 된 나는, 거칠어져 있었다.
 태도가 아닌, 마음이, 거칠어져 있었다.
 행실이 거칠어지지는 않았지만, 거칠어진 마음은 황폐해져 황야가 되었다.
 5월부터 7월의 그 날까지, 나의 생활은 기계나 마찬가지였다.
 기계적으로 수면에서 눈을 뜨고, 아침 식사를 만들어 먹고, 학교에 가고, 집에 돌아와서 가사를 하고 그리고 잔다.
 그러다보니 친구는 생기지 않았고, 당연히 연인이 생길 리도 없다.
 그렇지만 나는 그걸로 괜찮다고 생각했었다.
 사람과의 관계가, 너무나 무서웠었다.
 어차피 1년 밖에 못사는데 친구를 만들고 연인을 만들어봤자 무슨 소용일까.
 그렇게해서 마음 속에 집을 짓고, 나는 그 안에 철저히 틀어박혔다.
 그리고, 엄마가 나의 집을 박살냈다.
 
 
『있잖니, 요시토. 인간은 죽는단다, 나도 죽고 요시토도 죽고, 누구나 죽어』
 
 엄마는 거침없이 남의 마음에 흙발로 내디뎠다.
 
『그런데, 어차피 죽으니까 인간관계를 끊겠다니, 바보같구나』
 
 방의 열쇄를 분쇄하고.
 
『나는 오래산다고? 시간이 많으니까 괜찮지 않냐고?』
 
 내 목덜미를 집어 올리고.
 
『나는 말야, 8년 후에 죽는다는걸 알았어도 네 아빠랑 결혼했어. 이건 시간의 문제가 아니야, 자각의 문제지.』
 
 힘껏 내던졌다.
 
『이제 알았으면, 사람을 만나러 나가렴』
 
 
 나는 한번 더 노력해보자고 생각했다. 생각할 수 있었다.
 뭐, 그렇다고 학교에서 친구나 연인이 생기지는 않았지만.
 거기서 나는, 건전한 고등학교 2학년 16살 남자임을 자칭하고 있는 나는, 여러 고민끝에 주말에 수족관에 가기로 마음먹었다.
 
 
 모든 것은, 그때부터 시작됐었다.
 
 
 
 ■ □ ■
 
 
 
 4월이 슬슬 끝나가는 밤, 나는 키타자와씨의 전화를 받았다.
 그리고 인사가 끝나자마자,
 
 
「쿠로야마씨, 한가지 부탁해도 괜찮을까요?」
「응, 좋아. 전부 나한테 맡겨.」
「적어도 무슨 부탁인지는 들어보고 말하세요……」
 
 음, 목소리만으로도 알았다.
 키타자와씨는 지금 내 말에 기막혀하고 있다.
 분명 그녀는 평소의 차가운 눈으로 나와 대화하고 있음이 틀림없다.
 그것만으로도 나는 지금까지 살아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변태라고 말하려면 말해라, 이건 내 나름의 숙원이다.
 
「그래서, 부탁이 뭐야?」
「실은, 다음주에 말이죠……그」
 
 무슨 일인지 말이 명확하지 못하다.
 그렇게 부탁하기 힘든 부탁인걸까.
 명쾌하고, 총명하고, 명백하게 말하는 키타자와씨답지 않다.
 내가 그런 생각을 하고 있으니
 
「죄송해요. 저, 다음주에는 못갈것 같아서 동생을 부탁하고 싶어요.」
「뭐야, 그런거라면야 굳이 전화까지 해서 부탁하지 않아도 되는데.」
 
 키타자와씨가 주말에 수족관에 안오는 날은 그렇게 드물지 않다.
 그녀는 아이돌이다보니 항상 우리들과 같이 수족관에 갈 수 있는건 아니다.
 대충 한달에 1~2번 정도 같이 가지 못하고, 키타자와씨가 없을 때는 내가 책임지고 리쿠를 맡는다.
 그렇기에 나와 리쿠 둘이서 주말을 보내는 것은 딱히 부탁까지 할 일은 아니다.
 
「리쿠는 맡겨줘. 키타자와씨도 일 힘내고.」
「……니에요」
「키타자와씨?」
「일이, 아니에요.」
 
 하기 싫은 말을 억지로 쥐어짜낸 듯한 목소리였다.
 가능하면 말하고 싶지 않다는듯한 표정이 생생히 그려진다.
 그녀는 일이 아니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일이 아니라면……뭐지.
 생각해보면, 일과 수족관을 제외하면 키타자와씨가 휴일에 뭘 하는지 전혀 모른다.
 
「쿠로야마씨, 전전주 라이브 기억나시죠?」
「응, 소극적으로 표현해서 최고였어.」
「가, 감사합니다—가 아니라, 그 때의 유닛멤버들끼리 뒷풀이를 하자는 이야기가 나와서」
 
 키타자와씨의 말에 따르면, 저번 라이브에서 함께 노래한 유닛 멤버 넷이서 뒷풀이를 가게 됐다는 모양이다만.
 스케쥴을 맞춰보니 넷이서 시간이 맞는 날이 다음주 주말밖에 없다는 모양이다..
 그런 사정이 있어서 당일은 리쿠를 나에게 부탁하고 싶다, 라는 이야기.
 과연, 과여언.
 그녀가 말하기 어려운 기색을 보인 이유를 깨달았다.
 딱딱하면서 엄청 성실한 키타자와씨답다.
 여기선 3년정도 더 인생의 선배로서 자연스럽게 부탁을 받아줘볼까.
 
「좋~아, 알았어. 그런 사정이라면야 나한테 맡겨줘. 키타자와씨는 아무 걱정 말고 뒷풀이를 즐기고 와. 리쿠는 내가 확실히----」
「쿠로야마씨」
「응?」
「묘하게 어른인척하시네요.」
「……어라, 왜 들켰지.」
「하아. 목소리가 능글거리고 있었어요.」
 
 거 참, 눈치좋네. 아니 이 경우에는 귀가 좋다고 해야하나.
 내 연기를 이렇게까지 완벽히 간파하다니.
 
「그런데, 진지하게 말해서 그렇게 신경쓰지 않아도 돼, 키타자와씨.」
「……개인적인 사정으로 동생을 챙기지 못하는건 누나로서 좋지 못하다고 생각해요.」
 
 키타자와씨가 단호히 말한다.
 자신의 개인적인 사정으로 리쿠를 나에게 맡기는 것은 좋지 못하다고.
 그렇게까지 생각했으면서 용케 나한테 부탁했다고 생각될 정도이다.
 어쩌면 그녀의 어머니가 부탁하게끔 설득했을지도 모르겠다.
 
「키타자와씨는 대단해, 그 나이에 어엿하게 일하고있고, 가족을 위해서 노력하잖아.  정마로 대단하다고 생각해.」
 
 나는 그저 그녀가 알아줄 수 있기를 바라면서 이야기한다.
 
「그렇지만, 자신 혼자서 뭐든지 떠맡으려는 것은 좋지 않아. 그러니까 나에게도 맡겨줬으면 좋겠어.」
「전 딱히 대단한 사람이……」
「나는 대단하다고 생각하고, 키타자와씨가 자기 자신을 조금이라도 대단하다고 생각해줬으면 좋겠어.」
 
 키타자와씨는 고민하듯이 말을 멈춘다.
 좋아, 여기선 밀어붙이자.
 
「게다가 리쿠도 이제 초등학생이고, 앞으로도 언제나 누나랑 붙어있으면 친구들이 놀릴걸?」
「윽……그, 그건」
 
 먹힌다, 먹힌다고.
 내심으로는 비슷한 생각을 한 적이 있었던지 키타자와씨의 말에는 기세가 없었다.
 이제 한방이면 함락이다.
 
 
「동생이 조금은 누나에게 독립하게 해주는것도 누나의 책임이 아닐까? 자신이 동생에게서 독립하는것도 겸해서.」
「아뇨, 전자는 몰라도 후자에 대해서는 쿠로야마씨에게 그런 말을 듣고싶지 않네요.」
「엣, 키타자와씨, 무슨 근거로」
「잘 생각해보면 남의 동생에게 머리를 쓰다듬어달라고 부탁하는 사람을 동생과 단 둘이 있게하면 위험할것 같은 느낌이----」
「죄송합니다, 누님!! 저에게 동생분을 맡겨주십시오!!」
 
 어, 어라. 이상하네, 이게 아닌데.
 여기선 17살인 내가 위엄을 보이며 위풍당당한 태도로 키타자와씨를 감명받게 해주는 씬이 나왔어야 했는데
 이래서는 내 존엄만 깎여나간것 같은 느낌이다.
 내가 전화 너머에서 고개를 숙이고 있으니, 키타자와씨가 어이없는듯한 상냥한듯한 목소리로,
 
「정말, 어쩔 수 없네요……어쩔 수 없으니 동생은 맡길게요」
「오, 오케이. 나에게 전부 맡겨」
「동생에게 이상한 짓은?」
「절대 안합니다」
「아셨으면 됐어요. 신뢰하고 있어요.」
 
 놀림받았다.
 이건 분명 놀림받은거다.
 설마 키타자와씨가 날 가지고 노는 날이 오다니. 키타자와씨는 오히려 당하는 타입일텐데.
 혹시 내가 너무 잘 넘어가는건가?
 내가 나 자신의 포지셔닝에 헤매고 있으니
 
「쿠로야마씨와 이야기하면서 마음이 정리된것 같아요. 감사합니다.」
「아 응. 그럼 다행이지만」
「그래서 쿠로야마씨,  6월은……오실 수 있으신가요?」

 그 물음에, 기대가 섞여있음을 느낀 나는 이렇게 대답할 수 밖에 없었다.
 
「아직까지는 딱히 연락이 없으니까 갈 수 있다고 생각해.」
「그렇다면 안심이에요. 마지막으로 이것만은 보여주고 싶었으니까요.」
 
 그 대답에, 나는 생각한다.
 그녀의, 키타자와씨의 무대를, 나는지켜볼 수 있을 것인가.
 내 몸이, 6월까지 견뎌 줄 것인가, 그것은 나도 의사도 모른다.
 그 누구도, 모른다.
 
 
 
 ■ □ ■
 
 
 
「리쿠, 너는 연상을 놀리지 않는 남자로 자라렴.」
「요시형아, 표정 왜그래? 또 쓰담쓰담해줘?」
「엑!? 아, 아냐, 괜찮아. 절대 괜찮아. 괜찮으니까 쓰담쓰담은 괜찮아.」
 
 
 내 언어중추가 괜찮지 않았다.
 4월 말이 넘어, 오늘은 골든위크 한중간.
 나는 전날의 약속대로 리쿠를 데리고 수족관을 만끽하고 있는 한중간이었다.
 생각해보니 이 수족관과도 긴 관계이다.
 벌써 연간 패스포트의 본전은 한참전에 뽑았고, 몇장은 더 살 수 있을 정도로 자주 왔으니.
 
「나 풀 다녀올게. 기다리고 있어, 요시형아.」
「그래, 안다치게 조심하고.」
 
 오늘도 터치풀은 혼잡했다.
 그렇기에 중학생 이상인 나는 지금 풀 사이드에서 리쿠를 지켜보고 있다.
 키타자와씨가 있으면 나름대로 이야기라도 하지만, 혼자가 되면 한가하다.
 참 이상하다.
 처음에 단 둘이었을때는 어색함과 부끄러움만 느껴졌었는데, 지금은 이렇게 약간의 쓸쓸마저 느끼고 있으니까.
 여기서, 다양한 이야기를 했다.
 어머니의 소설의 이야기.
 우리 아빠의 이야기.
 리쿠의 이야기.
 뭐, 가족 이야기가 중심이었다.
 내가 아이돌에게 흥미가 생긴 이후부터는 그쪽 이야기도 들었었고, 무대에 대해서 상담을 받은 이후로 연극 이야기도 했었지.
 나는 이 풀 사이드에서, 키타자와씨에 대해서 조금씩 알아 갔다.
 쿨하고 고고해보였던, 정이 많고 꿈에 정열적인, 풋풋하면서 상냥한 그녀에 대해서.
 잘 알게 되고 만날 수 있어서 정말로 좋았다고 생각한다.
 훌륭한 만남이었다고 확신하고 있다.
 
「요시형아, 다녀왔어!」
「어서와, 그럼 갈까.」
 
 돌아온 리쿠의 손을 잡고, 우리들은 수족관을 걸었다.
 한동안 걸어가니 목적지가, 목적하던 수조가 보였다.
 다양한 종류의 산호를 무대로 다색다양한 물고기들이 유영한다.
 산호의 바다라고 명명된 그 수조는, 나와 리쿠가 만났었던 그 장소이다.
 그 만남이 없었다면, 도시로 이사오고 나서의 1년은, 여생을 선고된 후의 1년은, 지금과 완전히 달랐겠지.
 그렇지만 나는 리쿠와의, 나의 작은 친구와의 만남을 운명의 만남따위의 로맨틱한 말로 묶을 생각은 없다.
 저것은 우연도, 형편 좋은 전개도 아니다.
 리쿠가 나에게 말을 건 것도, 내가 리쿠에게 목말을 태워준 것도, 그 모두는 행동의 결과이다.
 
「요시형아, 목말태워줘」
「그래, 형아한테 맡겨」
 
 만약 한번 더, 아니, 몇번 더 그 장면을 다시 반복한다해도, 리쿠가 목말을 태워달라고 했었다면 나는 그 때마다 목말을 태워줬었겠지.
 바라는대로 해주고, 물고기에 대해서 이야기했을 것이다.
 그것이, 나와 리쿠의 우정이니까.
 쿠로야마 요시토와, 키타자와 리쿠의 우정의 증거이니까.
 고향에서 떠난 나에게수족관은 과거를 떠올리게 해주는 장소였다.
 그리고 지금은 둘도 없는 친구와의 미래를 바라는 장소이다.
 부디 다시 한번, 이 아이와 함께 올 수 있기를 비는 장소이다.
 
「있지, 리쿠. 그러고보면 묻는걸 잊었었는데」
「응, 왜~?」
「리쿠는 꿈이 뭐야?」
 
 내가 묻자 리쿠는 살짝 고개를 갸웃하고.
 
「난 축구선수 될거야」
「오, 제법인데. 축구 좋아하는구나」
「엄청 좋아해. 요시형아도 다음에 같이 하자」
「좋은데, 축구도 재밌겠어.」
 
 리쿠의 꿈이 이뤄지기를.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어깨에서 내린 리쿠의 작고 따뜻한 손을 잡으며
 
「리쿠, 너와 만나서 정말로 다행이야. 고마워」
「저기, 요시형아?」
「나를 만나 줘서 고마워」
「요시형아, 울어? 배 아파?」
 
 걱정스러운 리쿠의 목소리에 나는 또다시, 어쩔 수 없이, 할 수 없이, 도리가 없어, 거짓말을 한다.
 
「아니야, 눈물날 정도로 너랑 축구하는게 기대됐거든」
「그렇구나. 그럼 누나 연극 끝나고 셋이서 하자」
「그렇네, 누나의 연극도 눈물날 정도로 기대된다.」
 
 
 
 ■ □ ■
 
 
 
 첫머리에서 말한 대로, 나는 나의 독백에서 무언가를 숨기는 것은 무의미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니까, 숨기지 않고, 명확하게, 사실만을 말하자.
 
 
 나는 결국, 키타자와씨의 무대에, 가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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