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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타자와 소년과 나 9. 키타자와씨의 고민과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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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6-07, 2018 23:54에 작성됨.

9. 키타자와씨의 고민과 나
 
 
 어느 주말의 14시 10분, 나는 수족관에서 죽은 동태같은 표정을 짓고 있었다.
 
「요시형아,괜찮아?」
「잘 들어, 리쿠. 실은 전혀 괜찮지 않아. 나를 도와줘」
「어, 어떻게?」
「아~주 간단한 일이야. 그냥 조금 머리를 쓰다듬어주면----」
「쿠로야마씨, 여기에 어머니에게 받은 쿠로야마 선생님의 번호가 있답니다.」
「고마워, 리쿠랑 이야기하고 있으니 힘이 났어.」
 
 신용은 카트 쌓기처럼 쌓기는 어렵지만 무너지는건 한순간이라지만,
 무너진 카드를 바라보며 나는 정말 그 말 대로였다고 생각했다.
 키타자와씨의 이 표정은 싫어하지 않지만, 이쯤에서 물러서지 않으면 단순한 변태이다.
 우리 엄마니까 슬슬 리쿠에게 거리낌이 없어진 나를 제압하라면서 번호를 건내줬을게 틀림없다. 적중이라고 젠장.
 거기에다가 저건 우정의 증거같은거고, 실제 손해는 없으니까 적당히 넘어가라고 옹호도 해줬을게 틀림없다. 비참해.
 
 허나, 하지만.
 
「뭐, 농담은 이쯤해두고, 우울한건 정말이야. 다다음달에 765프로 정기공연이 있잖아?」
「네, 저는 출연하지 않지만요……응모하셨나요?」
「뭐, 그렇지. 아무래도 2월에 하는건 너무 늦었고, 다른 팀의 라이브도 보고 싶어서」
 
 그, 극적인 체험을 거치고, 즉 11월의 라이브를 보고나서, 나는 완전히 765프로덕션과 그곳에 소속된 아이돌응 응원하는, 한 사람의 팬이 됐다.
 다음날 바로 팬클럽 가입을 끝내고, 여러 색의 콘서트 라이트를 구입하고, 방과후에는 한결같이 구입한 CD를 듣고 있다.
 이렇게까지 충실한 사생활은 오랜만이다.
 그런 나는 다다음달, 즉 3월에 하는 765프로 정기공연을 위해, 당연하게도 티켓을 응모했었다만,
 
「당첨되지 않았군요.」
「응, 맞아……배율이 높은건 알고 있었지만, 기대가 크니 실망도 크네.」
 
 그 티켓을 얻을 수 있는지 없는지를 알 수 있는 시간이 오늘14:00였고.
 석패인지 완패인지 모르겠지만 나는 완벽하게 고배를 마시게 되었다.
 그 충격이 생각 이상으로 크고 슬퍼서, 지금 키타자와 남매의 앞에서 추태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저기, 그……명복을 빕니다」
「미안, 키타자와씨. 조금 지나면 원래대로 돌아올 테니까……」
 
 키타자와씨는 뭐라고 말해야 할지를 고민하고 있는것 같았다.
 뭐, 아이돌 본인의 눈 앞에서 라이브 티켓을 얻지 못한 팬이 한탄하는 일은 좀처럼 없는 일이겠지. 참으로 미안하다고 생각하지만, 이것 만은 어쩔 수 없다.
 
 ……가고 싶었는데.
 
 그렇게 땅바닥에 녹아버릴것처럼 풀죽어 있으니, 내 소매를 잡는 작은 손이 있었다.
 
「앉아, 요시형아」
「아, 응」
 
 시키는대로 쭈구려 앉는다.
 그러자 리쿠는 내 머리에, 작고 다뜻한 손을 올리고,
 
「다음에 또 나랑 같이 가자」
 
 그리고, 방금 전에 한 농담대로, 내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이 세상에 태어난지 17년. 나는 여태껏 남에게서 느껴본 적 없는, 참으로 넓고도 큰, 작은 친구를 향한 친애를 느꼈다.
 느끼고, 느껴지는 대로, 그대로 감정적으로 행동했다.
 
「너는, 너는 진짜 착한 녀석이라니까!! 비행기 태워줄게. 자, 높지 높지~!!」
「아하하!! 엄청 높아!!」
「저기, 쿠로야마씨 잠깐만요. 아직 접수대 앞이에요. 다들 보고 있잖아요. 릿군도 지금은 얌전히 있어.」
 
 
 그리고, 키타자와씨한테 혼났다.
 아니, 진짜로 미안. 그래도 기뻤단말야, 행복했단말야----그냥 넘어갈 수 없었단 말야. 
 
 
 ■ □ ■
 
 
 
「키타자와씨, 혹시 고민 있어?」
 
 평소의 터치 풀 사이드에서, 나는 키타자와씨에게 물었다.
 여태까지는 중간에 몇번 쿠션을 끼우고 이야기를 꺼냈었지만, 그러다가 매번 첫 마디가 겹쳐서 어색했었지만, 오늘은 그럴 마음이 들지 않았다.
 키타자와씨가 굉장히 고민하고 있다----는 것을 리쿠가 꽤나 걱정하고 있는 표정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고민이라니, 갑자기 왜 그러시나요. 평소답지 않게 갑작스럽네요.」
「아니, 그게말야. 리쿠가 엄청 걱정스러운 표정이길래. 무슨 일이 있나 해서.」
 
 그렇게 말하니, 키타자와씨는 가볍게 나를 째려보고는,
 
「제가 고민할 때마다 제가 아니라 동생의 안색을 보고 움직이는 점에서 참 쿠로야마씨답네요.」
「응, 나도 제법이지.」
「자랑하지 마세요, 딱히 칭찬한거 아니에요. 그래도……확실히 고민이 없다고 대답하면 거짓말이 되겠지만요」
 
 비록 누가 뭐라고해도, 리쿠 안색 맞추기 대회가 있으면 나는 키타자와가 접전을 펼칠 수 있을 자신이 있다.
 라는, 내 내심은 넘어가고, 문제는 키타자와씨의 고민이다.
 내가 그녀의 힘이 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가능하면 최대한 도와주고 싶다.
 
「어때? 내가 들어도 되는 타입의 고민이야?」
「글쎄요……아뇨, 이건 쿠로야마씨가 상담상대로서 문제가 있다는 의미가 아니에요.」
 
 그저. 키타자와는 눈을 감으며 이어 말했다.
 
「이건 제 문제라서, 아니 정확히는 저희들의 문제라서……말해버리면 쿠로야마씨에게 짐이 될 수 있을지도 몰라서」
 
 그렇군, 상담하는 것으로 나한테까지 그 문제에 대한 책임감을 지울지도 모른다는 걱정이 있다는 말인가.
 성실하다.
 진짜 엄청 성실한 사람이다.
 자신의 목적이 있어도, 타인을 신경쓰는 것을 잊을 수 없다. 키타자와씨는 그런 사람이다.
 그런 사람이기에, 나는 힘이 되고 싶다고 간절히 바란 것이다.
 
「그런거 전혀 신경쓰지 않고, 오히려 기뻐하는 녀석이 여기에 있다고 상정하고 이야기해도 괜찮지 않을까?」
「쿠로야마씨는 기쁜가요?」
「응. 키타자와씨에게 뭔가를 남길 수 있다면, 그건 굉장히 기쁠거야.」
 
 내 말에 키타자와씨는 생각하는듯한 표정을 짓고, 이윽고 단념한듯한 표정으로 나를 보고, 그럼에도 개운치 못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알겠어요. 그럼 쿠로야마씨, 제 상담을 받아주시겠나요?」
「물론, 기쁘게 받을게.」
 
 이렇게, 나는 키타자와씨의 상담에 응하게 되었다.
 
 
 ■ □ ■
 
 
 
 일의 시작은 지금부터 2개월 전.
 즉 11월에 나와 리쿠가 초대받은 라이브가 끝나고 몇일 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키타자와씨에게 어떠한 일의 오퍼가 왔다고 한다.
 그 어떠한 일이 연극이었고, 그것도 히로인으로서의 출연 의뢰라고 한다.
 오퍼라고 해도 키타자와씨는 철저하게 후보중 1명이며, 후일 오디션을 통해 정식 배우를 선택한다.
 라는 일으을, 그녀의 프로듀서가 전달받았다.
 
 당연히 구체적인 명칭은 들을 수 없었기에 고유명사는 생략했지만, 그것은 업계에서는 이름이 알려진 연출가가 담당하는 극이고, 키타자와씨도 몇번 그 연출가가 쓴 극을 보고 굉장히 감명을 받았다고 한다.
 아아, 나도 언젠가 이 사람이 쓴 이야기를 연기하고 싶다, 라고 생각했다고.
 
「--저, 장래에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연극을, 연기를, 연기하는 것을 좋아한다, 키타자와씨는 그렇게 말했다.
 아이돌로서의 진로를 순조롭게 나아가고, 만약 그 앞에 길이 있다면, 스스로 길을 선택할 수 있다면, 그것은 배우로서의 길이 될 것이라고.
 진심으로 그녀는 배우를 노리고 있었다.
 그것을 위해서도 이번의 오디션은 반드시 합격하겠다며 결의를 굳히고 있었다.
 그렇지만, 그래서, 그렇기에, 키타자와씨는 고민하고 있었다.
 
 오디션에서 키타자와씨가 연기하는 인물--즉 히로인으로서 주인공에게 말을 거는 1장면을 요구받았다고 했다.
 게다가 오디션에서의 대사도 히로인의 상세한 정보도 일절 주어지지 않았고, 그녀에게 주어진 것은 주인공의 설정과 시추에이션 뿐.
 이것은 상상력의, 나아가서는 창조력의 문제이다.
 키타자와씨는 그 주인공의 심경을 상상하고, 거기에서 한발짝 더 나아가 주인공에게 말을 거는 히로인을 창조해서 연기해야 한다.
 오디션 방식을 들은 것만으로도 편벽함이 느껴지는 연출가이다. 저런 세계에서 살아 남는 사람은 저런 괴짜들 뿐일지도 모른다.
 
「그럼 키타자와씨는 그 주인공의 심정을 잘 모르겠다는 거구나.」
「그렇게, 되네요. 그게 가장 큰 문제에요」
 
 왜냐하면 주인공의 심정을 파악하지 못해서는 히로인의 심정도 파악할 수 없으니까.
 그렇다면, 나는 키타자와씨에게 물어야 하는게 하나 있다.
 이 상담의 주제라고도 볼 수 있는 질문이다.
 중심이라고도 볼 수 있는 문제이다.
 본심을 찾는 질문이다.
 
「그 이야기의 주인공은, 대체 어떤 설정이야?」
 
 내 말에 키타자와씨는 말을 선택하는 느낌이었다.
 여기까지 이야개했으니 오디션에 대해서 주변에서 조언을 받는게 금지되거나 하지는 않을 것이다.
 고유명사를 특정할 수 없는 어조로 말했던 것도, 거기까지가 지켜야하는 라인이었기 때문이겠지.
    조용히 기다리길 몇초, 키타자와씨가 말문을 열었다.
 
「주인공은 청년이에요. 고등학생이고, 남학생이네요. 그리고, 어떤 커다란 문제를 안고 있어요.」
「문제, 라. 그게 키타자와씨에게도 문제라는 말이구나.」
 
 맞아요. 라고, 키타자와씨가 말했다.
 그렇게 말하고, 내 눈을 보고, 찌르듯이 말을 이었다.
 
 
「--주인공은, 시한부 인생을 선고받았어요.」
 
 
 
 ■ □ ■
 
 
 
 키타자와씨 왈, 주인공인 청년은 이야기가 스타트한, 즉 히로인은 만난 시점에서 여생이 1년 남았다고 의사에게 선고받았다.
 키타자와씨 왈, 지정받은 시추에이션에서는, 히로인은 주인공의 여생에 대해 알게된 직후에 말을 건다, 라고 한다.
 
 비극이네. 나는 남 일처럼 감상을 내심에서중얼거렸다.
 히로인이 주인공에게 어떤 마음을 품어도, 그는 죽는다.
 사랑해도, 미워해도, 좋아해도, 싫어해도, 반드시 죽는다.
 그것은 뒤집을 수 없는 확정적인 결정 사항이다.
 그런 주인공의 심정을 상상하고 말을 걸라니, 참으로 막무가내다. 막무가내도 정도가 있다.
 확실히 이래선 키타자와씨라도 고민할 수 밖에 없겠지.
 
「그런데 키타자와씨, 오디션까지 몇일 남았어?」
「……6일, 이에요」
「엣」
「6일 후, 저는 히로인을 연기해야 돼요」
 
 6일 남았나.
 6일이면 신이 세계를 만들 수 있지만, 마지막에 쉴 시간이 없다.
 이런 소리할 입장은 아니지만, 완전히 아마추어인 내가 할 말은 아니지만, 이런 때에 수족관에 와도 괜찮냐고 물으니.
 
「아, 알고 있어요. 알고 있어요……알고, 있다고요」
 
 하지만, 라며 키타자와씨가 스러질듯한 목소리로.
 
「오늘은 하루 쉬고 기분전환 하고나서 생각하자. 프로듀서씨가 그렇게 말씀하셔서」
 
 키타자와씨의, 아름다운 미간에 주름이 겹친다.
 누군가를 꾸짖는 얼굴이다.
 이 상황에서 키타자와씨가 누구를 꾸짖는다면, 그것은 틀림없이 그녀 자신이다.
 자기 자신에게, 화를 내고 있다.
 
「이래뵈도 옛날보다, 극장에 왔을 무렵보다는 저도 여러가지 배웠어요. 혼자서 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는 것과, 서로 돕는 것의 소중함과, 함께 노력하는 것의 중요성도」
 
 마치 붕괴 직전의 댐처럼, 키타자와씨에게서 말이 흘러넘치기 시작한다.
 분명 그것은, 오늘 여기서 나와 대화할 때까지 쌓아 온 키타자와씨의 마음이다.
 
「그래서 동료들에게, 프로듀서씨에게도 협력받았어요. 오디션에 꼭 합격하고 싶으니까 도와달라고.」
 
 그녀의 동료들은, 거기에 응했을 것이 틀림없다.
 내가 키타자와씨에 대해 생각한 것처럼, 아니, 그 이상의 마음으로.
 어떻게든 그녀의 힘이 되려고.
 
「그렇지만, 안됐어요. 아무리 조언을 받아도, 도저히 납득가는 연기가 나오지 않았어요. 동료들은 충분히 굉장하다고 말해줬지만……제가, 저 자신이 이건 아니라고 외치고 있어요.」
 
 상담받기 전, 그녀가 걱정했던 것을 떠올린다.
 나에게 상담하는 것으로, 무거운 짐을 짊어지게 할 지도 모른다며 키타자와씨는 걱정했었다.
 동료들에게 짊어지게 해 버린 것처럼.
 
「알고있어요. 저 혼자 멋대로 몰려있다고. 그래서 프로듀서씨가 하루 쉬라고 말씀하신거죠. 알고 있어요. 제가 이러고 있는 동안에도 프로듀서씨는 저를 위해서 최선을 다하고 있겠죠.」
 
 알고 있어요. 키타자와씨는 타이르듯이 반복했다.
 
「저는 오디션에 합격하고 싶어요, 무대에 서고 싶어요. 그것은 자신을 위해서, 자신을 위해서 였었지만……아니, 아마 지금도 그렇겠지만요. 그렇지만 지금은 저를 믿어주는 사람들의 기대에 답하고 싶다고, 그렇게 생각해요.」
 
 
 왠지, 말로 표현하는 것이 어렵다고 해야할지, 멋없다고 해야할지.
 키타자와씨의 고백에, 나는 압도받아, 압도받아 감동하고 있었다.
 처음 만났을 때부터 쿨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냉정하고 침착하니 열혈은 타입이 아닐거라고.
 그러나 뚜껑을 열어 보면 어떻지. 그녀의 마음에는 이렇게나 뜨거운 것이 타고 있었는데.
 나는 지금까지 그것을 전혀 깨닫지 못했다. 참으로 옹이구멍같은 안목이다.
 
 그렇지만 나는, 그러니까 나는, 그렇기에 나는, 어디까지나 가볍게 물어 보았다.
 
 
「있지. 키타자와씨는 운명을 믿어?」
 
 
 
 ■ □ ■
 
 
 
「운명, 이요?」
「응, 운명. 운세의 운에, 생명의 명을 붙인 운명」
운명, 運命.
명(命)을 옮겨준다(運)고 써서 운명.
명(命)을 가져온다(運)고 써서 운명.
명(命)을 가져간다(運)고 써서 운명이다.
 
「뜬금없지만, 이 타이밍에 물으시는걸 보아, 제 질문과 관계가 있겠네요.」
「응.직접적이지는 않지만 꽤」
 
 그렇게 대답하자 키타자와씨는 잠시 고민하고, 그리고 대답했다.
 
「저는 없다고 생각해요, 운명같은건. 만약 굉장한 우연이 일어나도, 그것은 전부 행동의 결과에요.」
「……그래, 그렇지. 모든 것은 행동의 결과, 라. 확실히 그 말 대로야.」
 
 그렇다면 내가 지금부터 너를 돕는 것도 전부 행동의 결과다.
 어딘가의 누군가가 정한, 운명덕분이 아니다.
 
「키타자와씨, 그 주인공의 심경에 대해서—내 생각을 전부 말할게.」
 
 
 나는 말한다.
 키타자와씨에게, 여생을 선고받은 청년이, 남고생이 어떤 생각을 할지, 무엇을 생각하고 너무나 짧은 여생을 살 것인지.
 우선 최초로, 청년은 적잖이 자포자기가 된다.
 어딘가에 틀어박힐지, 무언가에 화풀이를 할지, 전혀 신경쓰지 않는 척을 하는지는 알 수 없지만 평정을 유지하지 못한다.
 당연하다.
 당신의 수명은 일년밖에 안남았습니다, 라는 말을 듣고 아무렇지도 않은 인간이 있을까 보냐.
 그것이 안정되면, 청년은 다른 사람과 관계를 맺는 것이 싫어진다.
 그것도 당연하다.
 앞으로 일년밖에 살지 못하는데, 누군가와 친해지거나 사이가 나빠져봤자 무슨 소용인가.
 상대에게 이별을 강제하는 짓을, 어떻게 하겠는가.
 그렇지만, 그래도 청년은, 스스로 깨닫든, 아니면 다른 사람에게……예를 들면 어머니에게 한대 맞고 깨달을지도 모르지만, 어떻게든 사회로 돌아온다.
 자신은 죽는다, 그것은 바꿀 수 없다, 바뀌지 않는다. 그래도 지금 이대로 괴롭게 절망만 하고 죽을 수는 없다고.
 그런, 당연한 사실을 깨닫는다.
 비록 앞이 어두워도, 앞으로 나아갈 수 있고, 인생은 무지개 색으로 빛나고 있다.
 그러니까, 청년은, 주인공은 그 소녀에게--.
 
「무언가 한가지라도 남기고 싶다고, 최종적으로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까?」
 
 한숨 돌리고, 나는 말을 끝마쳤다.
 키타자와씨는, 이전처럼 의외라는 표정으로 나를 보고 있었다.
 
「……놀랐어요, 굉장해요 쿠로야마씨」
「뭐, 나도 현역 남고생이니까, 상상해봤어」
「그래도, 이렇게나……마치 저희들의 상상이 부족한 부분까지 메우듯이……」
 
 엄마의 교육 덕분이려나, 라며 나는 그럴듯한 이유를 댔다.
 그럴듯하게 납득할 만한 이유를 대고, 키타자와씨는 그것을 납득했다.
 
 
 그런, 거짓말을 한 것이다.
 이걸로, 키타자와씨에게도 뭔가 하나 남길 수 있으려나, 라는 생각을 하면서.
 
 

번중이 매우 길어져서 죄송합니다.
인생이 매우 바쁘다가 이제 좀 한가지네요.
보실 분들이 얼마나 남아있을지 모르겠지만, 완결까지 달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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