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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리카 "즉, 발X 시키면 되나요?"

댓글: 10 / 조회: 6093 / 추천: 16



본문 - 05-20, 2018 16:28에 작성됨.

섹드립, 음담패설 주의!


8zeAoED.jpg
크레센도 블루

(왼쪽부터 시호, 세리카, 시즈카, 아카네, 레이카)
===

순간 시간이 멈춰 버렸다, 라고 말해도 좋을 정도였다.

장소는 여느 때처럼 우리들의 765 프로 극장.
제2 기획실에서 세리카가 말한 이 한마디가 그 발단이 되었다.

"즉, 팬 분들을 발기 시키면 되는 거네요?"

순간 귀를 의심했다. 하지만 불행히도 현실이었다.
그 증거로 방금 전까지는 그토록 소란스러웠던 실내가 지금은 마치 찬물을 끼얹은 것처럼 조용해졌다.

하긴, 그것도 당연한 거겠지.

왜냐하면 '크레센도 블루'의 신곡 피로연 이벤트의 절차 확인 중,
천사 같은 소녀가 순진한 얼굴로 「발기」라는 추잡한 단어를 갑자기 입에 내뱉었으니까.



이렇게까지 놀라려면 지구가 멸망이라도 해야 ㅡ

"와와와왓, 꺄앗!?"

"하루카! 그러니까 복도에서 뛰면 안된다고ㅡ"

정정. 지구가 멸망하더라도 이 정도의 충격을 인생에서 맛볼 일은 거의 없지 않을까?

나는 방 밖의 복도에 들려온 참사에서 의식을 되돌리고,  다시 이 자리에 모인 멤버들의 얼굴을 둘러 보았다.

먼저 화이트 보드를 등지고 앉아있는 사람은 우리들의 미덥지 못한 프로듀서.
오늘도 자다가 그대로 온 듯한 헤어 스타일로 (본인 왈, 이게 본인의 패션이라고 하지만) 눈 앞의 소녀에게 죽은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그의 얼굴 근육을 죽게 만든 원인이기도 한, 세리카는 양손을 가슴에 움켜 쥐며,
초롱초롱 눈을 빛내며 질문의 대답이 돌아 오는 것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 옆에 나, 그리고 책상을 사이에 두고 맞은 편에는 레이카 씨, 아카네 씨, 그리고 시즈카. 세 사람이 앉아 있었다.

모두 하나같이 정색한 채 움찔거리지도 않는 것을 보아하니, 각자가 세리카가 말한 단어,「발기」의 의미를 알고 있는 듯했다.



평소엔 천연 돌아이인 레이카 씨ㅡ 아, 정정 다시.
평소엔 천연 보케인 레이카 씨도 굳을 줄은.. 의외다.

아무튼 그만큼 세리카의 한마디가 핵폭탄 급의 파괴력으로 우리들을 직격한 것 같다.

"아, 그으...... 뭐라고?"

영원할 것 같았던 침묵을 깨고 프로듀서가 소리를 낸다. 하지만 악수였다.
질문에 질문으로 돌리면 다시 똑같은 참극을 반복하는 처지가 될 것이라는 걸 왜 예상 못하는 걸까?

"그러니까, 남자는 흥분하면 자ㅈㅡ"

"그래 맞아맞아맞아! 그거맞아! 생리 현상이야 세리카 쨩!"

하지만 다행히 두 번째 폭탄 투하는 피했다. 과연 아카네 씨, 나이스 어시스트.
항상 "아카네 짱은 팀의 분위기 메이커니까!" 라는 게 말만은 아니었네요.

세리카의 입에서 자[삐ㅡ] 라는 단어가 튀어나오기 직전에 자신의 대사로 얼버무리는 굿 플레이.

......저는 괜찮냐고요? 저는 평소 동생의 것에 익숙해져 있어서 이제 와서 딱히 당황할 일은...
뭐, 그건 딱히 상관없겠죠.



"프로 쨩, 좀 조심해!"

"오, 오우?"

"함부로 그렇게 물었다간, 오버 킬도 당할거라고!?"

"그, 그래, 그래...... 미안, 나도 꽤 당황해서..."

아카네 씨에게 지적받아, 프로듀서 씨도 자신의 실수를 그제서야 눈치챈 것 같았다.

냉정함을 되찾기 위해서인지,「엇험!」이라고 일부러 헛기침을 내었다.
그리고 이번에는 아까보다 제대로 세리카를 바라보았다.

"세리카, 일단 하나하나 해결해보자"

테이블 위에 양손을 올리고 평소의 차분한 어조로 말했다.

"먼저 확인할 것이, 세리카는 발기의 의미를 알고 있는 거지?"

능숙하다. 말끝을 흐리지 않고 말함으로써, 발기라는 단어가 가지는 추잡한 느낌을 줄이려는 속셈이다.

게다가 세리카가 발기에 대해 (여기선 저속적 의미가 아니라 올바른 성 지식으로써)
알고 있다는 것을 전제로 이야기를 진행하고있다. ......이렇게되면 그녀의 대답은 높은 확률로 하나 뿐.



"네. 알고 있어요!"

"그래~! 아는구나! 하, 학교에서 배우거나 했나보네!"

"네! 얼마 전에 학교 수업시간에 배웠어요!"

순진하게 웃는 얼굴로 이야기하고 있지만, 꽤 아픈 진실이다.
아직 수술과 암술은 커녕, 아이는 황새가 물어다 준다고 믿을 것 같은 세리카인데...

..저요? 저도 물론 배웠죠. 하지만 지식은 어차피 지식인 데다가, 그런 것에 남들보다 관심이 없다고 하진 않겠지만...... 이야기를 되돌릴게요.


지금 현재, 세리카는 프로듀서 씨를 상대로 보건 수업의 복습을 하고 있고.

레이카 씨도 마치 학생처럼 그녀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아카네 씨 언제든지「기다렸어!」라며 날아오를 듯이 고양이처럼 두 주먹을 쥐고 있었다.

그리고 그런 아카네 씨의 옆에 앉아 있는 시즈카는 아까부터 기분 나쁠 정도로 히죽히죽 거리며ㅡ

"왜 그래, 시호, 무슨 일 있어?"

"딱히... 충격 받았나 생각했는데, 의외로 괜찮은 것 같네."

"후후, 뭐야, 이상한 시호 ...... 그나저나ㅡ"

"왜 그래?"




"세리카도 참 늦네. 미팅 이제 곧 끝날 텐데 말이지?"

......아 틀렸다, 훌륭하게 망가져 버렸다.
눈 앞에 있는 세리카를 세리카라고 인식 할 수 없을 정도로...... 차마 볼 수가 없었던 거겠지.

나는 너무나도 망가져버린 시즈카의 눈을 조용히 피하며,
이 자리에선 끝까지 방관자로서 남아있기로 결심했다.



혼란스러운 사태에, 상황의 정리를 하기 위해서도, 자신의 입장을 분명히 하는 것은 중요하......
미리 말해 둡니다만,「정리」예요「생리」가 아닙니다, 만약을 위해서.
(※발음이 같음)

이런 시시한 것에 일일이 신경써버리는 걸 보니,
저도 상당히 저 사람의 영향을 받았구나 하는 생각에 잠깐 자기혐오에 빠졌다.


"그러니까, 시호가 말했던「관객들을 흥분시킬 수 있는 이벤트를 하고 싶다」라는 목표를 듣고ㅡ"

곧바로 날 이야기에 끌어 들이는 걸 보니 프로듀서 씨도 참 눈치가 없다.

"세리카는 팬들을 흥분시키는 것=발기라고 결론 지었구나."

"......미리 말해두지만, 저는 딱히 그런 생각으로 말했던 게 아니에요."

"알고 있어, 알고 있으니 맡겨 줘......세리카"

"네!"

"안타깝게도 그건 아냐. 흥분하더라도 발기하지 않는 사람도 있어."

딱 잘라 말하며, 침묵. 아카네 씨가 뭔가 눈치챈 듯이 몸을 일으켰지만 이미 너무 늦었다.



"그럼...... 어떻게 해야 발기하는 건가요? 저, 자세하게 차이를 알고 싶어요!"


악마의 한마디 파멸의 한 문장, 하코자키 세리카의「알고 싶어요!」
......이 호기심 괴물의 흥미가 닿지 않는 곳은 없다.

아카네 씨가 축 늘어진 채로 주저 앉아 버린다. 시즈카는 키득키득 웃음 소리를 내고 있었다.
그리고 턱을 괴고 있던 레이카 씨가.

"아, 그건 저도 조금 궁금해요!"

이 사람은 진짜로 물어보는 것 같아서 더 무섭다.

아마, 레이카 씨의 머릿속은 조금 전까지의 세리카의 보건 수업에 머물러 있는 게 아닐까.

아니나 다를까, 벌써 호기심이 수치심을 억제해 버린 것인지, 메모지를 펼치기 시작했다.

그런 가운데, 두 사람의 천연기에 몰아붙혀진 프로듀서 씨가 도움을 요청하는 눈빛을 내게 보냈지만...

"설명할 수밖에 없지 않나요? 세리카가 일단 이렇게 나온 이상, 스스로 납득할 때까지 끝나지 않아요."

저는, 끝까지 방관자로 남아 있으리라 정했어요.
총대를 매는 일은 그와 아카네 씨에게 맡기고, 저는 그냥 지켜만 볼게요.

......뭐, 그래도 도와는 드릴거예요. 제대로 수습 할 수 있을 때의 얘기지만.


======


자, 다시 한번 우리들 여섯 명은 직사각형의 탁자를 둘러싸고 (한 명의 의식은 저 멀리 날아가 버렸지만)
세리카의 질문들에 대한 대답을 하기 시작했다.

"일단, 어째서 그... 발기 같은 말을 쓴 거야?"

프로듀서의 입에서 나온 물음은, 너무나도 당연해서 잊고 있었던, 지극히 당연한 의문이었다.

시즈카를 제외한 네 명의 시선이 세리카에게 모아진다.
그러자 그녀는 학생이 발언하는 것처럼 벌떡, 그 자리에서 기립하며.

"네. 다들 알고 계시겠지만 저희의 팬분들은 여자보다 남자가 더 많이 와 주시잖아요."

"그건 뭐, 세리카의 말대로지."

"그래서 말이죠, 남자는 흥분하면 자ㅡ"

"세리카 스토옵! 말하지 않아도 알아, 선다는 거지?"

아카네 씨, 얼굴이 세빨갛게 되었네요. 그렇게 부끄러우면 그냥 흘려버리면 될텐데.
하지만 다음 순간, 세리카의 한마디는 카운터 펀치라고 해도 좋았다.



"선다? ...저기, 아카네 씨.「선다」라는 게 무슨 말인가요?"

"아읏!? 어, 그건.. 그러니까... 프로 쨩! 설명 부탁해!"

"거기서 나한테 넘기다니 귀축이냐!? ...아 그러니까, 아카네가 말한「선다」라는 건ㅡ"

거기다 프로듀서 씨도 적당히 얼버무리면 될 걸 쓸데없이 자세하게 설명해 버렸습니다.

"발기한다 라는 표현도 여러가지가 있어. 「선다」라든지 「부풀었다」라든지 「굳었다」라고,
「힘이 솟아난다」「건강(元気)해졌다」「불끈거리다」 등등 - "

"그런가요. 많은 표현이 있네요"

"그래서, 발기라는 건 소위 그...... 자, 자지에 관한 이야기니까"

"네"

"여자애가 직접, 그런 이야기를 공공연하게 할 건 아니지 않을까?"



이걸로 처음으로 세리카의 머릿속에서「발기=저속한 이야기」라는 수줍은 소녀의 방정식이 성립ㅡ

"......하지만,「생리 현상」을 말하는 단어잖아요.「고간」이라든지「항문」같은 것도, 사람들 앞에선 잘 쓰지 않는 말이라는 건 알지만, 그 단어로 해야 의미가 전해질텐데 그걸 말하는 게 그렇게 부끄러운 일인가요? "

......될 수 없었다.
설마설마하던 반격을 받고, 말없이 고개를 숙이는 두 사람.

그러자 이야기를 듣고 있던 레이카 씨가,

"확실히! 지금까지 왠지 모르게 입에 담으면 안되는 것 같은 느낌이 있었지만, 듣고 보니 발기는,「대머리」라든가「비만」라든가 「불결」하단 것과 똑같은 카테고리가ㅡ"

"레이카 씨, 그건 그냥 욕에 가깝잖아요ㅡ"

"그러려나? 시호 쨩이 그렇게 말한다면...... 앗 잠깐, 애초에 발기한다는 게 나쁜 건가?"

아차, 함부로 말을 꺼내버렸다.
생각해 볼 필요도 없이, 사태는 더 나쁜 방향으로 급속하게 움직였다.




"예를 들어 프로듀서 씨한테「휘유~ 발기(ボッキー)ㅡ ♪」라고 말한다 해도ㅡ "

"잠깐 레이카. 전제가 뭔가 이상하잖아."

"오히려「봇키(ボッキー)」라는 재밌는 별명처럼 들릴지도.
그 있잖아요! 포키(POCKY)랑 발음도 비슷하고, 꽤 재밌잖아요? "
(※POCKY:'그것'과 발음이 비슷한 일본 과자. 우리나라로 치면 빼빼로)



웃는 얼굴로 이야기를 이어나가는 레이카 씨와, 세리카도「맞아요!」라며 강한 어조로 편승했다.

"대머리나 뚱보처럼 놀리는 말이 아닌, 그냥 단순한 발기니까요! 아까「불끈거린다」라는 표현도 귀여웠고, 레이카 씨가 말한 대로 좋은 별명인 것 같아요! "

"그렇지ㅡ♪그럼~그럼~ 우리 같이 말해볼까~"

"그래요! 음.. 그러니까...... 프로듀서 씨, 지금 불끈거려요!"

"오늘도 발기듀서 씨는 안녕하세요?"

"안녕, 안녕은 하지만...... 마음은 전혀 안녕하지 못해..."


프로듀서 씨의 말대로, 이렇게나 초췌하게 된 그의 모습은 이전에 본 적이 없었다.

덤으로 아카네 씨는 귀까지 새빨갛게 물들였다.
눈이 죽어 있는 시즈카의 옆에서, 겁먹은 고양이처럼 얌전해져 있었다.

......상당히 신선한 반응이다. 가벼운 성희롱 발언이라면 웃으며 받아 넘기는 것 같은데,
진지하게 이야기하는 건 부끄러워하는 타입 이려나?




이런 생각이나 하는 사이, 갑자기 "앗!" 거리며 세리카가 목소리를 높였다.

"프로듀서 씨, 큰일났어요!"

"이미 엄청 큰일이 났는데...... 또 뭐야?"

"저 방금 깨달았는데, 프로듀서 씨는 발기를「힘이 솟아난다」라고도 말한다고 하셨잖아요!"

"아아, 그렇게 말하긴 했는데......"

"팬 분들이 저희들한테「라이브를 보고 나서 힘이 솟아났다」라고 말했던 건.. 즉, 발기해준 거였단 말이네요! "

"아냐!! 아냐 그건!!!! 세리카아!?"

"그러면 우리가 관객들한테「힘내서 가요ㅡ! 」라고 말했던 것도, 발기해주세요 라고 말한 거였어!"

"레이카는 이야기를 복잡하게 만들지 마! 두 사람 모두 완전히 틀렸으니까!"



자유분방한 두 사람에게, 당황해하는 보호자. 더구나 레이카 씨는 짝, 손뼉을 치며.

"그럼 아까 제가 프로듀서 씨에게「안녕하세요」라고 말했을 때에도ㅡ"

"앗!!. 안녕(元気)하다고 말했어요! 그러니까, 프로듀서씨는 지금 여기서ㅡ"

"그, 그만! 세리카, 그것만은 안돼ㅡ엣!!!"

세리카와 레이카 씨 둘이서, 한 목소리로 말했다.


"발기하고 있는 거네요♪"


격 · 침

만면의 미소로 공격받아,
프로듀서 씨의 몸에서 영혼이 슝 빠져나갔다.


......그런데 정말 발기하고 있었던 걸수도?

세상에는 괴롭힘 받을수록 흥분하는 사람도 있다고 하는데, 프로듀서 씨는 어느 쪽일까 생각해보면ㅡ.



"아.  앗"


"뭐야, 시호? 방금 뭐랬어?"

"......아무것도 아닙니다, 기분 탓이에요. 제가 당신 이마에「변태」라고 썼을 때의 일이든가, 그러고 보니 평소에도 이오리 씨나 모모코한테 괴롭힘 당하면서도 꼭 싫지만은 않은 눈치였는데.. 그때마다 모두 발기하고 있어서 였던 건 아니었을까,
다시 생각해보면 꽤나 수상한 일들이 계속 떠오르는데ㅡ"

"전부 누명이고 망상이야!!!"

"그렇죠, 알고 있어요. 다만, 앞으로는 조금 거리를 두도록 해요.
저는 신경 쓰지 않지만, 엉뚱한 의심을 받았다간 프로듀서 씨도 괴로워진다고 생각하므로.."

나는 단숨에 빠른 말로 내뱉으며, 의자를 움직여 그에게서 거리를 취했다.
순간, 조금 울 것 같은 얼굴이 되어버리니, 놀리는 재미가 있다.

......딱히 즐기고 있는 건 아니에요?
만약 그렇게 생각한다면 약간 뜻밖이네요.



"아 그리고, 또 궁금한 게 하나 있어요."

하지만 그가 쉴 틈은 없을 듯 하다. 나도 방관을 계속 해야지......
세리카가 의자에 앉아 다시, 초췌해진 프로듀서 씨에게 추가 질문을 던졌다.

"알려주실 수 있나요? 그러니까.. 구체적으로는 발기는, 어떤 상태인 건가요?"

순간, 또 다시 실내가 굳어졌다.

예상치 못한 추가 폭격에 기획실은 이미 초토화 되었다...
결국 순수한 천사가 던진 이 일격을 견디지 못하고, 아카네 씨와 시즈카, 두 사람은 의자째로 쓰러졌다.


===

발기. 그것은 남성이 성적 흥분에 반응하여, 음경이 확대되어 딱딱해지는 현상을 일컫는 단어. 영어로는 Erection.

뭐, 말하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하지만, 어쨌든 설명하게 해주세요.
이렇게라도 안하면, 저도 이 당혹감을 견디기가 조금 어려울 것 같으니까.

"그러니까 남자가 발기한다는 건, 결국 어떤 식으로 되는 건가요?"

주로 내 옆에 앉아 있는 인간...... 아니, 인간이라 해도 좋을까.

이제는 익숙할 터인 세리카의 모습이, 괴이한 생물처럼 보인다.

물론 겉모습은 평소와 다르지 않지만, 너무나도 순진하고 무지해서
사실 외계인이었다는 소리를 들어도 곧바로 믿어버릴 정도다.

......국가 기밀 빔도 그렇고... 이런 쪽에 꽤 인연이 있구나, 나.



그런 외계인 세리카의 질문에, 아마도 지구인일 터인 프로듀서 씨는 양손으로 머리를 감싸안으며.

"잠깐잠깐, 세리카 잠깐 기다려... 세리카는, 발기를 알고 있는 거지?"

"네. 얼마 전 학교에서 배웠다고, 아까도 말했었어요."

"그럼 구체적으로 뭐라고 배운거야? 아까 우리한테 말했던 걸로는, 어디까지나 성교육을 받았다는 것밖에 모르겠거든."

질문받은 세리카가 "좋아요" 라고 작게 끄덕이며, 설명하기 위해서 집게 손가락을 귀엽게 세웠다.
지금이라면 아카네 씨도 바닥에 다운한 채이니, 방해는 없을 것이다.

"그럼, 이번에야말로 끝까지 들어주세요? ㅡ남자는 흥분하면 자지의 상태가 발기합니다!"

하지만 그녀의 설명은 압도적으로 단순했다.
프로듀서 씨가 설마설마 하는 얼굴로 조심스럽게 그녀에게 묻는다.



"......그래서? "

"네?"

"그 다음은? 어때?"

"그 다음...... 이요?"

그러자 세리카 한쪽 뺨에 손을 대고,
배웠던 것을 생각해내려는 듯이 작게 고개를 갸웃거리며.

"굳...... 는다?"

"응."

"커진다? "

"그래."

"그 다음에는, 힘이 나요!"

"알겠어! 세리카는 발기라는 단어 밖에 모른다는 걸 잘 알겠어!"

예상대로 그녀의 지식은 편협했다. 방금 늘어놓은 단어들도, 프로듀서 씨가 말했던 걸 그대로 나열한 것 뿐인 것 같고..

......그토록 자신의 몸을 깎듯이, 아카네 씨가 그녀의 발언을 가로막던 게, 바보같은 짓이었다고 생각될 정도였다.



그리고, 세리카도 겨우 눈치챈 것 같다.
자신이 알고있는 발기라는 것이, 우리가 말하는 발기와 대단히 동떨어져 있는 것 같다는 사실을.

자신만만하던 얼굴이 한순간, 팔자 눈썹이 된 그녀가 확인을 위해, 프로듀서 씨에게 말을 걸었다.

"......하지만 프로듀서 씨. 남자는 흥분하면 발기하는 게 아닌가요?"

"그러니까, 그건 사람 나름이야."

"그럼, 저희들 무대를 보러 온 팬 분들이 모두 힘을 받았다는 건......"

"그것도, 90퍼센트는 그냥 말 그대로의 의미 야"

"......10퍼센트는 정말 발기한 건가요?"

"그 중에는 뭐어, 그런 사람도 있을지도 모르지."

"그럼ㅡ"

세리카가 똑바로 서며, 프로듀서 씨를 정면으로 바라보며.

"저, 이번 공연을 보러 와준 사람들이 흥분해서 무심코 발기해버릴 스테이지로,
최고의 라이브로 만들고 싶어요!...... 라고 말할 생각이었는데..."

그리고 순식간에, 슬픈 표정으로 바뀌어갔다.

"그럴 생각으로, 발기시키면 되나요 라고 말했는데....... 하지만 그건 제 착각이었던 건가요?"

"세리카......"

"두근두근거리면, 흥분하면, 남자는 그 증거로 발기한다고 들었는데... 그런데, 그런데......! "

"알았어, 알았으니 이제 됐어."

훌쩍거리며, 울상이 된 세리카의 머리에 프로듀서가 손을 얹었다.



"착각했었다...... 라고 말하기보단... 이번 건 애초에 잘못한 건, 세리카한테 올바른 성 지식을 가르치지 않았던 학교야."

"프로듀서 씨......! "

"그러니까 괜찮아, 조금도 울 일이 아냐.
성 지식이라는 건 의외로 복잡하고, 의외로 자세히 모르는 사람도 많아."

그렇게 말하며 세리카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었다......하지만 그거, 상황에 따라서는 성희롱이에요.

게다가 학교 측에 모든 책임을 떠넘기려고하고 있는데,
성교육을 받은 것이라면 세리카도 동시에 가장 중요한 '그것'에 대해서는 배웠을텐데ㅡ

"그래도 그래도, 그건 좀 이상하네요. 세리카는 학교에서 배운 이유는 말이죠? 아까 말한 아기 만드는 방법을.."

그렇지! 역시나 분위기를 읽지 못하는 레이카씨, 날카로운 킬러 패스네요.
바로 그 점이 매력이야 동경해버려! ......라고 말할 것만 같은 아카네 씨는 아직까지도 바닥에 죽어있었다.

아까부터 다들 무시하고 있는 것은 평소에 인망이 없었기 때문이려나.
......뭐어, 억지로 깨우는 것보다 이대로 자게 냅두는 편이 그녀에겐 더 상냥한 대처겠지.



그런 미묘한 공기 속에서 프로듀서는 곤란하단 듯이 머리를 긁으며.

"......아, 세리카? 레이카가 말한 아기 만드는 방법이라는 건ㅡ"

"일단 수업은 받았어요. 그런데.. 아기를 만든다고 말하는 건, 남자와 여자가 성행위를 한다고 하는 거죠?"

"그래, 틀린 건 아냐... 그래서, 성행위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은?"

그러자 세리카는 갑자기 눈을 빛내며.

"몰라요! 혹시 프로듀서 씨가 가르쳐 주실 수 있나요?"

......설마설마했던 거기까지...

어? 근데 잠깐, 내가 수업을 받았을 때는ㅡ.

"과연, 세리카의 학교에선 그 부분을 애매하게 가르쳤구나... 아니면 교사가 가볍게 넘겨버렸나 보군."

프로듀서 씨의 그 말에 나는 뭔가 석연치 않아졌다.
이런 건 학교에 따라 다른 거려나? 나중에 카나한테 물어봐야지......



그래도 일단 지금은, 불필요한 곳에 생각을 쏟고 있을 때가 아니다.

눈앞에서 새로운 수수께끼를 찾아낸 세리카리언이 (이제 그녀는 나와는 다른 별에 사는 생물이다) 성행위의 내용에 대한 자세한 설명을 요구하는 눈빛으로, 프로듀서를 바라보고 있었다.

당연히, 설명하기 곤란한 성인 둘. 둘이서 얼굴을 마주보다가, 둘 다 동시에 빨개지며......

그런데 거기서 왜 도움을 요청하는 눈빛을 제게 보내는 건가요!

"시호!"

"시호 쨩!"

"전 그냥 방관자예요! 말려들게 하지 마세요!"

그리고 그녀가 눈을 떴다.





"우!!! 도오오오오오오오오옹!!!!"

할 수만 있다면, 제정신을 되찾고 싶지 않았던 그 소녀가.
아니, 정확하게는 제정신 따윈 조금도 되찾지 못했다.

양팔을 만세 자세로 벌리며 바닥에서 벌떡 일어난, 그녀에게 깃들어 있는 위험한 눈빛이
자칫 면칼로 면 이외의 물건도 베어 버릴 것만 같은 압도적인 오오라가, 그것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었다.

그런 그녀는 만세 자세 그대로, 세리카에게 거친 발걸음으로 접근.
어안이 벙벙한 그녀의 양 어깨에 그 기세 그대로 손을 얹었다.

"세리카! 알겠어? 들어!"

"네, 네에! 시즈카 씨, 대체 뭔가요? "

"남자가 발기하는 것은, 성적 행위를 하기 위해서야!"

"아, 아기를 만든다는 말이죠?"

"그래! 맞아! 훌륭해! 이를 위한 준비 단계로서 남성은ㅡ"

여기서 어째선지 시즈카는 프로듀서 씨를 한번 노려보며.

"「성적」흥분을 느끼는 걸로, 발기하는 거야!!"

"서, 성적 흥분......"

"그래, 그냥 단순한 흥분이 아니라, 성·적·흥·분! 다시 말해서, 야한 짓을 하고 싶어 하는 거야!"

"에, 에엣!?"

그리고 어째선지 깜짝 놀라고 주위를 두리번대는 세리카.
눈이 마주 친 내가 고개를 끄덕이자, 그녀는 처음으로 "그렇구나!"라는 얼굴이 되어 숨을 내쉬며.



"그럼 발기는, 음란한 단어인가요!?"

"굳이 말하자면, 그렇지! 근데 괜찮아, 중요한 건 그게 아냐......
성적 행위라는 건 말야, 그렇게 발기한 남성기를 성숙한 여성기에 삽입해서ㅡ"

아, 잠깐 기다려. 시즈카 얘 완전히 고삐 풀렸어.

"몇번이고 몇번이고 움직여서!! 격렬하게!! 그러면 남성기 끝에서 정자가 나와!!"

"정자는 과학 수업에서 들은 적이 있어요!"

"정자가 난자에 착상되어서!!"

"알고 있어요! 이른바 수정이란 거죠!"

"그리고 10개월 정도 지나면 짜잔!! 건강한 아기가 태어나는 거야!!!!"

"굉장하네요! 생명의 신비네요!"

역시 시즈카는 보통 내기가 아니다.

바로 옆에는 얼굴을 새빨갛게 하고 귀를 막아버린 스무 살 여성도 있는데,
세리카를 향해 성행위는 무엇인지 남김없이, 빈틈없이 설명해 버렸다.
그것도 방 밖에서까지 들려 버릴 것 같은 큰소리로.
......정말, 나한테는 물구나무를 선다 해도 흉내낼 수 없는 재주야.


===

"세리카도 임신 할 수 있는 거야......"

그것이 시즈카의 마지막 말이었다. 이제 그녀는 방전 상태.
원래 있던 자리에 다시 힘없이 앉아, 전력으로 책상에 푹 엎드렸다.

그리고 드디어 발기가 무엇인지 이해한 세리카도 내 옆에서 웅크린 채 의자에 앉아..

"우우, 부끄럽네요......"

소녀여, 그 후회는 내일의 활력에 될 것이다.
......하지만 그녀는 의외로 강인했다.

"아, 그런데 프로듀서 씨. 시즈카 씨가 말했다 성적 흥분 말인데요, "

"세리카는 전환이 빠르구나... 이 기회에 궁금한 건 다 말해 봐."

"감사합니다! 역시 프로듀서 씨는 상냥하네요♪"

"그만해, 부끄럽게~♪"

"그런 말투 하지 마세요."

"기다렸다는 듯이, 시호는 가차없구나... 아, 세리카는 계속 말해 봐."

"예! 그러니까 그게.... 즉 성적 흥분은 여자를 야한 눈으로 보면서 느끼는 흥분을 말하는 거죠?"

"뭐어, 일반적으로 그렇겠지."

"그렇다면 저, 알고 싶어요! 프로듀서 씨도 그런 눈으로 우리를 보고 있나요?"





폭격, 그래, 공격은 폭격만으로 끝난 것이라 생각했으나 틀렸다.
공습 직후에 기다리는 것은, 탱크와 보병부대의 지상전...


지금 그야말로, 프로듀서의 "어른으로서의 신뢰"가, 50명 이상의 멋진 이성에게 밤낮으로 포위된 환경에서,
그럼에도 유지하고 있는 "이성"에 대한 솔직한 의문이, 세리카에 의해 던져졌다.

"그건 저도 궁금하ㅡ"

"제발, 레이카. 이제 그만 다물고 있어 줘......"

"......네에.. 조용히 듣고 있을게요..."

그리고 또다시, 삶은 문어처럼 새빨개진 레이카씨가 시즈카와 마찬가지로 책상에 푹 엎드렸다.

......아카네 씨 말인가요? 아카네 씨라면 아직 바닥에 있어요.
이제 일어나도 괜찮을 타이밍일지, 필사적으로 실내 공기를 읽고 있네요.



"그래서 어떤가요? 프로듀서 씨도 야한 기분이 되어 버려서, 그러니까 그...... 바, 발......"

"......발기?"

"네에...... 해버리거나 하나요?"

조금 전까지 그녀가 거짓말 같았다.
드디어 수줍음을 느끼게 된 세리카는 발기의 "발"의 글자를 입에 담는 것도 새빨갛게 되어 우물거렸다......

...저는 괜찮냐고요? 그러니까 저는 상관없다니까요.

발기든 성교든, 드라마 대본같은 대사에 있으면 일일이 부끄러워 할 수도 없잖아요.
......뭐, 지금은 완전히 사적인 말이지만.
어쨌든 그것보다!



"알겠니 세리카.. 잘 들어."

"예!"

"나 정도의 프로듀서면 말야, 아이돌들은 저 하늘의 별만큼이나 보고 있어.
예를 들어, 안기든, 옷 갈아입는 걸 봐버리든, 술에 취한 모습을 봐버리든ㅡ"

"예시가 이상하지 않나요?"

"시호 셧업!! ㅡ어쨌든 그러니까. 나는 쉽사리 그런 야한 상태가 되지 않도록 되어있어.
몸이 뭐라고 말해야되냐...... 그, 적응되어 있거든, 역시"

뭐가 폼 잡을 일인지.. 하지만 그런 프로듀서 씨를 본 세리카는 자신의 뺨에 수줍게 손을 대며.


"그, 그건 항상...... 발...... 하는 몸이 된다는 말인가요?"

"반대야! 하지 않게 된다고! ... 그것에 일일이 흥분해버리면, 일에 집중할 수 없다고?"

"아 ...... 확실히 그럴지도 모르겠네요."

"그렇지? 그래서 결론은 프로듀서는 발기하지 않아!"

"하지 않나요?"

"아아, 절대로!"

"제가 꼬옥 안겨도요?"

"레이카는 혼틈타서 끼어들지 마...... 떨어져!"

삶은 문어 레이카 씨를 털어내며, 프로듀서 씨가 숨을 내쉬었다.



"그러니 지금, 레이카가 매달려와도 나는, 움찔거리지도 않아!"

"굉장해요! 프로듀서 씨는 제대로 자제할 수 있는 사람이네요!"

"그렇지! ......이제 됐지?"

"네! 저, 납득할 수 있게 됐어요!"

세리카는 만족한 듯이 미소 지었고, 프로듀서 씨도 드디어 짐을 내려놓은 듯 크게 한숨을 쉬었다. 근데 잠깐...




"......저기, 프로듀서 씨."

"왜? 시호?"

"그런데 그거, 흔히들 말하는 속칭 ED라는 거 아닌가요?"

"푸웃!?"

뜻밖의 아군의 배신에 그의 얼굴은 절망과 공포로 떨렸다.




ED. 그것은 발기 부전의 약자로, 영어 철자로는 Erectile Dysfunction.

참고로 이건 아주 우연히 잠깐 봤을 때의 기억일 뿐이니까요.
제가 가지고 있는 영단어 사전에 이 단어가 마커로 표시가 되어 있다던가 그런 건 전혀 아니니까 이상하게 보지 마세요!

......커험, 아무튼.



"발기하지 않는다고 말하는 건 어쩌면, 직장에서의 스트레스가 원인일 수도.
그ㅡ, 누구라고는 말하지 않지만 극장에는...... 상당히 까다로운 아이도 있으니까요."

"그, 그래. 확실히 손이 많이 가는 아이가 없다고 하기엔 나도 단언할 순ㅡ"

"역시나! 한번 의사에게 진찰받는 게 좋지 않을까요? 뭣하면 저도 동행할게요."

"어째서!?"

"제 동생도 어쩌면 미래에 ED가 될 가능성이... 미리 대처법을 알아두면, 만일의 경우에 상담이라도 해줄 수 있으므로."

하지만 프로듀서는 과장된 동작으로 고개를 저으며.

"아니아니아니아니 바보 같은 소리 하지 마!!!! 설 때는 선다고! 제대로!! ......핫!"

스스로 무덤을 파고, 구덩이 속으로 곤두박질쳤다.


레이카씨가 살며시 그에게서 거리를 취했고, 세리카도 벌떡 일어섰다.
아카네 씨는 여전히 무시한 채 숨어있었고, 시즈카는 책상에 엎드린 자세 그대로 숨을 죽이며, 조용히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



"그러니까, 즉 프로듀서 씨는......"

세리카는 겁에 질린 듯이 뒷걸음질 했다.

"역시, 그, 야한 눈으로......"

레이카 씨는 몸을 가리며 웅크렸다.

"......발뺌할 수조차 없을 만큼, 완벽할 정도로 자멸이네요."

"아 아아아아아아ㅏㅏㅏㅏㅏ......!"

거기에 내가 결정타를 날리자, 그는 더 이상이란 없을 정도로 비통한 신음소리를 질렀다.

"그야, 그거야...... 어쩔 수 없잖아, 남잔데.
아무리 조심한다 해도, 기습적으로 안겨버린 날에는...... "

"불끈불끈 거린다고, "

"모두 스타일이 좋고, 스킨십도 과잉이고...
게다가 동성밖에 없어서 그런지 항상 다들 너무 무방비하잖아! "

"그래서 항상 불끈불끈 거린다고, "

"아니, 그건 오해하지 말라고! 평소에는, 평소에는 정말 가만히 있다고.
......하지만 가끔씩 말야? 그런, 아찔아찔한 때도 있어서."



필사적으로 변명하는 그에게, 나는 몸을 내밀며 이렇게 물었다.

"예를 들어, 그것은 어떤 때에?"

"그야 ...... 뭐 이성으로 매력적이었을 때지?
카오리 씨라든지, 아즈사 씨라든지, 오토나시 씨나 치즈루 씨나 코노미 씨ㅡ"

"......하아?"

"아니, 그러니까 지금 솔직해 얘기하잖...... 근데, 왜 그래 시호? 왜 그렇게 노려 보는 거야?"

그가 보인 얼굴이 너무나도 바보같았기에, 결국 나도 억제할 수 없게 되어 버렸다.

"저는ㅡ 아니, 저희들은 어떤가요?"

"하아아?"

"「하아아?」가 아니에요. 지금 말한 건 성인 조 분들 뿐이잖아요.
저희들을 보고, 그런 야한 상태가 되지는ㅡ"

".......되지 않아.."

"......거짓말."

"거짓말 아냐, 정말이야...... 애, 애초에 어째서 여동생 같은 너희들을 보고 내가 욕정을 품는다는 거야?"



순간, 나는 아무래도 좋아졌다.
소리를 내며 의자에 앉아, 다시 이 섬세함은 커녕 아무리 쳐도 울리지 않는 종을 앞에 두고.

"하아, 이제 됐어요. 이 이야기는 이것으로 끝입니다."

라고 말하며, 둘 곳 없는 양팔로 팔짱을 꼈다. 진짜, 진짜, 바보 같다!
왜 대답을 이끌어 내려고, 내가 짜증내지 않으면 안되는걸까.

게다가,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은 하나 더.

"또, 우리들을 그런 눈으로 볼 수 없다는 말인즉...... 매력이 없다는 의미네요?"

"엣, 매, 매력?"

"그러니까 이성으로서, 여자로서, 저희들ㅡ 크레센도 블루는 여자로서의 매력이 부족하다는 말이네요."

짜증을 담으며 내뱉었다. 말하자면 그런 의미잖아요?

......그러자, 세리카가 깜짝 놀란 듯이 손을 모으며.

"그, 그래요! 우리들은 아이돌인데. 그건 좀 치명적인 게......"

"세리카의 말대로일지도... 인기가 없는 것은 곤란한데..."

레이카씨가 걱정스럽게 중얼거리자, 프로듀서는 당황한 듯이 허겁지겁 말했다.



"아니, 그러니까! 너희 다섯 명한테 매력이 없다는 게 아냐!
단지 조금, 내 스트라이크 존에서 벗어나 있다~~ 라는.."

"저, 일단은 스무 살인데요."

"레이카, 보통은 스무 살에「일단은」같은 말은 붙이지 않아...... 이게 아니라!"

"저도 코노미 씨랑 3센치밖에 키 차이 안나요!"

"세리카, 나는 로리콘이 아니니까 말야!?"

그리하여 두 소녀를 옆에 두고 (프로듀서 왈,레이카 씨도 소녀에 포함시켜도 상관없다) 변명을 늘어 놓는 그의 모습은 우스웠다.
아아, 이상하네. 그대로 당황해하는 모습이 재미있다.

......하지만 그 새에, 세 사람의 화제는 점점 점점 어긋나지고 있었다.



"그럼 차라리, 여자를 흥분시키면 매력적이라는 게 되지 않나요?"

"아, 그러면 우리도 어떻게든 될지도 모른겠 네요!"

"아니, 근데 그런 건 어떻게 확인하겠다는 거야......"

"그건 그... 여성에게도 발... 같은, 생리 현상이 있다면!"


순간, 어른 두 사람이 부자연스러을 정도로 동시에 침묵했다.
......그러니까 그런 눈으로 저를 보지 마세요, 구조선 같은 건 저도 못 보내요!

"프로듀서 씨, 여자가 흥분하면 어떻게 되나요?"

"아, 아니...... 그건 말야...... 이봐... 레이카?"

"배리어! 그 질문은 받지 않겠습니다!"


"부끄러워 한다는 건......레이카 씨는 알고 있다는 거죠? 흥분한다는 것은 역시 그 성적 흥분 말하는거죠?"

"엣, 그... 저기... 세, 세리카쨩......!"

"라이브의 두근두근거림과는 다른 거죠? 알려주세요, 레이카 씨!"



비틀비틀거린다는 말은 지금 두 사람을 위해서 있는 것일까.
호기심과 순수함은 역시 무서운 무기였다.

결국 프로듀서 씨와 레이카 씨는 누구로부터도 도움을 받지 못하고..

"세리카! 그, 그런 건 코노미 씨에게 물어 봐. 그, 극장 사람들 중에선 가장 연상이니까!"

"......코노미 씨라면 알고 있는 건가요?"

"물론이지, 모르긴 몰라도 레이카보다 자세하게 가르쳐 줄거야! 이것만큼은 나도...... 남자라서 잘 몰라."

......도망쳤다. 모든 뒷처리라는 이름의 책임을, 이 자리에 있지도 않은 코노미 씨에게 떠넘겼다.


정말 프로듀서 씨는 비열하다니까.

"그리고 또.. 세리카."

"네."

"이제부터, 남자의 생리 현상에 대해 신경이 쓰이는 건, 나한테 묻지 말고 아버지께 물어봐...... 나는, 나는 곤란하니까!"

그렇게 방 안에 있는 모두에게 (그리고, 어쩌면 복도에서 귀를 곤두세우며 엿듣고 있을지도 모를 사람들에게도) 들릴 정도로 큰소리로 말했다.

"그러니까 이 이야기는 이걸로 끝! 세리카 뿐만이 아니라, 궁금한 사람은 각자 집에서 본인의 아버지께 물어볼 것!"

이렇게 되면, 거의 절반은 자포자기다.

예정되어 있던 미팅도 계속할 만한 분위기가 아니었고, 이리하여 세리카의 폭탄 발언으로 비롯된 세리카리언 소동은 일단 막을 내렸다.

......하지만.



"프로듀서 씨."

다른 네 사람이 방을 나오는 타이밍을 가늠해서, 나 혼자서 서류를 정리하는 그의 옆에 살짝 서서 말을 걸었다.

 "......왜 그래? 이제 지쳤다고.." 라고 한심하게 대답하는 그의 초췌한 옆모습을 바라보며 이렇게 말했다.

"알고 계시겠지만, 저희 집에는 아버지가 안 계시는데... 이런 경우엔 궁금한 건 누구한테 물어봐야 될까요?"

그리고 여기에 와서, 오늘 세번째로 정정한다.

역시 그를 괴롭히는 것은 ㅡ정확하게는 그를 애먹이는 것은ㅡ 아주 조금, 특별 취급으로 즐기고 있는 걸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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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XuGfot.jpg 키타자와아!!!!! 그만해!! 이미 프로듀서의 라이프는 제로야!!!!!!!

처음부터 끝까지 시호가 서술자였던 이유가 있었....


근데 이거 설마 아랫동네로 쫓겨나진 않겠죠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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