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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타자와 소년과 나 6. 765 프로 라이브 극장과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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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4-08, 2018 01:43에 작성됨.

6. 765 프로 라이브 극장과 나
 
 
 
 ──오늘은 대체 일기에 뭐라고 써야할까
 
 
 765 프로 라이브 극장, 입구의 엄청 커다란 간판에는 그렇게 쓰여 있었다.
 아니, 오기 전에 잔뜩 검색해봤으니 여기의 이름이 뭐고, 무엇을 하는 장소인지는 알고 있었다.
 여기는 상술한 대로 765 프로 라이브 극장이라는 이름의, 765 프로덕션에 소속된 아이돌들이 라이브라는 이름의 흥행에 힘쓰는 장소이다.
 그것은 알고 있다.
 단지, 저 더럽게 큰 간판을 보고서야 정말 와버렸다는 실감이 이제와서 샘솟아 온 것이다.
 
「엄청나다, 요시 형아. 사람이 엄청 많아」
「그렇네, 리쿠. 많구나」
 
 아니, 정말로 많네, 라며 나는 4개월 전에 만난 작은 친구, 키타자와 리쿠에게 웃으며 말했다.
 엔트런스 홀로 보이는, 붉은 융단이 깔린 장소.
 꽤나 넓은 그 홀은, 현재 남녀도소로 붐비고 있었다.
 질서있게 줄이 세워져 있었지만, 그 줄 자체가 끊임없이 꾸불꾸불 움직이고 있었기에 마치 거대한 자벌레 같았다.
 만에 하나라도, 아니, 이렇게나 혼잡하니 천에 하나라도, 리쿠를 놓치지 않기 위해 나는 그의 손을 꼭 잡았다.
 말 그대로 만일이 생기면 키타자와씨는 나를 용서하지 않을테고, 무엇보다 내가 나 자신을 용서할 수 없다.
 과장으로 보일지도 모르지만, 미지의 장소에 보호자로서 가는 이상 그 정도의 각오는 가지고 있는 것이 당연하다.
 
 
 나는 지금부터, 엄마도, 키타자와 어머님도, 키타자와씨도 없는 상태로, 즉 리쿠와 단 둘이서, 리쿠에게 누나의 퍼포먼스를 보여준다는 사명을 완수해야 하니까.
 
 
 
 ■ □ ■
 
 
 
 친구의 누나(연하)가 자기가 아이돌이라고 고백했을 때의 적절한 반응을 나는 아직도 모르겠다. 아마 앞으로도 모를테지. 그런건 백과사전에도 없다.
 처음 만났었을 때 자칭했었다면, 그러신가요 어쩐지 미인이시더라, 이런 식으로 흘려넘길 수 있었을지도 모르지만……아무래도 조금 친해지고 나서 그런 고백을 들으니 묘하게 부끄러웠다.
 일단 상세는 나중에. 라는 이유로 나는 일단 반쯤 강제로 티켓을 받았다.
 
 그 충격의 고백의 다음날.
 쇼코에서 회복된 나는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말없이 엄마의 이불을 벗겨버리고 설명을 요구했다.
 
「아아, 무슨 짓이니, 요시토!! 자식에 의한 부모의 학대라니……이거 써먹어도 되겠는데」
「태연하구만!! 아니, 그게 아니라, 그건 아무래도 좋아.」
「아무래도 좋다니, 그런 아이로 키우지 않았는데!!」
「시끄러워, 반쯤은 혼자서 자랐거든!!」
 
 아침 일찍부터 언성을 높히고 마지막에 딴죽, 그리고 주제에 들어간다.
 
「그래서, 키타자와 누나 말인데」
「아, 응. 시호쨩 말야? 착한 애야. 중학생이 가족의 행복을 위해서 아이돌 세계에 뛰어들다니, 현실은 소설보다 더하다더니 정말이었네」
「이럴수가, 그런 사정이……」
「키타자와씨도 시호쨩 이야기만 하면 말이 많아진다니까. 그래서말야, 리쿠군을 라이브에 데려가달라더라」
「그걸 알면서 왜 아무 말도 안했어!!!」
 
 그러자, 엄마는 뻔뻔한 얼굴로,
 
「왜냐니, 스포일러하면 서프라이즈가 아니잖니?」
「그딴 서프라이즈 필요없거든……!!」
「그래도 갈거잖니, 요시토」
「그거야, 뭐. 거절할 이유도 없고」
 
 그것이 키타자와가의 부탁이라면 도와주고 싶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하지만 말이지. 나는 아이돌의 라이브라는 것을, 화면 너머로도 본 적이 없는 초보자이다.
 그런 내가 그녀들의 기대에 따라 리쿠에게 아무런 부자유 없이 라이브를 즐기게 해줄 수 있을거라는 자신은 솔직히 없다.
 ……그러고보면 엄마 소설에 아이돌이 생업인 요괴의 이야기도 있었지.
 
「그런데 엄마는 아이돌 라이브 본 적 있어?」
「그야 당연하지. 765프로쪽 라이브는 한때 자주 다녔는걸? 극장이 생기기 전이었지만. 그쪽 사장님이랑 여러모로 이야기 했었어」
 
 오오, 그럼 일단 안심이다.
 엄마가 있으면 라이브를 즐기는 방법같은것도 알려줄 테고, 일말의 불안도 사라진다.
 그렇게 생각해 안도한 나에게 엄마는 자비없이,
 
「그런데 나 그 날은 취재 약속이 있어. 자세한 이야기는 해줄 수 없지만, 2달 후의 그 약속을 잡는데 엄청 고생했다는 것만 말해둘게.」
 
 비록 무슨 일이 있다해도 약속은 취소하지 않겠다, 엄마의 얼굴에는 그렇게 쓰여있었다.
 
「알았어. 그럼 적어도 라이브에 갈 때의 준비같은것만이라도 알려줘」
「에, 싫은데」
「하아? 왜 또 그래……」
 
 아무 의미도 없는 심술을. 그렇게 말하려던 내 입이 닫힌다.
 엄마가, 왠일로 진지한 표정을 지었기 때문이었다.
 
「있잖니, 라이브는 보여주는 쪽도 보는 쪽도 일회성이야.」
 
 그러니까, 그렇기에. 엄마는 알려주지 않으려 한 것인가.
 
「그러니까 일단 몸으로 힘껏 부딪혀봐!!」
「아니, 부딪히지 마, 리쿠도 있다고, 말려들겠다!!」
「그러니까 괜찮다니까. 가보면 이해할거야! 다들 좋은 사람들이야. 보는 쪽도, 보여주는 쪽도」
 
 맥락도 근거도 없이 자신감으로 흘러넘치는 그 얼굴을 본 나는 그저 수긍할 수 밖에 없었다.
 
 
 
 ■ □ ■
 
 
 
 2개월은 천장의 얼룩을 세고 있으면 순식간에 지나가는 시간이다.
 
 키타자와씨는 라이브 연습에 바빠서 그 날 이후로 만나지 못했다. 그 사이에도 몇번정도 리쿠와 수족관에 가긴 했었지만 리쿠에게는 일 이야기를 별로 하지 않는 모양이다. 아무튼 집에서는 건강하다는 소식만을 알 수 있었다.
 무소식이 희소식이라는 말도 있지만, 그냥 좋은 소식이었으니 좋은걸로 치자.
 
「리쿠, 잠깐 누나랑 전화할게」
「응, 기다릴게」
 
 지정된 시간이 되자마자, 나는 휴대폰을 꺼내서 지정된 번호를 눌렀다.
 키타자와 시호, 키타자와씨의 휴대 번호다.
 그것은 도시에 오고 나서 사고, 오랫동안 엄마와 연락하는데만 사용되었던 내 휴대폰에 2번째로 등록된 전화번호이다.
 등록한 날은 2달 전의 그 날이었지만, 실제로 전화를 거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나저나 여자한테 전화하는건 의외로 긴장되네, 정면에서 대화하는 것과는 다른 느낌의 긴장이다.
 몇번의 콜이 울린 후, 슬슬 귀에 익어가는 목소리가 들린다.
 
「여보세요, 쿠로야마씨이신가요?」
「네 쿠로야마입니다. 안녕 키타자와씨」
「네, 안녕하세요. 지금 어디신가요?」
「지금 막 엔트런스 홀에 들어왔어. 이제부터 어떡하면 돼? 사람 엄청 많네」
「그럼 줄서지는 마시고, 일반객들의 입장이 끝난 후에 스태프에게 티켓을 보여주세요. 관계자석으로 안내해줄거에요.」
 
 관계자석이라. 자신이 아이돌의 관계자라고 생각하니 꽤 이상한 감각이었다.
 아니, 정확히는 관계자의 보호자, 인가. 일반석이라면 리쿠는 맨 앞줄이 아닌 한 아무것도 보이지 않겠지만, 그 자리라면 문제없이 누나의 활약을 지켜볼 수 있을 것이다.
 
「오케이, 리쿠 바꿔줄까?」
「……아뇨, 관두죠. 이런말 하기는 싫지만, 긴장할것 같아서」
 
 그렇군, 그럴 수도 있나.
 가족이 본다고 생각하면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종류의 긴장감이 생길지도 모른다.
 
「죄송합니다. 슬슬 시간이네요. 동생을 잘 부탁합니다.」
「알았어, 끊어. 기대할게, 키타자와씨.」
「----감사합니다. 쿠로야마씨의 기대에도 답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나는 전화가 끊긴 휴대폰을 집어넣고, 리쿠의 손을 잡아 다른 관객에게 방해가 되지 않는 위치에 자리잡았다.
 통화 도중에 입장정리가 시작됐었는지 점점 짧아지는 자벌레를 바라보면서,
 
「누나가 리쿠를 위해서도 노력한대」
「응, 나도 엄청 응원할게!!」
「나도. 힘내자, 서로」
 
 다소의 의역은 들어갔지만, 뭐, 대체로 이런 느낌의 뉘앙스였다.
 그만큼 혼잡했던 사람들도, 개장하자마자 놀라울 정도로 원활하게 줄어든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줄 정리를 하던 스태프들과, 나와 리쿠와, 몇 명의 남녀만이 남았다.
 이 사람들도, 소위 관계자이겠지.
 이미 아는 사이인지, 그들은 사이좋게 대화하면서 기다리고 있었다.
 모두 나보다 1-2세대 위로 보이니, 분명 부모나 조부모, 혹은 업계관계자들이겠지.
 조금만, 아주 조금만이지만, 이 사람들과 어색함 없이 라이브 감상을 할 수 있을까, 하는 그런 불안이 스쳐지나갔다.
 
 아니, 이런 생각은 그만두자.
 그럼 슬슬 스태프에게 티켓을 내고──
 
 
「죄송합니다. 잠시 괜찮을까요?」
 
 등 뒤에서 들린 목소리에 나는 천천히 뒤돌아 보았다.
 목소리의 주인은 푸른 머리카락의 여성이었다.
 나이는 우리 엄마랑 비슷한 정도로 보였고, 매우 실례지만 첫인상은.
 왠지, 박복한 얼굴이다, 라고 생각했다.
 
「저기, 무슨 일이시죠?」
 
 내가 묻자, 다시 실례스러운 표현이지만, 여성은 박복한 미소를 짓고,
 
「왠일로 당신들 나이의 아이들이 있나 해서요. 처음으로 만나는 분들이시고----왠지, 곤란해하는것처럼 보여서」
 
 그래서 무심코 말을 걸었다.
 그 말을 듣고, 뜻하지 않게 동요했다.
 그런 표정을 보이지 않을 생각이었고, 얼굴로 드러낸 적도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딱히 표정을 숨기는걸 잘한다거나, 매일같이 포커페이스를 하는 것도 아니지만, 첫 대면인 사람이 남의 불안을 헤아리다니.
 그리고 말이 막힌 나에게, 여성은 심지있는 목소리로, 자칭했다.
 
 
「자기소개도 없이 실례했습니다. 저는 키사라기 치구사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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