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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타자와 소년과 나 3. 키타자와 누나와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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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4-07, 2018 00:30에 작성됨.


3. 키타자와 누나와 나

 왜 이렇게 된걸까.
 내 머릿속에는 어째서, why 등등의 원인을 요구하는 말들로 가득했다.
 
「수족관, 기대된다!!」
「아, 아아. 그렇네, 나도 기대돼」
 
 오른쪽 귀에서 들리는 것은 내 작은 친구, 키타자와 리쿠의 목소리이다. 듣는 것만으로도 신난 모습이 전해지는 목소리였고, 내 마음의 절반은 리쿠와 함께 기뻐하고 있었다.
 그러나, 남은 반은 태평하게 기뻐할 때가 아니라며 경보를 계속 울리고 있었다.
 아, 식은 땀 난다.
 
「……저기, 괜찮으세요?」
「하, 네. 괜찮아요」
 
 거짓말입니다. 전혀 완전히 요만큼도 괜찮지 않습니다.
 힐끔하며 내 안색을 엿보는 사람은 흑발흑안의 미소녀였다. 외모는 리쿠와 매우 닮았지만 동시에 쿨뷰티라는 말이 그대로 들어맞는, 그런 여자였다.
 
 그럼, 상황을 확인하자.
 
 리쿠의 왼쪽에는 내가 있다. 그리고 오른쪽에는 누나인 키타자와 시호가 있다.
 우리들 셋은 걷고 있었다.
 즉, 왼쪽에서부터 순서대로 나 리쿠 키타자와 누나 순으로 나란히 걷고 있는 것이다.
 
 아니, 진짜로 왜 이렇게 된거야
 
 어째서, 내가 또다시 리쿠와 수족관에 가는 것인가.
 어째서, 키타자와 누나도 같이 있는 것인가.
 
 이야기는, 정확히 1개월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 □ ■
 
 
 
 도쿄도 ○□구.
 그 일각에 세워진 맨션의, 그 일각이 우리 집이다. 보다 정확하게는, 나와 어머니의 집이다.
 2LDK, 가장 가까운 역까지는 도보 9분, 도시에서 살아본건 이번이 처음이라 좋은건지 나쁜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확실한 것은 이전에 살던 단독주택보다는 좁다는 것.
 그래도  주방시설이 굉장히 편리해서 플러스 마이너스 제로로 칠 수 있다.
 어머니는 화력이 부족하다며 투덜거렸지만.
 
「다녀왔어. 아~ 냄새 좋네. 뭐 만들었어?」
「어서와, 어제 남은 스튜로 도리아 했어」
「오, 좋네」
 
 호랑이도 제말하면 온다더니, 집주인님께서 오셨다.
 어머니, 쿠로야마 케이코는 소설가이다. 일본풍 판타지를 중심으로 글을 쓰고 잇고, 본인이 말하길 업계에서는 굉장히 유명인, 이란 모양이다.
 지금까지 어머니의 유명함을 느낀 적이 없으니 뭐라 할 말은 없지만, 소설은 좋아한다. 작품에서 상냥함이 느껴진다고 할지, 그 세계에 들어가고 싶어지게 만드는 힘이 있다.
 가능하면 가끔씩 시체같은 표정으로 찾아오는 편집자 오카타씨에게도 그 상냥함의 반만이라도 나눠줬으면 할 정도이다.
 
 뭐, 오카타씨의 위장은 냅두기로 하고, 배도 고프니 밥먹자.
 세면실에서 돌아온 어머니와 함께 상을 차리고 자리에 앉는다.
 
「「잘먹겠습니다」」
 
 저녁 메뉴는 도리아와 샐러드.
 도리아는 어제 밤에 만든 스튜 남은 걸로 만들었고, 오늘 남은 샐러드는 내일 도시락으로 돌릴 생각이다.
 
「그러고보니 오늘 수족관 갔었지? 여기 수족관은 어땠어?」
「전부 엄청 큰 느낌, 역시 스케일이 달라」
「도쿄 최대의 수족관이니까, 거기. 그런데 요시토, 그거 말고도 무슨 일이 있는 표정이야」
 
 왜 아는거야.
 내츄럴하게 마음을 읽지 말아주시면 안될까요. 아니, 내 표정이 읽기 쉬울 뿐인가.
 딱히 숨길 생각은 없었지만, 애초에 해야 하는 말도 있었으니 바로 말해버리자.
 나는, 수족관에서 만난 키타자와 소년과의 이야기를 털어놨다.
 그러자, 어머니는 생각에 잠긴 얼굴로,
 
「나, 그 애의 어머니가 뭐라고 말했는지 알것같아」
 
 에, 진짜로? 아직 리쿠네 어머님이 불러세운 것까지 밖에 말 안했는데?
 
「요시토말야, 그 애의 어머님에게 연락처 받지 않았어?」
「……어. 아니, 확실히 어머니랑 이야기하고 싶다고 말했었는데, 근데 엄마 탐정 해도 되는거 아냐?」
「그렇네, 다음에는 탐정물에 도전해볼까」
 
 확실히 그 후에 키타자와씨가 『혹시 폐가 되지 않는다면 한번 그쪽의 부모님과 이야기하고 싶다』라고 부탁하길래 호이호이 연락처를 교환했는데.
 그 이후의 전개는 전혀 모른다.
 확실히 상황이 조금 복잡하니 어른들끼리 이야기를 하는게 좋으려나.
 식사를 끝내자, 엄마가 바로 전화기를 들고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키타자와씨 댁 맞나요? 쿠로야마라고 합니다. 네, 맞아요. 아아, 제 아들이 도움이 됐다면……」
 
 이야기가 길어질 것 같으니 지금 설거지랑 욕실 청소, 그리고 빨래도 정리해 버릴까.
 일단, 우리집 가사는 당번제이다. 다만 요리는, 아무래도 엄마가 독특한 미각을 가지고 있다보니 내가 자원해서 할 때가 많지만.
 
 그리고, 수십 분 후.
 내가 욕실 청소를 하고 있으니, 열려있는 문에서 얼굴을 빼꼼 내밀고 엄마는 일방적으로 나에게 통지했다.
 
 
「요시토, 너 어차피 1달 뒤에 약속 없지? 있으면 비워둬」
「엣, 뭐야 갑자기. 어디 가?」
「수족관 갈거야」
 
 거기까지 말하고 엄마는 내민 얼굴을 집어넣었따. 라고 생각하니,
 
「그래그래, 키타자와씨 가족도 같이 오니까 마음 준비 해둬」
「…………하아?!」
 
 한 번 더 얼굴을 내밀고, 엄청난 폭탄을 떨어뜨리고 떠났다.
 
 
 
 ■ □ ■
 
 
 
 이상, 회상 끝.
 
 요약해서 설명하면, 리쿠와 나의 대화를 보고 있던 키타자와씨가 여러모로 생각하고, 부모들간의 의논의 결과, 그럼 한번 직접 만나보기로 한 모양이다.
 그리고 일정을 서로 맞춘 결과, 1달 후의 오늘로 잡은 것이다.
 어쩌지, 서로의 부모가 너무 액티브해서 못따라가겠어.
 게다가 정작 그 본인들은 둘이서 이야기하며 멀리서 우리들을 보고있다. 심지어 우리 엄마는 젊은 셋이서 즐기렴, 이라고 말하는 상황.
 
 리쿠와 둘뿐이라면 아무 문제 없지만, 키타자와 누나가 같이 있으면 솔직히 내심 복잡하다.
 게다가 하필이면 리쿠가 터치풀 체험장으로 가버렸다.
 혼잡할때는 중학생 이상의 입장을 자제해달라는 곳이다보니 필연적으로 나와 키타자와 누나가 나란히 서서 리쿠를 지켜보는 현 상황.
 즉 단 둘이다. 확실히 말하자, 엄청 어색하다.
 사실상 자기소개 말고는 이야기도 거의 나누지 못한 상대이다.
 비유하자면 친구의 친구와 단 둘이 있는 기분이다. 나와 당신은 친구가 아니지만, 내 친구와 당신은 친구인 상태이다.
 분위기를 풀기 위해 뭐라도 말해야 한다는 기분과, 뭘 말걸고 있어 임마라는 기분이 동거하고 있다.
 그러나 역시 입다물고 있으면 분위기가 안좋다. 저쪽 입장에서 생각하면 나는 어째선지 동생이 잘 따르는 타인이고.
 자, 말을 걸자. 각오를 하고, 에잇
 
「「저기」」
 
 겹쳤다.
 어쩌지, 상대한테 양보해야겠지. 어라, 양보해도 되나?
 아니아니, 양보하자.
 
「저기, 먼저 말하세요, 키타자와씨」
「네. 저기, 그」
 
 뭘까. 무슨 말을 하려는 걸까.
 내가 전학오고 첫 자기소개를 했을 때보다 긴장하고 있으니,
 
「존댓말, 안하셔도 돼요. 쿠로야마씨가 나이도 더 많으니까. 부자연스러운것 같아요.」
 
 그, 그렇구나. 확실히 명백하게 연상인 내가 존댓말을 하면 저쪽도 이야기하기 어려울지도.
 
「알았어. 그러면 키타자와씨는 뭐라고 부르면 될까?」
「엣」
「엣?」
 
 어라?
 
「저기, 저는 그대로 불러주시면, 괜찮아요」
「아 응. 알겠습……어」
 
 흙으로 돌아가고 싶다.
 아니, 그치만말야. 말투를 바꿀거면 명칭도 바꾸는게 좋지 않아? 
 게다가 그녀에게 뭘 말하려고 했었는지도 까먹어버렸다.
 형용하기 어려운 침묵이 재방문하고, 내가 리쿠의 귀환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으니,
 
「저번에 만났었을 때, 쿠로야마씨가 리쿠에게 해 준 대사」
 
 불쑥, 혼잣말처럼 키타자와씨가 이야기를 시작한다.
 
「『이별은 결코 나쁜 것이 아니야』」
「아-- 혹시 들렸어?」
「네, 딱히 들으려고 한건 아니었지만. 그래도 들려버려서」
 
 위험하다. 지금 다시 생각해보면 꽤나 얼굴 붉어질 발언을 했었는데.
 
「그거 『안녕히 요괴』에서 인용한 대사, 네요.」
「맞아. 알고있었구나」
「동료……친구가, 쿠로야마 선생님의 팬이에요. 그래서, 몇 권 빌린 적이 있어서. 『안녕히 요괴』는 마음에 남아 있었어요」
 
 『안녕히 요괴』는 엄마가 집필한 작품이다.
 마음에 상처를 입은 여성이 요괴가 사는 세계에 헤매어 들어오고, 많은 것들을 배워 다시 일어서서, 그리고 최후에는 요괴들과 헤어져서 원래 세계로 돌아온다.
 그 대사는 이별을 결의한 여성에게, 친구인 요괴가 남긴 말이었다.
 
「저도 그 대사에 공감했었어요. 헤어져도, 즐거운 추억이 사라지지 않는다는 것에」
 
 무언가를 음미하듯이 중얼거리는 그녀에게 나는,
 
「그 대사말인데, 원 소재……라기 보다는 실제로 쓴 사람이 있었어」
「실제로,  말인가요?」
「그래그래, 우리 아빠가」
 
 어째서인지, 말하지 않을 수 없었다.
 
「아빠는 선원이라서 이곳저곳의 항구들을 돌아다녔어. 그래서, 한번 간 장소에 다시 올 수 있다고 장담할 수 없었대」
 
 한 해의 대부분을 배 위에서 지내던 사람이었다. 소금 냄새나는 모자를 쓰고, 안아 올려주면 바닷바람이 부는 듯한 느낌이 들었던 것을 기억하고 있다.
 
「그래서, 그 대사를」
「응. 다시 만날 수 없을지도 모를 친구를 언제라도 만나기 위해서래」
 
 중요한 것은 잊지 않는 것.
 잊지 않으면, 생각해 냈을 때 만날 수 있다고, 아빠는 그렇게 말했었다.
 
「나도 처음에는 잘 이해 못했는데, 지금와서 생각해보면 그렇게 말하는건 꽤 쉽지----」
 
 문득, 시선을돌린다.
 시선 끝에는 당연히 키타자와씨가 있었고, 의외라는 듯한 얼굴로 나를 보고 있었다.
 
「전에도 생각했지만, 쿠로야마씨는 꽤 이야기가 많은 분이시네요.」
 
 그 말을 들으니 신나서 쓸데없는 말까지 했다는 생각이 든다.
 
「미, 미안. 이런 이야기는 처음 하는거라 무심코」
「아뇨, 작품의 비화를 들을 수 있어서 즐거웠어요.----아버님을, 좋아하시는군요.」
「아—그렇구나. 지금도 좋아해, 물론」
 
 키타자와씨는 내 대답에 고개를 갸웃했지만, 즐거웠다고 느낀 것은 진심인 모양이다.
 비화같은 이야기라면 얼마든지 있다. 엄마는 집에서도 작품의 구상을 가다듬지만, 생각 정리라면서 나한테도 많이 이야기해준다.
 아웃풋함으로서 이치가 보인다던가, 그런 말을 했었지만.
 이런 곳에서 도움이 될 줄이야.
 
「누나, 요시 형아. 다녀왔어!!」
 
 하지만 우리들이 이야기하는 도중, 작은 친구가 돌아왔다.
 키타자와씨는 얼굴을 활짝 피고, 아낌없는 미소를 리쿠에게 향한다.
 
「어서와, 릿군. 즐거웠니?」
「엄청 재밌었어. 불가사리랑 게가 있었느데 불가사리는 손이 5개나 있어」
 
 오른손을 접으며 보고하는 리쿠의 가는 손가락을 잡고,
 
「있지, 리쿠. 이건 비밀인데 사실 그건 다 머리야.」
「……그래?」
「맞아. 그리고, 뒤에 난 가느다란 실같은게 진짜 손이야」
「저게 , 전부……」
 
 놀란다 놀라. 나도 처음 알았을 때는 놀랐었지. 저게 손이라고 생각하는게 보통이지.
 그러자 불가사리 뒤에서 무수한 손이 뻗어나오는 모습을 상상했는지 리쿠의 표정이……그리고 어째선지 키타자와 누나의 표정까지 흐려졌다.
 
「----저기, 쿠로야마씨. 그게 정말인가요?」
「응, 저걸로 해저에서 이동하니까 손발 둘 다란 느낌이지만」
 
 내 대답에 기분탓인지 안색까지 나빠지는 키타자와 남매. 혹시 이런 이야기는 약한걸까
 
「그, 그럼 다음 장소로 가볼까」
「응, 갈래」
「그렇네요, 가죠」
 
 
 이 남매 앞에서는 바다에 얽힌 기분 나쁜 이야기는 삼가하자. 나는 남몰래 그렇게 맹세했다.
 
 
 
 ■ □ ■
 
 
 
 시작하기 전에는 불안했지만, 막상 해보면 즐거운,
 
 그런 우리들의 주말이, 끝나고 있었다.
 
 오늘도 정말 즐거웠다.
 리쿠는 이곳저곳에서 설명해달라고 조르고, 높은 수조 앞에서는 목마를 태워주고.
 키타자와씨는 엄마의 소설이라는 공통의 화제 덕분의 생각보다 나쁘지 않게 대화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고마워요 엄마, 이렇게나 엄마한테 감사한건 오랜만이었다.
 
「우리들은 저쪽 방향이야. 이야기해서 즐거웠어, 키타자와씨.」
「저야말로, 쿠로야마 선생님 덕분에 굉장히 즐거웠어요.」
「정말, 선생님이라 하지 말라니까. 서로 바쁘지만 다시 만나자. 약속이야?」
「네. 기대하고 있을게요」
「좋아, 끝. 아, 맞다, 깜빡했다. 이거 받----」
 
 라며 어른들이 어른의 대화를 하는 옆에서,
 
「리쿠, 건강해. 감기걸리지 말고,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야 돼」
「아하하. 요시 형아, 누나같아」
「그렇지. 그럼 누나가 하는 말 잘 들어야 돼」
「응!! 또 보자!」
「그래, 또 보자의 악수야」
 
 작은 오른손을 단단히 잡고, 우리들의 우정을 확인한다.
 키타자와 리쿠와 쿠로야마 요시토의, 재회를 약속하는 악수이다.
 
「키타자와씨도, 고마워」
「저야말로 동생이 신세를 졌습니다」
 
 깔끔한 인사에, 간결한 말투.
 만났을 때의 인상을 일절 바꾸지 않는 쿨한 모습이다.
 하지만 동시에 굉장히 가족을 사랑하는 소녀라는 것을 지금은 알고 있다.
 
 
 출구쪽으로 걸으며 엄마가 내 어깨를 툭 때리고,
 
「즐거웠어. 프라이빗으로 다른 사람이랑 수다 떠는건 오랜만이야」
「헤에, 잘됐네. 그리고 때리지 마」
「요시토도 행복한 표정이던데? ----왠지 안심했어.」
 
 그것 참 다행이네요, 라고 대답하고 오늘을 다시 되새긴다.
 확실히, 정말로 좋은 날이라고 책으로 남길 수 있을 듯한, 그런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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