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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타자와 소년과 나 2. 키타자와 소년과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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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4-06, 2018 19:43에 작성됨.


2. 키타자와 소년과 나

 건전한 고등학교 2학년 16세 남자가 알차게 주말을 보내는 방법은 무엇일까.
 
 동료들과 부활동에 전념한다, 라거나.
 학생답게 공부에 힘쓴다, 라거나.
 친구와 노래방에서 신나게 논다, 라거나.
 ……사춘기답게 연인과 데이트, 라거나.
 그런 것들이 일반적이려나.
 
 문득, 그런 생각을 하면서 고등학교 2학년 16세 남자인 나는 도쿄의 수족관을 방문하고 있었다.
 혼자서.
연인……적어도 친구라도 있었으면 그나마 폼이라도 났었을지도 모르지만, 연인은 물론이고 친구도 없는 나는 외톨이였다.
 
 타이밍이 나빴던게 문제였다.
 나는 2개월 전인 5월 중순에 어떠한 사정으로 시골 마을에서 이 대도시로 넘어왔다.
 그 쯤에는 이미 반에서 남자들의 그룹이 완성되어 있었고, 도쿄말에 익숙해졌을 때에는 내가 들어갈 틈새가 전혀 없었던 것이다.
그러므로 주말에 혼자 수족관이다. 딱히 쓸쓸함을 삼키고 싶었다거나, 옛날부터 동경했던 이상적인 도시생활과 현실의 갭에 지쳤기 때문인건 절대 아니지만, 일단 지금은 수족관을 즐기자. 수족관 엄청 좋다고.
 
 접수대로 가니 머리 위의 패널에 각종 요금 등에 대한 안내가 쓰여있다.
 고등학생 한 장에 1600엔……꽤 비싸네. 아, 그래도 3000엔이면 연간 패스포트를 살 수 있네. 어차피 여러번 올 것 같은데 그냥 살까. 아니, 하지만 앞으로도 친구가 안생긴다는 전제로 생각하는것도……엣, 패스포트 있으면 휴일에 하는 이벤트에 참가하기 쉽다고요? 그럼,
 
 그렇게 내가 접수대 누님 앞에서 연간 패스포트의 구입여부를 고민하고 있었던 그 때였다.
 
「엄마!! 누나!! 빨리 들어와!!」
 
 기운찬 목소리로 외치며 스포츠 캡을 쓴 남자애가 뛰쳐나왔다.
 한편 접수대의 누님은 곤란한 표정을 영업스마일로 덮어 나를 바라본다.
 그래, 소년은 내 앞에 끼어드는 형태로 들어온 것이다. 뭐, 요금이 적힌 패널을 보느라 내가 몇 발자국 뒤에 있었으니 비었다고 착각했었겠지.
 
「얘, 릿군, 앞에 형아가 있잖니. 새치기하면 안돼. 순서를 지키렴.」
 
 내가 줄을 애매하게 서기도 했으니 양보할까나, 라고 생각했을 때, 목소리와 함께 소년의 손을 잡아당긴 사람이 있었다. 소년의 어머니로 보이는 여성이다.
 그렇다면 그 뒤의 어른스러운 아이가 누나려나. 살짝 훔쳐보니 확실히 동생과 상당히 닮았다.
 여성이 소년의 손을 잡고 미안한 표정으로 인사했다. 어째선지 반대로 마음이 아팠다.
 
「죄송합니다, 저희 애가 폐를 끼쳤네요」
「아, 아뇨. 저도 애매하게 서있었으니까요. 괜찮아요, 바로 끝낼게요.」
 
 천엔권을 3장, 접수대에 지불하고 연간 패스포트를 받는다. 아무래도 우리들이 이야기하는 사이에 준비해둔 모양이다.
 
「감사합니다. 자, 릿군, 형아한테 죄송합니다, 해야지」
 
 어머니에게 재촉받은 남자애가 나를 본다. 반짝이는 눈동자가 인상적인, 상냥해보이는 아이였다.
 
「저기……새치기해서, 죄송해요.」
 
 남자애가 고개를 숙인다. 어린데도 영리한 아이라고 생각했다. 자신이 왜 혼났는지 잘 알고 있다. 시골에 두고 온 이웃집의 못된 꼬맹이들이 반만 닮았으면.
 나는 살짝 주저앉아서 소년과 눈을 맞춘다. 가능한 무섭지 않게 웃어주었다.
 피부는 좀 탔지만, 화내도 별로 무섭지 않다는 얼굴이니 괜찮겠지. 아마.
 
「응, 형도 기다리게 해서 미안해」
「아, 알았다. 이거 쌤쌤이구나」
(*원문은 료세바이りょーせーばい. 싸운 쌍방을 같이 처벌하는 것을 의미하는 말이나 적절한 어휘가 없어서 쌤쌤으로 의역함)
「아하하……뭐, 그걸로 됐나」
 
 소년의 즐거운 듯한 목소리에 이끌려, 무심코 웃었다.
 그런데 그런 말은 어디서 배운건지. 가족이 보던 드라마에서 들었다?
 어쨌든 계속 죽치고 있으면 방해일테니 나는 빨리 입관하자.
 그리고 일단, 괜한 참견일지도 모르겠지만.
 
「저기, 정말로 괜찮으니까 너무 혼내지 말아주세요」
「네, 괜찮아요. 신경써주셔서 감사합니다」
 
 명랑한 분위기의 어머니와, 손을 흔들어주는 소년에게 배웅받으며 자동문을 통과한다. 첫인상부터 상냥해보였었고, 저 모습을 보아 소년도 방금 전의 사건은 금방 잊고 수족관을 즐길 수 있겠지.
 왠지 누나한테 뺨 꼬집히고 있었지만, 거기까지만 해두렴.
 
 
 그럼 나도 수족관을 만끽해볼까.
 
 
 
 ■ □ ■
 
 
 
 역시 수족관은 좋다.
 
 지금처럼, 수조를 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잊고 싶은 일들이 자연스럽게 머리속에서 지워진다.
 수중을 난무하는 물고기들의 모습은 내 고민은 사소한 것이라고 생각하게 만들어준다.
 마치 고향의 바다로 돌아온 듯한 기분이었다.
 
 그럼, 애수에 잠기는건 여기까지 해두고.
 
「……그래서, 여기서 뭐하니」
 
 시선 끝에 보이는 것은, 입관했을 때 만났던 그 소년이다.
 멍하니 수조를 바라보고 있으니 어느새 내 옆에 자리잡고 지긋이 수조를 응시하고 있던데……주변을 둘러봐도 소년의 가족으로 보이는 사람은 보이지 않았다.
 미아니? 미아인거니?
 
「엄마랑 누나는? 같이 있지 않았어?」
 
 내가 물으니 소년은 조금 생각하고는.
 
「가게에 있었는데. 엄마는 친구랑 이야기. 누나는 인형보고 있었어」
 
 그러니까, 즉, 소년의 일가는 2층 매장에 있고, 어머니는 거기서 친구와 조우, 그럼야 뭐 이야기하겠지. 그 후에도 아마 누나가 같이 있었겠지만.
 
「혼자 나왔어?」
「응, 심심해서. 나오니까 형아 보였어」
 
 그렇군. 누나가 인형을 구경하는 틈에 매장에서 빠져나왔다는 소리다. 그리고 본 적 있는 얼굴이 보여서 무심코 따라왔다니.
 으음, 제법 행동력 높은데. 그런데 여기 4층인데 얘 혼자서 돌아갈 수 있으려나.
 
「가게까지 돌아갈 수 있어?」
「그게, 모르겠어」
 
 그렇겠지!! 라고 반사적으로 튀어나오려 한 말을 삼킨다. 어쩐다냐.
 
「그렇구나, 그러면 미아네」
「응, 엄마랑 누나가 미아야」
 
하하하, 요녀석. 그렇게 받아치냐. 어쩔 수 없지. 만나버린 이상 여행길은 길동무고 세상은 인정인 법이니.
(*여행길은 길동무, 세상은 인정旅は道連れ世は情け : 먼 여행길은 길동무끼리 서로 돕듯이, 세상살이도 서로 도우며 살아가는 법이다)
 
「어떡할래? 찾으러 갈거면 형이 도와줄게」
「응~ 이거 보고 갈게」
 
 소년이 가리킨 것은 산호의 바다였다. 정확하게는 그런 이름이 붙은 수조이다. 높이 2미터 반정도 되는 어떤 원통 모양의 거대한 수조 속의 다양다색의 산호. 그리고 본래 산호초에 생식하는 색색선명한 물고기들이 헤엄치고 있다.
 소년이 힘껏 까치발을 들고 위를 보려고 애쓰고 있지만, 유감스럽게도 키가 부족하다.
 그러자 소년은 말없이 나를 올려보고 셔츠 소매를 잡아당겼다.
 
「왜?」
「형아, 목마 태워줘」
 
 과연.
 체격적으로는 문제 없다. 소년은 작고, 나는 내 나이 치고는 덩치가 큰 편이다. 안전하게 목마를 태우는데 문제는 없을것이다.
 하지만 만약 목마를 태워줬다가 그것을 가족이 보고 따지면 뭐라고 대답해야할지. 어떻게봐도 아들을 목마태워주는 수상한 녀석이라고, 나.
 그나저나, 거의 처음 보는 사람한테 목마태워달라니, 꽤나 유들유들한 녀석일세.
 
「미안, 목마는 아빠랑 왔을 때 태워달라고 해.」
 
 이상한 오해를 받는건 싫으니까.
 그렇게 생각한 나는 상식적인 대답을 했다고 생각한다. 얼굴도 모르는 아버지의 즐거움을 빼앗으면 안되지, 응.
 
「아빠 없는데?」
「아~ 그러면 다음에 아빠랑 같이 오면 부탁해 봐」
 
 내 대답에 소년은 의아한 표정을 짓고, 정확한 의미를 가르쳤다.
 
 
「그러니까 우리 집에는 아빠가 없어. 만난 적도 없는걸.」
 
 그 말을 이해하는데 5초 정도 걸렸다. 인생에서 가장 길었던 5초였다. 말실수를 했다고 생각해 조금 후회했다.
 아무래도, 복잡한 가정인 모양이다.
 그렇기에 함부로 깊이 관여하는 것은 좋지 않다.
 나에게도, 이 아이에게도, 그것은 좋지 않다.
 소년에게는 소년의 사정이 있으니 외부인이 끼어 드는것은 괜한 참견이다.
 
 괜한 참견, 이지만.
 
 
「…………좋아, 알았어. 목마말이지, 형한테 맡겨」
 
 나도 나의 사정이 있다.
 적어도 여기서 소년을 거절하는 것은 내 성미에 못한다.
 그러니 괜한 참견을 좀 하자.
 우선 자기소개가 먼저다.
 
「형은말야, 쿠로야마 요시토(黒山由人)라고  해. 원하는 대로 불러도 돼」
「으음, 그럼. 요시 형아, 요시 형아 목마 태워줘」
「좋아, 꽉 붙잡아라~……영차」
 
 소년이 어깨 위에 오른 것을 확인하고 다리를 꽉 붙잡는다. 중심이 어긋나지 않게 조심하고 허리로 일어선다.
 고향의 개구쟁이들에 비하면 이 정도는 간단하다. 그녀석들은 태연하게 사람 위를 나무처럼 올라오고.
 
「어때, 잘 보여?」
「이렇게 높은거 처음이야, 굉장해!」
「그렇지, 굉장하지? 그런데 목소리 조금만 작게하자」
「네~」
 
 정말 착한 애다. 주의를 주면 바로 반응하고, 집에서도 손이 많이 안가는 아이겠지.
 
「요시 형아, 이 물고기 뭐야?」
「여기 있는 물고기들은 돔일거야. 파란게 파란점자돔이고, 노란색에 검은 줄무늬가 있는게 노란꼬리 자리돔」
「와, 엄청 많이 안다」
「형은 물고기 엄청 좋아하니까. 뭐든 대답해줄게」
「그럼, 그럼----」
 
 소년이 가리키는 물고기를 하나씩 설명해준다. 이래뵈도 나는 주말에 일부러 수족관에 올 정도로 물고기를 좋아하는 사람이다.
 자신이 좋아하는 화제로 기뻐해주니 나도 기쁘다. 누구라도 그럴테지만.
 그래도 뜨거워져서 너무 말하면 상대방을 방치하게 되니 힘조절이 중요하다.
 
 그렇게 소년을 어깨에 올린 채로 수조를 한바퀴 돌고, 천천히 앉아서 내려줬다.
 수조 안의 물고기들은 대부분 설명해줬으니 만족했을거라 생각하는데.
 
「재밌었다. 고마워 요시형아」
「즐거워해서 다행이네」
 
 오히려 도중부터는 내가 더 즐긴듯한 느낌이 들었다. 주로 설명적인 의미로.
 그래도, 슬슬 그의 가족을 찾으러 가야겠지.
 
「좋아~ 그럼 소년. 지금부터 엄마랑 누나를 찾으러 가자~」
「응! 아, 그치만, 그 전에……」
 
 뭐지, 화장실 가고싶나
 라고 생각하고 있으니 소년이 방긋 웃고는.
 
 
「리쿠야. 내 이름, 키타자와 리쿠」
 
 생각도 못한 기쁜 자기소개를 들었다.
 
「좋아 , 리쿠. 수색대 출발이다」
「오--! 출발--!!」
「목소리가 너무 커」
「……출발--」
「오케이, 그럼 갈까」
 
 신나서 걷기 시작한 리쿠를 놓치지 않게 쫓는다.
 그 모습을 보고, 나는 자신이 이곳에 있는 이유라는 것을 아주 조금 찾은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맞다, 요시형아」
 
 뒤돌아서 나를 바라본 리쿠와 시선이 겹치고, 그리고----
 
「요시형아는 왜 혼자야?」
「엣」
 
 하트에 라이트 스트라이트를 맞은 듯한 충격이었다.
 악의 없는 순수한 아이의 질문이, 나의 마음을 때려 날렸다.
 물으면 안되지!! 주말에 혼자 수족관 온 남자 고등학생한테 왜 혼자 왔냐고 물으면 안되지!!
 어린애 주제에 제법이긴. 하지만 이쪽도 시골에서는 나름 인기인이었다. 도시 꼬맹이한테 당할까보냐.
 나는 리쿠의 입을 막을 수 없지만, 그래도 관심을 다른 곳으로 돌리는 것은 할 수 있다.
 여기는 어른스럽게 화려하게 휘리릭 화제를 바꿔서,
 
「같이 올 사람 없었어?」
「……응, 그래」
 
 무리였습니다.
 
 
 
 ■ □ ■
 
 
 
 잠시 후, 수족관의 스피커에서 미아를 찾는 방송이 흘러나왔다.
 역시나, 라고 해야할지. ○△ 구에  사는 키타자와 리쿠군을 가족이 기다리고 있다고 하니 우리들은 1층 입구 로비로 향했다.
 
 도중에 리쿠가 또 수조를 설명해달라고 졸랐지만, 엄마가 기다린다고 설득해서 데려갔다
 다시 생각해봐도 참 간 큰 애다. 보통 이정도 나이대의 아이가 넓은 수족관에서 길을 잃으면 불안해할텐데. 그렇지만 이 녀석은 그런 태도를 조금도 내보이지 않았다.
 이동 내내 계속 신나보였으니, 혹시나해서,
 
「리쿠, 수족관 좋아하니?」
「응, 좋아해」
 
 과연, 동지였나. 좋아하는 장소에서 텐션이 오르면 불안한 마음도 날아가는 법이다.
 
「수족관 좋아졌어」
 
 응? 아니, 나도 안다고 리쿠. 그 기분.
 
「그렇구나, 형도 굉장히 좋아한단다」
「나도 엄청 좋아해」
 
 착한 애구나.
 조금 외로운 휴일이 될줄 알았는데, 의외의 만남이 생겼다.
 물론 혼자서도 즐길 수 있는 수족관이지만, 지금처럼 누군가와 함께 즐기면 기쁨도 더 크다.
 오늘은 정말 좋은 날이었다.일기에 그렇게 쓰자.
 
 마지막 계단을 내려가자 목적지인 입구 로비가 보였다.
 입구에서 쭉 이어지는 곳에 전세계의 바다를 소개하는 큰 패널이 설치되어 있고, 패널 오른쪽의 전시존을 걸어 수족관을 한바퀴 돌고 왼쪽 계단으로 돌아오는 구조이다.
 우리들이 계단을 내려오니, 마침 패널 옆에 기억이 있는 여성이 서있었다. 리쿠의 어머니이다.
 아무래도 리쿠가 어느쪽에서 와도 놓치지 않기 위해 기다리고 있는 모양이다.
 누나는 모습이 보이지 않지만, 찾으러 갔다가 엇갈렸겠지.
 아무튼, 무사히 합류할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
 
「엄마!! 찾았다!」
 
 달려오는 리쿠의 모습에 어머니가 안심한듯이 웃으며 양손을 벌리며 리쿠를 안는다.
 
「릿군, 괜찮았니? 정말, 혼자 가면 걱정하잖니?」
「응, 미안해요.」
 
 꼬옥 안긴채로, 역시나 묘하게 안심한 얼굴로 리쿠도 웃고 있었다.
 그렇지, 거기에 있는게 제일이지.
 괜한 참견도 슬슬 끝낼 때다.
 
「엄마, 있잖아. 요시형아 엄청 대단해. 물고기 이름 전부 알고있어」
 
 리쿠의 발언에 이끌려, 어머니의 시선이 나에게 향한다.
 어째서일까. 물끄러미 쳐다보면 왠지 민망하다.
 리쿠의 어머니는 미인이었다. 누나가 중고등학생으로 보였으니 30대 중반쯤이겠지만, 그것보다도 젊어보인다.
 그 사모님에게 가볍게 미소지으려한 나는,
 
「어머, 당신은」
「아, 안녕하세혀」
 
 말을 더듬었을 뿐 아니라, 혀까지 꼬였다. 사라져버리고 싶다.
 
「요시 형아가 같이 찾아줬어」
「어머나, 아들이 신세졌습니다. 감사합니다.」
「아, 네. 아뇨, 정말로 별거 아니니까요.」
 
 단어가 많이 빠져있지만, 대충 무슨말인지는 헤아려 줬겠지.
 애매한 마지막이 됐지만, 뭐 됐어. 오늘은 저녁당범이고, 아쉽지만 돌아가자.
 내가 키타자와 모자에게 작별인사를 하려 했을 때,
 
「릿군!」
「아, 누나!」
 
 우리들이 이야기하는 사이에 왔는지, 몇시간 전에 봤었던 소녀, 즉, 키타자와 누나가 리쿠를 꼭 껴안는다. 어머니랑 완전히 똑같은 리액션, 아 가족이구나, 라는 당연한 생각을 해버린다.
 
「미안해. 내가 한눈팔아서 이런 일이……안무서웠어?」
 
 자신의 탓으로 리쿠가 미아가 됐다고 생각한걸까. 누나쪽의 다급함은 보는 것만으로도 안쓰러움이 느껴졌다.
 그러나 정작 그 본인은 방긋 웃고는,
 
「으응, 요시형아가 있어서 재밌었어!」
「우에?! 아-- 그」
 
 설마했던 킬러패스. 게다가 이상한 목소리까지 나와버렸다.
 여기서 처음으로, 누나쪽과 눈을 마주친다.
 유전자가 완벽하게 일을 했겠지. 리쿠가 귀여운 미소년, 엄마가 미녀라면 그녀는 미소녀였다.
 현역 모델이나 아이돌이라해도 완벽하게 믿을 것이다.
 당당한 눈동자와, 살짝 웨이브진 흑발.
 모노톤 색의 옷도 깔끔하고, 간단히 말하자면, 엄청 귀엽다.
 눈이 마주치면 그것 만으로도 긴장될 정도다.
 
「그래서, 그, 당신은……」
「시호. 그 분이 리쿠를 데려와 주셨어.」
 
 상황을 이해하지 못했는지 말이 막힌 그녀를 보고 어머니가 보충설명을 해준다.
 솔직히 고마웠다. 시선을 돌리는건 실례고, 그렇다고 계속 바라보는것도 부끄럽다.
 그리고 사정을 들은 그녀는 자세를 바로잡고,
 
「그랬군요. 동생을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시, 신경쓰지 마, 세요. 오히려 대화상대가 생겨서 좋았으니까」
 
 이, 이거면 되겠지? 딱히 이상한 말은 안했지?
 이렇게 귀여운 애랑 이야기하는건 처음이다. 한심하지만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심장이 두근두근해서 말을 잘 할 자신이 없다.
 진정해라, 내 심장. 이래서야 단순한 거동의심자라고.
 좋아, 평정심평정심……이제 집에 가도 될까나. 집에 가서 저녁 준비해도 될까나.
 아니, 그 키타자와가 분들은 아직 수조관을 구경할테니까.
 
「죄송합니다. 전 할 일이 있어서 슬슬 실례합니다.」
「그런가요? 뭔가 사례라도 하고 싶었는데 유감이네요. 리쿠를 도와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죄송합니다, 그래도 정말 신경쓰지 마세요. 라고 대답하고 리쿠 앞에 주저앉아 똘망똘망한 눈동자를 바라본다.
 
 
「형은 이제 가야 돼」
 
 그렇게 말하니 명백하게 리쿠의 표정이 구겨졌다. 나도 같은 기분이었다.
 
「오늘은 리쿠 덕분에 즐거웠어, 고마워」
 
 언제까지 기억할지는 모르겠지만.
 이 아이의 기억에 남는 내 얼굴이 좋은 미소이기를 바라며 이별의 말을 고했다.
 
「바이바이, 리 「싫어」
 
 작은 입에서 나온 『싫어』라는 말에 내 입이 막힌다.
 그러자 리쿠는 당장이라도 울 것 같은 얼굴로,
 
「이제 못만나는건 싫어. 좀 더 물고기 이야기 하자」
 
 잘 따른다는 자각은 있었다. 마음의 틈새를 묻는 형태였지만, 나를 마음에 들어한다는 것을.
 그렇지만, 이것은 자업자득이었다. 이렇게 되는 것이 싫었다면 바로 접수대까지 데려갔으면 됐었으니까.
 그러니까, 이것은 목마의 마무리다.
 힐끔 어머님에게 시선을 돌리자 웃으며 고개를 끄덕여 주었다. 나에게 맡기려는 모양이다.
 
「리쿠, 내 말 들어줄래?」
「……응」
 
 마음에 제대로 전해지도록, 확실하게 눈을 바라본다.
 
「나는 이별이 나쁘기한 한 게 아니라고 생각해.」
「왜? 만나지 못하면 외로운데?」
「응, 나도 외로워」
 
 나는 리쿠의 작은 손을 잡고 말을 잇는다.
 평소라면 부끄러워서 하지 못할 말이지만, 이 아이 앞에서는 말할 수 있다. 이상하지만 싫지 않았다.
 
「하지만 외롭다고 즐거웠던 일들이 사라지거나 없어지는건 아니야. 그렇지?」
「……그럴, 지도」
「적어도, 나는 잊지 않아」
「그럼 나도 안잊을래. 계속 안잊을래」
「그럼 『잊지 말자』와 『바이바이』의 악수를 할까」
 
 그 말을 천천히 씹어삼키듯이 리쿠가 나를 보았다. 그 얼굴에는 이미 대답이 쓰여져 있었다.
 
 
「바이바이, 요시 형아」
「잊지 않을게, 리쿠」
 
 서로 손과 손을 잡는다.
 서로가 서로를 잊지 않기 위해.
 작은 친구와의, 커다란 추억을.
 우정에 나이는 관계없다는 것을 이렇게 배울 줄은 몰랐다.
 그들에게 등을 돌리고 걷기 시작한다.
 내일도 학교에서 친구가 생길것 같지는 않지만, 당연히 여자친구도 없지만, 오늘을 잊지 않으면 괜찮을 거라는 그런 느낌이 들었다.
 
 그러나, 로비에서 떠나는 나를 향해, 리쿠의 어머니는 이렇게 말했다.
 
「죄송해요.  조금만 더 시간을 내줄 수 없겠나요?」
「…………네?」
 
 
 이것은 주말의 수족관에서 만난 키타자와 소년과, 나의,  조금 더 계속되는 이야기.


짧은 프롤로그에서 방심했다가 이어지는 막대한 분량에 좌절하는 흔한 패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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