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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리마스SS】치하야「겹쳐지는 고동과, 새로운 스타트」

댓글: 5 / 조회: 1445 / 추천: 4



본문 - 03-19, 2018 22:41에 작성됨.

줄곧 나는 과거에 얽어매어져 있었다. 어린 과거에 짊어진 죄, 그 죄를 갚아가기 위한 노래를 부르기 위해서만 살아왔다.
노래를 부르고 또 불러도, 나를 얽맨 사슬은 억세게 나를 조르고 있었다. 결국에는 그 얽매인 부분에서 피가 흐리기 시작했다.
그래도 나는 계속 노래했다. 그것 밖에 죄를 갚을 방법이 떠오르지 않았다. 이대로 문드러져도 상관없다고, 그저 우직하게 노래를 계속했다.
하지만 소중한 동료와 만나, 함께 걸으며 나는 그 과거로부터 해방되었다. 동료가 내게 자신을 얽어매오던 사슬을 끊어낼 용기를 주었다.
그때부터 나의 노래는 극적으로 바뀌었다. 얽매인 목에서 기도를 쥐어짜는 것만 같던 노래가, 부드럽고 명랑하게 바뀌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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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코딩 스튜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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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신곡 녹음을 하고 있다. 765프로가 더욱 높은 곳으로 향하기 위해서 중요한 곡. 우리들을 인도하는 빛나는 꿈의 아름다움을 곧장 전하는 노래.
 그 가사와 멜로디에 호응하며 내 노래도 크고 높게 튀어 오르듯 울려 퍼진다.


치하야 「We can do it now♩」
디렉터 「오케이! 수고했어. 좋은 목소리 잡혔어.」
치하야 「네! 수고하셨습니다!」


 신곡 녹음을 마치고 부스에서 나오자 스태프들의 박수가 나를 맞아주었다.
 나는 그 박수에 인사를 했다. 좋은 노래를 불렀다고 스스로도 확신할 수 있어서, 너무나 만족스러운 기분이었다.


디렉터 「치하야의 노래, 무지 상냥해졌단 말이지. 듣고 있으면 기분이 다 좋아져.」


 그 말에 안도했다. 이 디렉터 분은 쭉 전부터 신세를 지던 분이다. 내 노래를 계속 들어주며 이끌어주신 분.
 처음은 조금 불안했다. 내 바뀐 노래가 이 분께 어떻게 들릴지 몰라서.
 그렇지만 웃으며 내 노래를 칭찬해주는 것을 보면, 자신을 가져도 좋다고 생각했다. 내 노래는 좋은 방향으로 바뀌었다고.
 그러니까 나는 그 마음을 곧장 전하였다.


치하야 「네! 저도 노래하면서 너무 즐거웠어요. 다음 기회에도 잘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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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65프로 사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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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렇게 좋은 기분으로 사무실로 돌아오자, 프로듀서와 오토나시 씨가 곤란한 표정으로 손에든 편지를 바라보고 있었다.
 두 사람의 앞에는 「키사라기 치하야」라고 쓰인 상자가 보였다. 그 상자는 눈에 익었다.라이브 때 입구 바로 옆에 놓는 선물Box이었다.
 그렇다고 한다면 두 사람이 지금 손에 든 것은 팬이 보낸 편지이겠지. 회장까지 발을 옮겨서 일부러 우리들을 위해서 붓을 들어 써주신 팬 여러분의 마음이 담긴 선물.
 과거에 얽매여 있던 시절의 나조차도 그 편지들에는 마음이 떨려왔다. 내가 착실히 걸어가고 있다고 할 수 있는 제일가는 선물이, 이런 편지였다.
 그럼 어째서 두 사람은 그걸 보고서 저렇게 곤란하단 표정을 짓고 있는 것일까?
 두 사람은 아직 내가 온 것을 모르는 것 같아서, 깜짝 놀라지 않도록 목소리를 조절해서 물었다.


치하야 「저, 수고하셨습니다. 무슨 일이 있었나요? 두 분 다 어쩐지 곤란한 표정이라」


 제 질문에 깜짝 놀라는 두 사람. 오토나시 씨가 슬쩍 손에 들고 있던 편지를 등 뒤로 감추며 대답했다.


코토리 「삐욧?! 치하야 돌아와 있었니?! 수수수수수수수고 많았어. 삐요삐요.」


 명백히 이상한 태도. 그걸 보고서 어렴풋이 짐작이 갔다. 분명 편지에 쓰여 있는 내용은 그다지 좋은 내용이 아니겠지.
 빤히 오토나시 씨가 숨긴 편지 쪽을 바라보고 있자, 프로듀서가 주의를 끌려는 것처럼 나와 오토나시 씨 사이로 끼어들며 말했다.


P 「여~ 수고했어. 녹음은 잘 끝났어? 피곤하지? 자, 소파에 앉아서 쉬고 있어. 코코아 타 올 테니까.」


 어째선지 평소보다 말이 빠른 프로듀서. 그걸 보고 의심이 확신으로 바뀌었다. 역시 둘이 본 편지는 내가 보면 안 좋은 것이었겠지.
 나는 이제 신인이 아니다. 내 노래를 들은 모슨 사람이 긍정적인 관심을 가지는 것이 아니란 것은 알고 있다.
 비방에 가까운 반응도 적지 않게 있었다, 가능한 그게 내 눈에 닿지 않도록 프로듀서나 오토나시 씨가 지켜주고 있는 것도 알고 있다.
 만일 오토나시 씨가 숨긴 편지가 그런 종류의 것이라면 버려버리면 됐을 것이다. 저렇게 곤란한 표정으로 편지 내용을 보고 있을 필요가 없다.
 분명 그 내용이 부정적인 것이라도 내게 있어서 중요한 것이어서 두 사람은 그 취급에 곤란해 하고 있었다고 생각한다.
 그러니까 나는 그걸 읽고 싶었다. 내가 더욱 높은 곳으로 나아가기 위해서.


치하야 「저기 오토나시 씨가 지금 숨긴 걸, 제게 보여주시겠어요?」


 오토나시 씨는 내 의사를 들어주고 싶었는지, 우물쭈물 등 뒤에 감춰뒀던 편지를 책상 위에 올려놓고 프로듀서의 의사를 확인하는 것처럼 시선을 옮겼다.
 프로듀서는 곤란한 것처럼 표정을 굳히고 머뭇거리다, 오토나시 씨를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 그걸 본 오토나시 씨는 천천히 내 쪽으로 편지를 내밀었다.
 나는 그걸 손에 들고 쓰인 내용을 눈으로 좇았다. 깔끔한 글씨로 써진 문장. 제대로 정중하게, 내게 마음을 전하고자 했던 것이 느껴진다.
 편지를 읽어나가다, 어떤 문장이 눈에 들어와 가슴께가 욱신거려왔다.


── 치하야의 노래, 변해버렸네. 나는 옛날 치하야의 노래 쪽이 더 좋았어.


 과연 이건 확실히 두 사람이 저런 얼굴을 하는 이유를 알았다. 부정적인 감정이 얼굴에 드러나 있었던 것일까, 프로듀서가 내게 말을 걸어왔다.


P 「…치하야의 노래는 변했어. 그래도 나는 엄청 좋은 변했다고 생각해. 이전까지는 다른 가수에게 없던 가슴을 꿰뚫던 날카로움이 있었지만, 너무 날카로워서 슬퍼지기도 했었으니까.」


 프로듀서가 또박또박 신중하게 말을 이어갔다.


P 「그래도 변화에 따라가지 못하는 사람도 있어. 자기가 좋아했던 게, 모습을 바꾸는데 강한 불안을 느끼는 사람은 반드시 있어. 악의가 있는 게 아냐. 무서운 거야. 정말로 좋아했다면 더더욱.」


 오토나시 씨가 그 말에 슬픈 표정을 지었다. 내 문제를 자기 일처럼 슬퍼해주는 얼굴을 보지 살짝 안심감이 들었다.


P 「분명 이 사람은 정말로 치하야를 좋아했으니까 무서운 거야. 자기가 좋아하던 치하야가 없어져 버린 게 아닌가 싶어서」
P 「그러니까 치하야에게 상처를 줄 수도 있다고 해도, 커다란 갈등이 있었어도, 그걸 전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게 아닐까.」


 살짝 편지를 책상에 내려놓았다. 어쩐지 편지를 쓴 팬의 마음이 꾹 무겁게 어깨가 짓눌리는 것만 같아서 제대로 앞을 볼 수가 없었다.
 프로듀서는「코코아를 타올게.」라고 급탕실로 향했다. 나는 소파에 앉아서 그걸 기다리고 있었다.
 소파에 앉자, 어깨에 오른 무게가 조금은 가벼워진 기분이 든다.
 천장을 멍하니 바라보며 생각에 빠져들었다.
 그 편지는 내가 요즘 안아왔던 애매한 의문을 문자로 써서 명확하게 만든 것만 같았다.
 과거로부터 해방된 나의 노래는 변했다. 밝고 부드러워졌다. 그래도 변한 것은 노랫소리만이 아니었다.
 내 노래에 대한 마음도 변했다. 분명 노랫소리보다도 훨씬 크게 변해버렸다.
 이전까지 노래는 내 존재 그 자체였다. 노래를 부르는 것만이 내 존재의의였다.
 그래도 지금은 다르다. 내게는 소중한 동료가 있고, 팬들이 있고, 언젠가 되찾고 싶은 가족도 있다.
 그 수많은 사람들과의 인연 속에서 나는 존재하고 있다. 분명 노래를 부르지 않아도 나는 제대로 그 안에서 살아갈 수 있다.
 그걸 안 순간, 내 노래가 내 노래가 아니게 되었다. 나를 움직이게 하던, 드러내진 심장의 고동이 들리지 않게 되어버렸다.。
 밝고 부드러운 지금의 노래는, 분명 마음이 편안해진다. 자화자찬이겠지만 쭉 듣고 싶다고 생각한다. 그래도 마음속에 있었을 터인 붉은 불꽃은 분명 이제 다 꺼져버린 것이다.
 지금의 내 노래는 확실히 내 노래일까? 근본적으로 「지금의 키사라기 치하야의 노래」는 대체 어떤 노래일까?
 그런 의문을 그 편지는 심플하게 전하고 있었다. 키사라기 치하야는 지금, 키사라기 치하야 자신의 노래를 제대로 부르고 있는 거냐고.
 응어리진 마음을 토해내는 것처럼 한숨을 내쉬었다. 슬픈 것인지, 불안한 것인지, 무서운 것인지, 여러 감정이 엉망진창으로 엉켜버렸다.
 그저 하나 확실하게 안 것은 그 편지를 읽어서 다행이었다. 의문이 애매한 채로는 물을 수조차 없다. 그렇지만 덕분에 물어봐야할 명제는 명확해졌다.
 이 엉망진창인 감정은 그렇기에 태어날 수 있었던 감정이다.


 나는 그것과 마주보지 않으면 안 된다. 자신의 노래를 제대로 부르기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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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65프로 시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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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찾는다.』
 어쩐지 여러 곳에서 자주 듣는 말이지만 현실은 그렇게 간단하지 않았다.
 분명 속죄와 운명의 사슬은 나를 얽매고 있으면서도, 동시에 등을 밀어주고 있었다고 생각한다.
 나는 거기에 따르기만 하면 될 뿐인 마리오네트였다. 막상 사슬을 끊어내 버리자, 혼자선 걷는 법조차 모르는 텅 빈 마리오네트.
 그렇게 움직이지 못하는 내게 신곡에 대한 이야기가 들어왔다. 오늘은 그 설명을 듣기 위해서 시어터에 들렀다.


시즈카 「치하야 씨 안녕하세요!」


 시어터의 사무실에 들어서자, 활기찬 목소리로 모가미 씨가 인사를 해줬다. 평소보다 반음 높은 목소리. 분명 좋은 일이 있었을 것이다.


치하야 「안녕, 모가미 씨.」


 대조적으로 내 목소리는 반음 낮았다. 새로운 곡을 받는 날임에도 불구하고, 역시 어깨에 내려앉은 무게는 그대로 무거웠다.


시즈카 「치하야 씨! 저기 신곡 듀엣, 잘 부탁드립니다!」


 모가미 씨는 똑바로 내 눈을 바라보며 그렇게 말하고, 꾸벅 고개를 숙였다. 모가미 씨의 눈은 두근거림을 감추지 못 하는, 반짝이는 눈이었다.
 실례이겠지만, 이렇게 기뻐하는 모가미 씨는 드물다. 항상 무언가와 싸우는 것처럼 날이 선 인상이니까.
 어라? 그것보다 그 전에, 지금 모가미 씨 『신곡 듀엣』이라고…?


치하야 「모가미 씨… 혹시 신곡은 듀엣으로 부르는 거니…?」
시즈카 「아앗, 죄송해요! 혹시 아직 프로듀서한테 듣지 못 하셨나요?」
시즈카 「다음 신곡, 저랑 치하야 씨가 듀엣으로 부른데요! 동경하던 치하야 씨와 둘이서 노래할 날이 오다니, 너무 기뻐요!」



P 「그렇게 돼서, 이게 신곡의 악보야.」


 프로듀서가 신곡의 설명을 하시고, 데모 데이터와 악보를 주셨다.
 바로 나는 악보를 훑어보았다. 서로 견제하면서 조용히 들고 일어나, 절정에서 한 방에 찌르는 것과 같은 격렬함을 보여주는 곡이라는 인상.
 머리가 리듬을 타려는 것보다 전에, 강렬한 위화감이 들었다? 어라? 이 곡은 듀엣일 터. 그렇다면 결정적으로 부족한 것이 있었다.のがある。
 옆에 있던 모가미 씨에게 시선을 옮기자, 그녀도 곤혹스러워하는 표정이었다. 그녀는 그대로 쓱 손을 들며, 프로듀서에게 물었다. 그 내용은 내 의문과 같은 것이었다.


시즈카 「저기? 하모니 파트가 안 보이는데요?」


프로듀서가 그 질문에 무언가 의미있는 것처럼 웃음을 지으며 답했다.


P 「신곡인 『얼라이브 팩터』는 하모니가 없는 듀엣이야. 마음껏 겨루어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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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65프로 시어터
레슨 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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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하야 「죄송합니다, 다시 한 번 부탁드릴게요.」


 오늘은 모가미 시와 함께 보컬 레슨. 원래라면 선배인 내가 모가미 씨를 리드해야만 하겠지만, 계속 내가 NG를 내고 있었다.
 아무리 해도 내가 생각하는 노랫소리와 실제로 나는 소리가 일치하는 않는다. 이 곡이 가진 날카로움을 노래할 이미지는 있는데 목소리가 거기에 따라오질 않는다.
 이전의 나라면 분명 부를 수 있었던 날카로움. 나는 그걸 잃어버리고만 것일까?
 기억 속의 그 피투성이의 나날을 떠올리려던 찰나에 트레이너 분이 양손을 마주치는 소리가 들려왔다.


트레이너 「일단 좀 쉴까요.」


 그 말에 나는 일단 생각을 멈췄다. 답답한 마음을 리셋하려는 듯 찬 물을 들이켰다. 위로 떨어지는 차가움이 내 몸을, 사고를 제로로 되돌린다.
 문득 한숨 쉬었다 싶을 때, 옆에서 걱정스러운 듯 모가미 씨가 말을 걸어왔다.
 

시즈카 「저 치하야 씨? 괜찮으세요? 어쩐지 골똘히 고민 중이신 것 같아서요…」


 모가미 씨의 표정은 뭔가 사양하는 것처럼 조금 딱딱했다. 내가 모가미 씨에게 이런 표정을 짓게 했다고 생각하니 죄악감이 싹튼다. 그 죄악감을 억누르며 밝아보이는 목소리로 답했다.


 치하야 「미안해. 나 때문에 레슨진행이 안 돼서」


 모가미 씨는 ‘앗’하고 살짝 당황하더니 대답했다.

시즈카 「아니요, 치하야 씨랑 레슨을 받을 수 있어서 저는 기뻐요. 치하야 씨의 노래는 너무 아름다워서 정말 공부도 됐고요.」
시즈카 「그런데도 치하야 씨는 납득이 가지 않는 것 같단 기분이 들어서, 그래서…」


 모가미 씨가 마을 잇지 못하고, 침묵이 흘렀다. 아아 틀렸어. 모가미 씨는 나를 동경해주고 있고, 이 곡을 부르는 것을 기대해주었는데, 나는 거기에 답해줄 수가 없어.
 이럴 때 어떤 말을 건네야만 좋은 걸까? 아미나 마미처럼 익살을 떨거나, 하루카처럼 긍정적으로 웃을 수 있으면 좋겠지만 내가 그런 걸 할 수 있을 것 같지도 않아.
 내가 품은 무게를 전하는 것도 어쩐지 아닌 것 같았다. 이건 내 문제다. 모가미 씨에게 말해버리면 분명 그녀에게도 이 무게를 짊어지게 하겠지.
 적절한 말을 찾아서 골몰히 고민을 하던 중, 당당한 모가미 씨의 목소리에 생각이 끊어졌다.

시즈카 「저 상당히 건방진 말을 할게요. 죄송합니다.」


 모가미 씨를 바라보자, 그녀는 무언가 커다란 결의를 한 것처럼 힘이 담긴 표정을 짓고 있었다.


시즈카 「저는 이루고 싶은, 이뤄야만 할 꿈이 있어요.」
시즈카 「그러니까 지고 싶지 않아. 함께 노래하는 게 치하야 씨라서 더욱 저랟로 지고 싶지 않아요.」


 그 말에 마음속에 화르륵 불씨가 피어올랐다. 약간이지만 사라졌다고 생각했던 열기를 되찾은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
 미지근한 열기가 굳어진 생각을 녹이기 시작했다. 두근두근 고동이 뛰는 것이 느껴진다. 이 리듬에 너무나 마음에 편해져서, 자연스레 입꼬리가 올라갔다.


치하야 「그러네. 나도 같은 기분. 서로 열심히 하자.」
시즈카 「네! 잘 부탁드립니다!」


 그 뒤로 이어진 레슨은 어느 정도 잘 풀렸다. 아마도 모가미 씨의 말이 나를 앞으로 이끌어준 것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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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65프로 사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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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곡 녹음을 며칠 앞둔 어느 날, 프로듀서에게 먼저 녹음을 마친 모가미 씨의 가창 데이터를 받았다.
 곧바로 휴대용 음악 플레이어에 데이터를 넣어달라고 해서, 그녀의 노랫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전에 내게 고했던 그 말 그대로, 그녀의 노랫소리는 격렬했다. 1프레이즈, 1소절 모든 소리에 현재의 실력과 열기를 때려 넣는 것만 같은 격렬함.
 그 열기에 닿자, 나도 바로 노래를 하고 싶어져서 배길 수가 없었다. 마음이 넘쳐흘러서 몸이 터지려는 것을 막으려는 듯이 자연히 노랫소리에 흘러나왔다.


치하야 「흥흐-응♪ 흐-응흥흐흥♪」

 눈을 감고서 자신의 노랫소리에 정신을 집중한다. 과거에 몸을 베어내는 것만 같은 날카로움과 다른, 지금의 명랑함과도 다른, 새로운 감정이 자신의 안에 뿌리내리려는 것을 알았다.
 한 곡 노래를 쭉 부르고 눈을 뜨자, 낯익은 리본을 한 여자아이가 얼굴 가득 미소를 띠고 서있었다.


치하야 「그게… 언제부터 거기 있었어, 하루카?」


 곤혹스러워하는 내 물음에 하루카가 변함없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하루카 「에헤헤, 언제나 하루카 씨는 치하야 곁에 있어.」


 …살짝 그 대답에 열 받아서, 나는 하루카의 뺨을 꾹 꼬집었다.


하루카 「으퍼으퍼, 믜암믜암, 샤실움 치흐아가 느래하 때 드러와써」


 아무래도 내가 노래하고 있던 도중에 하루카는 사무실에 돌아온 것 같았다. 하루카의 뺨은 부드러웠다는 아무래도 좋을 일을 생각하면서, 그 뺨을 해방시켜줬다.


하루카 「정말~ 아팠어 치하야♪」


 그렇게 항의하면서도 기뻐하는 목소리인 하루카. 부끄러움을 숨기기 위해서 살짝 잡아당긴 정도였으니까 아프지는 않았겠지.
 어쩐지 그 감정도 하루카가 꿰뚫어 본 것 같아서 이럴 거면 더 세게 했던 편이 좋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고 있자, 하루카가 말을 이어갔다.


하루카 「헤헤, 그래도 치하야가 기운차린 것 같아서 다행이야.」


 그 말에 한숨이 흘러나왔다. 내가 벽에 부딪힌 걸, 하루카한테는 다 들켰던 모양이다. 무리도 아니지, 그만큼 하루카와 함께 많은 나날을 쌓아왔으니까.
 그런 하루카니까, 숨기는 것 없이 이야기할 마음이 들었다.


치하야 「모가미 씨와 듀엣을 하게 돼서, 새삼 깨달았어. 나는 아직 한참 멀었다고」
치하야 「내가 선배인데, 그녀에게 배우는 일이 많아서」


 원래라면 선배로서 모가미 씨를 이끌어나가야 하는 입장인데, 벽에 부딪힌 나를 모가미 씨가 이끌어주고 있다. 이래서는 누가 앞에 서있는지 알 수가 없다.


하루카 「응, 그러게. 나도 미라이랑 듀엣해보고 같은 기분이 들었어.」


하루카의 표정이 살짝 변했다. 무언가를 용서하는 것 같은, 격려하는 것만 같은 미소.


하루카 「나는 미라이보다 조금 앞을 걷고 있으니까, 좋은 모습을 보여주겠다고 힘을 줬었어.」
하루카 「여러 가지를 가르쳐주기도 했지만, 가르쳐준 만큼 잔뜩 자신에게 부족한 점이 보여서, 뭔가 좀 아닐까 싶었어.」


 하루카는 그 말을 이어가며, 한 박자 쉬었다. 가슴 앞에 꼭 양손을 쥐고 똑바로 앞을 바라보며 기쁜 듯이 말했다.


하루카 「그래도 기뻤지. 그건 아직 더 성장할 수 있다는 말인걸.」


 쓱 기분 좋은 바람이 불어온 기분이 들었다. 하루카가 같은 상황을 그렇게 볼 수 있구나. 엄청 멋있다고 생각했다.
 부정적인 나로서는 도저히 그런 생각을 하지 못 했겠지. 하루카의 말이 자기 자신을 용서할 용기를 주는 기분이 들었다.


치하야 「그러게, 나도 그렇게 생각하고 싶어. 그걸 위해서 난 전력으로 이 노래에 모가미 씨에게 도전하고 싶다고 생각해. 고마워, 하루카.」


 솔직한 기분으로 감사를 하자, 하루카가 ‘헤헤’라면서 부끄러운 듯 웃음 짓고 있었다.


############
765프로 시어터
정례공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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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은 765프로 시어터 정례 라이브. 오늘 이 라이브에서 나와 모가미 씨의 신곡을 피로한다. 녹음은 각각 했으니까, 둘이서 한 곡을 끝까지 진심으로 부르는 것은 처음이다.
 무대 뒤에서 순서를 기다리면서 마이크를 든 손이 떨려온다. 긴장 때문이 아니다, 이제까지 느껴본 적이 없던 기분.


시즈카 「치하야 씨, 잘 부탁드려요.」


 모가미 씨와 시선을 마주한다. 그녀의 눈동자 속, 푸른 불길이 흔들리고 있는 것을 알았다. 그걸로 이해했다. 내게 지금 태어난 마음을.
 아련히 불씨만 흩날리고 있던 나의 불길이, 일순 확 강하게 타올랐다. 그 열에 몸을 전부 맡기며, 모가미 씨에게 대답했다.


치하야 「그래, 잘 부탁해.」


 그리고 스테이지가 시작됐다. 인트로가 끝나고, 모가미 씨가 노래하기 시작했다.
 그것을 들은 순간, 몸이 부르르 떨려왔다. 굉장해. 음성 데이터로 들었을 때보다도 날카로움도 격렬함도 더해져 있어. 그녀가 얼마나 이 스테이지에 마음을 쏟아 부었는지 직접 전해져 온다.
 그리고 내 파트가 찾아왔다. 모가미 씨의 찌르는 것만 같은 노랫소리를 받아내는 것처럼, 그리고 맞받아치듯이 나도 신경을 곧추세웠다. 강하게, 더 강하게 내 소리를 울리게 한다.
 한 호흡 쉬고, 나와 모가미 씨의 노래가 겹쳐지는 파트. 쾅 강한 충격이 몸을 꿰뚫는 느낌이 들었다.


『절대로, 지지 않아.』


 부딪히는 노랫소리를 통해서 모가미 씨의 마음이 전해져온다. 심장을 밖으로 꺼내서,  그 고동을 직접 들이밀어진 것만 같은 감각.
 그녀의 그 고동을 듣고 강렬하게 내 밑바닥에서부터 열이 끓어올라온다. 내 속에 굳어져 있던 마그마가 뿜어져 나오는 것 같은 감각.


『나도, 절대로,지지 않아.』


 분명 이 말은 지금까지도 오디션이나, 페스 때마다 되풀이해왔다고 생각한다.
 그래도 지금 와서 깨달았다. 과거의 나는 진심으로는 그런 걸 티끌만큼도 생각하지 않았었다. 그도 그런 게, 그때의 기분과 지금의 기분은 전혀 다르니까.
 나는 혼자서 노래하고 있었다. 자신의 이상을 노래하는 것에만 집착해서, 높기만 한 하늘만을 올려보고 있었다.
 그랬기에 몰랐었다. 그리고 모가미 씨와 이 곡을 통해서, 처음으로 알았다.
 누군가의 열이 나를 이렇게나 밀어 움직이게 한다는 것을, 그리고 내가 이렇게나 지기 싫어했다는 것도.
 나의 그런 부분을 자각한 순간, 마음에 지펴진 불길이 격렬한 소리를 내면서 타올랐다.
 과거의 요란하게 타오르던 붉은 불길이 아니라, 조용히 뜨겁게 타오르는 푸른 불꽃.
 그 열은 어깨를 짓누르던 무게를 모조리 불살라버리고 내 안에 사라지지 않고 남아있던 낡은 쇠사슬을 모조리 불태웠다.
 그 사슬에 이어져 있던 것들이 풀려나, 기어가 철컥하고 맞물리는 소리가 났다. 그 소리가 난 순간, ‘확’하고 떠오르는 느낌이 들었다. 아무래도 나는 무의식중에 점프를 해버린 것 같다. 몸이, 마음이 해방된 순간을 기뻐하는 것처럼.
 중력에 되돌려져서, 양발이 땅에 닿는다. 두 개의 발에 묵직하게 체중이 느껴진다. 그걸 신호로 목이 자연스럽게 노랫소리를 연주한다.
 그 노랫소리에 스스로도 깜짝 놀랐다. 그 목소리는 맹렬하고, 거칠다. 소리와 소리의 연결에 정신을 집중하던 지금까지의 노래와 달랐다. 내 외침을 때려 넣는 것만 같은 노래.
 내 노랫소리의 변화에 놀랐는지, 모가미 씨의 노래가 살짝 흔들렸다. 하지만 그건 잠깐의 몇 박자뿐이었고, 금방 원래대로 돌아왔다. 아니, 그뿐만이 아니야. 모가미 씨의 노랫소리도 거칠어지고 있ᄋᅠᆻ다.
 모가미 씨의 열기가 훅 올라온다. 그 열기를 느끼며 나도 불길을 높이 불살라 올린다. 서로가 상대의 열기에 휘감겨 불타지 않도록, 개개의 화력을 높여간다.
 조금도 긴장을 풀 수 없다. 한 순간의 방심에 목숨을 빼앗길 것만 같은 절박함. 객석에 앉은 사람들을 볼 여유조차 없었다. 소리를 쥐어짜내며, 때려 넣는 것만으로도 벅찼다.
 두근두근 나와 모가미 씨의 고동이 공명한다. 감정이 뒤섞이는 것 같은 감각. 그 고동을 들으며, 나는 이해했다.
 격렬한 분노. 견딜 수 없는 폐색감. 시곗바늘이 귀를 찌르는 초조감.


 그랬구나, 너도 사슬에 얽매여 있었던 거네.
 미안해. 나는 그 사슬을 끊을 방법을 모르겠어.
 그도 그런 게, 나와 너의 문제는 다르니까.
 그래도 너라면 괜찮아. 분명 나보다 더 잘 사슬을 끊어낼 테니까.
 내가 할 수 있는 건, 네가 멀리까지 마음을 울릴 수 있도록, 온힘을 다해 부딪히는 것.


 그러니까 같이.


 그리고 곡은 마지막 한 박자에 도달해간다. 나도 모가미 씨도, 멀고 길게 그 소리를 울려 퍼트린다. 이 한 때가 끝나버리는 것을 아쉬워하듯.
 곡이 끝나고, 한 순간 정적 뒤 회장이 무너질 것만 같은 박수갈채가 우리들을 맞아주었다.
 그 박수에 감싸여, 우리들은 서로를 마주봤다. 모가미 씨는 최고의 미소를 짓고 있었다. 분명 내 표정도 같을 거라고 생각한다.
 서로 이끌리듯 서로가 서로에게 걸어가, 포옹을 나눈다. 열기가 마저 식지 않은 몸을 서로의 체온으로 식히는 것처럼.


시즈카 「치하야 씨… 고맙습니다…」


 모가미 씨의 목소리는 울먹울먹했다. 고양된 감정이 전부 흘러나와 버린 것이라고 생각한다.


치하야 「나도… 고마워… 모가미 씨…」


 아아 나도 같아. 도저히 말로는 할 수 없어.
 이렇게나 좋은 라이브였으니까, 분명 서로 여기부터 좋은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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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65프로 시어터
옥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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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 「너희들 모두 잔 채웠어? 그럼 라이브 수고했다 건배───!!」


 공연이 끝나고 오늘은 출연이 없었던 모두가 준비해준 뒤풀이가 시작됐다.
 나는 아직 라이브 때 느낀 고양감이 덜 빠져, 어쩐지 둥실한 기본이었다.
 아직도 여운에 빠져 있어서, 북적이는 장소에서 떨어진 구석에서 물을 마시고 있자, 모가미 씨가 음식을 가져다 주었다.


시즈카 「치하야 씨, 이것 좀 드세요. 옆, 앉아도 될까요?」


 나는 살짝 옆으로 몸을 비키며, 모가미 씨가 앉을 자리를 만들었다.


치하야 「응, 여기 앉아. 음식, 고마워.」


 『아뇨.』라고 한 마디하고, 슥 모가미 씨가 옆에 앉았다.
 노랫소리를 부딪히며, 모가미 씨를 이해하니, 나는 그녀에게 묻고 싶은 것이 있었다.
 너무나 예민한 문제니까, 가능한 말을 구부려 멀리 돌아가는 표현을 쓰자.


치하야 「모가미 씨, 아이돌이 돼서 좋았니?」


 골라낸 말을 꺼내보니 스스로도 질려버릴 정도로 뜬금없는 말투가 되어 버렸다.
 좀 더 설명을 해주려던 찰나, 모가미 씨가 살짝 웃으며 대답했다.


시즈카 「네, 수많은 경치를 알고, 더더욱 많은 경치를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으니까요.」


 다행이다. 분명 질문의 의도가 전해진 것 같아.
 꿈을 보며, 그것을 이루려고 한 순간에 사슬에 얽매일 것이 정해진 그녀. 꿈을 꿈인 채로 끝내버렸다면 이런 아픔도, 슬픔도 느끼지 않았겠지.
 그래도 그녀는 웃어보였다. 착실히 시곗바늘을 움직이며 미래로 똑바로 걸어가겠다는 결의가, 그 표정에서 전해졌다.
 그녀가 부럽다고 생각했다. 나는 쭉 시곗바늘을 멈춰 놨으니까.
 내가 바늘을 멈춰도 세상을 빙글빙글 계속 돌아가서, 지금은 그 주회가 늦은 걸 겨우 깨달은 참이었다.
 그러니까 분명 지금이 진짜 새로운 스타트. 나도 걷기 시작하자. 내가 걷고 싶은 쪽으로, 되고 싶은 자신에게.


치하야 「나도 있지, 아이돌이 돼서 다행이야.」


 이런 말, 과거의 내가 들으면 어떻게 생각할까?
 모르겠어. 내 세계는 이미 변해버렸으니까. 눈앞에 있는 활기찬 세계가 지금의 내가 있을 곳이다.だ。
 그러니까 모가미 씨도 괜찮아. 분명 모두와 함께라면 뛰어넘을 수 있어.


치하야 「함께 열심히 해보자, 모가미 씨.」


 모가미 씨는 『네』라고 조그맣게 대답을 하고, ‘음~’하고 생각하는 기색을 보였다.
 우물우물 머뭇거린 후, 얼굴을 붉히며 상기된 목소리로 말했다.


시즈카 「저… 시즈카라고 불러주시겠어요?!」


 너무나 갑작스런 바람에 놀라고 말았다. 멍하니 대답을 못 하고 있자, 모가미 씨가 귀까지 빨개져서는 말을 이었다.


시즈카 「저, 그게, 저기 치하야 씨한테 『함께』라고 말을 듣고도 거기에 더 바란다니 주제 넘는 일이라고 생각하지만요 좀 더 함께 열심히 하려면 이름으로 부르면서 더 가까워져서 그래서 가까이서 공부gtg'jpmdgwh」

 아아 너무 당황해서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건지 모르겠어, 거기다 마지막은 말조차 되지 않았어.
 어쩐지 너무 귀여워서 웃음이 흘러나왔다. 아아, 모가미 씨의 얼굴이 더 빨개졌네. 미안해라.
 ‘어흠’하고 자세를 바로잡고, 리퀘스트에 대답했다.


치하야 「함께 열심히 해보자… 시즈카.」


 시즈카는 곱씹듯 그 말을 받아들이고는, 『네!』라고 기운차게 대답했다.
 아아, 어깨에 힘을 주지 않아도 선배란 간단히 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그런 생각이 들었다.
 아무래도 세상은 아직 한참 내가 모르는 게 잔뜩 있는 것 같다. 하나, 하나 알아가자. 다함께 이 장소에서.
 그리고 찾아내고 싶다, 진정한 나를. 나의 노래를.


 마음 편히 들뜨는 심장의 고동, 분명 나는 즐겁게 그걸 찾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END


一二三二一
구지가 같은 건 알고 싶지 않았을텐데, 그래도 추구하지 않곤 못 견딘다니… 정말 독자의 호기심이란 건 불합리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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