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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하야 "내가 찾아오지 말라고 했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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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3-04, 2018 01:19에 작성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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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하야짱, 잠깐 기다려!" 
"...내가 찾아오지 말라고 했잖아! 하루카!" 

 
성큼성큼 앞서 걸어가다가 갑작스레 그렇게 외치는 치하야의 말에 덜컥 그 자리에서 정지해버린 듯 멈춰선 하루카는 뭐라고 할 말을 찾지 못하고 치하야를 쳐다보았다.
이런 말 따위 예상하지 않았다. 친구에게서 이런 말을 들으리라곤 생각도 하지 않았다. 


"무,무슨 말을 하는거야! 내가, 어떻게 치하야짱을 찾아오지 않을..." 
"그래서?" 


차가운 반문에, 하루카는 다시 한 번 할 말을 잃었다. 돌아보는 눈동자는, 깊은 수치심이 담긴 눈동자. 치욕과, 수치심, 그리고 그 내면의 슬픔. 그 모든 것이 비춰지는 흑경같은 눈동자가 하루카를 원망스레 바라보고 있었다. 
 

"하루카도 봤잖아. 내가 어떻게 지내는지. 내가 무엇을 선택했는지. 내가 무슨 일을 하고 지내는지. 다 봤잖아! 만족해? 내가 어떤 녀석인지 확인해서 만족해?" 
"그, 그런, 나는, 그런 건..." 
"더럽다고 생각할 거면 더럽다고 생각해! 그렇게 생각했으면 그렇게 말해! 그렇지만, 그렇지만...!" 


자신이 생각하기에도 비겁하게, 눈물이 떨구어졌다. 울지 않으려고 했는데, 하루카 앞에서 그렇게 말하고 있다는 사실을 자각하면- 눈물이 흘러나오지 않을 수 없다. 그 앞에서 자신이 이미 다른 이에게 더럽혀졌다는 것을 시인하는 일따위 하고 싶지 않았다. 
그렇지만 그 것은 감출 수 없는 사실. 


"...하루카에게, 날 욕할 자격은 없단 말야...바보같은 하루카......" 
"치, 치하야짱... 울, 울지 마!" 


치하야의 눈물을 멍하니 바라보던 하루카는 황급히 치하야를 끌어안고 다독였다. 그 손길에 순간 움츠러 들었지만, 고개를 들어보면- 책망이나 원망, 혹은 그녀를 혐오하는 뜻 따위는 하나도 없는 눈동자가 걱정스레 치하야를 바라보고 있다. 그 눈동자에, 오히려 죄책감이 더해져 버리는 것은 어째서일까. 

자신에게 보내는 신뢰가, 너무 맑아서?  


"울지 마, 난 치하야짱을 그렇게 생각한 적은 한 번도 없어. ...치하야짱, 내가 잘못했어... 미안해." 


다독여주는 그 손길은 너무나도 따스한 손길. 그 느낌에 자기 자신에 대한 혐오감마저 느껴버린다. 이런 걸 받을 자격이 없는데. 사실 미안하다고 해야 하는 것은, 하루카가 아닌 자신. 
하루카의 말을 듣지 않았던 자신이, 하루카에게 미안하다고 해야 하는 것을- 


「노래가 좋으니까, 자신이 노래하고 싶으니까 노래한다고 하면 안될까?」
「..그만해」
「천국에 있는 동생도 분명 기뻐할...」
「그만해!! 하루카가 나에 대해...유우에 대해 뭘 안다는거야!!」


그 말을, 자신을 위하는 순수한 아이의 말을 왜 듣지 못했던 것일까.
 

"내가 잘못했으니까, 치하야짱." 
"...그, 그러지 마... 차라리 화내...!" 


그런 자신에 대한 혐오감에 자신도 모르게 치하야는 그렇게 내뱉었다. 그 다정한 손길과 그 목소리는 자신이 받을 자격이 없다. 자신의 친구를 불신한 자신이 그 목소리와 그 손길, 그 눈동자를 받을 자격은 없었다. 


"차라리 화내란 말야! 어째서 믿지 못했던 거냐고, 어째서 기다려주지 못한 거냐고 차라리 화내! 어째서, 어째서 그렇게...!" 
"치하야짱을 잘 알고 있으면서, 내가 어떻게 치하야짱에게 화를 낸다는 거야?" 


그러나 그 말 한마디에 숨이 턱 막혀버린다. 무슨 소릴 하는 건지 잠시 이해할 수 없었다. 그와는 정반대로 하루카는 아무런 막힘없이 오히려 다정한 목소리로 말했다. 


"치하야짱을 혼자 둔 내 잘못이야. 치하야짱을 외롭게 만든 내 잘못인데, 사과를 하지는 못할망정 어떻게 치하야짱에게 화를 내라는 거야. ...미안해, 치하야짱." 
"어, 어째서... 어째서 그렇게... 그렇게 말할 수 있는 거야...하루카는..." 


말이 잘 나오지 않았다. 눈물이 멈추질 않았다. 하루카가 이마에 입을 맞출 때까지 치하야는 그 이상의 말을 할 수 없었다. 그 부드러운 눈동자에, 상냥한 손길에 기대고 싶어져 버릴 것 같았다. 
넌 어째서 그렇게 다정하게 말하는 걸까. 난 널 외면했는데. 


"하루카, 흐윽...넌 도대체가...옛날부터..!"
"그, 그만 울어, 치하야짱. 부탁이니까, 응?"
"우... 우흑..." 

 
치하야는 억지로 흘러나오는 눈물을 억눌렀다. 믿지 못한 것도 자신이다. 하루카를 버린 것도 자신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루카에게 위로받고 있다. 
지나치게 상냥해. 


"울지마, 치하야짱. 치하야짱이 울면 내가 슬프니까. 울지 마..."

 
그렇게 말하며 자신을 끌어안는 손이 너무 따스해서, 치하야는 그대로 오열했다. 
자신에 대한 혐오와, 수치, 증오, 그리고 하루카에 대한 사죄까지 모두 담아, 
말로 표현하지 못할 것을 모두 담아서. 

그대로 눈물로 떨구었다. 








치하야가 집에 돌아오자마자 자신의 방에 쳐박힌 뒤로 하루카는 안절부절못하며 치하야가 있는 방의 기색만 살피고 있었다. 그 후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집으로 돌아온 치하야는 하루카가 따라 들어오든 말든 신경쓰지 않는 듯 그대로 자신의 방에 들어가버렸다. 


"치하야짱..."
 

하루카는 안타까운 듯 굳게 닫힌 치하야의 방 문을 힐끗힐끗 보면서 머뭇대고 있었다. 그 안에서 치하야는 대체 뭘 하고 있는 걸까. 궁금하다기 보단 걱정되었다. 몇 차례 문을 두드려보기도 했지만, 안에서의 응답은 없었기에 더 걱정될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어째선지 치하야는 자신이 들어오는 것을 허락하지 않을 것 같았다. 거기에 이유를 부여할 순 없었다. 그냥 느낌이 그랬다. 


'..어째서 그렇게... 난 치하야짱만 있으면...다 괜찮은데도...'


한숨을 내쉬며 하루카는 치하야의 방문 앞에 주저앉았다. 






"...할 수 없어..." 


치하야는 그렇게 중얼거리며 몸을 더욱 웅크렸다. 
그 상냥함에 기대려 했던 자신이 역겹고 싫었다. 
순간적으로 그 상냥함에, 그 따스함에, 자신이 무슨 짓을 했는지 잊어버리고 있었다. 
당당히 그 신뢰를 배반해놓고선, 다시 기대려한다니. 다시 돌아가려고 한다니. 


치하야는 떨리는 어깨를 자신의 손으로 감싸안았다. 
자신이 어떤 생각을 했었는지, 어떤 마음이었는지, 잊어버리면 안된다. 잊어버려선 안된다. 
자신은 765프로를, 하루카를 버리려 했다. 그건 누가 뭐래도 자기 자신의 선택이다. 


치하야는 비틀거리는 발걸음을 간신히 가누어 침대에서 일어나 문 쪽으로 향했다.
하루카에게 돌아가라고 해야 했다. 같이 있으면 분명 하루카를 받아들일 것이다.
그건, 기만이나 다름 없다. 적어도 치하야는 그렇게 생각했다. 
그리고 치하야가 문의 손잡이를 붙잡는 순간, 문 너머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치하야짱." 


그 목소리를 듣는 순간, 문을 열 수가 없어져버렸다. 
문을 열면, 그 건너편엔 하루카가 있을 것이다. 
그리고 자신은 하루카에게 이별을 고해야 한다. 


두려워졌다. 


"치하야짱, 듣고 있어?" 
"...응..." 

 
나오지 않으려 하는 목소리를 억지로 짜내듯 내뱉는다. 치하야는 붙잡고 있던 문고리를 놓았다. 
역시, 말할 수 없다. 
말하면 이제 영원히 볼 수 없다. 그 목소리도 들을 수 없다. 
그것이 두렵다. 그리고 동시에 그런 자신이 싫다.
하지만 그런 것은 아랑곳하지 않는 듯 문 밖에서 하루카의 목소리는 계속 들려왔다. 

 
"치하야짱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난 도저히 알 수가 없어. 그렇지만, 이거 하나만은 알아주길 바라." 
"하루카..." 


진지한, 그리고 상냥한 목소리. 치하야는 그대로 그 자리에 주저앉아 쓰러지듯 문에 기댔다. 
다리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울고 싶어졌다.
언제나 상냥해서, 자꾸만 기대려는 자신이 싫어서, 울고 싶어져 버렸다. 


"...치하야짱?" 
"......" 
"또 울고있는 거야?" 
"바, 바보야. 누가 울고 있다고 그래!" 


치하야는 눈가를 닦아냈다. 어쩐지 보이는 것 같아서 부끄러워졌다. 
분명, 문 너머니까 보이지 않는 게 당연한데도 그런 생각이 들었다. 


"치하야짱." 
"...응." 
"난 이렇게 목소리를 듣고 있는 것만으로도 좋아. 치하야짱이 정말로 좋아서, 치하야짱을 포기할 생각은... 그런 생각은 해 본 적도 없어." 


그 말에 대답하지 못했다. 아니, 대답할 수 없었다. 


"치하야짱에게 무슨 일이 있었고, 치하야짱이 무슨 생각을 했고, 치하야짱이 무슨 일을 했던지 난 그런 일은 신경쓰지 않을거야. ...그것도 모두 치하야짱의 생각이고..." 
"하루카..." 
"무슨 일이 있었던지, 무슨 일을 했던지, ...난 그 모두를 포함한 치하야짱을 좋아하는거야. 일부분만 좋아하고 그곳에서 벗어난 모습은 싫어한다는 건, 비겁하잖아?" 


눈물이 맺혔다. 치하야는 고개를 떨궜다. 어째서 하루카는 저렇게 말할 수 있는 걸까. 예전부터 그랬던 건 알고 있지만, 그렇지만 너무 상냥해서 눈물이 났다. 
그 상냥함이 너무 따스하고 고마워서 눈물이 쏟아졌다. 


"치하야짱이 날 싫어한다고 해도, 포기할 생각은 없으니까. 내버려두지 않을거니까."
"..."
"다시 치하야짱이랑 같이 일하고 싶고, 함께 무대에서 서서 노래부르고 싶으니까, 그러니까-"
"바보..."
"응?" 


하루카는 굳게 닫힌 문을 돌아보았다. 등에 닿은 갈색의 문 너머로 작은 숨소리가 들린다. 울고 있다. 그것을 깨달은 하루카가 한숨을 내쉬며 다시 입을 열려는 순간, 작은 목소리가 문 틈 사이로 새어나왔다. 

 
"싫어할 리 없잖아." 
"...치하야짱." 
"좋아해. ...좋아해. 좋아해. 정말로 좋아해. 하루카가 좋아. 그렇지만, 그런 일 하고서, 도저히 하루카한테 그렇게 말할 수 없어서-" 
 

상대가 보이지 않으면 솔직해지게 되어버린다. 그리고 이 것이 자신의 진짜 감정. 


"하루카가, 정말로 좋아." 
"치하야짱..." 
"정말로... 정말로, 좋아해..." 
 

손에 힘이 빠졌다. 힘겹게 막고 있던 마지막 선이 무너지는 듯한 기분이었다. 
좋아한다. 그 것이 자신의 본심. 하루카를 그 누구보다도 좋아한다. 
정말로 욕이라도 해 버리고 싶을 정도로, 너무나도 당연한 말.


"...치하야짱." 
"......응."
"문, 열어주지 않을래? 치하야짱의 모습을 보고 싶은데." 
"...이상한 표정일거야." 
"괜찮으니까."


치하야는 힘이 빠진 다리에 간신히 힘을 넣어 일어서서 문의 손잡이를 붙잡았다. 순간 손이 멈칫했다. 
하지만, 간신히 손에 힘을 넣어 손잡이를 돌린다. 
달칵, 하는 소리와 함께 문이 열리고, 그 곳에 보이는 하루카의 모습. 

 
"치하야짱!" 
"꺄앗!" 


그리고 그 끌어 안는 힘에 당황하면서도 안심하는 자신이 그 곳에 있다. 
귓가에 속삭여지는 다정한 목소리가 있다. 


"나도 정말로 좋아하니까. 치하야짱을." 
"하루카...." 


치하야는 조심스레 눈을 감았다. 따스한 체온이 느껴졌다. 정말로 따스한 온기. 
만약 자신을 용서한다면, 이 온기와 함께 하고 싶다. 
 

"아, 하루..." 


그 순간 다가오는 부드러운 키스에 그대로 무너지는 느낌이었다. 상냥하다. 여전히 상냥하다. 자신이 지내온 시간을 보고서도, 그 냉정한 소리들을 듣고서도 하루카는 상냥하다. 
부드러운 키스와 함께 그대로 힘에 밀려 뒤에 있는 침대 위로 쓰러진다. 털썩, 하는 소리와 함께 침대의 시트가 균열을 일으켰다. 








"치하야짱, 괜찮아?"
"아, 응..좀 놀라긴 했지만."


어딘지 나른한 기분에 취하며 치하야는 그렇게 대답했다. 붉게 물든 그 얼굴이 더없이 사랑스럽다. 하루카가 치하야에게 키스하면, 그 쪽에서도 키스에 응해온다. 등을 붙잡는 손길도, 옅게 들리는 신음도 더할 나위 없이 사랑스러웠다. 
그녀의 모든 것이 사랑스럽다. 


"하아..."


단 소리가 흘러나온다. 그런 치하야가 사랑스러워서 하루카는 치하야를 꽉 끌어안았다. 
다시는 놓치고 싶지 않다. 그런 곳으로 돌려보내지 않는다. 


"...하루카?" 
"치하야짱, 치하야짱..." 
"응?"
"이졔 계속 내 곁에 있어줘, 부탁이니까...계속 둘이서, 모두랑 함께..." 


어깨에 머리를 파묻으며 그렇게 중얼거린다. 치하야는 하루카의 말에 잠깐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가, 부드럽게 웃으며 머리를 쓰다듬었다.


"하루카만 괜찮다면." 
"에헤헤...당연하지. 그렇게 헤어진 이후로 쭉 치하야짱의 생각만 해 왔는걸. 다들 그럴거야. ...그러니까, 계속, 함께 있자." 
"... 아, 잠, 잠깐, 하루카?" 


하루카는 한숨을 내쉬며 그 상태에서 치하야를 꽉 끌어 안았다. 하아, 하고 치하야가 단 한숨을 내쉬었다. 그렇게,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로 치하야를 끌어 안고 있던 하루카는 잠시 뒤에서야 치하야를 놓아주었다.


"치하야짱." 
"응?" 
"이제 765프로로...모두가 있는 곳으로 돌아가자. 응?" 
"...응..."


작게 고개를 끄덕이며 그렇게 대답한다. 하루카는 환하게 미소지었다.
이제야 진심이 통했다. 그런 기분이 들었다. 행복했다. 


"좋아해, 치하야짱..." 
"하루카..."


강하게 끌어 안고 키스한다. 치하야는 하루카의 품에 기댔다. 
따스하고, 상냥한. 


"미안해, 하루카...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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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멘트대로라면 음...3차 창작이라고 해야할까요 (._.
'설정을 조금 차용'이라고 했으니 완전 같다고 하는 건 또 아닌것 같지만,
일단은 alone again 그림도 하나 '-`

뭐, 일단 저 얇은 책 설정은, 19화 말미와 20화 초기의 사태 이후 치하야의 행적이
961프로로 갔다는 IF 스토리. 뭐..R-18인 만큼 그 뒤는, 크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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