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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호 "사랑하는 당신에게의, 평생의 부탁"

댓글: 9 / 조회: 3106 / 추천: 6



본문 - 01-18, 2018 01:18에 작성됨.

※ 몇 년 미래의 이야기입니다.

 

 

 


무대를 끝마친 나는 그 사람을 찾고 있었다. 물론 노래와 춤을 무사히 해낸 것을 칭찬받기 위해서이다. 이렇게까지 완벽하게 소화해냈는데 머리 쓰다듬 받는 것 정도는 충분히 요구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시호"


그러자 저쪽에서 기쁜 듯한 얼굴을 한 그 사람이 나에게 손짓하고 있는 것이 보였다.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 나는 참지 못하고, 무대 의상인 채였지만 곧바로 그의 품안에 뛰어 들었다. 조금 땀 냄새가 났지만, 이 냄새가 싫지 않았다. 


아... 역시 이 자세, 안심되네. 

 

"시호. 어~이. 시호" 


...뭔가요, 그 무뚝뚝한 말투는. 연인의 이름을 부르는 거니까, 조금 정도는 달게 속삭이도록 노력을 해주세요. 

게다가 그렇게 몇 번이고 이름을 부르지 않아도, 저는 당신의 품안에 있잖아요. 사람이 기분 좋게 응석부리고 있는데, 정작 당신이 찬물을 끼얹지 마세요. 정말로, 분위기도 만족스럽게 못 만드시네요. 


"시호, 일어나라고. 시호!" 


아아 정말. 아까부터 시끄러워요. 저는 일어나 있잖아요. 봐요, 눈도 이렇게 또렷하게... 

또렷하게... 으응... 


...투욱. 


 

 

 

 

"정말, 시끄려워어요... 응?" 


정신을 차려보니, 날 껴안고 있던 남자는 1미터 정도 떨어진 채로 옆에 서 있었다. 


"으응... 으므으...!" 

"정말, 겨우 일어났... 으왓!?" 


아무리 관대한 나라도 이것엔 역시 화가 났다. 무대를 완벽하게 소화했던 나에게 칭찬 한마디 없던 것도 모자라, 좋은 분위기를 망치고 껴안고 있었던 연인을 말도 없이 떼놓아 버렸기 때문이었다. 


"왜 떨어지신 건가요... 자, 꼬옥 안아쥬셰요..." 


정말이지, 이 사람은 정말 손이 많이 간다니까. 결국 제 쪽에서 다가가야 하는 건가요... 어쩔 수 없는 사람이라니까. 

마음 속으로 가볍게 한숨을 쉬며, 왜인지 내 팔에 걸려 있던 방해되는 천조각을 던지며, 그에게 손을 뻗어 껴안았다. 

아까보다 명확하게 P씨가 느껴지는 기분이 들었고, 그 기쁨을 표현하려는 것처럼 P씨의 가슴에 얼굴을 파묻은 채로 문질렀다. 


"에헤헤... ♪" 


에헤헤... ♪

 

 

"에헤헤 라니... 시호 너 잠꼬대 하는 거야!? 일~어~나~!" 

"으응...? 햐앗... !?" 


본능이 향하는대로 잠깐 문지르고 있었는데, 갑자기 그가 내 어깨를 잡고 앞뒤로 흔들자, 그대로 흔들흔들거리며 시선이 앞뒤로 흔들렸다. 


"아읏, 응앗... 으읏............ 앗! ... 안, 엣 거짓말, 아...!" 


흔들거리면서 정신을 차리자, 몇 번 흔들릴 때 쯤에야 완전히 상황을 이해하였고, 부끄러움이 배로 밀려왔다. 

 

"하아, 겨우 일어 났네. 배 내밀고 자면 감기 걸려"

"아읏...... 미안해요" 

 

 

콕, 이마를 찔렸다. 아파요. 

 

 

여담이지만, 아까 던진 천조각은 P씨의 와이셔츠였습니다.... 딱히 자고 있던 제가 그것을 가지고 있던 것에 깊은 의미가 있는 건 아니니까요. 

 

 

...뭔가요 P씨. 저를 놀리는 게 재밌나요? 


 

 

"빨리 돌아오게 됐으면, 제대로 연락을 해주세요" 


팔짱을 끼며 절대로 P씨의 얼굴을 보지 않기 위해, 창밖을 보면서 그의 사려 부족을 지적한다. 


"아니, 놀래켜 보려고 말야... 후훗" 

"...그런 것에 일일이 놀라지 않아요" 


...그러고 보니 창문이었지만 거울처럼 반사하고 있었다. 입꼬리가 올라가 있는 그 사람의 얼굴이 보였다. 곧바로 시선을 돌리고 싶었지만 창문을 선택한 자신의 실수를 인정하고 싶지 않아서, 그대로 노려보았다. 


"에에~...하지만 시호도 기뻤지?" 

"............" 


적중을 찔렸지만, 더 이상 그에게 휘둘리지 않을 것이다. 


"...딱히요?" 

"목소리 높아졌다고, 에헤자와 시호 씨?" 

"뭣...... 크읏..." 


가능한 여유 넘치게 말했지만, 이런 허접한 허세로는 지금 속마음과의 갭을 숨길 수 없었다. 


... 분하다. 


"...............후우" 

 

빠르게 한숨을 내쉬고 커험, 하며 어깨를 낮추고 힘을 뺐다. 

...아니, 이제 됐어. 여기서 내가 더 고집을 부리는 것은 여러가지 의미에서 건설적이지 못하고, 또 그런 어린애도 아니다. .........이 사람과는 다르다. 


"하아... 알겠어요, 인정할게요. 당신이 빨리 돌아 오셔서 기뻐요. 이제 됐나요?" 


졌다는 듯이 양손을 올리고 쓴웃음을 지으며 나는 항복했다. 게다가, 빨리 돌아와줘서 기쁜 것은 틀림없는 본심이었으니. 


"응." 


P 씨는 만족한 듯이 끄덕였다. 

정말이지... 밖에서는 그렇게 어른스럽고 단정하고 잘생겼으면서(차분함은 부족하지만) 둘이서 있을 때는 이렇게 심술 궂은 어린애가 된다니까. 


"...후훗" 


그것에 대해 불만이 조금 있었지만, 그것이 나에게만 보여주는 P씨의 솔직한 모습이라고 생각하면 그렇게 기분이 나쁘진 않았다. 동시에, 나 이외에는 보여주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나도 빨리 시호랑 만나서 기쁘다고! ... 아, 이거 다른 애들한텐 비밀이야? 부끄러우니까" 

"...읏. 네." 


당연한 거 아닌가요. ...바보. 

 

"아하하, 놀려서 미안" 

 

 

정말이에요. 

 

 

 

 

"자, 이리 와" 


그가 이쪽으로 양팔을 벌리고 있었다. 아마 포옹의 권유인 듯 하다. 

하지만 얼굴을 보니, 나를 놀리려는 기색이 완전히 얼굴에서 사라지지 않았다. 그렇기에 아직은 쉽사리 그 달콤한 유혹에 넘어갈 순 없다. 


"시호~?" 

"......" 


...참자 참아. 


 

저 품에 안기고 싶은 유혹을 뿌리치고, 고개를 돌리며 시선을 피했다. 그러자,


"시~호" 

"꺄앗" 


내가 자고 있었던 침대에 앉아 있던 P 씨가 조용히 이쪽으로 손을 뻗어 와서 나를 쏙 안아 무릎에 앉혔다. 

꽤 막무가내였긴 했지만, 굳이 거부할 이유는 없었다. 

...그저 조금, 내 쪽에서 가는 것이 꺼려졌을 뿐이다. 


그대로 몸을 맡기고 그의 가슴에 머리를 기댔다. 그 자세인 채로, 그에게 말했다. 


"정말 알겠나요? 다음에 또 이런 일이 생기면 미리 연락을 해주세요" 

"알았어. 그러니까 그렇게 뾰루퉁해 하지마" 


그렇게 말하면서, P 씨가 내 뺨을 쭈욱 만졌다. ...지금이야 그냥 가만히 있지만, 이렇게 하는 건 옛날의 나였다면 절대로 가만있었지 않았겠죠.

 

그렇게 의식하니, 이런 연인끼리의 아무렇지도 않은 스킨십이 우리의 관계가 바뀐 것을 느끼게 해주어, 차분하고 따뜻한 무언가가 가슴에 퍼진다. 

그건 내가 성장해서 변한 걸까, 아니면 이 사람 덕에 변한 걸까. 뭐, 어느 쪽이라도 상관 없지만. 오히려 당신에게서 라면, 더욱 저를 변하게 해주었으면 이라고 생각해요. 


...그건 그렇고, 제가 그렇게나 뾰루퉁한 표정을 짓고 있었나요? 

곤란하네요... 역시 시호는 귀여움이 없어,같은 생각은 하지 않았으면 하는데... 것보다, 당신은 언제까지 제 뺨을 주무르실 건가요. 


"응므, 그만햐셰요... 아뇨, 화났던 건 아니에요"

"... 그저 당신이 돌아왔을 때 제대로 맞이하면서『어서 오세요』라고 말해주고 싶기 때문이에요. 그 정도는 괜찮잖아요?" 

"......!" 


내 마음을 무심코 사로잡을 정도로 뜨거워진 그의 시선을 피하며, 말을 계속했다. 


"...그.. 알다시피, 저는 무뚝뚝하고 건방진데다 귀여움도 없어서... 그러니까 적어도, 여... 여자친구로서 해줄 수 있는 건 최대한 해주고 싶어서..." 

"...시호"


 

"아, 그... 당신이 돌아오는 시간을 모르면 이번 같은 일이 생길까봐 제가 집을 비우게 될 수도... 으응" 


우물거리며 말하는 도중에, 뒤에서 한 손으로 강하게 안기고, 다른 한 손으로는 턱이 올려지며, 그를 올려다보는 자세로 키스했다. 


"후우... 음..." 


나는 양손을 뒤로 돌려 그를 만지며, 그 기분에 응했다. 고개를 들며 하는 키스는 조금 힘든데다 평소와는 달랐기 때문에, 호흡이 거칠어졌고 입 끝에선 침이 고이며 떨어졌다. 


경망스럽다고 생각하지만, 온몸을 감싸는 이 행복감 앞에서는 그런 사소한 것은 신경 쓰이지 않았다. 오히려 지금 이 답답함도 기분 좋았다. 


여전히 부끄러워서 내가 먼저 응석부리는 것은 잘 할 수 없지만, 이런 나를 잘 이해해주는 그는 곧바로 알아주며 응석부릴 수 있게 해준다. 그것이 견딜 수 없이 기뻤고, 그런 그가 견딜 수 없이 사랑스러웠다. 


"음... 하아... 후하... " 

"...후우. 그런데 그렇게 신경 쓰였으면, 시호가 낮잠자지 않으면 되는 거 아냐?" 

......읏. 

"... 확실히 그 말대로예요" 

"밤 늦게까지 나랑 어울려준다고 일어나 있어주고, 아침 일찍 일어나서 도시락 만들어주고, 배웅해 주는 건 기쁘지만.
시호가 수면 부족이 되면 안되니까 무리하지 않아도 괜찮아. 적당히 편의점 같은 데서 먹어도 되니까 " 

"...............읏" 


밤 늦게까지 일어나 있는 건 당신과 가능한 한 오랫동안 이야기하고 싶어서, 아침 도시락은 기뻐하는 감상과 함께 빈 도시락이 돌아 오는 게 즐겁기 때문이에요. 
배웅해 주는 건, 방금 한 말로 이해해주셨으면 합니다. 


...이런 말을 입으로 꺼낼 수도 없고, 답답함에 초조한 마음만 커질 뿐. 


 

있죠, P씨. 


자기 관리를 제대로 못한 저도 잘못했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키스한 직후 굳이 그런 것을 말하지 않아도 되잖아요. 


그런 말은, 나중에 해도 되잖아요. 


... 지금은, 더 다른 할 말이 있지 않나요. 


있죠, 더... 

 

 

 

"... 뭐 나는 기쁘니까 오히려 더 좋지만 말야. 나의 시호는 정말 좋은 여자친구야" 

"아...우우" 


그렇게 말하고 내 머리에 손을 얹으며 다시 한번 입술에 키스를 해주었다. 식어 가던 뜨거운 것이 또다시 마음 속에서 서서히 올라왔다. 


이것만으로 기분이 치유되다니 내가 생각해도 쉽다고 생각하지만, 좋아하니까 어쩔 수 없다. 말하자면 더 사랑하는 쪽이라서 진 거랄까. 


나의 시호, 라고요... 후훗, 나쁘지 않은 말이네요. 

열에 취해서 움직임이 둔해진 머리가 희미하게 그렇게 생각했다. 

...안 돼요. 이래서야 또 놀림받을 거예요. 


"하핫, 시호 귀여워. 얼굴 흐물흐물해졌어" 


머리에 남아있던 달콤한 여운을 얼버무리듯, 방금 한마디로 싹튼 극히 작은 불만을 그에게 내보였다. 


"예쁘다고는 말해주지 않나요?" 

"평소엔 쿨하고 예쁘지만. 지금의 흐물자와 시호도 역시 귀여워" 


정말, 또 '무슨자와 시호' 라며 사람의 이름을 가지고 놀고. 바보 취급하는 게 아니란 것은 알고 있지만.... 


"정말, 또 그렇게 얼버무리지 마세요" 

"야, 정말 귀엽다니까. 지금의 시호, 카나랑 시즈카한테도 보여주고 싶어. 아하하" 


귀엽다 귀엽다... 좋아요, 당신이 그렇게 나온다면 저도 생각이 있어요. 


 


"헤에, 그래요? 이런 표정은 유일하게 문자 그대로 저의 모든 것을 보여줄 수 있는 상대인 당신에게만 보여주려 했는데, 당신은 아니었네요... 어쩔 수 없네요" 

"...헷? ㅁ, 뭐?" 

"안 들렸나요? 다시 말할게요. 저는 당신을..." 

"아, 아니 들었으니까! 그러니까 그..." 

 

 

P 씨가 말하고 있는 동안에도 말을 멈추지 않았다. 기세 그대로 연거푸 이어나갔다. 
 


"... 그리고 당신은 저보고 귀엽다고 말하고 있는데, 당신도 굉장히 귀엽답니다? 직장에서 힘든 일이 있을 때 응석부려 오는 모습이 너무 귀여워요.『저~기, 시~호~...』라고 응석부리는 소리를 내면서 손을 내미는 모습이 마치 강아지 같아서 가슴이 설레여요 " 

"으긋... 제, 제발 ...! 적어도 정색은 그만해 줘...!" 

 

그의 눈을 쳐다 보면서 평소엔 절대로 말하지 않는 오글거리는 대사를 담담하게, 그러나 진심의 사랑을 담은 한마디 한마디를 듬뿍 쉴 새없이 내뱉었다. 진지한 표정으로 이런 말을 하는 건 꽤 힘들긴 했지만, 돌아오는 리턴을 생각하면 이 정도는 리스크도 아니다. 


"우리가 싸웠을 때도 말이죠. 싸움의 원인이 분명히 저한테 있어서 화해를 하고 싶지만 좀처럼 계기를 만들 수 없어서 고민하고 있었을 때, 푸딩을 사와서 계기를 만들어주고 안아주고 머리를 쓰다듬어 주거나 해줬죠. 그 때 저는 거의 언짢아하는 태도였지만, 속마음은 항상 기뻤고" 


"아, 알았어 알았으니까! 내가 잘못했으니까 그만해 줘! 너무 부끄럽다고! 아아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 으와아아아아앗" 


결국 참을 수 없게 된 P씨가 얼굴을 새빨갛게 물들이며 팔을 붕붕 흔들었다. 그 한심한 얼굴을 보아서 "일단" 공격을 멈추었다. 

아직 패는 있었는데... 후후, 미안해요. 


"이 녀석~ 평소에는 그런 말 절대로 하지 않으면서 비겁하다... 사람을 놀리려고 그런 필살기를 쓰다니" 

"전부 틀림없는 본심인데요" 

"............당했다, 내 패배니까 진짜 그만둬 줘. 죄송했습니다" 

"네♪" 


흐흥, 이겼다. 귀여운 것은 어느 쪽일까요? 

 

 

.........그렇다 해도, 내 붉어진 귀를 숨겨주는 머리카락에게 감사했다. 


 

 

 


그럼, 땀도 조금 흘려버렸으니까... 


"같이 목욕 할까요? 등 씻겨드릴게요, 주인P 님?" 


앞에 걸려 있던 머리카락을 귀에 걸고, 다른 쪽 손을 무릎에 올려 놓고, 가슴을 대며 혼신의 치켜뜬 눈을 하였다. 

그가 방심한 상태에서 더욱 파고들었다. 


상대의 약점을 찌르는 것은 어떤 싸움에서도 정석이니까. 


"그으으읏... 갑자기 그건 반칙이잖아..." 


어머, 목욕하기도 전에 뜨거워진 건가요. 후훗 ♪ 


"아아, 이제부터 응석부리거나 화해할 때마다 힘들어지겠다... 하아" 

"읏!? " 


그, 그건 곤란해요... 


"뭐 됐어. 시호, 목욕하자" 

"으... 네" 


...뭐, 지금은 이걸로 된 걸까? 

 

 

 

우리가 사는 집은 대저택까지는 아니더라도 나름대로 큰 편이다. 즉 욕실과 욕조도 큰 편이라, 두 명 정도는 들어가도 공간이 충분히 남지만, 연인끼리 꼭 붙어있는 것에 특별한 이유를 붙일 필요는 없다. 

...뭐, 즉, 그러한 것이다. 

P씨의 고동을 다시 느끼면서 향기로운 입욕제의 향기를 즐기고 있었는데, 갑자기 거친 남자의 손이 뒤에서 괴롭혀왔다. 


"시호, 커졌네" 

"읏 ... 어딜 보고 말씀하시는 건가요, 이 변ㅌ... 잠, 뭐하는 건가요?" 

"뭐하냐니... 무게랑 크기 체크?" 


그러니까 이 사람이 말하는 체크는, 나의 그것을 양손으로 아래에서 들어서 만지며 흔들며 논다는 거겠지. 

 

"...하아" 


정말 이 사람은... 여성의 가슴을 뭐라고 생각하는건지. 곧바로 그렇게... 정말 응큼하다니까. 


"미리 말해두지만 그... 오늘은 안되니까요. 그게 오고 있어서" 


예방선은 제대로 쳐 둬야죠. 당신은 한번 스위치가 들어가 버리면 멈추지 못하니까요. 


"알고 있어, 놀고 있을 뿐이고. 자 이제 끝" 

"............" 


그렇게 말하고 그는 깨끗하게 손을 뗐다. 그건 그것대로 화나는데... 아니, 이 순간에 그건 아무래도... 

...사실은 좋지 않았지만, 지금은 됐어. 


 


"저기 ... 제가 성장한 것은 그런 부분만 있나요?" 

"응? 아니, 그 밖에도 있다고? 예를 들어 여기..." 

"내면의 이야기입니다. 장난치지 마세요" 


엉뚱한 곳으로 뻗어 오는 그의 손을 물속에서 뿌리치며 세게 말을 끊었다. 그에게 조금 신랄해진 것은 아마 기분 탓일 것이다. 


"...내면, 이라" 

"네" 


얌전하게 되었던 그의 손이 내 배에 닿았고, 그대로 부드럽게 껴안았다. 직접 배가 만져지는 감각에 조금 저릿저릿거렸지만, 노력해서 냉정한 어조를 유지했다. 들켰다간 무슨 말을 들을까봐 그러는 것은 절대로 아니다. 


"그 무렵의 저는... 뭐랄까 어린애였어요." 

"그랬었지" 


...정말, 굳이 즉답하지 않아도 되지 않나요. 게다가 그런 말을 당신에게서 듣고 싶지 않아요. 

절반은 항의하듯이, 절반은 응석부리듯이. 내 배를 껴안은 그의 팔에 손을 올려 가볍게 잡았다. 


"후훗. 부정해주지 않네요" 

"사실이니까" 

"심술궃네요" 

"미안미안" 


나도 전혀 화가 나지 않았고, 그도 그것을 알고 있다. 당연히 이것은 서로의 단순한 장난이다. 


 


"그래도, 그 말대로예요. 그 무렵의 저는 정말 어쩔 수 없는..." 

"아니, 어쩔 수 없지. 민감한 시기였고, 무엇보다 시호의 경우엔...... 아! 아냐, 그러니까...... 그... 미안" 


지뢰를 밟았다고 생각했는지 그의 목소리가 현저하게 작아졌고, 나를 안고 있던 팔의 힘이 약해졌다. 


"아. 아뇨, 괜찮아요! ... 죄송해요, 신경쓰지 마세요. 저도 이젠 신경쓰지 않으니까요. 정말이에요" 


황급히 뒤돌아보며, 그에게 말했다. 우리 집 사정이 복잡한 것은 그의 잘못이 아니니까. 새삼 그런 일로 그를 곤란하게 할 수는 없다. 

"아... 응." 


미안하다는 듯이 그가 중얼거렸다. 

우우, 신경 쓰게 해버린 걸까...? 


"저, 정말로 저는..." 

"아니, 믿고 있어. 시호가 그렇게 말하는 거라면 괜찮은 거겠지?" 

"!...네" 


그 말에 안심하였다. P씨는 나를 안는 팔에 약간 힘을 주었고 잠시 동안 그대로 있다가, 부드러운 어조로 말문을 열었다. 

 


"...시호는 차분해졌고, 시야도 넓어져서 생각하는 것도 어른이 되었어. 주위에 신경 쓸 수 있게 되고, 자주 웃게 되었어" 

"..." 


매우 상냥한 목소리. 방울이 울리듯 기분 좋게 울리는 P씨의 목소리에 도취되며, 나는 조용히 듣고 있었다. 


"예뻐졌고, 어른의 매력도 나오게 됐고, 더 매력적이게 됐어. 이제 어디에 내놓아도 부끄럽지 않은 멋진 여성이야. ...아, 할 수 있으면 어디에도 내놓고 싶지는 않지만?" 

"풋... 감사합니다" 


...그래요. 다행이네요. 


"그래서, 그게 갑자기 왜? 뭔가 고민이라도 있어?" 

"아뇨? 당신에게 어울리는 여자가 되었는지 확인한 거예요" 

"...무슨 말을 하는 거야. 바~보" 


후후, 부끄러워 하고 있는 걸까. 목소리가 이상해졌다고요? 얼굴이 보이지 않는 이 자세로 있는 게 조금 후회되네요. 

그렇게 이 사람처럼 그를 놀릴 일을 생각하고 있었는데, 그가 조심스럽게 물어왔다. 


"아... 저기... 혹시 시호한테는 중요한 것이었어?" 


...이대로 묻을 수도 있을 줄 알았는데. 역시 이길 수 없네요. 


 


"...호기심 반, 진심 반입니다" 

"...진심이란 게 뭐야? 미안, 여심에는 서툴러서 말야" 


당신은 그걸로도 충분해요. 거의 당신에 대한 것으로 가득찬 마음 속을 완벽하게 보여지게 되버리면, 저는 너무 부끄러워서 죽어버릴 수도 있어요. 


"...비밀이에요. 아직" 

"뭐!? 궁금하게 말해놓고 그러기야! 그러면 안 되지 " 

"진심이라고 해도 대단한 게 아니니까요. 신경 쓰지 마세요" 

"시호가 그렇게 말한다면... 음... 그래도 말야..." 


가르쳐주지 않아주어서 배가 아팠는지, 내 배를 주무르기 시작했다. 

아, 말장난이 아니에요? 제가 봐도 괜찮은 감각이라고 생각하지만요. 

............아니, 역시 아니네요. 

 

 

"이제 슬슬 나가요. 저녁 시간이고, 더 있다간 뜨거워져 버려요" 

"응? 아, 나는 어느 쪽이냐면 시호 때문에 뜨거워져... 서" 

"햐앗! ... 어, 어디를 만지는...! 저녁 드시고 싶지 않은가봐요!?" 


지금 분명히 이상한 마음으로 손 대고 있었죠...! ? 


"미, 미안! 빨리 나가자!" 


그렇게 말하며, 그는 도망치듯 욕실 밖으로 사라졌다. 


"정말이지..." 


당신은 단순한 장난이었겠지만, 저는... 


"하아, 더워... 달아올랐어." 


...나도 빨리 나가자. 

정말, 난폭한 사람. 


 

 

 


"음음... 우물우물... 으음" 

"저기, 맛있나요?" 


내가 만든 요리를 기세 좋게 먹고 있는 그에게 맛의 감상을 물었다. 무엇보다 그 모습을 보면 돌아올 말은 이미 알고 있지만, 그래도 말로 해 주었으면 하는 게 소녀의 마음이다. 


"으음... 아아, 엄청 맛있어! 이거 식당 차려도 될 것 같은데?" 

"후후, 너무 과장이에요" 

"그런 건 아니라고... 우물" 

"......♪" 

"쩝... 쩝... 푸하! 으음... 맛있어.... 이거. 한 그릇 더!" 


"네♪" 


그릇을 받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 가득 담아줘!" 

"알고 있어요" 


동거를 시작하고 얼마 동안은 그가 직접 그릇을 가져갔지만, 지금은 나의 요청으로 내가 대신 가져다주게 되었다. 

언제부터인가, 그릇을 가져갈 때 그가 미소와 함께 빈 그릇을 이쪽으로 향해주는 것이 어째선지 기분이 좋았고, 행복하다는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저는 몇 번이고 하게 된다 해도 귀찮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나는 그의 배를 채워주고 그는 내 마음을 채워준다. 그리고 그 덕에, 요리를 열심히 만들려고 노력한다. 그렇게 내 요리 실력을 향상되고, 그에게 칭찬받으며 더욱 더 내 마음이 채워진다. 정말 생산적인 사이클이라고 생각한다. 


요리는 사랑. 처음 그것을 하루카 씨한테서 들었을 때는 반신반의했었지만, 그것의 의미를 지금은 완벽히 알게 되었다. 


그 덕분에 매일매일이 정말 행복하다. 이 이상이란 없을 정도로. 

"...쩝쩝. 응? 뭐야, 먹고 싶은 거야? 자, 아- 앙" 

"...에?" 


정신을 차리니 그가 이쪽으로 젓가락을 향하고 있었다. 

P씨가 맛있게 먹어주는 것이 기뻐서 젓가락을 멈추고 계속 뚫어져라 쳐다본 것 같다.... 그 때문에 P씨의 것을 먹고 싶은 거라고 착각한 듯 하다. 부끄러워... 


"아.. 아뇨, 그..." 

"응? 필요 없어?" 


.... 


".........아, 아- 앙" 


...ㅁ.. 뭐, 모처럼의 맛보기이니까. 그런데 무슨 맛인지 모르겠네요.... 


"왜 그래? 히죽히죽거리고. 그렇게 맛있었어?" 

"읏!? .........그거야 정말 " 


...큰일났다. 


"훗, 그렇구나 그렇구나. 시호 귀여워" 

"큿...!" 


알면서도 물어본거구나, 이 사람 ...! 


"삼켰어? 그럼 또, 아- 앙" 

"엣!? 잠깐, 적당히...!" 

"필요없는 거야?" 

".......................................아- 앙" 

 

우물우물. 꿀꺽. 


.........아- 앙. 


그 뒤에도 나는 만면의 미소를 띈 그를 힘껏 노려보면서도, 배가 가득 찰 때까지 그에게 계속 받아 먹게 되었다. 


 

 

 


스스로 말하기도 그렇지만, 765 프로에서 보낸 내 삶은 나름대로 별난 편이었고, 기상천외까지는 아니더라도 놀라운 일의 연속이었다고 생각한다. 나는 운 좋게도 축복받은 직장에 있었다고 본다. 

그런 나의 삶에서 오늘의 사건은 당당히 제일이라고 말해도 될 것이다. 나에게 있어 그 정도의 일이, 그와 함께 설거지를 하고 있을 때 일어났다. 


 


나는 설거지를 하며 아까 그에게 말하고자 했던 것을 말하려 했다. 둘이서 작업하고 있는 이 공간은 편안하고 좋은 분위기라 생각했고, 서로 바로 옆에 있었지만, 설거지를 하고 있어서 서로 얼굴을 보지 않는 지금이라면 말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저기, P씨" 

"응?" 


괜찮아, 부끄럽지 않아. 


"저기... 그, 저는 딱히 무리하는 게 아니에요" 

"응? 뭐가?" 


손을 움직이면서 시선은 아래를 향하고 있지만, 우물쭈물 이야기하는 내 옆에서 그는 솜씨 좋게 뽀득뽀득 설거지를 하고 있었다. 


"당신과 밤 늦게까지 제가 어울려준다, 라는 거요. ... 제가 좋아서 그러는 거예요?" 

"...!" 

 

움직이던 손을 멈추고 이쪽을 향한 그의 시선이 옆 얼굴로 느껴져 조금 당황했지만, 그것을 의식하지 않으려 노력하며 이야기를 계속했다. 

 

"오늘도 제가 있는 곳에 돌아와 주었구나... 당신과 느긋하게 보내는 둘만의 시간을 정말 좋아해요... 저는 그것을 좋아해서 집안일을 열심히 하는거예요" 

"......윽" 

 

그가 다시 시선을 아래로 돌렸고, 나는 그의 팔에 내 팔을 꼬옥 걸쳤다. 


"그래서, 당신과 보내는 이런 나날이 쭈욱 계속되면 좋겠어요. 후훗" 


그러자, P씨는 조용히 접시를 놓고 손을 닦기 시작했다. 

뭐하는 거예요? 아직 다 안 끝났는데.... 


"저기, 왜 그러죠? 아직 남았... 으음...!" 


갑자기 그가 키스했다. 그의 기세에 그대로 눌려 나도 모르게 반발짝 뒤로 물러났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놀랐는데, 이 뒤에 들려온 말은 그것에 비교도 할 수 없었다. 

그와의 거리가 0에 가까워지며, 내 어깨가 그의 양손에 잡혀졌고 서로 눈을 맞대었다. 그리고, 

 

 

 


"결혼하자, 시호" 


세상이 멈췄다. 


그리고 지금까지와는 다른 세상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엣...?" 


지금 뭐라고 했지...? 


"아! ......음............... 뭐 됐나, 잠깐 기다려 줘" 

"네? 자, 잠깐..." 


조금씩 말을 더듬거리며, 그는 곧바로 손을 닦고 빠른 걸음으로 방 밖으로 나갔다. 문이 닫히는 소리와 함께 내 머리가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잘못 들은 게 아니라면, 방금... 


프로포즈 했어? 


 


"우우... 아직인가..." 

집인데도 묘하게 안절부절 못하며 그를 기다렸다. 


덜컥. 

"윽! " 


다시 열리는 문 소리에 움찔거리며 반응했다. 

그를 바라보니 손에는 무엇인가 작은 상자가 쥐어져 있었다. 


"시호... 이거 받아 줄래?" 

"......!" 


그가 그 작은 상자를 열더니, 반지가 부드러운 쿠션 위에 올려져 있었다. 나는 거기에 넋을 잃고 무의식적으로 손을 뻗었고, 정신을 차렸을 때에는 이미 손에 들고 있었다. 


예쁘다... 


라고 감탄했던 것도 잠시, 나는 작게 머리를 붕붕 흔들며 그에게 다가섰다. 


"...뭐, 뭔가요 대체!? 갑자기 겨... 결혼이라니! 좀 더 타이밍이라는 게 있지 않나요!? 어째서 이렇게... 이렇게 무드없이...!" 

"...미안. 사실 두 달 전부터 제대로 된 곳에서 전달하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그럼 왜 지금 줬나요!?" 


그를 올려다 보며 노려보듯 말했다. 


"으긋... 왜냐면 치사하잖아!? 평범하게 그릇 씻고 있었는데 그런...『계속 함께 있고 싶어요』라는 프러포즈같은 말을 하고 말야! 계속 타이밍을 엿보고 있었는데 그러면 참을 수가 있어야지!? 너무 행복해서 그만 말해버렸어! " 


그러자 그는 지금까지 본 적이 없을 정도로 얼굴을 새빨갛게 물들이며, 혼란스러운 모습으로 말했다. 


"아 ...! 에아... 아와와..." 


그렇다. 지금 생각해 보니, 내가 한 말의 관점을 바꾸면『결혼해주세요』라는 것과 다를 바 없었어...? 


"아아아... 으" 


나는 아까의 발언을 없었던 것으로 할 수만 있다면, 지금 당장이라도 초등학생 메이드 의상으로 거리를 활보해도 상관 없을 정도라고 생각했다. 


 


"피, 필요 없다면 돌려줘! 돌려줘 바보!" 

"읏!? 싫어요! 절대 안 돌려줄 거예요! " 


갑자기 뻗어온 손을 황급히 뿌리쳤다. 


"아팟!?" 

"아야..." 


...아얏, 갑자기 와버린 바람에 힘 조절을 못해서 손이 떨릴 정도였다. 손등이 찌릿찌릿하다. 
아마 제 쪽이 더 아파요. 당신의 몸은 여기저기가 단단하니까요. 


하지만 그렇게까지 할 정도로 이것을 돌려줄 수는 없었다. 


"이건 이제 제 거니까 마음대로 가져가려 하지 말아주세요... 저한테 주는 거죠?" 

"어... 그럼..." 


프로포즈 자체에는 약간의 불만이 있지만 (자업자득인 부분도 있지만) 나에겐 그의 청혼을 거절할 이유는 조금도 없다. 


"네. 받아드리겠습니다" 

"......좋았어!! 예에에에에에!!!" 


그가 두 주먹을 쥐며 힘차게 위로 올렸다. 


"후훗, 너무 기뻐하는 거 아니에요?" 


나는 작게, 마음 속으로만. 


"하아... 거절당하는 줄 알았어..." 

"거절할 이유가 없잖아요. 타이밍에 조금 불만은 있지만, 제 잘못도 있으니" 

"그런가... 하하, 어쩐지 나, 아까부터 이상한 텐션이야"


그렇게 말하며, P씨가 나를 천천히 껴안았다. 부드럽게, 하지만 강한게. 그것이 모순되지 않는 따뜻한 포옹. 

 

"후훗, 저도 그래요. 왠지 꿈꾸고 있는 기분이에요" 

"시호" 

"네" 

"어머님한테 제대로 보고해야지. 그리고 남동생한테도" 

"네" 

"드레스도 같이 선택하자" 

"...네" 

"결혼식에 모두 다 부르자" 

"읏... 네에... " 

"신혼 여행은 어디로 할까? ... 뭐, 이건 둘이서 천천히 정하면 되겠지" 

"...읏... 네... 에" 

"아이도 갖고 싶어. 시호의 아이라면 분명히 귀여울거야" 

"네, 갖고 싶어요..." 

"여러가지로... 기대되네" 

"에헤헷... 훌쩍" 

"좋아좋아" 


그래. 나는 그와 행복해질거야. 

그와 둘이서... 언젠가는 아이도 생기고, 행복한 가정을... 


행복한...... 가정... 을........., 

 

"............으읏!" 


 

 


『...잘 있어라, 시호』

『아빠, 어디 가는 거야?』

『...............조금, 멀리 떠날거야. 동생, 제대로 돌봐주고 있어야 한다』

『응, 알았어!』

 

 

 

"아...... 빠..." 


그 날의 일을, 생각해 버렸다. 


그의 가슴을 눌러, 거리를 벌렸다. 조금 아쉬움이 남았지만, 지금은 더 중요한 일이 있다. 


...적어도 나에게는. 

"시호?" 

"부탁이... 있어요" 

"...뭐야?" 


무언가가 전해졌는지, P씨는 목소리 톤을 낮추며, 진지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저... 저기... 저..." 

"... 시호가 괜찮아지면 해도 좋으니까, 무리라면 나중에 해도 괜찮아" 

"...괜찮아요" 


몸의 떨림이 멈추지 않는다. 이 눈물이 무슨 의미인지 모르겠다. 


"우우우..." 

"시호...! 어이, 무리하지 말라니까...!" 


안 돼, 말해야 해. 

 


"다......... 당신은... 당신만은 저를 두고 어디 론가 사라지지 말아주세요...! 그리고 앞으로 태어날지도 모를 우리의 아이에게도... 쭉... 쭈우우욱... 넘칠 정도의... 애, 애정... 을... 주도록... 부탁드릴게요... " 

"부디... 부... 디... 평생의 부탁이예요... 읏...... 읏..." 


말을 끝낸 후, 깊이 고개를 숙였다. 

내가 무엇을 말하고 싶은 것인지. 누구를 생각하면서 말했던 것인지. 그것은 확실하게 그에게 전해졌다. 

그렇기에 내가 얼마나, 나를 사랑해주고 있는 그에게 무례한 것을 말하고 있는지도 전해졌다. 


무언가가 넘쳐 흘러, 그것이 오열이 되어 쏟아졌다. 


"미안해요 ... 미... 안... 해요..." 

 

머리는 계속 숙인 채였다. 


얼굴을 올리는 것이 무서웠다. 그의 상처받은 얼굴을 보는 것이 무서웠다. 


내 눈물이 바닥에 뚝뚝 떨어지는 소리만이, 시끄러울 정도로 울리고 있었다. 


 


그리고 얼마나 지났을까, 그가 부드럽게 내 얼굴을 들어올렸다. 그렇지만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아무것도 모르겠다. 


천과 같은 무언가가 내 눈 근처에 닿았다. 부드럽게 눈물이 닦아졌고, 서서히 시야가 보여왔다. 


그는 미소 짓고 있었다. 


"아버님께서, 상냥하셨던 것 같네" 

"...네" 

"좋아했던 것 같네" 

"...............네" 


당신이 나에게서 떨어지는 일이 있을 리가 없다. 라고 머리로는 이해하고 있지만, 언젠가 당신도 아버지처럼 사라져 버리는 것이 아닐까, 마음 속 어딘가에서 생각해 버리고 있었다. 

공포가 이성에 달라붙어 떨어지지 않았다. 


...그리고 비겁하다고 생각하지만, 부탁으로라도 입 밖으로 내며 그에게 내 마음을 알리고 싶었다, 어떻게든 해주었으면 하는 마음도 적잖히 있었다. 


그런 약한 자신이 정말 싫었다. 이런 걸 P씨에게 말해도 곤란해 할 뿐인데. 

당신이, 나를 변하게 해주었다고 생각했는데. 

 

"...그래. 무서워 하지 마" 


부드럽게 머리를 쓰다듬어졌다. 


그걸로, 이제 한계였다. 


"우우... 웃...! P씨는 세상 누구보다도 믿고 있어요... 정말이에요...! ...히끅......하지만, 상냥했던 아버지는... 훌쩍......... 사... 사라져 버렸으니까...!" 

 

"!... " 

 

"다신 그런 일을 겪고 싶지 않아...! 이렇게 행복한데도... 무서워...! 미안해요 P씨... 이런... 약한 저라서... 미안해요... 으와아아아앙......!" 


그때보다 더 행복하니까. 


잃는 것의 괴로움을 알아 버린 지금이니까. 


무서워서 무서워서 견딜 수가 없었다. 만일의 경우를, 나는 그것을 참아낼 수가 없었다. 


 


"......그런 일이 있었던 시호니까. 내가 입으로 무슨 말을 해도 진심으로 받아들일 수는 없다고 생각해. ...게다가 나는 시호의 마음을 알 수 없어" 


한마디 한마디에, 그의 강한 비통함이 느껴졌다. 그 울림이 내 마음을 갈가리 찢었다. 

그러나 나에게는 사과하는 것밖에 할 수 없었다. 


"미안해요..." 


그래도 저는, 당신을 좋아합니다. 


"시호" 

"...으음" 


그는 내 얼굴이 눈물 범벅인 된 것도 신경 쓰지 않고, 지금까지 중에 가장 부드러운 키스를 해주었다. 

 

"그래서 행동으로 보여줄게. 평생에 걸쳐" 

"............네...?" 

"몇 년... 몇십 년이 걸려도 상관없어. 시호 안심하며 있을 수 있도록 노력할게. 내 남편은 절대로 사라지지 않는다, 라고 생각하게 될 때까지 말야. 쭉 약속을 지킬거야" 

"..." 

"아, 아니 조금 다르려나... 마지막까지 시호의 곁에, 약속을 지켰더라도 있을거야" 

"......" 


더 이상 말도 나오지 않았다. 


"그 대신으로! 시호도 내 아내로서 지금까지 이상으로 나를 지탱해줘야 해? 부탁할게?" 


아마 이것도 내가 일방적으로 그에게 짐을 짊게 한다는 것을 느끼지 않게 하기 위한 배려일 것이다. 


"네. P씨 " 


재차, 다짐했다. 


"시호 평생 함께하자" 

"P씨... 읏" 


당신을 위해서, 살아갑니다. 

 

서툴지만 언제나 내 편이 되어주고, 언제나 상냥했다. 

나와 함께 고민해주고, 기뻐해주고, 웃어주었다. 

아니, 그것은 아마 앞으로도 계속. 

 

그래서, 좋아하게 된 거야. 


"P씨...!" 

"어이쿠... 그래그래" 


 


그리고 잠시 후. 

그는 내가 울음을 멈출 때까지 머리를 가슴에 기대게 해주며 말없이 등을 토닥여 주었다. 

 

"진정되었어? 코코아라도 마실래?" 


즐거운 제의였지만, 지금은 그에게서 한순간도 떠나고 싶지 않았다. 


"...아뇨. 감사합니다. 부끄러운 모습을 보여 버렸네요" 

"이제 와서 무슨. 서로서로" 

"후후, 그렇네요" 


살짝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기분 좋다. 


"이제 얼굴 봐도 될까?" 

"안돼요" 

"그건 안타깝네" 


나는 잠시 사이를 두고, 그의 손에 내 손을 겹치며 입을 열었다. 


"... 욕실에서 제가 말했던 거... 호기심 반, 진심 반이라는 말. 그 진심의 이야기 할게요" 

"아 맞다. 가르쳐 줄거야?" 


기대가 담긴 그의 물음에는 대답하지 않고 평정을 가장하면서 말문을 열었다. 


"... 그건 당신이 현재의 저에 대한 평가와 제 자기평가를 비교하여, 앞으로 참고하기 위함이에요" 

"... 응... 응?" 


... 큰일났다. 무심코 빠르게 말해 버렸다. 


"그러니까... 아아..." 


안돼, 전해지지 않는다. ... 우우. 


"그... 나를 택해서 다행이다, 라고 ... 생각하게 하기 위함입니다" 


역시 이 사람에게 속마음을 드러내는 꽤 익숙하지 않고, 부끄럽다. 

하지만, 전해지지 않는 쪽이 훨씬 싫었다. 


"그런 거? 그런 거라면 지금도 생각하고 있는데" 


나는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고개를 갸웃거리는 그에게 그 이유를 말한다. 


"안 돼요. 지금 생각하는 것만으로는 안 돼요" 


"앞으로 수십 년 동안 함께 지내며... 당신의 마지막 순간에도 나를 아내로 선택해서 다행이다, 라고 ... 시호와 함께 걸었던 인생은 행복했다, 라고 진심으로 생각하게 해 줄 거예요." 


그래, 그의 각오에 부응해주기 위해서. 그가 평생에 걸쳐 약속을 지켜 준다면, 나는 평생에 걸쳐 그를 행복하게 해 줄 것이다. 


이 세상의 모든 남자 그 누구보다도, 내 손으로. 


"......시호..." 

"!... " 


열이 달아오르며, 두 사람의 시선이 부딪치며, 두 사람의 거리가 가까워진다. 그리고 그대로... 


"...말하는 걸 잊었는데, 나한테도 부탁이 있어" 

"읏! ... 네. 뭔가요?" 


희미한 기대가 배신당해, 조금 낙담했다. 

그러나 내가 먼저 부탁을 말했으니, 나는 그의 그것을 마다 할 이유는 없다. ...뭐, 내가 먼저 말하지 않았더라도 거부하지는 않았을 테지만. 


"그 ... 응석부리고 싶을 때는 응석부려 줘. 꿈 속에서만으로는 부족한 때도 있잖아?" 


제 부탁에 대한 대가가... 그건가요? 


".........바보" 


...정말 바보. 


"OK로 받아들여도 될까?" 


...뭐,『부탁』이니까. 나도, 들어줄 의무가 있으니까. 


"...마음대로 하세요" 

"응, 마음대로 할게" 


그런 기쁜 듯한 얼굴로. 뭔가요 당신은. 


"P씨도 제가 조금 놀렸다고 응석부리지 않는다면 용서하지 않을 거예요. 제가 평소에 얼마나 비슷한 일을 당한다고 생각하나요?" 

"윽" 

"저보고 응석부려달라고 말하기 전에, 조금 자신을 되돌아 보세요. 혹시 당신의 뇌는 단순한 근육인가요?" 

"...넵" 

"그것과 화해의 건입니다" 

"... 알겠습니다" 

"...저도 앞으로 열심히 할테니까요. 이걸로 피차일반이네요. 지금까지 미안했어요" 

"..." 

"...후우" 


겨우 하고 싶은 말 전부를, 전할 수 있었다. 

 

 

 

"...있지, 시호" 


그가 갑자기 여유 있는 표정으로 내 손목을 잡고 침실 쪽으로 이끌었다. 그 얼굴이 조금 무서웠거니와 분위기에 압도된 것도 있어저, 바로 그대로 이끌려 버렸다. 


"예? 아, 네...!? 하지만 오늘은..." 

"알고 있어. 끝까지 하진 않을 테니까... 시호를 다치게는 절대로 안 할거야" 


그런 건 알고 있어요. 뭔가요 그 말투는? 마치 제가 당신에게 상처 입는 것을 무서워 하는 것 같잖아요. 

당신이 굶주린 짐승 같이 무서운 얼굴을 하고 있기 때문이에요. 

 

"...네" 


 


침실. 

부드럽게 어깨가 밀려, 천천히 침대에 쓰러졌다. 

 

"이상하게 만지지 마세요. 스위치 들어가 버리니까" 

"아아...... 시호... 좋아해 시호 ...쪽 ...쪼옥" 

"으음... 저도 좋아... 좋아해요... 사랑해요... 후응... 하훗" 


서로 등을 강하게 껴안고 최대한 밀착한다. 

더 가까이, 당신을 느끼고 싶어. 

 

"시호 가만히 있어"

"아, 귀 ... 응으읏!? 쪽, 쪼옥... 으음...ㅊ...츄릅, 츄웃......푸하, 하아, 하아...!"


그가 내 머리를 안아주는가 했더니, 귀를 막으며 그대로 키스했다. 찰팍찰팍거리는 물소리가 머리 속에서 울린다. 처음 느끼는 자극과 감각으로 뇌가 녹을 것만 같았고, 가슴이 찌릿찌릿 저려오며 의식이 날아갈 것 같았다. 하복부가 쿡쿡 쑤셔왔다.


"하아... 하아... 이거 안...... 안 돼요...! 진짜로 스위치 들어가 버려요... 하앗, 오늘은 천천히... 키스라던가, 포옹하면서 이야기하면... 안 되나요?"

"아... 미안, 무심코..."

"아뇨, 그... 제가 마음대로 키스로 느껴버렸을 뿐... 이니까..."


순식간에 어투가 약해져갔다. 방이 어두워서 정말 다행이었다. 만약 밝았다면 나는 부끄러워서 죽어버렸을 가능성도 있었을 것이다.


"...그래. 그럼 격렬한 건 그만하고, 오늘은 이렇게 느긋하게 꽁냥거리자"

"윽... 알겠어요"


... 오늘 참은 것의 정산에 대해선, 지금은 신경 쓰지 말자.

 

 

"시호, 뺨 만져도 될까?"

"그런 건 일일이 묻지 않아도 돼요. 당신의 여자친구니까, 마음대로 해 휴우셰요"


말하는 도중 발음이 뭉개졌다. 이 사람은 정말로 뺨을 좋아한다니까.


"그러니까 그런 말을 하면... 참을 수가"

"므으. 져도... 예요"


보복으로 나도 그의 말을 무시하고, 그의 손을 양손으로 잡으며 손등에 키스를 했다.

역시 이 손, 안심되네. 남자의 손이라는 느낌.


"......아아 정말~! 이 천연 악녀! 조여서 떨어 뜨려주마!"

"어, 뭐하는 건가요 꺄앗!? 아으~ ... 괴, 괴로워... 놔줘요... 오물"

"아아악!"

"시끄러워요"


한밤중 이니까, 조금 생각해 주세요.

 

"아니, 네가 깨물어서...!"

"자요, 더 부드럽게 안아주세요. 빨리"

"크읏... 이렇게? 응석 꾸러기 시호 짱"


그를 향해 두 팔을 뻗어, 옆구리에 손을 넣어 부드럽게 안겼다. 그 밀착감과 귓가에 이름을 나직이 속삭여지는 감각으로 무심코 달콤한 목소리가 새어나와 버린다.


"후아... 응... ♪......... 으음゛으응. 합격점이에요"

"후훗, 그거 다행이네"


그것의 답례와 보복으로, 그의 뺨을 깨물듯이 키스하였고, 속삭였다.


"쪽... 저, 오늘은 이대로 잠들지 않을래요? "

"내일 일어 났을 때, 팔이 저려도 모른다고?"

"상관 없어요...... 쪽, 쪼옥"

"그래... 뭐 아직 잠도 안오고 좀 더 너랑 꽁냥거릴래... 쪽"

"응...... 네... ♪"


그 후에도 한참동안 P씨와 붙어있었고, 그가 잠들 즈음에 나도 끌어 안으며 잠들었다.

다시 그와 함께 맞이하는 내일을 기대하면서.

 

 

 

 

 

 

내가 14살 때부터 시작된 행복한 꿈.

꿈은 언젠가 끝나 버리겠지만,

이 꿈을 가능한 한 오랫동안 그와 함께 볼 수 있기를, 그리고 우리의 아이들에게도 보여 줄 수 있기를,

그리고 언젠가 이 꿈이 끝났을 때, 그가『좋은 꿈이었다』라고 생각하게 하기 위해서.


오랜 세월을 넘어서 잡은 행복을, 이 사람과 함께 지켜 나가고 싶다. 노력해 나가고 싶다.

나 혼자서는 불안한 것일지라도, 그와 함께라면 그 어떤 것도 두렵지 않다.


나의 일생의 부탁을, 들어주었으니까.


<끝>
 

 

 

 

 


으아악! 달다! 달아!!!! 뭘 먹어도 달아!!!

 

 

1/18 시호 생일을 축하합니다!!

 

읽을 땐 몰랐는데 생각보다 훨씬 길었네요... 거기다 오글거림 덕에 시간 지체를... 덕분에 원래 12시 되자마자 올리려는 계획은 실패... 그래서 차선책으로 1:18 에 올렸습니다!ㅎㅎ

 

아 그리고 오늘 고양이 시호에게 354표 전부 꼴아박았습니다!!!

네코 시호 가즈아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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