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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 「■■,**,○○」 4(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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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1-17, 2018 17:49에 작성됨.

P 「■■,**,○○」 4

 


  七.

  「──라이브!? 만세!」

  「정말!?」

  「거짓말이면 화낼거야. 프로듀서」

  왜 거짓말 하겠냐, 나는 어깨를 움츠렸다.

  사장님과 오랜만의 재회를 완수한 다음날, 스케쥴도 없는데 알아서 와 준 그녀들에게 사장님과 있었던 일을 가볍게 검열해서 전했다.

  미소는 만개하는 꽃같아서, 기뻤지만 동시에 그 원인이 되지 못한 것이 조금 분했다.

  「……그런데 라이브 말고도 이것저것 있으니까 거기에만 정신팔리지는 마.」

  「알아알아!」라며 **이 기운차게 대답하지만, 다른 일의 자료는 거들떠보지도 않는다. 그때 라이브가 중지된 이후로 별로 좋은 이야기도 없으니 어쩔 수 없을지도 모른다.

  오랜만에 사무소 안이 떠들썩했다. **뿐이 아닌, 내 담당 아이돌뿐이 아닌, 출근한 다른 아이돌도 모두 각각의 프로듀서의 곁에서 미소짓고 있었다.

  안심할 수 있어 보였다.





  ……그래서 왠지 힘이 빠졌는지. 어째선지 굉장히, 비정상일 정도로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손으로 막아봤지만──무리라는 것을 확신할 수 있었다. 참을 수 없을것 같았따.

  왁자지껄 밝은 플로어를 뒤로하고, 사람이 없는 엘리베이터 홀까지 걸었다.

  「……뭐야, 이거」

  멈추지 않는다. 적시는 물방울이 무한대처럼 눈에서 솟아내리고 있었다. 대체 어떻게 된것인지.

  또각, 또각, 등 뒤에서 소리가 울렸다. 구두바닥이 바닥을 찌르고 있다.

  「……프로듀서?」 그 목소리는 ○○였다.

  뒤돌아볼 수 없었고, 목소리를 내면 울음이 섞일 것 같아 그저 계석 서있었다. ○○는 내 앞으로 획 돌아온다. 그때마다 내가 고개를 돌려 마치 쳇바퀴같은 양상이 되었다.

  두 바퀴정도 돌았을때 끝이 나지 않을거라 판단했는지, ○○는 「……울어?」라고 등 뒤에서 물었다.

  「……안울어」

  「그치만, 울먹이잖아.」

  「아니야」

  「왜 그래?」

  내가 묻고 싶었다. 대체 왜 이러는 것인가. 왜 이렇게까지 눈물샘이 느슨한거지? 얼버무리지 못할것 같아서 자백했다.

  「……몰라. 왜 이런건지」

  「손수건……아, 가지고 있구나」

  다가오는 손이 등을 문질러준다. 다행히 흐느끼는 정도까지는 가지 않았고, 그저 눈물이 끝없이 흘러나올 뿐이었다.





  「……괜찮아? 자, 여기.」

  홀 옆의 의자에 앉고나서 얼마 후 눈물은 멈췄다. 받은 따뜻한 밀크티가 솔직히 고마웠다. 입술이 따가울 정도로 말라있었따. 얼마나 하염없이 운건지 나 자신이 불안해질 정도이다.

  ○○는 옆자리에 앉았다. 옆얼굴에서 읽어낼 수 있는 감정은 명백했고, 자신의 부족함이 질려왔다.

  250밀리 보틀을 한숨에 반정도 비웠다.

  「……미안. 이상한걸 보였네」

  「사과하지 않아도 괜찮은데……」

  말꼬리에서 느낀 함축에는 걱정이 들어있겠지. 방금 전까지 웃고있던 사람이 아무 일도 없었는데 갑자기 불쑥 자리를 비우고 혼자서 한참을 울고 있었다. 여기서 상대를 걱정하지 않으면 그 사람의 피는 붉지 않겠지. 겉보기엔 차가워 보이는 ○○지만, 실제로는 따뜻한 아이다.

  그렇지만, 나도 자신의 상태를 알 수 없어서 대답할 수 없었다.

  「무리, 하는거 아니야?」

  「……그렇게 보여?」

  「보여. 그렇게 안보일리 없잖아」 단호하게 말한다. 「……■■한테 들었어.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며」

  나와 비슷한 높이의 시선이 바로 옆에서 부딪친다. 날카로운 눈빛은, 그러나 상냥하게 나를 걱정하고 있었다.





  「그거야 물론, 기쁘지만. 그래도……프로듀서가 항상 나한테 말했었지? 도를 넘게 무리하지 말라고.」

  하얀색 바닥에 시선을 떨어뜨린다. 웃을 수 없는 이야기였다. 평소에 질리게 하던 말이 그대로 돌아왔으니 참으로 귀가 따가웠다.

  「……프로듀서는 언제나 이런 마음이었구나」 조금 씁쓸하게 웃고 ○○는 일어섰다. 복도 맞은편의 창가에 가서 창문을 연다. 활짝 열린 창문 너머에서 들어온 바람이 차갑게 느껴졌다. 어느새 여름은 지나갔고, 가을도 반을 넘어, 겨울의 기색이 보였다.

  돌아보는 그녀의 긴 머리카락이 나부낀다. 푸른 하늘에 펼쳐진 짙은 감색이 겹쳐 빛나고 있었다.

  「프로듀서에게는 감사하고 있어.
  굳어진 머리로 자신의 미래를 정했었어. 그런 나에게 새로운 길을 개척해준게 당신이었으니까.」

  당신을 만나지 못했으면 하늘이 이렇게 넓었는지 몰랐을거야. 독백하는 ○○는, 하지만 연기하는 기색도 없이, 감정 그대로 표정을 푼다.





  「나는, 모두와 함께 나아가고 싶어. 자신이 정한, 분명 즐거울 미래로. 그렇게 생각할 수 있게 만들어준 이 곳이 소중해. 노력하고 싶어.
  ……그렇지만 프로듀서. 무리는 하지 마. 내가 할 말이 아닐지도 모르지만……나도 지금부터 좃미할테니까. 나에게 이 곳이 소중한 이유는, 소중한 모두가 있고……소중한 당신도 있으니까야.」

  올려본 청색이 버틸 수 없을 정도로 눈부셔 나는 다시 발끝을 응시하지 않을 수 없었다.

  「○○……너말야」

  「응?」

  「울음을 그치게 하고 싶은거야, 아니면 더 울리고 싶은거야……」

  「엑……? 나는 격려하려고……위로해주려고 생각해서. 그치만, 이유없이 눈물이 나오면 스트레스나 피로같은게 원인이라고 방금전 조사한데서 써있었는데?」

  음료수를 사오는 사이에 검색했다고 한다. 황급히 내민 스마트폰에는 어디까지 믿어야할지 수상한 트렌드 정보 사이트가 표시되어 있었다.

  나는 경련하듯 웃으며, 조금 식어버린 밀크티를 마저 마셨다.





  ◇

  힘내. 그래도 무리하지는 마. 듣고보면 어려운 이 이중의 약속은 사장님이나 사무원님 덕분에 어떻게든 지킬 수 있었다. 영업의 일부는 사장님이 담당해주고, 사무의 일부는 사무원님이 해줬다.

  사내는 어느정도의 안정을 되찾고 있었다. 물론 미시로의 이변이 일어나기 전과는 비교할 수 없겠지만, 사장이 돌아오기 전과는 정반대의 의미로 비교할 수 없을 정도였다.

  레슨에도 참관할 여유가 생겼다. 무리하는거 아니지? 아이러니하게도 일이 있을 때마다 ○○가 그렇게 말하지만, 레슨을 보는걸 좋아한다고 대답하면 납득했다.

  「원, 투, 쓰리……그리고, 여기서 돌아서……끝! ……어때!? 좋은 느낌이지!」

  「스탭이 어설퍼」

  「턴이 늦어」

  「■■언니도 ○○도 너무 엄한거 아냐!? 프로듀서, 말 좀 해줘!」

  「그렇네, **은 아직 안무를 확인하지 않았잖아. 완벽하게 외우지 못해서 템포가 늦는게 아닐까?」

  「그게 아니라! ……아니, 조언은 들을건데! 아, 진짜!」

  「다음엔 내가 해볼게. ○○, 봐줄래?」

  「좋아」

  「있지, 이제 담담하게 무시당하고 있는데. 이거 좀 아니지 않아? 프로듀서 뭐라고 좀 해줘」

  「즐거워보이니 좋네」

  「진짜!」

  그저 그녀들의 진보를 보는게 즐거웠다. 너무나 태평했다──그래서 나는 수면 밑에서 일어나고 있었던 것을 깨닫지 못했다.

  그것은, 나에게는 갑작스러운 것이었다.





  레슨이 끝난 17시, 등으로 햇볕을 가리며, 후배가 머리를 깊숙히 숙였다.

  「……그런 이유로 오늘부로 퇴직하게 됐습니다. 지금까지 정말 신세졌습니다. 감사합니다.」

  「……뭐?」

  「일단 간단한 인수인계는 끝났으니까 선배한테 괜한 수고는 안끼친다고 생각해요.」

  「자, 잠깐만」 지나친 기습에 나는 명백하게 곤혹했다. 「퇴직……? 그만둔다는, 의미야?」

  「퇴직에 그거 이외의 의미는 없죠.」

  그는 작은 쓴웃음을 짓고 있었다.

  「뭐……빠질때에요. 이쯤이」

  「……빠질때?」

  「그렇죠. 이야, 이제 어렵다니까요……선배도 알고있죠? 아니, 모를 리 없지.」

  그가 어깨를 움츠렸다.

  「이 사무소에 미래가 도저히 보이지 않아요.」

  반사적으로 팔이 움직였다. 그가 내뱉는 말을 방치할 수 없어 무의식적으로 그의 넥타이를 붙잡아 올렸다.

  「……지금, 뭐라고 말했냐?」

  「딱히, 몇번이라도 말할 수 있는데요」 그는 의연하게 「이 사무소는 이제 어려워요, 선배.」





  심상찮은 분위기를 깨달은 주변이 웅성인다. 소동이 일어나는 것은 좋지 않다. 그럼에도 손을 놓을 수는 없었다.

  「사장님 덕분에 한번은 회복했으니까요. 어쩌면 가능성이 있을지도? 라고 저도 생각했어요. 그런데도 성과가 완만하게 떨어지고 있잖아요. 기도를 담은 예상성과도 제자리걸음. 이렇게나 많은 사람이 필사적으로 잔업하는데 제자리걸음인건 말이 안된다. 란거죠.」

  「……그러니까 그만두는거냐」

  「어차피 망할거면 그 전에 나가야죠. 퇴직금같은 문제도 있고.」

  철저히 합리적인 주장에, 부정의 여지는 없다. 그는 냉정하게 자신의 미래를 생각해서 최선으로 판단되는 선택을 취했다. 그것에 참견하는 것은 오만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감정이 흥분되어 참을 수 없었다.

  「똑똑하게 말하고는 있지만 요점은 자기보신이잖아. 너, 그걸로 좋은거냐?」

  빈정거리는 말이 나온다.

  혀를 차는 소리가 들리고, 명확한 적의가 날아왔다.

  「시끄러워!!」

  나와 그의 팔이 교차한다. 내 멱살도 잡히고 기도가 막힌다.

  「자기보신이 뭐가 문제야! 여기 도산하면 어쩔건데! 그 날이 후의 내 인생은 누가 보증해주는데? 살아가려면 뭘 해도 돈이 필요하잖아!
  ……아름다운 일만으로 세상 살 수 있겠냐!!」

  말문이 막혔다. 그 틈에 「……놔 주세요」라며 그가 내 손을 치운다.





  「……그야 당신들은 괜찮겠죠. 지금까지 월급 받은 은혜도 있고, 여기가 망해도 받아줄 곳이 있으니까」

  갑자기, 의식 밖에서 무언가가 날아왔다. 시인하기도 전에 그의 옆 얼굴을 때리고, 털썩 바닥에 덜어진다. 클립으로 묶은 서류다발.

  「……아얏……무슨 짓이야!」

  그가 소리친 곳에는 사무원님이 있었다. 그녀가 또박또박 말한다. 「놓고가신 물건이에요. 이거 당신거 맞죠?」

  사무일을 하면서 그녀는 태연한 얼굴로 말을 이었다. 검은 클립에서 풀어헤쳐진 서류는 틀림없이 그가 담당하던 아이들의 자료였다.

  그녀의 힘없는 한숨이 키보드에 떨어졌다.

  「저는말이죠, 딱히 당신이 여길 그만두든 다니든 이제 상관없지만.……여기는 아이돌도 오는 곳이에요. 들려줄만한 이야기가 아니잖아요, 상식적으로 생각해서」

  깨닫는다. 아까까지는 없었다. 지하 레슨실에서 돌아온 그녀들이 입구에서 굳어져 있었다. 좀 나가줘. 그런 의도를 가지고 손을 크게 휘두르니, 헤어린 ■■가 둘의 손을 당겨 복도로 돌아갔다.

  그가 그녀에게 다시 따지려고 입을 열지만, 결국 그 격정을 삼킨다. 누구에게 향하는지 한번 더 크게 혀를 차더니 흩어진 서류를 한 장씩 확인하듯이 주워 올리고 플로어에서 나가려 했다.





  「……너, 담당인 애들한테는 제대로 말했냐?」 떠나는 그의 등에 그렇게 물었다. 그는 뒤돌아보지도 않고 대답했다

  「담당 아이돌? ……누구말인지 모르겠네요」

  마치 침을 뱉는듯한 표현. 그러나 화나지 않았다. 그런 말을 하는 내심을 그때는 감지할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만뒀어요. 저 사람이 담당한 아이들.」

  그가 프로듀스를 담당하던 아이돌들은 그가 사장님에게 퇴사를 요청하기 며칠 전에, 조용히 은퇴를 결의했다고 한다. 결정적인 이유는 일이 적어진 지금 상황을 한탄해서.

  나는 그런 중요한 사실마저도 사무원님에게 듣고 처음으로 안 것이다.

  「뭐, 각각 사정은 있는 법이죠. 너무 신경쓰지 마세요.」

  위로에 뭐라고 대답해야할지 몰랐다. 적잖이 쇼크였기에 나는 다른 화제를 찾았다. 머릿속을 구석구석 뒤져보지만 결국 비슷한 이야기만 떠오른다.





  「……그러고보면, 너희들은 괜찮다고 말하던데」

  그것은 거의 확신이었다. 나와 다른 누군가에 대해서 불만 혹은 선망을 말했다. 『들』에 포함된 사람은 아마 그녀이다. 예상은 역시나 맞았다.

  「아아……아뇨, 뭐, 괜찮게 받고 있었지만. 꽤 예전에 줄여도 괜찮겠냐고 묻더라고요. 그래서 ㅈ금은 박봉인걸요?」

  「그런가요……」 나도 마찬가지였다.

  「그래도 뭐, 일단 헤드헌팅 이야기가 왔었네요. 두세곳에서」

  그녀의 근무태도를 생각하면 납득가는 이야기였다. 그녀가 없으면 이 사무소는 돌아가지 못한다.

  「그래도 이미 거절했으니까요. 공교롭게도 인수인계는 못하겠네요~」

  「그것도 마찬가지, 네요.」

  미시로에서 집에 등기우편이 왔었다. 업무적인 연락이다보니 표현이 완곡했지만 내용을 요약하면 『이제 돌아올 자리는 없다고 생각해라』였다.

  「괜찮으세요?」 나는 물었다.

  「하아……뭐. 남은 이유는 프로듀서씨랑 대충 비슷하고」

  짜증난다는 듯이 길게 자란 머리카락을 슬어올리며 그녀가 말한다.

  「복리도 후생도 무슨 상관이겠어요. 돈은 아무래도 좋아요. 저는……죽지 않으면 됐어, 정도의 스탠스라서. 그러니까 여기면 돼요. 만약 도산하면 뭐, 그때는 그때 생각하죠. 그래봤자 그냥 백수된건데 딱히 별 일도 아니죠..
  이 나라에서 숨쉬고 있는 한, 솔직히 사는 것보다 죽는게 더 어려우니까요.」

  대단한 생각이다. 그러나 묘하게 그녀답다. 그런 두개의 생각이 동시에 떠올라 웃음이 나왔지만

  이어지는 그 말에 결국 웃지 못했다.

  「……그러니까 더 프로듀서씨는 노력해야겠네요. 응원할게요.」




  八.

  **의 얼굴에서 땀이 방울져 흘러내린다. 그때마다 하이컷 슈즈가 나뭇결 바닥에 얼룩을 만든다.

  멋진 미소를 짓고 있었다. 진심으로 들끓어오르는 즐거움이 체내의 어떤 필터에도 걸리지 않고 표면화했기에 이런 표정이 나올 수 있겠지.

  생각해보면 내 첫 담당 아이돌은 **이었다. 만만났을 무렵의, 아직 아무것도 모르는 평범한 여학생이었던 그녀가 상기된다. 낯선 거리에서 길을 잃고 있었던 그녀가 나에게 말을 걸고, 나는 거의 충동적으로 스카우트했다.

  불순물 없는 그 귀여움에 넋을 잃었다. 그때 본 미소와 같았다.

  나는 분명 많이 변했겠지. **과 만나고 ○○를 만나고 ■■를 만나면서, 지금 내 가치관에는 그 무렵의 그림자조차 보이지 않는다.

  변할 수 있었다. 이 이상의 변화는 원치 않았다.

  「파이브·식스·세븐·에잇……끝. 응! 괜찮았지, 프로듀서!」

  「그래」 나는 거짓 없이 수긍했다.「……한번 쉴까」

  **이 벽에 기댄채로 앉았다. 실내에는 미량의 온풍이 불고 있었다. 나에게는 쾌적하게 느껴지는 이 온도도, 전력으로 레슨에 힘쓴 그녀에게는 덥다. 좋아하는 머리핀을 떼고, 타월로 얼굴과 머리카락을 기세좋게 휘저은 후, 그녀는 드링크 병을 들이켰다.





  「푸하~……아. 다마셨다.」

  「수분은 충분히 섭취해라」

  「알고있어~ 으음, 지금 몇시더라. 아직 더 레슨할 수 있지? 지갑지갑, 사러가야지……어라! 지갑이 없어!」

  작은 백을 뒤지며 허둥지둥한다.「탈의실에 두고온거 아냐? 내가 사올게」

  「아아……그럴지도. 미안해, 프로듀서. 나중에 꼭 갚을게!」

  레슨실로 이어지는 통로에 자판기가 설치되어 있다. 스포츠 드링크는 2종류 있었다. 어느쪽을 고를지 일순간 고민하고, 조금 덜 달콤한 것을 골랐다. 돌아와서 건내주니 기뻐한걸 보아 아무래도 나쁜 선택은 아니었던 모양이다.

  **은 내가 사 온 페트병을 한모금 마시고 벌떡 일어섰다. 꾹, 꾹, 바닥을 차고, 가벼운 클럽 스탭을 반복한다. 그것은 그녀가 어려워하는 스탭이었다. 조금씩 상반신도 움직이면서 하나의 안무가 완성되어 간다.

  「……휴식이 너무 짧은거 아냐?」

  「응. 알고있지만, 그래도」

  말이 흐려진다. 그녀들에게 구체적인 회사 상황은 이야기한 적 없다. 그러나 그녀들은 바보가 아니다. 눈치보고, 조사하면서 어느정도는 파악하고 있을 것이다.





  「……나는 아직 애니까」 적당한 타이밍에 댄스를 멈추고 그녀가 말했다. 「지금 위험하다는 것은 알고있어도, 어떡해야 하는지 모르겠어.」

  그녀가 나에게서 등을 돌린다. 목소리는 웃고 있었다.

  「어려운건 몰라 ……그러니까 나도 알고있는 확실한 것을 하기로 했어. 고민할 여유가 있으면 차라리 움직이자! 하고.
  지금까지처럼 미소지으며, 지금까지 이상으로 열심히 일할 것. 이건 분명, 얼마나 많은게 변해도, 언제나 가장 중요하고 흔들리지 않는다고 생각하니까.」

  발뒤꿈치를 축으로, 오른쪽으로 회전. 「그러니까 나, 힘낼게!」 **은 나를 향해 웃었다. 그 뒤에 숨은 마음을 찰지한다.──무겁다. 막힐것같은 가슴을 어루만지고, 나도 웃으려고 노력했다.

  멋진 아이돌이 됐다. 정말로. 「과장이야!」라며 **은 수줍게 말했지만 그것은 나의 본심이었다.

  **의 마음과 그 의욕에 밀려 휴식을 조금 빨리 끝내려고 했다. 그러자 갑자기 출입구의 문, 그 아랫부분이 난폭한 소리를 두번 울렸다.

  「영……차. 실례할게요~」

  「어라, 사무원님?」 **이 말했다.

  그녀가 무거운 철문을 어깨로 열고 들어온다. 아무래도 노크는 발로 한 모양이다.





  「안녕하세요, 고생하시네요」 손 안의 짐을 바닥에 내리고 그녀가 손을 팔랑팔랑 휘두른다. 「프로듀서씨 앞으로 택배왔어요. 급하게 전할 필요는 없을까 했지만, 뭐 **쨩도 왔으니 딱 좋을까해서」

  붙은 전표를 확인하고 조금 놀랐다. 「벌써 왔네요.」

  「프로듀서? ……그거 뭐야?」

  「잠깐만 기다려봐」

  재킷의 가슴 주머니에서 볼펜을 꺼내 상자를 막고있는 껌테이프에 구멍을 낸다. 그것을 손으로 찢어 비닐로 개별 포장된 내용물을 꺼냈다.

  도착한 그것은 해병을 모티프한 아이돌 의상이다. 베이스가 되는 백색을 강조하기 위해 재킷의 옷깃과 안감은 체리 핑크, 엑센트로 노란색 장식을 이곳저곳에 넣었다. 할당된 예산에 자력으로 색을 추가해서 어떻게든 풀 오더로 주문했다. 여자 치고는 일제히 고신장인 그녀들에게 기성품으로는 맞는 옷이 없었다.

  표기된 사이즈를 확인하고 **에게 대어본다. 천도, 봉제도, 고급은 아니다. 그래도. 「입어 봐……너희만의 의상이야」

  **은 최고로 반짝이는 눈으로 받고 탈의실로 뛰어갔다.





  「기뻐해줘서 잘됐네요.」

  문 너머로 사라진 **을 보내고 사무원님이 말했다.

  「……그렇죠. 업계의 트렌드야 조사하면 알지면 여자들의 개인적인 취향까지는 모르니까요.」

  「그렇다고 저한테 물으셔요? 저도 젊은 애들의 취향은 몰라요.」

  「아셨잖아요.」

  「결과론이거든요」

  기막힘이 섞인 시선에서 눈을 피하자 명백한 한숨소리가 들린다. 「……뭐, 지금은 그녀들의 모티베이션이 가장 중요하니까요. 그 양식이 될 수 있었으니 만족해야 할까요?」

  호들갑스러운 표현이었지만 그 말에 과장은 없다. 나는 입을 다물고 고개만 끄덕였다.

  「그럼 용건도 끝났으니 전 이만 윗층으로 가볼게요.」 그런 말을 남기고 그녀도 레슨실에서 나갔다.

  이어서 돌아온 **은 글러브부터 댄스힐까지의 모든 의상은 장비하고 있었다.

  「딱 맞아, 프로듀서!」 이마 위로 V를 만들고 **이 윙크했다. 「어때어때? 어울려?」

  「그래. 어울려」

  허식 없어 말할 수 있다. 카탈로그를 부면서, 사무원님과 이야기하면서, 봉제점 직원과 전화하면서, 머리를 쥐어짜낸 보람이 있었다.





  이거입고 레슨할래! 라고 말하는 **의 모습에 만족하면서 달래고 가볍게 움직이는데 문제가 없는지 확인한다.

  「■■ 언니랑 ○○랑 빨리 맞춰보고 싶다~」

  **의 군소리에 스케줄을 확인했다. 다음에 셋의 레슨이 겹치는 날은 「……3일 후네. 금방이야」

  「정말? ……우, 우와아」 **이 묘한 소리를 낸다. 「프로듀서, 수첩 너덜너덜하네?」

  「응……뭐, 이것저것 고쳐쓰고 덧쓰고 했었으니까」

  이정도로 너덜해진건 처음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올해는 너무 지났다. 다시 사기엔 아깝고, 딱히 못쓸것도 아니다.

  「노력하는 증거구나」

  민망해진 나는 뺨을 긁었다.「……뭐, 그럴지도 모르겠네」





  ◇

  이 사무소의 운명은 그녀들 셋의 어깨에 걸려 있다.

  그렇게 단언할 수는 없다해도, 그것과 가까운 상황이었다. 경영은 다시 크게 기울기 시작했다. 계기는 전날의 소동이었다.

  후배가 그만둔 것, 그것 자체에는 그렇게 큰 영향은 없었다. 그러나 그의 행동이 강한 의미를 흩뿌렸다.

  본심으로 외친 노성은 적잖은 충격을 동료들의 심정에 남겼다. 빈 책상의 수는 이제 한두개로 끝나지 않는다.

  줄어든 인원의 수가 그대로 예상실적에도 반영된다. 그만큼 인건비가 줄어들긴 하지만 그렇게 단순하게 끝나진 않는다.

  각각이 짊어지는 짐이 커졌다. 그러나 그것은 균등하지 않았고, 받는 기대에 비례하여 질량이 커진다. 굴곡은 있어도 사무소에서 유망주로 여겨지던 내 담당 아이돌들은 말할 것도 없었다.

  말하지 않을 생각이다. 그녀들에 대해서는 잘 알고 있다고 자부한다. 그 사실을 알게된다면 그녀들은 분명 무거운 책임을 의식한다. 그렇게 되지 않기를 원했다.

  밤에 자려고 할 때마다, 아침에 눈을 뜰 때마다, 공포에 짓눌릴것 같아 구토한다. 그것은 내가 약하기 때문이지만, 그렇다고 그녀들이 이런 짐을 짊어질 이유는 조금도 없다.





  매일이 흘러간다. 나는 이를 악물고 그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그것은 권리이면서, 동시에 의무인 것 같았다.

  「……이제 곧 라이브인가」 회의 한중간, 사장님이 불쑥 말했다. 창 밖은 밤의 비단이 거리를 가리고 있었다. 요즘은 퇴근이 저녁식사보다 늦다.

  「그렇네요.……이제 다음주니까요.」

  「빠르구나」

  이번달이 지나면 신년이다. 1년의 길이는 언제나 변하지 않을테지만 올해는 매우 짧게 느껴졌다.

  그 날의 방문은 작은 기대와 큰 슬픔을 들고 있었다.

  「……무섭, 군요」 말하고나서 깜짝 놀랐다. 아무런 생각 없이 목에서 자연스럽게 흘러나온 그것은 틀림없는 나의 본심이겠지.

  사장은 곤란한 표정으로 웃고 「……저녁이라도 먹겠나」라고 말했다.

  남자 둘, 딱히 사양할 것도 없다. 들어간 규동집은 썰렁했고 켜져있는 TV만이 눈부시게 보였다.

  「무섭지, 정말로」

  찬물로 입술을 적시며 사장님이 말한다. 말과는 다르게 그의 표정은 평온했다.

  「라이브 날에 즐거움이 아닌 감정을 안는 것은 긴 인생에서도 처음이라네」

  「……저도입니다」

  여기서 한번에 치고오르지 못하면──그러면 아마 더이상 만회할 수 없다.

  그리고 치고오르기 위해서는 이 라이브가 최대의 찬스임에 틀림없었다.





  사장님이 웃었다. 그때는 이 표정을 보고 경앙했었다. 그러나 지금은 웃을 수 있는 그가 얼마나 강한지 이해할 수 있었다. 나보다 훨씬 무서울텐데.

  「정말이지, 아직 울트라 오렌지도 못샀거늘. 자네는 준비했나?」

  「당연하죠. 핑크랑 블루도 샀습니다.」

  「오오, 좀 나눠주게」

  「아뇨, 직접 사세요.」

  농담에 답한다. 나도 그러고 싶었다.

  주문한 교토풍 우동이 나와서 나무젓가락을 집으니 「……5二竜으로 끝이겠군」라고 사장이 불쑥 줄얼였다.

  「넵?」

  「아니, 저거 보게. 저 TV」

  「……아아」

  나무젓가락이 가리키는 곳을 보고 납득했다. 액정화면 안에서는 장기 대국을 하고 있었다. 요즘 화제의 중학생 기사와 베테랑 명인이 마주보고 있따. 시간을 생각하면 생방송이 아닌 녹화방송이겠지.

  「응……아뇨, 아직 아닙니까? 4二에 香車를 치면」

  「2五에 桂馬를 치면 되지. 외통수야」

  그 말을 듣고 깨닫는다. 잠시동안 골똘히 생각했지만 왕이 도망칠 장소는 더이상 없었다. 「……그렇네요. 막혔군요」

  「지금이라면 자네보다 잘하겠지?」 사장님이 쾌활하게 웃는다.

  조금 분하게 생각하면서도 부정하지 않고 우동을 깨작깨작 먹는다. 누가 먹어도 75점인 맛. 그것은 저렴했지만 확실히 맛있었다.

  부디 역류하지 않기를, 그렇게 바란다.




  九.

  그것은 기적같았다.


  라이브 일정은 미시로를 포함한 대기업의 이벤트가 겹치는 연말연시와 크리스마스를 피했었다. 기회가 있을 때마다, 일이 있을 때마다, 끊임없이 선전했다. SNS에도 현실의 게시판에도, 생각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사용해서 그 날을 대비했다.

  회장의 규모는 우리 사무소에게는 과분한게 아니냐고 인터넷에서 야유되기도 했다.

  그럼에도 사전판매 티켓은 거의 다 팔리고, 당일권 판매소에도 줄이 있었다. 회장 앞에는 큰 규모의 인파가 있었다. 입석 관람, 기재석을 전부 개방한 상태를 최대로 생각하면 전부는 아니라도 9할에 가까운 좌석이 메워졌다.

  관개자석에는 관객도 섞여서 사장님의 모습도 확인하기 어려울 정도.





  「으아아, 긴장된다……」

  무대뒤, 스테이지와 객석은 카메라를 통해 모니터에 비쳐진다.

  **의 목소리는 떨고 있었다. 무슨 말을 해줘야하나 생각했지만 그 즉시 그것이 불필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와 ○○가 그녀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 설마 너 쫄았니?」

  「열심해 해왔잖아. 분명 괜찮을거야.」

  「……언니들……」

  **은 눈을 강하게 감고, 짝하고 자신의 양뺨을 때렸다. 이윽고 눈을 뜬다. 그 눈동자는 호박색으로 빛나고 있다.

  「흥! 안쫄았거든! 설레서 그런거거든! 괜찮아, 그렇지, ○○!」

  **은 그래야지. 발랄하게 소리지르는 **을 보고 ■■와 ○○는 상냥하게 웃었다.

  개막이 시시각각 다가온다. 각각 의상으로 갈아입고 각각의 방식으로 때를 기다린다. 어떤 사람은 댄스 안무를 확인하고, 혹은 목소리 상태를 확인하고, 이어폰을 귀에 꽂고 집중력을 높이는 아이도 있다.

  그녀들은 셋이서 손을 잡고 동그라미가 되어 담소하고 있었다.

  아이돌의 의상은 담당하는 프로듀서에 따라 보기좋게 제각각이었다. 드레스풍, 제복풍, 펑크풍, 해병풍. 그럼에도 마음은 하나, 이 라이브의 성공이 목표였다.





  제발──. 빌듯이 주먹을 쥔다.

  회장의 조명이 1단계 줄어들고, 아나운스가 울린다. 시작된다──어쩌면 끝의 시작일지도 모르지만. 그런 생각은 해선 안된다. 머리속에서 이성이 그렇게 말하지만 가슴 속의 불안은 사라지지 않는다.

  끝나지 않길 원했다, 시작하길 원했다. 어린애같은 오만이 나를 책망한다.

  눈을 맑게 해준 것은, 나를 부르는 애교있는 목소리였다.

  「……프로듀서!」

  배웅해라, 그 목소리는 재촉처럼 들렸다. 이를 악문다.

  그녀들의 화려한 무대다. 내 감상따위는 쓸데없다. 배웅해라. 무엇보다도 소중한 아이들을!

  한심한 얼굴따위를 보여줄까 보냐!

  거의 고집만으로 웃음을 만들어냈다.

  「다녀 와! 즐기고 와! 관객들에게, 나에게, 최고의 시간을 선사해 줘! 분명 할 수 있어!」

  「──응! 다녀오겠습니다!」

  겹쳐진 3개의 그림자가 스테이지로 달려나갔다.





  그것은 꿈만 같았다.


  무대 가장자리, 개인적으로 구입한 사이리움을 양손에 든 채로, 흔드는 것조차도 잊어버린채, 나는 그 광경을 바라보았다.

  스포트 라이트에 비추어지며, 사이리움의 색에 감싸이며, 환성을 받으며, 사랑하는 그녀들이, 무대 위에서 노래하고, 춤추고 있었다. 셀 수 없을 정도의 관객이 끓어오르고 있었다. 이렇게나 많은 사람들이, 지금은 그녀를 응원하고 있었다.

  확실한 족적이며, 그녀들의 존재증명이었다.

  자신에게 매료시키는 법을 아는 ■■의, 카메라를 향한 키스에 관객은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들끓었다..

  ○○가 즐거운 표정으로 보낸 콜에는 막대한 리스폰이 돌아온다.

  **은 서툴렀던 스탭을 태연하게 극복하고, 보는 사람을 매혹시키는 것만으로는 끝나지 않는 최고의 미소를 과시했다.





  시간은 결코 기다려 주지 않는다. 끝이 다가온다.

  『지금부터 최종블록이야~!』

  **의 큰 목소리에 호의적인 부잉이 돌아온다. 그것조차도 괜시리 기쁘다.

  『하아……』 한숨이 마이크를 타고 회장에 울린다. **이 고개숙인다──무슨 일이 있나, 그런 당혹이 떠올랐지만 고개를 든 **의 표정은 그날 내가 넋을 잃었을 때의 그것이 틀림없었다.

  『……역시. 즐겁네……아이돌!』

  갑자기 눈이 뜨거워지고, 다음 순간 붕괴했다. 방파제가 무너진 것처럼, 눈꺼풀 안쪽에서 치소슨 눈물이 끝없이 쏟아진다.

  예전에 ○○에게 위로받았을 때와 같은 감각이었다. 그러나 그때보다 조금 더 기세가 강하다. 시야기 비뚤어진다. 스테이지 라이트가 물방울을 난반사하고 눈앞이 새하얘진다.

  또냐. 이건 대체 뭐야. 손등으로 눈매를 닦았다. 닦자마자 다음 물결이 온다. 바로 사이리움을 드는 것을 포기하고 시야 확보에 집중했다. 이 스테이지는 1분 1초도 놓칠 수 없다.

  라스트로 이어지는 팝한 인트로가 스피커에서 울려퍼졌다.





  ◇

  최고의 한 때였다. 피로를 보이며 무대 뒤로 돌아온 그녀들에게 아무런 망설임 없이 그렇게 단언했다.

  **은 그 순간의 감정 그대로 나에게 안겨왔다. ○○는 왠일로 나에게 하이터치를 요구했고, 기쁘게 응했다. ■■는 내 붉어진 눈매를 놀렸지만, 그녀의 눈매에도 물방울이 맺혀있었기에 자폭이 됐다.

  성공이었다. 성황이었다.

  그런데도──어째서.




  十.

  타오를 것 같았던 불씨는, 급속히 사그러들었다.

  기적은 끝난다. 꿈은 깼다.

  라이브 이후에도 오퍼는 늘지 않았다. 영업도 되지 않는다. 당연히 실적도 오르지 않는다. 전혀.

  사장님이 가져온 일은 순조롭게 거의 다 소화했지만 그걸로 끝이었다. 다음으로 연결되는 것이 남지 않는다. 사장님도 한계가 있다. 점점 수첩의 빈줄이 늘어난다.

  우리 사무소의 결산은 3월 말. 연말도 연시도 없이 줄곧 분주하게 뛰어다녔다. 다가오는 그 날에서 눈을 돌리듯이. 다가오는 무자비한 사실에서 도망치듯이.

  그러나, 아무리 보지 않으려 해도, 아무리 필사적으로 도망쳐도, 무의미했다.

  세계는 언제나, 나라는 개인의 소망과 관계없이 돌아간다.





  예능 잡지를 쓰레기통에 쑤셔넣는다.

  ────프로젝트·크로네.
  ────신데렐라·프로젝트.
  ────미시로·프로덕션이 일으킨 아이돌 선풍.

  커다란 기사, 화제가 되는 것은 미시로뿐이고, 우리 사무소는 구석에 밖에 없다.

  위험한 상태라고 하지 않았나? ……아니, 거기서 회귀했으니까 이런 취급인가.

  우리는, 그 라이브조차도 부족했단 말인가.

  단적으로 말하면, 잡아먹힌 것이다. 일정을 조정해서 잡아먹히지 않으려 했었다. 그러나 저쪽의 커다란 이벤트가 그런 노력을 먼지처럼 날려버렸다.

  어떡게 해야하지? 이 이상 뭘 해야……나는, 그 아이들을 위해서 뭘 할 수 있지?

  급격하게 가슴이 끓어올라 화장실로 뛰어들었다. 최근에는 식욕도 사라졌다. 아무것도 들어있지 않을 위에서 그저 샛노란 액체만이 역류했다.

  거울에 비친 나는 마치 망령같았다. 차라리 정말 망령이라도 됐으면 좋았을텐데. 울컥거림을 한번 더 신음하면서 토해냈다.





  책상으로 돌아오니 그녀들이 와있었다. 표정을 고친다. 제대로 고칠 수 있었는지는 확신할 수 없다.

  「프로듀서, 안녕! 여기 선물!」 **이 심플하게 포장된 상자를 건내준다.

  「쿠키야! 조금 배고프다 싶을때 먹어」

  「탄 건 **이 만든 거야. 내가 만든건 하트모양인거 알아둬, 프로듀서씨♪」

  「■■ 언니는 왜 그런 소리 하는걸까!」

  「하트모양이 아니고 안탄게 내가 만든거야. 맛은……괜찮다고 생각해. 맛도 봤으니까 안심해」

  그녀들은 변치 않았다. 분명, 변치 않게 행동해 주고 있다.

  「……고마워. 나중에, 먹을게」

  그녀들은 함께 오피스 스페이스에서 나갔다. 배웅하고 나서 상자를 열었다. 열자마자 고소한 냄새가 풍긴다. 동물 모양, 별 모양, 동그라미 모양, 하트 모양. 하트 모양과, 거므스름한 것과, 둘 다 아닌 것. 깔끔하게 셋으로 분할한 분양으로 들어가 있었다.

  하트모양을 잡아서 입에 넣었다. 그 다음에 가장자리가 조금 거므스름한 동그라미 모양을, 이어서 강아지 모양으로 깔끔하게 구워진 것을.

  전부 시큼한 맛이 났다. 그래도 삼켰다.





  「맛있는 냄새가 나네요」 불쑥 튀어나온 사무원님이 말한다.

  「……죄송합니다」

  「……뭐, 조금만 나눠주면 용서해드리죠. 괜찮죠?」

  여기요, 상자를 건냈다. 그녀는 휴지를 2장 뜯어서 포장에서 꺼낸 쿠키를 그 위에 올렸다

  「그럼 사양않고 먹어볼까요」 적당히 집은 별모양을 그녀가 입에 넣는다. 「……아, 맛있다. 뭐야 이거. 여자력이네……」

  맛있다고 연호하면서 그녀는 자신의 책상으로 돌아갔다. 상당히 많이 가져갔다. 포장을 제외하면 그 안에는 그을은 코끼리모양, 깔끔한 동그라미 모양, 하트 모양 쿠키가 각각 하나씩, 합계 3개가 남아 있었다.

  조금만, 웃었다. 그것뿐이었다

  하나씩, 천천히 먹는다.

  쓰고, 달고, 시큼하고,──그리고, 짰다.





  ◇

  추운 겨울이었다. 게다가 매우 길다. 달력상으로는 봄이 지났건만 얼어붙은 바람이 하늘을 돌았다.

  벚꽃의 개화는 작년보다 늦다고 한다. 가로수는 아직도 고목같은 풍채로 늘어서 있다.

  겹겹이 늘어선 구름의 모양도 매우 불균형했다. 또 차가운 비가 내릴 것인가.





  ◇

  『……여보세요?』

  「……고생하십니다. 저입니다.」

  『아아……무슨 용건 있어? 아니, 뭐……무슨 용건인지는, 솔직히 나도 알아』

  「…………」

  『무리야. 받아들일 수 없어.』

  「어째서입니까……? 이제 여유가 있지 않습니까」

  『없다니까. 봄부터 신규 프로젝트의 시동이 정해졌어. 새로운 아이돌을 뽑을 수 있을 여유는 정말로 없어.』

  「……어떻게 안됩니까」

  『안돼. 미안하지만.……꽤 전에 제휴가 끝난 이상 그런 우대는 수상하게 보여. 위에 찍히면 버틸 수 없어. 원망하지 마. 나는 우리 아이돌이 더 소중해.』





  ◇

  「……영, 차. 이걸로 가져온 개인물품은 전부려나? ……침낭 엄청 방해되네……」

  「……오늘로, 마지막이었죠」

  「응? ……아아, 프로듀서씨. 뭐, 그래요. 사장님이 나머지 사무일은 본인이 할테니까 빨리 이직활동 하라고 하시더라고요. 그렇게 말씀하시니 뭐」

  「……지금까지, 많이 신세 졌습니다」

  「아하하 저야말로.……뭐, 그렇네요. 서로 적당히 살다가 또 어딘가에서 만나죠. 그때는 저렴~한 술이라도 한턱 낼게요.」

  「감사, 합니다. 고생하셨습니다.」

  「……네, 고생하셨어요. 안녕히계세요, 프로듀서씨」





  ◇

  「……그렇구나. 안됐, 구나……」

  「……정말로, 미안해. 그런, 약속을……해두고」

  「사과하지 마. 프로듀서씨는 약속 지켰어. 노력했잖아. 왜 사과할 필요가 있어?」

  「……미안해」

  「사과하지 말라니까.……아, 맞아!」

  「……?」

  「이거, 지금까지 찍은 사진! 잔뜩 있는데 프로듀서씨한테 보내줘도 돼?」

  「그거야 물론……」

  「데이터 신경써……아아~ 여러가지 있었지~ 이렇게 다시보니까말야」

  「……그렇, 지.」

  「……조금 더, 하고 싶었는데……아냐……미안해 프로듀서씨」





  ◇

  「……그래. 알았어」

  「……미안해」

  「딱히 사과하지 않아도 돼……아, 으응. 그렇네. 『무리하지 않는다』는 약속, 그거 어긴 사죄로 넘어갈게」

  「……지키지 못했지」

  「뭐, 나도 지킬 수 있을지 몰랐으니까. 용서할게……그래도, 프로듀서. 이것만은 말해두고 싶은데, 나는 무리하고 있다고는 생각한적 없어.」

  「……?」

  「……즐거웠으니까. 그래서라고 생각해. 레슨도, 트레이닝도, 일도. 체력적으로 힘들어도 무리한다고는 한번도 생각하지 않았어. 스스로 정한 것, 이니까……즐거워서」

  「……그렇구나」

  「응.……미안, 프로듀서. 잠깐만, 가슴……빌려도 될까?」





  ◇

  「……그렇구나」

  「……미안해. 사과밖에 할 수 없어.」

  「으응.……나야말로 미안할, 지도. 미소로, 일, 힘내자. 그것만으로는 안됐던거네, 분명」

  「그렇지……」

  「으응, 그렇다니까! ……왜냐면, 그렇지 않으면……언니들이랑 프로듀서랑 함께인데. 안될 리가 없잖아.」

  「……내 탓이야. 내가 부족했어.」

  「그렇지 않아. 내가 더 노력했으면……」

  「…………」

  「……그때. 스카우트 해줬을때, 이거다! 라고 생각했었는데……」

  「……윽」

  「미안해, 프로듀서. 아이돌……굉장히, 즐거웠어. 즐거웠는데……읏, 미안해……?」





  ◇

  「투료, 군. 외통수야.」

  「……정말로, 어떻게 못합니까?」

  「그래……사방팔방 손을 뻗쳐봤지만 말이지. 이건 이제, 좀 어쩔 수 없네.」

  「…………」

  「은행 융자도 거절됐으니까. 유감스럽게도.」

  「……그렇, 습니까」

  「응.……생각해보면 자네에게는 폐를 끼쳤네. 정말로 잘해줬어. 나는 아무것도 못했지만 수고했다고 말하고 싶네.」

  「……아뇨」

  「……지금까지, 좋은 꿈을 꿀 수 있었어. 그건 틀림없지만……조금만 더, 오래 꾸고 싶었어. 이것 참, 욕심대로 안되는구만.
  ……당 사무소는 이달 말을 기해 도산한다. 마지막으로 이 서류만 처분해 주겠나」





  ◇

  모든 것이, 끝났다.

  빈껍질처럼 된 나는, 정신차리니 자신의 책상에서 멍하니 있었다. 어슴푸레하고 텅 빈 오피스 플로어. 줄지어있는 책상들도 대부분이 사람의 체온을 잊어버려 매우 차갑다.

  마지막 일을, 해야 한다. 받은 클리어 파일에서 세 종류의 서류를 꺼냈다. 그것은 그녀들의 고용계약서와 이력서였다.

  그녀들의 자세한 개인정보와, 이곳에서 아이돌이 되겠다는 계약의 증거. 발밑의 문서절단기의 전원을 키고, 하지만 일단 다시 껐다.

  이것을 처리하면, 정말로, 틀림없이 끝을 맞이한다. 그렇게 생각하니 자연스럽게 손이 멈췄다.





  ……춥다. 얼 것 같다. 손틈으로 모든 것이 떨어진다. 책상 위에 펼쳐진 이력서의, 거기에 붙은 그녀들의 얼굴 사진이, 나를 응시하고 있다.

  눈을 돌렸다. 돌린 곳에는 한 장의 사진이 있었다. 언젠가, 즐거웠던 날을 잘라낸 원씬은 ■■가 카메라 폴더에서 현상해 준 것.

  마음이, 흘러넘친다.

  ■■。──류 해나. 심술쟁이 같으면서도 정말로 상냥했던 너. 마구 달리는 다른 둘을 보고 한숨을 쉬면서도 결코 포기하지 않았지. 자기 자신에게 자신이 있고, 그렇지만 충분히 현실적이고, 셀카가 특기였어. 너에게 받은 추억의 사본, 넷이서 나란이 웃는 모습이, 내 투명한 데스크 매트 아래에서 언제나 나를 격려해줬어.

  ○○。──주니. 너는 부끄럼쟁이인데 겉모습은 차가워보였지. 그것은 분명 강함이 드러난 거야. 그러기 위해서 얼마나 많은 노력을 쌓았는지 나는 잘 알고 있어. 네가 너무 열심히 연습했으니까. 레슨실의 예비 열쇠는 내 책상에 있어. 붙어있는 로고 스트랩은 네가 좋아하는 서양 드라마 굿즈였지.

  **.──임 유진. 내가 처음으로 스카우트했어. 내 첫 담당 아이돌. 아이돌의 일을 좋아하고, 아이돌을 좋아하는 너의 그 모습은 나의 길잡이 같았어. 천진난만한 그 미소에 대체 몇번 구원받았을까. 태평하게 마구 달리는것처럼 보여도, 사실은 주변을 잘 보고 있었어. 책상에서 일하는 나를 몇번이나 챙겨줬었지. 그 한때를 좋아했어.





  추억이, 이 공간에서, 지금까지 보낸온 모든 것이, 눈에 들어오는 모든 것이 파내어진다.

  제각각의 머그컵이. 마그넷 장기세트가. 스탠다드한 트럼프가. 초록색 봉제인형이. 일의 자료 파일이. PC에 붙어있는 포스트잇이. 화이트 보드가. 그녀들의 의상이.

  책상 안에는 얼마 전에 받은 쿠키 포장까지, 소중히 가지고 있었다.

  어디로 눈을 돌려도, 무언가가 내 마음 깊은 곳에 손톱을 찔러넣고 난도질한다. 이 장소에는 기억이 배어있지 않은 것이 없었다.

  「……응」

  뭐지……?

  확인하라는듯이 열려있는 가장 윗 서랍. 그 안에서 기다리고 있었던 연분홍색의 심플한 봉투와 리본이 튀어나와 있었다.





  꺼내 보니 그 아래에 또 하나의 상자가 있었다. 그것은 하얀 바탕에 꽃무늬 포장지로 포장되어 있었다. 누군가에게 보낸 선물. 나는 처음 보는 것이다.

  포스트잇이 붙어있다.

  『To Producer, From Your idols!』

  떨리는 손으로 잡았다. 실수로라도 내용물이 상하지 않게 조심스러운 손놀림으로 푼다.

  「……이건……」





  검정색 가죽 커버가 달린 수첩이, 그곳에 있었다. 내가 쓰고 있는 것과 유사한, 하지만 그것보다 조금 고급스러운 스케쥴 수첩. 표지를 넘기니 올해의 것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진행될 터였던 새로운 미래의 예정을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넘긴다. 그 때, 뒷표지에 끼여있던 오렌지색의 작은 편지지가 책상에 떨어졌다.

  쓰여진 문자는 크게 도약하는듯이.




  『올해도, 잘 부탁해!』




  「──읏」

  참는것은 무리였다. 아플 정도의 감정이, 후회와 뒤섞여 치솟는다. 뭐가 뭔지 모를것 같았다. 소매로 눈매를 비빈다. 멈추지 않는다. 멈출 리 없었다. 이전의 하염없이 흐른 눈물과 전혀 다르다. 흐느끼느라 호흡도 할 수 없었다.

  올해도, 잘, 부탁해.

  그렇게 써 주는 것을 선택한 그녀들이 애처로워서 애처로워서 애처로워서, 자신의 부족함이 괴로워서 괴로워서 괴로워서 참을 수 없었다.





  ────해나, 유진, 주니.

  무엇보다도 소중한, 내가 사랑한 사람.

  너희들은 최후의 최후까지,

  나와의 미래를 생각해 주고 있었구나.

  그런데도.

  미안해.

  이제, 닿지 않지만.


 

  Dedicated to the memories of Cinderellas in Korea.


  Please, please remember them.





  이상입니다.

 

 

 

 
 
 

 

 
 
 





아이돌들의 정체는 설정을 아시는 분이라면 김치 이야기가 나왔을 때부터 감을 잡으셨을것 같습니다.
물론 복선 자체는 그 전부터 꽤나 노골적으로 뿌렸으니 눈치 빠르신 분들은 초반에 눈치챌 수도 있겠네요.

사실 원문에서는
■■(해나ヘナ)、***(유진ユジン)、○○○○(주니ジュニー)였지만 한국어로 번역하다보니 전부 2글자가 되었습니다. 그러다보니 안그래도 떨어지는 가독성이 더 떨어졌지만 이건 어쩔 수가 없더라고요.

아무튼 다 읽고 울컥해서, 바로 번역 착수했습니다. 이런 작품을 저같이 취미로 대충대충 번역하는 아마추어가 잡아도 될까 싶은 생각이 들 정도로 좋은 SS였습니다.


추천작품 : http://gall.dcinside.com/board/view/?id=idolmaster&no=29177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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