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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유「마유가 보고 있으니까, 좀 더 마유를 빠져들게 해주세요」

댓글: 8 / 조회: 2190 / 추천: 4



본문 - 01-14, 2018 10:58에 작성됨.

※사치코「좀 더 저를, 저만을 봐주세요」를 사치코 시점에서 본 작품입니다.(2번째 링크로 연결)

 

팬 여러분! 일본에서 제일! 세계에서 제일! 우주에서 제일! 초절 귀여운 아이돌이라고 하면~?


그 말대로! 초절 귀여운 사치코쨩, 코시미즈 사치코입니다!


Call and Response 형식이면 이럴 때 끝이 없는 게 난점이네요.
그럼 여러분, 여러분에게는 자신을 재는 기준이란 걸 갖고 계신가요? 자신이 제일이라고 자랑할 수 있는 것, 누구에게도 지지 않는다고 자부하는 것, 그것들이 얼마나 주위에 통용되는지 생각해 본 적 있나요?
이렇게 말하면 제법 많은 사람이 입을 닫을거라고 생각합니다. 자신에게 자신을 가진다는 건 말로 하는 건 쉽지만 실제로는 무척 어려운 일입니다.
하지만 비굴해지면 아무리 잘하는 것이나 좋아하는 것도 무서워서 손을 댈 수 없게 되어버립니다.
자신의 능력을 자신에게 증명하기 위해선 오로지 주변과 경쟁하는 수 밖에 없습니다. 그걸 위해선 자부와 자만심으로 스스로를 속여 타인과 자신을 비교할 용기를 무리하게 끌어내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봅니다. 저도 자신의 허영심에 몇 번이고 도움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이후엔 그것들에게 의지하는 회수도 줄어들겠죠
저는 겨우 자신에게 용기를 주는 기준을 하나, 손에 넣을 수 있었습니다.


그 날, 저는 프로덕션이 빌리고 있는 맨션의 자신의 방에서 새롭게 시작하는 버라이어티 방송의 협의을 위해 사무소에 향하는 도중이었습니다.
그 길에서 저는 거기에 있을 리 없는 그녀를 발견한겁니다.
그녀는 발치에 커다란 가방을 두고 근처의 편의점에서 산듯한 지도와 주위의 빌딩을 비교하며 서 있었습니다.
「사쿠마 마유 씨, 이시죠?」
저는 그녀에게 말을 걸어봅니다. 어쩌면 비슷한 사람일수도 있으므로 일단 제가 아는 사람인지부터 확인합니다.
「어, 저기…… 코시미즈 사치코 씨?」
다행이다, 아무래도 제가 아는 사람과 눈 앞의 그녀는 동일인물인 듯합니다.
「오랜만이네요. 이런 곳에서 만날거라곤 생각도 못했어요. 관광이신가요?」
「에? 그게…… 잘 지내셨나요. 실은 코시미즈 씨가 소속한 프로덕션을 방문하고 싶은데요……」
제 프로덕션에? 그럼 뭔가 업무인걸까요? 하지만 확실히 그녀는 저보다 2살 위인 고등학생입니다만 아무리 그래도 멀리 떨어진 센다이에서 모델 혼자서 도쿄에 출장을 보내진 않겠죠.
「같이 오신 분은?」
「아뇨, 여기엔 저 혼자 왔어요」
「혼자서? 그건 큰일이었겠네요. 마침 저도 사무소에 향하는 중이었어요. 괜찮다면 같이 가지 않으실래요?」
「그건 다행이에요. 아까부터 어느 길도 똑같이 보여서 막막했거든요」
아까 전까지 불안한 표정을 짓고 있던 얼굴이 화앗 바뀌는 것을 보고 저는 두근거립니다. 같이 일을 했을 땐 쭉 같은 표정으로 거의 눈도 마주치지 않고 대화도 없었으므로 처음으로 그녀의 얼굴을 정면에서 봤습니다만 이건 상당한 파괴력이네요.
「아, 아뇨 고마워할 것 까지야. 하지만 모델 혼자서 출장이라니, 이쪽이 차 정도는 보내줬으면 좋았을텐데」
「저기…… 아니에요…… 그쪽 프로덕션에는 연락을 하지 않았어요」
「에? 연락 없이?」
「실은…… 저, 다니던 프로덕션 관두고 왔어요」


그녀와 처음 만난 건 미야기의 지방 신문의 일로 센다이에 왔을 때입니다.
처음 만난 그녀는 어딘가 나른하고 쭉 먼 곳을 보는 듯해서 그 애수 서린 모습에 저는 마음을 빼앗겼습니다. 아아, 사람을 매혹한다는 건 이런 것이구나 하고.
「사치코쨩? 지금 표정 엄청 좋아. 하지만 그대로 이쪽으로 바라봐주면 더욱 좋겠는데?」
아무래도 마유 씨의 얼굴을 너무 바라본 것 같습니다. 저는 서둘러 카메라에 시선을 보냈습니다.
결국 이 날은 당일치기라 도쿄에 돌아가야 했던 것도 있어 그녀와 대화할 기회는 없었습니다. 저는 돌아가는 신칸센에서 쭉 그녀를 생각했습니다.
분명 저는 그녀의 경지까지 도달하지 않았습니다, 성별에 관계 없이 사람의 시선을 지배할 수 있는 힘 같은 건 갖고 있지 않으니까요.
하지만 사람을 사로잡는 힘을 몸으로 경험할 수 있었습니다. 오늘의 경험은 확실히 저를 성장시킬겁니다.
효과선이 되어 뒤로 흘러가는 풍경을 바라보며 저는 패배감과 고양감을 곱씹으며 센다이를 떠났습니다.
덧붙여서 이후 보내진 지방 신문의 샘플 표지는 제가 뺨을 물들이며 마유 씨를 바라보고 있는 사진이 사용되어서. 그 날 하루종일 부끄러움으로 몸부림치며 보냈습니다.


「그러면 오늘 받은 명찰과 출연한 탤런트 씨의 이름을 전부 그 노트에 적어주세요. 시간이 있으면 각각 프로필도 확인해 메모해 두세요」
그렇게 말하며 하루종일 그녀를 데리고 다니느라 바빴던 날의 귀갓길에 차 안에서 어제 사둔 두꺼운 노트를 그녀에게 건냈습니다.
실은 이 업계, 노래를 잘한다든가 얼굴이 예쁘다든가는 별로 관계 없습니다. 아이돌 일은 프로듀서 씨의 역량이 8할이고 아이돌 자신의 실력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습니다.
물론 사람 앞에서 가지고 있는 실력을 발휘해 보수를 받는 것이므로 일반인 레벨로는 이야기가 되지 않습니다. 하지만 누구나 정점을 노리고 있는 아이돌 업계에서 일반인이 봐도 알 정도의 차이가 있는 건 제법 곤란합니다.(오버 랭크라는 엄청난 예외 중의 예외도 존재합니다만)
심한 말을 하자면 누가 해도 상관 없다. 모두 프로니까 당연하다면 당연하네요.
거기서 주변과 차이를 벌리는 게 커넥션의 힘입니다. 누가 해도 똑같다면 당연히 신뢰할 수 있는 지인에게 맡기고 싶다는 게 일반적으로 미리 얼굴을 봐두면 프로듀서 씨의 영업도 원활히 진행되고 딸 수 있는 일도 늘어나 잘하면 저쪽에서 일이 들어오는 경우도 있습니다.
일이 늘어나면 아이돌의 미디어 노출도 늘어나 더욱이 영업도 하기 쉬워져 일이 늘어난다. 그리고 저희 아이돌은 맡겨진 일을 완벽히 해내 주위에 신용을 얻어 커넥션을 넓혀간다.
물론 드물게 가창력이나 흉악한 개성으로 이름을 날리는 사람도 있습니다만 결국 그녀들도 그 천성으로 신용을 얻고 있는 것입니다.
그리고 신용을 얻는 출발점으로서 상대를 기억하는 것은 제법 강력한 수단입니다.
누구도 자신을 기억하는 걸 나쁘게 보지 않습니다. 더욱이 취미나 일을 이해하는 사람에겐 호의적으로 대하겠죠.
만났던 사람을 그저 노트에 적어 외운다. 수수하지만 저는 이게 업계 생활에 든든한 무기가 된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러고 보니 설명이 아직이었네요.
그 후 마유 씨는 저희 프로덕션으로 이적하게 되었습니다. 아무래도 그녀는 다니던 프로덕션에 일방적으로 퇴사를 통보하고 다니던 학교도 관두고  가족의 반대도 무릅쓰고 이 프로덕션에 소속하기 위해 상경해 왔다고 합니다.
저는 그것을 듣고 날아갈듯한 기분이었습니다. 센다이의 그녀는 저 같은 건 신경도 안 쓰고 어쩌면 이름조차 기억해 주지 않으시는 거 아닌가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기우였던 듯 합니다.
아무래도 저는 모르는 사이에 그녀에게 무언가 영향을 준 것이겠죠. 그것도 지금까지 쌓아 온 모든 것을 깔끔히 버리게 할 정도의.
지금까지 오로지 제가 제일 귀엽다고 자신에게 암시를 걸어왔습니다. 하지만 자신은 수많은 아이돌 중 한 명일 뿐이라고 느껴왔습니다.
하지만 저를 봐주었던 사람이 있었습니다! 그것도 인생을 걸어올 정도로!
저는 내켜하지 않는 프로듀서 씨를 마유 씨와 함께 설득했습니다. 그녀는 저를 쫓아와 주었다고요, 여태까지 자신을 지탱해 준 커넥션보다 저를 유용하다고 선택해 주었다고요. 그러면 저는 그 신용에 답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프로듀서 씨가 내민 조건은 2개
・이적 비용은 프로덕션이 관리하고 있는 저의 계좌에서 지출할 것.
・1년 이내에 채산¹을 할 수 있게 될 것.
겉보기엔 절망적인 조건이지만 제가 보기엔 너무 쉬워서 웃음이 나오는 내용이었습니다.
그녀에겐 사람을 끌어 당기는 힘이 있습니다. 그런 치트 능력이 있으면 아이돌로서 데뷔하는 건 일도 아닌, 오히려 그녀가 빛을 보기 전에 들어온 것에 프로듀서 씨가 울며 감사하는 비전마저 보였습니다.
결과로서 그녀는 이 프로덕션에 와서 반년도 지나지 않아 싱글 데뷔가 결정되어 저와 같이 TV에 출연하는 일도 늘어났습니다.
물론 제가 유용한 인연이 될 사람에게 계속 소개해 준 것이나 프로듀서 씨와 영업 돌기를 했을 때 조금 무리한 출연을 받아들이는 대신 출연진을 강제로 갈아엎은 것도 있습니다만, 그녀가 진지하게 레슨을 받아 충분한 실력을 쌓아준 것으로 저도 그녀를 소개하기 쉬워진 것도 커다란 요인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중요한 일터에 애매모호한 사람을 소개할 수 없으니까요.
그리고 저 자신도 그녀가 와준 후로 크게 성장했다고 봅니다. 일단 여태까지 허영심을 믿고 자신에게 매료시키기 위해 「저는 귀여워요」라고 상대에게 밀어 붙이듯 말했습니다만 확신을 가지고 「저는 귀여워요」라고 말할 수 있게 되어 지금의 자신 넘치는 저를 좀 더 봐줬으면 해서 여태까지 이상으로 여러 기획에 도전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드디어 전날 A랭크 아이돌의 칭호를 받은 것입니다.
모든 사람이 저를 톱 아이돌이라고 인정하는 증거, 저는 드디어 제가 귀엽다는 걸 증명한 것입니다.
뭐, 당연한 결과네요. 스폰지처럼 말랑말랑한 발판으로 필사적으로 다른 사람과 경쟁하고 있던 와중에 발치에 콘크리트로 굳혀진 제대로 된 지면을 손에 넣은겁니다.
아무리 뛰어도 절대로 부서지지 않는 발판, 그건 제가 다른 누구보다도 귀엽다고 보장해 주는 것 같습니다.
지금의 저에겐 A랭크는 통과점에 지나지 않습니다. 저라면 S랭크가 되어 그 앞도 도달할 게 틀림 없습니다.
마유 씨가 제게 절대적인 기준점을 제시해 주었습니다. 이제 저는 언제나 변화하는 상대적인 기준에 겁먹을 필요 없습니다.
마유 씨를 얻은 걸로 저는 겨우 지금까지 꿈꿔 온 제가 될 수 있었습니다.

사적으로도 마유 씨와 같이 행동하는 일이 많아져 저와 마유 씨의 상성은 거의 완벽하다고 생각될 무렵 저는 테이블 위에 마유 씨의 붉은 노트가 놓여져 있는 걸 발견했습니다.
노트에 적혀 있는 숫자는 13.
아아, 벌써 이 정도나 썼군요.
라고 그 노트를 쥐고 팔랑팔랑 페이지를 넘깁니다. 최근 바빠졌으므로 딴짓하고 있는 게 아닌지 확인할 생각이었습니다.


다른 사람의 노트를 멋대로 보다니 엄청난 매너 위반입니다. 저는 그 노트를 봐서는 안되었던 것입니다.

노트에는 프로듀서 씨의 그 날의 행적이 자세하게 적혀 있었습니다.
출근한 시간을 시작으로 치히로 씨와의 대화 내용부터 볼펜 끝으로 머리를 긁은 회수까지.
그리고 각 항목엔 마유 씨의 코멘트가 기재되어 있어 그 모든 게 프로듀서 씨에게 호의와 속마음으로 읽으면 읽을수록 그녀의 사랑의 무거움이 전해지는 것이었습니다.
머릿속에서 『그만해』라고 경고가 울리고 있습니다. 하지만 페이지를 넘기는 손을 멈출 수 없었습니다.
노트에는 프로듀서 씨와 대화한 아이돌도 적혀 있었습니다. 그에 대한 코멘트는 도저히까진 아니지만 마유 씨가 썼다고는 믿기 힘든 내용이었습니다. 물론 거기에는 저도 적혀 있어서,


15:32
사치코쨩과 대화, 내용은 들을 수 없음. 대화 중 프로듀서 씨는 쭉 웃는 얼굴.
사치코쨩이 없으면 좀 더 프로듀서의 얼굴이 보였을텐데.


저는 손에 쥐고 있던 노트를 때리듯이 테이블에 던졌습니다. 머리가 지금 본 것을 이해하지 않으려고 합니다. 어쨌든 여기에 있어선 안돼.
저는 도망치듯이 그곳을 떠났습니다.


맨션의 자신의 방에 돌아오자 세면소에 뛰어 들어가 이닦기용 컵을 쥐고 꽂혀 있던 칫솔을 던져 수도꼭지를 돌려 컵에 물을 받아 들이켰습니다.
5번 정도 물을 마셨을 때 거울 안의 자신과 눈이 마주쳤습니다.
거울 안의 저는 눈을 확 뜨고 어깨로 숨을 쉬고 있어 마치 뭔가에 절망해 그것을 여전히 믿지 못해 자신의 착각이라고 믿어버리고 싶어서 어쩔 수 없다는 표정이었습니다.
저에게는 그것이 무척 볼썽사납고 우습게 보여 무심코 웃음이 터졌습니다. 올라온 웃음이 터진 둑처럼 입에서 흘러넘칩니다.
물론 거울 안의 저도 따라서 웃습니다.
콧구멍을 크게 벌리며 천하고 불쾌한 새된 소리를 내며 끌끌 웃는 그 모습은 더욱 웃음을 이끌어 저는 추위에 얼어 죽는 바퀴벌레처럼 그곳에서 웅크리고 경련하며 자지러지게 웃습니다.
「잘못 본 거? 그럴 리 없잖아요, 익숙한 마유 씨의 필적이었잖아요, 현실 도피도 적당히 해주세요」
「그렇다 해도 편리한 머리하고 있네요, 촬영 중 눈도 마주쳐주지 않은 상대에게 인생을 바꿀 정도의 영향을 주었다? 망상벽도 적당히 하라고요」
「그렇게 멋대로 들떠서 우쭐해져서 A랭크 아이돌까지 올라갔나요? 치켜세워진 돼지도 조금은 분수를 안다고요」
「그런 얼굴로 잘도 아이돌이라 떠드네요? 이젠 여자아이로서로도 실격 레벨이에요」
「이제 코시미즈 사치코라 하지 말아주세요. 당신이 코시미즈 사치코라니 용서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봤던 사람은 분명 유쾌했었겠죠, 아이돌로서는 안되지만 코미디언으로선 최고에요」
「차라리 코미디언으로 전향하는 건 어떤가요? 그 편이 절대로 좋아요」
「자, 자, 말해주세요 『저는 귀여워요』라고, 그 못생긴 얼굴로 『저는 최고로 귀여워요』라고」


「웃지마아!!!」


손에 쥐고 있던 컵을 힘껏 눈 앞의 거울에 던졌습니다.
「저는 진심으로 마유 씨를 믿었어요! 마유 씨가 저를 보고 있다고! 저를 보고 있는 사람이 있다고!」
거울에 크게 금이 가, 세면대에 맞지 않게 되어 그대로 중력에 끌려 떨어지며 주변에 거울 파편이 흩어졌습니다.
「그러니까 저는 마유 씨가 똑같은 곳까지 와주길 바래서 여기까지 이끌어 줬다고요!」
시야에 뭔가 있는 게 보였기에 그쪽으로 돌아봅니다. 거기에는 욕실 거울이 있었습니다. 저는 컵을 힘껏 던졌습니다.
「별로 상관 없잖아요! 저는 A랭크 아이돌이라고요? 자타가 인정하는 톱 아이돌이라고요?」
욕실에서 들리는 거울이 깨지는 소리를 들으며 저는 세면소에서 나와 눈 앞의 전신 거울을 발로 찼습니다.
「이제 마유 씨가 보장해 주지 않아도 돼요! 이 A랭크 아이돌의 칭호가 저의 『귀여워』를 보장해줘요!」
그리고 침실의 드레서에 언제나 들고 다니는 손거울을 던져 둘 다 깨집니다.
「저는 코시미즈 사치코에요! 세계 제일 귀여운 코시미즈 사치코에요! 우주 제일 귀여운 코시미즈 사치코에요! 누가 보장해 주지 않아도 돼요! 제가 귀여운 건 제가 제일 잘 아니까요!!」


집 안의 거울을 전부 부수고 나서야 겨우 진정했습니다.
더 이상 생각하기 싫으므로 다치지 않도록 깨진 거울을 정리하고 가볍게 샤워를 한 후 이불에 들어가 잠들었습니다.


그 다음날, 저는 무척 상쾌한 기분으로 눈을 떴습니다.
그 정도로 날뛰었습니다, 그야 기분이 풀리겠죠. 하지만 거울 안의 자신과 싸웠다니 다른 사람이 알면 분명 저는 정신병원행이겠죠.
저는 이를 닦으려고 세면대에 서니 칫솔도 컵도 없는 걸 눈치챘습니다. 그러고 보니 어느쪽도 유리 범벅이라 위험해서 버렸던가요.
저는 세면대의 서랍에서 새로운 칫솔과 치약을 꺼내 그대로 부엌에서 컵에 물을 받아 이를 닦았습니다. 세면대로 돌아가도 거울 없고.
세면대와 욕실의 거울 수리에 얼마나 들지 생각하며 입을 헹구고 세수를 하고 거울 대신 창문을 이용해 몸차림을 정돈합니다.
아무리 그래도 전신 거울까지 깨드릴 건 없었잖아요, 그거 제법 비쌌다고요?
어제의 자신에게 불만을 말하며 창문 저편의 자신에게 웃어보입니다.
거기에 있는 건 언제나 귀여운 코시미즈 사치코였습니다.


사무소에 들어서니 이미 레슨복을 입은 마유 씨가 소파에 앉아 패션지를 읽고 있었습니다.
「안녕하세요 사치코쨩」
「안녕하세요 마유 씨, 분명 오늘은 같이 레슨이었네요. 금방 준비할게요」
괜찮아, 평소의 코시미즈 사치코로 있을 수 있어. 분명 어제는 지쳐있었을 뿐인 겁니다.
냉정히 생각해 보면 마유 씨도 여자아이니까 가까운 남성에게 호의를 갖는 것도 당연한거고 호의를 가진 남성이 다른 여자와 대화하고 있으면 싫다고 생각하겠죠. 노트 내용도 자기 노트에 뭘 쓰든 본인의 자유이고 그 이전에 타인의 노트를 훔쳐 보는 쪽이 문제입니다.
아무래도 노트를 본 걸 사과할 수는 없습니다만. 그 날 하루종일 평소처럼 지낼 수 있었습니다.


……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저녁, 장을 봐야한다며 마유 씨와 헤어지고 레슨 스튜디오에서 사무소로 돌아가니 하루종일 뛰어다니느라 사무소에 없던 프로듀서 씨가 자신의 자리에 앉아 있었습니다.
「수고했어, 사치코」
「수고하셨어요, 프로듀서 씨」
자신의 인사가 묘하게 쌀쌀맞은 것을 알았지만 분명 하루종일 레슨하느라 지쳐있던거겠죠.
「기분이 안 좋아 보이네, 트레이너 씨한테 혼난거야?」
하지만 레슨의 피로만이 아닌 걸 금방 알았습니다. 프로듀서 씨의 목소리를 들을 때마다 가슴 깊은 곳에서부터 검은 연기가 올라오는 걸 알았습니다.
「A랭크로 올라가 해이해진 거 아니야? 너무 자만하면 떨어지는 건 금방이라고?」
아아, 이건 참을 수 없네요, 프로듀서 씨에게 화풀이하기 전에 얼른 사무소에서 나와야.
「뭐 세계 제일 귀여운 사치코라면 문제 없겠지먄!」
다음 순간 저는 프로듀서 씨에게 달려 들었습니다. 의자에서 떨어진 프로듀서 씨는 눈을 깜박이며 저를 올려다 봅니다.
「자만해서 뭐가 나쁘죠? 매일 매일 번지다 스카이 다이빙이다 심한 일만 당하고 죽을 뻔한 적도 있고 필사적으로 기어 올라와 손에 넣은 지위에요! 제가 팬으로부터 받은 절대적인 평가에요! 자랑해서 뭐가 나쁘죠? 달라 붙어서 뭐가 나쁘죠? 아니면 저는 언제까지나 자신과 타인을 비교하며 떨지 않으면 안되나요?」
말하는 내용에 딱히 의미는 없습니다, 그저 눈 앞에서 엉덩방아를 찧고 떨고 있는 사람에게 큰소리로 화내며 자신이 위라고 과시하는 위협 행위.
「당신은 좋겠네요, 담당하고 있는 아이돌들이 언제나 당신을 사모해서, 호의를 갖고 있어서, 열등감 같은 걸 느낄 틈도 없겠죠」
아무것도 모르는 소녀가 세상일을 안다는 듯이, 마치 자신이 비극의 히로인인 것처럼 자신의 불행을 자랑합니다. 자신의 입으로 지껄이는 것인데도 불유쾌해서 참을 수 없습니다. 차라리 힘껏 때려주면 기분이 나아질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프로듀서 씨는 울 것 같은 표정으로 이쪽을 보고 있을 뿐으로 반격해 올 낌새도 없습니다.
방금 전까지 시끄럽게 떠들던 초등학생조가 멀뚱히 이쪽을 보고 있는 걸 눈치챘습니다.
「……죄송해요, 조금 화가 났던 것 같네요. 지금 건 잊어주세요」
갑자기 머리가 차가워져서 강렬한 죄악감이 저를 덮칩니다. 저는 프로듀서 씨를 도와 일으키고 밀쳐낸 의자를 되돌립니다.
「……나야말로 미안, 그렇네, 네가 노력해서 손에 넣은 A랭크인걸」
마치 혼난 어린애처럼 프로듀서 씨가 작게 보였습니다. 너무나도 쉽게 사과 받아서 그게 저에게는 마치 어린애가 기분을 풀어주려는 것처럼 보여서 또 짜증이 날 것 같아서 저는 그대로 달려서 사무소에서 도망쳤습니다.


다음날, 사무소에서 프로듀서 씨와 만날 일은 없었습니다. 아마 피해지고 있는거겠죠. 저로서도 아직 머리에 피가 쏠릴수도 있다고 생각하면 무척 다행입니다. 업무 연락은 치히로 씨 경유로 하면 되고.
일도 평소의 저를 연기하고 있으므로 큰 문제는 없겠죠.
「사치코쨩, 잠깐 괜찮은가요?」
돌아갈 준비를 하는 도중에 마유 씨가 말을 걸어왔습니다.
「무슨 일이신가요?」
아무래도 마유 씨 상대로는 짜증을 내지 않아도 될 것 같습니다. 오히려 아직 제가 그녀를 연모하고 있는, 아직도 그 노트를 믿지 못하고 있는 제가 있는 것에 쓴웃음이 지어집니다.
「분명 사치코쨩 내일과 모레 오프였죠? 마유도 오프에요. 괜찮다면 사치코쨩 집에서 자고 가도 될까요?」
아아, 그런건가요. 갑자기 생긴 오프로 어쩌면 저는 이 프로덕션에서 아이돌 못하는 거 아닌가 생각했지만 아무래도 『마유와 휴일 맞췄으니까 둘이서 놀러가서 기분 전환하고 와』라는 것이겠죠. 프로듀서 씨가 생각보다 신경을 써준 것 같습니다. 이번일은 완전히 제가 나쁘므로 찜찜해집니다.
하지만 지금의 제 정신상태로 마유 씨와 장시간 같이 있을 수 있을까요? 또 갑작스레 짜증을 내며 마유 씨에게 폭력을 휘두르지 않을까요.
어젯일을 생각하면 저는 그다지 자신을 믿을 수 없습니다.
「저녁밥은 마유가 실력 발휘할게요? 먹고 싶은 게 있다면 뭐든지 말해주세요」
제가 대답을 망설이고 있으니 마유 씨가 더욱이 추격해 옵니다.
그만해주세요. 그런 말은 프로듀서 씨에게 해주세요.
당신이 좋아하는 건 제가 아니니까.


「사치코쨩, 욕실 비었어요」
결국 저는 그녀의 부탁을 거절할 수 없었습니다.
아무래도 저는 제법 마유 씨를 의존하고 있는 듯 합니다.
뭐, 그녀도 같은 맨션의 주민이므로 최악의 경우엔 곧바로 도망칠 수 있고.
「세면대 쓰기 불편했죠? 죄송합니다, 저번에 깨뜨려버려서 아직 수리를 맡기지 않았어요」
「아뇨 아뇨, 제대로 손거울을 갖고 다니니까요. 그보다 사치코쨩 다치지 않았나요?」
「걱정마세요, 그럼 저도 씻고 올게요」
그렇게 말하고 저는 마유 씨와 엇갈리며 욕실을 향합니다.
탈의실에 들어가니 빨래 바구니에 마유 씨의 속옷이 있었습니다.
저는 아무 망설임 없이 그것에 손을 뻗으려 하는 왼손을 오른손으로 억누릅니다.
대체 저는 무슨 생각을 한건가요!
아무래도 저의 마유 씨 의존증은 제법 심각한 레벨까지 진행한 것 같습니다.
오늘은 목욕은 포기하고 샤워만으로 끝내는 게 좋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욕조의 물을 뺄지 말지 잔뜩 고민한 후 제대로 마유 씨가 썼던 탕을 즐긴 후 거실로 돌아오니 마유 씨가 차를 준비해 주었습니다. ……아무리 그래도 탕을 마시진 않았다고요?
마유 씨와 느긋하게 차를 즐기고 있자니 자신이 생각보다 병들어 있는 걸 눈치챘습니다.
아무래도 마유 씨의 이야기 중에 프로듀서 씨의 등장 회수가 많은 기분이 듭니다.
아마 제가 신경질적일 뿐이겠지만 마유 씨가 프로듀서 씨의 이름을 말할 때마다 확실히 저의 정신을 갉아먹습니다.
「그럼 슬슬 잘까요, 벌써 늦었고」
그러니까 조금 강제적으로 다과회를 끝냅니다.
「저기, 정말로 마유가 침대를 써도 되나요?」
「네, 마유 씨는 손님이니까요」
침대에는 손님용 이불을 깔아두고 제 이불은 그 옆에 깝니다. 갑작스런 방문으로 이불을 말릴 수 없었으므로 조금 방충제의 냄새가 남아있지만 그 부분은 참으라고 하죠.
「하지만 갑자기 찾아온 셈이고」
「뭣하면 같이 잘래요?」
「마유는 그래도 괜찮은데요?」
「후에!?」
저는 농담으로 말했습니다. 하지만 잘 생각해 보니 보통 동성을 그 정도로 의식하는 편이 이상하네요.
「아, 아니, 1인용 침대고 좁다고요?」
「후후후, 사치코쨩은 이런 걸 부끄러워하는 사람이군요. 이 이상 말하면 잠들지 못할 거 같으므로 신세 좀 질게요」
「……그럼 불 끌게요」
「네, 안녕히 주무세요 사치코쨩」
저는 새빨개진 자신의 얼굴을 숨기듯이 전등을 끄고 자신의 이불에 들어갔습니다.


예, 잘 수 있을 리 없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이성이 약해져 있는데 옆에서 느긋히 숨소리를 내고 있으면 무슨 일이 일어나는 것도 시간 문제겠죠.
저는 마유 씨의 숨소리가 안정되는 것을 기다리고 소리가 나지 않도록 자신이 누워 있던 이불을 통째로 둥글게 만 후 그대로 거실까지 굴립니다.
아침은 마유 씨보다 먼저 일어나 이불을 개면 의심받지 않겠죠.
저는 자기 전에 한번만 마유 씨의 자는 얼굴을 보기로 했습니다. 이 정도는 용서받겠죠.
새근새근 자는 마유 씨의 얼굴은 평소라면 절대로 타인에게 보이지 않을 느슨해진 얼굴을 하고 있어 입은 벌린 채입니다.
미소를 지으며 자는 그녀의 얼굴은 살짝 양손으로 감싸듯이 잡아 가볍게 엄지손가락으로 뺨을 당겨봅니다.
그러자 마유 씨의 얼굴은 피부가 당겨져서 변형해 평소의 처진 눈이 더욱 강조되어 눈꺼풀 사이로 흰자가 보입니다. 저는 즐거워져서 엄지 손가락으로 그녀의 뺨을 주무릅니다.
그런데 이렇게 해도 일어나지 않는군요. 그런 걸 생각하고 있으니 왼손의 엄지 손가락이 꺽여져 마유 씨의 입술에 닿았습니다.
그 때였습니다, 마유 씨가 왼쪽으로 돌아 누우며 저의 엄지 손가락이 마유 씨의 입 안에 들어가 버렸습니다.
제가 서둘러 손을 빼려고 하자 이번엔 그대로 마유 씨가 입을 오므리며 엄지 손가락을 빨기 시작했습니다.
엄지 손가락은 이빨로 가볍게 고정되어 피부가 윗천장에 닿아 손톱을 몇 번이나 혀가 쓰다듬습니다.
따뜻한 침의 감촉과 엄지 손가락과 입술 사이를 공기가 지나가는 소리에 머리가 이상해질 것 같으면서도 저로서는 마유 씨로부터 엄지 손가락을 빼낼 수 없었습니다.
대강 1분 정도에 마유 씨는 저의 손가락을 해방해 주었습니다. 저는 남은 온기가 사라지기 전에 침으로 반짝반짝 빛나는 자신의 손가락을 자신의 입에 넣습니다.
엄지 손가락은 딱히 맛은 없었지만 손가락에 남은 침을 남기지 않으려고 열심히 핥았습니다.
「……사치코쨩」
갑자기 들린 그녀의 목소리에 전신이 얼어 붙는 감각을 느꼈습니다.
하지만 마유 씨는 눈을 뜰 낌새는 없고 안정된 숨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그녀가 잠꼬대로 내 이름을 불렀다, 무의식 중 프로듀서 씨가 아니라 나를 불렀다.
저는 이성이 일순간 제 고삐를 잡고 있는 손을 놓는 것을 놓치지 않았습니다.


이성으로부터 빠져 나온 저는 의외로 교활해서 일단 눈을 떴을 때 저항하지 못하도록 침대맡에 폐지 회수용 끈으로 그녀의 양손을 묶었습니다.
그리고 이번엔 자신의 입을 마유 씨의 입과 맞췄습니다. 제 혀가 그녀의 입술에 닿자 방금 전 엄지 손가락 때처럼 마유 씨는 혀에 달라 붙은 제 혀를 살짝 깨물며 자신의 혀로 윗천장으로 보내며 쓰다듬습니다.
시험 삼아 그녀의 입 안을 핥으려고 하자 곧바로 마유 씨의 혀로 붙잡혀 제위치로 연행되어 다시 뭔가를 교환하듯이 제 혀뿌리부터 앞으로 향하며 마유 씨의 혀가 움직입니다.
제가 혀를 따라 침을 흘리자 마유 씨의 목구멍이 움직이는 걸 알았습니다.
당분간 마유 씨에게 자신의 침을 마시게 하고 있으니 시야의 끝에 상하하는 그녀의 가슴이 파자마의 얇은 천 한장만 걸치고 있는 것을 눈치챘습니다.
마유 씨, 잘 때는 브라는 안하는군요.
저는 살짝 천 한장에 막힌 그것에 손을 뻗어,
「아팟……」
닿기 직전에 혀를 살짝 깨물려 무심코 몸을 젖힙니다. 그제서야 겨우 이성이 제 목덜미를 움켜 쥐었습니다.
저는 그대로 침실에서 뛰쳐나와 세면대에 얼굴을 박고 수도꼭지에서 직접 물을 뒤집어 썼습니다. 머리카락에서 흐르는 물이 배수구에 흘려가는 것을 숨을 몰아쉬며 바라봅니다.
무슨 짓을 한거죠, 이래선 완전히 강간이잖아요!
당분간 머리를 식힌 후 수도꼭지를 잠그고 타올 너머의 자신의 머리를 쥐어 뜯으며 그 자리에 웅크렸습니다.
……맞다, 손목 풀어두지 않으면.
저는 몇 번 심호흡을 하며 각오를 한 후 마유 씨에게 돌아가기로 했습니다.。
가능한 마유 씨를 보지 않도록 하죠.
그렇게 정하고 침실문을 여니 그 각오가 전부 소용 없어졌다는 걸 금방 깨달았습니다.
「다행이다, 무사하셨군요」
어두운 침실의 약한 빛을 반사하는 마유 씨의 눈동자와 눈이 맞아버렸습니다.


「드디어 눈을 뜨셨군요」
가능한 차갑게 차분한 목소리로 저는 그녀에게 말을 걸었습니다.
분명 마유 씨는 야밤에 강도가 와 자신을 묶었다고 생각하고 있겠죠. 하지만 이 집에는 저와 마유 씨 밖에 없어요. 누가 들어온 흔적 같은 건 없어요. 그리되면 누가 마유 씨를 묶었는지 정도는 금방 알아버립니다.
「마유 씨는 상냥하네요. 자는 사이에 침대에 묶어 놓은 사람을 걱정하다니」
그러니까 먼저 자백해버립니다. 그것도 마치 처음부터 마유 씨를 묶을 생각이었던 것처럼.
「저기…… 그렇게 말하시면 사치코쨩이 마유를 침대에 묶은 것처럼 들리는데요」
「네, 제가 마유 씨를 침대에 묶었어요. 이 집에는 저와 마유 씨 밖에 없어요」
아아, 마유 씨의 얼굴이 얼어붙는다, 공포로 굳는다, 내게 겁내고 있다.
저는 침대 위의 마유 씨를 덮칠듯이 다가갑니다. 더욱 무서워하도록 더욱 도망치고 싶어지도록.
「마유가 뭔가 사치코쨩이 화날만한 짓을 했나요?」
아무래도 마유 씨는 아직 저를 믿어주는 것 같습니다. 제가 이런 짓을 하는 건 자기가 원인이라며.
「네, 저는 엄청 화나있어요」
하지만 괜찮아요. 저는 당신이 생각하는 듯한 정상적인 인간이 아니니까.
「혹시 사치코쨩은 마유가 프로듀서 싸야야야!」
마유 씨의 뺨을 꼬집어 입다물게 합니다.
「또네요. 당신은 언제나 프로듀서 씨만. 지금 마유 씨 눈앞에 있는 건 저라고요」
저는 당신이 프로듀서 씨를 입에 담는 걸 허락하지 못합니다.
저는 당신의 마음을 알고 미쳐버렸습니다. 자신이 자신을 컨트롤할 수 없을 정도로. 주위 사람을 상처 입힐 정도로.
「마유 씨, 당신은 프로듀서 씨와 만난 일을 기억하나요?」
아뇨, 그 전부터.
「그 날, 저도 거기에 있었다고요?」
당신과 만난 그 날부터.

「에?」
절대로 듣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예상대로의 대답이었다.
「역시 기억하지 못하네요, 당신은 프로듀서 씨만 보고 있었으니까요」
나는 처음부터 그녀의 시야에 없었다. 나는 그녀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도, 기억해 주는 것도, 시야에 들어가는 것조차 하지 못했다.
그건 발치에 있을터인 중력과 나를 가르는 벽이 갑자기 강도를 잃고 마치 처음부터 없던 것처럼 사라져 없어져 버렸을 때의 감각과 비슷합니다.
공중의 헬리콥터를 아래에서 바라봤을 때처럼.
번짓줄을 묶고 뒤로 넘어가며 푸르게 개인 하늘을 내려다 봤을 때처럼.
지금부터 죽는다는 감각.
「그 날, 프로듀서 씨는 저와 같이 그 장소에 있었어요. 당신과의 모델일로」
하지만 그것이 지금은 무척 기분 좋았다.
「지방에서의 일이니까요, 아무래도 중학생을 혼자서 보낼 수 없으니까」
내가 죽어가는 것이.
「저는 마유 씨를 잘 기억하고 있어요」
나를 죽게 하는 것이.
「어딘가 먼 곳을 보고 있어 덧없는 표정을 띄우며 무척 아름다운 사람이라고 생각했어요」
눈물을 흘리며 필사적으로 절벽에서 떨어지지 않도록 버티는 나를.
「손을 잡거나 안는 포즈를 취했다고요? 저 계속 두근두근거려서 마유 씨에게 빠져서 카메라맨에게 주의 받은 적도 있었네요」
좌우의 새끼 손가락부터 하나씩 손가락을 부러뜨리며.
「그런 당신의 다니던 프로덕션을 관두고 이 프로덕션에 왔을 땐 날아갈 정도로 기뻤다고요?」
몇 번이고 목숨을 구걸하는 나를.
「저를 따라와 주셨다고 생각했으니까」
절벽에서 떨어뜨린다.
「저도 사람의 인생에 영향을 줄 정도의 아이돌이 되었다고」
너는 누구도 필요로 하지 않아.
「그러니까 저는 제가 할 수 있는 전력을 당신에게 쏟아부었어요
네가 할 수 있는 건 없어.
「라고 해도 발언력 있는 분이나 디렉터에게 소개하거나 영업을 돌 때 마유 씨를 선전한 정도지만요」
네게 흥미 있는 사람은 없어.
「어쨌든 제가 갖고 있는 커넥션을 전부 써서 당신이 자유롭게 아이돌로서 활약할 수 있게 했어요」
너는 혼자야.
「뭐라해도 제가 귀엽다고 생각한 아이돌이니까」
너는 귀엽지 않아.


「그러고 보니 마유 씨, 제 집에 거울이 하나도 없는 걸 눈치채셨나요? 이렇게 스스로를 귀엽다고 말하는 애의 방에 거울이 없다니 이상하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한번 빗나간 저는 이제 멈추지 않습니다.
「마유 씨의 진짜 마음을 깨달은 순간. 저는 배를 잡고 괴로워하며 뒹굴며 폭소했어요. 그 탓에 집의 거울을 깨뜨려 버렸다고요. 덕분에 매일 아침 불편해서 참을 수 없어요」
자신이 미쳐있는 걸 열심히 어필합니다.
「그야 우습잖아요? 자신이 인생에 크게 관여했다고 생각한 상대가 실은 얼굴조차 기억하지 못하고. 게다가 저를 위해 있는 프로듀서 씨에게 매력으로 지다니」
좀 더 마유 씨가 무서워하도록.
「이렇게 재밌는 일이 달리 있나요!」
당장이라도 도망치고 싶어지도록.
좀 더 깊게, 더욱 그녀가 상처받도록.


「……저기, 죄송합니다」
마유 씨가 불쌍한 눈동자로 제게 사과합니다.
마유 씨는 아무것도 잘못하지 않았다고요? 그저 연상의 남자를 사랑했을 뿐. 건전한 나이대의 여자아이라면 당연한 거에요.
「사과하지 말아주세요…… 비참한 기분이 들잖아요」
이상한 건 저에요. 여자아이를 사랑하고, 더욱이 그 사람에게 무척 심한 짓을 하려고 하고 있어요.
「프로듀서 씨에게도 엄청 화풀이를 해버렸으니까요, 조금 일에 지장이 생겼어요」
마유 씨의 마음은 이미 프로듀서 씨의 손안이에요. 저로선 이제 손에 넣을 수 없어요.
하지만 그 손안에서 떨어뜨려 산산히 부숴버리는 것 정도는 할 수 있어요.
순수한 마유 씨에요, 그녀가 프로듀서 씨를 위해 소중히 지켜온 것을 제가 빼앗아 버리면 분명 프로듀서 씨를 직시할 수 없게 되겠죠.
그렇게 되면 프로듀서 씨는 다시 마유 씨를 손에 넣을 수 없습니다.
「그러니까 지금부터 제가 프로듀서보다 매력적이란 걸 증명합니다」
게다가 잘만 하면 그녀의 마음에 영원히 저를 새길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저는 그녀의 입술에 달라붙습니다.
마유 씨가 제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 구역질이 날 정도로 혐오하고, 마유 씨가 제 목소리를 들은 것만으로 웅크릴 정도로 무서워하고, 마유 씨를 제가 건드린 것만으로 목을 조여 죽일 정도로 미워하도록, 깊게, 깊게 그녀의 마음을 도려냅니다.
그렇게 하면 저는 그녀의 마음에 일생에 걸쳐 트라우마로서 남겠죠.
저는 자신이 입고 있든 걸 벗어 던지고 마유 씨의 몸을 가리고 있는 방해되는 천을 벗겨냅니다.
더욱 나를 싫어해! 더욱 내게 겁먹어! 더욱 나를 미워해!


그러니까 그런 바라는 듯한 표정으로 저를 보지 말아주세요.


빨간 리본으로 당신의 하트를 나비 매듭♡ 사쿠마 마유입니다. 어젯밤은 사치코쨩과 나비 매듭♡
……조금 상스러웠네요 죄송합니다. 짐작하신대로 조금 텐션 높습니다. 사치코쨩이라면 마유 옆에서 자고 있어요.
물론 프로듀서 씨 이외의 사람에게 몸을 허락해 버린 죄악감은 있습니다. 하지만 마유도 누구에게나 안길 정도로 가벼운 여자는 아니에요.
마유는 그저 사치코쨩의 마음에 대답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이렇게 강하게, 똑바로 부딪쳐 온 마음에, 마유는 도망치고도 거부하고 싶지도 않았습니다.
분명 사치코쨩으로부터의 사랑은 마유의 일생에 걸쳐 제일 강한 사랑이라고 생각합니다. 이것을 거부해 버리면 아마 마유는 이 정도로 사랑 받을 일은 없겠죠, 그 사람은 누구에게나 상냥하니까. 일방통행으로 되돌아 오지 않는 건 지칩니다.
그러니까 마유는 사치코쨩을 선택했습니다.
마음의 준비 같은 건 할 수 없어, 하지만 지금 거부하면 분명 사치코쨩은 두 번 다신 마유 앞에 나타나지 않아.
그리고 무엇보다 이렇게 강한 사랑을 받아들이지 않다니, 마유로선 용서할 수 없었습니다.
마유는 전혀 후회하지 않아요. 경박하다고 흰눈으로 보여져도 타산적이라고 손가락질 당해도 마유의 선택지는 틀리지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단지 하나 불만인 건 침대에 묶여져 덮쳐졌는데 맥이 풀릴 정도로 상냥하게 대해진 덕분에 아직 부족해서 진정되지 않는걸까요. 끈도 곧바로 풀어졌고.


눈 앞의 사치코쨩은 고른 숨소리를 내며 느긋하게 자고 있네요.
저쪽이 먼저 손을 댔으니까 이쪽이 손을 대도 괜찮겠죠?
그런 못된 생각을 하고 있으니 천천히 눈꺼풀을 연 사치코쨩과 눈이 마주쳤습니다.
사치코쨩은 살짝 마유의 머리에 손을 뻗어 끌어당겨 입술이 닿을 뿐인 키스를 하고 가볍게 미소지은 후 다시 눈꺼풀을 닫아 버렸습니다.
「또 자버리는 건가요?」
좀 더 마유를 사랑해주세요, 안 그러면 마유가 사치코쨩을 사랑해 버린다고요?
마유가 사치코쨩의 가슴에 손을 대려고 하자 갑자기 사치코쨩의 눈이 번쩍 열리며 그대로 물러서듯이 침대에서 굴러 떨어졌습니다.
「사치코쨩? 저기……」
「죄송해요! 저는 얼마나 심한 짓을!」
그대로 그곳에서 이마를 바닥에 붙이고 사과해 왔습니다.
아무래도 전라 도게자는 냅둘 수 없었으므로 마유도 침대에서 내려와 사치코쨩을 껴안듯이 이불을 덮어 씌웁니다.
「사치코쨩, 마유는 화나지 않았다고요?」
그렇게 말하며 등을 쓰다듬자 사치코가 얼굴을 들어올렸습니다.
「……저, 마유 씨의 노트 읽었어요. 프로듀서 씨에 대해 잔뜩 적혀 있었어요. ……저는 마유 씨의 마음을 알고…… 프로듀서 씨에게 빼앗기고 싶지 않아서…… 저는……」
도중부터 울면서 사치코쨩은 마유에게 말해줍니다.
「이런 짓 하려던 건…… 해서는 안됐는데……」
마유는 사치코쨩에게 키스를 해서 입을 막았습니다.
사치코쨩이 해준 것처럼 뺨의 안쪽을, 어금니의 파진 곳을, 혀의 뒷부분을 천천히 핥습니다.
사치코쨩에게 어젯밤 일은 실수였다고 말하게 하지 않기 위해서.
사치코쨩의 사랑을 거짓으로 해서는 안돼.
「사과하면 안돼요 사치코쨩, 아무리 사과해도 용서해 주지 않을거에요」
운 좋게 오늘도 내일도 오프이고.
「마유의 처음을 빼앗은 죄는 무겁다고요? 일생 걸쳐서 갚도록 할거에요」
그런 차가운 말 하지 말고 더욱 즐기자고요.
「그러니까」
쭉 마유가 봐줄테니까.
「좀 더 마유를 빠져들게 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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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산¹:이익이 있는지 수지를 계산해 보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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