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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야미 카나데 "참견"

댓글: 4 / 조회: 2007 / 추천: 5



본문 - 12-29, 2017 22:04에 작성됨.

하야미 카나데가 켠디션이 안 좋다고 말한 시각이, 오후 3시쯤이었다.

 

그러고 보니, 힘 없는 발걸음으로 내 자리까지 와서, 힘 없는 어조로 말했다.

 

많이 아프냐고 물어보니, 그녀는 애매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열이 있냐고 물어보니, 조금, 이라고 답했다.

 

그녀의 스케줄을 확인해보니, 라디오에 게스트로 출연하는 것 외에는, 일주일 정도 동안은 생방송 일은 없었다.

 

일에 크게 영향을 주지 않는 것을 확인하고, 즉시 그녀를 병원에 데려가기로 했다.

 

 

추위도 한풀 꺾이긴 했지만, 그녀의 복장은 상당히 얇았다.

 

"왜 그렇게 얇게 입은거냐"

 

라고 물어도, 그녀는 입을 다문 채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곧바로 내 코트를 벗고, 그녀에게 걸쳐주었다.

 

 

병원에 가니 의사가, 그녀의 증상은 전형적인 감기라고 진단을 내렸다.

 

당분간은 따뜻하게 지내라고 하였고, 그녀는 조신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38.5도.

 

보호자로서 적어낸 내가 받은 병원 진단서에 적혀있던, 그곳에서 측정한 그녀의 체온이었다.

 

약국에서 해열제를 처방받고, 곧바로 그녀의 집으로 향했다.

 

 

 

 

"우리 카나데가 불편을 끼쳐서, 죄송합니다"

 

그녀를 집까지 데려다주고, 잠깐 그녀의 어머니와 대화했다.

 

"당치 않습니다. 저야말로, 좀 더 일찍 알았어야 했는데"

 

증상이 생각보다 더 심각했던 것에 고개를 숙였다.

 

 

"아뇨, 옛날부터 저 애는 저런 성격이라서, 몸이 안 좋아도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고 숨겨왔었어요. 항상 더 안 좋아져서, 병원에 데리고 갔던 적이 많았죠"

 

"하긴, 고집쟁이에 서투른 아이니까요"

 

그렇게 말하니, 그녀가 그리운 듯 웃었다.

 

 

확실히 카나데 답다면 카나데답다.

 

그리고, 그녀는 약간 쓸쓸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 그래도 요즘엔 나름대로, 고집부리지 않고 응석부리는 편이었는데 말이죠"

 

"카나데가요?"

 

"네. 지쳤을 때엔 지쳤다 하고, 힘들 때는 힘들다 하고, 저나 남편에 대해서는, 그렇게 스스럼없이 말을 주고받게 됐는데 말이죠"

 

 

돌아와서, 카나데에 대한 여려가지 수속을 마쳤다.

 

그 일을 하는 도중에도, 나는 그녀를 계속 머릿속에서 생각하고 있었다.

 

 

 

 

하야미 카나데는, 현재 아이돌이다.

 

열일곱이라는 젊음과, 한기를 느낄 정도의 분위기를 풍겨, 주로 남녀 동년층에게서 큰 인기를 얻고 있다.

 

남성뿐 아니라 여성 팬들도 많은 것은, 그녀의 성격과 관계있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그녀는, 남자를 홀리는 매력을 풍기면서도, 일체의 아첨도 하지 않는다.

 

그것은 어떤 의미에선 당연한 것일지도 모른다. 매력이 있다면, 아첨 같은 건 필요없는 존재일 뿐이니.

 

그뿐만 아니라, 그녀는 그 누구에게도 휘둘리지 않는다. 의연하게, 자신을 관철하고 있다.

 

 

물론 그녀에 대해서 긍정적인 의견만이 있는 것도 아니다. 다시 말해, 그녀를 곱게 보지 않는 쪽도, 적잖이 존재한다.

 

그녀에겐 겉치레나 있을 뿐이고, 무슨 철학같은 말만 하는 그저 그런 아이돌로 단정짓는 사람도, 분명히 있다.

 

 

하지만 그런 의견에도, 그녀는 아이돌로서 성공하고 있다.

 

겉치레라곤 할 수 없는 부분에서, 그녀는 자신의 존재를 증명해왔다.

 

 

아첨이란, 상대의 마음에 들게 되기 위해서 하는 행동이다.

 

 

팬에게도, 팬이 아닌 사람에게도, 같은 프로덕션의 동료나, 나에게조차도, 그녀는 결코 아첨하지 않았다.

 

그건 아마도, 그녀 자신에게도 그렇겠지.

 

 

팬들이 늘어나고, 주위에서 지명도를 높여가는 만큼, 그녀의 소녀로서의 일상은 잃어 갔다.

 

그저 평범하게 거리를 걷는 것조차, 지금의 그녀에겐 어려운 일이 되어 있었다.

 

그 때문일 것이다. 그녀가 다소 무리를 해서라도 어디서나 자신을 알릴 수 있는 복장을 고집하는 것은.

 

나는 그런 그녀의, 정신적인 고상함을 좋아했다.

 

그래도, 무리하진 않았으면 좋겠지만.

 

자신을 따르며 관철해나가는 지금의 그녀를 생각하며, 그녀의 회복을 단지 기도했다.

 

 

 

그녀의 프로듀서를 막 시작했을 무렵엔, 그녀가 아직 17세라는 사실에 자주 놀랐었다.

 

그렇게 보이지 않는다고 말하면, 으레 그녀에서선 차가운 시선을 받았다.

 

그래도, 농담을 빼더라도, 그녀의 성숙함은 17세의 그것이라고는 생각되지 않았다.

 

지금은 아니지만.

 

 

다른 여자와 비교하면 다소 차분한 아이라고는 생각하지만, 정신이 조숙하다고는 생각하지 않게 되었다.

 

딱히 그녀의 나이와는 상관없다. 중요한 것은, 지금 이곳에서 아이돌로서 존재한다는 것이니.

 

 

 

 

 

 

그날로부터 이틀이 지났다.

 

"린, 잠깐 괜찮을까"

 

급탕실에서 인스터트 커피를 타며, 소파에서 나오와 이야기하고 있는 린에게 말을 걸었다.

 

잠깐만, 나오에게 그렇게 말하며, 그녀가 왔다.

 

"무슨 일이야, 프로듀서"

 

""일 얘기는 아니지만 말야, 조금 너에게 부탁하고 싶은 게 있다"

 

"뭐, 내가 할 수 있는 거라면"

 

 

"꽃을 사려 한다"

 

"프로듀서가?"

 

놀라서 눈을 동그랗게 뜬 그녀가 물었다.

 

"왜, 이상해?"

 

"아니...... 딱히 이상한 건 아닌데"

 

그녀는, 궁금증을 감추지 못하는 표정을 지었다.

 

그녀에게 눈짓을 하며, 커피를 마실 건지 물었다. 얼마쯤 지나서 그녀가 고개를 끄덕였다.

 

"꽃은, 갑자기 왜?"

 

"선물용으로"

 

"그럼, 그..."

 

"병문안"

 

점차 수긍이 간 것 같았다.

 

""아아, 병문안. 카나데?"

 

고개를 끄덕이며, 그녀가 마실 커피를 탄다.

 

"카나데, 괜찮아? 그저께 꽤 아픈 것 같았는데"

 

"지금은 열도 다 내렸고, 많이 회복된 것 같다"

 

"그래, 다행이네"

 

그녀의 입가에 부드러운 미소가 떠올랐다.

 

"적당히 꽃 같은 거 사고, 한 번 문병하러 갈까 생각 중이다"

 

"그런 것이라면 맡겨 줘. 도와줄게"

 

"고맙다 "

 

"그것보다 충분히, 카나데를 걱정하고 있었잖아. 이제 병문안이라니 "

 

내가 건네 준 커피를 마시며, 그녀가 농을 부려온다.

 

"요즘, 너무 바빠져서 말이지."

 

쓴웃음을 지으며 답한다.

 

"카나데가 감기 걸린 건, 딱히 프로듀서만의 책임은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알고 있다. 그렇지만 내가 스케줄 조정에 책임이 없는 것은 아니다"

 

"뭐, 그것도 그렇지만, 그냥 걱정 되네. 카나데가"

 

 

"그런가"

 

그녀도 납득한 듯했다.

 

 

"병문안은 언제 갈거야?"

 

"린이 시간만 된다면, 내일이라도 곧바로. 가게로 내가 갈게"

 

"알았어. 준비해둘게"

 

 

"......저기"

 

"응?"

 

"같은 아이돌로서, 카나데를, 어떻게 생각해?"

 

너무 이런 걸 물어보는 건 안되는 거겠지. 같은 부서에 소속 된 동료라고 하더라도, 최고를 노리는 것은 같다, 즉 라이벌이기도 하다.

 

자칫 잘못했다간 대립 구도를 만들어낼 수도 있으므로, 원래라면 이런 질문을 피하는 것이 맞다.

 

그래도. 어떻게 해서라도 알고 싶었다.

 

 

그녀의 빛바랜 에메랄드색 눈동자가, 나를 가만히 응시한다.

 

그녀는 진지한 얼굴로 잠시 침묵했지만, 이윽고 조용히 말했다.

 

 

"존경하고 있고, 예쁘고, 여러가지로 상대가 안 되는 사람이라고 생각해"

 

"그래도, 지지는 않을 테니까"

 

 

 잘 먹었어 라고 말하고 싱크대에 머그컵을 놓으며, 그녀는 소파로 돌아갔다.

 

나도 아직 일이 남아있다.

 

남은 커피를 한번에 들이키고, 다시 일에 집중했다.

 

 

 

 

 

 

다음 날 오후, 사무실을 떠나기 전에, 치히로 씨에게 말을 걸었다.

 

"치히로 씨는, 카나데를 어떻게 생각하나요?"

 

린에게 한 질문과 같은 것이었다.

 

"글쎄요...... 잡을 수 없는, 매우 자제력이 강한 소녀라고 생각해요"

 

"그래도, 아직은 그 나이대의 아이구나, 할 때도 있고. 그러니까, 반짝반짝 거린다는 느낌이랄까"

 

치히로 씨는 어딘가 그리운 듯이 말했다.

 

 

"조금, 부러울 정도로"

 

 

 

 

 

 

"그럼, 뒤는 잘 부탁드립니다."

 

"맡겨주세요! 카나데 짱, 부탁할게요"

 

기합을 넣는 제스쳐를 하며 그녀가 생긋 미소를 지었다.

 

"알겠습니다...... 저기, 정말 오늘은 바로 퇴근해도 될까요?"

 

조심스럽게 묻자, 그녀는 강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네, 제가 신청해 둘게요. 오늘은 편히 쉬세요"

 

"...... 감사합니다"

 

"참견일지도 모르지만, 가끔은 주위의 후위도 잘 받아주세요. P 씨도 소중한 동료니까요."

 

 

사무소를 나와, 차에 탑승한다.

 

사실은 그녀의 문병을 하고, 또 사무실로 돌아와 다시 일을 할 계획이었으나, 그녀에게 제지 당하고 말았다.

 

어쩌다보니, 오후엔 완전히 쉬게 되버렸다.

 

치히로 씨 왈, 과로하는 거라고.

 

몸이 안 좋아지기 전에 확실히 쉬는 것도, 리더로서의 중요한 것이다.

 

아이돌이나 프로듀서와 관계없이, 사회인으로서 확실히 쉬라고 말했다, 그녀의 배려에 고개가 숙여질 뿐이었다.

 

 

 

 

 

중간에, 꽃집에 들렀다.

 

가게에 들어가서 얘기하니, 안쪽에서 앞치마를 입은 린이 나타났다.

 

"기다리고 있었어"

 

"어. 일을 도와주는 건가? "

 

"뭐 그렇지"

 

"오프날인데도? 대견하네"

 

"오프날이라서야. 가끔은 꽃을 만지고 싶어서"

 

시선을 이리저리 돌려가며, 그녀는 앞치마 자락을 만지작거린다.

 

"그런가"

 

"응. 어렸을 적부터 도와 왔으니까, 계속 오랫동안 안하면, 그것도 그래서"

 

"그래. 역시, 대견하네"

 

"그러니까, 그런 게 아니라고"

 

"겸손은. 그냥 내가 훌륭하다고 생각한 것 뿐이야"

 

"......마음대로 해"

 

부끄러운듯 그녀가 중얼거렸다.

 

"그래서, 꽃을 사러 왔는데"

 

"아, 그래. 준비해뒀어. 잠깐만 기다려"

 

그렇게 말하고 그녀는 가게의 안쪽에 들어갔다가, 그것을 가지고 왔다.

 

"...... 좀 너무 크지 않나..."

 

선물용이라기엔 크다는 감이 있다.

 

"아, 확실히 생각보다 크네"

 

"마음에 안들면, 작은 쪽도 준비해놨는데"

 

 

"아니, 이게 좋겠네"

 

직감적으로 그렇게 생각했다.

 

 

 

"그래?"

 

"이거, 무슨 꽃이야"

 

물어보자, 그녀는 사전을 읽듯이 또박또박 대답했다.

 

"클레마티스"

 
본문 이미지

"예쁜 색깔이네"

 

"카나데에게 어울린다고 생각해서"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서로 수긍하고 서로 웃는다.

 

"어쩌다보니, 밤새 고민해버렸어"

 

"정말? 왠지 미안하네"

 

"아냐, 내가 좋아서 한 거니까. 나중에, 크레이프라도 사주는 걸로"

 

"알았어"

 

 

 

 

"...... 프로듀서 "

 

"응?"

 

 

"이건, 괜한 참견일지도 모르지만"

 

"클레마티스의 꽃말은――――"

 

 

 

 

 

 

 

 

 

 

작은 화분에 옮겨심은 그 꽃은, 크기에 비해서는 가벼웠다.

 

담쟁이가 많은 식물에다, 유연하게 뻗은 그것들은, 사각뿔 모양의 격자로 얽혀있었다.

 

무엇보다 꽃의 색깔이 밝은 청색이라서, 쓸쓸해 보였다.

 

 

 

 

 

"그래서, 카나데 상태는 어떻습니까?"

 

"덕분에 많이 회복되어서, 잘 지내고 있습니다"

 

그녀의 집에 가니, 그녀의 어머니가 맞아 주었다.

 

아무래도 카나데는 자기 방에서 자고 있는 것 같다.

 

"아, 다행이네요...... 이거, 일단 문병 선물로"

 

"어머, 꽃인가요! 감사합니다"

 

"클레마티스라는 꽃이라고 합니다. 정원에 잘 심어주세요"

 

"너무 예쁘네요. 이거 프로듀서 씨가 고른 건가요?"

 

"아뇨, 저는 꽃에 대해선 문외한이라서요...... 저희 사무소의 시부야 린에게 부탁했습니다"

 

둘이서 얘기하고 있으니, 거실의 안쪽에서 계단을 내려오는 발소리가 들려왔다.

 

유리창 너머로 카나데의 실루엣이 보인다.

 

"P 씨?"

 

언제나의 그녀의 목소리.

 

"실례한다"

 

"그래."

 

그 한마디만 하고, 실루엣은 사라지고, 또 계단을 오르는 발소리가 들렸다.

 

 

"저 애도 참, 얼굴도 내밀지 않고"

 

"아뇨, 괜찮습니다. 건강해 보여서 정말 다행이네요"

 

카나데도 여고생이니까. 프라이빗한 모습은 되도록 보이고 싶지 않겠지.

 

 

"맞다, 프로듀서 씨, 오늘 저희 집에서 저녁밥 드시고 가시지 않을래요?"

 

"아뇨 아뇨! 오늘은 그냥 문병차 왔을 뿐입니다"

 

"그러지 마시고. 남편한테도 카나데 얘기 좀 해주세요"

 

"아니, 그래도......"

 

"언제나 딸이 신세지고 있으니, 아무쪼록 사양하지 마시길"

 

 

"......그럼, 방해되지 않는다면, 신세지겠습니다"

 

승복되어 내가 그렇게 말하자, 그녀는 허겁지겁 준비를 시작했다.

그렇다고 해도 요리의 준비가 아니라, 분명히 어딘가로 외출하려는 것 같았다.

 

그리고 그녀는 유리 문을 열고 계단까지 가서,

 

"엄마 지금 저녁 반찬거리 사러 갈 테니까, 집 잘 보고 있어"

 

라고 말했다.

 

 

"...P 씨가 아직 있잖아"

 

한참 뒤 카나데의 목소리가 되돌아 왔다.

 

"오늘 프로듀서씨도 함께 드실거야"

 

위쪽에서 쿵 떨어지는 소리가 났다. 뭔가 책이라도 떨어진 건가.

 

이어서, 터벅터벅 계단을 내려 오는 소리가 났다.

 

"무슨 일이야"

 

"그러니까, 우리 집에서 저녁밥 드신다고"

 

"갑자기?"

 

이윽고, 카나데가 거실로 얼굴을 내밀었다.

 

소파에 앉아있는 나와 눈이 마주치니, 어떻게 된거냐고 물어보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그, 뭐냐, 그렇게 됐다"

 

나도, 뭐가 어떻게 된건지 모르겠다.

 

카나데는 작게 어깨를 흔들며 미소를 지었다.

 

"그런 거구나."

 

 

 

 

그녀의 어머니가 집을 나간 후, 카나데가 거실로 왔다.

 

그녀는 따뜻해 보이는 하얀 니트 가디건을 입고 있었다.

 

"어머니가 나름대로 신경을 써 준 것 같네"

 

"신경 쓰다니?"

 

"P 씨와 이야기할 수 있는 시간을 만들어 준 것. 정말, 괜한 참견이라니까"

 

참견.

 

커피를 2잔 끓이며, 그녀가 중얼거렸다.

 

 

"그런가"

 

"그래. 장난기가 있어서, 조금 곤란할 정도야"

 

그렇게 말하고, 조금 수줍어한다.

 

그녀의 말에서, 상냥함이랄까 부드럽다는 느낌이 들었다.

 

"아까는, 미안해"

 

"응?"

 

"말만 걸고, 얼굴도 내밀지 않았으니까. 왜냐하면, 민낯이어서"

 

손을 뻗어 검은 찻잔을 받는다. 향기에서부터, 항상 회사에서 마시던 인스턴트 같은 것과는 확실히 달랐다.

 

 

"아니, 별로 신경 쓰지 않아. 나도 네 입장이었다면, 싫었을테니까"

 

"P 씨도, 맨 얼굴 보이는 걸, 싫어하는거야?"

 

언제나의 장난스러운 미소.

 

"바보, 그런 게 아냐"

 

둘이서 웃었다.

 

 

잠시 서로 침묵하며 커피를 마셨다.

 

향기뿐만 아니라 맛도 괜찮았다.

 

침묵을 깬 것은, 나였다.

 

 

"몸은 이제 괜찮은거야?"

 

"응. 덕분에. 내일은 복귀할 거니까"

 

"그럼 다행이군"

 

"병문안까지 오게 하고, 미안하네"

 

"무슨, 신경쓰지마"

 

"그렇게 심각할 거라곤 생각하지 않았어"

 

"나도 꽤 놀랐어 "

 

 

"...... 폐를 끼쳐서, 미안해"

 

그녀가 고개를 숙였다.

 

"신경쓰지 않아도 돼"

 

내가 그렇게 말했지만, 잠시 동안 그녀는 계속 고개를 숙였다.

 

 

 

"...... 병문안 꽃인데"

 

커피를 내려놓으며 이야기한다.

 

"그거 말야, 린이 준비해준거야"

 

"린이?"

 

"나, 꽃은 잘 모르니까 그 녀석에게 물어봤어. 골라 주겠다고 해서"

 

"그렇구나"

 

나도 그녀도, 클레마티스 꽃을 보았다.

 

꽃의 청색은, 무심코 바라보게 될 정도로 선명했다.

 

"예쁘네"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 나중에, 전화라도 할까"

 

뺨을 붉게 물들인 그녀가 중얼거렀다.

 

"지금 전화해도 괜찮아"

 

내가 그렇게 말하자, 그녀는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안돼. 지금은 P 씨에게 답례를 해야 하니까"

 

놀리는 것이 아닌, 그 어느 때보다 진지한 목소리였다.

 

 

"나는 네가 괜찮아진 것 만으로도 됐어"

 

그렇게 말하니, 그녀가 침묵했다.

 

어색할 정도로 조용한 정적이다.

 

"...... 화내지 않는거야?"

 

그것은, 희미할 정도로 작은 목소리였다.

 

눈앞에 앉아 그녀가, 왠지 어린 아이처럼 느껴진다.

 

"뭘?"

 

무서워하지 않도록, 부드럽게 되물었다.

 

 

"열이 심해지까지, P 씨에게 의지하지 않았던 걸"

 

고개를 숙인 그녀가 중얼 거렸다.

 

꾸중을 기다리는 아이처럼.

 

 

"글쎄 딱히, 말하고 싶지 않은 건, 억지로 말하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하니까"

 

 

"네 성격이라면, 걱정 끼치지 않게 하려고, 열이 나도 계속 참았던 것 같은데"

 

"그것에 대해서 화낼 생각은 전혀 없어"

 

 

"아직 계속할 수 있다고 판단한거지? 그게 아니라도, 계속 노력하자고 생각했지?"

 

나의 질문에, 그녀가 작게 수긍했다.

 

 

 

 

"몸이 안 좋을 때 쉬는 게 나쁜 게 아니라는 건, 알고 있지"

 

"응"

 

"켠디션 관리를 잘 해도, 안 좋아질 수도 있으니까"

 

"응, 그렇네 "

 

 

 

"이것만 알아줬으면 됐어"

 

 

"폐를 끼치는 것 같은 건,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

 

"안 좋아져서 걱정하게 하는 게, 더 싫으니까 말야"

 

그렇게 말하며 나는 웃었지만, 그녀는 웃지 않았다.

 

그녀는 나를 계속 응시하며,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있다.

 

 

"이 뒤에도, 경우에 따라선 무리를 해야 할 수 밖에 없는 때도 오겠지"

 

"물론 그때는, 네가 판단한 범위 안에선 무리를 해도 상관 없다"

 

"다만, 정말로 더 이상 어쩔 수 없을 것 같을 때엔, 내가 네 뒤에 있단 것을 잊지 말아줘"

 

"그땐, 의지할 수 있게 할테니까"

 

 

 

 

 

 

 

"P 씨는..."

 

한참동안 멍한 표정이었던 그녀가, 드디어 입을 열었다.

 

"응?"

 

"얼마나 상냥해야 직성이 풀리는거야?"

 

"딱히 상냥한 게 아니라고"

 

"그럼, 뭐야"

 

 

그녀가 그렇게 되묻자, 잠시 생각에 잠긴다.

 

 

 

 

 

 

"글쎄, 참견이라는 것이 가장 가깝지 않을까 "

 

"참견?"

 

"그래. 나 좋을대로 생각하고, 내 마음대로 그렇게 하는 거니까"

 

그렇게 말하자, 그녀는 마침내 기가 막힌 듯한 얼굴이 되어,

 

 

"정말로 P 씨는..."

 

 

 

 

 

 

 

 

"한없는 호인이네"

 

어이 없는 듯한, 그럼에도 사랑스러운 미소였다.

 

 

 

"그럴려나, 그런 말 처음 듣는데"

 

"분명 그래. 아아, 난감하네"

 

"무슨 안 좋은 일이라도 있는거냐?"

 

"그래, 경쟁 상대가 늘어나버리겠네"

 

"경쟁?"

 

"후훗, 아무것도 아냐"

 

그렇게 말하며, 그녀는 생글생글 웃는다.

 

 

누구나 다 하루하루, 누군가를 참견하거나, 누군가에게 신세를 지고 있다.

 

그녀도. 물론 나도 마찬가지다.

 

그렇게 누군가에게 신세를 진 만큼, 다른 누군가에게 참견을 해대는 것일까.

 

세상은 그런 식으로, 돌아가는 거겠지.

 

 

 

"P 씨"

 

그녀가 자세를 바로 잡았다. 덩달아 나도 바로 잡았다.

 

"응."

 

"언제나, 고마워."

 

"그래"

 

"앞으로도, 잘 부탁해."

 

"나야말로"

 

"계속, 곁에 있어 줘"

 

"왠지 맹세의 말 같군"

 

"후훗...... 그럼 키스, 해줄래?"

 

"안 할거다"

 

그녀의 얼굴에 미소가 띄어지는 것을 바라보며, 역시 미소가 어울리는 아이라고 생각했다.

 

 

 

 

"저기, 카나데"

 

"왜?"

 

"클레마티스의 꽃말, 알고있어?"

 
"이건, 괜한 참견일지도 모르지만..."


 

 

 

 

"클레마티스의 꽃말은...『아름다운 마음』이야"

 

"누군가에게 딱이라고, 생각하지 않아?"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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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 띄어쓰기를 너무 많이 해버렸나...;;
카나데 조아여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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