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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마무라 우즈키, 역행합니다! - 29~30. 마에카와 미쿠는 알고 있었다. ①/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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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10-01, 2017 00:46에 작성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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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마무라 우즈키, 역행합니다!」 - 시마무라 우즈키, 역행합니다 - 27~28. 혼다 미오는 기우로 끝나나? / 아카기 미리아는 모른다.에서 이어집니다.

 



 

마에카와 미쿠는 알고 있었다. ①/②

과거 이야기입니다.
(어제 올린 전 화를 보지 않으신 분은 그 편부터 봐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미리아 생일날 올리고 싶어서 꽤 열심히 썼는데, 쓰고 나니 전혀 생일에 맞는 내용이 아니었습니다….
②는 아직 한 문장도 쓰지 않아서 늦어질 것 같습니다.

 

시점은 마에카와 미쿠입니다.

 

 

뉴제네 3인방이 오기 며칠 전, 프로듀서가 갑자기 친밀하게 느껴지기 시작한 날에 있었던 일이었다.
후보생 셋이 없어져 현재 휴지(休止) 상태인 신데렐라 프로젝트. 2차 모집 합격자가 곧 결정된다 해서 혼란스러운 상황에, 잘 돌아갈 수 있을지 불안함을 느끼는, 그런 분위기가 감돌던 레슨 룸에서 갑자기 동료 하나가 쓰러졌다.

 

 

모두들 그걸 보고 달려가 말을 걸어 걱정했지만, 바로 뒤에서 춤을 추고 있던 나는 잠시 동안 움직일 수가 없었다. 너무나도 쓰러지는 모습이 섬뜩했기 때문이었으리라. 툭 하고, 마치 배터리가 다 된 것처럼 댄스를 하던 그 동작 그대로 의식이 끊어져버린 게 눈에 보일 정도였다.

 

 

관성으로 내던져지는 듯한 상황에서 자신의 몸을 지키기 위해 움직이지도 않은 채 머리를 부딪혔다. 도무지 그저 발을 헛디딘 것처럼은 보이지 않아서 깜짝 놀랐고, 영문을 모르겠지만 오싹했다. 마치 이 프로젝트의 행선지를 암시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렇게 쓰러졌던 그녀는 이내 다시 일어났다. 레슨 룸에는 커다란 거울이 있었다. 일어난 그녀와 거울 사이로 눈이 맞았다.

 

 

한 순간 전과는 다르게 텅 비어 공허한 눈동자. 아무 감정도 담겨져 있지 않은 듯했다. 소름이 돋아오며 그 때 등골이 얼어붙는 듯했다. 전혀 다른 사람같지 않은가. 아니, 정말로 그녀의 몸에 누군가 씌인 게 아닐까 생각했다. 그 정도로 평소와는 다른 눈동자였던 것이다.

 

 

한 순간이 지나고, 자신을 둘러싸고 걱정하고 있는 CP 동료들을 눈치챈 듯, 그녀의 표정은 확 평소처럼 밝은 미소로 돌아갔다.

 

 

완전히. 어떠한 위화감도 느껴지지 않는 평소의 그녀였다. 자신이 넘어졌다는 게 부끄럽다는 듯, 자신 주위에 몰려든 사람들에게 밝게 괜찮다고, 고맙다고 인사하며 다시금 레슨을 시작하자 했다. 물론, 제대로 머리를 부딪혀버린 게 걱정됐던 내가 휴식을 제안했다. 트레이너 역시 거기에 찬성하여, 그 아이는 내 뒤의 벽에 쭈그려 앉았다. 자신의 가방에서 물을 꺼내 마시지는 않았다. 앉은 뒤에 우리들을 바라보는 눈동자는 언제나와 같아서. 아까 본 것만 같았던 무언가는 그저 기분 탓일 뿐이라고 나는 생각했다.

 

 

「할 얘기가 있는데」

 

 

레슨이 끝난 뒤 아무도 없는 곳에서 들려온 말.
미리아 짱이었다.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이대로라면 좀 그런데ー」

 

 

여자 기숙사 내 방에서 미리아 짱이 말했다. 카페트에 뒹굴거리고 있다. 애기팬티 다 보여….

 

 

「아이스 티밖에 없는데 괜찮냐」

 

 

「아무거나 상관없어ー 고마워ー」

 

 

테이블에 쟁반을 놓자, 뒹굴거리다가도 잘도 컵을 들어 마셨다. 아 이제 거리낄 게 없나 보네.
이미 이 미리아 짱은 어딘가 이상하다고, 그야 당연히 떠올렸지만. 아까 KBYD 중 KBD와 마주쳤을 때는 평소처럼 천진난만한 미소로 인사를 했지 않았는가. 즉 내 방에 들어오기 전까지는 완벽하게 연기를 했다… 이건 이것대로 츳코미 넣기 힘들겠네.

 

 

「아니ー 진짜로, 취업 때문에 미쳐버리는 줄 알았으니… 좋은 일이라면 좋은 일이긴 한데… 회귀라니 지금까지 고생도 다 허사구나ー!」

 

 

「뭐가 뭐 어떻다고?」

 

 

「한 잔 더〜」

 

 

「네이네이」

 

 

컵을 넘겨받아 페트병을 들어 따르니 바로 꿀꺽꿀꺽 마셨다. 뭐려나 오늘의 미리아 짱은, 머리를 부딪혀서 뭔가 잘못된 건 아닐까.

 

 

「고마워. 뭐 잘못된 건 아니니까 말야ー. 조금 지능이 UP된 것 뿐이야ー! 근데 내 몸 진짜 작다ー! 목소리도 높아ー!」

 

 

제 손을 뻗고 움직이며 꺅꺅대며 웃었다. 그렇게만 말하면 애가 신나서 노는 것 같은 느낌이 들겠지만… 글쎄다.
다만 신나서 노는 것같다고 하기엔 너무나도 섬뜩한 점이 하나 있으니, 이 방에 들어오고 나서 표정에 전혀 변함이 없다는 것이었다.
그 전까지는 싱글벙글 밝은 표정이었다고 한다면. 지금 이 아이의 표정을 표현하자면, 철가면과도 같았다. 표정 없이 그 상태 그대로 소리만 높힌 채 아하하하 웃고 있다.
세상 모든 것에 흥미를 잃어버린 것만 같이, 뭐가 어떻다 해도 애가 지어서는 안 될 법한 표정이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미쿠한텐 나사 하나 빠진 것처럼밖엔 안 보이는데… 근데 집에다 연락 안 해도 돼?」

 

 

「아ー, 아ー, 깜빡했다. 맞아, 집. 집 말이지. 그러고 보니까… 리리아 태어날 즈음이구나. 뭐 괜찮겠지 잠깐만 기다려 일단 전화하고 올게」

 

 

「응… 왠지 이 미리아 짱이랑 이야기하는 건 힘드네…」

 

 

압력이 있다. 자신감을 갖고 있다고 할까... 동아리 선배와 이야기하는 듯한 템포였다. 표정과 언동이 엇나가있는 게 무섭긴 하지만.
그나저나 지능UP인지 뭔진 모르겠지만 본인이 한 말처럼, 어제까지의 미리아 짱과는 달리 지성을 획득했기에 오는 여유같은 것도 있다.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 이 아이에게. 신데렐라 프로젝트가 시작되어, 서로 얼굴을 마주한 게 1개월 정도 전이었지… 오늘까지 계속 연기를 해 온 걸까? 말도 안 돼… 하지만… 그것도 이제 모를 일인가?

 

 

그랬던 미리아 짱은 자기 iPhone의 비밀번호를 잊어버린 모양인지 [5분 후에 다시 시도하십시오]라는 메시지가 떠 있었다. 지능은?

 

 

「지능UP이라고 했던 거 아니었냐」
「아니ー 기억하곤 별개니까ー. 생일로 하지 않나? 보통?」
「미쿠한테 물어봐도 말이냐, 왜 까먹은 거냐」
「미쿠 짱 전화 좀 빌려줘ー 부탁해ー」

 

 

이제 그냥 다 귀찮아져서 그냥 슉 하고 핸드폰을 던졌다. 기숙사에 유선전화는 없으니까.

 

 

「설마 비밀번호 [2222]? 푸, 풀렸다」
「엑…? 감 한 번 잘 돌아가네… 전화만 하고 딴 데 보지 마」
「우와아, 미쿠 짱 이런 데 엣찌한 사진 저장해둔 거야~? 엄청 위험하지 않아ー?」
「우"냐"아!? 미쿠는 이상한 사진같은 거 저장 안 해 놨다냐! 전화 안 할 거면 돌려주라냐!」
「우와아… 전화번호부 엄청 적어…」
「미리아 짱???」
「으왓, 화났다. 농담이야. 응 지금 전화 걸게」
「정말이지…」

 

 

미리아 짱은 집중하듯 긴 한숨을 쉬었다. 눈을 감은 채. 으으으윽… 하며 일어나서 쪼그려 앉았다. 작은 무릎 위에 턱을 괸 채 가는 팔로 안고 있다. 무표정이라는 가면을 날려버리듯이.
스위치라도 달린 것처럼.
슥 하고 눈을 떴다. 반짝반짝하는 빛이 났다.

 

 

「아, 엄마ー? 응, 미리아야ー! CP 같이 하는 애 핸드폰 빌렸어ー ~으ー음, 미리아 배터리가 다 돼서…. 응… 미안해. 그래서 말야, 부탁이 있는데, 오늘 친구네 집에서 자고 가면 안 돼? 신데렐라 프로젝트 여자기숙사에 사는 앤데, 마에카와 미쿠 짱이라고…. 응…」

 

 

「엑, 잠깐만, 자고 간다고!?」

 

 

이런 영혼을 바꿔치기한 듯한 완벽한 연기를 할 수 있는 초등학생과 같이 하룻밤을 보내고 싶지는 않은데. 아니, 반대로, 아까 그 무표정이 연기라고 칠 수도 있긴 한데, 그건 아니지 100% 저게 본성이야.
요전에 밤중에 만났던 마유 짱보다도 무서운데. 아니, 마유 짱은 마유 짱대로 좋은 사람이긴 하지만.

 

 

무리무리무리라며 눈이 반짝이는 미리아 짱에게 손으로 가위표를 지어 보냈지만『우후후, 안ー돼♡』같은 느낌으로 집게손가락으로 쿡 찔러버렸다. 너무 귀여워서 정신이 혼미해진다… 이 어찌 돌아가는 기고….

 

 

「응… 응, 알겠어, 미쿠 짱 받아 줘」

 

 

별이 튀어오르는 듯한 땡글땡글한 눈으로 올려다보며 전화를 건넸다. 나는 짜증스럽게 낚아챘다.

 

 

「……네, 전화 받았습니다. 미리아 짱과 같이 신데렐라 프로젝트에서 같이 레슨 중인 마에카와 미쿠라고 합니다. 갑작스러운 이야기에 죄송합니다」

 

 

『어머, 예의바른 아이구나. 안녕, 미리아 엄마야. 미리아가 항상 신세지고 있네ー』

 

 

목소리가 젊어, 이게 11살짜리 애가 있는 엄마냐고…. 아니, 아까 미리아가 한 얘기를 생각해 보면 얼마 안 지나 여동생이 태어난다 그랬었지…. "리리아"…?여튼 임산부라면 미리아를 데리러 오는 건 무리일지도 모르겠다.
 
사실 아까까지의 표정상실ver. 라면 밤길에 혼자 다닌다고 해도 아무 문제 없지 않을까 싶기도 하지만, 그렇게 할 수도 없는 노릇 아닌가.

 

 

참고로 미리아 짱은 아직 그 여우같은 모드 유지 중이라서 "뭐라고 대답할 거야? 무슨 얘기 할 거야?" 같은 느낌으로 내 쪽을 바라보고 있다. 아가 약아빠져서….

 

 

「아뇨아뇨, 저야말로. 미리아 짱한테 에너지를 받고 있으니까요… 오늘은 어머님께서 괜찮으시다면 제가 하루 보고 집에 보내려고 하는데요…」

 

 

『아, 괜찮아. 미시로 여자기숙사면 꽤 괜찮은 데잖아? 미리아랑 갔을 때도 안내받았으니까. 갑자기 부탁해서 미안해』

 

 

「아, 아뇨 괜찮습니다. 정말로, 다른 아이돌들도 많이 자고 가고 하는 모양이니까요…」

 

 

여기서 케어해줘봐야 내가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려고… 아 진짜, 이런 정상인포지션 때려치우고 싶은데! 난바 에미 짱같이 사람 속 안 긁히게 넉살 좋아졌으면 좋겠어!

 

 

『옷 준비라던가, 여러가지 부담이 있긴 하겠지만… 글쎄 미리아가 갑자기 그렇게 부탁하는 건 지금까지 거의 없었으니까, 가능하면 해 달란 대로 해 주고 싶어.
미안하지만, 적당히 도와주지 않을래? 아마 그렇게 힘들게는 안 할 테니까 말야. 우후후, 나도 참 딸바보지』

 

 

「아, 아뇨…. 미리아 짱은 좋은 아이라고 생각하니까요… 네, 괜찮습니다. 좀 크긴 하겠지만 제 파자마를 입힐게요」

 

 

눈앞에서 미리아 짱이 가슴 앞에 손을 모으고 "와ー!" 하고 눈을 반짝였다.
진짜진짜 귀엽지만, 아까 그걸 생각하면 스위치 전환이 너무 완벽해서 무서워, 뭐야 저거

 

 

「와ー아!」

 

 

으"으"그만해! 좀 떨어져!

 

 

『고마워, 그럼 미리아 좀 바꿔 줄래? 앞으로도 친하게 지내 주렴』

 

 

「네, 저야말로 잘 부탁드릴게요. 실례했습니다ー」

 

 

『응ー』

 

 

미리아에게 휴대폰을 건넸다.

 

 

「우후후, 고마워」

 

 

「네이네이」

 

 

내가 손으로 조용조용, 하는 것도 무시한 채 생글생글 웃으며 휴대폰을 귀에 댔다.

 

 

「응ー, 미리아야ー!… 응, 알겠어ー, 예의있게 행동할게!… 응, 응, 알았어. 안녕히 주무세요!」

 

 

삑, 하고 전화를 끊는 미리아 짱. 후우ー, 하고 한숨을 쉰다.

 

 

「아, 잠깐 기다려 돌아가려고 한다 지금」
「아ー 지친다 이 말투」
「한 박자 늦었네…」

 

 

감정이 빠져나간 것 같은 미리아 짱에게서 휴대폰을 건네받았다. 비밀번호 바꿔야지….
미리아 짱은 툭 하고 쿠션 위로 나가떨어졌다. 넋이 빠져버린 모양. 그 상태 그대로 말을 했다.

 

 

「어쩔 거야ー? 목욕할래?」
「그 전에…, 그 뭐냐… 그 소름돋는 분위기전환 스위치는 또 뭐고, 왜 나한테만 얘기한 건지 설명하라냐!」

 

 

아하하, 하고 소리만 내서 웃는 미리아 짱.
애니메이션으로 치면, 성우가 안 어울리는 캐릭터에 맞춰 상황에 안 맞는 대사를 치는 것 같았다. 시각과 청각 정보가 절찬리 충돌 중이었다.

 

 

깡총, 하고 몸을 용수철처럼 튀어올려 똑바로 섰다. 엑, 뭐야 방금 그거, 체조선수같은 움직임이었는데.

 

 

「와아ー 몸 가벼워. 여기에서 둘끼리 얘기해 봤자 분위기만 무거워질 테니까, 일단 목욕하러 가자. 아직 목욕하기엔 좀 이르니까, 다들 밥 먹을 시간이잖아」

 

 

그건 실제로 매우 정확한 판단이고, 그게 맞아떨어진다고 해도 나는 괜찮은데… 라고 생각해 버렸다.
이게 어딜 봐서 소학생의 화술인가. 한숨을 내쉰다.

 

 

「하아… 알겠다냐…. 그럼, 잠옷 꺼내올 테니 잠깐 기다려」
「고마워ー, 아, 고양이 무늬 안 들어간 걸로 부탁해」
「그런 건 없어」 

 

 

 


 

 

30. 마에카와 미쿠는 알고 있었다. ②

과거편은 앞으로 1편 더 계속됩니다.
시점은 마에카와 미쿠입니다.
마지막 부분만 3인칭 시점입니다.

 

대욕탕에 가니, 아스카 짱과 마유 짱이 목욕탕에서 나와 옷을 갈아입는 중이었다. 그 외에는 다들 저녁 먹고 있는 것 같다.

 

「안녕」

 

훤칠하고 하얀 몸에 검은 속옷만 입은 채 아스카 짱이 인사했다. 어디서나 당당한 것이다. 마유 짱은 이 시간에 사람이 올 거라곤 생각 못 했는지 아스카 짱의 뒤에 숨어 급히 T셔츠를 머리에 썼다. 
아, 팔을 머리 넣는 구멍에 집어넣었구나.

 

「안녕하세요ー! 대단해ー! 아스카 짱이랑 마유 짱이다ー!」

 

사람을 만난 순간 활기참 모드로 전환한 미리아 짱이 떠들었다.

 

「아스카 짱 수고했다냐」
「아, 수고했어 미쿠. 옆에 있는 저 활기찬 아이는…… 마유, 너 뭐 하는 거야」

 

핑크빛 T셔츠에 머리 구멍에 오른팔만 빠져나온 이상한 생물로 변해 버린 마유에게 어이가 없다는 듯 말했다. 
속옷을 보여주기 싫었던 것 같지만, 결과적으로는 흰 바탕에 붉은 레이스가 들어간 브래지어가 훤히 보인다. 
아래도 세트로 속옷밖에 안 입은 채다. 

 

우윳빛 예쁜 피부에 옆구리가 훤히 보여서… 뭐라고 해야 하나, 안타깝긴 하지만 역시 모델이란 대단하구나아 싶어서….마유 짱은 서두르느라 또 왼팔을 이상한 구멍에다 쑤셔넣고 있었다.

 

「잠깐 아스카 짱, 이쪽 보지 마셔요…! 잠깐만 이거 어떻게 된 건가요…」

 

그 대사가 끝날락말락할 때쯤 아스카 짱은 알 수 없는 초고속 스피드로 마유 짱의 왼쪽 손목을 잡았다.
그리고 그 순간 곁눈질로 이쪽을 바라봤다.

 

「왓, 」

 

단 한 순간 뒤에 우리에게서 시선을 뗐지만, 그 눈동자가 심상찮을 정도로 무서워서 나는 무심코 소리를 내어 버린 것이다. 
미리아 짱은 그 시선을 눈치채지 못한 건지 아니면 무시하는 건지, 신기한 듯한 표정이었다.

 

「…… 마유, 너무 급했어. 자, 팔 벌려」
「잠깐, …아우…」

 

아스카 짱이 손목을 잡은 채 T셔츠를 잡아 벗긴다. 얼굴을 새빨갛게 붉힌 마유 짱이 나왔다. 
머리가 동그랗게 말려 있는 게 아니라 쭉 내려가 있어서 신선했다. 
아니, 애초에 얼굴이 새빨간 마유 짱 모습도 레어한 거 아닐까.

 

「마유 짱 수고 많았다냐」

 


「으으… 수고 많으셨습니다…」

 

바로 셔츠를 입는 마유 짱. 이번엔 제대로 입었다.
아니, 이런 거 갖고 자신만만한 얼굴을 하는 건 어쩌란 걸까.

 

「그건 그렇고…… 미쿠 옆에 있는 아이는 누구지…? 엄청 흥미깊은데……」

 

아스카 짱의 그 목소리가 너무도 냉담했기에, 나는 겁먹었다. 
그리고 아스카 짱의 그 말을 이상하다는 듯 받아들인 마유 짱은, 처음으로 미리아 짱에게 시선을 향한다.

 

마유 짱이 입을 열었다.

 

「거짓말을 하는 얼굴이야」

 

콰광!
셔터가 닫힌 것처럼 표정이 사라졌다.

 

그 표정은 미리아 짱의 무표정과는 달리, 심상찮은 살의와 적의를 그 이면에 숨기고 있는 것이었다.
표면에 지금이라도 금이 가 버릴 정도로 응축된 그로스테크한 감정이 내게도 보였다.

 

내려다보이고 있는 미리아 짱은 당황한 얼굴로 내 옷자락을 잡아당겼다. 이것이 그녀의 연기인지는 모르겠으나, 겉보기만은 귀여웠기에 나는 반사적으로 그 손을 잡았다. 
애초에 내 자신이 눈 앞에 있는 둘의 박력에 짓눌려 있었던 것이다. 도대체 뭐지, 이 압박감은?

 

「그 아이… 이름은?」

 

마유 짱은 티셔츠만 입은 상태여서 아직 하반신은 속옷 차림. 

 

아까까지 부끄러워하고 있던 것은 아랑곳않고 이젠 뭐라도 상관없다는 식으로 미리아를 쏘아보고 있었다. 나와 마유 짱의 키는 거의 비슷했을 터인데, 나는 그 이상한 분위기에 눌려 한 걸음 뒷걸음치고 말았다.

 

미리아 짱은 상황 그 자체를 받아들이기 어려운 듯, 그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마유 짱의 질문에 답하지 못하고 있었다.
아스카 짱이 표정을 되찾고, 저질렀구나, 하는 표정을 지어 보인다. 그녀가 뒤를 돌아봤지만 마유 짱은 이미 그 옆을 뚫고 지나갔다.

 

「이름은」

 

아스카 짱이 팔을 붙잡았다.

 

「잠깐! 마유」

 

마유 짱이 외쳤다.

 

「이름은!」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이런저런 일이 일어난 뒤, 옷을 입은 마유 짱과 아스카 짱.

 

「뭐야, 프로듀서 씨 딸이 있었던 게 아니었구나… 깜짝 놀랐어요…」

 

후우, 하고 가슴을 쓸어내린다. 아니 왜 그렇게 부끄럽단 듯 웃는 건데… 안도의 한숨을 쉬고픈 건 우리란 말야…
엑? 결국 무슨 착각이었단 거야?
아스카 짱은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저었다. 미리아 짱은 어색하단 표정으로 내 뒤에 서서 가만히 둘을 바라보고 있다.

 

「뭐, 실제로 저 아이… 미리아의 "거짓말을 하고 있는 눈"이, 우리 프로듀서랑 비슷하니까. 
마유P가 거짓말쟁이라는 건 아니지만, 글쎄 아이코같은 데 비할 정도는 아니여도 가면을 쓰고 있다는 사실은 같아」

 


「그러니까… 미쿠는 잘 모르겠다냐…」

 

활기왕성 모드의 미리아 짱을 순식간에 "가면"이라고 간파하고 단정지은 그 간파력에는 감복할 따름이지만, 뭐라는 건진 잘 모르겠다.

 

애초에 마유P란 건 누구야. 고개를 갸우뚱거리자니 마유 짱이 대답했다.
마유랑 마유(麻友)P면 헷갈리잖아….

 

「"미시로 마유(美城麻友)". 저희 프로듀서에요. 스위치 전환을 잘 하는 사람이랍니다」

 


「정보가 늘어난 게 성(姓)밖에 없잖냐」

 


「성이 다르단 것만 알면 되는 거에요」

 

미시로美城와 아카기赤城, 미묘하게 비슷하다. 마유 짱은 그 마유P 이야기가 다 끝났으니 아무래도 상관없단 듯, 왼손에 리본을 묶기 시작했다. 항상 매고 있는 그거다.

 

「마유P랑 닮았다는 게 의혹의 출발점이란 건 아니지만…. 실제로, 나한테 먼저 인사했을 때 "거짓말을 하고 있는 표정이구나" 라고 생각했어. 하지만, 애가 설마 그러겠느냐 싶어서 일단 넘어갔지」

 

뭐, 거기까진 괜찮았다고 아스카 짱은 팔짱을 꼈다. 동시에 벽에 몸을 기댔다. 눈매가 매서워.

 

「하지만, … 미리아, 너는 봐 버렸는데도 못 본 척을 했어. 내가 마유의 손목을 잡기 전의 그 한 순간을 놓치지 않은 것도 눈에 띄었고, 그에 대해 어떠한 반응도 하지 않은 채 아무 위화감도 없이 연기를 계속할 수 있단 건 평범한 게 아냐.」

 

마유 짱은 아스카 짱이 하는 말을 잘 이해했는지,
「그랬군요…」하고 쓴웃음지었다.

 

도대체 무슨 소린지 모르겠다. 
정작 당사자인 미리아 짱도 내 뒤에서「아무것도 모르겠는데…」라며 울상을 짓고 있다. 
그건 그녀의 진짜 표정인 것만 같아 나는 무심코 머리를 쓰다듬었다. 아스카 짱은 우리에게 얼음칼같은 시선을 보내며 이야기를 계속했다. 
검은 체육복을 입고 있어서 속옷차림일 때보다 박력이 훨씬 늘어버렸던지라, 그냥 원래대로 있었으면 좋지 않았을까 생각했다.

 

너무 무서워. 이대로라면 미리아 짱이 불쌍할 따름이었다.

 

「자신의 몸을 다루는 방법을 알고 있다고 해야 하나… 바로 오토매틱하게 반응할 걸 매뉴얼하게 제어 하에 둔다. 
그 연령대를 생각하면 상당히 이질적이야. 실제로 지금도 이 상황에서도 아직도 연기하고 있는걸」

 

아스카 짱이 더욱 눈을 가늘게 뜨고 내려다보는 시선으로 미리아 짱을 보았다. 그 눈은 너무나도 차가워서.
마유 짱은 싱글벙글 웃고 있는 채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이제 보고 있을 수만은 없다.

 

「연기…… 연기같은 게 아냐! 이 울 것 같은 얼굴 안 보여!? 이렇게 어린 애를 둘이서 괴롭히면! 불쌍하다는 생각도 안 들어!?」
「사실이야. 나와 마유의 의견이 일치한 이상, 아카기 미리아는 확실히 거짓말을 하고 있는 거겠지」

 

「그만해! 이제 됐어! 갈아입었으면 나가!」

 

아스카 짱은「상관없다」며 조소하듯 말했다. 기대고 있던 벽에서 떨어져,

 

내 쪽을 노려보았다.

 


「……읏!」

 

그 시선은, 진짜 증오를 우리에게 향하고 있는 것이어서. 미리아 짱을 현세에 내려온 악이라고 단정하고 있는 것만 같은 표정이었다.

 

하지만 나는 한 치도 물러서지 않았다. 똑같이 노려봐 줬다.
뒤에 미리아 짱이 있으니까 물러설 수 없다.
내게 비밀을 알려 준 이 아이를 지키는 건 내 역할이다.

 

「가자. 마유」
「네. 아스카 짱」

 

아스카 짱의 무감정한 말에 너무나도 사랑스럽다는 듯 대답한 마유 짱은 함께 방에서 나갔다.
나와 미리아 양은 어느 새 손을 잡고 있었다.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미리아 짱을 끌어안자, 이렇게 작았구나, 라고 새삼 실감했다. 나는 쪼그려 앉아 그녀를 꼭 껴안았다.

 

「미안, 미리아 짱. 놀랐지」
「… 미쿠 짱. 미리아는…」
「괜찮아. 알았으니깐, 말 안 해도 돼」

 

거짓말을 하고 있다. 그 얼굴은 끌어안고 있기에 보이지 않지만, 아까 우는 듯한 얼굴이었음은 분명하다. 그것은 아스카 짱의 말대로, 그 시점에서도 아직 가면을 쓰고 있었다는 것이다.

 

그녀의 원래 표정에 감정은 없으니.

 

끌어안은 채 등을 쓰다듬고 있자니, 미리아 짱이 몸을 떨며 심호흡했다.
그리고, 흐느껴 울기 시작했다. 나는 조금 놀라 그녀에게서 떨어졌다.

 

그녀는 웃지도 찌푸리지도 않은 채, 그럼에도 눈물이 흐르고 있었다.

 

훌쩍거리면서 울고 있었다. 그럼에도 그녀의 표정은 변함이 없다.
나츠마츠리에서 파는 가면 같았다.
얼굴의 부분부분이 움직이지 않는데.
하지만 야시장의 그것은, 슬픈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눈물을 흘리고 있다면 더욱 그럴 것이다.

 

「…나 말이지, 웃을 수가 없게… 되어 버려서 말야… 훌쩍,… 세 보이게, ㅈ... 잘난 것처럼 굴었는데, 사실은 말이지, 뭐가 뭔지 모르게 돼서」
「…응」
「그래도 … 여기 와서… 미리아를 연기해 보니까, 의외로 잘 되길래. 그래도, 아직, 조금 힘들어. 너무 오래 하는 건 힘들, 지도 모르겠지만」
「응, 응」

 

「아니… 그런 말을 하고 싶은 게 아니라… 하지만… 싫어…… 응…」

 

미리아 양은 고개를 숙이고 말았다. 그 눈에서는 아직 눈물이 떨어지고 있다. 나는 그 머리를 쓰다듬으며 조금 이야기해보기로 한다.

 

「아까 그 "울 것 같은 표정"은 눈매도 축 쳐지고, 입가도 찌푸렸었고, 정말로 슬픈 것 같았어. 그래서 역시, 너가 말하는 "미리아"였구나 생각해」

 

연기였던 거구나, 말이지.
눈앞의 아이가 더욱 고개를 숙였다.

 

「그렇지만, 너는 지금도 잘 울고 있어. 가면을 쓰고 있는 게 아냐. 표정 자체는 어쩐 지 몰라도, 눈물은 흐르는걸」

 

나는 다시 그녀를 껴안았다. 꼭 껴안았다. 이번에는 미리아 짱도 떨리는 손으로 내게 팔을 둘렀다.

 

「…나…」
「응? 왜?」

 

아주 조금 떨어져서 미리아 짱의 얼굴을 본다.

 

「나랑 미쿠는… 친구지?」

 

불안한 눈동자. 나는 웃으며 답했다.

 

「당연하다냐! 미쿠랑 미리아 짱은 친구라냐! 그러니까… 나는 언제나 네 편이야」

 

그리고 흔들리던 눈동자는 이윽고 멎어,
희미한 안심으로 바뀌었다.
뭐야, 표정 잘 드러나는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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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쿠마 마유와 니노미야 아스카가 복도를 걷고 있다.

 

「그렇게까지 말할 필요는 없지 않았나요?」

 


「………」

 

마유가 환하게 웃고 있는 데 반해, 아스카는 무표정으로 침묵을 고수했다.

 

「저런, 어릴 때의 마유나 아스카 짱처럼 "거짓말하는 아이"에겐 자기 편이 되어 줄 사람이 필요하다. 그렇게 생각하고 한 행동이라고는 생각하지만요」
「우연이야」

 

말을 가로챈 채 작게 대답안 아스카 짱을 보고 점점 기뻐지는 듯했다.

 

「아무래도 미쿠 짱은 미리아 짱의 어떤 이면을 알고 있던 것 같아요. 하지만 분명 그걸 음습하다고 생각하고 있단 것도 느껴졌지요. 그걸 어떻게 해야 자기 편으로 만들어 줄 수 있을까요?」

 

즐거운 듯 말하기 시작한 마유를 내버려둔 채, 아스카는 한숨을 쉬었다.

 

「미리아 짱이 그 이질성 때문에 공격받아 궁지에 몰리는 장면을 목격한다. 비호욕을 부추긴다. 미쿠 짱같은 솔직하고 정직하고 귀여운 소녀라면 사명감과 정의감에 불타 미리아 짱의 편이 된다. 대단한 수완이였어요. 그렇죠」
「몰라」

 

그 차가운 반응이 재미있어서 마유는 쿡쿡 웃었다. 그걸 흘겨보는 아스카.

 

「………  대단한 수완이라고 했다만…… 그렇게까지 말할 필요 있었던 걸까. 마지막에 쏘아본 것도, 그렇게 안 했으면 마쿠가 미리아 편을 들어 줄 거라는 확증이 없었기 때문이였어」

 

아스카가 말하는 건 첫 질문에 대한 대답이었다. 마유는 고개를 저었다.

 

「결과가 좋아도 상처를 받아 버렸다면 의미 없다는 건가요?」
「다소는 상처를 줄 필요가 있어. 미리아도 미쿠도 심지 굳은 사람이니까. 그 정도론」
「물론, 상처받는다는 건 아스카 짱 말이랍니다」

 

마유의 말에 아스카는 쿡 찔린 듯 했다.

 

「악역을 맡는다는 건 꽤 힘든 일이니까요」

 

아스카는 긴 한숨을 내쉬었다.
정말이지 사람을 간파하는 데 도사라고 생각했다.
둘은 그 후 잠시 동안 아무 말 없이 걷다가, 얼마 지나지 않아 마유가 웃으며 말했다.

 

「아스카 짱, 손 잡아도 되나요?」

 

「___ 물론이지, 너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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