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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으른 마법사 제 17화 [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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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9-26, 2017 11:46에 작성됨.

그 여자중학교는 '아가씨학교'로서 조금 떨어진 지역에서도 유명한 학교였다.

 

원래는 메이지 초기에 설립된 대학이 학생 수의 증가에 따라 분교된 것이 시초이며 그 역사에 걸맞는 격식과 교양이 자랑인 학교다.

 

그러나 학교와 학생 간의 세대차이가 있는 것은 어디든지 있는 일이기도 하고 학생들에게 학교의 좋은 점을 묻는다면 가장 먼저 '교복이 귀엽다' 라는 대답을 들을 수 있을 것이다.

 

'귀엽다'라고 해도 화려해보이며 흔들리는 장식을 붙인 것이 아니라 오히려 학교가 주장하는 격식에 걸맞는 목덜미의 붉은 리본이 트레이드 마크인 고전적인 옷차림이며 '아가씨학교'에 어울리는 품위를 갖추고 있다.

 

그러나 학생들이 모든 부분에 만족하는 것은 아니다. 확실히 교복은 자랑할 수 있을만큼 귀엽지만 교칙이 매우 엄하기 때문에 머리 길이를 제한하고 악세사리의 착용을 금지하고 있다.

 

그러한 교칙 때문에 꾸밀 수 있는 부분이 극단적으로 좁아지며 덕분에 그녀들은 좋게말하면 '품위'있는 나쁘게 말하면 '수수'하다라는 인상을 지울 수 없었다.

 

 

 

 

그러나 어떤 일이던 반드시 '예외'란 존재한다.

 

특히 어느 교실의 창가 가장 뒷쪽 자리에 앉아있는 학생과 그 옆의 학생은 그 중에서도 특히나 '예외'적이다.

 

한 명은 빛이 비추는 정도에 따라 은빛으로도 보이는 독특한 색조를 가진 긴 머리를 트윈테일로 매듭지어 놓고 머리카락 끝을 세로 방향으로 휘감은 기묘한 헤어스타일을 하고 있었다.

 

그러나 단정한 이목구비와 좋은 환경에서 만들어진 격식있는 태도와 행동 때문일까 고전적인 교복과 함께 그녀 자체가 고급스러운 인형같은 느낌을 준다.

 

그리고 또 한 사람은 머리카락을 바깥으로 삐쭉 튀어나오게 한 금발의 짧은 머리에 구레 나룻과 뒷머리에서 뻗어나간 에쿠스테라고 하는 꽤나 기묘한 헤어스타일을 하고 있다.

 

그 늠름한 모습은 중성적이며 조금 전 은발의 소녀와 나란히 세워두면 어울리는 '커플'로 보이기도 한다.

 

현재 오늘 모든 수업이 끝난 방과후. 답답한 마음으로 보낸 공부시간에서 해방된 학생들의 목소리가 학교 여기저기에서 넘쳐흐르고 있다.

 

두 명이 있는 교실도 예외없이 사이좋은 친구들끼리 모여 앞으로의 예정을 이야기하거나 단순한 잡담을 꽃피우거나 또는 동아리 활동때문에 급히 교실을 나가기도 했다.

 

 

 

 

"............."

 

 

 

그러나 은발의 소녀는 그런 시간이 되도 도무지 자리를 뜨지 않고 입을 다문채 긴장한 표정으로 가만히 책상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고 그런 그녀를 에쿠스테의 소녀가 조금 질린듯한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에쿠스테의 소녀가 가까이 다가가도 은발의 소녀가 움직이는 모습은 없다.

 

 

 

".... 란코, 벌써 방과후야"

 

"후엣! 그... 그런가 미안..."

 

 

 

명백히 당황하는 은발의 소녀 -------- 칸자키 란코의 모습에 에쿠스테의 소녀 ---- 니노미야 아스카는 얹짢은 표정을 지으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 것만으로도 란코가 놀란듯이 움찔. 어깨를 떨었다.

 

 

 

"그렇게 놀라지 말아줘. 왠지모를 죄책감이 생길 것만 같아."

 

"으... 음. 미안.."

 

"무슨 일이야 란코? 오늘은 왠지 란코 이상해. 내가 말을 걸어도 건성이지. 수업 중에도 다른데 정신 팔려서 "마음은 이 곳에 없어"라는 느낌"

 

"......."

 

 

 

아스카의 질문에 란코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말하기 힘들다는 듯이 책상을 바라보고 있는 것이 그 어떤 말보다 명확한 답변이었다.

 

 

 

"네가 무엇을 고민하고 있는지 불 보듯 뻔하지. 그러면 네 친구라고 자부하는 나는 너를 돕고 싶어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발상이다. 물론 란코가 이야기하고 싶지 않다면 이이상 다가갈 수는 없지만 말이지"

 

"...."

 

"아니면 너의 가장 친한친구라고 생각했던 것은 나만의 착각인걸까?"

 

"으... 착각 같은 게 아니야! 나는..."

 

 

 

무심코 고개를 들어 소리지른 란코지만 눈 앞의 아스카가 웃음을 참으려는 듯 입술을 깨물며 가늘게 떨고 있는 것을 알게되자 란코는 먹이를 담아둔 햄스터처럼 볼을 부풀린 채 아스카를 외면했다.

 

 

 

"킥킥... 미안미안. 거기까지 화내고 부정해주다니 친구로서 과분할 정도야. 그러니까 나는 너의 힘이 되고 싶다고 생각고 있어"

 

"무우..."

 

 

 

아스카의 진심이 통했는지 란코는 부풀린 뺨을 줄이고 아스카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드문드문 말하기 시작했다.

 

 

 

"실은... 아스카한테 부탁이 있어"

 

"부탁.. 인가"

 

 

 

언제나의 '중2병 모드'가 아닌 본연의 어조인 란코다 보니 아스카도 자연스럽게 진지한 표정이 된다.

 

 

 

"아스카. 오늘 시간 괜찮아?"

 

"물론. 어울려줄게"

 

"응. 그럼 조금 더 조용한 곳으로 가자"

 

 

 

자리에서 일어나 교실을 나가는 란코의 등을 바라보며 아스카는 그녀의 뒤를 따라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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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6프로 본사 빌딩과 같은 부지내에 있고 그 건물과 공중 복도로 연결되어 있는 빌딩이 모로보시 키라리가 만든 패션 브랜드의 본사 빌딩이다.

 

원래는 현 346프로의 사장인 키류 츠카사가 346프로를 세우기 전 경영하던 여고생용 의류를 전문으로 하는 회사의 브랜드 중 1개로 시작된 것이다.

 

'기적의 10명' 중 1명인 키라리 자신이 모델이 되어 광고탑이 되기도 했다. 현재는 346프로의 자회사 즉 실질적으로 미시로그룹의 계열사로 독립할 정도로 성장했다.

 

하지만 착각해서는 안되는 부분이 있다. 확실히 키라리가 모델이 됨으로써 화제가 되기는 했지만 키라리의 회사가 이렇게까지 커진 것은 오로지 그녀가 만든 옷이 패션에 민감한 젊은 세대의 심금을 울렸기 때문이며

 

당연하게도 그녀의 패션 디자이너로서의 실력은 의심할만한 부분은 없다.

 

그런 그녀가 패션 브랜드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아직 346프로가 상가 1층에 세들어있었을 때 동기들의 콘서트 의상과 무대 디자인을 담당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것은 그녀의 회사가 성장해도 멈추지 않고 현재도 346프로의 아이돌들은 탑아이돌로 이끌고자 라이브 의상 등의 디자인을 계속하고 있다.

 

 

 

 

"자! 완성됬어!"

 

 

 

의상 디자인이나 제작을 하는 큰 테이블이 중앙에 놓인 사장실에서 키라리가 진심으로 즐거운 얼굴 가득 웃음을 띄며 1장의 종이를 '그녀'에게 건냈다.

 

 

 

"흠... 보자"

 

 

 

그리고 그 종이를 응접용 소파에 누운 후타바 안즈가 받아서 훑어 보았다.

 

그 종이에 색연필로 그린 의상의 디자인이 그러져 있었고 붉은 실크 햇에 같은 색의 재킷. 그리고 그 아래는 턱시도와 비슷한 검은 정장이었다.

 

그 것만 알고 있다면 남성적인 의상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재킷 자락의 일부분이 푸른 천으로 되어 스커트를 떠올리게하고 더욱이 안 쪽에 입을 셔츠 자락은 짧아서 턱시도의 프런트 커트에서 배가 흘끗 보이도록 만들어졌다.

 

 

 

"오오. 역시 키라리네. 사진을 보여줬을 뿐인데 벌써 아스카에게 어울리는 의상을 디자인하다니"

 

"우꺄아! 안즈가 칭찬해줬다!"

 

 

 

처음 만났을 때부터 변함없는 개성적인 어조로 그 커다란 육체를 사용해 기쁨을 드러내는 키라리에게 안즈도 입가에 자연스럽게 미소가 지어졌다.

 

기쁨을 드러내며 키라리는 소파에 누운 안즈의 옆에 앉았다.

 

그 곳은 안즈의 머리 바로 옆. 소파가 푹푹 가라 앉는 것에 맞춰 안즈의 몸이 키라리 쪽으로 움직이고 그 움직임을 키라리가 받춰줘서 안즈의 머리를 자신의 허벅지 위에 올려놓았다. 이른바 '무릎베기'다.

 

 

 

 

"일단 란코의 '설득'이 잘 되면 이 곳에 데려올테니까 그 때 마저 세세한 부분을 맞춰보자."

 

 

 

 

키라리에게 무릎베개를 하고 있는 안즈의 느긋한 목소리에

 

 

 

 

"저기 안즈.."

 

 

 

 

키라리는 어딘가 어두운 표정을 지으며 조심스럽게 안즈에게 말을 걸었다.

 

 

 

 

"아스카 양이 라이브에 나올지 말지 아직 결정되지 않은거야?"

 

 

 

 

"응. 뭐 그렇네. 그렇지만 지금 란코가 설득하고 있을테니까 괜찮겠지"

 

 

 

 

안즈는 누운 자세 그래도 키라리에게 대답했다. 그 것을 본 키라리는 화려한 포장지에 싸인 사탕을 주머니에서 꺼내 포장지를 뜯어 그녀의 입에 살며시 넣어주었다.

 

그리고 안즈는 머리를 조금만 들어올린 채 새가 모이를 쪼는 것처럼 그 사탕을 입에 물고 가볍게 빨기 시작했다.

 

 

 

 

"이야. 역시 사탕은 최고네. 집에서 빨고 있으면 나나 씨가 "사탕만 먹으면 밥을 제대로 못 먹어요"라며 시끄러워. 우리 엄마도 아니고 말이지"

 

 

 

 

"안즈"

 

 

 

그 외모나 언행과는 다르게 사람을 신경써주는 키라리가 안즈의 말을 끊고 말했다.

 

안즈는 그다지 신경쓰지 않고 입을 다문채 키라리의 얼굴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안즈는 란코에 관한 일. 굉장히 믿고 있네"

 

"뭐 그렇지. 란코 뿐만 아니라 사무소의 4명은 원래부터 실력은 있었거든. 안즈가 굳이 손대지 않아도 그 4명은 이모저모 생각하고 움직여주니까 안즈는 굉장히 편해"

 

 

 

굉장히 즐거운 듯이 이야기하며 사탕을 빨아먹는 안즈를 키라리는 미소를 지으며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 미소가 부자연스럽다는 것을 느낄 수 있는 것은 아마 안즈 뿐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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란코가 아스카를 데려온 곳은 그들이 다니는 학교에서 전철로 몇 정거장 떨어진 곳에 있는 스위츠가게였다.

 

달콤한 향기가 바깥까지 감도는 그 곳은 그 냄새에 끌려 모여든 많은 소녀와 젊은 여성. 그리고 스위츠를 좋아하는 극 소수의 남자로 북적였다.

 

그러나 두 사람은 정면의 이북로 들어가지 않고 가게 옆에 있는 오솔길로 들어가 뒤로 돌았다.

 

란코의 뒤를 따라다니는 아스카가 의아스러운 표정을 지었지만 곧 납득한 듯 그리고 이 자리를 즐기는 듯 미소지었다.

 

어떻게 봐도 직원용 출입구로 밖에 보이지 않는 문을 열고 두 사람은 안으로 들어갔다. 

 

양 쪽에 마분지 상자가 쌓인 좁은 통로를 지나 직원들이 바쁘게 일하는 주방 옆으로 들어간다.

 

당연히 이런 곳에 와 본 적이 없는 아스카는 신기한 듯이 이곳 저곳 살펴보며 란코에게 바짝 붙은채 걷고있다.

 

그 때 조리직원으로 보이는 젊은 여성이 란코 일행의 모습을 보고 놀란듯한 표정을 지으며 달려왔다.

 

싱긋싱긋 얼굴가득 웃음을 띄우며 두 사람은 환영하는 그 여성을 보고 란코의 뒤에 있던 아스카는 조용히 안심한 듯 한숨을 내쉬었다.

 

그렇게 두 명이 안내된 곳은 직원용 통로보다 더욱 안 쪽에 마련된 조용하고 작은 VIP룸이었다.

 

광고의 칸막이 석을 잘라낸 듯한 그 방에서 란코와 아스카는 서로 마주본 채 앉았다.

 

 

 

"과연.. 이게 연예인 전용의 VIP룸이란 건가? 란코가 이런 방을 쓸 수 있게 되었다니 내 덕분도 아닌데 감회가 새롭네"

 

"좋아하는 거 시켜도 괜찮아. 어울려준 답례로 내는 거니까"

 

"그다지.. 네 부탁이라면 언제든지 어울려줄 수 있어"

 

 

 

"... 읏"

 

 

 

아스카가 아주 조금 얼굴을 찡그리며 조용히 커피 잔을 내려놓았다.

 

거기에 맞춰 란코가 주스가 든 컵을 테이블에 내려놓았다.

 

 

 

"아스카에게 부탁이 있어"

 

 

 

그 순간 움찔 아스카의 어깨가 움직였다. 팔짱을 끼고 자세를 고쳐 앉은 뒤 란코 쪽으로 몸을 돌린다.

 

그 일련의 동작은 매우 느려서 마치 자신의 마음이 잠잠해질 때까지 시간을 벌고 있는 듯 했다.

 

하지만 그 시간은 란코에게도 다행스러운 것이었다.

 

 

 

"사실 지금 새로운 앨범을 이제 노래도 스토리도 완성되어 있어"

 

"뭐야. 그건 낭보네. 완성되면 꼭 라이브 들으러 갈게"

 

 

 

아스카의 말에 란코는 안심한 듯 웃으며 곧 그 표정을 바로잡았다.

 

 

 

"응 고마워.. 그래서 말이야. 아스카한테 부탁이 있어"

 

 

 

란코는 거기서 일단 말을 고르기 위해 몇번이고 크고 깊은 호흡을 하며 가슴의 떨림을 진정시켰다.

 

그리고 그 크고 맑은 눈으로 똑바로 아스카를 쳐다보며 

 

 

 

"그 라이브에 아스카가 출연해줬으면 해"

 

 

 

"출연이라고 하는 건 라이브에 나오는 영화에 나온다는 거야?"

 

 

 

아스카의 질문에 란코는 고개를 가로 저었다.

 

 

 

"이번 라이브에서도 영상은 쓰지만 아스카가 연기한 캐릭터는 실제로 스테이지에 서서 노래하거나 

 

춤추지는 않을테지만 음악에 맞춰서 대사를 말하는 연기를 해줬으면 해."

 

".... 그런가"

 

 

 

아스카의 대답에 란코는 제대로 수긍하고 빨대에 입을 대었다.

 

과즙 특유의 신맛과 자연적인 단맛이 입안 가득 메마른 입안에 스며들어 간다.

 

그리고 그녀가 컵을 내려둔 타이밍에 아스카가 그녀에게 질문했다.

 

 

 

 

"어째서 나야? 나는 연기해본 적도 없고 프로 배우를 부르는 것이 확실히 자연스러울테고 보기에도 좋을 게 분명하잖아"

 

"사실은 이번 이야기의 주인공은 아스카를 생각하면서 만든 거야"

 

"나를?"

 

 

 

아스카의 질문에 란코는 힘차게 고개를 끄덕였다.

 

 

 

"주인공 여자아이는 어릴 때부터 공상이나 공상이나 좋아하는 이야기를 만드는 것을 좋아했는데 어느 순간 좋아하지 않게되었어

 

하지만 어느 날 갑자기 눈 앞에 나타난 마법사 - - 아. 그건 난데 그 마법사에게 끌려간 세계가 그 아이가 어렸을 때 만든 그림책의 세계였던거야.

 

거기서 여러가지를 경험하면서 현실 세계로 돌아가겠다고 몸부림치는 이야기인데"

 

 

"과연 굉장히 흥미로운 이야기네. 어째서 내가 그 주인공의 모델이 되었는지는 제쳐두고 어째서 나는 영화가 아니라 스테이지에 서서 출연하는 거야? 

 

영화 쪽이 다시 촬영할 수도 있고 실패하지도 않잖아?"

 

 

 

아스카의 질문은 당연한 것이고 그렇기 때문에 란코가 사전에 예상했던 질문이다.

 

 

 

"지난번 라이브는 영화를 사용해서 스토리를 진행하고 스테이지에는 나 혼자 밖에 없었지? 그러니까 이번에는 나 이외의 사람을 스테이지에 세우고 무비 이외에도 스토리를 말하는 사람이 있었으면 좋겠어"

 

"그런가. 저번 라이브랑 명확하게 구분하겠다는 거군"

 

 

 

납득한 듯 팔짱을 끼고 고개를 끄덕인 아스카의 말에 란코가 환하게 웃으며 "그렇지!"라며 큰 소리로 외쳤다.

 

조금 밖에 말하지 않았지만 진의를 파악하는 총명함이 란코가 그녀에게 호의를 갖는 이유중 1개이다.

 

 

 

"그래도 솔직히 전혀 모르는 사람이랑 함께 무대에 서는 것은 불안하거든... 그래서 아스카가 무대에 같이 서주면 나도 든든할 거 같아"

 

 

 

란코와 그렇게 말하고 입을 다문 채 가만히 아스카를 바라보았다.

 

그런 그녀의 시선을 외면하는 듯 아스카는 테이블의 커피에 시선을 고정한채 천천히 그 것을 집어 입에 대었다. 

 

아주 조금 얼굴을 찡그리며 조용히 잔을 내려 놓았다.

 

 

 

"물어봐도 괜찮을까? 어째서 거기까지 나에게 얶매이는 거야? 모르는 사람이 불안하면 다른 아이돌들에게 부탁하는 것도 1가지 방법이 되겠지. 게다가 란코도 훌륭한 프로야. 

 

개인적인 감정만으로 완전 초보인 나를 기용하겠다고 할만큼 생각이 짧지 않다는 걸 짧지 않은 기간 너와 지냈던 내 추측인데"

 

"......"

 

 

 

아스카로서는 당연한 질문이지만 란코는 대답하기 거북한 듯 주스의 빨대를 입에 대었다.

 

그러나 아스카는 그녀를 재촉하지 않은 채 그녀가 입을 뗄 때까지 가만히 기다린다.

 

이윽고 란코가 입을 열었다.

 

 

 

"아스카는 나한테 '은인'이야."

 

"은인인가... 이건 또 부담스러운 평가네"

 

 

 

후훗하며 웃어보이는 아스카지만 그 '연기'의 이모저모에 기쁨이 엿보이고 있다.

 

 

 

"처음에 아스카가 나한테 말을 걸었을 때 기억하지?"

 

"아아. 기억하고 있어"

 

"내가 복장 때문에 우리 반에서 모두한테 꺼려졌을 때 아스카만은 복장을 칭찬했었지? 나. 아스카의 칭찬이 있었기 때문에 그런 복장을 바꾸지 않았어.

 

그러니까 내가 지금 이렇게 내가 좋을 대로 할 수 있는 아이돌을 하게 된 것도 아스카가 있었기 때문이야"

 

"내가 없어도 란코는 자기가 원하는대로 모습으로 살아갈 수 있다고 생각해. 너는 원래부터 그만한 강한 의지를 가지고 있었어.

 

게다가 은인이라고 하면 그건 나한테도 똑같아. 네가 있어주었기 때문에 나는 에쿠스테를 하고 학교에 올 수 있었어. 나 혼자서는 이 정도의 보잘 것 없는 저항밖에 못해."

 

 

 

아스카의 말은 마음에서 우러나온 것이었지만 란코는 조용히 고개를 가로저었다.

 

 

 

"나는 항상 무서워. 내가 하고 있는 것이 정말 옳은 것인가. 그럴 때 나는 항상 아스카의 말을 떠올려. 아스카가 인정해주니까 나는 안심하고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할 수 있어.

 

그래서 였을까 아스카가 언제나 가까운 곳에 있어줬으면 하고 생각하게 된 건."

 

 

 

란코는 그렇게 말하며 싱긋 웃었다.

 

 

 

"........"

 

 

 

안즈에게 스카우트되기 전에도 몇 번이고 스카우트를 권유 받았던 그녀의 미소는 아스카를 뒤흔들기에 지나칠정도로 충분한 힘이 있었다.

 

 

 

"흠.. 그래도 역시 나는 프로가 하는게 좋다고..."

 

 

 

아스카가 무언가를 말하기 위해 란코에게 시선을 돌렷을 때 그녀의 눈에 들어온 것은 지금까지보다 더욱 진지한 표정으로 자신을 응시하는 란코의 모습이었다.

 

가뜩이나 뛰어난 외모의 란코가 그런 일을 하면 동성인 아스카도 숨을 멈춘채 말하는 것을 잊어버리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그리고 그런 표정으로 란코는 다음 말을 입에 담았다.

 

 

 

"나는 아스카와 함께 무대에 서고 싶어:

 

".....그래"

 

 

 

란코의 시선을 견딜수 없었는지 아스카는 돌연 얼굴을 돌린 채 짜내는 듯한 목소리로 그렇게 대답했다.

 

평소에도 쿨한 언동을 유지하는 그녀지만 이제는 귀까지 새빨갛게 물들어 있었다.

 

그래도 가만히 아스카를 계속 응시하는 란코에게 아스카는 단념한 듯 가볍게 고개를 가로저었다.

 

 

 

"알겠어. 설마 란코의 의지가 이렇게나 강할거라고는 생각 못했어. 무심코.. 아니. 아무 것도 아니야."

 

 

 

무언가 말실수를 할 뻔한 아스카였지만 거기서 말을 끊고 란코에게 돌아서서

 

 

 

"괜찮겠지. 란코. 모처럼 친구가 부탁하는 걸. 솔직히 불안한 게 크긴 하지만 지금은 친구의 진심을 빌리도록 하지!"

 

"으무! 잘 생각했다. 그래야지 동지지!"

 

 

 

쿨한 미소를 지은 아스카에 호들갑스러운 하이라이트 포즈를 취하는 란코. 두 명의 귀는 아직도 빨갛게 물든 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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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 알았어. 그러면 자세한 일정은 나중에 다시 정하도록 하고 오늘은 둘이서 밥이나 먹으러 가. 나중에 영수증 주면 되니까. 

 

괜찮아. 그렇게 사양하지 않아도 되 '접대.교제비'라고 생각해. 알았어. 그럼 나중에 보자"

 

 

 

키라리의 회사 사장실에서 응접 세트 소파 위에 키라리의 허벅지를 베개 삼아 누워 있는 안즈가 그 자게 그래도 란코와의 대화를 마치고 주머니에 스마트폰을 넣었다.

 

 

 

"잘 된거야?"

 

"응. 다음번에는 아스카랑 같이 올테니까 시간 좀 내줄 수 있어?"

 

 

 

안즈의 말에 키라리는 '알겠다니'라고 대답하며 가슴 주머니에서 귀여운 장식이 달린 수첩을 꺼냈다.

 

 

 

 

"음... 이번 월요일 오후가 비어있어"

 

"그러면 아스카네 학교가 끝나는 대로 여기로 올테니까 그 때는 잘 부탁해'

 

"응. 알겠다니! 안즈를 위해서 최고의 의상을 만들어줄게!"

 

 

 

두 주먹을 불끈 쥐고 키라리는 힘찬 목소리로 선언했다. 그 것을 쓴 웃음으로 바라보던 안즈는 '영차'라고 중얼거리며 키라이의 허벅지에서 머리를 떼고 일어나서는 

 

 

 

"그럼 안즈도 슬슬 돌아갈게"

 

"안즈. 벌써 돌아가는 거야? 모처럼 이니까 같이 밥 먹자?"

 

"미안하지만 나나 씨가 저녁을 만들어 주니까. 사전에 밖에서 먹고 오겠다고 말해두지 않으면 나나 씨가 화내겠지?"

 

"그런가.. 그럼 어쩔 수 없네니"

 

"다음에 같이 먹자. 그럼 다음에 보자 키라리"

 

 

 

팔랑팔랑 손을 흔들며 사장실을 뒤로한 채 가는 안즈에게 키라리는 '다음에 보자 안즈!"라며 그 긴 팔을 열심히 흔들면서 대답했다.

 

그런 키라리에게 안즈는 킥킥거리며 사장실 문을 닫고 나갔다.

 

문이  완전히 닫히고 안즈의 모습이 사라졌다. 잠시동안은 안즈를 배웅했던 그대로 웃고 있던 키라리지만 수십 초가 지났을 때 그 미소는 사라지고 눈썹을 팔자로 한 채 외로운 표정이 되었다.

 

 

 

"그래.. 그렇네. 안즈도 지금은 아이돌 사무소의 사장인걸"

 

 

 

키라리는 돌연 중얼거리며 사장실 뒤 쪽에 놓인 광택이 나는 큰 사무책상으로 걸어가 체구가 큰 키라리에게도 여유 있는 등받이 의자에 앉았다.

 

의상 디자인이자 제작을 하는 큰 테이블이 중앙에 있고 좀 전까지 안즈가 앉아 있던 응접 세트는 입구 가까운 곳에 있다.

 

벽에는 외국잡지며 동서 고금의 의상을 모은 책 등 디자인과 관련된 자료가 꽉 찬 큰 선 반이 나란히 서있다.

 

누가봐도 어엿한 사장실이라고 할 수 있는 그 방이 지금의 그녀가 활동하는 거점이다.

 

지금도 텔레비전에 나와 연예계 활동을 하는 일이 많고 모델로도 화려하게 활약하고 있지만 지금 그녀는 '의류 회사의 사장'이자 '디자이너'다.

 

이 방에서 디자인 때문에 골머리를 앓거나 여러 사람들과 협의할 일이 필연적으로 많아진다.

 

 

 

"키라리도 안즈도 다른 모두도.... '옛날 그대로'라니 있을 수 없다 니"

 

 

 

평소와는 달리 금장이라도 사라질 것 같은 그 말에 대답하는 사람은 이 자리에 아무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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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떤 맨션의 한 방.

 

그 방의 주인인 아이같은 작은 체구에 성인다운 큰 가슴을 가진 여성. 카타기리 사나에는 말 없이 거실의 좌식 책상에 몸을 엎드린 채 움직이지 않고 있다.

 

얼굴이 보이지 않는 모습이라도 그녀의 온몸에서 지친 아우라가 뿜어져나오고 있다.

 

그리고 그녀의 바로 옆에는 크림색 머리에 에메랄드 빛 눈동자를 가진 소녀 - 유사 코즈에가 초점이 잡히지 않은 눈빛으로 묵묵히 슈크림을 먹고 있었다. 그런 그녀의 앞에는 슈크림이 산같이 쌓여 있다.

 

 

 

"이젠 안되.. 한계야.. 역시 이대로는 위험해"

 

 

 

책상에 엎드린 채 사나에가 신음처럼 중얼거린다. 벌떡 일어난 그녀의 눈가에는 선명한 다크서클이 새겨져 있다.

 

그리고 그 지친 눈을 코즈에에게 돌렸다. 시선을 받는 코즈에는 그 시선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슈크림을 먹고 있다.

 

 

 

"보통이라면 시설에 맡길테지만 이 아이가 시설에서 잘 지낼 수 있을까...?"

 

 

 

단 것 이외에는 절대 먹지 않고 제대로 잠든 적도 본적이 없고 가끔은 도망도 친다. 항상 어디를 보고 있는지 모를 시선에 제대로 대화할 수도 없다.

 

그런 그녀가 상대라면 경찰에서 믿고 있는 아동 보육 시설도 힘들지 모른다. 거기에다가 같은 시설에 맡겨진 아이들과 트러블이 일어날 가능성도 크다.

 

 

 

"저기.. 코즈에"

 

 

 

시선을 받고도 코즈에는 그 눈을 아무것도 없는 허공에 고정한 채 슈크림을 먹고 있다.

 

 

 

"코즈에는 지금의 생활이 좋아? 아니면 코즈에와 비슷한 또래의 친구와 살고 싶어? 아니면 코즈에가 따로 원하는 게 있을까?"

 

 

 

그런데 사나에가 그렇게 묻는 순간 코즈에는 슈크림을 먹는 입과 손을 멈추고 시선을 사나에 쪽으로 돌렸다. 그리고 의식을 집중시키지 않으면 알아들을 수 없을 정도의 크기로 중얼거린다.

 

 

 

"코즈에... 안즈랑 같이...."

 

 

 

"그정도만 대답한 채 코즈에는 다시 슈크림을 먹기 시작했다.

 

 

 

"알겠어"

 

 

 

사나에가 그렇게 대답하고 호주머니에서 휴대전화를 꺼내고 버튼을 누르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것을 코즈에는 슈크림을 먹으면서 바라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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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점검기간동안 번역한 게으른 마법사입니다.

 

어느덧 20개가 넘어가는 번역물을 보고 있으니 왠지 모르게 보람차네요.

 

다들 큰 관심은 없을테지만 간간히 봐주세요

 

트라프리 생각보다 이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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