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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오「오빠, 뭔가 숨기고 있지?」 미오 오빠「무슨 소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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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8-27, 2017 06:00에 작성됨.

미오「오빠, 뭔가 숨기고 있지?」 미오 오빠「무슨 소리야?」

 

 

 

・미오와 미오의 오빠(오리지널 캐릭터)의 이야기입니다.

 

 


 

 

4월도 절반이 지난 어느날 밤.

 

딩동딩동딩ㅡ동, 하고 리드미컬하게 벨이 세 번 울렸다.

 

"이런 시간에 누구야…"

 

재떨이에 담배를 눌러 불을 끈다.

 

시각은 이미 22시를 넘어가고 있다.

 

택배 주문한 게 있긴 하지만 이런 시간에 올 리는 없겠지.

 

애초에 택배기사가 저렇게 어린애처럼 벨 3연타를 누르진 않을 것이다.

 

취한 대학 동기라고 예상하며 현관으로 가 문을 여니.

 

"오빠, 오랜만! 오빠의 귀여운 여동생, 미오쨩이 놀러왔습니다☆"

 

찡긋 윙크를 보내는 여자애의 얼굴을 보고 문을 닫았다.

 

자물쇠도 잠근다. 열쇠를 가지고 있을지도 모르니 체인도 걸어두자.

 

철컥.

 

"오, 오오오오빠?! 왜 닫는데?! 열어줘! 열ㅡ라ㅡ고ㅡ!"

 

녀석이 문밖에서 난리를 피우는 걸 무시하고, 나는 재빨리 방으로 돌아갔다.

 

위험해.

 

진짜로 위험해.

 

쟤가 왜 여기 있어?!

 

그리 좋지도 나쁘지도 않은 허름한 원룸, 올해로 살기 시작한지 3년째인 익숙한 내 방을 한번 둘러본다.

 

침대쪽 벽, 바닥에 널부러진 잡지, 노트북에 들어가 있는 CD… 아니, 노트북 그 자체도.

 

녀석에게 보여선 안 될 것들이 더러 있다. 제일 위험한 건 벽의 저건가.

 

1초가 급해…!

 

 

 

 

 

빠르고도 섬세하게 작업을 완료하기까지 걸린 시간은 대략 3분.

 

긴급조치이긴 하지만 이 정도면 꽤 훌륭하다고 할 수 있겠지.

 

하지만 아직 상황 종료는 아니다.

 

"오빠아ㅡ! 오빠ㅡ 듣고 있어ㅡ? 오빠 동생이라구ㅡ? 진짜라구ㅡ?"

 

저 녀석, 아직도 저러고 있네… 이웃에게 민폐다.

 

다시 현관으로 향한다. 체인은 그대로 둔 채 잠금장치만 풀고 문을 연다.

 

"아, 드디어… 아니, 체인 걸려있잖아! 귀여운 여동생한테 너무한 거 아냐~? 아, 혹시 부끄러워 하는 거? 그런 거야~?"

 

성가셔…

 

굳이 다시 확인할 것도 없지만, 이 성가신 태도, 틀림없다.

 

문밖에 있는 건 내 동생인 혼다 미오다.

 

놀랍게도 작년, 대형예능사무소인 346프로에서 아이돌로 데뷔하여 나름 인기도 있다고 한다.

 

대체 어째서. 다들 눈이 삐었나.

 

뭐, 그건가. 하는 짓은 영 성가시지만, 얼굴은 귀엽고 가슴도 크니까, 멍청한 남자들은 속겠지.

 

하여튼 바보들이야. 진짜로.

 

그건 그렇고, 이 녀석이 왜 지금 여기 있나.

 

"뭐하러 왔냐, 너."

 

문틈으로 '빨리 돌아가'란 뉘앙스를 팍팍 풍기며 묻자, 녀석이 싱긋 웃으며 말했다.

 

"재워줘♡"

 

"꺼져."

 

 

  

 

 

남매의 정이란 것 때문에 일단 사정을 물어보니, 레슨에 너무 열중하여 어느새 밤이 되어 있었고, 전철 막차를 탈 수는 있었지만 피곤한데다 치바까지 가기 귀찮은데~ 그러고 보니 이 근처에 오빠가 자취하고 있던가~ 라고 하는, 내 입장에선 그저 거추장스러운 이유였다.

 

그 뒤로도 한동안 영양가 없는 언쟁이 계속됐지만 결국 동생의 억지에 져버리고 말았다.

 

결정타는 미오가 부모님께 건 전화였다.

 

본가에서 10분 거리인 대학에 다니는데도 굳이 자취하겠단 걸 허락받은 데다, 학비까지 보탬을 받고 있는 입장인 나로선 부모님의 "동생 좀 잘 챙겨줘"라는 말에 감히 거역할 수 없었다.

 

"소란 피우지 마."

 

"당연하지, 날 뭘로 보고."

 

방금 전까지 시끄럽게 굴던 녀석이 할 소리인가.

 

마지 못해 체인을 풀자 녀석은 고양이처럼 잽싸게 안으로 기어들어왔다.

 

"야, 잠깐…!"

 

"실례합니다~! 오오, 이게 오빠가 사는 집인가~"

 

침대, 옷장 대신 쓰고 있는 수납장, CD랙, 책장, 쓰레기통, 그리고 좌식 테이블 위에 있는 노트북과 재떨이.

 

그리 넓지 않은 원룸이니까 놓여있는 건 이 정도다.

 

본가에 살고 있었을 때의 내 방과 딱히 큰 차이 없을 텐데, 미오는 흥미진진한 듯 여기저길 둘러보고 있다.

 

생각해 보니 미오가 여기 온 건 이사했을 때 부모님과 남동생과 같이 보러 왔던 게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던가.

 

적어도 달에 한 번은 본가에 돌아가니 얼굴 맞대는 일은 자주 있었지만… 뭔가 이상한 느낌이다.

 

아니, 이렇게 회상을 하고 있을 때가 아닌데.

 

…괜찮겠지?

 

내심 작은 불안을 느끼고 있었는데, 미오가 미묘하게 찡그리고 있는 걸 깨달았다.

 

"으음… 담배 냄새 나는 것 같은데?"

 

…뭐야, 그런 거였나. 짜식이 사람 쫄게 만들고 있어.

 

"좀 전까지 피고 있었으니까 당연하지."

 

말하며 창문을 조금 연다.

 

바람은 거의 안 불고 있었지만 조금은 환기가 되겠지.

 

"베란다에서 피우면 좋잖아."

 

"그러다 다른 집에 연기 들어가면 문제가 생겨."

 

실제로 그걸로 한 번 이웃집 주민에게서 불평을 들었다.

 

당시에는 막 담배를 배운지라, 흡연 매너를 완전히 파악하지 못했었다.

 

그 외에도 베란다에 널어둔 빨래에 냄새가 스며든다거나 하는 문제도 있지.

 

결국 실내에서 피는 게 나로서도 가장 편하고 남에게 피해도 주지 않는다.

 

"그럼 혹시, 벽지랑 커튼이 미묘하게 누런 것도 담배 때문?"

 

"뭐? 누렇다고?"

 

듣고 보니 그런 것도 같다. 혹은 원래 그랬던 것 같기도 하다.

 

"그렇다니까. 빌린 집인데 제대로 청소해야 되는 거 아냐? 봐봐, 이 달력 뒤를 보면 원래 이렇게 하얗잖아."

 

동생이 침대 맞은편 벽에 걸려 있는 달력을 젖혀 보여준다.

 

그 말대로 그 뒤는 새하얗다.

 

그 부분과 비교하여 그 주변, 아니 방 전체는 햇볕에 그을리기라도 한 것처럼 황변되어 있는 것이 똑똑히 보인다.

 

담배 연기를 쬐면 이렇게 되는 건가…

 

매일 여기서 먹고 자고 하면서도 여태 눈치채지 못했다. 아니, 오히려 익숙하기 때문에 몰랐던 걸지도 모르지만.

 

미오 말대로 가끔 청소 해줘야겠는데… 라고 머리 한구석에서 생각한다.

 

그래, 한구석에서.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니라고, 깨달았기 때문이다.

 

젠장, 깜빡했다…!

 

"어? 이 달력… 23일에 이거, 뭐야?"

 

보지 마, 눈 돌려, 라고 속으로 빌었지만, 미오는 그걸 봐버렸다.

 

역시 쓸데없이 관찰력이 좋다. 얼핏 대강대강인 것처럼 보여도 의외로 사소한 것도 놓치지 않는단 말이지, 옛날부터.

 

문제의 달력은 아무 그림도 무늬도 없지만…

 

4월 23일 일요일에, 숫자를 감싼 하트 마크와 X표시가 되어 있다.

 

내가 한 거지만.

 

"그, 그건…"

 

젠장, 어떡하지? 무슨 핑계를 대지…?

 

"…아니, 말 안 해도 괜찮아, 오빠."

 

"ㅇ, 어?"

 

미오는, 몹시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한다.

 

"괜찮아, 다 이해해. 미오쨩은 전부 이해했어… 여친이랑 데이트할 예정이었는데, 차였구나?"

 

"…………"

 

아니거든. 전혀 아니거든. 아니지만, 하트와 X를 보면 그렇게 생각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알아서 오해해 주시니 나도 그쪽으로 가닥을 잡자.

 

단, 미오의 불쌍히 여기는 듯한 표정이 굉장히 거슬리므로, 한 마디 정정한다.

 

"아냐. 내가 찬 거야."

 

왜 내가 차인 게 전제냐고. 그냥 데이트가 취소됐을 뿐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잖아.

 

하지만 이 성가신 여동생은, 내가 속으로 분을 삭히는 줄도 모르고,

 

"에휴, 그렇게 센 척 안 해도 되는데. 난 저어언부 알고 있으니까."

 

"사람 말 좀 들어!"

 

너 하나도 모르고 있거든! 애초에 여친 존재하지도 않아!

 

"아, 나 이 날 마침 이벤트 있는데 올래? 기분 전환 하는 셈 치고. 한 명 정도라면 아직 초대석 준비할 수 있을걸?"

 

"안 간다고."

 

"에이~ 분명 재밌을 거야~ 뭐, 난 잠깐밖에 안 나오지만. 아, 이 얘긴 남들한텐 비밀이다? 난 시크릿 게스트니까."

 

"그럼 말 꺼내질 말던가! …잠깐, 시크릿 게스트?"

 

"응, 다시 말해 서프라이즈!"

 

그러니까 트위터에 떠벌리거나 하면 안돼☆라고 동생이 말하고 있지만 그런 건 아무래도 좋다.

 

"…미오. 그 이벤트, 가도 될까."

 

"응? 그치만 나, 완전 마지막에 잠깐 나오는 정돈데?"

 

"상관없어. 아니면 내가 가면 안될 이유라도 있어?"

 

"그건 아니지만… 갑자기 무슨 바람이 불었길래? 오빠, 내 아이돌 활동…은 물론이고 아이돌 그 자체에 전혀 흥미 없었잖아?"

 

"그건… 네가 이런 시간이 될 때까지 집중하고 있었을 정도로 매진하고 있잖아? 한번쯤 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 싶어서."

 

"흐음… 그렇구나. 흐응… 응, 알았어. 프로듀서한테 부탁해 볼게."

 

아싸!

 

"고맙다, 미오."

 

"뭐, 뭐래~ 오빠답지 않게 솔직한 태도네."

 

"딱히 그렇지도 않은데."

 

내가 가겠다고 하니 미오는 어쩐지 기뻐하는 것처럼 보였다. 왜인지는 모르겠다만…

 

뭐, 나도 가끔은 이렇게 동생이랑 얘길 나누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어제는 말이지, 이 미오 쨩의 첫 수영복 화보가 실린 영데레가 발매됐다구! 권두에! 표지로! 부록 포스터까지 함께!"

 

"헤에, 그래."

 

"…이봐요 오라버니, 반응 너무 차갑지 않아?"

 

반대로 생각해봐. 내가 여자 아이돌이고 내 수영복 화보집이 나온 걸 보고 친오빠가 기뻐한다면 완전 질색할 것 같은데? 무슨 반응을 바라는 거야?

 

참고로 미오가 말한 '영데레'는 만화잡지 <주간 영 신데렐라>의 약칭이다.

 

좀 독자들이 어떻게 줄여 부를지 상정해서 잡지명을 지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영'의 일본 발음은 '얀'

 

현재, 미오는 좌식 테이블 옆에 있는 방석에, 나는 침대 모서리에 앉아 있다. 이제야 좀 마음을 놓을 수 있는 시간이 왔나 했지만.

 

이후 시작된 미오의 근황 보고 토크 타임은 전혀 잔잔하지 않았다.

 

말을 포함해 손짓 발짓까지 섞어서 설명하니 더욱 소란스럽게 느껴진다.

 

레슨에 너무 몰두해 정신이 들고 보니 밤이었다는 사람의 상태 치곤 너무 기운이 넘친다. 성가셔.

 

게다가 여긴 나밖에 없다곤 해도, 미니스커트 입고 양반다리로 앉아 있는 건 아이돌로서 문제 있는 거 아니냐?

 

수영복 화보가 문제가 아니라 팬티가 보일 것 같은데.

 

"애초에 아이돌에 흥미가 없는데 무슨 반응을 바라는 거야."

 

"우우… 그건 알고 있지마안~ 그럼, 만화 쪽은? 오빠 영데레 안 읽어?"

 

"전혀. <영 매직>이라면 서서 읽기는 하지만."

※사서 읽는 게 아니라 서점 등에 가서 서서 읽는 것

 

참고로 영데레라고 불리는 <영 신데렐라>에 딱히 얀데레 만화는 없다고 들었다.

 

"그거 발매일 똑같아! 벌써 서점 가봤어? <영 매직> 옆에 있었을 거야, 수영복 차림의 내가 표지에 나온 영(얀)・데・레♡"

 

야… 그 단어 뒤에 하트 붙이지 마…

 

설마 이 녀석, 얀데레의 의미 모르나…?

 

"어제 갔었지만 그런 건 못 봤는데."

 

"어라? 이상하네, 매진된 걸까?"

 

심하게 낙천적이다. 그게 사실이라면 발매일에 바로 매진이란 말이잖아.

 

사실은 내가 갔던 이 근처의 서점에도 예의 <영 신데렐라>는 진열되어 있었다.

 

나는 그저 <영 매직>을 읽고 싶었을 뿐인데, 시야에 자꾸 여동생의 수영복 입은 사진이 들어와서 매우 거슬렸다.

 

그러나 그걸 그대로 실토할 수야 없지 않은가. 모처럼 얻은 초대석을 미오의 기분을 상하게 해서 다시 뺏길 수야 없는 노릇이니까.

 

하아, 여동생 상대로 이렇게 비위를 맞추는 건 처음이라 피곤할 따름이다.

 

 

  

  

 

"──어쨌든 다른 서점이나 편의점 가게 되면 잡지 코너 찾아봐. 동생 얼굴이니까 바로 찾을 수 있겠지?"

 

"그래 그래, 생각나면."

 

"아니, 그렇게 느긋하게 있으면 안된다고. 다음주가 되면 시부린으로 바뀌니까."

 

"…뭐? 시부린?"

 

"설마 몰라? 진짜? 시부린 말야, 시부린. 시부야 린 쨩. 오빠, 진짜 아이돌에 관심 없구나. 동생이랑 같이 유닛 짠 멤버 정도는 기억해 두라구."

 

안 믿긴단 표정의 미오.

 

짜증 났기에 한마디 쏘아붙일까 했지만, 괜히 긁어 부스럼 만들 필요는 없다. 참자. 참는 거다.

 

모든 건 초대석을 위해…!

 

"시꺼. 그래서, 그 린쨩이 뭐 어쨌다고?"

 

"다음주 영데레, 시부린이 권두 화보 플러스 표지야. 뉴 제네레이션즈 첫 수영복 화보 3연속이란 기획이니까. 저번주는 시마무였고."

 

"흐음, 그런가… 그런 기획인가. 몰랐네."

 

"하여튼 오빠는 동생 일에 조금은 관심 좀 가져야 해. 조금이랄까… 전부! 전부 관심 가져줄래?"

 

야, 반대로 생각해봐. 내가 여자 아이돌인데 친오빠가 내 유닛 일정을 전부 파악하고 있으면 완전 깰 것 같은데?

 

"싫어."

 

"에에~? 하여튼 이 오빠는… 응? 어라?"

 

나와의 시시한 대화 도중, 갑자기 무언가를 보는 미오.

 

그 시선의 끝에 있는 건… 녀석의 정면, 침대가에 앉아 있는 나……의 뒤였다.

 

거기엔 아무것도 없을 터였다.

 

그랬어야 하는데.

 

"오빠, 벽에 뭔가 붙어 있어."

 

"…뭐?"

 

"뭔가 반짝이는 게… 어디 보자…"

 

"자, 잠깐! 기다려!"

 

일어나 그 [무언가]를 가리키려는 미오를 제지하며, 나는 앉은 그대로 몸을 비틀어 뒤를 향했다.

 

아무것도 없는, 있어선 안되는 침대와 붙은 벽. 집중하여 관찰하니 미오가 쳐다보던 부근에서 그것이 보였다.

 

자세를 바꾸지 않고 그대로 손을 뻗어 손톱으로 떼어낸다.

 

미오 말대로 조명을 반사하여 반짝이는 그것은 셀로판 테이프 조각이었다.

 

설마 이런 게 남아 있을 줄은…!

 

놓쳐버렸다. 아니, 이런 거 보통은 눈치 못 챈다.

 

이 조그만 조각을 찾아내다니, 실로 무서운 녀석.

 

"오빠? 뭐였어?"

 

그리고 발견자인 미오가 그 질문을 날리는 건 당연했다.

 

뭐라고 대답하지? 무엇이 정답이냐?

 

"…테이프 조각이야. 여기 붙어 있었던 포스터를 뗐을 때 남아버린 것 같네."

 

고민은 한 순간, 나는 '거짓말은 하지 않는다'를 선택했다.

 

그렇다고 '진실'을 말하지도 않는다. 100%의 거짓말은 오히려 헛점을 내보일 수도 있다고 판단했다.

 

"헤에, 포스터? 무슨 포스터를 붙였뒀었는데?"

 

"그냥 좋아하는 밴드야. 네가 생각하는 그런 이상한 거 절대 아니니까 그 히죽거리는 표정 짓지 마."

 

좀 전까지의 화제도 포스터에 대한 것이었기 때문에, 기분 나쁘게 웃음기를 띤 미오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는 금방 알아챘다.

 

쳇, 하고 부루퉁해지는 미오.

 

좋아. 이걸로 이 화제는 끝이다. 나 얼버무리기 너무 잘하지 않아?

 

라고 생각한 순간.

 

 

 

 

 

"있지, 그 오빠가 좋아한다는 밴드 포스터 말야."

 

이, 이 자식… 또 물고 늘어지다니.

 

뭐냐? 뭘 물으려는 거지?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 밴드명에 대한 건데, 그 정도는 문제없다.

 

마침 얼마 전에 CD를 빌린 밴드가 있다.

 

그, 뭐더라… 요즘 유행하는… 작년에 대 히트 쳤던 극장판 애니메이션의… 래… 래… 래드… 뭐더라?

 

망했다…! 기억이 안 나…!

※<너의 이름은.> OST를 담당한 래드윔프스

 

"언제부터 붙여뒀던 거야?"

 

"엉?"

 

속으로 초조해 하고 있던 난, 전혀 상정하지 못한 질문에 무심코 이상한 소릴 내버렸다.

 

언제부터, 붙여뒀냐고?

 

미오가 왜 그런 걸 물어보는 거지.

 

밴드명을 포함해, 그밖에도 물어볼 만한 건 얼마든지 있는데… 왜 뗐냐라던가.

 

그 질문의 답… 포스터를 붙인 건 [어제]다. 하지만 그걸 그대로 말해줄 수야 없는 노릇이다.

 

미오의 의도는 모르겠지만, 일단은 얼버무려야겠다.

 

"…글쎄. 꽤 예전에 붙였으니까 정확히는 기억 안 나는데."

 

내 대답에 미오는.

 

"헤에, 그렇구나."

 

미오는 마치 질 나쁜 장난을 생각해낸 악동처럼 싱긋 하고 웃음을 띄웠다.

 

그런 동생의 얼굴을 보고, 나는 등줄기에 오한이 달리는 것을 느꼈다.

 

이건… 위험해.

 

"글쿠나, 그랬구나. 그렇단 말이지?"

 

그렇게 중얼거리며, 미오는 일어나 방을 빙 둘러본다.

 

그 눈에 비치는 건 황변된 벽지, 달력… 그리고, 나.

 

"오빠… 아이돌에 관심 없다는 거, 거짓말이지?"

 

 

   

 

 

만약 이 세상이 추리소설의 무대라면, 지금부터가 해답편이라는 걸까.

 

…ㄴ, 난 딱히 숨기는 거 없거든? 진짜거든? 그러니까 추리하고 말고 할 것도 없거든? 응?

 

"느닷없이 무슨 소리냐, 너."

 

"오빠가 뭘 숨기고 있는지 이미 짐작 가는 데가 있어. 비웃지 않을 테니까 어서 자수하고 광명 찾는 게 어때? 응?"

 

미오의 너그러운 제안.

 

모든 걸 꿰뚫어 봤다는 자신감에서 나오는, 여유로운 입장에서 베푸는 상냥함.

 

마음이, 흔들린다.

 

하지만.

 

"…말했지, 너 대체 무슨 소릴 하는 거야."

 

내게도 물러설 수 없는 이유가 있다.

 

끝까지 버텨보겠어…!

 

결사항전을 선택한 나를 보고, 미오는 어처구니 없다는 듯 한숨을 내쉬었다.

 

"오빠, 뒤. 벽 봐봐. 아까 테이프 조각 뗀 부분."

 

"ㅁ, 뭐…?"

 

뒤돌아 미오가 가리킨 벽을 확인한다.

 

설마, 그 조각 말고도 더 결정적인 흔적이 남아있다는 건가…?

 

하지만 거기에 있는 건 그냥 벽이었다.

 

방의 다른 면들과 마찬가지로 담배 연기에 황변된 것 외에는 아무 이상도 없다.

 

"확인하겠는데, 그 벽에 무슨 포스터를 붙였었다고?"

 

"…내가 좋아하는 밴드의 포스터."

 

"언제부터 붙여뒀었다고?"

 

"…꽤 예전부터. 정확히는 기억 안 나."

 

신중히, 아까 내가 한 말을 기억하며 똑같이 설명한다.

 

그렇군 그렇군, 하고 미오는 만족스럽게, 그리고 의기양양해 하며 고개를 주억인다.

 

뭐, 뭔데? 뭐가 그렇다는 거야?

  

 

  

 

 

"후후후, 아직 눈치채지 못했어? 모르겠다면 가르쳐 줄게. 마침 딱 좋은 게 저기 걸려 있으니까."

 

미오의 눈이 향한 곳은 포스터를 붙였던 벽과 반대편에 있는 벽, 거기 걸린 달력이었다.

 

4월 23일 일요일에 조금 남사스러운 표시가 되어 있는, 그 달력이다.

 

"저 달력이 뭐… 아앗?!"

 

당황하며 뒤돌아본다.

 

기억나지 않을 정도로 오래 포스터를 붙여뒀다고 한, 그 벽은…

 

담배 연기에 [황변되어 있다].

 

"테이프 조각이 남아 있는 걸 오빠가 여태 눈치채지 못했단 건, 포스터를 뗀 건 아주 최근이란 거지? 그 말은…"

 

미오는 말을 이으며 손을 뻗어 달력을 치운다.

 

"이거랑 똑같이 포스터가 있던 자리가… 벽의 나머지 부분보다 밝지 않으면 이상하다구!"

 

"크윽… 으으으…"

 

그 부분만 새하얀 벽지가, 달력이 있던 자리에 나타난다.

 

신음을 흘리고만 있는 내게, 미오는 가차없이 추궁을 이어간다.

 

"여기서 중요한 건 오빠가 그 벽에 포스터를 붙였던 건 사실로 보인다는 것."

 

이 테이프 조각이라는 증거가 있으니까, 라며 미오가 자신 있게 말한다.

 

"다시 말해 오빠는… 아주 최근에 이 벽에 포스터를 붙였다가, 그 붙인지 얼마 안 된 포스터를 다시 뗐다는 거지. 담배 연기 자국이 남지도 않을 정도로 단기간 내에!"

 

으으… 으으으으…!

 

"헤에~ 오빠는 어째서 그런 짓을 했을까~ 아, 어쩌면 그 포스터… 나한테 보여주기 싫어서 뗐다던가~?"

 

"큭…!"

 

정답이다, 이 자식아…!

  

 

  

 

 

"헤에~ 여동생한테 보일 수 없는 포스터라니, 오빠는 대체 어떤 포스터를 붙였던 걸까요~? 최근에 붙였다는 말은, 최근에 입수했다고 이해해도 될까~?"

 

"그, 그건…"

 

"그러고 보니, 아까 그런 얘길 했었지~ 얼마 전에 발매된 잡지를 사면 포스터가 부록으로 딸려온다고!"

 

"그, 그랬던가?"

 

시치미를 떼는 나를 향해 아주 대놓고 히죽히죽 웃으며 얼굴을 들이대는 미오.

 

짜증 나. 진짜 졸라게 짜증 나.

 

하지만. 그러나. 나로선 반격할 방법이 전혀… 아니 잠깐. 정말 없나?

 

"…그래, 증거! 네 추리는 상황증거에만 기반하고 있어! 내가 꺼림칙한 포스터를 숨겼다는 결정적인, 물적증거가 없잖아!"

 

"응? 물적증거? 있는데?"

 

…어라? 내 무덤을 판 거야?

 

아니 설마, 분명 허세이거나 유도신문이야.

 

"무, 물적증거가, 어, 어디 있단 건데…"

 

"오빠 엉덩이 밑."

 

"…?!"

 

뭐…라고…?!

 

어떻게 알았지…?!

 

"오빠 아까부터 꽤나 흥분했다가 동요했다가 하는데, 한번도 일어서지 않고 계속 그 자리, 침대에 앉은 채였지. 내가 이 방에 들어오고부터 계속."

 

"큭… 으으윽…"

 

"뗀 포스터를 어디 숨겼을까 생각하면 짐작이 가. 날 들여보내기까지 3분간, 떼기만 하는 거라면 몰라도 그 단시간 내에 숨겼다고 하면 장소는 한정되어 있을 터. 포스터는 안 상하게 잘 말긴 힘들고. 뭐, 너무 뻔한 장소에 숨긴 걸 보면 임시피난처였으려나? 내가 화장실에 가거나 씻는 사이에 더 은밀한 곳에 숨길 생각이었지?"

 

쩔어, 전부 맞췄어…

 

너무 예리하지 않아? 너 정말 미오야?

 

내 여동생은 좀 더 바보 아니었나? 너 누구세요? 코난이야?

 

"하여튼 오빠도 참 바보네~ 갑자기 귀여운 여동생이 찾아와서 당황한 걸 감안해도, 더 잘 숨겼어야지."

 

아아, 저 쓸데없는 한 마디를 더 하는 말투, 틀림없는 내 여동생이다…

 

그 여동생이, 친오빠인 내게, 인정사정없는 최후통첩을 날린다.

 

"자, 오빠, 일어서봐? 결정적인 물적증거… 보고 싶지?"

 

이미 탈출구는 남아 있지 않았다.

 

지금껏 해온 저항이 무색하게, 이리 되니 차라리 개운하기까지 하다.

 

"…알았어. 내 패배다."

 

 

    

 

 

해답편은 종막에 이르렀다.

 

그래. 모든 건 미오가 추리한 그대로였다.

 

내가 [1주 전], 예의 만화잡지를 구입하여 수영복 화보를 탐독하고, 급기야 어제 그 부록 포스터를 벽에 붙인 것이다.

 

이런 포스터는 처음이었기에(하물며 수영복 화보는), 붙일지 말지 망설였었지만…

 

일단 붙이고 보니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마음에 들었다. 진심으로.

 

그것을 바라보며 기쁨에 잠겨 있었는데, 오늘 갑자기 찾아온 망할 여동생─미오.

 

다급해진 나는 붙인지 얼마 되지도 않은 포스터를 조심스럽게, 그리고 신속하게 떼어 CD나 기타 굿즈와 함께 이불 밑에 숨긴 것이다.

 

체념한 내가 천천히 일어나자 '만족'이라고 얼굴에 써붙인 것 같은 미오가 옆에 다가와 섰다.

 

젠장, 설마 이렇게 내 비밀이 들킬 줄은…

 

"하여튼 오빠도 참, 그렇게 부끄러워 하지 않았어도 되는데. 괜찮아. 나, 이런 걸로 오빠를 미워하거나 하지 않아. 오빠를 싫어하게 되지 않아."

 

"미, 미오…"

 

그 자애로운 목소리는, 내가 아는 미오와는 다른 사람 같아서.

 

하지만 역으로, 알 수 있었다. 이 녀석은 분명 내 동생이구나, 라고.

 

어쩐지, 눈물이 나올 것 같았다.

 

"…그래. 이런 어설픈 거짓말 말고, 솔직하게 말할 걸 그랬네."

 

"그렇다구."

 

말하면서 미오는 이불에 손을 뻗었다.

 

"괜찮아 괜찮아. 나는… 오빠가 여동생의 수영복 포스터를 방에 장식하는 변태여도, 경멸하지 않을 테니까!"

 

"…하아? 야, 너, 무슨 소릴…"

 

"에잇♡"

 

미오는 그대로 힘차게 이불을 젖혔다.

 

거기 있던 것을 보고, 미오는.

 

"엥?"

 

하고 얼빠진 소리를 냈다. 좀 전의 자애는 일절 느껴지지 않는, 멍청함.

 

한번 내 얼굴을 보고, 다시 한번 이불 밑에 숨겨져 있던 것을 보고.

 

  

  

 

 

"시마무잖아?!"

 

그렇다.

 

문제의 포스터를 포함해, 저번 달에 발매된 <영 신데렐라> 과월호의 표지, 그리고 CD나 팬 굿즈 등은 전부 시마무… 시마무라 우즈키의 것이었다.

 

덧붙여 테이블 위의 노트북도 바탕화면이 우즈키이고 우즈키의 사진 모음 폴더도 있다.

 

아, 그나저나 다시 봐도 우즈키 쨩의 수영복 포스터 최고~

 

이 산뜻하고 풋풋하고 말랑말랑한 느낌!

 

"내가 아니잖아!! 어째서?!"

 

"어째서고 뭐고, 나 우즈키 팬인데."

 

"시, 시, 시마무우우우?!"

 

"우즈키 귀여워요 우즈키. 아니 귀엽다는 정도가 아니라 천사랄까? 이 포스터에서도 살짝 부끄러워 하는 느낌이 완전 심쿵이라니까."

 

동생 앞에서 이러면 안된다고는 생각하지만, 무심코 표정이 풀어져 버린다.

 

하아~ 결혼하고 싶다. 러블리 마이 엔젤 우즈키땅…

 

"아아아아앗!! 저, 저 달력도?!"

 

미오가 뭔가 깨달았는지 이상한 소리를 냈다. 시끄럽네.

 

"23일이란 건, 그럼 시마무의?!"

 

"응? 어, 맞아. 우즈키의 생일 이벤트야."

 

원래 우즈키의 생일은 24일이지만, 올해 24일은 월요일─평일이라 이벤트 개최는 그 전날인 일요일로 잡혔다.

 

당연히 나는 이벤트 개최가 발표되고부터 쭉 갈 생각으로 가득했지만… 티켓을 얻지 못했습니다. 아아, e+ 망했으면 좋겠다.

※티켓 판매 사이트… 같습니다.

 

미오가 초대석 준비해준다고 해서 정말 다행이야.

 

미오가 시크릿 게스트로 등장하는 23일의 이벤트라면 역시 아무리 생각해도 우즈키의 생일 이벤트겠지?

 

아, 어쩌면 미오랑 같이 린도 등장할지도 모르겠네. 그 날 트라프리랑 겹치는 이벤트 없으니까.

 

"아니아니아니! 잠깐만! 그럼 왜 이 포스터랑 시마무 굿즈 숨긴 거야?! 나한테 보이기 싫어서 숨긴 거지?!"

 

"그게 말이지… 너, 유닛 멤버일 뿐만 아니라 친구잖아?"

 

우즈키가 나오는 방송은 TV, 라디오 가리지 않고 체크하고 있고, 인터뷰 등이 실린 잡지도 마찬가지다.

 

그러니 당연히 우즈키와 미오, 그리고 또 한 명의 멤버인 린이 사생활에서도 친하단 건 알고 있다.

 

뉴제네 팬이라면 상식이니까 자랑도 아니지만.

 

"여동생의 친구를 그런 눈으로 보고 있다고 하면 기분 나쁘다고 생각할 것 같았거든. 그래서 무심코 숨겨버렸어."

 

"기분나빠기분나빠기분나빠! 진심으로 기분 나빠!"

 

"아까랑 말이 다른데?!"

 

미워하지 않겠다고 네 입으로 했잖아!

 

 

   

  

 

"그, 그럼, 뭐야? 전부… 내 지레짐작이었다는 거…?"

 

미오의 얼굴이 점점 빨개진다.

 

"지레짐작? 무슨 말이야. 굉장한 추리였다고. 너, 서스펜스 드라마 주역도 할 수 있겠던데? 미소녀 아이돌 탐정 같은."

 

"그게 아니야아아! 어제 발매된! 내 포스터는?! 안 샀어?! 안 붙였어?!"

 

"안 붙입니다만?"

 

"어째서?!"

 

어째서냐고 물어도, 아까 네가 말했잖아.

 

"여동생의 수영복 포스터를 당당히 장식하다니, 완전 변태잖아."

 

"우, 우우, 우우우우~~~!"

 

머리를 움켜쥐고 신음을 흘리기 시작한 여동생.

 

추리 파트에서는 꽤 멋졌고, 아까도 여신과도 같은 자애를 보여줬으면서, 이제 그런 모습은 전혀 찾아볼 수 없다.

 

결국 미오는 미오라는 걸까. 이쪽이 내 동생다워서 왠지 안심된다.

 

아이돌이 되고 많이 바뀌었나 싶었는데.

 

바뀐 게 아니라, 분명 다른 일면이 늘어난 거겠지.

 

그러니, 뿌리는 변하지 않는다.

 

어느새 난 미오의 머리에 손을 얹고 있었다.

 

옛날부터 미오가 울거나 투정을 부릴 때는 이렇게 달랬으니까, 오빠로서의 조건반사 같은 거다.

 

그리고 그 손을 미오가 쳐내는 것도 당연한 흐름이다.

 

"뭐냐고! 나만 완전 바보 같잖아!"

 

"아까부터 왜 그렇게 히스테리 부리냐, 너."

 

"우우, 왜 모르는 거야, 바보야! 그거 말고 달리 할 말 없어?!"

 

으음, 할 말?

 

…실은 우즈키 쨩에 대한 것 말고도 미오한테 숨기고 있는 건 있는데.

 

어차피 내가 아이돌 오타쿠인데다 우즈키 팬인 건 들켰으니 이 기회에 말해버릴까.

 

"미오, 실은 말이지."

 

"…시, 실은?"

 

"나, 최근… 린도 좋구나, 하고 생각하게 됐어."

 

"…오, 오빠는, 바보 멍청이───!!"

 

 

  

 

 

그 후.

 

토라진 미오는 침대의 굿즈를 밀어내고 이불 속에 숨어 버렸다.

 

'잘 거면 씻고 갈아입고 들어가, 땀 냄새 배!'라고 꾸짖고 끌어내려 했지만, 미오는 '어차피 오빠 냄새에 찌들었으니까 상관없거든!'이라며 저항했다.

 

결국 지금 미오는 애벌레 상태로 이불을 뒤집어 쓰고 있다.

 

나 참… 대체 왜 저런대.

 

아이돌 오타쿠인 걸 들키고 기분 나쁘단 소릴 듣고 침대를 뺏기고, 완전 엉망이군. 나 오늘 밤 어디서 자지?

 

일단 미오가 밀어낸 포스터 포함 굿즈들을 정리한다.

 

그 중에는 수영복 우즈키가 표지를 장식한 <영 신데렐라>도 있다.

 

무심코 권두 화보 페이지를 팔락팔락 넘겨본다.

 

하아, 귀여워. 좋아 좋아, 정말 좋아.

 

다음주엔 린의 수영복 화보가 나오겠지. 포스터도 딸려서.

 

"으음, 린의 포스터도 붙여놓을까."

 

내가 경솔하게 그런 혼잣말을 내뱉은 순간, 침대 위에 둥글게 말아져 있던 애벌레가 꿈틀거린다.

 

무셔!

 

미오가 듣는 데서 우즈키이나 린 얘긴 하지 말아야겠다…

 

아무튼 우즈키 옆에 린 포스터를 붙이면 참 좋겠어.

 

뭐랄까, 마치 우즈키가 정말로 내 방에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들어.

 

포스터의 배경은 해변이지만 사소한 건 신경 쓰지 않는다.

 

그리고 다음주면 거기에 린이 더해진단 거지. 흐흐흐.

 

좋아. 앞으로도 우즈키 포스터가 나오면 산다.

 

지금은 눈에 띄지 않지만, 벽이 저렇게 될 정도니까 계속 붙여두면 포스터도 색깔이 변하겠지. 정기적으로 바꿔주는 게 좋겠어.

 

 

   

  

 

 

  

 

 

 

 

자, 그럼 다시 현실로 돌아와서.

 

이불을 뒤집어 쓴 미오의 상태를 다시 확인한다.

 

얼굴은 보이지 않지만… 작은 숨소리가 들린다.

 

잠들었나?

 

지금이라면 괜찮을까…?

 

나는 소리가 나지 않게 바닥에 엎드려 침대 밑의 좁은 틈새에 손을 뻗어 어둠 속을 더듬었다.

 

곧 찾던 것이 만져졌다.

 

약간의 고생 끝에 그것을 끄집어낸다.

 

"…휴우."

 

그것은 어제 막 발매된… 그리고 어제 막 사온 이번 달의 <영 신데렐라>였다.

 

진짜 쫄렸다니까.

 

미오가 지적한대로, 그 때의 나는 어지간히 당황해서 침대 밑에 숨긴다는 안이한 선택을 해버렸다.

 

그나마 우즈키 굿즈를 이불 밑에 숨긴 게 결과적으로는 미끼가 돼서, 이쪽은 들키지 않을 수 있었지만. 따로 숨긴 게 정답이었다.

 

이걸 들킬 바에야, 우즈키 팬인 걸 들키는 것 정돈 아무것도 아니다. 원래 예정대로 더 확실한 곳에 숨기자.

 

…그런데, 뭐랄까.

 

다시 봐도 참… 멋진 수영복이구나, 이 녀석. 오렌지색 비키니. 어울리긴 해.

 

권두 화보 페이지를 천천히 한 장씩 넘긴다.

 

아무래도 상관 없지만, 화보에 곁들여진 미묘한 글귀는 누가 생각한 걸까.

 

신데렐라 프로젝트의 프로듀서가 시인(웃음)이라는 소문이 있던데…

 

'네 미소에, 사랑을 느낀다.'

 

그런 프레이즈가 쓰여있다. 흔해빠졌지만 마음을 울린달까, 납득이 가는 그런 말이.

 

뭐어, 가슴은 크니까. 미소도 귀엽고. 얘기 나눠보면 밝고 기운차고.

 

내 입장에선 그냥 시끄러운 동생이지만… 이런 여자애의 수영복 모습을 봤다간, 모자란 남정네들이 속아버리는 것도 이해가 간다.

 

나는 오빠니까 이제 와서 이 녀석한테 속을 일은 절대 없지만.

 

다행이다, 오빠라서.

 

문득 페이지를 넘기던 손가락이 멈췄다.

 

접힌 종이가 페이지 사이에 끼워져 있다. 굳이 펴볼 것도 없이, 피부색이 조금 보이는 것만으로도 뭔지 알 수 있다.

 

요컨대 포스터였다.

 

미오의, 내 여동생의, 수영복 포스터.

 

나는 침대 위에 이불을 덮어 쓴 미오와, 그 너머의 누래진 벽을 보고 조용히 중얼거렸다.

 

"붙이면 더러워지겠지…"

 

포스터는 건드리지 않고 잡지를 덮는다.

 

여동생의 숨소리가 작게 들리고 있었다.

 

 

 

 

 

 

 

 

 


 

 

 

가끔은 이런 가족물도 좋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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