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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타바 안즈의 전일담 - 10~11화 합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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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7-29, 2017 22:37에 작성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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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타바 안즈의 전일담- 8~9화에서 이어집니다.

 




10. 내가 좋아하는 음식은



그 일로부터 몇 주 뒤.
나는 키라리의 소속사 건물 어떤 방에 있었다.

「미안하네, 갑자기 불러내서.」

그러며, 눈앞의 남자는 나에게 찻잔을 내민다.

「상관없어. 안즈도 저번에 그랬으니까.」

찻잔을 받아 홀짝, 입을 대다.
……뜨거워. 아직 먹기에는 일렀던 것일까.

「그래서, 무슨 얘기야?
나를 스카우트하고 싶다던가, 그런 소리?」

내가 이렇게 말하자, 눈 앞의 남자…… 키라리 담당 프로듀서는, 조금 언짢다는 표정을 지었다.

「뭐, 결론적으로 딱 한 마디로 줄이자면 그렇게 되는데……
후타바. 오디션 결과는 봤지?」

「……이례적인 2인 동시 채용. 그게 어째서?」

「키라리한테 들었어.」

작은, 위화감.
오디션을 휩쓸었던, 무소속 무경력의 괴물.
그런 나를 손에 넣고 싶다.
그렇게 생각하는 것은, 프로듀서라는 입장에서 보면 당연한 일이다.
그렇기에, 이 상황에 대해 별로 위화감은 들지 않았다.
그렇지만.
왜 여기서, 키라리 이름이 나오는 거야?

「너, 아이돌 할 생각 없지.」

「…….」

뭐야, 그런 소린가.
아까 내가 말했던 것처럼, 저번에 봤던 오디션 결과는 2인 동시 채용.
이런 일은 이례 중에서도 이례적, 애초에 듣도 보도 못했다……라고, 키라리가 말했다.
즉, 여기서 안즈가 일을 하지 않으면, 키라리는 일을 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번 일에는 나오라, 고 말하는 것이다.

키라리를 위해.

그렇지만.

「…… 응, 전혀.」

그 사실을 알기에 더더욱, 나는 그럴 수 없다.
분명, 신인 아이돌인 키라리에게 있어, 그건 커다란 손실이겠지.
분명, 키라리를 위해 생각한다면, 두말할 것 없이 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내게 그건 아직 불가능하다.
그 때 그런 터무니없는 짓을 할 수 있던 건, 그 정도로 키라리가 위험하다고 생각했기 때문.
이대로라면, 키라리가 키라리가 아니게 되어버린다고.
그렇게 생각해서, 너무나도 다급해서, 처음으로 해낸 것이다.
그야말로 키라리에게 미움받을지 어쩔지조차 생각할 여유 없을 정도로.

「안즈는 말야,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아.…… 모순된 말 같겠지만.」

「음, 그렇게 말할 거라고 들었다.
이렇게 말하면 분명 생각이 바뀔 거라면서.」

……?
키라리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거야?
억지로 나한테 아이돌 활동을 하게 하자, 같은 건 생각조차 하지 않았겠지.
키라리는 그런 사람이 아닌걸.
그러니까, 이건 키라리의 이야기를 들은 프로듀서의 독단적 행동이라는 거다.
지금 여기에 내가 있는 것에 키라리의 의지는 관계 없다는 것이다.
그렇게 생각했다.
하지만 그렇더라도, 프로듀서의 언동에는 문제가 있다.
키라리는 대체, 뭘……?

「하지만 그 전에.
위약금은 알고 있어? 개인이 지불하기엔」

「개인이 지불하기엔 좀 많이 비싸지. 오디션을 그렇게 정신나간 듯이 나가 놓은 상태여선 더더욱.…… 그런 소리지?」

내가 말을 자르고 그렇게 말하자, 프로듀서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 세상에, 깜짝 놀랐어.
설마 여기까지 키라리가 한 말대로 될 줄이야.」

「…… 뭔데, 아까부터.」

「그럼, 정말 이렇게 하면 생각을 바꾸겠는걸.」

프로듀서는 그러며, 주머니에 손을 넣었다.
무언가를 꺼내, 내게 그걸 내밀며 말했다.

「일의 보수, 라고.」

손을 동그랗게 모아 받았다.
보아하니 그건, 살구색(杏色 안즈이로) 사탕이었다.

「……으음?」

그야말로 영문을 모르겠다.
투명한 포장지를 떼어내고 입에 넣었다.

「……이거, 직접 만든 거야?」

달고나풍 사탕이었다.
누구라도 간단히, 어느 집에라도 있을 재료로 만들 수 있는 사탕.
단순한 맛이 날 뿐인 그것이, 너무나도 맛있게 느껴졌다.

「포장지를 보지」

그 말대로 아까 벗겨낸 투명한 포장지에 눈길을 돌렸다.
자세히 보니 거기에는 살구색 잉크로 이렇게 씌여 있었다.



극복의 두 걸음☆



「……한 방 먹어버렸네.」

이제야, 알겠어.
키라리의 생각을.
나는 타인을 위해서는 열심히 할 수 없다.
그러니까 "다른 누군가를 위해"를 "자신을 위해"로 만든다.
「일의 보수」.
즉 이것은 키라리가 안즈에게 일을 의뢰한 것이 된다.
이 사탕을 줄 테니까, 하고 와- 라고.
그러니 이건 다른 사람을 위해, 키라리를 위해 하는 일이 아니다.
나는 그저 다른 누구를 위해서가 아닌 이 사탕을 위해 일하는 것뿐.
그렇게 되는 것이다.
그렇게 만들 수 있다.
그리고 방금 선불이라는 형태로, 나는 이미 보수를 받아버리고 말았다.

「어때? 생각은 변했어?」

웃으면서, 프로듀서가 묻는다.
웃으면서, 나는 대답했다.

「……응, 그렇네. 해도, 되겠네.
이렇게 맛있는 사탕을 준다면 말이지.」

그럼 빨리, 라며 프로듀서는 허리를 편다.

「아, 잠깐만.」

그런 프로듀서를 멈춰세우며, 핸드폰에서 키라리의 연락처를 찾았다.
애초에 연락처도 별로 없으니 금세 찾을 수 있었다.

「……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선 뒤와도 마주해야 한다, 라.」

과거와 마주볼 수단은 아직, 남아 있으니까.
그러니, 마주하자.

앞으로를 시작하기 위해.

 


 

 



11. 사랑받는다는 것



그 날.

「여기다 놔둘까아?」

내가 키라리와 만났던 날에.

「응, 부탁해.」

배달되었던 상자.

「옷쓰옷쓰, 완-벽☆」

이것이 지금, 나와 내 과거를 잇는 유일한 존재.


「……후우.」

심호흡을 한 번.
오른손에 쥔 커터칼을 붙어 있는 박스테이프를 따라 움직인다.
움직이려 했다.
그렇지만.

「……읏, 이게」

제대로 조준을 할 수가 없다.
원인은 명백.
내 손이 떨고 있으니까.

아직, 이려나.
간신히 앞으로 나아가려고 마음먹었는데도.
간신히 과거와 마주보려고 하는데도.
아직도 나는 무서운 걸까.

「안즈 짱.」

키라리의 손이 살며시 내 손을 감싼다.
……떨림이 조금씩 멎어 간다.

「……응.」

그렇구나.
키라리가 옆에 있으니까.
옆에 있어주니까.
그래서 나는 열심히 해 보기로 결심했다.

나의 손은 더는 떨리지 않았다.

어느 누가 나선 것도 아닌데
그저 자연히.
두 손끝에 있는 커터칼은 차분히 그 봉인을 풀어낸다.

다시 한번 심호흡.
그리고.
천천히 상자를 열었다.



「……뭐?」



안에 들어 있던 것은 맥이 빠질 정도로
벌 것 아닌 것들이었다.

쌀봉투. 야채. 세제.
모두 무거운 것뿐.
……모두 생활에 필요한 것뿐.

뭔데.
뭐냐고.
이건 무슨.
이래서야 무슨.



부모님이 사랑하는 자식에게 보낸 택배같아 보이잖아.



「……뭐, 냐고.」

참지 못하고 입에서 흘러나온다.

나는 과거와 마주하려 했다.
사랑받지 않았다는 과거와.
하지만, 이건 뭐지?
……정반대잖아.
내가 상상했던 것과는 완전히, 반대.

가슴께에서 뭔가 엉망진창이 되어 간다.
이건 뭐야.
이 감정은 뭐냐고.
화남? 안도? 슬픔? 낙담? 기쁨?

아니면 전부?

내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조차 모르게 되어.
하지만 어딘가 부딪히지 않으면 어떻게 되어 버릴 것 같아서.

「──뭐냐고!!!」

있는 힘껏 큰 소리로 외쳤다.

「왜 이제 와서 이러는 건데!? 이제 내버려두라고 했잖아!!」

외친다.

「더는 기대하고 싶지 않아! 기대하게 하지 말라고!!」

외친다.

「나는 사랑받지 못했다고! 실패했다고! 그러면 되는 거잖아!!」

외친다.

「겨우 받아들이려는 찰나에!! 받아들이려고 하고 있는데에!!」

외친다.

「……이럼……어떻게 해야 하는 거냐고……!」

계속되는 절규에 숨이 가빠져.
마지막은, 사라질 듯이 작은 목소리였다.

하아, 하아, 하아 하고.
내 가쁜 호흡만이 방에 울린다.

「!……안즈 짱, 이거」

숨을 고르던 내 옆에서 키라리가 상자에서 무언가를 꺼냈다.
힐끗 확인하더니, 내게 그것을 내밀었다.

「……편지?」

그것은, 흰색 무지봉투.
뒷면에 분명히, 아버지의 이름이 적혀 있다.

「…….」

봉투를 손에 쥔 채 굳어 있는 나를, 키라리가 뒤에서 살며시 껴안는다.
그대로 아주 조금, 내게 무게를 싣고서.
나는 거기에 저항하지 않고서 천천히 바닥에 주저앉는다.
따뜻한 목소리로, 키라리는 내게 말한다.

「무섭니?」

「조금.」

「어째서?」

「이딴 나를 싫어할지도 모르는걸.」

「싫어하는 사람한테 편지같은 걸 보낼 리 없잖아?」

「…… 아, 응. 확실히 그걸 거야.
사실은 그런 게 아닐 거라고 생각해.」

그래.
하지만 이혼했을 그 때, 아버지는 나를 도와주려고 했었다.
내가 퇴원했을 때, 같이 살자고도 해 주었다.
지금도 나는 아버지의 봉급을 받아 살고 있다.

「내가 무서워하고 있는 건, 사실 사랑받는 것일 거야.」

엄마도 처음에는 너무나 따뜻해서.
따뜻하게 사랑해 주어서.
그렇지만, 그것은 오래가지 못했다.
계속되지 못했다.
그러니까.
내가 또 다시 실패한다면.
아버지도 엄마처럼 되어버릴지 모른다고.
나는 그걸 무서워하고 있었다.
인정하고 싶지 않은 건, 실패하고 사랑받지 못했다는 것뿐만이 아니다.
그럼에도 아버지에게 사랑받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왜냐면, 기대해 버렸으니까.
어쩌면 이번에는. 이번에야말로, 라고.

「그건, 어째서야?」

「……내가 또 다시, 실패할지도 모르니까.」

「애정을 받을 수 있기를?」

「……응.」

「……저기, 안즈 짱.
안즈 짱은, 칭찬받고 싶었던 거지.
칭찬받고 싶어서, 열심히 했던 거지?」

「그, 렇지.」

「애정이란 건 말이지. 안즈 짱.
칭찬만 있는 게 아니라고 생각해.」

「……몰라. 나는 열심히 하는 것밖에 못 했어.
열심히 졸라대거나 할 수 없었는걸.」

「아니. 사실, 필요 없어.
열심히 하는 것도, 조르는 것도.」

「…… 역시 모르겠어.
나는 칭찬받는 것 말고는 사랑받지 못했어.
열심히 안 했다간 없었단 말이야.」

「부모라고 해도 완벽한 건 아니야.
아이가 부모를 어떻게 대해야 할지 모를 때가 있는 것처럼.
부모라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를 때가 있을 거라구?」

「……그럴 때, 키라리라면 어떻게 할 거야?」

「제대로 대화해서, 꼬옥ー 하면, 분명 그 기분은 전해질 거라규.」

「꼬옥ー?」

「응.……이렇게☆」

키라리는 그렇게 말하고 나를 힘껏 안는다.

「…… 따뜻해.」

「안심되지?」

「응…….」

「저기, 안즈 짱.
안즈 짱의 아버지도 분명, 걱정할 거야.
실패했다고. 어떻게 하지, 라면서.」

「…… 그러, 려나.」

「그럼.」

「…… 키라리가 그렇다면, 그럴지도 모르겠네.」

「그래서 말야. 안즈 짱.
이 편지를 읽어서, 아버지의 마음을 알아 보자.
……아버지를, 마주보자.」

「……응.」

나는 다른 사람을 위해 열심히 할 수 있게 되고 싶다.
그러기 그것을 위해서는 분명, 이건 피할 수 없는 일.
피해서는 안 되는 일.


그러니까.
나는 조심스레 봉투를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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